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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0일 07시 19분 등록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이번 주는 지난 주에 이어 치즈를 찾아 달로 간 월레스와 그로밋의 두번째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오늘의 치즈는 영국의 또 하나의 대표적인 전통 치즈, 웬즐리데일(Wensleydale) 입니다.

 

월레스의 치즈 사랑, 치즈의 운명을 바꾸다

'"먹어 보고 어떤지 말해줘.”

"웬즐리데일인가?”

"아니라고? 그럼 스틸턴?”

"것도 아냐? 그럼 뭐지? 한번도 먹어본 적 없는 치즈인 것 같은데다른 곳의 치즈도 먹어보자.”

"음 이건 좀 맛이 다른데. 카망베르인가?”


홈메이드 로켓으로 달에 도착한 월레스. 뭔가 모자란 듯 했지만 이번에도 그로밋의 활약으로 달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마침내 발을 딛은 달은 정말 치즈로 가득했습니다. 신선해 보이는 치즈를 크게 잘라서 크래커에 얹어 먹어봅니다. 윈즐리데일(Wensleydale)인지 스틸턴(Stilton)인지 헷갈립니다. 뭔지 몰라도 처음 먹어본 맛입니다. 자리를 옮겨서 다른 곳의 치즈를 먹어봅니다. 이번에는 카망베르 맛과 비슷하지만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월레스는 바구니 한 가득 치즈를 담아 흡족한 맘으로 지구로 돌아갑니다.

스틸턴은 영국의 푸른 곰팡이 치즈로 이탈리아의 고르곤졸라, 프랑스의 로크포르와 함께 세계 3대 블루치즈로 불리는 치즈입니다. 체더와 더불어 월레스가 가장 좋아하는 웬즐리데일은 치즈의 한 종류이자 여러가지 치즈와 버터 등을 만드는 유가공품 제조 업체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웬즐리데일 치즈의 기원은 12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프랑스의 로크포르(Roquefort) 지역에서 살던 시토회 수도사들이 영국의 웬즐리데일 지역으로 건너와 정착하면서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로크포르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양젖으로 만든 블루 치즈입니다. 당연히 웬즐리데일도 처음에는 양젖으로 만든 푸른 곰팡이 치즈였겠지요. 14세기 이후에는 소젖으로 치즈를 만들면서 치즈의 종류도 점차 달라졌습니다. 현재의 웬즐리데일 치즈는 체더와 비슷한데요, 체더보다는 덜 딱딱하고 부서지기 쉬우며 수분감이 좀 더 있습니다.  

웬즐리데일 치즈의 역사는 그 자체가 한편의 영화와 같습니다. 수도사들이 만들던 치즈는 1540년 시토회 수도원이 해체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수도사들이 마을의 농부 아내들에게 만드는 법을 알려주면서 제조기술이 유지됩니다. 이후 400년 간 유지되던 웬즐리데일은 1950년 대에 다시 사라질 뻔 합니다. 2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 정부는 치즈 배급을 실시하면서 체더 이외의 다른 치즈 제조를 전면 금지했는데요, 이 때문에 웬즐리데일을 포함한 많은 치즈들의 제조가 중단됩니다. 이 때 유일하게 만들어졌던 체더는 정부 체더(Government Cheddar)라고 불렸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9년이 지난 1954년까지 치즈 제조 제한은 계속됩니다. 이로 인해 웬즐리데일은 명맥이 끊길 뻔 했지만, 킷 칼버트(Kit Calvert)라는 인물에 의해 가까스로 살아납니다. 1990년대 초에 웬즐리데일은 또 한번의 위기를 맞습니다. 이번에는 제조업체가 자금난을 겪으며 수십명이 일자리를 잃고 파산을 눈 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 후에 일자리를 잃었던 임직원과 지역 사업가들이 중심이 되어 웬즐리데일을 인수합니다. 199212,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기적적으로 부활한 것이지요. 그들은 웬즐리데일의 기적이 월레스의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좀 모자란 듯 하지만 착한 발명가, 그 월레스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월레스와 그로밋: 화려한 외출>이 영국과 미국에서 성공하면서 주인공 월레스가 좋아하는 치즈, 웬즐리데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관심은 구매로 이어졌습니다. 2<월레스와 그로밋: 전자바지 소동(Wallace and Gromit: The Wrong Trousers)>3<월레스와 그로밋: 양털 도둑(Wallace and Gromit: A Close Shave)>에는 본격적으로 웬즐리데일을 즐기는 월레스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게다가 이 두 편은 아카데미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상을 수상하며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작품의 성공은 웬즐리데일의 대박으로 이어집니다. 전세계적으로 치즈의 인지도를 높이면서 수출도 급증했습니다. 극장용 영화 <월래스와 그로밋: 거대토끼의 저주(Wallace and Gromit: The Curse of Were-Rabbit)>의 개봉을 앞두고, 2005년에는 웬즐리데일에서 월레스와 그로밋 치즈를 출시하고 함께  프로모션도 진행했지요. 프로모션은 크게 성공했고, 2008년에는 웬즐리데일의 전세계 홍보대사가 되었습니다.

