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香山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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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을 시작하며…
대략 연구원 생활의 삼분의 이(2/3) 가량이 지났습니다. 20페이지의 제 이야기를 정리하고, 연구원 시험을 봤던 기간까지 포함하면 대략 10달 가까운 시간이 눈 깜빡 할 사이(?)에 지나가버렸습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나고 돌이켜보니 모든 것이 너무 빨리 흘러가버린 느낌입니다. 이제 조금씩 연구원 1년 차 생활의 끝이 보일 듯한 자리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합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번역 제안에 처음엔 많이 얼떨떨했습니다. 매주 시간에 쫓겨 부끄러운 과제를 제출 하고 말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과연 번역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잠깐, 아주 잠깐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망설이고 있는 그 모습이 제가 그동안 벗어나고자 그렇게 노력했던 바로 그 모습임을 발견하고는 마음을 새롭게 다졌습니다. 그러자 오기가 피어 올랐습니다.
이제 12월이 지나면 1, 2, 3월에 걸쳐 연구원 2년 차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 석 달의 시간은 지나온 열 달의 시간만큼이나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 중요한 기간을 번역일 때문에 소홀히 보내게 될까 봐 조금은 두렵습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제 나름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번역할 책은 어떤 책?
제가 번역을 하게 될 웨인 다이어(Wayne Dyer)의 'Change Your Thoughts, Change Your Life'는 노자의 도덕경에 대한 책입니다. 좀 엉뚱하지요? 서양의 유명 자기계발 전문가가 쓴 동양고전에 대한 책이라는 것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조금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노자는 사마천의 사기에서조차 정확한 생존 연대를 대지 못할 만큼 베일에 싸인 인물입니다. 또 그의 『도덕경』은 수없이 많은 판본과 주석으로 유명한 책이기도 합니다. 도덕경의 주석 중에 이름이 전해지고 있는 것만 1천여 개나 되고 현재까지 전해지는 것만도 300종이 넘는다고 하니 그 다양함에 기가 질릴 지경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번역할 책의 저자는 이 수많은 주석에 또 하나를 더하는 대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합니다.
도덕경은 모두 81장 5,200여 자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각 장은 운문과도 같은 형태로 깊은 뜻을 전합니다. 저자는 한 장을 4일에 걸쳐 깊이 읽고, 명상하고, 실천하면서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전체 81개의 장을 각각 4일에 걸쳐 살았으니 꼬박 1년의 시간이 걸린 셈입니다. 그런 그의 방식이 마음에 듭니다. 저자가 책을 쓴 방식을 따라 번역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충분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선 하루에 한 장을 번역하고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나중에 조금 수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주는 본격적으로 번역을 시작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번역을 시작하기에 앞서 필요한 것들이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노자와 도덕경에 대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또한 저자에 대해서도 꼼꼼한 조사가 필요할 것입니다. 노자와 『도덕경』에 대한 조사에 앞서 웨인 다이어가 어떤 사람인지 찾아보았습니다.
지난 1년간 제법 많은 저자를 만났습니다. 물론 책의 본문을 통해 그들을 만났지만, 그에 앞선 '저자 조사'를 통해 책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숨은 모습들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인터넷은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되어주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인데,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듯이 책상에 앉아 세상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인터넷에서 '웨인 다이어'라는 이름으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제일 먼저 그가 자신의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가 눈에 띄었습니다. 다음은 그 곳에 실린 저자의 자기 소개입니다.
웨인 다이어 박사(Dr. Wayne W. Dyer)에 대하여
웨인 다이어 박사는 자기계발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유명한 작가 겸 강연자이다. 그는 30권이 넘는 책의 저자이며, 많은 오디오, 비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또한 수천 편의 텔레비전과 라디오 쇼에 출연한 바 있다.
그의 책, '당신의 운명을 분명히 하라(Manifest Your Destiny)', '하루 경영 (Wisdom of the Ages)' 속에는 모든 문제에 대한 영적인 해답이 있다. 또한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인 '10 Secrets for Success and Inner Peace', 'The Power of Intention" 그리고 바로 이 책, '생각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Change Your Thoughts - Change Your Life)는 모두 텔레비전 특집으로 제작되어 방영되었다.
