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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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이 지났습니다. 이
숲에도 몇 차례 서리가 내렸습니다. 자연스레 대부분의 풀들이 속절없이 스러지고 있습니다. 나뭇잎들 역시 본래 제 빛깔로 물들어 탈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름철에
충분히 키를 키운 어떤 나무들은 이미 나목이 되어 첫눈을 맞을 준비도 끝내 놓았습니다. 이 즈음은 자연스레
숲 언저리에 핀 꽃향유나 까실쑥부쟁이, 개쑥부쟁이, 산국처럼
오직 늦된 녀석들의 꽃만이 찬란하여 사람과 날벌레들의 발길과 눈길을 사로잡는 시절입니다.
숲의 어떠한 생명도 겨울의 출입문인 입동을 앞두고 내리는
이 즈음의 서리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것을 느낍니다. 뱀도
동면의 준비를 미리 끝내어 어디론가 찾아들었고, 겨울을 견딜 양식을 이미 구해놓은 꿀벌들도 더는 바깥
출입을 하지 않습니다. 한 해를 살며 싹 틔우고 자라고 이 즈음을 겨냥해 꽃피웠던 수많은 들풀들도 이미
씨앗을 퍼트렸거나 퍼트릴 준비를 끝낸 시점이 이 즈음입니다.
냉이나 지칭개처럼 두 해를 사는 녀석들은 이미 싹을 틔워놓은
채로 겨울을 견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한편 쑥처럼 한 해를 살고 스러졌다가 다시 그 자리에서 다시
삶을 시작하며 여러 해를 사는 풀들 역시 어느새 새순을 돋우어 차디찬 겨울을 견뎌낼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렇게
두 해나 여러 해를 사는 풀들을 볼 때 마다 나는 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저들이 하필 겨울을 앞두고
싹을 틔워 혹한을 견디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라리 보다 안전하게 온화한 봄날에 싹을 틔워 자라고 꽃피우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히려 씨앗의 상태로 겨울을 건너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것을 저들은
모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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