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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1일 08시 48분 등록
자크 아탈리의 인간적인 길
자크 아탈리 지음 / 주세열 옮김, 에디터

I. 저자에 대하여

자크 아탈리 Jacques Attali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 그는 프랑스 최고 정책의 입안과 결정에 깊숙이 관여한 고위 경제관료였으며, 동시에 인문학 및 사회과학 분야의 학자겸 유명한 저술가이다.
우리나라에 방한하여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는 강연과 인터뷰 등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눈도장이 찍힌 사람이다.

그는 지난 2007년 2월 정부정책관련 포럼에서 “한국 3대과제는 고령화·조화·북 위협” 이라며 “한국이 2030년에도 10대 주요 국가로 남아있기 위해서는 “인구 문제, 양극화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며 특히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가 어두워질 수 있으며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3가지 극복해야 할 중요한 도전과제가 있다면서 인구의 급격한 노령화, 사회의 조화, 북한의 위협을 꼽았다.

아탈리 회장은 인구의 노령화 문제에 대해 “한국은 새로운 의식의 변화에 눈을 떠야 할 것”이라며 “여성들이 사회에 더 많이 진출하도록 하고 이들이 출산 때문에 직장을 잃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민이 인구부족현상의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면서 “문화적 다양성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위협하기보다는 한국을 더 풍요롭게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의 조화 문제와 관련, “미국과 일본 모델들을 성공적으로 학습한 한국은 부의 적절한 분배와 더 나은 삶의 질에 이르기 위해 유럽형 사회모델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아탈리 회장은 “북한의 급작스런 붕괴나 무력충돌은 한국의 번영에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만약 한국이 북한과 평화적이고 잘 조절된 통일을 이룬다면 한반도는 진정한 동북아시아의 관문, 진정한 물류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이 이같은 도전과제를 극복하고 보다 높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공지출을 늘려야 하는데, 이는 한마디로 정치적인 의지”라고 강조했다.

1943년 알제리에서 태어난 아탈리는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공학을, 에콜 드 민에서 토목공학을, 시아스포에서 정치 경제학을 전공하고, 프랑스 최고 지도자 양성소인 ENA(국립 행정학교)를 거쳐 1972년 소르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5년까지 에콜 포리테크니크와 파리 9대학, 소르본 대학 등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며 1974년 30대 초반에 미테랑 당시 사회당 당수의 경제 고문으로 현실 정치에 참여했다.

1981년 사회당 정부의 집권 이후 1991년까지 미테랑 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1991년부터 1993년까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총재직을 역임했다. 현재 국제 컨설팅회사인 아탈리&소시에“의 대표와 빈곤 퇴치를 위한 국제기관인 플랫닛 파이낸스의 회장을 맏고 있다.

아탈리는 매우 독창적인 관점에서의 역사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탁월한 비전을 제시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소리:음악의 정치경제학> <지혜에 이르는 길 - 미로> <밀레니움 - 변화하는 세계 질서의 승자와 패자> <영생> <카니발의 질서 - 의학의 정치경제학> <21세기 사전> <인간적인 길>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마르크스 평전> <미테랑 평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30여 권이 넘는 저서가 있다.


II.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서론

백여 년 전부터 세계에서는 두 가지 주요한 변화가 진행되어 왔다. 의학의 발전과 부(富)의 축적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이 갑절로 늘어났으나 이와 동시에 인류는 자멸(自滅)의 수단도 갖게 되었으니 바로 핵무기의 등장, 기상의 이상 변화, 인간의 광포함과 맹목적 폭력, 한시성 상품으로의 인간의 점진적 변모와 같은 현상이 그것이다. 15p

또한 개인주의가 판치고 있다. 타자(他者)의 삶을 소중히 여겨 그것을 변화시키는 일이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16p

지금은 심사숙고하고 과감한 시도를 하여 새로운 것을 이루어내어야 할 시기이며, 많지도 않은 지지자들이 가끔씩 보내는 성원 아래 과거 정당들이 무기력하게 빠져 들어갔던 어처구니없는 지적 게으름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23p

마약 민주주의가 도덕성을 세우지 않으면 도덕의 이름으로 민주주의가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다. 24p

사회민주주의자들은 노동이야말로 긍정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과 진보란 것이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시간의 증가로 환원될 수 없다는 사실을 용감하게 인정해야 한다. 또한 아른 사람의 성공이 각 사람에게 절실한 요구로 다가오는 새로운 형식의 자유와 행복, 책임, 사회연대 같은 가치를 보편화시키기 우해 끈기 있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25p

좌파든 우파든 오늘날 프랑스가 무엇을 꿈꿀 수 있으며 무엇을 지향할 수 있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27p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사적소유를 넘어서는 것이 집단 소유가 아니라 무상제공(無償提栱)이며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것은 프롤레타리아독재가 아니라 책임과 지식의 공유라는 점, 맹목적 권력인 시장을 넘어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인간적인 길이 아직도 존재함을 알게 될 것이다. 37p

도래할 세계의 모습

시장 민주주의

우리는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정치 분야와 마찬가지로 경제 분야에서도 경쟁이 보편화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합법적이거나 비합법적인 기업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같은 방식으로, 수많은 지역에서 여러 정당과 정치 단체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쟁한다. 시장과 민주주의는 함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40p

