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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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란 다른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감정에서 유래한다.”
- 헬렌 도이치, 정신의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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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이해가 안 되실 수도 있지만 임신과 출산은 부부폭력의 위험이 증가하는 시간입니다.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아내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가 아이에게 첫째라는 위치를 빼앗긴 것 같은 박탈감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 ‘심리적 첫째’를 동생에게 빼앗겨버린 큰 아이의 서러운 외로움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의 집 첫째도 동생이 태어나고 나서 얼마 동안은 동생을 참 예뻐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더 이상 박탈감을 참을 수 없었던지 꺼이꺼이 울면서 동생을 쓰레기통에 버리자고 하더군요.
어린 시절을 제외하면 우리는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사랑을 하게 되면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는 아동기의 환희를 재경험 하게 됩니다. 심지어는 임신 기간 동안 엄마와 한 몸이었던 유아기적 합일감을 재경험하기도 합니다. 완전한 하나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느낌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상대 또한 완전한 내편도 아니고, 서로 하나가 아닌 남이라는 깊은 실망감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자신이 상대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 우리는 또 다시 외로워집니다. 그 외로움은 어디엔가는 완전한 내 편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대상을 찾아 헤매게 할 수도 있고, 마음의 문을 닫고 가시를 곤두세워 사람들의 접근을 가로막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본질적 외로움이 파괴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이는 고통스럽지만 아이의 사랑에서 벗어나 어른의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관계성장의 발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완전한 내편이 되어주길 바라는 일방적 욕구나 '심리적 첫째'의 위치를 되찾고 싶은 유아적 욕구에서 벗어나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사랑을 주고받는 상호성으로 나아가, 결국 인간이 가진 본질적 외로움을 위무할 수 있는 성숙한 관계로 발전하는 힘을 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가을의 끝자락에 묻습니다. 외로움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고 있습니까?
- 2009. 11. 4.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3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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