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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7일 13시 39분 등록
안녕하세요.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지난주에는 “어떻게 하면 ‘친정 엄마’를 바꿀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시드라 스톤의 <내 안의 가부장>을 읽고 편지를 썼습니다. 이번 주 편지는 상담사 친구와 만난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김정은: 시드라 스톤의 <내 안의 가부장>을 읽었어요. 내면 가부장의 존재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담사: 예를 들면요?
김정은: 우선은 시어머니 생각이 났어요.
상담사: 어머니 세대들은 아직도 ‘내면 가부장’의 목소리에서 자유롭지 않지요?
김정은: 결혼하기 전에 뵀을 때, 시어머니는 가부장제에 양가감정을 느끼는 분 같았어요. 종손부로서 대가족을 대표해 집안일을 도맡아하시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동시에 그 노동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해 보였거든요. 결혼하고 나서 가까이서 자세히 뵀더니, 가부장제 안에서 종손의 어머니로서 권력과 경제적 안락함에 만족하시면서도 세상 밖으로 나가보지 못한 데에 대한 미련과 전통적인 여성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여성에 대한 동경을 함께 느낄 수 있었어요.
상담사: 정은 씨 시어머니는 ‘내면 가부장’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다루시는 분 같아요.
김정은: 동의합니다. 아들과 며느리는 대를 이어 가부장제를 유지하기를 바라셨지만, 딸에게는 엄마처럼 살지 말고 전문 직업을 갖고 자유롭게 살라고 하셨으니 까요.
상담사: 그래서 변화가 가능했던 거군요.
김정은: 네. 자유에 대한 갈망이 크셨던 분이라 통하는 면이 있었고, 가부장제 제사 노동을 없애는 것도 가능했어요.  
상담사: 정은 씨 시어머니 같은 분은 아주 드물어요.
김정은: 인정합니다. 그래도 제사를 없애고 가족 문화가 바뀌기까지 15년이나 걸린 걸요(웃음).
상담사: 정은 씨와 정은 씨 시어머니기에 가능했던 일이네요.
김정은: 그래서 고민입니다. 구시대적 아버지의 목소리를 내는 어머니들께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내면 가부장 인식’이니 ‘여성 정체성 발달’이니 하면 오히려 역정부터 내실 것 같은데요.
상담사: 그렇지요. 평생 그렇게 사셨으니까, 그 방식이 옳다고 믿고 싶고 계속 유지하고 싶겠지요.
김정은: 이젠 딸도 며느리도 “여자가 감히...”로 시작하는 말을 듣지 않고, 제사 노동도 거부하고요. 어머니만 점점 더 외톨이가 되어가는 구도에 속상해하는 딸들이 있어요. 늙고 약해진 어머니께 사랑만 해드리고 싶지만 자꾸 미운 감정이 올라오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무엇보다 어머니께서 어머니의 삶을 한 번도 살아보지 못 하고 떠나실까봐 걱정이 된다고요.
상담사: 안타까운 일이지요.
김정은: 15년이나 걸렸지만, 저는 지금이 정말 좋습니다. 친정 엄마도 시어머니도 좋아하시고요. 일흔에서 여든이라는 어머니들의 연세를 생각하면 마음이 급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내면 가부장 인식 - 여성 정체성 발달 -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기’의 대장정 말고, 일상에서 소소하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상담사 친구가 제시한 구체적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 어머니의 어린 시절 이야기 들어드리기
노인의 특징 중 하나가 말씀이 많아지는 것일 텐데요. 먼저, “엄마는 어릴 때 어떤 사람이었어?”라는 질문으로 어머니께서 자주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 어머니의 어린 시절 모습에 칭찬해드리기
어머니의 유년기 이야기를 듣다보면, 집안일을 했던 이야기나 친구들과 놀던 이야기, 학창 시절 이야기가 나올 텐데요. “엄마는 어릴 적부터 참 부지런한 사람이었구나!”, “우리 엄마, 참 똑똑한 사람이었구나!”하며 칭찬을 해드립니다.

- 어머니의 어린 시절 꿈에 대해 질문하기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머니에 공감하고 어머니 삶을 이해하게 되는데요. 어머니께서 대화시간을 좋아하신다면, 다음의 질문을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단계적으로 하나씩 해 보는 겁니다. “어릴 적 엄마는 커서 뭘 제일 해 보고 싶었어?”, “그래서 엄마는 그 일을 해봤어?”, “아직 못 해 봤다고? 왜?”, “지금이라도 해 보자!” 이때 어머니와 나 사이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하시면서 역정을 내실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 어머니와 함께 하나씩 해 보기         
어머니께서 어린 시절 꿈꾸었으나 아직 해 보지 못 한 일에 대해 기록해 두었다가 하나씩 해 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밥 하지 않기’나 ‘달 밝은 밤에 산책하기’, ‘자전거 타기’ 등이 있을 거예요. 가장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해 본다면 어머니도 기꺼이 함께 하실 겁니다.

이번 주에는 “어떻게 하면 ‘친정 엄마’를 바꿀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다음 주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열여섯 번째 이야기’에서는 ‘시어머니와의 에피소드’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즐거운 한 주 되세요!

김정은(toniek@naver.com)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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