민주주의 역시 투쟁의 결과물이다. 이 투쟁은 경쟁하는 몇 가지 프로그램 중에서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의 획득을 목적으로 진행됐다. 수백 년 동안 대립과 갈등을 겪은 다음 몇몇 국민들은 일정한 영토 안에서 권리에 대한 규범을 벙하고 사회 공동의 문제를 다루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다수결로 뽑은 대표자에게 그 임무를 위임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제도는 선출된 대표자 중 어떤 이들은 법을 제정하고 다른 이들은 이 법을 적용, 집행하며, 전자가 후자를 때때로 통제하도록 허용하고, 양자가 모두 사법기구의 감시를 받는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41p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과 민주주의가 공공업무와 개인 업무의 관리에 있어 거의 유일하게 허용된 메커니즘으로 군림하게 된 것은, 비록 형식적이라 해도 이 양자가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인 개인적 자유의 실현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과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강화하며 이를 통해 양자가 서로를 강화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42p

시장 민주주의는 물질적 안락을 제공하며 장기적으로는 세계의 다른 지역에도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를 가져다준다. 사회이동이 가속도를 받아 실업에 허덕이는 곳에 일자리를 제공한다. 중산층이 늘어나며 그 유형도 다양해진다. 자유로운 통행과 왕래는 보편적 규칙이 된다. 생산 공장은 임금이 가장 싼 곳으로 옮겨 가며, 그럴 경우 ‘애프터서비스’ 말고는 생산품 유통지역을 위해 달리 보장해 주는 것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개인적, 직업적 또는 사적 영영에서의 시민으로밖에는 여기지 않으며, 부여하든 빈곤하든 스스로 유목민(遊牧民)을 자처한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자신이 출생하지 않은 국가에서 사는 사람의 수가 30년 후에는 3배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 대륙 몇몇 국가에서는 이미 인구의 반이 출생한 곳과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다. 호주 인구의 5분의 1, 미국 인구의 10분의 1도 마찬가지이나, 유럽연합(동구로 확장되기 전)의 경우는 20분의 1 정도에 그치고 있다. 47-48p

많은 사람에게 역사란 결국 자유를 가능케 하는 시장과 민주주의라는 두 가지 삶의 양태가 지구상 다섯 대륙에서 점진적이며 동시다발적으로, 혼란스럽기는 하나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보편화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외의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49p

시장 민주주의에서 시장사회로

다가오는 세계에서는 국가 소속마저도 더욱 불확실하고 일시적인 것으로 변해갈 것이다. 51p

충실치 않음은 더 이상 도덕적 무질서의 징후로 간주되지 않는다. 그렇기는커녕 여기저기서 충실치 않음을 오히려 요구하며, 텔레비전 유희로 변한 광고나 소설 혹은 영화 속에서 옹호된다. 정치는 이러한 현상의 표현 장소가 되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보편법칙이 되어 세상을 쾌락의 제조기로, 따라서 불안정한 일시성(一時星)의 제조기로 변화시키고 있다. 52p

시장과 민주주의는 서로 모순된 주장을 내세우며 상호 대립적으로 움직인다. 전자가 개인의 고독을 사적 용도의 사물로써 메우는 방식으로 개인생활을 꾸려가도록 하는 반면, 후자는 공공서비스를 기초로 하여 공동체 생활을 설계하고자 한다. 53p

200대 기업은 세계 전체 근로자의 20분의 1을 활용해 세계 총생산량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55p

욕구와 그 충족은 당사자의 문제로만 되어간다. 한 개인은 그가 버는 돈에 의해서 평가될 뿐이다. 사회복지는 사적 보험의 영역으로 옮겨 간다. 공공서비스는 본래의 영역을 잃고 있다. 국가는 국가적 책임과 관련된 문제에서 결정권을 상실하고 있다. 56p

민주주의는 정치권력을 가난한 다수에게 주려고 하는 반면, 시장은 부유한 소수에게 경제적 권력을 부여한다. 발달한 선진국들에서 매우 가난한 사람들은 흔히 인종적 소수집단에 속하고 부유한 소수는 전부 자본가인 반면, 낙후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이와 반대로 부유한 소수는 가난한 다수와 달리 대체로 외국인이다. 57p

