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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1일 02시 08분 등록

미래의 물결
자크 아탈리 지음/양영란 옮김/위즈덤 하우스

1. ‘저자에 대하여‘ - 저자에 대한 기록과 개인적 평가

●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 1943 ∼ )

'현존하는 프랑스 또는 유럽 최고의 석학', '낭만적 사회주의자'라 불리는 지성 자크 아탈리.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연구와 저술활동, 폭넓은 지식과 혜안으로 미래를 짚어내는 탁월한 통찰력을 보여왔다. 1980년대 프랑스인들 사이에 이런 농담이 있었다고 한다. 만일 시험 성적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누가 가장 유리할까, 답은 바로 자크 아탈리였다. 저명한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 박사는 그를 '재기과 상상력 추진력으로 뭉친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지성인"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그만큼 자크 아탈리는 다소 뛰어난 위인이 아닌 천재에 가까운 석학으로 평가되고 있다.

1943년 알제리에서 태어난 그는 에콜 폴리테크닉에서 공학을, 에콜 드 민에서 토목공학을, 시앙스포 정치경제학을 전공하고 국립행정학교를 거쳐 1972년 소르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5년까지 에콜 폴리테크닉과 파리 9대학, 소르본 대학 등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며 1974년에 미테랑 당시 사회당 당수의 경제 고문으로 현실 정치에 참여한다.

1981년 사회당 정부의 집권 이후 1991년까지 10년간 미테랑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을 역임했다. 1991년부터 1993년까지 공산권 붕괴 이후 동구의 경제 재건을 위해 창설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초대 총재직을 맡아 유럽연합의 실현에 기여했으며, 2005년부터는 컨설팅 회사인 '아탈리&아소시에' 사 대표 겸 세계 최초의 인터넷 은행으로 창설된 플래닛 뱅크 총재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책으로는 <소리: 음악의 정치경제학>(1977), <지혜에 이르는 길 - 미로>(1996, 영림카디널에서 번역 출간), <밀레니움 - 변화하는 세계 질서의 승자와 패자>(1991), <영생>(1989), <카니발의 질서>(1979), <새로운 프랑스 경제학>(1974) 외 수십권이 있다. 한국에서 그의 저서는 많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그 또한 한국에 대해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이고 있다.

● 아탈리 위원회 보고서

2007년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자크 아탈리에게 프랑스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을 찾아 해결하고 앞으로 프랑스 경제성장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보고서를 제출해 줄 것을 위임하였다. 자크 아탈리의 경우 사회당 쪽 인사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이러한 중임을 맡겼다는 것은 그가 그만큼 프랑스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그의 식견이 앞으로의 미래를 잘 파악하고 분석하여 향후 프랑스 경제를 부흥시켜 줄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아 세계 각국의 각계 전문가로 이루어진 ‘아탈리 위원회’를 구성하고 연구와 분석을 통해 2008년초 드디어 최종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하였다. 보고서는 요약보고서를 포함하여 총 4장, 18절, 316개 제안, 245페이지로 구성돼 있다. 그는 지난 40년 동안 프랑스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5%에서 1.7%로 떨어졌지만 세계경제는 그 반대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1980년 GDP 4위와 1인당GDP 8위의 국가에서 오늘날 6위와 19위국으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이러한 경미한 정체가 심각한 정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변화와 혁신을 이루지 못한다면 국가채무가 2012년 국내총생산(GDP)의 80%에서 2020년에는 130%에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자칫 현세대에 비해 차세대에 3배나 높은 조세 부담을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경제성장률로는 노인인구의 증가에 따른 지출을 효율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오늘날 GDP의 12.8%에 해당하는 지출이 2050년에는 GDP의 16%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프랑스가 더 이상의 경제 성장을 이루지 못한다면 현재의 어린이들은 그들의 부모세대에 비해 훨씬 열악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동시에 국제적으로 국가의 위상 저하와 국내적으로 중산층의 프롤레타리아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탈리는 교육을 통해 청소년의 미래를 보장해야 하며 이들이 지식산업 사회의 주축이 돼야 한다는 점을 제안했다. 동시에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세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과 연금제도 개선 및 기득권 업종의 폐지 등의 주장도 내놓았다. 또한, 행정 서비스의 개선과 행정의 효율적 운영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전자정부 구축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우수 학생 지원, 10개의 교육 및 연구대학 집중 육성, 바이오기술(BT)·정보기술(IT)·나노기술(NT)·신경학에 기초한 첨단업종 육성, 환경과 과학기술이 결합된 미래도시 건설, 소비 촉진, 항만·공항·금융지역의 인프라 구축, 중소기업을 위한 국가 및 대기업의 30일내 대금 지급과 10만유로 미만 기업의 조세절차 간소화, 20명 미만 기업의 행정절차 지원, 노동·고용단체의 대표성 및 재정 규칙의 현대화로 협상력 제고를 주문하고 있다.