월레스&그로밋.png

월레스와 그로밋 홍보대사 치즈, 출처: Wallace & Gromit 공식 웹사이트 https://wallaceandgromit.com/history

 

달콤한 티타임은 웬즐리데일과 함께

2018년 기준 웬즐리데일은 연매출액이 2,700만 파운드 (한화 약 400억원)가 넘고, 200명 이상의 직원이 일하는 탄탄한 기업이 됐습니다. 일자리 창출 뿐 아니라, 우유 소비, 관광객 유치 등으로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바도 연간 1,200만 파운드 (한화 약 180억원)에 이른다고 하니 그야말로 인생 역전입니다. 그런데 한 치즈의 운명을 바꾼 장면은 전혀 계산되지 않은 우연이었습니다. 감독 닉 파커는 웬즐리데일이라고 말할 때 월레스의 얼굴과 이를 모두 드러내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그 단어를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웬즐리데일 치즈와 관계가 있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지요. 기발하지만 엉뚱하고 착하지만 좀 모자란 듯한 50대의 대머리 아저씨 캐릭터가 한 지역의 경제를 살리고 치즈의 역사를 바꿀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치즈가 인기를 얻으면서 웬즐리데일 이름을 사용하는 업체가 많아졌습니다. 웬즐리데일은 체더와 마찬가지로 원산지 명칭 보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원산지인 요크셔(Yorkshire) 지역이 아닌 곳에서 만든 치즈도 웬즐리데일 이름으로 판매가 가능했습니다. 웬즐리데일 업체는 원산지 보호를 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마침내 2013년에 EU로부터 'Yorkshire Wensleydale'이라는 PGI(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 지리적 표시 보호)를 획득합니다. PDO보다는 한 단계 아래지만 이제 이 지역에서, 특정 기준에 맞게 생산된 웬즐이데일만이 합법적으로 ‘Yorkshire Wensleydale’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된거지요.

웬즐리데일은 치즈의 종류이자 유가공품 제조업체의 이름이라고 했습니다. 즉 웬즐리데일 치즈 메이커는 웬즐리데일 외에도 다양한 치즈를 생산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치즈가 웬즐리데일 치즈 & 크랜베리 (Yorkshire Wensleydale Cheese & Cranberries) 등 치즈에 과일이나 채소를 넣은 블렌디드(blended) 치즈입니다. 웬즐리데일 치즈 자체가 새콤한 과일과 잘 어울려서 아예 과일을 넣어서 만든 치즈이죠. 새콤달콤한 맛이라 이것 하나만 먹어도 디저트로 좋습니다. 연한 잎채소와 발사믹 식초를 섞으면 상큼하고 가벼운 맛의 샐러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신맛이 살짝 있고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 소비뇽 블랑과도 잘 어울리고, 신맛과 단맛이 잘 어우러진 리슬링과 먹어도 좋습니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영국 치즈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영국인처럼 먹는게 아닐까요. 월레스처럼 윈즐리데일을 크게 잘라서 크래커와 차와 함께 먹으며 주말 오후의 티타임을 즐겨볼까요. 그로밋처럼 좋은 친구와 함께한다면 없던 여유도 생길 것 같습니다. 이번 주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한 주 보내세요~^^

그나저나 달 치즈는 정말 어떤 맛이었을까요?


웬즐리데일.jpg

웬즐리데일 크랜베리 치즈(Yorkshire Wensleydale Cheese & Cranberries),

출처: Wensleydale Creamery 공식웹사이트https://www.wensleydale.co.uk/about/yorkshire-wensleydale-cheese/





* 참고문헌

<월레스와 그로밋 화려한 외출(Wallace & Gromit: The Grand Day Out)>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hAXQNwTRRTQ&t=52s

Wallace & Gromit 공식 웹사이트: https://wallaceandgromit.com/

Wensleydale Creamery: https://www.wensleydale.co.uk/about/

https://www.cooksinfo.com/government-cheddar-cheese

https://www.telegraph.co.uk/finance/personalfinance/2947250/The-guardian-of-the-one-true-whe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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