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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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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17일 03시 51분 등록





선배의 호출을 받고 잡지사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이렇게 급하게 갈 때는 대략 땜빵의 역할입니다. 예정된 취재기자가 갑자기 사라졌다거나 인터뷰이가 감당이 안 돼 저를 지원사격 역할로 부른 것이라 대체로 아주 임박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오래 길 위에 서 있어야 했습니다. 그날따라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았지만 조급증을 내면 뭐하겠느냐는 생각에 평소대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연애시대의 OST를 흥얼거리는데 거짓말처럼 택시가 제 앞에 와서 섰습니다. 더 놀라웠던 것은 반백의 머리를 한 기사님이 뒷좌석의 문을 열어 준 것입니다. 모범택시도 아니고, 호텔이나 기타 등등 특별한 곳이 아닌 도로에서 받아 본 서비스 중 최상의 서비스였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 커다란 배낭을 끙끙대고 내려놓으며 택시 서비스의 질에 대해서 속앓이를 했던 경험이 많았던 저는 손님을 대접해주시는  노기사님께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택시를 타면서 작은 감동을 안겨주며 서비스정신이라는 말을 생각하게 해주신 당신은 누구신가요. 묻고 싶어졌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빠르게 진행된 인터뷰는 후에 진행된 명사의 인터뷰보다 훨씬 흥미로웠습니다.    인터뷰 보기 클릭  http://www.bhgoo.com/zbxe/r_column/190651/page/1


 그 인터뷰는 이 땅의 자식들이 지금 느끼고 있는 힘듦과  아버지 세대가 걸어 온 무게를 자꾸 저울질 하게 했습니다.  그가 태어난 1930년대, 해방 전후와 전쟁통에 극심한 가난을 겪고, 직장을 잡아 살만 해지자 자녀를 박사까지 뒷바라지 하고,  집을 장만해주고, 생활비까지 도와주며 살아온  그. 그의 이야기는 최선을 다해주느라 가벼운 몸피만 남은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의 이야기였습니다.

평생을 말단 공무원으로 지내다 정년퇴임을 하고 68세에 새로운 직업,  택시기사를 하게 된 용기 있는 그의 마지막 말은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일제시대에 태어나 소학교를 다니다 해방을 맞고, 먹을 것이 없는 곤궁함에도 배워야 산다고 해서 간신히 보통학교를 마쳤어요. 그리고 공무원이 되어 사십 오년간이나 근무 했지요. 그러는 동안 나는 이나라에서 모든 경우의 지도자를 다 본 것 같아요. 대통령이 하야하고, 오랫동안 통치하고, 암살당하고, 쿠데타도 있었고, 이번에는 스스로 죽기까지 하는 경우, 요즘엔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맥이 빠졌어요.  나 같은 사람은 그 시대가 하라는대로 하면서 살아 왔고,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 국민들은 부초처럼 강하기도 하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불쌍하기도 해요.  한나라에 태어나 평생 한 번 겪을까 말까한 일을 다 겪어 왔으니. 지금 내 심정이 딱 그러니까. 하지만 그래도 즐겁게 일하려구요. 작은 서비스에도 손님들이 즐거워하고, 나또한 즐거워지니까. 앞으로도 몸이 건강할 때까지 몇 년 더 하려구요. 손녀 과자 값도 주고, 우리 아들 교수 될 때까진 놓지 못하지요. 이일이 유일한 나의 낙이에요.  길에 짐보퉁이 서 있는 노인을 보면 그냥 지나쳐지지도 않고, 그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이지요. 인터뷰를 했으니 택시비좀 깍아 드리고 싶네.”

그와의 인터뷰는 역사의 굴곡, 그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수레를 열심히 끌고 온 유쾌한 택시 기사, 이 땅의 어버이 와의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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