다이어 박사는 웨인 주립 대학에서 교육 상담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뉴욕의 세인트 존스 대학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웨인 다이어 박사는 그의 팬들 사이에서 "동기부여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고아원과 양부모의 집에서 보낸 불우한 유년 시절에도 불구하고, 다이어 박사는 꿈을 이루는 것을 방해하는 수많은 장애물들을 극복해왔다. 오늘날 다이어 박사는 그가 해온 것과 같은 방법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있다.
그는 정신을 드높이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세계를 여행하는 시간을 빼고는 마우이에 있는 그의 집에서 저술에 힘쓰고 있다.
읽고 보니 별 말도 없거니와 진한 홍보성 문구라서 정말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대략 30권이 넘는 책을 썼고, 방송에 무수히 출연하는 유명인이라는 정도가 고작입니다. 이것만으로는 그를 알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1주일 치 과제도 아니고, 이번엔 몇 개월을 통째로 쏟아 부을 각오로 시작하는 일인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번엔 연구원 과제를 할 때도 종종 이용하던 위키페디아(http://www.wikipedia.org)로 달려갔습니다.
웨인 다이어 박사는 1940년 5월 10일에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났다. 그는 미국에서 인기있는 자기개발 분야의 작가 겸 강연자이다. 그가 1976년에 쓴 'Your Erroneous Zones'(우리나라에는 거의 30년이나 지난 2006년에서야 '행복한 이기주의자'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는 300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은 인본주의적인 사상을 대중에게 전했다고 한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웨인 다이어 박사는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고아원에서 보냈다. 웨인 주립 대학에서 상담 교육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디트로이트에 있는 고등학교의 생활지도 카운슬러로 일했으며 뉴욕의 세인트 존스 대학에서 상담교육학 교수이기도 했다.
처음에 그는 정기 간행물에 글을 기고하고, 개인적인 치료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학문적인 경력을 추구했다. 그러던 중에 세인트 존스 대학에서 긍정적 사고와 동기부여를 위한 연설 기법에 초점을 맞춰 그가 진행했던 강연이 강좌를 수강한 학생들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까지도 매료시켰다. 한 출판사(literary agent )가 그의 아이디어를 책을 형태로 만들어보자고 설득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Your erroneous zones(행복한 이기주의자)'였다; 비록 처음에는 판매가 부진했지만, 웨인 다이어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그만두고 서점의 저자 사인회와 미디어 인터뷰를 좇아 미국 전역에 걸친 홍보 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홍보 투어를 감행한 결과로 그는 메리 그리핀, 투나잇 쇼 그리고 필 도나후 등을 포함하는 공중파 방송의 토크쇼에 출연하게 되었다.
그는 강연 여행과 일련의 오디오 테이프 그리고 정기적으로 책 출판과 함께 명성을 쌓아나갔다. 웨인 다이어의 청중은 데일 카네기나 스티븐 코비처럼 기업 고객에 국한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의 메시지는 New Thought Movement' 등에서 많은 이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종종 가족의 일화를 이야기하거나 그가 직접 경험한 것들을 실례로써 사용했다. 그의 자수성가한 성공스토리는 그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력적인 방법 중의 하나였다. 웨인 다이어는 독자들에게 '종교적인' 경험으로 이끄는 안내자로써의 자아에 대한 믿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아 실현을 추구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독자에게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 또는 자기의존을 전파하는 사람의 본보기인 예수 그리스도를 모방하라고 제안했다. 그는 원죄에 대한 사회적 초점을 비판했다. 그는 과거에 저지른 행위로 인해 현재에서 유죄로 여겨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고착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독자들에게 부모와 학교 그리고 심지어는 독자들 스스로가 그들 자신에게 어떤 방식으로 죄책감을 심어주었는지 알려주었다.
다이어는 비록 영적인 꼬리표에 저항했지만, 1990년 대에 들어와 'Real Magic'에서는 영성(靈性)에 대한 좀더 많은 요소를 그리고 'Your Sacred Self'에서는 고귀한 의식을 포함하도록 그의 메시지를 수정했다. 현재 그는 도덕경의 번역과 미국내 강연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그를 데일 카네기나 스티븐 코비와 비교하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비록 국내에는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내의 인지도는 상당히 높은 편인 모양입니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책을 쓰고, 강연을 해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또한 독자가 찾아오길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독자를 찾아나서는 그의 적극적인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상업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약력에 이어 그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의 목소리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비판이라기보단 약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2000년 이후로 웨인 다이어는 PBS 방송(pledge drives)에 여러 차례 출연해왔다. PBS의 지역 방송 담당자는 그가 인기 있는 강연자이고 방송국의 경제적 수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일부 PBS 시청자는 방송사가 그들의 명성을 다이어에게 빌려주고, 자신들을 그의 가르침에 끼워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출연을 불만스럽게 생각했다.