또, 각 기업이나 행정기관의 고용지도 작성, 기업의 생산단가 하향 조정, 정년 선택의 자유화 도모, 가격제한 철폐 및 일부 업종의 설치 자유화, 규제 업종의 제한 철폐를 통한 경쟁 강화, 외국인 학생·연구원·예술가·근로자의 국내 및 국제교류 활성화, 구직자의 직업교육 강화, 핵심 공공 서비스 기관 설치와 독립된 기관의 행정 서비스 평가, 광역권 협력 강화 및 지역연합체 설치 강화, 2008년부터 공공 지출 축소 등도 열거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르코지 대통령의 임기 말인 2012년의 프랑스는 경제성장률 1% 증가, 실업률 7.9%에서 5%로 감소, 공공주택 200만호 건설, 젊은층의 실업률 33% 감소, 저소득층 400만명 감소, 평균수명 1년 증가, 경기침체 지역에 1만개 공장 건설, 노년층 3명 중 1명의 근로에서 2명으로의 증대, 대학생의 학업성취율 향상, 인터넷 인구 증가 75%로 향상, 국가채무 GDP의 55%로 감축, 관광객 9000만명 달성 등의 목표를 추구한다.

아탈리는 이들 제안이 오는 4월부터 내년 6월까지 즉각 추진돼야 하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추진하는 동안 모든 국민을 위한 사회적 형평성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모든 제안을 추진하는 데 있어 일시적으로 국민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아탈리에 대한 국내 안티 의견

아탈리에 대해 조사하다 보니 가끔 안티 의견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아래와 같은 기사로부터 시작된 의견들이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한 나라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 다소 쉽게 의견을 말한데 따른 부작용처럼 보여진다.

손석춘씨는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아탈리와 KBS의 ‘TV, 책을 말하다’에서 그의 유토피아 저서 <인간적인 길>을 두고 대담하였다. 이 자리에서 손석춘씨와 자크 아탈리 간에 논쟁이 오간 모양인데, 그 전말을 보면 다음과 같다. 잠시 그 문제의 문구를 인용해보자.

하지만 저는 대담의 끝자락에서 결국 아탈리와 얼굴을 붉히고 말았습니다. 그가 <인간적인 길>에서 “핵무기를 통한 (전쟁)억제력”을 강조하고 있기에 북핵문제를 물었습니다. 아탈리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프랑스처럼 핵무기를 정당하게 갖게 되면 문제가 없지만 북핵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그는 “북한 정권의 붕괴가 북핵 문제를 해결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북한으로 들어가는 모든 물자를 통제하면 어렵지 않게 (북한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아탈리 박사의 저서들을 읽으며 프랑스에서만 살아온 지식인 일반이 지니는 한계를 느꼈는데 오늘 대담을 통해 그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핵을 가질 정당성이 있는 나라 가 따로 있고 없는 나라가 따로 있다는 생각이나, 북쪽 정권을 붕괴시키는 게 당위라는 생각이 그것인데요. 그런 논리와 제국주의자들의 논리는 얼마나 다르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는 유엔 안전보상이사회 국가들이 지닌 핵무기는 정당하다면서 사뭇 결연히 말했습니다.

“한 나라의 정권을 붕괴시킬 권리는 그 나라의 국민에게만 있다는 손박사의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어 저에게 반문하더군요.

“히틀러를 보세요. 그렇다면 우리가 히틀러를 패배시키지 말아야 했나요?”

황당했지만 되물었지요.

“그게 어떻게 같습니까? 히틀러는 다른 나라들을 침략한 전범이지 않습니까?”

그러자 그는 엉뚱한 대답을 했습니다.

“미국은 침략 당하지 않았지만 참전했습니다.”

방송 녹화 중이었고 사회자의 만류로 다른 주제로 넘어갔습니다만,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정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아탈리는 끝내 답하지 않았습니다. “국제 문제에 미국과 프랑스는 대체로 견해를 같이 한다”고 말을 흐렸을 뿐입니다.

