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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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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1일 08시 16분 등록

“사는 건 바람을 맞는 것과 같아요.

바람은 늘 나를 향해 불어오지만 곧 내 뒤로 사라지거든요.“

- 가수, 인순이 -

 

집 근처에 못 보던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가수 인순이의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입니다. 사진 속의 웃고 있는 얼굴을 보니, 몇 년 전 병원에서 환자위문 공연을 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유명 가수들의 환자위로 공연은 비슷합니다. 연말 성탄절이나 특별한 행사의 취지에 공감하는 가수들이 여럿 참여하여 한두 곡씩 부르고 합창으로 끝내는 형식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그녀의 공연은 좀 달랐습니다. 병원에서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행사가 이루어졌습니다. 공연 당일에는 큰 트럭이 음향세트를 싣고 와서 스탭들이 준비를 끝내고, 공연이 끝나자 강당 정리까지 깔끔하게 마무리지었습니다. 병원에 어떠한 부담도 주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는‘밤이면 밤마다~’ 로 시작하여 신나는 노래와 율동으로 한 시간 내내 혼자서 좁은 강당을 휘젓고 다녔습니다. 공연 중간 중간 환자들에게 자신이 아팠던 기억과 환자의 경험을 얘기하며 그들을 위로했습니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고, 근육질 댄서들의 파워풀한 퍼포먼스에, 젋은 간호사들의 환성이 강당에 가득찼습니다.

 

자비를 들이면서 병원을 찾아다니며, 노래봉사를 하는 가수 정도로 알고 있던 그녀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책에서 그녀에 대한 애기를 접한 후 였습니다. 가수 조영남은 자신의 책 ‘예수의 샅바를 잡다’에서 '인순이' 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전하고 있습니다.

 

2000년을 앞두고 세종문화회관에서는 한미 교류협회 주최로 ‘한미의 밤’ 특별음악회가 열렸습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빌 클린턴도 참석한 자리였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고위공무원들이 친선을 도모하는 리셉션 파티에서 ‘인순이’가 초대가수로 등장했는데, 그녀의 인사말을 듣고, 조영남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멋지고 당당한 여인이라 칭찬하며, 그토록 예술적인 멘트는 평생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3천 5백 관중을 감동과 열광의 환호로 물결치게 했던 혼혈 여인의 짤막한 멘트는 간단했습니다.

 

“여러분! 미국과 한국 사이에 누가 있습니까?

인순이가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 사람의 모든 것이 드러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지만 그 구절을 읽으면서, 마치 그녀의 모든 것을 알게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말했습니다.

 

“사는 건 바람을 맞는 것과 같아요.

바람은 늘 나를 향해 불어오지만 곧 내 뒤로 사라지거든요.

사연도, 세월도, 아픔도 다 그렇게 사라져요.

새로운 바람을 맞아야 하는데 지나간 바람을 붙잡을 시간이 어디 있어요.

슬픔과 아픔을 잡은 채 힘들어 하지 말고 버릴 것은 버리세요.”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

언제 부는지, 왜 부는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늘 불어오는 것.

시시때때로,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어오지만 곧 사라지는 것.

삶의 시련과 바람은 많이 닮았습니다.

 

도서관 귀퉁이에서 이어폰을 끼고 그녀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한 방송사의 노래경연 프로그램에서 관객들의 눈물을 흘리게 했던‘아버지’라는 노래를 듣는데, 마음 속에서 작은 바람이 불어옵니다. 시원합니다. 온 몸으로 바람을 맞이하고, 노래를 통해 시원한 바람을 전하는 그녀는, 바람의 맛을 아는 여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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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1 09:53:02 *.156.191.201

바람의 맛 제대로 맛보고 갑니다.
보이지 않느 것. 눈을 감고 볼 수잇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과 글로는 알았는데... 이제 행동으로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언제나 맘과 몸의 조화로움이 넘쳐나시는 나날들이 계속되기를 기원합니다_()_청개구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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