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것을 가지고 비판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책이나 강연이 너무 상업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위키페디아에는 또한 그의 가정생활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는 3번 결혼했고, (당연히) 2번 이혼했다. 그리고 3번째 부인 마르셀린(Marcelene)으로부터 8명의 자녀 중 7명을 얻었다.
미국 사회에서 이혼이 비교적 흔한 일이라고는 해도 화려한 경력을 가진 그의 가정 생활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닙니다. '옳은 것(rightness)과 친절함(kindness) 중에 항상 친절함을 택하라'고 말하는 그의 가르침이 어쩐지 조금은 빛 바랜 느낌입니다.
끝으로 그가 쓴 책들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볼까 합니다. 30권이 넘는 그의 작품을 일일이 소개하는 것은 무리일 듯 싶어서 그가 쓴 책 중에 국내에 번역되어 소개된 책,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책 몇 권만 나열합니다. 이 중에 일부, 혹은 그의 다른 책들을 구해서 읽어볼 계획입니다. 그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알아두면 번역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책 사진을 누르면 좀더 자세한 정보가 있는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행복한 이기주의자 (Your erroneous zones)

(60인의 현인들에게 배우는) 하루 경영 (Wisdom of the ages)

딸과 함께한 시간 (A)promise is a promise : an almost unbelievable story of a mother's unconditional love and what it can teach us)

인생의 기적을 낳는 7가지 생활습관

저자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 (혹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책에서 다루고 있는 81장의 『도덕경』, 그 자체이고 좀더 나아가서는 노자(와 장자)의 사상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참으로 만만치가 않습니다. 시와도 같은 형식으로 쓰여진 『도덕경』은 놀라우리만치 다양한 해석이 존재합니다. 그 중에 어느 것이 실제 노자의 목소리에 가까운 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저 그가 살았던 시대에 비추어 그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 뿐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연구원 과제들을 통해 고전과 가까워진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선 신영복 교수님의 『강의』가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 중국 고전에 대한 개략적인 이해를 위해 『강의』는 좋은 입문서의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또 비록 직접적인 관련은 비교적 적지만 최근에 읽은 『관자』도 노자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흔히 도가라는 이름으로 자연으로 돌아갈 것을 외쳤다고 알려진 노자와 천하를 경영하는 것에 인생을 바친 관자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는 나중에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넷으로 책을 뒤적이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서 큰 서점으로 직접 달려갔습니다. 『도덕경』에 대한 책이 제법 많아서 어떤 것이 좋을 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무작정 많이 사서 읽다 보면 좋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패에 대한 부담을 떨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고민 끝에 다음과 같은 책들을 골랐습니다.
도덕경, 오강남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우선은 문고판 사이즈의 아담한 크기에 하드커버로 단단하게 쌓여진 책의 겉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저자의 이력이 마음을 끌었습니다. 저자는 한국에서 종교학과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캐나다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외국 박사(?)라는 타이틀에 끌린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북미 지역에서 공부를 했고, 현재도 캐나다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그가 도덕경을 이해하고 풀어내는 방식이 눈에 띄었습니다. 간간히 영어 단어를 사용해 개념을 설명하는 그의 방식이 어쩌면 웨인 다이어 박사의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최진석

이 책은 중국 도가 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쓴 『도덕경』에 대한 책입니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학문적 배경이 『도덕경』을 잘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믿음이 이 책을 고르게 된 첫 번째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는데, 그것은 노자를 이해하기 위해 저자가 『도덕경』에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그는 21세기로 노자를 끌고 와서 해석할 것이 아니라, 2500년 전의 시대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노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또한 같은 맥락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도덕경』의 주해서인 왕필본에조차 의심의 눈길을 보냅니다. 노자가 살았던 그 시대를 이해하고 그의 생각을 되짚어가는 좋은 길을 알려주기를 기대합니다.
