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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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스민 문학] 오독(誤讀)할 자유
지난 주, 마음편지에서 언급한, “아티스트웨이 창조성센터”의 이전과 관련하여 한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지난번 마음편지에 이렇게 썼습니다.
아티스트웨이 창조성센터가 오픈할 때가 기억납니다. 한참 회사정리로 정신없을 때였는데, 그때 회사 근처에서 변경연 식구 얼굴을 볼 수만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제가 잘 쓰지 않는 프린터와 키다리 스탠드 조명도 개장(?)기념으로 들여놓았죠.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근처에 말을 나눌 수 있는 분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커다란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폐업(?)이라니요..!
이 소식을 들으신 몇몇 식구들께서 많이들 아쉬워하시면서, ‘사무실만 정리하시는 줄 알았는데, '폐업’이라며 너무 안타까움을 직, 간접적으로 전달하셨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폐업’이라는 단어를 언급했지만, 실제 폐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무슨말씀이냐고요? ‘폐업’이 아니고 ‘이전’입니다.
로이스님의 말에 의하면, 사무실 이전의 이유는 ‘마음이 알려주는 대로, 더 따뜻하게 사업하려기 때문’이었습니다. 집 공간이 너무 좋아서 더 좋은 장소로 사무실만 옮기는 것이랍니다. 그런데, 저는 다시 이 곳에 머물지 못한다보니, 여러분께 상황을 말씀드리는 과정에서 웃음 반, 아쉬움 반의 감정에 ‘폐업’이라는 말씀으로 띄웠습니다. 마음이 불편하게 만들 의도는 아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아- 서운하셨겠다, 싶었습니다. 앞으로 글을 쓸 때 더 신중하게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동시에, 오독에 빠지지 않도록 제대로 읽어내는 것도 또한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쓴이에게 자신의 글을 정확한 언어로 명료하게 표현할 의무가 있다면 독자에게는 쓰인 글을 정확히 읽고 비판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독자들이 문맥을 왜곡하고 쓰인 문장을 오해합니다. 그리고 이런 오해 위에서 글쓴이를 비난하거나 아니면 잘했다 칭찬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소통이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독서란 언어를 통해 독자가 다른 세계와 소통하고 필자와 독자가 소통하면서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는 것일진대, 이것이 실패한 것입니다. 독서를 ‘글’이라는 사회적 매개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적 행위로 생각한다면, 그 실패에는 글쓴이는 물론, 독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에게도 오독하지 않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자의 권위에 짓눌리지 않는 자유로운 해석은 지지하지만, 적극적인 독해와 무관한 오독은 마땅히 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해프닝 덕분에 여러분들의 관심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아- 이런 사연으로 번개모임을 하신 거군요’ 랄지, ‘미리 이야기를 해줬으면 좀 더 좋았을텐데’ 랄지, ‘아, 정말 이사 가시기 전에 한 번 더 모여요.’와 같은 따뜻한 문자로 많은 응원을 해주셨답니다.
어쨌거나 이제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노마드와 같이 살 수 있는 시대의 중심에 있습니다. 특별한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비즈니스도, 사회생활도 할 수 있기에 그리 외롭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낯설지 않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글쓴이와 독자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제대로 쓰고, 제대로 읽는 ‘소통’의 힘일 것 같습니다. 자- 소통을 어떻게 할 지, 그 첫번째 단계는 오늘 마음편지처럼 잘못된 것을 인지하고, 밝히고, 그리고 용서를 빌며, 실수를 '명확히' 하는 것 아닐런지요.
정재엽 드림 (j.ch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