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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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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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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7일 00시 15분 등록

20대 시절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나름의 방식이 있었습니다. 먼저 담배를 피워 뭅니다. 술 한 잔하며 하소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그 사람을 찾을 때까지 휴대폰을 붙잡습니다. 그 사람을 만나면 문제와 감정을 뒤섞어 쏟아냅니다. 누군가를 악마로 만들 때도 있고, 신세 한탄할 때도 있고, 엄살을 부릴 때도 있습니다. 며칠 후면 ‘그때 왜 그랬나’ 싶지만 심적 압박을 받을 때마다 이 패턴을 되풀이했습니다.

 

사는 건 여전히 만만치 않고, 내적 갈등은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다만 그에 대처하는 방식은 서른네 살을 지나며 변했습니다. 이제는 책을 읽습니다.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책이 눈에 안 들어왔는데 이제는 반대입니다. 스트레스를 책으로 풉니다.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얻기 위해 책을 읽지는 않습니다. 압박 받은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읽는 것도 아닙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읽고, 읽어야 할 책을 읽기도 합니다. 잘 읽힐 때도 있고 안 읽힐 때도 많습니다. 그저 읽고 읽습니다. 어쩌면 책 읽기는 문제에 대한 회피인 것 같습니다. 이 회피가 스트레스의 공격으로부터 나를 숨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문제와 거리를 두게 만들어줍니다. 그러면 대부분 나아집니다. 신비로운 일입니다. 조지프 캠벨은 <네가 바로 그것이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신비의 경험은 단지 기대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적 계획을 포기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인간의 계획이란 두려움과 욕망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계획을 버리면 빛이 다가올 것이다.”

 

독서를 통해 자아는 영혼을 만납니다. 인격은 영혼과 대화를 나누고, 인격과 영혼이 궁극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합니다. 조지프 캠벨의 삶의 철학 중 하나는 ‘Tat tvam asi’입니다. 이 말은 찬도기야 우파니샤드에 나오는 산스크리트어 문장으로 “네가 바로 그것이다” “너 자신이 그것이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그것’은 ‘존재의 본질’이자 ‘초월적 신비’인데 내게는 ‘영혼’과 같은 의미입니다. 캠벨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것은 내재적이다. 그것은 바로 여기, 지금 존재하며, 내가 차고 있는 시계에,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종이 위에도 있다. 어떤 사물이든지 그 주위에 원을 한번 둘러보면 그 신비의 차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정말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내가 차고 있는 시계가 지니는 존재의 신비가 우주적 존재의 신비, 아니 우리 자신의 존재의 신비와 일치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사물도, 장작이나 돌, 동물이나 식물, 인간도 이러한 방식으로 신비의 원의 중심에 놓일 수 있으며, 경이로운 차원에서 생각될 수 있다. 따라서 명상을 위한 완벽한 보조물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은 내게 명상을 위한 보조물이고, 독서는 명상입니다. 이때의 독서는 지식을 위한 책읽기나 쓰기 위한 읽기가 아닌 영혼을 위한 독서입니다. 좋은 책과 함께하는 독서는 나란 존재의 신비를 슬쩍슬쩍 비춰줍니다. 의식적 자아는 책을 읽고 있지만 무의식 속 영혼은 문제를 읽고 스트레스를 보살펴 주는 듯합니다. 그래서 힘겨운 문제, 자아를 압박하는 스트레스도 독서 안에서 영혼의 손길로 녹여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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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프 캠벨 저, 박경미 역, 네가 바로 그것이다, 해바라기, 2004년

 

*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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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9 07:49:14 *.247.149.244

와, 이제야 읽었네. 이 글 너무 와 닿는다...

형, 볼 때가 되었나?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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