지식인 마을 - 장자 & 노자, 강신주

이 책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지식인마을 시리즈 중에 한 권입니다. 일반적으로 노자를 이야기하면서 장자를 빼먹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마치 하나의 이름처럼 '노장'이라고 부르며 이들을 하나의 범주에 몰아넣곤 합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사마천의 사기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마천은 그의 책을 통해 신불애, 한비자, 노자, 장자 등을 하나의 그룹으로 분류하면서 노자와 장자의 철학이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 통쾌한 똥침을 날립니다. 노자가 통치자의 지배를 정당화하고 이를 유지하는 통치철학을 제시했다고 주장하면서 반대로 장자는 민중의 입장에서 사유하고 타자와 자아의 소통을 추구했던 철학자라고 이야기합니다. 그에 따르면 노자는 '도(道)가 만물을 낳는다'고 하고 장자는 '우리가 걸어가야 도(道)가 만들어진다'고 말합니다. 이 재미있는 책의 한 가지 문제점이라면 책을 읽고 나면 노자보다 장자에게 관심이 쏠리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노자와 장자를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이 책만의 매력적인 장점입니다.
도덕경 읽는 즐거움, 박영규, 노진선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으로 빅히트를 기록했던 저자는 유사한 제목의 여러 시리즈를 통해 꾸준히 고전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이 책은 『도덕경 읽는 즐거움』이라는 제목이 주는 따스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유가나 법가와 같은 다른 제자백가의 사상과 비교를 통해 『도덕경』에 접근하는 저자의 방식이 마음을 끌었습니다. 신영복 교수님의 『강의』와 더불어 다른 고전과 함께 『도덕경』을 이해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될 듯 합니다.
한글 도덕경, 정종미

마지막으로 이 책은 표지에 등장한 미모의 저자에 끌려서 산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 책은 한글로 된 『도덕경』이란 주제를 가진 만큼 매끄러운 번역과 깔끔한 표현에 많은 공을 들인 책입니다. 번역서에 들어가게 될 『도덕경』 원문에 대한 해석에 참고할 부분이 많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책을 고른 이유와 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 이후에 노자의 사상에 대한 깔끔한(?) 정리를 덧붙이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장은 그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우선은 골라잡은 책을 모두 깊이 읽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또한 이미 읽은 책들의 내용도 머리 속에서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소용돌이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조금 더 생각하고, 고민하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조금 뒤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조금씩 번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책의 앞 부분을 더듬더듬 번역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책이 총 81개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하루에 한 꼭지씩 번역하겠다고 처음에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걱정했던 대로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제 시작이라 더디기도 하고 욕심이 앞서다 보니 그렇기도 합니다. 초벌로 빠르게 번역하고 다듬을 것인지 아니면 좀더 꼼꼼히 시간과 공을 들여 단번에 끝을 볼 것인지 고민 중입니다. 그런데 노자와 『도덕경』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깊어질 것을 생각하면 일단 번역하고 다시 살피는 것이 책 전반에 걸쳐 고른 품질의 번역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번역한 글은 한 줄도 올리지 않고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번역에 앞서 제가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많이 설레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도 됩니다. 열심히 해보렵니다. 과정 자체를 즐겨보겠습니다. 요즘 저 건네 게시판에서는 '화실일기'가 인기던데, 이 참에 '번역일기'를 써볼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번역을 시작합니다.
IP *.109.108.65
대략 연구원 생활의 삼분의 이(2/3) 가량이 지났습니다. 20페이지의 제 이야기를 정리하고, 연구원 시험을 봤던 기간까지 포함하면 대략 10달 가까운 시간이 눈 깜빡 할 사이(?)에 지나가버렸습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나고 돌이켜보니 모든 것이 너무 빨리 흘러가버린 느낌입니다. 이제 조금씩 연구원 1년 차 생활의 끝이 보일 듯한 자리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합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번역 제안에 처음엔 많이 얼떨떨했습니다. 매주 시간에 쫓겨 부끄러운 과제를 제출 하고 말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과연 번역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잠깐, 아주 잠깐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망설이고 있는 그 모습이 제가 그동안 벗어나고자 그렇게 노력했던 바로 그 모습임을 발견하고는 마음을 새롭게 다졌습니다. 그러자 오기가 피어 올랐습니다.
