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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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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2일 04시 29분 등록

크기변환_신진철~1.JPG
평창으로 가는 그의 차를 얻어 탔습니다. 왠지 친근한 인상, 털털한 말투와 장난기 가득한 행동들. 마치 대학 선배를 만난 듯 했습니다. 마음속으론 연구원 면접에 대한 긴장과 내적인 갈등들로 잔뜩 얼어있었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돌연 시작된 그의 사전 면접 질문은 날카로웠습니다. 사부님을 흉내내며 그가 했던 질문은  "경수야, 내년에 하자. 꼭 올해 해야 겠냐?" 이런 식이었죠.  난 우물쭈물 변명을 늘어놓았고, 당황해서 마음을 놓쳐 버렸습니다. 하지만 불편했던 마음속에서 여행 도중 찾은 실마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지금 해야겠다'는 결심이었습니다. 그의 질문은 나의 의지를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그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자연을 좋아한다는 그의 말과 면접 전에 읽었던 '강'에 대한 칼럼들 덕분에 조금 그를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와 비슷하구나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의 글들을 읽다보니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열정을 쏟아내는 사람이란 걸 알았습니다. 그는 "나는 목숨을 걸었다. 여러분은 무엇을 걸겠는가?"라고 묻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권위에 맞짱 뜨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할 말이 넘쳐나는 사람 같아 보입니다. 그가 쓴 칼럼들, 작년 청강생 기간동안 쓴 '살아가기'게시판의 <불편하게 살기>시리즈와 시들을 읽다보니 그가 쏟아내는 고백들에 가슴이 아려오기까지 합니다. 내가 대학을 입학하던 시기였던 1993년. 문민정부 시절이었던 그때까지도 그는 수배생활을 했습니다. 3년 동안 학교 밖을 두 번밖에 못나가 보고, 찬 스트로폼 위에서 잠을 자며 살았답니다. 운동권이라는 이유로 주민등록까지 말소시키며 5년간 숨어살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헤어질수밖에 없었다니요. 저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삶이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그를 너무 무겁게만 보진 말아주세요. 그는 토속적이며 풍류를 즐길줄 알며 달빛을 사랑하는 시인입니다. 그것이 그를 그 상처속에서 견디게 했나봅니다. 그는 다시 시작된 삶을 '전주'에서 자연과 벗삼아 시민단체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전주천 복원 사업>을 통해 삶의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전주천'을 통해 사회가 말하는 성공은 아닐지언정 세상에 그의 이름을 조금씩 알리게 됩니다. 그러다 새로운 충전을 위해 6개월간 혼자 영국에 훌쩍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가족이 있었던 그에겐 무모한 짓처럼 보일수도 있었지만, 그만큼 그는 절실했습니다. 그는 목숨 걸고 참된 자신을 찾고 싶었으니까요. 그런 그가 마흔 세살에 또다시 새로운 것을 시작합니다.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6기>였습니다. 청강생으로서 몇 개월의 마음고생까지 겪으며 그는 또 이곳에 열정을 들이 부었습니다. 그는 바닥까지 남김없이 사랑해야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동기들은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휴가마저 동기의 고통을 더는데 쓰는 사람이다. 풍류를 아는 사람이며,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길남파 행동대장이다. 그의 세계에 들어가기는 힘들지만 들어가 보면 참 아름다운 세계를 가진 사람이다." 라고요. 그는 자신을 이렇게 말합니다. "전 무엇보다도 사람 욕심이 많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사상과 정체성을 묻는다면, 나는 단언코 휴머니스트라고 말하겠습니다." 그의 삶은 거대한 사상과 가치로 방향지워졌지만 결국 그는 사람을 사랑하는 소박한 꿈을 가진 사람일 뿐 인걸 알겠습니다.

그는 이제 나의 멘토입니다. 한 칼럼에서 그는 스스로 위험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자기가 불을 붙인 사람에게 각오가 되었는지를 묻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기도 그들과 함께 변하겠다는 각오를 스스로  다집니다. 큰일났습니다. 결코 쉬운 멘토가 아닌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는 자기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보다는 자기와 함께 나쁜일을 하는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저에게 씌워진 '착한사람'이라는 껍데기를 찢어야 그를 만날 수 있을텐데요. 어떻하죠? 한 술더떠 그가 꿈꾸는 삶은 "신들도 질투하는 삶" 이랍니다. 참 힘든 멘토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춤추며 살아봐야겠습니다. 저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유언장을 쓰며 죽음 앞에 약속했으니까요.