극빈국가들은 점점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도록 운명 지워져있다. 세계 인구의 11퍼센트를 차지하는 49개 극빈 국가는 세계 총생산의 0.5퍼센트를 올리고 있을 뿐으로, 이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산과 비슷하다. 전 세계 88개 가문(家門)의 재산을 합치면 중국인 전체가 소유한 것과 맞먹는다. 23개 극빈 국가에서는 15년 전부터 1인당 소득이 정체 상태에 있다. 상대적 빈곤은 지상에서 줄어들지 않고 있다. 1950년 세계 인구 절반이 절대 빈곤의 기준인 하루 1달러 이하 소득으로 살았는데, 오늘날에도 여전히 13억 명이 그 수준의 소득만을 올리며,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하루 2달러 이하의 소득으로 살고 있다. 8억 2000만 명이 영양실조에 시달린다. 59p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사회보장 혜택이 없는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생산품과의 가격경쟁 때문에 압력이 가중돼 선진국의 기업들은 그들이 임금노동자와 합의했던 사회복지 관련 주요사항들을 다시 협상하려 하거나 노동자들이 이러한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려 들 것이다. 공공서비스 전체가 몰릴 것이다. 지금까지 평생 보장된 것으로 생각해 왔던 일자리를 가진 자들도 실업에 빠지는 일이 발생한다. 국가는 여태껏 책임지고 관장해온 분야를 하나씩 망각해 갈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바와 같이, 유럽의 민주주의 국가를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의 수입이 더 낮아지며 법적 지위가 악화되고 고용불안이 일반화될 것이며 특히 극빈자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이들 극빈자는 필수적인 공공시설을 도입, 유지할 재정적 수단이 없는 도시 변두리에 몰려 있다. 63-64p

상품화는 인간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흡수하고 있어, 세계는 서로 적대적인 무리들이 휩쓸고 다니는 장터로 변해갈 것이다. 나는 이것을 ‘시장 사회’라고 부른다. 65p

기상 온난화 현상으로 2100년이 되면 대기 온도가 적어도 평균 4도쯤 상승하고 강수량이 20퍼센트 증가할 전망이다. 조만간 지구의 많은 지역이 살기에 너무 덥거나 생존하기 얼려운 조건을 가진 곳으로 변할 것이다. 67p

하지만 이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시장사회는 상품사회로 옮겨 갈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모든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인간 자신조차 점진적으로 상업적 거래의 대상이 될 것이다. 67p

시장사회에서 상품사회로

타인의 행복에서 나의 행복을 찾는 일이란 없을 것이다.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하나의 필연으로 인정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사랑이 혼자만의 자위행위의 집합으로 간주되는 것처럼 인간사회 역시 고독한 단절의 총괄적 집합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68p

몸에서 아이디어까지, 패스포트에서 인체기관까지, 시간에서 사랑까지, 위로에서 자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상품화되며, 나아가서 이런 것들을 공개무대에 올려놓은 쇼 행위도 판매하려 들 것이다. 인간은 다시금 식인종, 곧 상품을 소비하는 상품으로 변해 갈 것이다. 70p

도덕적 전체주의

만일 민주주의가 도덕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한다면 독재 권력이 그리할 것이다. 민주주의자들이 자유의 윤리를 더 강하고 밀고 나가지 못한다면, 여러 형태의 도덕적 전체주의가 나서서 고용불안 및 생계취약 문제에 대해 자기류의 해답을 제공하려 들 것이다. 72p

세계 제3차 대전

이리하여 네 갈래 세력으로 찢긴 세계가 등장한다. 첫째는 미국으로, 오늘날 ‘시장 민주주의’ 질서를 지배하고 있다. 둘째가 ‘시장사회’인테, 세계화 움직임과 더불어 미국의 이익과 배치되는 쪽으로 흐르고 있으며 미국에게서 시장 지배력을 빼앗으면서 마침내 상품사회를 창출할 것이다. 셋째인 ‘도덕적 전체주의’는 성전에서 장사치들을 쫓아내려고 하며 위의 두 세력에 피해를 본 사람들의 이름으로 두 세력에 대항하여 싸움을 펼칠 것이다. ‘선(善)을 이루기 위해’ 악(惡)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넷째로 ‘민주주의’는 미국의 일방적 결정, 시장사회, 도덕적 전체주의, 이 세가지 세력에 동시에 대립할 것이다. 73p

유럽은 식민 지배자 콤플렉스를, 미국은 탈식민지 콤플렉스를 앓고 있다. 유럽은 지배자 우치에서 밀려난 비관주의를, 미국은 새로운 부국의 낙관주의를 보인다. 하지만 양쪽 모두 자신들이 지금까지 별다른 양심의 가책 없이 더불어 약탈을 범해 온 지구라는 행성에서 특권을 누리고 있는 입장임을 잊고 있다. 76p

세계 속의 프랑스

사회는 그다지 반기지 않는 이들은 읽기와 쓰기를 제대로 배우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랩송이나 읊조리는 등 흔히 미국 빈민가에서 볼 수 있는 형태를 반복하는 데 그칠 것이다. 이 소수집단의 일부 구성원은 폐쇄적 인종 공동체주의나 심지어 도덕적 전체주의의 유혹에 빠지게 될 것이다. 어떤 이들이 과시적인 종규 표지를 몸에 지니거나 배타적인 공동체 생활로 퇴행하는 데서 이러한 조짐이 이미 확인되고 있다. 89p

전체적으로 봐서 지난 30년 동안 프랑스 인구는 10퍼센트 증가하는 데 그친 데 비해, 같은 기간 미국의 인구는 30퍼센트나 늘었고, 이러한 증가는 거의 전부 이민 때문이었다. 90p

향후 국가가 직면할 과제는 지금까지 30년 동안 골치를 썩여온 문제들이 아니라 프랑스의 국가 위상을 지탱할 수 있는 능력의 문제가 될 것이다. 92p

