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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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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3일 10시 57분 등록

대화라는 뜻의 '다이어로그' dia-logue는 그리스어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이어 (통하여) +로고스(말)가 합성되어 만들어 진 것이니 직역하면 '말을 통하여' 라는 뜻을 가진 단어쯤 되는 것 같군요.    이 단어는 원래 대화, 독백, 방백, 침묵 모두를 뜻하는데 주로 '독백'을 의미할 때가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현재는 두 사람 이상이 나누는 언어 소통을 말하는 다이어로그가 독백의 의미로 주로 쓰였다는 것이 뜻밖입니다. '대화'라는 의미가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는 다른 사람과의 소통 이전에 자신과의 소통이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대화는 곧 독백' 이라는 고대의 인식은 대도시 속에서 고립된 섬으로 소외되어 있는 현대인들에게 더 잘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한 시인의 시를 잠시 음미해 볼까요?

 

 

나, 돌의 문을 두드린다.

- 나야 들여 보내 줘

네 속으로 들어가서

주위를 빙둘러 보고

숨처럼 너를 깊게 들여 마시고 싶어

 

 

돌이 말한다

- 저리가, 난 아주 견고하게 닫혀있어

내 비록 산산조각 나더라도

변함없이 굳게 문을 잠글거야

부서져 모래가 되고, 가루가 된다한 들

아무도 들여 보내지 않을거야.

   

      - 비스와봐 쉼보르스카, '돌과의 대화' 일부

 

 

폴란드의 시인 쉼보르스까는 우리를 대도시 안에 고립된 섬으로 인식합니다.   비인간화 시대의 메마른 영혼들이라는 것이지요.

소외를 견디기 위하여 겨우 서로 작위적 대화를 나눌 뿐이라는 겁니다.   그녀는 다시 '뜻밖의 만남'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아주 공손하게 대하며/오래만에 만나서 매우 기쁘다고 말한다....(그러나)/문장을 잇다 말고 우리는 자꾸만 침묵에 빠진다/무력하게 미소를 지으면서/우리 인간들은/대화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대화란 삶을 경험하는 방식을 놓고 서로의 느낌을 나누기 위해 마련된 것입니다. 그러니 대화를 통하지 않고는 삶을 나눌 수 없는 것이지요. 자, 그러면 우리 한 번 진정한 대화를 나누기 위한 애를 써볼까요. 한 번 이런 대화의 법칙에 대해 실천해 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대화의 제 1 법칙 : 공명

가장 이문이 남는 대화 비법은 듣기다. 어떤 식으로든 나의 입장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 공명하는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몰두할수록 신기하게도 나 자신에 대하여 더 잘 알게 된다. 그리하여 나의 정체성도 더욱 확실히 드러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더 잘 알게 되었으니 지혜를 얻은 것이다. 그러니 서로 마주보고 밥을 먹다 돌연 스마트 폰을 꺼내 서로를 모독해서는 안된다.

 

 

대화의 제 2 법칙 :   최소한의 개입

가장 하급의 대화의 방법은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에게 나의 이야기를 강요하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강요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대화의 영역을 벗어나 있는 직접적인 개입이다. 따라서 대화는 자신의 입장의 고수와 강요로 부터 자유로워야한다.

 

 

따라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들으면 나를 알게 되고, 잘 말하면 그 사람이 나를 통해 자신을 알게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을 버리지 못하면 진정한 대화에 이르지 못합니다. 이때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돌이 되거나 허위가 되고 말지요.   결국 '너나 잘하세요' 라는 대화의 끝에 이르게 됩니다.   대화의 끝은 관계의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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