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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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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9일 09시 32분 등록

‘평생직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질 만큼 사회구조가 변화무쌍해진 요즘, 일단 되면 죽을 때까지 현역에서 뛸 수 있는 평~~~생 직업이 남아 있습니다. 혹하시나요? 그렇습니다. 정답은 바로 ‘엄마’(‘아빠’들의 간곡한 청원에 의해 ‘엄마’라고 쓰고 ‘부모’라고 읽도록 하겠습니다. ^^)  

 

엄마가 무슨 직업이냐고요? 저도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그랬으니 풀타임 직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간 크게 아무 대책도 없이 아이를 낳을 엄두를 낸 거겠지요? 출산준비물 세트를 완비하는 걸로 아이를 맞을 준비가 다 끝나는 줄만 알았으니 제 무지의 레벨은 더 이상 말이 필요없을 듯 하죠?  

 

세계적인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저서 <성과를 향한 도전>에서 목표를 달성하는 최고경영자는 「불가능한 직무」, 즉 그저 정상적인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닌 직무가 등장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 직무는 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인간에게는 보기 드문 다양한 기질들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인간은 노력에 의해 매우 다양한 종류의 지식과 고도의 갖가지 기술들을 획득할 수 있지만, 누구도 자신의 기질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갖가지 특수한 기질들을 요구하는 직무는「수행할 수 없는 직무」, 즉 「사람을 죽이는 직무」가 되고 만다는 겁니다.  

 

피터드러커는 대표적인 「사람을 죽이는 직무」로 규모가 큰 미국 대학의 총장, 대규모 다국적 기업의 해외담당 부사장, 주요 강대국 대사를 들고 있습니다. 그들의 활동이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그런 일을 모두 관리하다보면, 정작 자신의 제1업무에 쓸 시간이 없고 흥미마저도 잃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합니다. 결국 6개월 또는 1년 후, 그 직무를 맡은 사람들은 실패자라는 낙인과 함께 그 직무를 떠나게 되며 이 자리를 물정 모르는 예비 실패자가 채우게 된다고 합니다. 그는 이 어이없는 불합리를 개선하는 유일한 방법은 직무를 재설계하는 것뿐이라고 단언합니다.

 

납득이 갑니다. 하지만 그 직무들이 제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엄마’라는 직무만 할까요? 거액의 연봉과 사회적 인정, 뭐 이런 이야기는 다 그만두더라도 결정적으로 ‘엄마’는 일단 되고 나면 죽기 전에는, 아니 죽어서도 절대로 그만 둘 수 없는 종신직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길을 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고삐를 붙잡고 아들은 그 뒤를 졸졸 따라갔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부자를 향해 “당나귀는 사람이 타거나 짐을 싣는 동물인 데 마치 상전 모시듯 한다”며 조롱한다.  

 

당나귀.png



그러자 아버지는 당나귀 등에 아들을 태우고 간다. 마을 정자를 지날 때쯤 노인들은 큰 소리로 “아버지가 아들 버릇을 잘못 들이고 있다”며 꾸짖는다. 훈계를 받은 아버지는 아들 대신 당나귀 등에 올라타고 길을 재촉한다.  

 

빨래터에서 이를 본 동네 아낙들은 “아들을 나 몰라라 하는 매정한 아버지”라고 맹비난한다. 결국,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당나귀 등에 올라타고 길을 간다.  이번에는 젊은 사람들이 “저러다가 힘에 부친 당나귀가 쓰러져 죽을 거다”며 혀를 끌끌 찬다.  

 

어찌할 줄 모르는 아버지는 “부자(父子)가 당나귀를 짊어지고 가면 될 것”이라는 한 사람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리를 건널 때 당나귀가 갑자기 바동거린 바람에 당나귀는 다리 밑으로 떨어졌다.  

 

‘당나귀를 팔러 가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제목의 이솝우화입니다. 선녀와 나무꾼, 콩쥐밭쥐만 큼이나 익숙한 이야기일 겁니다. 제게도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엄마가 되고 다시 만난 이야기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물론 깜짝 놀라 얼른 눈물을 훔치고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그러나 결국 아이가 잠든 후 다시 나와 펴들고 혼자 얼마나 서럽게 울었던지.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면되는 거냐고! 좋은 엄마는 바라지도 않아!!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야 나쁜 엄마를 면할 수 있는 거냐고!!!’  

