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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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마음을 나누는 편지'를 써 보내려다 배달된 한 통의 편지를 발견하였습니다. 나는 이 편지에 얼른 답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편지의 답장으로 여러분에게 가는 편지를 대신하려 합니다.
E 에게
네 편지 속의 어느 구절을 지나다 나는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그 구절이 너무 생생한 아픔으로 다가와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직도 어느 날은 절망하고, 또 어느 날은 하루살이처럼 참고 지내자 하고, 이렇게 살다 죽을 것 같아 차에서 새벽까지 내리지 못하고... 아직도 그래요"
이 대목이 나는 슬픔으로만 읽히지 않는구나. 나는 네가 여전히 살아 있구나 하고 느껴지는구나. 오래동안 너를 보지 못했다.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왔다하여 떠나기 전과 같은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은 늘 같은 곳으로 되돌아오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온 그곳은 떠나기 전의 그곳이 아니다. 삶 속으로, 일견 시시해 보이는 반복의 일상 속으로 되돌아 오지 못하면, 다시 떠날 수 없는 것이다. 평화로운 무의미, 시시함, 그런 것들은 단조로운 음조로 우리를 무료하게 하지만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빠르고 급한 다음 선율을 위한 포석이다. 언젠가 너의 음악이 시작될 것이다. 너 만의 삶을 상징하는 특별한 운율이 네 삶 속에 들어와 아름답게 흐를 것이다.
매일 가르치는 그 일에 몰두하거라. 매일 배움을 주는 그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귀우려 주어라. 매일 몇 페이지의 글을 읽고, 매일 조금씩 쓰거라. 꽃이 아름다운 날은 조금 긴 거리를 천천히 걷고, 조용한 길은 나직한 노래를 부르며 거닐어라. 늘 이야기 하지만 많이 웃어라. 웃음이라는 정신적 근육이 느슨해 지지 않도록, 좀 더 많은 웃음을 네 삶 속으로 이끌어 들여라. 웃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지쳐있어요라고 말하지 마라. 그것이 바로 웃음이 필요한 이유다. 웃음은 너를 쓰다듬어 줄 것이다. 조금 더 많이 웃고 조금 더 오래 웃도록 해라. 나는 웃음이 많은 날이 좋은 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이번 모임에 네가 와 주었으면 좋겠구나. 네 가늘고 긴 키에 어울리도록 오월처럼 예쁜 옷을 입고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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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작년, 한참 도서관에서 공부한다고 씨름하며,
누구의 과녘인지,
잃어버린 반지가 어두운곳인지, 가로등밑인지도 모른채
아니 알면서도 알려하지 않고, 에너지를 역방향으로 끌어오듯
그렇게 서른을 보내며 나를 몰아세우고 스스로에게 화풀이 하고있을때,
젊은 사람은 인생을 두려워 하면 안된다며,,
실수할수 있지만, 멈춰선 것보다는 훨씬 낫다며,,
세상은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으니 많이 웃으라고하시며
그렇게 제게 보내주신 메일,
항상 수첩에 붙여다니며 나를 또 볶고 싶을때 읽고 또 읽었었습니다.
그렇게 글 하나가 제게 큰 의지가 되었었었어요.
이글을 보내주신 어제, 하루종일 마음이 쿵쾅거렸습니다.
감사해서요, 눈물이 나서요, 제가 미워서요, 새로운 기운이 막 솟아나서요.
저조차 저를 신뢰하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질때,
언젠가 너의 음악이 흐를것이라고,
언젠가 너의 꽃들이 필것이라고,
언젠가 너가 전력을 다해 할일이 나타날거라고,
그러니 상심하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해주신거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한동안은 이 글만으로도 버틸수 있을거 같습니다.
오늘,
적벽강엔 가지 못하고,
비겁하게 여기다 덧글을 남깁니다.
누구의 과녘인지,
잃어버린 반지가 어두운곳인지, 가로등밑인지도 모른채
아니 알면서도 알려하지 않고, 에너지를 역방향으로 끌어오듯
그렇게 서른을 보내며 나를 몰아세우고 스스로에게 화풀이 하고있을때,
젊은 사람은 인생을 두려워 하면 안된다며,,
실수할수 있지만, 멈춰선 것보다는 훨씬 낫다며,,
세상은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으니 많이 웃으라고하시며
그렇게 제게 보내주신 메일,
항상 수첩에 붙여다니며 나를 또 볶고 싶을때 읽고 또 읽었었습니다.
그렇게 글 하나가 제게 큰 의지가 되었었었어요.
이글을 보내주신 어제, 하루종일 마음이 쿵쾅거렸습니다.
감사해서요, 눈물이 나서요, 제가 미워서요, 새로운 기운이 막 솟아나서요.
저조차 저를 신뢰하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질때,
언젠가 너의 음악이 흐를것이라고,
언젠가 너의 꽃들이 필것이라고,
언젠가 너가 전력을 다해 할일이 나타날거라고,
그러니 상심하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해주신거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한동안은 이 글만으로도 버틸수 있을거 같습니다.
오늘,
적벽강엔 가지 못하고,
비겁하게 여기다 덧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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