이제 12월이 지나면 1, 2, 3월에 걸쳐 연구원 2년 차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 석 달의 시간은 지나온 열 달의 시간만큼이나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 중요한 기간을 번역일 때문에 소홀히 보내게 될까 봐 조금은 두렵습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제 나름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번역할 책은 어떤 책?
제가 번역을 하게 될 웨인 다이어(Wayne Dyer)의 'Change Your Thoughts, Change Your Life'는 노자의 도덕경에 대한 책입니다. 좀 엉뚱하지요? 서양의 유명 자기계발 전문가가 쓴 동양고전에 대한 책이라는 것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조금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노자는 사마천의 사기에서조차 정확한 생존 연대를 대지 못할 만큼 베일에 싸인 인물입니다. 또 그의 『도덕경』은 수없이 많은 판본과 주석으로 유명한 책이기도 합니다. 도덕경의 주석 중에 이름이 전해지고 있는 것만 1천여 개나 되고 현재까지 전해지는 것만도 300종이 넘는다고 하니 그 다양함에 기가 질릴 지경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번역할 책의 저자는 이 수많은 주석에 또 하나를 더하는 대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합니다.
도덕경은 모두 81장 5,200여 자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각 장은 운문과도 같은 형태로 깊은 뜻을 전합니다. 저자는 한 장을 4일에 걸쳐 깊이 읽고, 명상하고, 실천하면서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전체 81개의 장을 각각 4일에 걸쳐 살았으니 꼬박 1년의 시간이 걸린 셈입니다. 그런 그의 방식이 마음에 듭니다. 저자가 책을 쓴 방식을 따라 번역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충분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선 하루에 한 장을 번역하고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나중에 조금 수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주는 본격적으로 번역을 시작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번역을 시작하기에 앞서 필요한 것들이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노자와 도덕경에 대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또한 저자에 대해서도 꼼꼼한 조사가 필요할 것입니다. 노자와 『도덕경』에 대한 조사에 앞서 웨인 다이어가 어떤 사람인지 찾아보았습니다.
지난 1년간 제법 많은 저자를 만났습니다. 물론 책의 본문을 통해 그들을 만났지만, 그에 앞선 '저자 조사'를 통해 책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숨은 모습들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인터넷은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되어주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인데,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듯이 책상에 앉아 세상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인터넷에서 '웨인 다이어'라는 이름으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제일 먼저 그가 자신의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가 눈에 띄었습니다. 다음은 그 곳에 실린 저자의 자기 소개입니다.
웨인 다이어 박사(Dr. Wayne W. Dyer)에 대하여
웨인 다이어 박사는 자기계발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유명한 작가 겸 강연자이다. 그는 30권이 넘는 책의 저자이며, 많은 오디오, 비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또한 수천 편의 텔레비전과 라디오 쇼에 출연한 바 있다.
그의 책, '당신의 운명을 분명히 하라(Manifest Your Destiny)', '하루 경영 (Wisdom of the Ages)' 속에는 모든 문제에 대한 영적인 해답이 있다. 또한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인 '10 Secrets for Success and Inner Peace', 'The Power of Intention" 그리고 바로 이 책, '생각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Change Your Thoughts - Change Your Life)는 모두 텔레비전 특집으로 제작되어 방영되었다.
다이어 박사는 웨인 주립 대학에서 교육 상담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뉴욕의 세인트 존스 대학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웨인 다이어 박사는 그의 팬들 사이에서 "동기부여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고아원과 양부모의 집에서 보낸 불우한 유년 시절에도 불구하고, 다이어 박사는 꿈을 이루는 것을 방해하는 수많은 장애물들을 극복해왔다. 오늘날 다이어 박사는 그가 해온 것과 같은 방법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있다.
그는 정신을 드높이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세계를 여행하는 시간을 빼고는 마우이에 있는 그의 집에서 저술에 힘쓰고 있다.
읽고 보니 별 말도 없거니와 진한 홍보성 문구라서 정말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대략 30권이 넘는 책을 썼고, 방송에 무수히 출연하는 유명인이라는 정도가 고작입니다. 이것만으로는 그를 알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1주일 치 과제도 아니고, 이번엔 몇 개월을 통째로 쏟아 부을 각오로 시작하는 일인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번엔 연구원 과제를 할 때도 종종 이용하던 위키페디아(http://www.wikipedia.org)로 달려갔습니다.
