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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5일 22시 18분 등록


지난 한 주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번주는 지난 주에 이어 와인이 신의 선물로 사용될 때 벌어지는 즐거운 일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술은 알맞게 마시면 사람들에게 생기를 준다. 술 없는 인생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술은 처음부터 흥을 위해 창조되었다. 제때에 술을 절제 있게 마시는 사람은 마음이 즐거워지고 기분이 유쾌해진다. 술을 지나치게 마신 자는 기분이 상하고 흥분하여 남들과 싸우게 된다. 만취는 미련한 자의 화를 돋우어 넘어뜨리고 기운을 떨어뜨려 그에게 상처를 입힌다. 술자리에서 남을 꾸짖지 말고 흥에 젖은 그를 무시하지 마라. 그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지 말고 이것저것 요구하여 그를 괴롭히지 마라.

<집회서> 3125~31

 

수천년 전 이스라엘인들에게도 적절한 음주는 흥을 돋우고 인생이 즐거워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나 봅니다. 이렇게 적당히 기분이 좋아지고 흥이 오르는 상태를 신과 가까워진다고 표현했는데요. 그러고 보면 과음을 경계했던 건 너무 흥이 올라 신만이 즐길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너는 기뻐하며 빵을 먹고 기분 좋게 술을 마셔라. 하느님께서는 이미 네가 하는 일을 좋아하신다.

<코헬렛> 97

 

맛있는 것을 먹고 마시며 즐기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이유이자 목표이기도 하지요. 인간이 삶을 즐기는 것을, 인간을 창조한 신이 싫어하고 막을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첫번째 기적, 와인으로 변한 물

와인을 마시는 것이 좋은가 나쁜가의 논란은 예수 시대에도 이어집니다. 예수보다 먼저 활동을 했던 세례자 요한은 스스로 금주를 했지만 예수는 와인을 즐겨 마셨습니다. 포도주 마시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별명까지 얻고 비난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세례자 요한은 반대의 이유로 비난했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와서 빵을 먹지도 않고 포도주를 마시지도 않자,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하고 너희는 말한다. 그런데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고 마시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하고 너희는 말한다.

<루카복음> 733~34

 

이렇게 보면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좋다, 나쁘다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예수를 비난한 사람은 그가 와인을 마셨던 안 마셨던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비난하려 했을 겁니다. 그가 자신들의 전통적인 엄격한 기준에서 벗어나 일반 백성들을 위한 행보를 펼쳤기 때문이지요. 예수가 와인을 즐겨 마신 것도 단지 음주를 좋아했기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와인은 이스라엘에서 널리 애용되던 음료이기도 했지만, 그의 음주는 신앙이 백성과 함께, 백성의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흘째 되는 날, 갈릴래아 카나에서 혼인 잔치가 있었는데, 예수님의 어머니도 거기에 계셨다. 예수님도 제자들과 함께 그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으셨다.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 하였다. 예수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분의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말하였다.

거기에는 유다인들의 정결례에 쓰는 돌로 된 물독 여섯 개가 놓여 있었는데, 모두 두세 동이들이였다. 예수님께서 일꾼들에게 물독에 물을 채워라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이 물독마다 가득 채우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다시, “이제는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 하셨다.

<요한복음 21~11>

 

이스라엘 사람들은 포도주를 일상적으로 마시며, 상당히 좋아했습니다. 그들은 성전 제사를 비롯한 의례에 포도주를 사용했고 잔칫날은 물론 평상시에도 포도주를 즐겨 마셨습니다. 와인은 기쁨, 축하 및 잔치의 이미지를 나타냅니다. 때로 하느님의 풍성한 축복을 표현하기도 하지요. 첫번째 기적이 물을 와인으로 바꾼 건 혼인잔치를 축복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즉 자신이 인간을 심판하고 단죄하러 온 것이 아니라 구원하고 축복을 내리기 위해서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와인과 관련된 다양한 상징과 비유가 있지만, 가장 큰 상징은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최후의 만찬일 겁니다.

 

그리고 잔을 받아 감사를 드리시고 나서 이르셨다. “이것을 받아 마셔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제부터 하느님의 나라가 올 때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마시지 않겠다.”

