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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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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0일 09시 33분 등록

불공평한 세상을 살아가는 법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 혹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하면 매번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물들 중에는 세종대왕과 함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일 듯 합니다. 저 역시 어릴 때부터 배우고 알게 된 충무공을 늘 우리나라 최고의 장군이자 위인으로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면서 자연히 제 안에는 공의 이미지가 위인을 넘어 영웅이 되어 마치 충무공은 저와 같은 일반인들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이미지를 품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배 12척으로 왜놈들을 무찌르며 해전에서 연전연승을 하신 분이니 현대로 치면 가히 어벤져스 급의 영웅이 아닐 수 없기에 말입니다. 그랬던 만큼 충무공이 직접 쓰신 <난중일기>는 놀라움을 넘어 충격에 가까웠습니다. 제가 품고 있던 충무공의 이미지와는 멀어도 너무 멀었기 때문입니다.

 

5 14 (정묘) 맑음. 선전관 박진종과 선전관 영산령 예윤이 임금의 명령서를 가지고 왔다. 그들에게 피란 중인 임금의 사정과 명나라 장수들의 하는 짓을 들었다. 참으로 통탄스러웠다. 나는 우수사 이억기의 배에 타고 선전관과 이야기하며 술을 두어 잔 나누었다. 영남 수사원 평중 (원균)이 와서 술주정을 부리므로, 배 안의 모든 장병들이 놀라고 분개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그 고약스러움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었다. 영산령이 취해 넘어져 정신을 못 차리니 우습다. 이날 밤, 두 선전관이 돌아갔다.

 

5 21 (갑술) 맑음. … 원 수사가 거짓 내용으로 공문을 돌려 부대를 크게 동요시켰다. 진중에서도 이렇게 속이니 그 음흉하고 고약한 것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밤에 바람이 미친 듯 불고 또 비가 내렸다.

 

1593년 계사년에 씌여진 일기인데 난중일기 전반부에는 여기서처럼 원 균에 대한 공의 불편함과못마땅함이 수없이 등장합니다. 참으로 공의 인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공의 아픈 이야기 또한 일기의 단골 메뉴 중 하나입니다.

 

5 18 (신미) 맑음. 이른 아침 몸이 몹시 불편하여 온백원 4알을 먹었다. 아침 식사 후에 우수사와 가리포가 왔다. 이윽고 설사를 하고 나니 조금 편안해진 듯하다.

7 17 (기사) . . 몸이 몹시 불편했다.

7 18 (경오) 맑음. 몸이 몹시 불편하여 자리에 앉았다 누웠다 했다.

1594 3월 초7 (을유) 맑음. 몸이 몹시 불편해서 움직이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아랫사람에게 패문에 대한 해답을 만들게 했건만 문장이 말이 아니었다. 원 수사가 손의갑을 시켜 만들게 했지만, 그것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병중에도 억지로 일어나 앉아 글을 짓고, 군관 정사립을 시켜 써 보내게 했다.

3월 초8 (병술) 맑음. 병세의 차도가 없었다. 기운은 더욱 빠져서 종일 괴로웠다.

3월 초10 (무자) 맑음. 병세가 차차 덜해졌지만, 열이 치받쳐 찬 것만 마시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이렇듯 난중일기 곳곳에는 설사를 한 이야기부터 침을 맞은 이야기까지. 때론 너무 아파 왼 종일 일어나지 못하고 자리에 누워있거나 아프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한 이야기가 소소한 일상의 일부분인양 끝없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가만히 햇수를 따져보다 전 너무 끔찍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잠깐. 1593년이면 임진왜란이 발발한 직후니까 아직 공이 하옥되기 전이네. 그럼 그 때부터 몸 여기저기가 아프셨다는 말인데 이런 분을 끌어다가 고문을 한 거야?!’

 

그랬습니다. 1593년에 공의 나이 49이셨고 직위를 박탈당하고 하옥되어 고문당한 건 1597년 공의 나이 53이셨을 때였습니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현대와는 달리 60대면 이미 건강 상태로 보나 사회적으로나 노인에 접어드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감안해보면 끔찍해도 이런 끔찍한 일이 없습니다. 가히 충무공은 왜군이란 적에 더해 내부 위정자 그리고 육신의 아픔까지 이중, 삼중으로 힘겨운 삶을 살다 간 분이었습니다. 제가 그 분을 너무 영웅화하여 공이 살아내야 했던 어려움은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마구 올라왔습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난중일기 중간중간 드러나는 공의 심경 고백이 마음을 에이듯 파고 들었습니다.

