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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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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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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2일 00시 44분 등록

아메리카의 인디언 부족은 가물었을 때 부족의 주술사가 기우제(祈雨祭)를 올렸습니다. 그러면 비가 옵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올리기 때문입니다. 기우제는 오랜 역사를 가진 의식(儀式, ritual)입니다. 이 의식은 강수(降水)라는 에너지장을 형성해서 비가 오도록 만듭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면 터무니없는 이야기거나 신비주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우제에는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있습니다.

 

가뭄이 찾아오면 일상이 힘들어집니다. 공동체의 문화가 활기를 잃고, 몸과 마음도 함께 시듭니다. 시기와 간격의 문제일 뿐 결국 비는 오게 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의 문화와 사람들의 심신이 그때까지 견딜 수 있는가’입니다. 기우제는 비가 내릴 때까지 사람들이 버틸 수 있도록 해줍니다. 기우제와 같은 의식의 기본 기능은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을 견딜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입니다.

 

개인에게도 의식이 필요합니다. <불의 문>으로 유명한 소설가 스티븐 프레스필드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글쓰기입니다. 소설 쓰기가 그의 주업이자 취미입니다. 그는 매일 하루를 동일하게 시작합니다. <최고의 나를 꺼내라!>에서 프레스필드는 말합니다.

 

“나는 일어나 샤워를 한다. 그리고 아침을 먹는다. 나는 신문을 읽고 이를 닦는다. 만약 전화할 곳이 있다면 수화기를 든다. 이제 나는 커피를 마시고 나서 행운의 워크 부츠를 신는다. 나는 내 조카 밀드레드가 준 행운의 끈으로 부츠를 묶는다. 나는 내 사무실로 향한다. 나는 컴퓨터를 켠다. 내 행운의 후드 스웨터는 의자 위에 걸려 있다. 스웨터에는 부적과 명찰이 달려 있다. 부적은 내가 프랑스의 생뜨 마리 드 라 메르에서 8프랑을 주고 집시에게 산 것이다. 그리고 명찰에는 라르고(LARGO)라는 이름이 적혀 있는데, 라르고는 예전에 내가 꿈에서 본 인물이다. 나는 그 스웨터를 입는다. 내 사전 위에는 내 친구 밥 베르샌디가 쿠바의 미로 캐슬에서 보내준 행운의 대포가 있다. 대포를 의자가 있는 쪽으로 돌려놓는다. 나는 대포에서 폭탄이 날라오듯, 내게 영감이 날아오기를 바란다.

 

나는 뮤즈를 부르는 기도문을 왼다. 그 기도문은 흔히 우리가 '아라비아의 로렌스'라고 부르는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Thomas Edward Lawrence)가 번역한 호머의 <오디세이(Odyssey)>에 수록된 것이다. 내 다정한 친구 폴 링크가 내게 그 기도문을 주었다. 그 기도문은 내 아버지 것이었던 커프스단추와 테르모필레에 있는 전투 현장에서 주운 행운의 도토리와 함께 책꽂이 근처에 놓여 있다. 그때쯤이면 시간이 열 시 반 정도가 된다. 나는 이제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한다.”

* 굵은 글자는 홍승완이 표시.

 

프레스필드에게 이러한 절차와 행위는 글을 쓰기 위한 일종의 의식입니다. 매일 같은 절차와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 이상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늘 그렇게 반복한다는 점이 의식이 가진 힘의 바탕입니다. 특정 행동이나 생각이 반복되면 나름의 에너지장을 형성합니다. 오랜 시간 반복될수록 에너지장은 강력해집니다. 좋은 의식은 절차와 의미와 상징이 한데 어울려 시너지를 내기 때문입니다. 의식을 바꾸면 배후에 있는 장과 공명을 이루는 것도 변하므로 행위의 힘도 약해집니다.

 

공동체나 소설가에게만 의식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조지프 캠벨은 “여러분은 자신의 삶을 위한 의례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남다른 가치가 있는 일이 있습니다. 그런 일을 시작하는 의식을 만들어보세요. 캠벨의 말처럼 “의례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여러분에게 알려줍니다.” 그러면 그 일은 더 특별해지고, 그 일을 더 좋아하고 잘할 수 있습니다.

 

좋은 의례는 반복할수록 삶의 질서를 온전하게 바로잡아줍니다. 인간은 의식을 만들고, 의식이 반복되어 에너지장을 형성하면 의식이 사람을 이끕니다. 프레스필드가 매일 같은 방식으로 글쓰기를 시작하고, 인디언들이 기우제 전통을 이어온 이유입니다. 내가 요즘 나에게 맞는 의식을 만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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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프레스필드 저, 류가미 역, 최고의 나를 꺼내라!, 북북서,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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