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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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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1일 09시 40분 등록


“정서적인 반응을 받지 못한 사람의 심장은 멈추고 만다.”

 

- 작가, 펄 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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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사람들의 축복 속에 세상에 태어납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탄생이란 트라우마일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처럼 가장 편안한 엄마의 뱃속에서 갑작스럽게 험한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단절이자 박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출생은 죽음의 위협을 느낄만큼 고강도의 트라우마이며 뇌에 각인된 가장 근원적인 불안으로 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인생은 단절감이라는 트라우마를 수없이 반복하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안정적인 애착대상을 찾아가는 거듭된 여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단절이란 죽음보다 더 무서운 고통입니다. 자살자의 마음을 보면 고통스러워서라기보다 고통 속에 혼자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죽음을 선택합니다. 암환자의 자살율은 일반인의 자살율에 비해 2배가량 많지만, AIDS환자는 무려 10배에 달하는 것은 단절에 따른 고통과 두려움 때문입니다. 죽음이 단절을 의미하는 사람에게 죽음은 두려움일 뿐이지만, 바라는 세상이나 누군가와 연결을 의미하는 사람에게 죽음은 편안함일 수 있습니다. 단절이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란 사실은 역으로 인간에게 연결과 애착의 욕구가 얼마나 강한 것인지를 말해줍니다. 사실 아이들의 문제행동을 보면 이 역시 사랑받고 존중받지 못한다는 단절감에서 비롯됩니다. 아이들의 반항은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처럼 부모를 무시하거나 파괴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부모와 깊이 연결되고 싶은 욕구가 좌절된 데 따른 실망과 분노의 표현이기에 정서적으로 다시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다면 문제는 사라지게 됩니다. 

 

비단 아이들만의 이야기일까요? 어른들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단절감이라는 출생외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아무리 독립적으로 보이는 어른이라 하더라도 그 기저에는 누군가와 깊이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가장 근원적인 욕구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른들 역시 단절감에 빠지면 아이들처럼 침묵하고, 토라지고, 상대를 비난하고 공격합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자신의 바탕욕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저 권력투쟁에만 몰두하거나 겉도는 대화나 절충을 시도할 따름입니다. 결국 정서적으로 점점 멀어지게 되고 단절감은 깊어만 갈 뿐입니다.

 

건강한 독립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타인의 보살핌이나 정서적 지지의 필요성조차 못 느끼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연결과 단절에 따른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이를 연결의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관계의 끈을 더욱 촘촘하게 엮어가는 사람일까요?
  
 



 

- 2011. 6. 1.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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