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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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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일 16시 54분 등록

내가

인생 직장에

사표를 졌던 이유는...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일하고 싶은 회사를 그리고 대학 공도 살릴 있는 회사를  번째 장으로 택한다 것은 어떻게 보면 행운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공급과잉 시장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과 대학 입학 상담을 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대학 어느 학과를 지원하겠다는 부푼 나의 희망은 담임 선생님이  달간의  모의고사 성적표를 펼쳐 보이자 순식간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내가 지원할 있는 대학과 학과는 성적에 따라 이미 내외로 정해졌다. 희망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었다. 바로 현실과 타협한 예의 바른 학생이 되었다. 대학 졸업할 때도 변한 것은 없었다.

 

내가 지원한 회사에 취업할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선택했다. 일은 회사가 정해주었다. 다행이라면 대학 졸업하기 전에 좋게 취업이란 문턱을 넘었다는 사실 하나였다.

 

직장은 유일하게 뽑아준 고마운 회사였다. 그러나 전공인 해외무역과는 연관성이 크지 않은 업무였다. 시작은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애써 합리화를 시켰다. 대기업에서 국내 영업도 배워두면 나중에 무역학을 살려 해외영업을 도움이 것이라고 말하며 스스로 세뇌시켰다.

 

그러나 잘못 꿰어진 단추는 오랫동안 추위로부터 나를 지켜줄만큼 튼튼하지 못했다.

 

국내 영업의 고객은 당연히 한국 사람들이다. 그리고 한국 고객들은 갑질을 통해 행복해했고 갑질을 통해 그들의 우월성을 증명해대는 종족들이었다.

 

내가 직장을 다닐 당시는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대였다. 당시는 20세기를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밀레니엄이란 21세기의 흥분과 기대가 공존하는 시기였다. 한마디로 까마득한 20 전의 일이다.

 

내가 맡았던 고객은 건설 현장 소장들이 대부분이었다. 왜냐하면 우리 회사 제품은 신축 아파트에 설치될 바닥재와 발코니 샤시를 제조하여 납품하는 회사였기 때문이었다. 공개 입찰을 통해 견적을 제출하고 최저가로 제출한 회사가 어느 지역의 아파트 현장에 바닥재와 발코니 샤시, 도어 등을 납품할 권리를 취득하는 비즈니스였다.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은 전쟁터다. 대신 주먹과 욕설로 중무장한 사람들이 서로 누구 목소리가 큰지 매일 경쟁하는 곳이었다.

 

그들의 행동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아파트 건설은 커다란 프로젝트다. 납기라는 날짜가 존재한다. 입주자들과 약속한 날짜 안에 완공을 해서 소비자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납기는 프로젝트 안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의 목을 죄는 특기가 있다. 그렇다 보니 아파트 건설 현장 소장은 모든 납품 업체의 영업 담당들을 살게 굴어서라도 납품 지연은 막아야 했다.

 

나도 아파트 건설 현장 소장이 시도 때도 없이 관리해야 하는 영업 담당자 명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나에게 전화가 왔다.

 

아파트 현장 소장이  11시에 전화를 해주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납품이 계속 늦어지는 날에는 새벽에도 술에 취해 화난 목소리를 들이밀며 전화 해댔.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날은 직장 동료의 집들이가 있는 날이었다. 오래간만에 직원들끼리 모여 서로 즐거운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낯익은 그렇지만 공포스러운 전화가 나에게 걸려왔다. 현장 소장이다.

 

전화를 받기도 전에 사람의 목소리가 환청이 되어 가슴을 조여 옴을 느낄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전화를 받자마자 첫마디가 욕설이었다. 욕설이 얼마나 컸는지 핸드폰 너머의 동료들 귀에까지 들릴 정도였다. 일순간 나의 동료들도 화면정지처럼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쳐다봤다. 분위기는 찬물이 되었고 우리는 모두 얼어붙었다.

 

정적을 것은 나였다. 재빨리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고 죽을 죄를 지었다고 내가 배운 모든 용서의 말들을 계속 쏟아냈다. 현장 소장이 수는 없었겠지만 연신 허리도 굽신거리며 용서의 말을 건넸고 자비를 구했다.

 

그렇게 서로 지칠때쯤 통화 끝났고, 기다렸다는 듯이 눈은 서러움을 버티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나의 고객님의 폭언을 견디기 힘들었던 이유를 곰곰이 반추해 보면 가지 결론에 도달할 있었다.

 

 고객님의 폭언은 아버지를 닮았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무차별한 폭언과 구타를 당했던 아픈 기억이 엄습하면서 감정과 에너지를 갉아먹었다.

 

건설 현장 소장과 아버지가 힘을 합쳐 이제 사회 초년생인 나를 동시에 공격해대는 느낌이었다. 나에겐 이상 버틸 힘도 눈물도 남아있지 않았다.


직장에 사표를 던지는 날이 밝아왔다.

 

부서장님과 팀장님이 말렸다. 다시 생각해 보라고 조언도 해주셨고 원하면 다른 부서로 보내줄 있다고도 했다. 고마웠다. 그래도 1년도 지내지 않은  조직에서 나의 상사들은 나의 성실성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하지만 한번 떠난 마음은 쉽게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되돌아오지 않았다.

 

직장에서 1 동안 신입사원 합숙 교육을 받았을 자발적으로 손을 들고 동기 회장이 되었다. 아침 조회를 위해 200명의 신입 사원이 운동장에 모여 체조를 하고 구보를 하고 인원 보고를 하는 일체의 스케줄을 관리하고 보고하는 리더 역할을 자처했다.

 

그때는 야망이 있었다. 조직에서 성공하고 싶었고 임원이 되어 신분상승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직장에서 갑질 하는 거래처 때문에 도망치듯 퇴사한 나의 직장에서의 야망은 바짝 말라버렸다. 그렇다고 그런 야망을 약탈당한 나를 탓하지는 않았다. 터무니없는 야망과 나는 양립할 없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사표는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었다.

 

야망보다 소중한 것은 상처 받기 쉬운 연약한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일이란 것을 알았다. 그래야 내가 숨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표는 부끄러운 것이 아닌 나를 스스로 지켜내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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