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gum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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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 #3
커피도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물론 베이스는 커피 원액이다. 거기에 이것 저것을 혼합해서 다양한 커피를 만들어 낸다. 커피 고유의 강한 맛보다는 부드러운 커피를 먹고 싶어서 우유를 넣어 만든 것이 카푸치노, 카페라테, 카페 마끼아또 등이다. 카푸치노를 예로 들면 오스트리 빈에 커피숍을 최초로 차린 게오르그 콜시츠키가 오스트리아 사람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커피에 거품 우유를 넣었고 그 이름은 카푸친 수도원의 수도자들이 머리 위에 얹은 하얀 두건의 모습을 떠올려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갈색의 후드 옷과 수염색깔이라는 말도 있다.) 여기서 다 언급을 할 수는 없지만 커피 이름의 유래를 보면 재미있는 것이 많다.
요즘 커피시장의 화두는 단연 콜드브루(Cold brew)와 니트로 콜드브루(Nitro Cold brew)이다. 사실 콜드브루는 새로운 커피가 아니다. 콜드 브루(Cold brew)란 ‘Cold’는 ‘차가운’이란 뜻이고 ‘brew’는 ‘우려내다’의 뜻으로 쉽게 얘기해서 찬물로 커피를 우려내는 것이다. 더 쉽게 얘기하면 일본식 더치커피의 미국식 명칭이다. 더치커피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커피이다. (하지만 정작 네덜란드 사람들은 더치 커피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 그래서 우리는 더치 커피를 ‘Japanese water drip’ 커피 또는 ‘교토커피’로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지 모른다. 콜드 브루와 더치커피는 동일하게 ‘찬물로 커피성분을 추출한다’는 개념은 같다. 다만 다른 것은 더치커피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기계를 봤겠지만 화학 실험기구와 같이 생긴 기계에서 찬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커피를 우려내는 점적(點滴)식 또는 적하(適下)식 커피이고, 콜드 브루는 커피가루를 10~12시간 정도 또는 그 이상을 담궈두는 침적(沈積)식 형태의 커피이다. 더치커피의 영어 이름이 콜드브루인 것이다. 영어 이름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보면 상술이나 광고 효과가 대단하다.
그에 비해 니트로 또는 나이트로 콜드브루(Nitro Cold brew)는 말그대로 콜드브루 커피에 질소를 넣어서 만든 커피로 미국에서 시작되었다.(이산화탄소도 들어간다.) 얼음 대신에 질소를 이용해 냉각시킨 커피를 시원한 용기에 보관했다가 뽑아내는 형태이다. 질소가 액체에 닿으면 서징(surging)효과가 일어나 미세하고 풍부한 거품이 발생한다. 스타벅스 커피에 가서 나이트로 콜드 브루를 시키면 직원이 생맥주를 뽑아내는 기계에서 커피를 뽑아서 주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질소를 먹어도 되냐? 당연히 먹어도 된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중에 질소가 78% 차지한다. 그러니 먹어도 문제는 없다. 마치 흑맥주를 마시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너무 다양할 것이다. 습관적으로, 졸음을 깨기 위해, 부드러운 회의 분위기를 위해, 소개팅을 위해 등등 셀 수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 아마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카페인 섭취를 통한 정신적 각성을 위해서 마실 것이다. 본인이 마시는 커피 한잔에 들어 있는 카페인의 양이 얼마인지 알고 마시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tall 사이즈 기준 카페인 함량을 보면 제일 높은 것은 드립커피 260mg, 나이트로 콜드브루 245mg, 아메리카노 150mg, 아이스아메리카노 140mg, 콜드브루 125mg, 인스턴트 커피 73mg 정도이다. 성인 일일 섭취권장량이 400mg이라고 하니 커피 한잔 하실 때 카페인 양을 생각하시면서 드시길 권한다.
지금까지 커피에 관한 글을 쓰면서 내 자신에게는 좋은 시간이었다. 커피에 대한 공부도 하고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커피에 관한 글을 쓰기에는 턱없이 내 지식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이번 주 <논어>에서 “없으면서 있는 척하고, 비었으면서도 가득 차 있는 척하며…”라는 글을 보니 더욱더 이렇게 아는 척 하는게 여간 부끄러운게 아니다. 이 수오지심을 떨쳐버릴 수 있도록 커피에 대한 공부를 진지하게 시작해 보려 한다.
40년이 조금 넘은 내 인생에서 커피는 이제 나에게 단순히 마시는 음료가 아닌 나를 정신적으로 성장시켜주는 친구가 되었다. 그 친구로부터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물론 돈을 자꾸 쓰라고 해서 문제이지만 말이다. 앞으로 내게 바램이 있다면 나는 ‘커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커피 한잔의 여유를 줄 수 있고,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머리를 맑게 해주는 각성을 줄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위로를 또는 기쁨을 , 행복을 줄 수 있는 그런 커피 같은 사람이고 싶다. 그것이 차마 이룰수 없는 이상이라고 할지라도 남은 생애 그런 사람이 되고자 오늘도 커피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