스스로 개혁할 수 없는 나라는 내부적으로 위축되게 마련이다. 공무원들이 국가 재건 시도에 따른 변화를 마땅치 않게 여기거나 아예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도 발생할 것이다. 노조와 정당이 외칠 구호는 단 하나, ‘시민의 기득권을 빼앗기지 말라’로 좁혀질 것이다. 이런 자세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사회적 노화와 경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하겠다. 93p

두려울 만큼 뛰어난 경쟁자가 주변에 즐비하다는 사실, 보호될 수 있는 것은 전혀 없다는 사실, 특권적 영역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특권적 영역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기업들이 이 나라를 떠나더라도 저지할 수 없으며, 따라서 나라가 텅 빈 호텔처럼 될 수도 있다는 점, 늑장을 부릴 경우 조치를 취하기에 너무 늦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 더 열심히 일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등을 프랑스가 제대로 깨달을 수도 있다. 95p

프랑스는 지금 네 가지 운명 사이에서 선택을 주저하고 있다. 세계와 직면하기를 피하다가 스스로 위축되는 것, 세계화 흐름에 적극 참여하여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생계취약 문제의 확대를 받아들이면서 경쟁 상대와 싸워 이기는 것, 시장사회가 내포한 모든 위험을 감수하면서 부를 좀 더 잘 분배하는 것, 더불어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냄으로써 시장이 지닌 최선의 측면을 민주주의가 가장 강력히 제공할 수 있는 것과 결합시키는 것, 이러한 것이 그 네 가지 가능성이다. 95p

첫째 선택은 극우파와 일부 극좌파가 지향하는 바와 일치한다. 둘째는 자유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이다. 셋째는 ‘시장 사회민주주의’의 것으로, 언젠가 자유주의자 쪽에 합류할 사람들이 취할 입장이다. 넷째는 새로운 사회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새로운 길’로서 ‘인간적인 길’을 열려는 사람들의 입장이다. 96p

어설픈 좌파

일률적으로 보호된 시간을 내세우는 시장 사회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것은 부를 최대한 잘 분배함으로써 시장 체제의 유해한 결과로부터 시민을 보호한다는 단순하고도 간단한 목표다. 99p

10여 년 전부터 시장 사회민주주의는 우파 쪽ㅇ로 기우는 경향이 뚜렷하다. ‘어설픈 좌파’라는 빈정거림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100p

모리츠 로이엔베르거 의원은 최근 “사회민주주의의 미래를 평가하는 데 기준이 되는 것은 철학자나 유토피아주의자의 사상이 아니라 정부 지도자에 의해 현실적으로 얻어진 결과이다”라고 말했다. 103p

1998년 10월 파리를 방문한 영국 총리는 프랑스 의회 연설에서 “우파 경제정책 혹은 좌파 경제 정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해 모두를 경악케 하고는 “성공하는 정책과 성공하지 못하는 정책만 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106p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좌파 혹은 우파의 도그마에 따라 세계를 이해하지 않는다.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찾아가야 할 대상은 바로 이들이다.“ 시장은 정부보다 현명하며 기업가는 공무원보다 그들의 기업에 나은 것이 무엇인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시장의 결함을 과장해 왔고 그 장점을 과소평가 했다.“라고 두 사람은 말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각기 소유권에 대한 자유를 행사하는 것에 대해, 특히 생산수단에 대해 어떠한 통제도 가해서는 안 된다. 108p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라는 게 중산층이 적게 일하고 많이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세계의 비인간화를 물리칠 수 없다. 112p

내일의 거창한 약속보다 오늘의 구체적 변화를 추구하고 혁명보다는 민주주의에 가치를 부여하던 '사회주의 인터내셔널 프랑스 지부(SFIO)'는 1920년부터 프롤레타리아 독재론과 소비에트 모델을 포기하였다. 그해 투르 전당대회에서의 분열 이후 새로이 창설된 공산당은 그들 나름의 필요에 따라 이 두 가지 교리를 다시 들고 나왔다. 그 16년 뒤, 사회당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혁명을 추진하지 않고 노동자의 삶을 구체적으로 변화시키려는 공약으로 집권하게 된다. 하지만 때로 말이 행동보다 중시되는 프랑스에서 레옹 블룸의 동지와 후계자들은 이러한 변신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사회당 소속’이라는 것은 오랫동안 조금은 수치스럽게 여겨지는 표찰이자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그것은 공산당 소속이 아닌 좌파라고 주장하는 것이고 자유가 평등보다 더 중요하다고 인정하는 것이며, 현존하는 모습 그대로의 사회에서 살아가겠다고 자포자기하는 것이고 사회의 변두리나 변화시키는 데 만족하겠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116p

미셸 로카르는 “사회 복지에 대한 투자(학교교육, 직업교육, 보건의료 등)를 늘리고 차츰 소외계층을 흡수하여 빈민구제 차원의 사회를 넘어설 수 있는 현대화된 ‘복지국가’”를 만들 것을 호소한다. “사회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시장경제 속에서 높은 수준의 사회보장제와 고질(高質)의 공공서비스를 갖추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인권을 철저히 존중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한다.” 128p

