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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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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2일 09시 39분 등록

칼 구스타프 융의 자서전 <기억, , 사상을 읽고>

낯선 내가 이끄는 삶

정신과 의사 출신으로 분석심리학이란 학문 체계를 구축한 칼 구스타프 융의 자서전인 <기억, 꿈 사상>을 읽어보면 융 스스로가 인생을 살면서 2번의 거대한 골드문트적 흐름에 자신을 내어 맡긴 것을 알게 됩니다. 첫 번째는 (그 당시만 해도 비주류 학과였던) 정신과로 전공을 정할 때로서 융은 그 때 당시를 다음처럼 회고합니다.

 

“… 그 무렵 의학계에서는 정신의학이 아주 무시되고 있었다는 점을 밝혀두어야겠다. 정신의학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며, 인간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병적인 이상 현상도 함께 고찰하려는 심리학이 없었다. … 그쪽으로는 아무도 눈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 …. 그 때 갑자기 가슴이 격렬하게 두근거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심호흡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는 몹시 흥분한 상태였다. 왜냐하면 나에게 정신의학 외에는 다른 목표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전격적으로 계시처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정신의학에서만,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두 흐름이 합류하여 그 합해진 물의 힘으로 스스로 물길을 내어 흘러갈 수 있을 것이었다. 여기에 내가 사방으로 찾아 헤매었으나 발견하지 못했던, 생물학적 사실과 정신적 사실에 관한 공동 경험의 장이 있었다. 정신의학은 자연과 정신의 충돌이 실제 사건이 되는 결정적인 분야인 셈이었다.”

 

지금은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이 대중화를 넘어 인기학과 중 하나이지만, 융이 의학 공부를 하던 시절에는 유럽에서조차 정신의학은 의학계에서 철저히 비주류에 속했습니다. 그런 만큼 심리학이란 학문은 아직 제대로 학문 체계가 성립되지도 못한 상태로 몇몇 정신과 의사들에 의해 별도의 학문 체계로 막 태동하려던 순간입니다. 그러므로 장래를 촉망 받던 젊은 의사였던 칼 융이 정신과를 선택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보장된 미래를 버리고 미지의 세계를 헤쳐나가야 하는 고생길로 접어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융은 자기 안에서 터져 나오는 강렬한 끌림을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 길만이 의사란, 단순히 몸만 치료하는 자가 아닌 마음 혹은 영혼을 함께 다룰 때만이 진정한 치유가 이뤄질 수 있다는 평상시 자기 믿음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란 생각에 도저히 일반의의 길을 갈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세상의 기대와는 달리 보장된 나르치스의 길을 버리고 자기 본능에 이끌려 정신과 의사라는 골드문트적 낯선 길에 들어선 융 박사는 32세가 되던 해, 51살이 된 프로이트를 만나며 정신세계의 우주 개척과도 맞먹는 무의식 세계로 끌려들어갑니다. (저희 동양인들에게야 무의식 세계가 신비주의 성향으로 그리 낯설지 않지만) 근대사회를 철저히 과학적 증거로 이끌고 온 유럽은 20세기에 들어서 프로이트 박사에 의해 처음으로 인간의 정신 세계는 의식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 무의식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그야말로 발칵 뒤집힙니다. 다른 정신과 의사들처럼 프로이트의 발표 이전부터 그 자신 역시 무의식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던 융 역시 프로이트의 발표로 엄청 고무됩니다. 그리하여 결국 융은 프로이트를 만나게 되고 일명 프로이트의 황태자 혹은 후계자로 지목될 정도로 커다란 학문적 성취를 이룹니다. 그러나 어쩌면 처음부터 두 사람의 결별은 예견된 수순이었으니 융은 무의식 세계가 전적으로 억눌린 성욕에 의해 지배된다는 프로이트의 주장에 처음부터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그 당시의 내 경험으로는 그 어떤 사람도 프로이트에 견줄 수 없었다. … 프로이트가 자신의 성 이론에 대해 말한 내용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럼에도 그의 말들은 나의 의구심과 의혹을 씻어주지 못했다. 내가 그러한 점들을 여러 번 표명했지만, 그럴 적마다 그는 나의 경험 부족을 내세웠다. 프로이트의 지적이 옳긴 했다. 그 무렵 나는 나의 반론을 뒷받침할 만큼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한 상태였다.”

 

결국 융은 무의식 세계는 단순히 억눌린 성욕에 의해서만 지배 받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깊고 다양한 세계라는 확신이 들며 정신과 의사가 되기로 결정한 이후 두 번째로 강렬한 골드문트적 끌림을 경험합니다. 그리하여 이와 같은 사실을 (아직 학문적으로 완전한 증거를 내세울 수 없었음에도) <리비도의 변용과 상징>이라는 책을 통해 발표하기로 결심하게 되는데, 이 결심이 뜻하는 바는 곧 프로이트와의 결별이었습니다.