(<인터넷 한겨레 www.hani.co.kr> 2006년 11월 6일자 "필진 네트워크"에서 인용)

● 옮긴이 : 양영란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불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86년 파리 제3대학에서 공부했다. 「코리아 헤럴드」 기자, 「시사저널」 파리 통신원으로 근무했다.

옮긴 책으로 <남자는 디저트>, <서기 1000년과 서기 2000년, 그 두려움의 흔적들>, <불교와 서양의 만남>, <잠수복과 나비>, <테오의 여행>, <나의 연인 뒤라스>, <행복한 나날>, <사라진 도시 우루아드>, <대리사랑>, <하느님의 이력서>, <엄마 집에서 보낸 사흘>, <현장에서 만난 20th C : 매그넘(MAGNUM) 1947~2006>, <코튼로드 - 목화의 도시에서 발견한 세계화의 비밀> 등이 있다. 김훈의 <칼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옮기기도 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문필가들은 훌륭한 글을 남겼을 것이고,
미술가들은 걸작품을 완성했을 것이다.
철학자나 과학자들은 새로운 개념을 발견했을 것이고,
음악가들은 아름다운 노래를 작곡했을 것이다.
그리고 특히, 우리는 서로 사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것이다.(5P)


서문

예측 가능한 미래의 역사

후손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미래가 어디에서 오며 미래를 맞이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역사는 예측 가능하며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6P)

시장은 앞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법으로 등극하여, 포착 불가능하고 전 지구적이며, 상업적 부와 새로운 소외현상들, 극도의 부와 극도의 빈곤을 만들어 낼 ‘하이퍼 제국 hyper empire’를 형성할 것이다.(7P)

인간의 역사는 권리를 지닌 개인, 즉 자신의 운명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으며 타인에게도 자신과 똑같은 만큼의 자유가 주어져 있음을 인정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구속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개인의 출현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13P)

상행위의 자유는 정치적 자유를 탄생시켰다. 이 같은 자유는 처음에는 극히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국한되었으나, 점차 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점점 더 광대한 영역에서 기존의 종교적․군사적 권력을 대신하여 정치적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이렇게 볼 때, 독재 권력이 상인 계급의 탄생을 부추겼고, 상인 계급은 시장을 형성했으며, 시장은 민주주의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12세기부터 최초의 시장민주주의가 정착하게 되었다.(14P)


아주 긴 이야기

이 세가지 지배 권력(종교, 군사, 금전)은 돌아가면서 차례로 부를 관리해 왔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치체제의 연속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종교가 실질적인 권위를 갖는 제례적 체제, 군대가 최우선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제국적 체제,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집단이 권력을 행사하는 상업적 체제, 이렇게 세 가지다. 첫 번째 체제는 신학적 이상을 추구하며, 두 번째 체제는 영토의 확장, 세 번째는 개인주의의 확산을 으뜸가는 이상으로 추구한다.(27P)

미래를 위한 교훈(이하 “미교”) : 습득한 지식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일은 진보의 필요조건이다.(30P)

지식을 전달하려는 욕구야말로 인간을 다른 동물과 확실하게 차별시켜 주는 중요한 특성이다.(36P)

이렇게 해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지구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지 15만 년만에 정착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성스러움에 대한 경외심은 이제 토지 소유를 찬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신들은 하늘의 주인이면서 동시에 대지의 주인으로 행세하게 되었다.(38P)

정착이란 결국 사냥꾼이 만들어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이치로, 농업 또한 유목민들의 발명품이며, 목농牧農주의란 결국 농부들이 만들어낸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38-39P)

본질적으로 유목민적인 성격이 강한 부족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본질적으로 정착민적인 성격이 강한 최초의 국가가 생겨난 것이다.(39P)

미교 : 유목민과 정착민의 대결을 통해 인류는 힘과 자유를 얻는다.(39P)

모름지기 제국이란 스스로를 방어하고 남을 공격할 만큼의 잉여생산이 있고 이를 통제할 수 있을 때 뿌리를 내리게 된다. 그리고 전략적인 통로를 통제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잉여분을 축적하지 못했을 때 막을 내린다.(41P)


