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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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러스크(John Lusk)와 카일 해리슨(Kyle Harrison)은 1999년 봄에 와튼 스쿨 MBA를 졸업했습니다. 그 무렵 TOP 10 MBA 졸업생들은 자연스레 금융기관이나 투자회사로 몰려들었습니다. 높은 연봉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이 둘은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해볼 수 있는 무언가를 원했고, 엉뚱하게도 컴퓨터용 마우스를 만드는 회사를 세웠습니다. MBA 졸업생이 창업한 마우스 회사라니, 어쩐지 좀 어색하지요?
이들이 만든 마우스는 평범했습니다. 굳이 독특한 점을 찾자면 마우스의 모양이 골프채의 헤드 부분을 닮았다는 정도였습니다. 경제적으로 보장된 미래를 포기하고 선택한 사업이니 무언가 특별한 구석이 있을 법도 한데, 딱히 눈에 띄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평범한 사업을 평범하지 않게 만들어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들이 사업을 해나가는 과정을 기록한 뉴스레터입니다.
그들은 돈도 없고, 경험도 부족한 초보 사업가에게 벌어진 난관과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해서 ‘마우스 드라이버 인사이더’라는 이름의 뉴스레터로 발행했습니다. 이 뉴스레터는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결국 ‘마우스 드라이버 연대기’라는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골프채 모양을 한 마우스는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그 마우스를 만들기 위한 고군분투를 담은 뉴스레터는 그 실패(?)를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았습니다.
최근 들어 제가 푹 빠진 TV 프로그램이 하나 있습니다.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나는 가수다’인데요. 요즘 본방 사수하며 무아지경에 빠져드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예술가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가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모습은 시간의 흐름조차 잊게 하지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이 프로그램이 유독 빛을 발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무대의 화려한 겉모습뿐 아니라 그 진솔한 뒷모습까지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사람의 가수가 최고의 무대를 위해 땀 흘려 준비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노래를 듣는 것 이상의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한 가수에 대한 선입견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완전히 깨졌음을 고백합니다.
디스커버리 채널은 고기잡이와 트럭운전이라는 직업을 소재로 <데들리스트 캐치(Deadliest Catch)>와 <아이스 로드 트러커(Ice Road Truckers)>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큰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어부와 트럭운전사라는 따분한 직업의 어떤 부분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긴 걸까요? 이유는 분명합니다. 사람들은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고 싶어합니다. 커튼 안쪽을 공개하면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대기업에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왕국을 건설하려던 존과 카일이 지금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살짝 배신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들이 들려준 도전과 모험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선물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요.
세상은 아직 미완성인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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