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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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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3일 04시 14분 등록

어젯밤에 꿈을 꾸었습니다. 꿈 속에서 나는 너무 간절한 두 연인의 사랑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잠이 깨고 나서도 꿈이 너무 생생해 잊혀지지가 않았습니다. 마치 나의 일인 냥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루 종일 신열이 조금씩 오르더니 입맛마저 사라졌습니다. 영화의 장면처럼 선명히 내 머리 속을 떠도는 그들의 애틋한 사랑을 여기에 풀어놓지 않으면 나는 왠지 몹쓸 기분에 휩싸일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그런 애틋한 사랑 하나는 가슴 속에 간직하고 싶은 법이 아닐까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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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녀와 약속한 5이 되는 날이다. 나는 그녀를 5년 동안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5년이 흘렀고, 나는 초조하게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녀에게서는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다. 그녀는 영영 나에게 돌아올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인가. 일주일도 안 되는 그녀와의 짧은 사랑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살아온 세월이었다. 5년을 하루도 잊지 않고 불러온 그녀의 이름 , 사랑은 이렇게 가고 기억만 쓸쓸히 남게 되는 것인가. 내가 죽도록 사랑한 그녀는 이제 이렇게 영영 나의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인가.

 

5년 전 겨울, 지중해 바다에 비낀 햇살이 유난히 아름답게 빛나던 날 나는 모나코에서 동양에서 온 자그만 체구의 그녀를 만났다. 그날 저녁 우리는 모나코의 한 유서깊은 언덕의 식당에서 붉은 와인 잔을 기울이며 세상에서 가장 가슴 뛰는 대화를 나누었다. 운명은 그렇게 우연이란 이름으로 오는 것인가. 불꽃 같이 다가온 그녀의 숨결은 송두리째 내 영혼을 잠식해버렸다. 예정된대로 운명의 사고는 났고 나의 머리속은 온통 그녀로만 흘러 넘쳤다. 그녀의 따뜻한 입술과 눈길은 내 마음을 샅샅이 녹여버렸고, 그녀의 몸짓에 실린 깊은 애정과 신뢰는 움츠렸던 나를 깨어나게 했다. 마치 버려진 야생 짐승들처럼 우리는 서로를 보듬고 핥고 어루만졌다. 우리는 서로가 천 년을 기다려온 짝인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버렸다.

 

칸느에서의 일이 끝나고 로마로 날아간 그녀는 정확히 5일 만에 내가 있는 남부 독일로 왔다. 그녀가 슈투트가르트 공항에 내리던 순간의 그 떨림을 나는 아직도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 3일 동안 나는 회사에 나갔고, 나머지 3일은 그녀를 위해 휴가를 냈다. 3일 동안 하루는 나의 애마 아우디를 끌고 검은 숲엘 다녀왔고, 하루는 햇살 좋은 광장을 하염없이 걷다가 오페라 휘가로의 결혼을 보았다. 하루는 그냥 집에만 있었다. 나는 욕조에 그녀를 앉혀놓고 그녀의 긴 머릿카락에 트리트먼트를 발라 오래도록 빗어주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에는 그녀가 살아온 역사가 올올이 담겨 있었다. 나 역시 그랬다. 나는 그 때 힘겨운 삶의 굴곡을 넘어 간신히 평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 굴곡을 다 건너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5년이란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그녀가 떠나던 날 새벽,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향해 달리던 고속도로에는 눈과 비가 함께 내렸다. 내 마음은 그녀를 보내고 싶지 않아 비처럼 통곡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약속해주지 못하는 시간이라는 장벽 앞에서 나는 그녀를 그렇게 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그녀는 그녀의 모국어로 내 전화기에 울먹이며 그녀의 마음을 남겨두었다.