<중략>

만찬을 드신 뒤에 같은 방식으로 잔들 들어 말씀하셨다.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루카복음 2217~20>

last supper.png

 The Last Supper 출처: https://www.isango.com/theguidebook/leonardo-da-vincis-the-last-supper/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빵과 와인을 먹으면서 자신을 기념하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을 잘 지킨 신자들은 매일 미사에서 빵을 먹고 와인을 마셨습니다. 와인은 미사에 꼭 필요한 물품이 되었지요. 기독교가 유럽으로 전파되며 이 의식도 함께 전해집니다. 유럽의 수도원들이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지금도 독일이나 프랑스의 와이너리는 수도원에서 재배되던 것들을 이어받아 생산하고 있습니다. 와인이 신세계로 급격히 확산되었던 것도 역시 미사주로 사용하기 위해 와인을 만든 수도사들에 의해서 였습니다.

 

마주 앉아 즐기는 와인, 마주앙(Majuang)

우리나라에서도 가톨릭은 매 미사시간마다 이 예식을 재현합니다. 당연히 미사주로 쓰일 와인이 필요하겠지요. 우리나라의 미사주 와인은 국내 와인 양조업체가 만든 와인인데요, 바로 경상북도 경산시에 있는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 마주앙(Majuang)입니다. 얼핏 불어 같기도 하고, 이탈리아어 같기도 한 이 단어는 마주앉아 즐긴다라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이 와인이 탄생한 1977년만 해도 국세청에서 술이름에 외래어 표기를 금지했기 때문에, 우리말을 사용하면서도 이국적으로 들리게 이름을 지었다고 하지요. 올해로 마흔 두 살이 된 이 와인은 교황청의 승인을 받아 미사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사주로 쓰이는 와인은 포도 이외에 다른 첨가물이 없이 자연 발효된 포도주로 가톨릭 예식인 축복식을 거쳐야 합니다. 경산에서는 포도를 수확하는 매년 8월에 지역농민과 천주교 신자 등이 모여서 마주앙 미사주 포도 축복식을 거행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미사주는 교황청의 규정에 맞게 특별히 생산된 와인으로 일반인에게 판매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마주앙은 미사주 외에도 11 종류의 와인을 만들어 일반인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국산 포도로 만든 것은 아니고 마주앙 모젤 화이트 와인은 독일에서, 레드 와인은 미국이나 칠레에서 원액을 수입해서 제조하고 있습니다.

마주앙 와인은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1985년 독일 가이젠하임 대학에서 열린 와인 학술 세미나에서는 마주앙이 동양의 신비라며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든 와인은 어떤 맛일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신의 피를 대신해 마시라 했던 와인이 악마의 유혹이 되어 인간성을 파괴하는 현실을 보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기독교의 일부 종파에서 음주를 금지하는 것도 한편 이해가 됩니다. 와인을 신의 선물로 믿고 즐기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사탄의 유혹이라 여기고 멀리해야 할까요?

가톨릭 신자이자 와인을 즐기는 저는 크리소스토무스*와인을 위한 시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와인이 없다면?
바보, 미치광이!
취하니까 와인이 없어야 한다면
또한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도둑이 있어 밤이 없어야 하고
염탐꾼이 있어 낮이 없어야 한단 말인가.

 

 

* 비잔틴시대의 산 후안 크리소스토무스(Joannes Chrisostomus 347-407)는 ‘황금의 입’으로 유명하였다. 콘스탄티노플 교회의 시조인 그는 와인을 위한 시를 남겼다.

 

* 참고 문헌

Alcohol in the Bible/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Alcohol_in_the_Bible

가톨릭 뉴스, 지금 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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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202.18.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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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7 11:18:34 *.212.217.154

우리나라 마주앙에 그런 이야기가있었다는것은 몰랐던 사실입니다^^

흥미로운 와인의 세계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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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9 22:14:05 *.180.157.29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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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5 08:40:17 *.102.129.201

와인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고향 근처 경산 마주앙에 그렇게 깊은 뜻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반성중..ㅎㅎ

예전에 마주앙 와인은 저렴하다고만 생각하였는데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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