자본주의의 짧은 역사

그리스-히브리적 이상은 이제 좀 더 명확해진다. 자유는 궁극적인 목표이며, 윤리적 규율을 준수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되었다. 부는 하늘이 내려 준 선물이며, 가난은 일종의 위협이다. 개인적 자유와 상업적 체제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이 두가지는 오늘날까지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50-51P)

노자는 행복은 행동하지 않는 데서 찾을 수 있으며, 진정한 자유는 오로지 자신의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자유 뿐이라고 설파했다.(52P)

중국에서는 또 다른 학자인 공자가 나타나 행복이란 예의범절, 가족, 전통, 위계질서, 조상들을 존중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52P)

아시아에서는 인간을 욕망으로부터 해방시키려고 하는 반면, 서구는 인간에게 자신이 가진 욕망을 자유롭게 실현하라고 부추긴다. 한쪽은 세계를 일종의 환상으로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반면, 다른 한쪽은 세계만이 유일한 행동의 장이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주장한다. 한쪽은 영혼의 윤회를 말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은 영혼의 구원을 이야기한다.(52-53P)

미교 : 종교적 교리가 제아무리 영향력이 크다고 해도 개인적인 자유를 향한 발걸음을 늦추지는 못한다.(57P)

사적인 공간으로 눈을 돌리면, 새로운 엘리트 계급의 구성원 각자가 누리는 자유는 오로지 그가 소유한 부의 정도에 의해서만 제한된다고 말할 수 있다. 공적인 영역에서는 다수를 이루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내린 결정에 따라 제한을 받는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자유의사에 따라 내린 결정을 동시에 실행에 옮기면 최대치의 집단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자유, 다시 말해서 상업적․정치적 자유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확실한 역사의 견인차 노릇을 한다.(66P)

자본의 축적은 하나의 도시, 즉 자본주의의 중심이 되며 자본주의를 조직하는 ‘거점’에서 이루어진다. 경쟁이란 언제나 전쟁을 내포한다. 따라서 시장과 민주주의, 폭력 사이에는 언제나 연속체가 생기기 마련이다.(67P)

하나의 도시는 그 도시의 창조적 계급이 다른 도시들의 창조적 계급에 비해 새로운 서비스를 대량생산 가능한 산업제품으로 만드는 능력이 월등할 때 ‘거점’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도시는 자본을 관리해야 하고 가격을 결정해야 하며 이윤을 축적해야 한다. 또한 봉급 생활자를 관리해야 하고 군대를 고용하며 모험가들이 모험에 나설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고 권력을 보장해 주는 이데올로기를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야 한다.(68P)

미교 : 타지의 엘리트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조건이다.(83P)

분리 활자의 이용이야말로 앞으로 자료의 전달 속도를 증가시킬 목적으로 행해진 연속적인 진보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로써 글은 재생산하는 비용이 거의 한 푼도 들지 않는 첫째가는 부로 손꼽히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책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최초의 유목민적 상품이 되었다.(85P)

모름지기 철학이 찬성과 반대를 재는 기술이듯, 회계란 이익과 손실을 재는 기술이다.(90P)

미교 : 1. 부족함은 새로운 부를 찾아 나서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희귀함은 야심 많은 자들에게는 오히려 축복이다.
2. 누가 신기술을 발명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문화적․정치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105P)

미교 : 권위적인 국가는 시장을 만들고, 시장은 민주주의를 만든다.(110P)

보스턴은 미국식 자본주의 형태를 보여 주는 최초의 중심이 되었다. 이미 17세기부터 영국에서 건너온 일부 청교도들은 물질적인 성공은 자신이 신으로부터 선택받은 자임을 증명하며, 따라서 천국으로 가는 길을 열어 준다는 생각을 퍼뜨렸다. 다시 말해서, 그들에게 재산을 모으는 일은 고귀한 일어었던 것이다.(114P)

상업적 체제는 부동적 성향이 강한 과거 역사가 현재 또는 미래가 요구하는 이동성을 저지하지 않을 때에 확산된다. 또한 상업적 체제는 부르주아 계급이 귀족을 처형하거나 몰살시키지 않고도 권력을 장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확산된다.(115P)

미교 : 모든 전쟁의 승리는 전쟁을 하지 않은 자 혹은 적어도 자기의 영토에서는 전쟁을 치르지 않은 자에게 돌아간다.(119P)

미교 : 하나의 혁신적인 생각이 보편적으로 확산되기까지는, 그 생각이 아무리 사회적으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었다 해도, 최소한 반세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121P)