세계의 상품화가 불러일으킬 재난을 내다보지 못하는 이들은 변화가 가져다 줄 혜택에 모두가 균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에 정책을 한정시키고 있다. 130p

극좌파의 주장, 환경보호주의자의 주장, 일부 자유주의자의 주장이 마구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사회당은 세계화를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닦는 일, 고용불안 및 생계취약과의 투쟁, 상품사회의 탈선행위에 대한 저항 등의 문제를 나름대로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사회당은 ‘만인을 위한 양질(良質)의 시간’을 미래의 심장으로 삼으며, 유럽 대륙의 총집결을 질서 있고 공평하며 평화로운 세계의 맹아(萌芽)로 삼는 총체적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목표 아래 좌파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내야하며, 정치용어로서 지금껏 간과되어 온 몇 가지 새로운 개념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133p

인간적인 길

오늘날 우리는 생산수단의 소유에 관한 입장이나 국가에 대한 태도, 혹은 경제정책에 의해서 더 이상 좌파, 우파를 구별할 수 없다. 바로 그런 까닭에 영국, 독일, 미국 출신 정치이론가들의 이 주제와 관련된 연구 작업이 모두 다 ‘무엇이 아직도 우파와 좌파를 구별할 수 있게 하는가?’ 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 판별 기준으로 어떤 이들은 도시관리 문제를, 다른 이들은 공평성의 문제를, 또 다른 이들은 공동체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내가 보건대 좌우의 진정한 차이는 시간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 있다. 136p

시간의 의미

시간이 가장 귀중한 재화인 까닭은 인간이 생산, 공급, 교환, 판매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간을 공유하며 홀로 혹은 함께 시간 속에 머물러 거기서 살아갈 수 잇을 따름이다. 시간은 창조적이고 자유롭고 유용하게 사용할수록 가치 생산적이거나 우애 있는 방식으로 사용할수록 더 값어치가 커진다. ‘양질의 시간’이란 의미 잇는 시간이고 ‘불량한 시간’ 은 자유롭게 사용되지 않는 시간이다. 136p

정치의 주된 사명은 하나의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저마다 지상에서 허용된 시간을 최대한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각자로 하여금 말의 고유한 의미에서 “양질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이는 곧 주도적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오랫동안 그리고 젊게(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그저 ’늙도록 사는‘게 아니라) 사는 것이고, 다가올 세대도 그들의 시대에 양질의 시간을 보내고, 창조할 수 있도록, 그들의 삶의 매분(每分)을 온전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137p

다양한 형태의 양질의 시간 중 어느 것을 선택하든 세계로 확장된 시장사회의 강요에 굴복하지 않고 굳이 시장 민주주의를 문제 삼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시간의 의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여전히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정치의 새로운 목표이다. 138p

현재 미국 사회는 시장 우파가 조만간 전세계에 제안할 모델을 보여준다. 소비하고 일하고 적당히 즐기고, 지식 획득과 의료 혜택은 비용 부담을 하는 사람만이 누리며, 오락. 의료. 교육에 바치는 시간의 사적 사용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것 따위가 바로 그것이다. 139p

새로운 유토피아로 인도하는 인간적인 길

정치의 새 목적은 시간에 있어서 새로운 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물론 그것은 시간의 질적 풍요성의 대상이 존재할 때 가능한 이야기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간을 먹여 살리는 동시에 그를 자신의 정체성으로부터 소외시키는 두 요소인 상품과 보조자로서의 쇼를 제어하는 것이 또한 정치의 새로운 목적이 되어야 한다. 144p

유토피아란 저마다 ‘양질의 시간’, 진정으로 ‘충만한 시간’,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 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바로 그곳에 있다. 나는 이를 ‘인간적인 길’이라고 부른다. 145p

'인간적인 길‘은 인간이 책임을 지는 세계로 인도한다. 완벽한 정보를 얻어 상품재화와 무상재화 사이에서 선택하는 데 자유로운 인간은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146p

인간적인 길은 노력 없이는 열리지 않는다. 지식과 책임과 무상제공은 저절로 실현되지 않는다. 이것들은 세계화의 자연스러운 산물이 아니며, 상품사회에 대해 저절로 우위에 서게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시장은 이것들을 줄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150p

새로운 사회민주주의

이러한 최악의 정치를 거부하고 반민주적 방식의 민주주의 실현을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길로 가기 위한 다른 전략이 없지는 않다. 그 전략은 시장에 대항하여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며 그 뒤에 이 둘을 동시에 넘어서는 것이다.
무상제고, 지식 책임성, 의미 부여는 사람들이 차츰 경청하기 시작하는 하나의 정책이 된다. 153p

강요함 없이 이들을 설득하자면, 새로운 사회민주주의자들이 나서서 인간적인 길만이 시장과 민주주의가 지닌 최상의 것을 보존할 수 있음을 이해시키는 능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민주주의를 일탈(逸脫)에서 지켜내고 폭력의 모든 근원을 제거하며 자신과 모두를 위해 살아가는 현실 속의 기쁨을 이해하는 능력부터 보여주어야 한다. 156p