 

1594 5월 초9 (병술) . . 종일 빈 정자에 홀로 앉아 있으니, 온갖 생각이 가슴에 치밀어 심란했다. 무슨 말로 형언하랴. 가슴이 막막하고 취한 듯, 꿈속인 듯, 정신이 몽롱한 게 멍청이가 된 것도 같고 미친 것 같기도 했다.

7월 초6 (임오) 종일 궂은 비가 내렸다. 몸이 불편하여 업무를 보지 않았다. … 오후 10시경 장대 같은 소나기가 퍼부어 물이 새지 않는 곳이 없었다. 촛불을 켜고 홀로 앉아 있노라니 온갖 걱정이 치밀어 왔다.

 

나라의 주인이라 자청하던 임금은 저 멀리 도망쳐있는데, 이미 여기저기 아픈 곳이 드러나는 육신을 이끌고 나라와 전 백성의 운명을 그 노쇠한 어깨에 걺어진 외로운 한 사람. 절대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지략으로 연전연승을 이루어내니 이번에는 시기와 질투로 인한 모략으로 끝내는 파직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반역의 죄를 뒤집어 쓰고 고문까지 당하는 한 남자. 도대체 이 분은 어떻게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걸까요참으로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에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 공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건넵니다.

 

“1596 5 25 (신묘) . 종일 비가 내렸다. 홀로 다락 위에 앉아 있으니 온갖 생각이 끝이 없다. 우리나라 역사를 읽어 보니 개탄하는 느낌이 많았다.

 

하옥되기 1년 전의 일기입니다. 이미 조선과 이전 역사에 대해 개탄스러움을 느낀 분이 어찌하여 그 자신에게 닥친 억울하고 또 억울한 일을 감내하셨는지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충무공에게 닥친 일이야말로 후대가 두고두고 가장 개탄하는 역사인데 말입니다

 

여러분. 지난 한 주 잘 지내셨나요..?  정치나 역사관련 책들을 읽다 보면, 예나 지금이나 시대는 달라졌어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과학 문명이 제 아무리 발달을 해도 사람들은 누구나 인간이란 범주를 벗어나지 않은 체 살아가기에 그래서 어쩌면 더욱 앞선 세대를 살아가신 분들의 삶 속에서 오늘의 내가 살아가야 할 현명한 길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무쪼록 편한 주말 되시고, 꽃 구경과 함께 책 구경도 하시는 5월 셋째 주 되시기 아자 홧팅입니다! ^^

 

수희향 올림

[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https://blog.naver.com/alysapark

[카페] 1인회사 연구소 www.Personalcult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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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경영연구소 2019년 꿈벗 소풍을 다음과 같이 개최하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1) 일시: 5. 18(오후 2 ~ 5. 19( 12

2) 장소경주 토함산 관광농원 캠프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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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타 문의: 황림(010-5100-2996)

http://www.bhgoo.com/2011/855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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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번째 팟캐스트 에피소드는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2부입니다글쓰기에는 보여주기 위한 글쓰기와 나만 보는 글쓰기 두 가지가 있는데 중 자신만 보는 글쓰기는 해방구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아무 이야기라도 쓰다 보면 머리가 시원해지고가슴이 뻥 뚫리는 경험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노트와 필기구글쓰기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든어느 때든 글을 쓸 수 있고더불어 정리가 되는 경험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2991605

 

3. [모집] 1인회사연구소- 책으로 바꾸는 내 인생//토 프로그램

1인회사연구소 수희향 대표가 진행하는 <책으로 바꾸는 내 인생//프로그램 6월 참가자를 모집합니다수희향 대표는 책을 읽어 6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이자 11년차 1인 지식기업가로 전환을 이루었습니다책을 읽고 어떻게 인생이 바뀔 수 있는지지속적인 컨텐츠를 만들어내야 하는 1인 지식기업가로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읽쓰토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해보고진짜 인생을 바꾸는 책 읽기를 하고자 하시는 분들의 참여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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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년전 일기장 아직도 갖고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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