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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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인 판도라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상자를 열자 속에 들어 있던 불행과 악들이 튀어 나가 세상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하지요. 그러나 희망 하나만은 여전히 그 상자 속에 남아있어 어떤 불행을 당하더라도 인간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종종 사람들은 희망은 좋은 것인데, 어째서 불행과 악과 같은 나쁜 것들과 함께 있었을까 의심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희망과 함께 들어 있던 것들은 좋은 것인데, 판도라가 뚜껑을 여는 순간 하늘로 날아가 버렸기 때문에 세상은 불행해졌고 악이 지배하게 되었다는 이설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주장이 그럴 듯 하세요?
나는 희망과 함께 모든 나쁜 것들이 이 상자에 들어 있었다는 설에 한 표를 던집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이야기가 되거든요. 이미 행복한 사람은 희망하지 않아요. 욕망하여 가졌기 때문에 행복하고, 행복하기 때문에 희망을 갖지 않습니다. 채우고 또 채워야하는 욕망이 지속될 뿐이지요. 우리는 욕망과 탐욕을 희망이라고 부르지 않지요. 오직 불행 속에만 희망이 있습니다. 지금 아픈 사람들은 낫기를 희망합니다. 지금 가난한 사람은 부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지금 헤어진 사람은 다시 만나기를 희망하고, 지금 감옥에 갇힌 사람은 풀려나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희망은 결핍과 불행과 고통 속에서만 자라나는 환각입니다. 그러니 희망이 있어야 할 자리는 모든 불행 모든 악덕 모든 결핍이 있는 곳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아직 상자 속에 남아 있는 이유도 다른 불행의 씨앗들은 이미 다 발아하여 그 숙주를 무한히 괴롭히고 있지만 희망만은 미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여전히 마음의 상자 속에 감춰져 있는 것이지요.
(George Frederic Watts 의 작품, 여인은 겨우 한 줄 남은 악기지만 연주를 멈추지 않는다)
어떤 주장을 따르든 세상의 불행과 악에는 판도라의 책임이 따르겠네요. 만일 판도라가 그 상자를 열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는 시간도 없고, 죽음도 없는 곳, 즉 신들의 영역으로 여전히 남아 있었을 테니까요. 그런데요. 여기서 한 번 생각해 보지요. 만일 그랬다면 당연히 인간의 삶도 없었겠지요. 그렇다면 결국 이 세상에 삶을 가지고 온 것은 여자군요. 단명하여 필멸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인간들은 그러므로 모두 판도라로 거슬러 올라가야합니다.
어떠한 삶 속에 있든지 우리는 살아내야 할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희망이 등불이 되어 우리를 구원합니다. 우리를 괴롭힌 것이 우리를 낫게 하고, 우리를 타락하게 한 것이 우리를 청결하게 하고, 단명한 것이 영원으로 우리를 구원합니다. 그래서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천상에 이르는 구원의 손길로 삼았고, 그래서 괴테는 신비의 합창을 통해 '모든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린다' 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파우스트'를 끝냈던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중국 선불교의 육조 혜능은 잡소리를 다 집어치우고 기가 막힌 명언 하나를 남겨 두었지요.
"우리의 순순한 정신은 타락한 정신 속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떠한 처지에 있던 이 필멸의 삶을 기쁨으로 살아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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