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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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마흔이 넘은 친구의 느닷없는 결혼식 기별에 달려간 결혼식장은 두 사람 다 그 나이까지 초혼이었던지라 두 집안의 분위기는 축제장이었습니다.
가족들의 축시와 조카들의 축가, 현악 삼중주가 어우러져 몇 시간에 걸쳐 진행된 결혼식은 초대된 손님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물했습니다.
꽁지머리를 한 화가 신랑과 가녀린 몸매의 신부는 중년의 나이라고 보기에는 믿을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한 쌍이었습니다. 주례는 늦게 만난 두 사람에게 시종 축사를 했습니다.
그 축복의 자리에서 저는 이제 시작하는 두 사람이 캠벨의 말, 결혼한 사람은 신 앞에 바쳐진 결혼안에 기꺼이 ‘자아’를 제물화 시켜야 ‘관계’ 안에서 둘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 즉 상대를 위한 희생이 아니라 결혼이라는 관계를 위해 서로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http://www.bhgoo.com/zbxe/r_column/154851(칼럼12)
그 자리에서 십 여 년 전에 함께 공부했던 문우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중 세 사람은 오래전, 한 사람이 타국으로 떠나기 전에 찍었던 마지막 사진을 기억해 냈습니다. 그로부터 현재, 두 사람은 작가로 등단하게 되었고, 평생 독신을 고집할 것 같던 친구는 제짝을 만나서 결혼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 사람은 그 자리에 모이기 전, 그 사진을 꺼내 보았다는 서로의 말에 놀라며, 다시 한 번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셔터가 눌러지며 피사체로 정지되던 순간, 각자의 지나간 시간이 마치 되감기 필름처럼 지나갔습니다. 습작 초창기에 그 두 사람이 미친 영향은 실로 지대했습니다.
그동안 뜸하게나마 기별이 오가고, 몇 년에 한 번 얼굴을 본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십 여 년 전에 사진을 찍을 때의 각별한 마음과는 다르게 각자의 사는 곳도 달라지고, 하는 일도 달라지며, 자연 소원해졌습니다. 때문에 그때 거기 두고 온 서로에 대한 유별했던 마음이 그리워지기도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호수처럼 고여 있을 수 없는, 어디론가로 나아가는 가변의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세월을 뛰어넘어 그 관계가 소중히 지켜지는 것은 어떤 일을 함께 시작하며 나누었던, 세 사람의 이름과 함께 기억되는 처음의 설레임. 또한 서로에게 유익한 역할이 되리라며, 늦공부를 마다하지 않아 서로에게 받은 영향을 잊을 수 없는 존재로 남은 까닭입니다.
연구소 4기의 수료식이 다가 오고 있는 지금, 연구소 안에서 저는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서로를 위한 배려를 했던 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 그곳에서 지치셨다면, 시작하던 첫 마음의 설레임을 기억해 보십시오.
십 년 후에 저와 친구들이 어떤 모습으로 한 장의 사진을 찍게 될지 모릅니다.
다시 십 년 이란 시간의 출발선에 서게 된 것입니다. 당신이 지쳐 있다면, 지금 당신 앞에 남아 있는 그 시간이 바로 희망이란 말과 동의어라고 생각 하시면 안될까요.
출발선에 다시 선 신랑과 신부, 우리 모두를 축하 합니다.
추신: 우리 변화경영 연구소에서는 서로의 변화를 도울 연구원 5기를 모집 중입니다. 이 편지가 변화를 간절히 꿈꾸는 당신에게 부디 닿아 연구소가 내민 손을 잡을 수 있었으면, 부족한 제가 선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www.bhgoo.com/zbxe/notice/148020 (연구원 모집 공고) 용기를 내어 보세요. 행복한 5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출발선에 서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한 주였으면 좋겠어요.
빨강머리앤의 세 번째 편지 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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