새로운 사회민주주의의 핵심 개념

언어는 말로 이루어지는 것만이 아니라 음악, 춤, 소음, 제스처, 정신, 몸으로 표현되는 것도 있다. 160p

관계, 네트워크, 언어는 미래의 시간을 활용하기 위한 핵심 요소이다. 어떤 측면에서 볼 때 미래 사회에서 이것들이 맡은 역할을 우리는 마르크스가 사회 계급에 부여했던 역할과도 비교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61p

자본금을 투자가가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곧 시간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유용한 활동이며, 보수를 받을 자격을 갖는다. 임금노동을 통해 상품아닌 재화의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국가를 지키고 안보를 확보하며 병자, 어린이, 노인을 돌보는 일 또한 유용한 활동으로서 사회로부터 보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원칙상 사회적으로 유용한 활동인 공공서비스에는 특히 세수(稅收)로 보수를 지급한다. 164p

어떤 공동체가 구성원에게 우선적으로 해줘야 할 일은 이들에게 인간관계성 자산을 발전시킬 수단을 제공하고, 가족을 보호하며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일 것이다. 이는 ‘인간관계성 환경’이라는 것을 만들어줌으로써 가능해진다. 168p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위한 열 가지 개혁 과제

첫째, 국가 공동체에 대해 재고(再考)한다

하나의 공동체(대륙, 국가 혹은 지역)는 우선 구성원들에게 더불어 살아가고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 을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를 심어주어야 한다. 174p

한 국가의 시민은 누구나 세계의 문화적 다양성을 부분적으로라도 접할 수 있도록 최소한 외국어 하나를 완벽하게 구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자기 가족의 출신국가의 언어를 배우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175p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 내 학교에 캐나다처럼 엄청난 돈을 투자할 수 없다면, 적어도 나라 전체가 그곳에서 인재를 발굴할 방법을 찾는 데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의욕을 가진 사람들에게 학업 성공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기숙사 제도를 재도입하며 주변 지역 고등학교의 우수한 학생들을 위해 그랑제콜과 대학에서 보충지도 교사를 파견하거나 문화적 환경을 제공하는 실험적 시도를 보편화시켜 볼 수 있을 것이다. 177p

둘째, 시장의 효율성을 강화한다

새로운 사회민주주의가 자유주의와 구별되는 것은 시장경제가 좀더 ‘완화된’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는 점에 의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는 무상제공이 바람직하지 않은 영영에서 가능한 한 최대로 효과적인 수단을 시장경제에 확보해줄 필요가 있으니, 이는 모두가 나누어 가질 상품재화의 최대치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180p

셋째, 노동을 재구성한다

노동은 ‘양질의 시간’을 획득하는 데 필요한 조건, 곧 자기통찰, 무상제공, 책임성 같은 것을 구현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182p

사람들은 평생 총 10만 시간(40년에 걸쳐 매년 2500시간)을 ‘속박된 시간’, 다시 말해 소외도고 찢기고 스트레스를 주는 노동과 출퇴근 시간에 바쳐야 하는데, 이 전체 시간을 각자가 좀더 자유롭게 분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새로운 사회민주주의의 주된 목표 중 하나는 이 시간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 교통시설 개선과 원거리 근무방식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182-183p

‘노동시간 양만큼이나 노동의 본질을 변화시키도록 한다.’ ‘양질의 시간’을 추구하는 데 있어 노동시간 양은 노동의 질과 그 노동이 수행되는 환경보다 덜 중요하다. 부모들이 자녀교육을 위한 책임을 다하도록 돕기 위해 특히 ‘파트타임 근무’를 장려하는 것이 좋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노동을 극복해야 한다. 보다 창조적이고 각자의 잠재력을 활용하고 노동의 가치를 높이며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는 새로운 형식의 노동양식을 중시 해야 한다. 183p

이리하여 사람들은 가능한 한 여러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기 시간의 일부를 직업교육과 비영리 활동에 투자하면서 차츰 저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고용주’가 되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나중에 우리는 이러한 몇몇 노동외 활동이 보수를 받아야 함을 논할 것이다. 183p

넷째, 개개인의 사회자본의 질을 향상시킨다

‘어린이에게 속한 권리.’
어린이가 성장하는 환경은 그의 미래와 인간관계성 자산의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나치게 일찍 성인이 되도록 강요받은 어린이들은 나중에 어떠한 네트워크도 보상해 줄 수 없는 큰 고통을 겪을 것이다. 애정과 관용으로 보살핌을 받으면서 아무런 책임도 맡지 않는 시기를 보낼 권리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이 시기에는 어린이들이 엉뚱한 짓을 하거나 허황한 이야기를 믿는다 해도 용납될 수 있어야 한다. 프랑스 형법 223조 6항이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할 의무를 명시한 것과 같이 어린이의 몇 가지 권리를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 187p

‘가족에 대한 권리.’
부모의 의무감을 확고히 하기 위해 자녀의 행복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도록 어른들을 격려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다른 사람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뿐 아니라 자신의 아이를 교육하는 일도 진정한 직업으로 간주해야 한다. 188p