다시 한번 말하건대, ‘거점’은 예외 없이 서비스(아홉 번째 거점의 경우, 금융과 행정업무)를 산업화함으로써 세력을 거머쥐게 되었다. 미래학자들의 예언과는 달리, 미래에는 서비스 위주의 사회가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포스트 산업화 도시, 즉 서비스 위주의 도시와는 오히려 정반대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들, 다시 말해서 서비스를 산업화하는 도시들이 등장하는 것이다.(132P)

정착자들에게 있어서 이 두가지 도구(휴대폰과 인터넷)는 여행의 대체물이며, 유목민들에게 있어서는 자기들끼리 혹은 정착자들과의 접속을 장담해 주는 효과적인 수단인 것이다.(134-135P)

미교 : 이제까지 이룩한 수많은 발명은 다른 연구를 위해 공공 기금을 지원받은 학자들이 부수적으로 얻어낸 결과물이다.(137P)


미국이라는 제국의 종말

속박당한다는 두려움 내지는 집착을 피하기 위해 무관심을 가장하는 것이 오히려 서로를 매혹하는 수단으로 발전할 것이다.(176P)

모든 기업, 모든 국가들은 앞으로 보호와 오락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 입각하여 재편성될 것이다. 자신을 보호하고 세계에 대한 공포로 인하여 발생하는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하여.(180P)

현재 미국 대통령은 2005년 취임 연설에서 벌써 "우리는 자유가 승리하리라는 절대적인 신념을 가지고 앞으로 전진합니다. (……) 인류의 역사를 보면 정의는 밀물처럼 밀려오기도 하고 썰물처럼 밀려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자유에 의해서, 자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에 의해서 하나의 분명한 방향을 향해 달려갑니다."라고 천명했다.(212-213P)


미래의 첫 번째 물결: 하이퍼 제국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역사는 이제 범세계적으로 일반화된 시장과 각국의 국경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민주주의만을 기술할 뿐이라고 예언한다. 이 같은 예언을 하는 이들은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역사의 종말이라고 표현한다.(232P)

2050년 무렵, 시장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신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체제가 전 지구적 규모로 성장한 시장을 중심으로 통합될 것이며, 그때가 되면 국가란 이미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바야흐로 내가 하이퍼 제국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이퍼 제국은 우선 공공 서비스를 파괴하고, 뒤이어 민주주의와 정부조직, 국가의 구분을 차례로 파괴할 것이다.(233P)

시장이란 본질적으로 정복을 지향한다. 따라서 영역을 한정 짓거나 남과 공유하고 정전停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시장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 시장은 국가 간의 평화조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시장은 본질적으로 국가에 의해 운영되기를 거부한다. 시장은 머지않아 모든 공공영역까지도 자기 영역으로 만듦으로써 정부(다중심적 체제의 중심에 있는 국가라도 예외일 수 없다)를 속 빈 강정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며, 이렇게 되면 국가주권이라는 개념도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할 뿐이다.(237P)

감시자라는 개념은 상업적 체제가 추구하는 경제적 필요, 즉 기존 물체들을 생산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이고 네트워크의 역량을 최대화시키며 집단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최소화시키고 시간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욕망과 요구를 사업적 부로 환원시킨다는 긴박한 필요에 부응하는 개념인 것이다.(242P)

보험회사들이 경제적인 면에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각각의 당사자들이 규범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제3자가 감시하도록 하는 데 합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감시', 이 말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회의 키워드가 될 것이다.(245P)

숨길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는 사회생활을 지탱하는 묵계처럼 인식되어 왔던 조심성이나 비밀 엄수, 프라이버시 등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아는 세상이 도래하는 것이다.(246P)

예전에 로마 제국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 제국은 '새로이 태어난 로마', 즉 후계자에게 정치적 권위를 물려주지도 못한 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국가에게는 아직도 나름대로의 역할이 남아 있으니, 이는 나
타났다가 곧 사라져 버리는 유령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존재, 돌이킬 수 없이 확실하게 상품화된 시간으로 인해 희생당한 딱한 존재로 기억되는 일이다.(258P)