 

"나는 신들과 더불어 춤을 추며 살아갈 것입니다. 결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것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늘 지금처럼"

- 신진철, 이메일 인터뷰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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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는 '강'에 대한 책을 쓰고 있습니다.
      일년동안의 그 여정에 힘찬 응원 부탁합니다
      .

  • 저자소개 : 신진철은...
    1969년 음력 섣달 열하루, 만경강의 끝자락 심포에서 탯줄을 묻었다.
    1972년 제 아비를 따라 강을 거슬러 전주로 나왔다.
    전주천에서 멱을 감고, 물고기도 잡으며 좀 놀았다.
    1999년 전주천 자연형하천복원사업에 휘말려 들어, 다시 잊었던 인연을 맺다.
    2002년 일본에서 열린 제5회 강의날대회에서 전주천 복원사례가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강과 하천을 사랑하는 풀뿌리단체 모임인 강살리기네트워크에서 운영위원도 맡고, 조직위원장도 맡았다. 그 후로 ‘쉬리가 사는 도심하천’을 찾는 이들에게 제법 일삼아 전주천을 팔았다.
    2006년 전주에서 제5회 한국강의날대회를 개최하는데, 조직위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사진집 ‘장롱속 전주천 추억찾기’를 펴내고, 전북일보에 스물세차례 기획연재를 했다.
    2007년 전주천을 지키기 위한 민관거버넌스 ‘전주생태하천협의회’를 결성했다.
    2010년 ‘전주천 10년의 기록’을 통해 함께 해 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엮었다.
    2011년 지금도 걷고 있다. 강을 따라서...

  • 블로그 : blog.naver.com/stephano1117

  • 프레시안 키워드가이드 ‘강과하천’ http://www.keywordguide.co.kr/site/article/guide_home.asp?key_idx=1214

     stephano1117@naver.com

  •  

       

      <이메일 인터뷰 중>

      • 무엇보다도 사람욕심이 많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사상과 정체성을 묻는다면, 나는 단언코 휴머니스트라고 말하겠습니다. 비록 나의 유년시절과 황금같았던 청춘시절의 열정을 지배했던 사상들이 나를 만들어왔고, 지금의 나 역시도 과거의 유산 속에서 성장했음을 인정하지만.. 결국 나는 나일뿐입니다. 나는 나를 찾고 싶어서 헤매다가 구본형 선생님을 만났고, 변경연의 연구원이 되기를 마음 먹었습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를 늘 스스로에게 물었고, 그에 답하기 위해서 지난 1년을 살아왔습니다. 늘 바닥까지 남김없이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살려고 할 뿐입니다.

        나는 신을 믿느냐고 묻는 질문에, 신을 안다고 대답했던 캠벨의 말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나는 신들도 질투하는 삶을 살 것입니다. 신들과 더불어 춤을 추며 살아갈 것입니다. 결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것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늘 지금처럼


      ※ 기타 칼럼에서 발췌했던 문장들과 인터뷰 전문은 삭제합니다. 늘어진 뱀꼬리 같이 느껴져서 입니다.

       

      IP *.111.51.110
      
      프로필 이미지
      2011.04.12 11:12:19 *.45.10.22
      이야.. 뵙지도 않은 분의 인터뷰를 어쩌면 이렇게 화려하게 했누 
      알수록 존경스럽네 양갱 오라버니 ㅎㅎ
      프로필 이미지
      2011.04.12 12:40:48 *.111.51.110
      면접여행에 오고가는 차안에서의 대화 속에서 나와의 공통점들이 많아서 인연으로 느껴졌어.
      밤에 급하게 올리느라 발췌글등이 정리되지 않고 길게 늘어졌네... 부끄러워서 확 정리했어.
      화려한것은 나답지 않은것 같아~
      프로필 이미지
      유재경
      2011.04.12 14:05:58 *.35.19.58
      경수, 딱 맞는 멘토를 찾았네. 둘이 제법 잘 어울려.

      그런데 진철 선배처럼 자기도 개인기 좀 하나 준비해라.
      진철 선배 창 잘 하두만. 매일 1시간 씩만 배워서 내년 8기 면접여행 때 불러줘.
      할 수 있겄냐? ㅋㅋ
      프로필 이미지
      2011.04.12 14:24:04 *.111.51.110
      그러게 개인기 좀 있으면 좋겠는데~
      루미가 있는데 나보고 '창' 하라고? 그건 아닌거 같어~
      다른걸로 추천좀 해줘봐~
      프로필 이미지
      우성
      2011.04.12 16:11:05 *.30.254.21
      갱수님.. 진국이구만요.
      시골국밥 먹으러 오는
      장똘뱅이 시인같은 진철이처럼
      갱수님도 따듯한 사람이에요.