아이들은 부모에 대해 올바로 처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부모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수립하는 것과 따로, 아이들에게도 그들이 키우는 분들의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할 것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지식에 대한 권리.’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인간관계성 자산에 대한 권리, 특히 그곳에서 성숙하고 ‘양질의 시간’을 누리며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을 살아갈 수단을 확보해 줄 지식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이는 모두가 이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조건을 갖추는 일을 전제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초등교육(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과 고등교육(재능을 개발하기 위해), 평생교육(재능을 가꾸기 위해)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189p

'보건의료에 대한 권리.‘
몸과 마음을 통틀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장수하는 지역이 고도의 의료기술을 갖추었거나 보건의료비 지출액이 많은 곳이 아니라 오히려 훈자족이 살고 있는 파키스탄 북부 저지대(파키스탄, 러시아, 중국의 국경이 맞닿은 곳), 페루 빌카밤바 계곡 일대, 프랑스 피레네 산맥 동쪽, 일본 오키나와현 북쪽의 오기미 마을(100세 이상 인구가 일본 다른 지역에 비해 비율상 열 배를 넘는 지역이다. 일본은 프랑스와 더불어 이러한 장수 노인이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같은 곳인 이유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1p

자기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자세와 먹고 마시고 일하고 휴식을 취하며 거주하는 방식, 특히 시간과 미래를 인식하는 방식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인간관계를 통한 고통의 나눔은 병자에게 도움을 주게 마련이다. 가르침보다 나은 배움이 없듯이 자신가 같은 병에 걸린 환자와 대화하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앞서 정의한 의미에서의 네트워크와 인간관계 환경이란 것이 인간적인 길을 실현하는데 얼마나 근원적인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191-192p

다섯째, '사회유용성소득의 도입을 통해 고용불안 및 생계취약으로부터 보호한다

여섯째, 무상제공을 확대한다

일곱째, 국가의 역할을 재고(再考)한다

새로운 사회민주주의에서 국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역할은 다소 불가피하게 나타나게 되는 상이한 활동형태들 사이의 ‘전이(轉移)의 문제를 관활하며’ ‘인간관계성 환경을 조직하고 공공서비스의 높은 질을 보장하는 데’ 있다. 199p

여덟째, 형식적 민주주의에서 책임성의 차원으로 옮겨간다

이처럼 광범위한 개혁은 강력한 행정부가 없이는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시장에 대항한 민주주의의 강화는 입법부 권력의 강화를 전제한다. 이 두 권력은 민주적 삶 전체의 강화를 통해서만 비로소 양립이 가능하다. 202p

'시민의 새로운 권리와 의무를 확립해야 한다.‘ 아동의 권리,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에 대한 권리, 보호 및 망명의 권리, 교육의 권리, 석방과 침묵의 권리, 자발적인 죽음에 대한 권리를 거론해야 하며 부모 역학을 수행함으로써 차세대의 행복을 준비할 의무, 핵심 재화의 보전과 양도의 의무 또한 지적해야 한다. 205p

아홉째, 유럽의 시대

열째, 세계정부의 탄생에 힘을 모은다

지상에서 현재 실시하고 있는 재정분배 형태로는 목표를 결코 달성할 수 없다. 오늘날 인류는 농업에 대한 직접보조금으로 3000억 달러, 군비로 8000억 달러를 쏟아 부으면서도 미래를 내다보는 개발지원에는 500억 달러 밖에 투자하지 않는다. 216p

이러한 개혁 영역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또한 인간적인 길을 따르기 위해서는 우선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매우 위험한 충고자인 두려움은 우리를 이기주의와 폐쇄적인 태도로 몰고 가거나 순진한 평화주의에 빠뜨리든지 맹목적 보복을 부추기기 쉽다. 이어 광범위한 개발계획을 추진해 폭력의 원인을 제거하는 데 힘써야 한다. 어떠한 국가에서도 이 프로젝트는 실시 가능하다. 217p


III. 내가 저자라면

자크 아탈리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그의 이름을 안 것도 과제를 받고서였다. [인간적인 길]을 보면서 앞으로 관심을 갖고 봐야할 미래학자라고 생각했다. 특히 ‘시간’을 정치의 정책적 사상으로 바라보는 그의 식견은 그동안 느껴왔던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의 원론적인 수준 이상이었다. 다음 글에서 그의 시간을 통한 정치관이 잘 나타나있다.

“정치의 주된 사명은 하나의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저마다 지상에서 허용된 시간을 초대한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각자로 하여금 말의 고유한 의미에서 “양질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이는 곧 주도적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오랫동안 그리고 젊게(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그저 ’늙도록 사는‘게 아니라) 사는 것이고, 다가올 세대도 그들의 시대에 양질의 시간을 보내고, 창조할 수 있도록, 그들의 삶의 매분(每分)을 온전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137p

본 책 감수의 글을 쓴 주섭일(언론인, 전 학국사민연 공동대표)의 책 내용 요약을 옮겨봤다.