 

듣기만 해도 갑갑하시다구요? 과거 어느 시절의 당신을 보는 듯해 짠하고 안타까우시다구요? 그렇더라구요. 나중에 알았습니다. 이 모든 당혹이 억세게도 무능하고 불행한 제게만 주어진 시련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육아의 목표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디서 또는 언제 그것을 할 것인가 이 답 없는 질문에 대한 저마다의 답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제 부모님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부모들에게 주어진 과제이며, 그렇게 스스로 찾아낸 답을 소위 ‘육아철학’이라고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물론 하루하루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기만도 벅찬 부모의 삶 속에서 ‘철학’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스럽게 여겨질 때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살면 살수록 절감합니다. 스스로 납득할 만한 ‘육아철학’ 없이는 주위에 휘둘리며 우왕좌왕하다 결국은 당나귀마저 잃게 된 아버지의 오류를 되풀이할 수 밖에 없으리라는 것을요.  

 

그렇게 부모로서 15년을 살면서 저는  부모라는 직무의 제1업무가 ‘육아철학’을 가다듬는 것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자칫「사람을 죽이는 직무」가 되기 쉬운 부모 역할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재설계할 때도 육아철학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 중에 하나라는 것을 체험으로 납득하게 되었거든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하고 계실 당신의 철학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그렇게 서로의 철학을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의 철학이 보다 깊고 풍성하게 익어가기를, 그렇게 우리의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기를 소망하기 때문입니다. 

 

 P.S. <살롱 울프>( https://blog.naver.com/myogi75/221503297305 )는 바로 그런 이유로 펼쳐진 만남의 장입니다. 각자의 이야기가 모여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 당신을 기다립니다. 아직 꺼내놓을 이야기가 없으시다구요? 그렇다면 더더욱 기회를 놓치지 마셨으면 합니다. 같은 열망을 가진 에너지장이 당신 안의 당신도 모르던 이야기를 찾아줄테니까요. ^^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공지] 2019년 구본형 사부님 6주기 추모미사 & 추모제
삼월, 산수유 가지마다 꽃망울이 달리고, 목련도 겨울을 보냈던 털옷를 벗어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오고, 사월이 되면 봄의 한가운데를 지나게 되겠지요. 벚꽃과 함께 떠오르는 얼굴, 삶의 봄처럼 다가와 주셨던 그 분. 구본형 사부님의 6주기 추모미사와 추모제가 열립니다.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그리움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석 가능하신 분들은 미리 댓글 남겨주시면 준비에 큰 도움이 됩니다:

2. [안내] <차칸양의 돈 걱정 없애주는 재무 컨설팅>
에코라이후 배움&놀이터 대표이자 라이프 밸런스 컨설턴트 양재우 연구원이 개인들을 위한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차칸양의 돈 걱정 없애주는 재무 컨설팅>을 시작합니다. 경제/경영/인문의 균형점을 토대로 하여 가장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방법을 제시해준다고 합니다. 자산을 모으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시는 분들, 퇴직을 앞두고 경제를 비롯한 삶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과정이라고 하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3. [모집] <영화로 푸는 유로 에니어그램> 자녀 유형파악 무료 이벤트
1인회사 연구소 & 유로 에니어그램 연구소 수희향 대표가 <영화로 푸는 유로 에니어그램>을 새로이 선보입니다. 영화 속 인물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성격이 우리의 삶에 얼마만큼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격을 바꾸면 영화 엔딩도 달라질까요? 타인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근본원인을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의 참여 기다립니다. 특별 이벤트로 자녀가 있는 신청자 중 우선 신청자 다섯 분께 자녀 한 명의 성격유형을 파악해드린다고 합니다: 
IP *.140.209.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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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9 19:21:55 *.202.23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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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3 07:54:33 *.215.153.2

살롱울프 에는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링크를 타고가서 책속에서 라는 코너를 읽어보니,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책은 읽고 보고 싶습니다. ,,, 오늘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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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6 12:55:44 *.130.115.78

책 엄청 재밌답니다. 아마도 좋아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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