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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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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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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3일 00시 32분 등록

시골에는 다문화가정이 제법 많습니다. 농삿일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떤 농가들은 외국인 노동자 부부에게 아예 장기 거주환경과 월급형태의 급여를 제공하면서 노동력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자주 가는 식당 서너 곳 모두 외국인 종업원 혹은 며느리가 식당 일을 돕고 있습니다. 국적도 중국 동포, 베트남이나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합니다. 서울에 갈 때 마다 ‘도시에는 이렇게 사람이 넘쳐나는데, 시골과 농촌은 왜 이렇게 사람이 없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하긴 시골과 농산어촌에 사람이 유입되지 않는 이유야 우리 모두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힘든 노동과 함께 살아야 하는 곳, 불편한 곳, 먹고 살기 힘든 곳, 결혼하기 어려운 곳, 문화마저 가난한 곳... 이곳을 외면할 이유는 차고도 넘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여우숲도 사람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여우를 기다리는 일을 고집스럽게 함께 해나갈 동지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귀농을 꿈꾼다고 찾아와 내 마음을 들뜨게 했던 예쁜 청춘이 서서히 지쳐가는 모습을 목격하며 아파야 했습니다. 숲과 생명을 지키는 일을 배우며 함께 해나가고 싶다며 합류한 분도 부족함을 절감한다며 뒷모습을 보여줍니다. 고비를 넘고 묵묵히 걸으면 희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득하고 꼬셔보고 소리쳐보지만 첫 마음 되찾아 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지쳐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처럼 나를 흔들어 놓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 만큼 나를 외롭게 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매서운 추위가 잦았던 몇 해의 겨울도 이 숲에 사는 내 마음을 춥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이따금 칠흙처럼 어둔 밤 숲을 거닐 때도 두려움 가득하거나 막막한 적이 없었습니다. 비 오거나 눈 오는 날 밤에 하필 먼 길에서 돌아왔을 때, 오두막에 불이 켜져 있지 않아도, 냉기 가득한 아궁이에 젖은 장작 불을 지피느라 매운 연기를 가득 몸으로 받아내야 했을 때도 나는 외로움 없었습니다. 지쳐가는 사람의 뒷모습처럼 외로움과 막막함과 두려움을 유발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결국 여우를 기다리기에 앞서 나는 사람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자신과 이웃, 나아가 자연과 생명을 지키며 살겠다는 철학 하나 고집스럽게 붙들고, 넘어지면 아파하고 너무 아프면 이따금 울지만 지치지는 않을 그 사람, 아니 가끔 지쳐도 도망치듯 돌아서지는 않을 그 사람, 내가 기다리고 있구나... 아니 그 사람 만나는 날까지 내가 지치지 말고 주저앉지 말아야겠구나 간절히 기도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일 그런 비슷한 생각을 가진 괴산군의 농부들이 특정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참 주착맞다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 선언에 참여자로 이름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시골과 농촌의 절망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후보는 없어보인다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버려지는 시골과 농촌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공감의식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는 후보에게 지지를 표하기로 했습니다. 여우숲이 기다리는 그 사람을 혹시라도 만나게 되었을 때, 조금 더 참고 가보자고, 나아질 것이라고 설득할 최소한의 희망을 줄 그 정치인을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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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숲 산촌유학캠프 안내

이번 겨울 여우숲에서는 방학을 맞는 청소년(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각각 2~3주 간의 산촌유학캠프를 진행합니다. 오전에는 미국인 과학선생님과 영어로 자연과 생명을 공부하고 오후에는 모험과 성찰, 학습과 탐구, 관계력과 돌파력을 키우며 즐겁게 놀고 공부하는 과정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식에 머물지 않는 아이로 키워내고 싶은 학부모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우숲 홈페이지 공지사항과 첨부한 안내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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