      자연의 생태를 담담하게 나레이션 하는 '이문세'의 
      다큐멘터리 삘이 납니다.

      컬럼을 읽는 와중에, 진철이가 보고싶고
      구수한 사투리가 귀에 들려오는 듯 하고,
      전주의 스파 목욕탕과
      '별들의 고향'에서 새벽까지 먹었던, 막걸리가 생각나는 걸 보니,
      이 모든 것을 그대의 책임으로 돌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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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4.12 19:32:13 *.166.205.131
      우성선배님은 노래도 글도 술술 풀려나오는 타고난 작가 같아요~
      짧게 나눴던 버스에서의 대화속에서는
      저의 고민을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같은 상담자같이 느껴졌답니다.

      우성선배가 진국 중의 진국이라고 유끼 선배들이 그러던데요~
      진철선배랑 같이 찐하게 막걸리 한잔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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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훈
      2011.04.12 16:28:20 *.219.84.74
      진철 선배님은 알수록 매력입니다.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도 그렇고, 멘사라는 두뇌의 타이틀도 그렇고, 꿈도 그렇고 무엇하나 상상 그 이상입니다.
      처가가 전주입니다. 전주가면 꼭 연락하겠습니다. 면접여행 때의 가맥 양념이 그립습니다.

      양갱, 너도 참 대단하다. 깜짝 놀라게 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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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4.12 19:33:49 *.111.51.110
      나도 가맥생각이 나네요.
      근데 형! 뭔일로 깜짝 놀랐데요?
      프로필 이미지
      루미
      2011.04.13 05:17:28 *.23.188.173
      경수 오라버니의 글은 항상 보는 내내 편안하다.
      그리고 정말 예쁘다
      그래서 쫌... 질투난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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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
      2011.04.13 07:13:11 *.58.97.19
      맞어. 편하다는 말이 딱인듯!!!
      경수오라버니같은 글.!! 완전 좋아요.ㅎㅎ
      프로필 이미지
      2011.04.13 11:02:53 *.166.205.131
      진철선배가 아름다워서겠지...^^
      근데 내 생에 처음 질투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
      고마우이!
      프로필 이미지
      진철
      2011.04.13 09:28:03 *.1.108.38
      사람..참..무안하게만드시기는..
      빤스는 하나 입혀놓아야지..이렇게 발가벗겨 놓으면..
      저더러 어쩌란 말입니까... 꽃샘추위에 내복도 없이..
      딱 감기걸리기 좋구만..ㅎㅎ
      프로필 이미지
      루미
      2011.04.14 04:31:21 *.23.188.173
      읽다가 웃었다는~
      이 새벽부터 웃게 만드시공~ㅋㅋㅋㅋㅋ
      프로필 이미지
      진철
      2011.04.13 15:58:27 *.1.108.38
      앗! 이제는 군복무사실까지...
      제가 지구방위대 출신인걸 어떻게 알았지요?
      프로필 이미지
      2011.04.13 11:05:44 *.166.205.131
      무안함이 불편함을 말하는 건 아니겠죠?
      남의 인생을 말한다는게 참 어려운 것이라, 조심스럽네요.

      근데 제발 감기는 걸리지 말아주삼!
      형님이 아프면 지구는 누가 지켜요!
      프로필 이미지
      2011.04.13 10:41:46 *.124.233.1
      형님 글을 읽으면 '참 착하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형의 그 선한 미소가 글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듯 해요..

      진철형님 첫 모습에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느낌은 받았는데,
      경수 형님께서 정말 한 사람을 제대로 탐구한 것 같네요.
      짧은 글 한편에 진철형님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기쁨 나아가 아름다운 미래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휴머니스트 진철형님..
      걸쭉한 막걸리 진국같은 형님께 사람내음나는 법을 배워야겠습니다.

      좋은 글 고마워요 경수형 ^^
      프로필 이미지
      2011.04.13 11:07:35 *.166.205.131
      고마운 말이지만 글에도 썼듯이 착하기만 해서는 진철형님과 같이 갈수없다!
      난 나의 착함을 넘어서는 한해가 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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