인간은 고독하면 고독할수록 허전함과 고독감을 메우기 위해 점점 더 소비를 늘리고, 점점 더 스스로를 감시하며, 점점 더 오락을 추구할 것이다. 자가 감시기에 의해 끊임없이 확대되는, 아니 적어도 그런 것처럼 보이는 개인의 자유는 각 개인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공간, 개인적이건 직업적이건 구별 없이 오직 그 공간 안에서만 책임을 지면된다고 느끼게끔 만들며, 각 개인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는 자신의 변덕스러운 마음을 유일한 규범으로 삼게 된다.(258-260P)

어린 나이 때부터 고독이 시작될 것이다. 생물학적 부모이건 양부모이건, 좌우지간 부모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자녀들을 키우면서 오래도록 존중하고 사랑하라고 강요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애늙은이같이 되어 버린 아이들은 고독감 때문에 고통받게 될 것이며, 이 아이들의 고독감은 이전 사회에 존재했던 어떤 관계망으로도 보상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노인들은 수명이 늘어난 만큼 과거의 노인들에 비해서 점점 오랫동안 고독과 씨름해야 하며, 살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 아는 사람이라고는 거의 한명도 없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는 그저 나란히 줄지어 선 고독으로 가득 찬 곳이 되며, 사랑이란 그저 나란히 줄지어 선 수음手淫과 동의어가 되어 버릴 것이다.(261P)

상품화된 시간을 경영하기 위해 가장 큰 활약을 보이는 두 부류의 산업은 보험산업과 오락산업이 될 것이다.(261P)

하이퍼 유목민들은 불안정하고 무관심하며 이기적이고 임시적인 범지구적 사회 속에서 최고의 것과 최악의 것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270P)

하이퍼 제국에서의 죽음이란 자의식을 지니고 있는 마지막 복제인간이 죽을 때까지, 아니 어쩌면 자신으로부터 복제된 모든 복제 인간들에 대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복제된 다른 복제인간들이 그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릴 때까지 연기될 것이다.(287P)


미래의 두 번째 물결: 하이퍼 분쟁

모든 형태의 소외 현상이 다시금 출현하는 도시, 그렇기 때문에 시장민주주의란 결국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엄청나게 부풀어 오른 도덕적 사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증거가 되어 버릴 도시는 가장 중심적인 항거의 장으로 변할 것이다.(304P)

모름지기 전쟁은,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그 전쟁이 정당할 뿐 아니라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으며, 시민들의 충성심과 가치관에 대한 믿음이 유지되어야만 승전 확률이 높아지므로, 미래에 가장 중요한 무기는 적절한 홍보와 통신, 적절한 타이밍에 이루어지는 위협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될 것이다.(322P)

참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동맹기구는 우선 잠재력으로 전쟁을 도발할 위험이 있는 국가들에게 전쟁 억제를 위한 압력을 가할 것이며, 실제로 이들 국가들을 공격할 능력이 있음을 알려야 하고, 이들의 전의를 꺽기 위하여 위협을 가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도 전쟁 도발 위협이 사라지지 않을 경우라면, 공격을 해야 마땅하다.(329P)

인간의 비극은, 다름이 아니라, 인간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반드시 그 일을 저지르고 만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343P)


미래의 세 번째 물결: 하이퍼 민주주의

역사는 오직 모험심 많고 자신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힘쓰며,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인간의 중요성을 앞세울 때에만(이 일은 대체로 이들을 고통스럽고 불행하게 만든다) 방향을 튼다.(353P)

트랜스휴먼에게는 피할 수 없는 것에 대항하는 것이 삶의 규칙이고, 당돌한 낙천주의가 윤리이며, 형제애는 이들의 야심이 될 것이다. 트랜스휴먼은 타인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데서 기쁨을 얻으며, 특히 어린 아이들에 대해서는 깊은 책임의식을 느낄 것이다. 이들은 무언가를 전수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고유한 자질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될 것이다.(354P)

관계의 경제와 시장경제는 각각 서로가 잘 운영되어야 이익을 볼 수 있는 윈-윈 관계를 정립하게 될 것이다. 즉, 관계의 경제는 시장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기능해야 유리하며, 이와 마찬가지로, 시장의 효율성은 관계의 경제에서 비롯되는 사회 분위기에 의해 확연하게 좌지우지될 것이기 때문이다.(366P)

하이퍼 민주주의가 집단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인 인류 공동의 재산은 거대함이나 부, 행복이 아니라 삶을 가능하게 하며 삶에 존엄성을 부여하는 모든 요소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후, 공기, 자유, 민주주의, 문화, 언어, 지식 등의 모든 요소가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불려 마땅하다.(367P)

