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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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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1일 07시 42분 등록

신은 죽었다.

그래도 신을 믿어야 한다면

나는 춤출 줄 아는 신만 믿으리라

- 니체. Friedrich Nietzsche -

 

“그럼, 수녀님이 추진위원장이 되어주세요!”

“그 까짓 것 하면 되지. 병원장도 했는데 그것도 못할까?”

 

환자의 청은 사진전시회 였습니다. 사업가로 세계를 돌아다니던 시절, 취미로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여 전시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수녀님은 흔쾌히 약속을 했고, 부산 성모병원 로비에서 사진전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당일 날 갑작스런 간성혼수로 위험한 고비를 넘겼지만, 다행히 전시회는 잘 끝났고 환자는 5일 후, 사망하였습니다. 센터에는 그의 아내가 보낸 아름다운 사진들이 있습니다.

 

“임종이 얼마 안 남은 의식이 없는 환자는 호스피스를 할 수 없어. 호스피스는 잘 사는 사회운동이야. 마지막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해 줘야지.”

 

노유자 수녀는 말기 암환자를 돌보는 불치병 환자들의 대모입니다. 그녀는 호스피스가 ‘말기 환자들에게 남은 인생을 원 없이 살아보도록 돕는 한 편의 연극 예술이고 드라마’ 라고 합니다. 1970년 간호수녀로 시작해, 가톨릭대 간호학과 교수, 성바오로병원 병원장 등을 거쳐 성바오로 가정간호 호스피스 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녀는 지금까지 200 여명의 환자들에게 삶의 마지막 동행자가 되어 주었습니다. 센터에서는 병원에 입원하기도 어려운 환자의 가정을 방문하여 편안한 임종을 맞도록 도와줍니다. 환자의 몸과 마음, 영혼의 상태를 살피고, 가족들과의 화해, 작별인사, 이별여행을 준비시킵니다. 환자들이 임종하면 뒷수발까지 담당합니다. 슬픔에 빠져있는 사별가족들과의 전화상담은 새벽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호스피스 센터는 남양주 별내면 불암산 자락에 위치한 수녀원 안에 위치해 있어 풍경이 빼어납니다. 이곳에서 미술치료, 원예치료, 음악치료, 꽃꽂이, 아로마, 비즈공예 등의 요법으로 환자와 가족들의 심신을 안정시키고 서로 정보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녀를 호스피스의 길로 이끌었던 특별한 만남이 있었습니다.

“수녀님을 만나지 못하고 그냥 죽었더라면 너무 억울했을 거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저와 같은 환자를 많이 도와주시고 오래오래 사시다가 하늘나라에서 반갑게 만나요. 제가 하늘나라에 가면 장미비를 내려 드릴께요."

 

“40년 전, 명동성모병원에서 간호수녀로 있을 때, 데레사는 34세 미혼의 간암말기 환자였지. 성모님의 달 장미꽃 피는 5월이 되면 명동성당의 성모 동굴을 바라보며 기도하던 그녀의 모습이 생각나! 그녀의 그 한마디가 오늘날까지 나를 호스피스 활동과 함께 하도록 한 것일지 몰라.”

 

가정 호스피스 이용료 전액 무료, 100% 개인후원과 자원봉사로만 의존하는 시스템은 늘 재정적 어려움을 동반합니다. 좋은 일은 한다고 주위의 사람들 모두가 고운 눈길로만 바라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낙심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목적이 이끄는 삶이 무엇인가를 지난 세월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호스피스 센터에서는 후원회원들을 모시고 설립 5주년을 맞이하는‘성모의 밤’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5년 전부터 축하공연을 했던 초대손님이었지만, 올해는 사회자로 전격 승진되었습니다. 설립취지에 공감하여 재능기부를 해준 예술가들의 참여로 행사는 훌륭했습니다. 특히, 41세의 위암환자가 임종 전, 호스피스를 만나고 남긴‘나는 자유로와요’라는 내용의 메모에 곡을 붙인 노래가 불려졌습니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가 참석자들의 마음을 휘감았습니다.

 

인상 깊은 장면이 있습니다.

축하공연시 흥에 겨워 음악에 맞춰 춤추던 수녀님 모습입니다. 상상해 보시죠! 올해 일흔이신데 무릎도 안 좋으신 분이‘기분 좋다’연신 소리를 지르며 춤을 춥니다. 후배 연구자들에게 자주 인용되는, 호스피스와 죽음에 관한 800 페이지의 책을 저술한 학자이고, 죽음학을 가톨릭 간호대학에 정식 커리큘럼으로 도입시켰던 간호대 교수였고, 대학병원의 병원장까지 했던 권위있고 거룩한 수녀가, 함박웃음을 짓고 낄낄대며, 주교님과 몬시뇰 그리고 후원회원들 앞에서, 손과 발이 따로 노는 막춤을 신나게 추어대는 모습...

 

‘자신의 목표에 다가가는 자는 춤을 춘다’고 말한 사람은 니체 였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자는 춤추려는 열정을 숨기지 못한다고 했지요. 오후의 태양은 뜨거웠고, 춤추는 수녀님의 얼굴은 발그스레한 열기가 넘쳐 흘렀습니다. 그것은 나이듦으로도 절대 감출 수 없는 생의 활기였습니다.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한 호스피스 기관의 현관에는 이런 말이 걸려 있습니다.

“우리는 인생의 날을 늘려줄 수는 없지만, 남은 날들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는 있습니다.”

 

 

[P.S]

'존엄한 삶은 존엄한 죽음에서 시작된다'고 말하는 수녀님의 모습을 보고 싶으시면, 아래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http://www.segye.com/Articles/NEWS/CULTURE/Article.asp?aid=20090616003609&subctg1=&subct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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