 

사랑해, 내가 너를 다시 만나지 못한다 해도 나는 이미 너의 사람이라는 걸 부디 잊지 말아줘. 너와의 시간이 나를 영원히 견디게 해줄거야

 

5년 동안 나를 다시 만날 기반을 꼭 만들겠다던 그녀는 여지껏 아무런 연락이 없다. 지금껏 나는 그녀의 소식을 기다리며 그 때의 회사, 그 때의 전화, 그 때의 아파트를 떠나지 못했다. 오늘은 그녀와 헤어진 지 5년이 되는 날이다. 이제 두 시간이 지나면 오늘이라는 날도 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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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9.03.03 08:14:57 *.253.249.69
지금부터 24년전 나는 독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처음 배행기에서 내린 곳이 "스투두갈트 공항"이다. 나는 독일 경찰의 배낭 검사를 받았다. 그것도 아주 세밀하게 그러나 그 세밀한 검사가 왠지 싫지 않았다. 검사관이 동양의 한남자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검사보다 나와 이야기가 하고픈 모양이였고 조사가 목적이 아닌 것 같았다. 첫말이 Where you come from? 패스포드에 다 있는데도 말을 걸어 왔다. 그리고는 손을 내어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독일과 오스트리아 여행을 마치고 프랑크프르트 공항에서 다음 여행지로 떠났다. 나는 여행중 잠깐 알게된 민첸(우리는 민헨이라한다)의 아가씨가 蘇隱의 글을 읽으면서 생각이 난다. 그의 또릿한 이목구비가 하얀 얼굴이 그리고 독일여성의 특이한 냉정함이 20년을 지난 지금도 잊어지지 않으니 그것이 짝사랑일까? 허 ㅎ ㅎ
소은! 잘 읽고 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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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9.03.05 03:51:04 *.240.107.140
24년 전에 독일에 가셨군요.
전 그때 대학생이었네요.
아, 독일, 지금은 본사가 거기 있어 제 집 드나들 듯 하지만
그땐 정말 가보고 싶었던 나라였지요.
그 나라 사람들은 아마 우리와는 다른 세계 사람들일 거라 여겼으니까요.
그런데 24년 전에 만난 뮌쉔의 아가씰 아직도 기억하고 계시다니!!!
 
그런 기억들이 요즘 초아샘을 시인으로 만들어주는 건가요.
요즘 부쩍 시인의 스피릿을 풍기며
댓글의 향취를 드높이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마음과 정성을 담으신 댓글을 음미하며 읽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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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년
2009.03.04 10:13:38 *.240.107.140
초아 선생님 24년 전 일이 아직 잊혀지지 않고 기억에 그대로 남아있다면 그거 짝사랑 맞습니다.
아마도 가슴이 많이 설레였을 거예요.

오늘 편지를 읽으니 저에게도 그런 사랑 하나가 떠오릅니다.
집에 일찍 들어가 그녀가 좋아하던 노래(크리스티나 브랑코가 노래한 '오 생이여')를 틀어놓고
와인 한 잔 기울여야겠습니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그건 결코 유쾌한 기억일 수 없으나
우리가 살아가는데 촉촉한 오일 한 방울의 역할은 하지요.

가슴 한 켠에 숨겨둔 슬픔이 없다면 어찌 우리가 '휴먼'(human)일 수 있을까요.
지난 주말에 다운 받아 본 영화 '어톤먼트'의 기억까지..
어째 오늘은 맨 정신으로 일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군요...

어찌했든, 우리 모두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위해 축배를 들고 싶은 그런 아침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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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9.03.05 00:18:28 *.49.201.251
다섯 번째 책의 저자후기를 미리 쓰고 이 글을 읽었다.
저자후기는 나의 20대를 밝혀준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중 한 사람은 이루지 못한 따뜻하고 아픈 사랑이다.
그녀와 함께 한 시간이 내 젊음이었다.
그녀가 내 청춘이었다.

아, 카잘스가 연주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음곡과 함께
차고 붉은 와인 한 잔 마시고 싶다.
꼭 카잘스여야 한다.
그와 함께라면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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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9.03.05 03:39:23 *.240.107.140
이루지 못한 사랑을 아프지만 따뜻하게 기억하는 승완!
그녀가 내 청춘이었다, 이런 고백을 들을 수 있는 그녀라면
내내 행복할 것이다.
함께하지 못해 오히려 오래 함께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달까.
그대의 이루지 못한 사랑과
그것 때문에 조금 더 안으로 깊어진 승완의 성장을 위해
차고 붉은 와인을 높이 들고 건배!!!!

5번째 책 후기를 벌써 써둔다. 좋은 아이디언데?
그런데 그 책은 어떤 책이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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