인류 공동의 재산은 시장의 전유물이 되어서도 안 되고, 국가의 소유물도 될 수 없으며, 다자 간 합의에 의해 소유가 결정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공동의 재산은 어디까지나 초국가적이어야 한다.(367P)

집단적 지능은 고유한 지능으로, 집단 구성원 각자가 독자적인 방식으로 사고할 때 얻어지는 지능이다.(367P)

집단 지능은 개별적인 지능들을 서로 연결해 주는 교량 같은 지능을 가리킨다. 이 지능이 있어야만 개별적인 지능들이 모여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 있다.(368P)

역사는 이처럼 집단적 지능을 보편적 지능으로 승격시키려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역사는 또한 집단적 기억을 갖춤으로써 지식을 보존하고 축적하는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란 본질적으로 인류가 생존하는 한 지속될 것이다.(369P)


옮긴이의 말

자유분방하고 예측하기 어려우며 무질서하게 전개되는 것처럼 보이는 역사도,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도도한 하나의 흐름, 하나의 분명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고 아탈리는 말한다. 개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일이야말로 장구한 인류 역사를 특징짓는 지향점이며 원동력이라고 그는 주장한다.(387P)


3. ‘내가 저자라면’

그의 능력에 경의를!

책을 읽으며 다시한번 저자의 약력이 떠올랐다. 전 미테랑 대통령의 자문역. 움직이는 휴대용 컴퓨터. 깊이를 알 수 없는 학문적 소양, 상식 그리고 자료의 분석을 통한 미래의 예측 능력. 1980년대 있었다는 농담처럼 그는 시험성적으로만 따지만 프랑스 대통령이 아니라, 어느 나라 대통령도 가능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뛰어난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더 대단한건 그 자료를 활용하여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혜안에 있다할 것이다. 그것은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그만큼 자크 아탈리는 자신의 천재성에 그 자신의 노력을 더하였을 것이다. 전세계의 미래를 아우르는 학자는 이 세상 몇 명 되지 않는다.

이 책 <미래의 물결>에서 그의 능력은 100% 발휘되고 있다. 과거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심층 분석하여 그 중요한 흐름을 파악한 후 그것을 토대로 현재와 그리고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과거는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왜냐면 역사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보자.

후손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미래가 어디에서 오며 미래를 맞이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역사는 예측 가능하며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6P)

그는 역사 속에서 일정한 방향성을 찾기 위해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자리잡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아주 긴 이야기’와 최초의 거점에서 다른 거점으로의 이동에 따라 역사의 흐름을 기술한 ‘자본주의의 짧은 역사’를 통해 역사를 재조명하였다. 여기에서 그는 세부적인 근거자료와 수치, 역사적 배경과 당위성까지 자세히 설파하고 있다.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너무나 자세하여 마치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을 정도였다. 확실히 그의 글에는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이 책의 구성

전반적인 목차와 구성은 잘 짜여졌다는 생각이다. 과거 선사시대부터 시작하여 자본주의의 생성과 거점에 따른 자본주의의 흐름과 이동 그리고 거점에 따른 발생과 폐쇄의 이유까지 저자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그리고 9번째 거점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의 현 상황까지 저자는 놓치지 않고 있다.