 

프로이트와 결별하게 된 후 나의 모든 친구나 친지들은 나를 떠나갔다. 사람들은 나의 책을 쓰레기라고 내놓고 말했다. 나는 신비주의자로 간주되었고, 이것으로 사태는 끝장을 보게 되었다. … 그러나 나는 고독해질 것을 예견하고 있었다. … 나는 여기에 모든 것이 걸려 있다는 것과 나의 확신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 프로이트와 결별한 후 얼마 동안 나는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그것은 방향상실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는 설자리를 찾지 못하고 완전히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이었다.”

 

헤세는 물론이고 헤세를 현대인들이 이해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이끌어준 분석 심리학의 대가인 융조차도 한때는 보장된 나르치스적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자신 안의 낯선 가능성을 따라 골드문트적 길을 걸었다는 사실은 제겐 큰 충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21세기적 관점에서 본 분석심리학의 대가인 칼 융은 마치 현대 인기학과 중 하나인 심리학, 그 중에서도 의식과 무의식 세계를 연결하고 통합한 가장 독특하고 깊이 있는 분석심리학이란 거대 학문 체계를 완성학 대가로서 마치 꽃 길만 걸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으로 융을 공부하며 비로소 문학계의 거장인 헤세조차 그로부터 한 수 배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문득 진실로 타인과 달라지기 위해서는 과감히 자신이 익숙한 분야를 탈피해 낯선 분야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서 연결하라던 핸디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참으로 제 안에 억눌린 가능성, 낯선 나를 만나야 할 순간이었습니다.

 

저희들은 흔히 대가라고 하면 처음부터 대가였던, 그래서 나와는 뭔가 다른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건 저희가 그 분들이 정점에 선 모습만을 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자서전이나 평전을 읽다 보면, 처음부터 대가나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금방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가들 역시 인생의 갈림길에선 저희와 똑 같은 두려움을 갖고 치열히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성공한 헤세, 정점에 선 융이 아닌, 출발점에서 그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결단을 내렸는지. 거기에 집중해서 저희 또한 용기와 힘을 얻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헤세와 융의 지혜를 빌려 저는 어찌 제 안을 파고들어갔는지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번 한 주도 편한 주말 보내시고, 다음 주도 아자 홧팅입니다!

 

수희향 올림

카페: 1인회사 연구소 www.Personalculture.co.kr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공지] 2019년 구본형 사부님 6주기 추모미사 & 추모제

삼월산수유 가지마다 꽃망울이 달리고, 목련도 겨울을 보냈던 털옷를 벗어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오고사월이 되면 봄의 한가운데를 지나게 되겠지요. 벚꽃과 함께 떠오르는 얼굴삶의 봄처럼 다가와 주셨던 그 분. 구본형 사부님의 6주기 추모미사와 추모제가 열립니다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그리움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참석 가능하신 분들은 미리 댓글 남겨주시면 준비에 큰 도움이 됩니다:

http://www.bhgoo.com/2011/853712

 

2. [출간소식『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 연지원 .

변화경영연구소 3기 연지원 연구원의 신간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가 출간되었습니다이 책은 단편적 지식의 나열이나 지적 허영이 아닌 자유롭고 지혜로운 삶을 지향하는 이들이 본질적으로 추구해야 할 핵심 개념으로 ‘교양’과 ‘교양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교양이라는 파랑새를 발견하는 행복한 여행을 위한 보물지도이자 안내서로 지혜를 사랑하고 현명한 삶을 살고자 하는 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고 하니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3853

 

3. [팟캐스트]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이번 팟캐스트 책은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입니다. 5기 류춘희 연구원이 함께 했습니다. “어린 시절 몸에 각인된 자연을 다시 감각하기 위해 시를 읽는다”, “시는 관념이 아니라 행동이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남습니다. 평상시 시詩를 열렬히 사랑하는, 시詩를 읽는 시인詩人 류춘희 연구원의 시詩 이야기, 방송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2876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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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6 08:34:29 *.111.28.72

수희향 선배님의 글을 읽고 있으니, 저도 나르치스적 삶에서 골드문트적 삶으로의 전환이 언젠가는 일어날것 같습니다. 물론 그냥 가만히 있어서 되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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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7 10:41:10 *.227.93.156

꼭 그리되실거라 응원합니다^^

하모요.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되지만, 굿민님 이미 시작하신거 아닐까요..?

이렇게 타인의 글을 보고 거기에 자신을 비추어보고, 그러면서 자신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또 그러면서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 그것이 저를 포함한 대개 사람들의 출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입문>하신거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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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6 23:03:31 *.144.5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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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7 10:42:00 *.227.93.156

저도 이 영화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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