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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9일 23시 03분 등록

 

“... 모든 것이 나로부터 나왔고 모든 것이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통나무를 쪼개십시오. 거기에 내가 있습니다.

돌을 드십시오. 거기서 나를 볼 것입니다.” *

 

s_일상의 신비.JPG

          <낯익은 거리에서 신비를 보다,  사진/양경수>

 

 

일상을 떠나 아주 먼 곳으로  모험을 떠났었다. 모험을 떠난 그 자리에서 또 다른 모험을 감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내 눈이 허락하는 것만 볼 수 있었고, 내 감각이 느끼는 것만 알아챌 수 있었다. 뭔가 아주 특별한 것이 있을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아주 헛고생은 아니었다. 나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살 수 있는 힘을 주었으니까. 모든 것을 낯설게 볼 수 있는 또 다른 눈을 얻었으니까.

 

습관적으로 대하는 일상은 무채색이다. 색이 없을 뿐 아니라 맛도 냄새도 없다. 가슴은 차갑게 식어 가고 나 스스로를 바라보게 해주는 힘조차 시들해진다. 엔트로피의 법칙대로 가만히 두면 모든 것은 흩어지게 마련인 것이다. 그때 난 '모든 것을 낯설게 볼 수 있는 눈' 을 만났다. 바로 '사진'이었다. 사진은 주변의 모든 사물과 가족들, 심지어 나의 모습까지 포함한 일상의 순간을 담아 바라보게 해준다. 사진을 천천히 바라보면 보이는 것 이면의 보이지 않는 것과 맞닿게 된다. 그렇게 삶은 비밀을 드러내고 엔트로피의 법칙을 거슬러 균형을 잡아간다. 이 책은 그것의 기록이다. 사진을 통해 일상으로부터 특별함, 신비함을 발견해낸 흔적이다. 사진으로 생각하고, 사진으로 명상해서 건져 올린 것들이다.

 

현대인들에게 일상은 모든 것이다. 현대 예술은 스스로 벽을 허물고 일상 속으로 들어왔고, 현대 철학 또한 개인의 일상을 가장 높은 곳에 올려놓았다. 심지어 종교마저도 내밀한 일상의 삶으로 스며들어왔으며, 성스러움과 세속적인 것을 구분하는 것이 권력자들의 기발한 속임수임이 드러났다. 그러니 당신이 하나 뿐인 일상 속에서 신비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어떤 곳에서도(심지어 천국에 가더라도) 아무것도 발견할 것은 없다. 눈앞의 '지금 여기' 일상을 살지 못한 다면 어디에서 삶을 경험 할 수 있겠는가.

 

이 책은 특별한 순간이 일상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고 믿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성스러움은 기도, 명상, 금식 같은 훈련을 통해서만 경험된다고 믿는 사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이곳 일상 속에서 특별함, 성스러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란 얘기다. 그리고 현대인의 일상적인 기록도구인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습관적 사진 찍기'에서 더 나아가 '일상의 기록과 사색을 위한 사진생활'을 보여주고자 한다.

덧붙여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의 일상은 어는 누구도 대신 기록하지 못한다' 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이 자신만의 일상적 기록을 남기도록 부추기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목적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쉬운 언어로 떠들어 대는 것은 혁명적인 일이다. 지금의 시대가 그런 작업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삶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정치를 대중들이 쉬운 언어로 이야기하고 소통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자. 그것이 정치 체제를 바꾸고 우리 생활에 근본적인 변화로 되돌아오지 않겠는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 정치를 이야기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다. 일상은 모든 것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바쁘다고 일상에 관심이 없는 당신은 속고 있는 것이다. 사진으로 기록하고, 자세히 관찰하며 글로써 정리해보기를 권한다. 나는 그 과정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했고 이 책 속에 그 증거물을 남겨두었다.

 

일상은 신비다. 신비를 경험하는 기적은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현실로 나타나야 한다. 그러기에 나는 끈질기게 내 앞의 통나무를 쪼갤 것이며, 발밑의 돌을 들어 볼 것이다. 거기에 있다.

 

바로 거기에 있다.

 

 

 

* :  도마복음 제77절

IP *.138.5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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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0 09:48:47 *.163.164.177
경수야!

서문의 처음 10줄에 압도되었다. 너의 주제에 대해서 통나무를 쪼개고 안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들었다.

네 안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좋았다. 그리고 편안했다.

현대 예술..로 시작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심각해지고 처음에 전해오는 편안하고 깊이 있는 느낌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와 의미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앞에서 이끌었던 편안하고 쉬운 글의 느낌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고민이 깊어지는 만큼 너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보이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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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1 01:41:37 *.166.205.132

역시 형은 종교적인 면이 있어....

설명하지 않고 압축해서 시작하려고 시도해보았는데

공감해 주어 고마워요!

 

좀더 편안한 느낌이 되도록 수정해볼께요~~

서문만 몇번째 쓰는지 모르겠어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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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17:15:21 *.143.156.74

도마복음... 누군가 꼭 읽어보라하던데 좋은 책인가 보구나.

그래, 우리 모두 열심히 통나무를 쪼개고 돌을 들면서 나를 만나고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이겠지.

나도 휴식에 대한 글을 쓰다보니 일상을 '휴식'이란 렌즈로 들여다 보게 되는구나.

그러니 글감이 보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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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1 01:50:01 *.166.205.132

<도마복음>은 1945년에 이집트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는데요,

깨달음, 신성을 강조한 기독교의 신비주의적 전통의 문헌이라고 하네요.

기독교의 이해를 깊게하고, 불교와 유대교 등과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중요한 책이랍니다.

 

읽다보니 '휴식'에 대한 이야기도 눈에 띄어요.

바로 '영적 휴식'이죠.

'본래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쉼'을 이야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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