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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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古典, classic)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을 말합니다. 이것은 사전적 정의입니다. 이런 정의보다 ‘읽어야 한다는 말은 많지만 정작 끝까지 읽은 사람은 별로 없는 책’이 고전이라는 말이 더 와 닿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순적인 두 정의는 고전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고전이란 무엇이고, 우리가 고전을 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전(古典)’의 뜻을 한자로 풀면 ‘오래전부터 소중하게 여겨온 서적(典)’입니다. 여기서 ‘전(典)’자는 묶은 죽간을 다리가 달린 탁자 위에 올려놓은 모양을 그린 상형문자입니다. 책상 위에 올려 둔다는 것은 ‘읽지 않고 쌓아 두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히 여기고 늘 열심히 읽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고전’을 뜻하는 영어인 ‘클래식(classic)’은 라틴어 ‘클라시쿠스(classicus)’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클라시쿠스라는 단어는 ‘함대(艦隊)’를 의미하는 ‘클라시스(classis)’라는 명사에서 파생된 형용사입니다. 고대 로마시대에 ‘클라시스’는 ‘군함의 집합체’라는 의미였고, ‘클라시쿠스’는 로마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나라를 위해 함대를 기부할 수 있는 부호를 지칭하는 말로, 즉 ‘국가에 도움을 주는 사람’을 가리켰습니다. 이런 의미를 국가적 위기가 아닌 인간의 심리와 삶의 차원에 대입해보면, ‘고전’의 참뜻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가나 조직뿐만 아니라 인간도 여러 가지 이유로 다양한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인생의 위기에 당면했을 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인 힘을 주는 책이나 작품이 바로 ‘클래식’입니다. ‘클래식’이라는 단어는 중세의 비교적 이른 시대, 즉 교부시대부터 인간의 심리적 위기에 진정한 정신적 힘을 부여해주는 책을 뜻하는 것으로 사용되었고, 더 나아가 책뿐만 아니라 회화와 음악, 조각과 연극 등 마음에 위대한 힘을 주는 예술을 일반적으로 ‘클래식’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고전에 대한 이러한 내용은 이마미치 도모노부가 <단테 ‘신곡’ 강의>에서 고전에 대해 설명한 부분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책의 서두에서 단테와 <신곡>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지금으로부터 육백 수십 년도 이전의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라는 시인을 연구하는 의미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저자는 단테의 <신곡>을 공부하는 첫 번째 의미로 ‘클래식을 공부한다’, ‘클래식에서 배운다’를 꼽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위에서 정리한 ‘고전’의 의미를 설명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신곡>은 오래된 작품임에 분명하나, 이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틀림없이 개개인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 있는 것들을 길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고전이다. 고전을 믿고 그로부터 우리 개개인이 살아가는 데 중대한 의미를 이끌어 내고 쌓아 가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고전 독서의 필요성은 고전의 의미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연결은 <단테 신곡 강의>의 역자인 이영미의 아래와 같은 말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불안정할 때에는 손에 고전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고난이 잠시 비켜갔을 때, 가끔 다가오는 행복한 시기에 고전을 읽어둠으로써 고난을 이겨낼 힘을 간직할 수는 있다. 고전은 고난의 삶을 살아갔던 저자들이 자신들의 고난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관조한 기록이며, 동시에 그 고난을 넘어선 인간의 보편적 파토스를 보여주는 저작들이다. 우리는 고전을 읽음으로써 이러한 보편적 파토스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마미치 도모노부 저, 이영미 역, 단테 신곡 강의, 안티쿠스, 2008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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