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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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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7일 08시 08분 등록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단 세가지

 

풀무로 달궈 만든 단순한 호미 하나

두 발에 꼭 맞는 단단한 신발 하나

편안하고 오래된 단아한 의자 하나

- 세가지 선물, 박노해 -

 

미래의 의료정보시스템을 논의하는 세미나에 참가했습니다. 교육장소가 효창공원에 있는 백범기념관 입니다. 10분 만에 점심을 먹고, 전시관으로 갔습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일부러 찾아오기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평일 점심이라 그런지 전시관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2010년 연구원이 되어, 매주 한 권씩 일년 동안 50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쓸 때,‘백범일지’는 연구원 지정도서였습니다. 기념관에는 책에서 읽었던 그의 삶과 생애가 다양한 형태의 전시물로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혼자서 전시관 1층과 2층을 마음껏 둘러보았습니다.

 

백범 선생은 한국근현대정치사, 격동의 현장에 있었습니다. 민족에게 희망을 주면서 자신을 민족독립과 통일의 제단에 바쳤습니다. 자신의 호를 백범(白凡)으로 정한 것은 ‘백정’, ‘범부’ 라도 애국심이 다 자기와 같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그는 우리 민족과 민족사에 깊은 신뢰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무력이나 경제력으로 세상의 제일이 되기보다는 세상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우리 문화를 사랑할 수 있도록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는 나라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또한 자유를 삶의 근본으로 삼되, ‘꽃을 꺽는 자유가 아니라 꽃을 심는 자유’를,‘짐승과 같이 저마다 자기 배를 채우는 자유가 아니라, 제 이웃 제 국민을 잘 살게 하기에 쓰이는 자유’가 진정한 자유임을 강조했습니다.

 

눈 덮인 벌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 백범이 즐겨 썼던 서산대사의 선시(禪詩) -

 

예나 지금이나 ‘현실론’ 은 많은 사람들을 기회주의자로 만듭니다. 그런 면에서 백범의 길은 원칙주의 노선이었습니다. 핍박과 멸시를 받은 상민 출신이, 나라 사랑의 일념으로 왜놈을 죽이고, 감옥에 갇히고, 탈출하고, 망명하여 적과 싸웠습니다. 치밀한 현실주의자, 영리한 기회주의자들이 분단정권을 만들 때에, 외롭게 통일 정부수립을 추진하다가 총에 맞아 서거했습니다. 뒷 사람을 위해서는 눈길도 함부로 걷지 않는 ‘정도의 길’그것이 백범의 길이고 사상이었습니다.

 

2층 전시관 한 곳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임시정부의 주석으로 백범이 업무를 보던 상해 임시정부청사의 사무실입니다. 벽에 걸린 태극기, 평범한 책상, 앉으면 삐걱거릴 것 같은 의자, 스탠드.. 업무공간은 그의 삶처럼 단순하고, 단단하며 단아했습니다. 그는 이곳에서 백범일지를 썼습니다. 어린 두 아들에게는 유서 대신으로, 후손들에게는 민족의 독립을 기원하며 생애의 기록을 정리했습니다.

 

 

  책상.jpg

 

 

정치의 계절, 대통령 선거를 앞둔 탓일까요?

전시관  앞에 적힌, 백범 선생의 유명한 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를 한자 한자 입으로 소리내어 읽어 보았습니다. 단단하고 단아한 그의 소원을 읽는 동안,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겨울바람처럼 서걱대며, 몸을 훓고 지나갑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 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 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김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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