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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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나에게 매우 어려운 삶의 과제 중 하나이다. 나의 입장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그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성격적인 문제도 있었고 혼자 결정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성장배경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내 결정이 우선이고 그 결정을 기준으로 다른 것들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마련이다. 이런 공감 능력의 부족은 늘 나에게 인간관계에서 많은 부족한 면을 만든다. 좀더 다가갈 수 있는 딱 좋은 순간을 놓치고 나서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는 일이 많다. 가끔은 이런 내가 꽤 끔찍할 때도 있다. 공감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같이 일을 하고 미래를 꿈꾸고 오늘을 살며 힘든 시간들을 나눌 수 있게나? 하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윤석철 교수의 ‘삶의 정도’에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단어가 나온다. 감수성이다. 최근 이 단어를 사용해 본 적은 없다. ‘삶의 정도’를 보면서 이 단어를 다시 보게 되었다. 책에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감정적 감수성이 아니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필요를 민감하게 인식하는 태도나 방법 차원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감수성은 늘 오만과 충돌한다. 나의 삶을 발전시키고 나아지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어떤 것인지 계속해서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잘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 질문들을 중단하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것과 점점 더 멀어진 삶을 살아가게 된다. 결국 자신의 마음과 자신의 삶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했을 때는 이미 많은 것을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감수성과 오만의 충돌은 부부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결혼할 즈음의 아내와 계속 같이 산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것이 오만인 줄 몰랐다. 아내도 인생을 살면서 변해왔고 성숙해졌다. 어떤 면에서 나는 그 변화를 인지하지 못했고 예전의 아내로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질 못했다. 이런 것은 아내에게 불만으로 남았었다. 문제는 나이고 나의 그 감수성 부족과 오만의 결과이다.
‘삶의 정도’에서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고객의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장기적인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특히, 기업은 고객과 아무런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개인적인 면이나 부부처럼 삐걱거리는 것을 참고 넘어갈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그것은 바로 선택에 의해 결정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그들이 그 것을 사용하면서 누리게 되는 가치보다 적은 비용으로 공급하는 것이 존재의 이유이다. 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급 가격보다 낮은 생산 비용을 유지해야 한다. 즉, 원가 통제가 가능해야 한다. ‘삶의 정석’에서도 지적했듯이 원가 통제의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당장의 비용 절감이다. 이는 생산성 향상이라는 명목 하에 진행되는 다양한 구조조정이란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지식경제사회의 핵심 경쟁력인 인력이 감소함에 따라 장기적인 경쟁력은 감소하게 된다. 결국 가치를 비용 대비 높게 만들지 못하게 되며 이는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결과를 만든다. 이는 어는 기업이라도 피하고 싶은 결과일 것이지만 당장에 피할 수 없는 비용 압박을 어떻게 견뎌내느냐 하는 것이 능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비용은 모든 생산의 예측으로 관리된다. 제품의 개발부터 판매 및 사후 관리까지의 예측결과를 모두 합산해서 소요 비용이 산출되며 어느 정도 정확도를 갖고 있다. 하지만 고객 가치는 기업 입장에서 판도라의 상자이다.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시험해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고객 가치에 더 잘 부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고객 가치에 더 민감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대규모 설비가 투자되는 사업일수록 이에 대한 노력은 더욱더 세심하고 주의를 기울여 수행되어야 한다.
기업의 감수성은 늘 가치의 변화에 주목하라는 말이다. 나 자신도 부부 생활도 지역사회 및 국가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세계는 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는 우리들이 갖고 있는 가치 체계에 변화를 동반한다. 이 가치 체계의 변화가 결국에는 모든 생활 양식과 문화에 영향을 주게 되고 이는 결국 기존의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화에 영향을 주게 된다. 또한 새로운 가치에 대한 필요가 커나가게 되고 이를 포착하는 기업이 새로 생기거나 기존 기업이 이를 잘 포착해서 새로운 상품의 출시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가치의 변화를 잘 하기 위해서 ‘삶의 정도’에서는 오만을 버리라고 충고한다.오만은 눈을 가리고 오만은 귀를 막는다. 보이는 것을 그대로 볼 수 없게 만들고 들리는 것을 왜곡되게 한다. 그러므로 가치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했고,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해서 기업이 해체되었듯이 변화의 첫 번째는 오만을 버리는 것이다.
오만은 늘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할 때 가능할 것이다. 내가 부족하지 않다면 어떻게 그 부족함을 채우려는 노력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하루의 삶을 살면서 부족하다는 생각을 잘하지 못하였나 보다. 그러니 감수성이 떨어졌고 오만했고 공감하지 못하는 딱딱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현대인들은 자신이 변화의 일부이고 그 일부로서 변화를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부족해서 더욱더 감수성을 잃고 있는지 모르겠다. 단순히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방편으로서 감수성과 오만은 다시 생각하고 깨달아야 할 오늘의 말로 생각된다. 나의 부족함은 늘 타인의 필요로 채우기 위해 남겨둔 삶의 지혜가 될 수 있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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