웨인 다이어 박사는 1940년 5월 10일에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났다. 그는 미국에서 인기있는 자기개발 분야의 작가 겸 강연자이다. 그가 1976년에 쓴 'Your Erroneous Zones'(우리나라에는 거의 30년이나 지난 2006년에서야 '행복한 이기주의자'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는 300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은 인본주의적인 사상을 대중에게 전했다고 한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웨인 다이어 박사는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고아원에서 보냈다. 웨인 주립 대학에서 상담 교육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디트로이트에 있는 고등학교의 생활지도 카운슬러로 일했으며 뉴욕의 세인트 존스 대학에서 상담교육학 교수이기도 했다.
처음에 그는 정기 간행물에 글을 기고하고, 개인적인 치료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학문적인 경력을 추구했다. 그러던 중에 세인트 존스 대학에서 긍정적 사고와 동기부여를 위한 연설 기법에 초점을 맞춰 그가 진행했던 강연이 강좌를 수강한 학생들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까지도 매료시켰다. 한 출판사(literary agent )가 그의 아이디어를 책을 형태로 만들어보자고 설득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Your erroneous zones(행복한 이기주의자)'였다; 비록 처음에는 판매가 부진했지만, 웨인 다이어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그만두고 서점의 저자 사인회와 미디어 인터뷰를 좇아 미국 전역에 걸친 홍보 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홍보 투어를 감행한 결과로 그는 메리 그리핀, 투나잇 쇼 그리고 필 도나후 등을 포함하는 공중파 방송의 토크쇼에 출연하게 되었다.
그는 강연 여행과 일련의 오디오 테이프 그리고 정기적으로 책 출판과 함께 명성을 쌓아나갔다. 웨인 다이어의 청중은 데일 카네기나 스티븐 코비처럼 기업 고객에 국한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의 메시지는 New Thought Movement' 등에서 많은 이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종종 가족의 일화를 이야기하거나 그가 직접 경험한 것들을 실례로써 사용했다. 그의 자수성가한 성공스토리는 그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력적인 방법 중의 하나였다. 웨인 다이어는 독자들에게 '종교적인' 경험으로 이끄는 안내자로써의 자아에 대한 믿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아 실현을 추구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독자에게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 또는 자기의존을 전파하는 사람의 본보기인 예수 그리스도를 모방하라고 제안했다. 그는 원죄에 대한 사회적 초점을 비판했다. 그는 과거에 저지른 행위로 인해 현재에서 유죄로 여겨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고착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독자들에게 부모와 학교 그리고 심지어는 독자들 스스로가 그들 자신에게 어떤 방식으로 죄책감을 심어주었는지 알려주었다.
다이어는 비록 영적인 꼬리표에 저항했지만, 1990년 대에 들어와 'Real Magic'에서는 영성(靈性)에 대한 좀더 많은 요소를 그리고 'Your Sacred Self'에서는 고귀한 의식을 포함하도록 그의 메시지를 수정했다. 현재 그는 도덕경의 번역과 미국내 강연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그를 데일 카네기나 스티븐 코비와 비교하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비록 국내에는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내의 인지도는 상당히 높은 편인 모양입니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책을 쓰고, 강연을 해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또한 독자가 찾아오길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독자를 찾아나서는 그의 적극적인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상업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약력에 이어 그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의 목소리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비판이라기보단 약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2000년 이후로 웨인 다이어는 PBS 방송(pledge drives)에 여러 차례 출연해왔다. PBS의 지역 방송 담당자는 그가 인기 있는 강연자이고 방송국의 경제적 수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일부 PBS 시청자는 방송사가 그들의 명성을 다이어에게 빌려주고, 자신들을 그의 가르침에 끼워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출연을 불만스럽게 생각했다.
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것을 가지고 비판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책이나 강연이 너무 상업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위키페디아에는 또한 그의 가정생활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는 3번 결혼했고, (당연히) 2번 이혼했다. 그리고 3번째 부인 마르셀린(Marcelene)으로부터 8명의 자녀 중 7명을 얻었다.
