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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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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8일 00시 39분 등록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마르시아스(Marsyas)는 어느 날 여신 아테네가 버린 피리를 우연히 주어 연습에 매진해서 피리 연주의 달인이 됩니다. 그는 자신의 연주 실력에 우쭐해져서 아폴로 신에게 도전하지만 승부에서 패해서 가죽이 벗겨지는 참혹한 벌을 받습니다. 마르시아스 이야기는 여러 미술작품에 등장합니다. 가령 라파엘로, 페루지노, 티치아노처럼 뛰어난 화가들이 마르시아스 이야기를 화폭에 담았습니다. 많은 예술가가 이 이야기에 매료된 이유는, 그들이 신의 경지를 꿈꾸기 때문인 듯합니다. 구본형 사부는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에서 ‘마르시아스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두 종류의 오만에 대해 말합니다.

 

“하나는 과거의 성공을 우상화하는 오만이다. 그 끝은 파멸이다. 모든 성공한 것들의 파멸 속에는 우상화된 오만이 숨어 있다. 이때 오만은 성장을 멈추게 하는 치명적 악덕이다. 또 하나의 오만은 신으로부터 가혹한 징벌을 당하더라도 ‘신의 경지’에 다다르려는 오만‘이다. 이는 껍질이 벗겨지는 산고의 고통을 거부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의 창조적 진보를 계속하게 하는 걷잡을 수 없는 에너지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나는 마르시아스의 오만을 창조적 진보를 가능케 하는 에너지의 원천으로 본 사부의 통찰에 감탄했습니다. ‘아!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마르시아스의 오만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오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신과 하나 되고자 하는 오만’입니다. 이런 오만을 가진 사람은 신과 경쟁하기보다는 신을 닮기를 열망합니다. 마르시아스 형 오만의 특징은 자신에 대한 믿음, 강한 의지를 가진 자아인데 비해 신과 하나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자아를 버리고 또 비워야 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모든 것을 신에게 내맡겨야 합니다. 불교적으로 표현하면 진공묘유(眞空妙有)입니다. 자신을 텅 비우면 오묘한 존재가 되거나 오묘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신과 경쟁하기보다는 신에게 공감하기를, 궁극적으로는 신과 하나 되기를 열망했습니다. 그의 대표 작품들은 이런 열망을 보여줍니다. 하나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미켈란젤로가 조각상 ‘피에타’를 완성했을 때, 마리아의 얼굴이 너무 젊고, 또 정면에서 보면 하느님의 아들과 어머니의 구도가 어색하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성모가 늙는다는 것은 인간의 시간 개념일 뿐이며, 작품의 구도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비판에는 “너희들을 위한 작품이 아니다”라고 응수했습니다. 상당히 오만한 반응입니다만 실제로 위에서 피에타를 보면 예수와 성모의 구도는 조화롭습니다. 사람들은 미켈란젤로의 작품에서 신성을 느꼈습니다. 괴팍한 성격과 모순적인 언행을 보여준 그가 생전에 ‘성스러운 이(II Divino)’로 찬탄을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벽화 ‘최후의 심판’에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었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명인 바르톨로메오의 왼손에 들려 있습니다. 그런데 미켈란젤로의 모습은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진 마르시아스와 비슷하면서도 달라서, 정신이 모두 빠져나가 껍데기만 남은 형체로 구원 받은 모습입니다. 그는 왜 기괴한 모습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바르톨로메오의 손에 걸린 자신을 그린 걸까요? 이 질문의 답은 바르톨로메오 성인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죽었는지에 힌트가 있다는 점만 밝히고 독자들을 위한 수수께끼로 남겨 두고 싶습니다.

 

마르시아스의 오만과 미켈란젤로의 오만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듯합니다. 하나는 자아의 의지로 시작하고, 다른 하나는 자아 비우기로 첫 걸음을 떼지만, 둘 다 자아 너머를 추구합니다. 전자는 자신의 일에서 신의 경지를 목표로 삼고, 후자는 자기 일을 통해 신과 하나 되기를 원합니다. 둘 다 강렬한 창조 에너지로서 입신(入神)의 차원에 이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신과 겨뤘던 마르시아스는 살가죽이 벗겨졌고, 신을 따랐던 미켈란젤로는 살가죽만 남았습니다. 신의 경지에 도전했던 마르시아스의 정신은 예술가들을 매료시켰습니다. 그렇다면 신에게 공감(compassion)하기를 열망했던 미켈란젤로의 영혼에 신 또한 감동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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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저,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와이즈베리,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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