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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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표를 왜 안에서 보이게 놓아 두셨어요?”
“어차피 떡을 살 사람들은 들어와서 보고, 사더라고요. 또 동네 사람들이 가격을 대충은 알기도 하고요”
화곡동에 있는 전통 떡집에 컨설팅을 나가서 나눈 대화입니다. 동네로 들어가는 어귀에 매장이 있어서 동네 주민들의 발걸음이 잦아 입지가 나쁘지는 않습니다. 또한 떡집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그의 사부는 지금도 서울에서 대를 이어 떡을 만드는 알아주는 떡 장인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동네 떡집이라 하기에는 떡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떡 맛의 특징 중 하나는 뒷맛이 중요합니다. 먹었을 때 떡 고유의 향은 남고 입안에 맛은 텁텁함 없이 개운해지는 떡이 맛있는 떡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의 재료를 써야 하고 현대의 기술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떡 기술자를 만난 듯해서 순간 사장님에게 마음이 갔습니다.
한편 떡 맛은 좋은데 비해 소매를 위한 판매대 관리는 허술했습니다. VMD (Visual Merchandiser 상품의 시각적 연출, 필자 주)를 하는 저로서는 훑어만 보아도 이것저것 말하고 싶은 것들이 눈에 가득입니다. 그러나 장사를 오래한 사장이나 기술자의 특징 중 하나는 타인의 이야기가 잘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보니 가격표를 길에서 보이도록 돌려놓자는 말에도 사장님은 신통치 않게 듣습니다.
“어차피 살 사람은 들어와서 보면 되지 않겠나, 또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미 동네에서 우리집 떡 맛있는 것도 알고 가격도 먹어본 사람들은 그 정도면 괜찮다고 한다, 게다가 다른 떡보다 가격이 다소 비싼데 그게 밖에서도 보이면 아직 와보지 못한 주민들은 가격만 보고 아예 접근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상품에 가격은 단지 거래를 위해서만 있지는 않습니다. 가격이 갖는 의미 중 하나는 상품에 가치를 얹는 역할을 합니다. 상품적 가치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브랜드와 가격이 있습니다. 어떤 물건에 가격이 정해지기 전까지 그것은 그저 물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울리는 브랜드를 정하고 적정한 가격을 정하는 순간 그것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갖게 됩니다. 마치 이름을 불러줄 때 그가 꽃이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므로 물건을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품적 가치를 입혀야 합니다. 컨설팅을 하는 제 시각에 제조업자가 생산한 것은 물건이지 상품은 아닙니다. 물건을 상품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판매자가 해야 합니다. 판매자는 다양한 상품 연출을 통해서 2% 부족한 것들을 채워주어야 합니다.
상가를 지나다보면 대부분의 소점포 매장은(영세 상가일수록 더욱) 상품이 아닌 물건을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같은 물건도 어떻게 진열하고 가치를 입히느냐에 따라 상품의 위상은 달라집니다.
마케팅은 행인의 시선을 멈추게 하고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데서 시작됩니다. 걸음이 느려지는 것은 이미 마음속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때 가격이 등을 돌리고 있다면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주민에게는 강 건너의 가격표가 막연한 거리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가격이 시세보다 높은 것이 문제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세요. 하루에 한 품목씩 시중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즉 ‘아이템별 특가 제도’를 시행해 보거나, ‘소량 소액 상품’을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1팩에 3~4천원을 주고 한 가지만 맛보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1천원 단위의 소량으로 3가지 정도를 담아 3~4천원을 받는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가격은 거래의 의미만 있지 않습니다.
P.S 컨설팅 이후가 궁금하시죠? 요즘 그 떡집은 매출이 2배 이상 올랐다고 합니다.
이철민 올림(galleryl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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