미국 사회에서 이혼이 비교적 흔한 일이라고는 해도 화려한 경력을 가진 그의 가정 생활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닙니다. '옳은 것(rightness)과 친절함(kindness) 중에 항상 친절함을 택하라'고 말하는 그의 가르침이 어쩐지 조금은 빛 바랜 느낌입니다.
끝으로 그가 쓴 책들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볼까 합니다. 30권이 넘는 그의 작품을 일일이 소개하는 것은 무리일 듯 싶어서 그가 쓴 책 중에 국내에 번역되어 소개된 책,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책 몇 권만 나열합니다. 이 중에 일부, 혹은 그의 다른 책들을 구해서 읽어볼 계획입니다. 그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알아두면 번역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책 사진을 누르면 좀더 자세한 정보가 있는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행복한 이기주의자 (Your erroneous zones)

(60인의 현인들에게 배우는) 하루 경영 (Wisdom of the ages)

딸과 함께한 시간 (A)promise is a promise : an almost unbelievable story of a mother's unconditional love and what it can teach us)

인생의 기적을 낳는 7가지 생활습관

저자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 (혹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책에서 다루고 있는 81장의 『도덕경』, 그 자체이고 좀더 나아가서는 노자(와 장자)의 사상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참으로 만만치가 않습니다. 시와도 같은 형식으로 쓰여진 『도덕경』은 놀라우리만치 다양한 해석이 존재합니다. 그 중에 어느 것이 실제 노자의 목소리에 가까운 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저 그가 살았던 시대에 비추어 그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 뿐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연구원 과제들을 통해 고전과 가까워진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선 신영복 교수님의 『강의』가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 중국 고전에 대한 개략적인 이해를 위해 『강의』는 좋은 입문서의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또 비록 직접적인 관련은 비교적 적지만 최근에 읽은 『관자』도 노자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흔히 도가라는 이름으로 자연으로 돌아갈 것을 외쳤다고 알려진 노자와 천하를 경영하는 것에 인생을 바친 관자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는 나중에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넷으로 책을 뒤적이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서 큰 서점으로 직접 달려갔습니다. 『도덕경』에 대한 책이 제법 많아서 어떤 것이 좋을 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무작정 많이 사서 읽다 보면 좋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패에 대한 부담을 떨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고민 끝에 다음과 같은 책들을 골랐습니다.
도덕경, 오강남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우선은 문고판 사이즈의 아담한 크기에 하드커버로 단단하게 쌓여진 책의 겉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저자의 이력이 마음을 끌었습니다. 저자는 한국에서 종교학과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캐나다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외국 박사(?)라는 타이틀에 끌린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북미 지역에서 공부를 했고, 현재도 캐나다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그가 도덕경을 이해하고 풀어내는 방식이 눈에 띄었습니다. 간간히 영어 단어를 사용해 개념을 설명하는 그의 방식이 어쩌면 웨인 다이어 박사의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최진석

이 책은 중국 도가 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쓴 『도덕경』에 대한 책입니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학문적 배경이 『도덕경』을 잘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믿음이 이 책을 고르게 된 첫 번째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는데, 그것은 노자를 이해하기 위해 저자가 『도덕경』에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그는 21세기로 노자를 끌고 와서 해석할 것이 아니라, 2500년 전의 시대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노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또한 같은 맥락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도덕경』의 주해서인 왕필본에조차 의심의 눈길을 보냅니다. 노자가 살았던 그 시대를 이해하고 그의 생각을 되짚어가는 좋은 길을 알려주기를 기대합니다.
지식인 마을 - 장자 & 노자, 강신주

이 책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지식인마을 시리즈 중에 한 권입니다. 일반적으로 노자를 이야기하면서 장자를 빼먹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마치 하나의 이름처럼 '노장'이라고 부르며 이들을 하나의 범주에 몰아넣곤 합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사마천의 사기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마천은 그의 책을 통해 신불애, 한비자, 노자, 장자 등을 하나의 그룹으로 분류하면서 노자와 장자의 철학이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 통쾌한 똥침을 날립니다. 노자가 통치자의 지배를 정당화하고 이를 유지하는 통치철학을 제시했다고 주장하면서 반대로 장자는 민중의 입장에서 사유하고 타자와 자아의 소통을 추구했던 철학자라고 이야기합니다. 그에 따르면 노자는 '도(道)가 만물을 낳는다'고 하고 장자는 '우리가 걸어가야 도(道)가 만들어진다'고 말합니다. 이 재미있는 책의 한 가지 문제점이라면 책을 읽고 나면 노자보다 장자에게 관심이 쏠리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노자와 장자를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이 책만의 매력적인 장점입니다.
