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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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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9일 01시 25분 등록

 

여우숲이 시작되는 버드나무고개에 장독대를 놓았습니다. 엊그제 그 장독대 언저리에 여러 종류의 나뭇가지를 얽어서 만든 나무 울타리가 생겼고, 조릿대를 엮어서 만든 사립문 두 개도 완성되었습니다. 백오산방 마루에서 내려다 보는 장독대 풍경이 보기에 참 좋습니다. 나무 울타리와 사립문 안에 가지런히 놓인 장독대 풍경은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하는 힘을 가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 숲 한 귀퉁이에 새롭게 스미게 된 저 평화는 모두 어르신들의 노고 덕분입니다. 매일 아침 나뭇가지를 가져다 놓으시기를 몇 날, 엊그제 열한 시쯤 달달달~ 소리를 내는 경운기 짐칸을 자가용 삼아 올라오신 어르신들은 이틀 만에 나무울타리를 완성해 주셨습니다. 여덟 분 내외의 어르신들은 그 움직임이 한결같이 아주 느렸는데, 어떻게 울타리를 엮고 사립문을 다는 일까지를 단 이틀 만에 끝낼 수 있었는지 불가사의할 정도였습니다.

 

어르신들이 장독대 울타리를 완성하는 동안50대의 젊은 형수님 내외 두 쌍은 농산촌 문화를 체험하기 위한 공간으로 설계된 졸참나무관 앞에 다섯 개의 가마솥을 걸고 하루 반나절 동안 유기농 콩을 삶았습니다. 이후 하루 동안 삶은 콩을 으깨고 어루만져서 메주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체험관의 황토방 하나에 짚을 깔아 메주를 띄운 뒤, 선반을 만들고 새끼를 꼬아 메주를 매달았습니다.

 

한 쪽에서는 울타리를 만들고, 다른 한 쪽에서는 콩을 삶던 그날 우리는 회식을 했습니다. 백오산방을 짓는 내내 자장면을 배달해 주었던 그 신풍각에서 자장면과 짬뽕, 탕수육에 빼갈을 시켜드렸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그 음식을 그렇게 맛있게 드시는 모습은 마치 어린 아이들의 표정처럼 환하고 순수했습니다. 열세 명이 음식과 술을 나눈 비용이 칠만 원도 되지 않지만, 서로는 정말 훈훈했습니다.

 

어르신들과 50대 형수님 내외분들이 일하시는 모습을 통해서 나는 내가 아직 젊어서 알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우선 참여하신 모든 분들이 일에 몰두할 때 그 모습을 보면 지루해하거나 조급해하는 기색을 조금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마치 그들이 모두 깊은 명상가처럼 느껴졌습니다. 노동을 이끄는 몸과 마음이 완전히 하나가 된 상태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집안 일인 것처럼 깊은 애정을 가지고 일을 마무리 짓는 모습은 어느 탁월한 기업의 훈련 받은 서비스맨십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여든이 넘은 어르신이 다 닳은 호미 한 자루로 울타리 하단을 흙으로 모두 덮어 마무리를 짓는 모습

 

젊어서 알지 못하는 것은 지식이 아닌 것 같습니다. 며칠간 여우숲의 어른들은 책을 많이 읽지 못해서 우리가 불행한 것이 아니라고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IP *.20.20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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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9 05:09:10 *.10.140.146

사립문에 장독대 나무울타리 ...

 

가서보면 어릴적 고향집이 생각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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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9 19:04:05 *.234.167.72

가마솥에 콩을 삶는 것을 상상해보니 연기는 자욱하면서 구수한 콩냄새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떠올라요.


따스하고 구수한 연기 사이로 


이따금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도 들리고


나무 타는 매운 냄새도 나고요..


나무 울타리 구경하러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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