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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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앙~”
네 살 박이 아들 녀석이 갑자기 깨어나서 벼락처럼 울어대는 통에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스프링처럼 튕겨 일어나 침대로 가보니 눈은 여전히 감은 채로 앉아서 통곡을 하고 있습니다. 시계를 보니 2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여기저기 더듬어보니 어디가 아픈 건 아닌 모양입니다. 한참을 다독거리며 말을 걸어보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도통 반응이 없습니다. 계속해서 동네 사람들을 모두 깨울만한 기세로 울어 젖힐 뿐입니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울음을 멈추지 않자 살짝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낮은 목소리로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원하는 게 뭐야?” 그러자 켕켕 기침소리를 내며 뭐라고 말은 하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다시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습니다. 한참을 진이 빠지도록 실랑이를 하던 차에 문득 예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요구르트를 먹고 싶어서 그러냐고 물으니 그제서야 고개를 주억거립니다.
밤에 한번도 깨지 않고 잘 자던 녀석이 돌을 지나면서부터 새벽에 일어나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육아 관련 서적을 뒤적인 끝에 새벽에 보채면 마실 것을 주는 습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따라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귀찮았던 저희 부부는 밤에 깊이 잠을 못 자고 자꾸 깨는 것이 아이의 성장에 해롭다는 핑계를 대며 요구르트를 억지로 끊게 했습니다. 아이는 바뀐 규칙에 금새 적응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부부는 모든 것이 잘 해결되었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모양입니다.
눈물이 범벅인 채로 요구르트를 마시고 잠든 아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미안한 마음이 가득 일었습니다. 그리고는 엉뚱하게 꿈에 대한 생각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현실이라는 이름 아래 단단히 봉인된 우리의 꿈 말입니다. 가끔 스스로에게 “원하는 게 뭐냐”고 묻지만 대답은 입 안에서만 맴돌 뿐, 밖으로 토해지지 못합니다. 경제적인 장애물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로 인해 진짜로 원하는 것을 찾아 깊이 파고들지 못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꿈은 무서운 얼굴로 안된다고 소리치는 부모와도 같은 현실에 깔린 채 나지막하게 신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은 미처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새로 알아가는 시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잠시 잊고 있었던 자신의 과거를 현재로 다시 불러내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외형적인 보상이 행위 자체가 주는 즐거움의 자리를 채워버리기 이전의 자신을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과거의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라고……

요샌 무슨 글을 읽어도 그쪽으로 해석하게 되도, 그 단어들만 눈에, 마음에 들어오네요.
선배, 현실이란 녀석 말이에요.
한동안 저 참 미워했거든요. 이 녀석이 자꾸 절 몱아매는 것도 같고, 짓누르는 것도 같고 말이죠.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이 녀석도 참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찌보면 미워할 수 없는 미운 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요...
그래서 그 녀석으로부터 도망가거나 강제로 떼어 놓는 것이 아니라
살며시 안아줘보려고요.
그러면서 조금씩 제 꿈과 이상 속에 녹여보려고요...
<사람에게서 구하라>에서 "불영과불행"이란 말씀을 배웠어요.
물이 흐르다 구덩이를 만나면, 그 구덩이를 다 채운 뒤 다시 흐른다, 라는 뜻이래요.
높은 이상과 뜨거운 열정. 그리고 우직한 성실함으로 하루하루 살다가
구덩이를 만나, 메꿔야 하면 메꾸고 가는 그런 삶이요.
우리들의 아픈 현실을 가만히 안아줄 때
그 때 비로소 우리는 높은 이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힘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보면 이상과 현실이 우주 안에서 서서히 제 자리를 찾아갈 것 같아요...자연스레 말이죠...
비가 와서 그런지 말이 좀 길었어요.
가족분들 괜찮으신거죠...?
무엇보다 선배 본인도요^^
이번 한주도 몸도 마음도 건강히 잘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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