현재의 상황을 언급하며 저자는 ‘미국’이라는 제국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현재의 정치 경제적 대국인 미국이 과연 앞으로도 그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조목조목 짚어감과 동시에 결국 어떻게 미국이란 제국이 현재의 지위를 잃어버리게 될 것인지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9번째 거점이 쓰러진다면 과연 10번째 거점은 어디가 될 것인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분석을 통해 저자는 미래를 3가지 물결로써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물결인 ‘하이퍼 제국’, 두 번째 물결인 ‘하이퍼 분쟁’ 그리고 마지막 물결인 ‘하이퍼 민주주의’가 그것이다.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는 수많은 전제조건에 의해 제시될 수 있다. 하지만 사소한 옵션 하나라도 바뀌게 된다면 모든 시나리오의 틀은 변경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미래에 대한 예측은 위험성이 큰 작업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예측’이란 표현을 하지 않고 ‘예언’이란 표현을 하는 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예측’은 수많은 수치화된 자료의 토대 위에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예언’이라기 보다는 ‘예측’이란 표현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인 저자의 예측은 상당히 암울하다. 가능성을 언급하긴 하지만 실현될 경우 제3차 대전까지 일어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인류는 피폐해 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일례로 핵무기는 국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써 만약 한 국가가 자국의 보안을 위해 피치못할 결정을 하게 될 경우 그 조치는 마치 나비효과처럼 전세계에 파급되게 말 것이다. 그리하여 지구의 환경을 위협할 수 있을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낮은 가능성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예측은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세 번째 물결인 ‘하이퍼 민주주의’를 통해 전세계가 하나 되는 새로운 세계가 도래할 것임을 역설하고 있다. 이 부분은 어쩌면 예측이라기 보다는 저자의 바램 같은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차피 예측은 예측일 뿐. 어느 것도 사실은 아닌 것이다. 현재의 시점에서는 더더욱 가능성의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인류에게 많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이런 희망 때문에 저자를 ‘낭만적 사회주의자’라 부르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만 구성상 아쉬움은 있다. 전체적인 문장들이 다 길다. 그러다보니 글을 쫓아가다 보면 길을 잃는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길을 잃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완독하는데 다른 책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린 이유다. 큰 부분의 구성은 좋지만 작은 부분의 구성을 다듬을 필요가 있겠다. 일단 문장을 짧게 하여 독자의 숨 쉬는 것을 도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소제목을 조금 더 세부적으로 나누어 페이지당 3, 4 페이지가 넘지 않도록 조정했으면 한다. 하나의 소제목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다 보니 자꾸 방향을 잃게 되는 어려움이 있다.


아쉬움

일단 번역이 다소 아쉽다. 책 내용 중 수치가 많고 세부적이며 구체적 내용들이 많다보니 직역보다는 이해가 쉬운 의역이 좀 더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을 한번 읽어 보자.

인간의 역사는 권리를 지닌 개인, 즉 자신의 운명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으며 타인에게도 자신과 똑같은 만큼의 자유가 주어져 있음을 인정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구속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개인의 출현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13P)

처음 이 부분을 읽을 때 이해가 되지 않아 몇 번을 다시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이해는 되지 않는다. 그 의미는 머리로 받아들여 지지만 글 자체로는 몇 번을 읽어도 와 닿지 않는다. 차라리 한 문장으로 가는 것보다는 짧은 문장 몇 개로 잇는 것이 독자들을 위해서나 책을 위해서나 훨씬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둘째로, 해설이 너무 적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초지식이 필요한데, 최소한의 지식제공은 읽고 있는 책에서 지면제공을 통해 1차적으로 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는데 해설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보충이 필요하다.

셋째로 참고문헌은 왜 빠졌을까? 원본에도 없는 것인지, 아니면 출판사에서 지면생략을 한 것일까? 책의 장점 중 하나는 마치 마인드 맵처럼 이 책에서 저 책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사람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나왔고 다시 그의 입은 또 다른 사람의 귀를 통해 나왔음을 알게 될 때 우리는 보다 폭넓은 지식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참고문헌은 예의 아닐까? 빠진 이유가 궁금하다.

넷째. 책 내용 중 반복되는 부분이 많다. 특히 미래 산업으로 주장한 보험산업과 오락산업에 대한 언급은 너무 지나치게 중복되고 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것일까? 아니면 모자람보단 나은 것일까? 독자의 입장에서 4, 5번쯤 같은 내용을 보다 보니까 슬슬 부아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교과서라도 이러면 안되지....’ 맞다. 그러면 안된다.


엉뚱한 생각

책을 덮을 즈음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훌륭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 나의 문제인가, 아니면 책의 문제인가? 어쨌든 보다 재밌게 책을 읽는 방법은 없을까? 문득 한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딱딱한 서술체의 인문학 책이 아닌 ‘가상소설’ 형식으로 책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 스스로 생각해도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 어차피 미래에 대한 예측이라면 소설의 형식으로 옮긴다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고 독자의 입장에서도 보다 재밌게 접근할 수 있을 듯 하다.

여기에다 한가지 더 추가. ‘현존하는 유럽 최고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내용만 넘기는 것이다.(좀 심한가?) 그리고 가상소설은 다른 사람이 쓰는 것이다. 딱 떠오르는 적임자가 한 명 있었다. 바로 <개미>, <타나토노트>, <나무>의 저자이자 국내에도 많은 인기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이다. 어떤가? 그라면 자크 아탈리의 미래를 더욱 재밌고 알차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내 생각엔 꽤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은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 진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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