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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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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2일 15시 58분 등록

한아름은 열일곱 살의 '남자아이'입니다. 김애란의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의 주인공이지요. '남학생'이라고 소개하지 못한 것은 아름이는 희귀한 질병으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조로증을 앓고 있어, 십대의 나이지만 팔십 세의 몸을 가졌거든요. 아름이는 <이웃에게 희망을>이라는 TV 프로그램에 나가게 되어 방송작가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든 대화였습니다.

 

"또래 아이들이 가장 부러울 때는 언제야?" 

"많죠. 정말 많은데... 음, 가장 최근에는 티브이에서 무슨 가요 프로그램을 봤을 때예요."

"가요 프로그램이면 아이돌 말이니?"

"아니요. 비슷한 건데, 가수가 될 사람을 뽑는 경연대회 같은 거 였어요."

"그래?"

"네, 근데 그 오디션에 제 또래 애들이 오십만명 넘게 응시했대요. 뭔가 되고 싶어하는 애들이 그렇게 많다는데 좀 놀랐어요."

"부러웠구나. 꿈을 이룬 아이들이."

"아니요. 그 반대예요."

"반대라니?"

"제 눈에 자꾸 걸렸던 건 거기서 떨어진 친구들이었어요. 결과를 알고 시험장 문을 열고 나오는데, 대부분 울음을 터뜨리며 부모 품에 안기더라구요. 진짜 어린애들처럼, 세상의 상처를 다 받은 것 같은 얼굴로요. 근데 그 순간 그애들이 무지무지 부러운 거예요. 그애들의 실패가."

"왜 그런 생각을 했니?"

"그 애들, 앞으로도 그러고 살겠죠? 거절당하고, 실망하고, 수치를 느끼고. 그러면서 또 이것저것을 해 보고."

"아마 그렇겠지?"

" 그 느낌이 정말 궁금했어요. 어, 그러니까... 저는... 뭔가 실패할 기회조차 없었거든요."

"......."

"실패해보고 싶었어요. 실망하고, 그러고, 나도 그렇게 크게 울어보고 싶었어요."

 

아름이의 말 자체가 제게 중요한 메시지였습니다. 제가 무슨 말들을 덧붙이면 사족이 될까 저어되니, 열일곱 아이의 가슴저린 말을 읽고 떠오른 생각들을 적는 것으로 맺으렵니다. 

 

'거절당할까 봐, 결과에 실망할까 봐 혹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도전을 꺼리며 살았던 날들이 부끄럽구나! 뱃살을 빼려고 노력하는 일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아닐까? 이리 살다가는 내 인생의 도전 경험은 십대와 이십대에서 그치겠구만.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더욱 준비하느라, 아름이가 그토록 바라던 실패와 울음의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린 건 아닐까? 사람은 도전과 실패라는 단어를 멀리하면서 늙어가는 건 아닐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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