도덕경 읽는 즐거움, 박영규, 노진선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으로 빅히트를 기록했던 저자는 유사한 제목의 여러 시리즈를 통해 꾸준히 고전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이 책은 『도덕경 읽는 즐거움』이라는 제목이 주는 따스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유가나 법가와 같은 다른 제자백가의 사상과 비교를 통해 『도덕경』에 접근하는 저자의 방식이 마음을 끌었습니다. 신영복 교수님의 『강의』와 더불어 다른 고전과 함께 『도덕경』을 이해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될 듯 합니다.
한글 도덕경, 정종미

마지막으로 이 책은 표지에 등장한 미모의 저자에 끌려서 산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 책은 한글로 된 『도덕경』이란 주제를 가진 만큼 매끄러운 번역과 깔끔한 표현에 많은 공을 들인 책입니다. 번역서에 들어가게 될 『도덕경』 원문에 대한 해석에 참고할 부분이 많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책을 고른 이유와 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 이후에 노자의 사상에 대한 깔끔한(?) 정리를 덧붙이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장은 그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우선은 골라잡은 책을 모두 깊이 읽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또한 이미 읽은 책들의 내용도 머리 속에서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소용돌이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조금 더 생각하고, 고민하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조금 뒤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조금씩 번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책의 앞 부분을 더듬더듬 번역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책이 총 81개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하루에 한 꼭지씩 번역하겠다고 처음에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걱정했던 대로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제 시작이라 더디기도 하고 욕심이 앞서다 보니 그렇기도 합니다. 초벌로 빠르게 번역하고 다듬을 것인지 아니면 좀더 꼼꼼히 시간과 공을 들여 단번에 끝을 볼 것인지 고민 중입니다. 그런데 노자와 『도덕경』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깊어질 것을 생각하면 일단 번역하고 다시 살피는 것이 책 전반에 걸쳐 고른 품질의 번역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번역한 글은 한 줄도 올리지 않고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번역에 앞서 제가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많이 설레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도 됩니다. 열심히 해보렵니다. 과정 자체를 즐겨보겠습니다. 요즘 저 건네 게시판에서는 '화실일기'가 인기던데, 이 참에 '번역일기'를 써볼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번역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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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香山의 도약을 축하하며"
연구원중 두사람이 번역에 닦아가니 너무 기쁘다. 그것도 3기연구원, 공부도 끝나기 전에, 크고 향기로운 산을 향하여 등정에 오르니 말이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런데 노자의 도덕경 변역이라니 난 속으로 부터 즐거움이 솟구친다.
"주석과 번역"
향산!
동양의 경전을 해석하는 것을 주석이라 한다네, 주석이란 저자의 심오함을 자기가 깨달은 이념과 매치하여 깊은 사상을 쉽게 전달하는 것이라네.
웨인 다이어는 노자를 주석하였고, 향산은 다이어의 주석을 번역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이어가 노자의 어떤 경지를 조명하였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 테마 일 것이다.
그러면 자넨 노자의 사상을 자기 나름데로 공부하고 깨달아야, 웨인의 주석의 맹점도 잘 된점도 알수있고 번역의 길도 나아감에 쉬운 발걸음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동양의 이야기를 영어로 번역하고 다시 동양의 언어로 번역하면 이원의 절차로 인하여 영~다른 길을 설명하게 됨을 조심해야 한다. 이른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역자가 노자를 잘 알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뒷날 주역도 영어로 번역해 봄이 어떨까?
영어를 한국어로 보다, 우리책을 영어로 번역하여 우리의 아름다운 사상을 서양에 전하는 때를 나는 기다려진다.
천재작가 향산!
아마 그대는 전생에 무척이나 많은 공부를 한 석학이였을것이다. 자네의 번역서를 제일 먼저 읽고 싶다.
~내 욕심이 과하지.~
축하. 진심으로 성공을 기원하면서 -부산에서 초아가-
VR L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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