<<인간적인 길 -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위하여>>는 서론과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도래할 세계의 모습’에서는 시장이 지배하는 현실세계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도덕적 전체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제3차 세계대전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제2장은 프랑스 현실에 대한 분석으로, 이 나라의 복합사회가 자유와 번영을 어느 정도 관철한 듯 보이지만 내부로부터 폭발위험이 표출되고 있다며 노인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3장은 “낡고 어설픈 사회민주주의‘에 철저한 비판을 가해 신사회민주주의 긴요함을 일깨운다. 4장에서는 ’인간적인 길‘이 무엇인가에 관한 심오한 성찰을 통해 자신의 새 이론을 전개하고, 특히 시간재화(時間財貨)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영국의 토니 블레어와 독일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등이 실천하고 있는 시장 사회민주주의가 벽에 부닥쳐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21세기의 새 가치관이자 해법의 원칙으로 제안한다.
그러면 새로운 사회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아탈리는 제5장에서 답하고 있다. 그는 ‘핵심 개념’으로 인간관계들, 언어들, 네트워크를 먼저 설명하고 근본재화들을 지적하며 사회적으로 유익한 행동들, 인간관계의 자산과 환경, 인간관계의 경제 등을 내용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제6장)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10대 과제들’을 제기하고 해법까지 내놓는다. ‘민족을 다시 생각하자’에서 ‘세계정부의 탄생을 지원하자’까지 열 가지 과제에 대한 아탈리의 해법에는 그의 말대로 유토피아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 그러나아탈 리가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가 영국의 현실 속에 실현된 것이 불과 300년 뒤라고 지적한 바와 같이, 그의 유토피아도 짧은 시간에 달성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인간적인 길 -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위하여>>는 아탈리의 ‘21세기 신(新)유토피아’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미래의 가장 큰 충격은 고령화 쇼크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세계적인 경제석학이었던 피터 드러커의 말을 빌자면 고령화 쇼크의 수준은 예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의 큰 재앙에 가까울 것이라고 한다. 이런 문제로 저출산이 가져올 파장은 더욱더 커진다. 사람도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육체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된다. 문제는 이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데 있다. 대안이라면 상대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노인의 비율을 줄이는 것이 가장 급선무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 현실정치가 가장 고민하고 먼저 풀어야 할 숙제로 고령화 문제를 들고 싶다. 다음 글을 보면 이러한 문제는 더욱더 심각하게 목을 조여올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사회보장 혜택이 없는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생산품과의 가격경쟁 때문에 압력이 가중돼 선진국의 기업들은 그들이 임금노동자와 합의했던 사회복지 관련 주요사항들을 다시 협상하려 하거나 노동자들이 이러한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려 들 것이다. 공공서비스 전체가 몰릴 것이다. 지금까지 평생 보장된 것으로 생각해 왔던 일자리를 가진 자들도 실업에 빠지는 일이 발생한다. 국가는 여태껏 책임지고 관장해온 분야를 하나씩 망각해 갈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바와 같이, 유럽의 민주주의 국가를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의 수입이 더 낮아지며 법적 지위가 악화되고 고용불안이 일반화될 것이며 특히 극빈자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이들 극빈자는 필수적인 공공시설을 도입, 유지할 재정적 수단이 없는 도시 변두리에 몰려 있다. 63-64p

고령화가 문제되는 것은 경제적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만약 현재의 정년이 10년 정도 더 연장되는 것이 가능하다면 고령화 쇼크는 상당부문 완화 될 것으로 생각하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생산능력이 담보되어야 한다.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한 프랑스의 현실은 비단 프랑스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세계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모든 국가가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는 프랑스의 현실을 다음과 같이 봤다.

두려울 만큼 뛰어난 경쟁자가 주변에 즐비하다는 사실, 보호될 수 있는 것은 전혀 없다는 사실, 특권적 영역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특권적 영역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기업들이 이 나라를 떠나더라도 저지할 수 없으며, 따라서 나라가 텅 빈 호텔처럼 될 수도 있다는 점, 늑장을 부릴 경우 조치를 취하기에 너무 늦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 더 열심히 일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등을 프랑스가 제대로 깨달을 수도 있다. 95p

이런 상황에서 그는 ‘인간적인 길’을 찾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생산수단의 소유에 관한 입장이나 국가에 대한 태도, 혹은 경제정책에 의해서 더 이상 좌파, 우파를 구별할 수 없다. 바로 그런 까닭에 영국, 독일, 미국 출신 정치이론가들의 이 주제와 관련된 연구 작업이 모두 다 ‘무엇이 아직도 우파와 좌파를 구별할 수 있게 하는가?’ 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 판별 기준으로 어떤 이들은 도시관리 문제를, 다른 이들은 공평성의 문제를, 또 다른 이들은 공동체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내가 보건대 좌우의 진정한 차이는 시간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 있다. 136p

아탈리는 ‘시간에 대한 태도’가 향 후 정치인의 진정한 차이를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 시간이 뭐 어떻다는 것인가? 그가 말한 ‘인간적인 길’이란 다음의 두 줄로 요약된다.

유토피아란 저마다 ‘양질의 시간’, 진정으로 ‘충만한 시간’,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 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바로 그곳에 있다. 나는 이를 ‘인간적인 길’이라고 부른다. 145p

이러한 ‘인간적인 길’을 아탈리는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라고 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한 열 가지 개혁 과제를 이야기한다.

첫째, 국가 공동체에 대해 재고(再考)한다
둘째, 시장의 효율성을 강화한다
셋째, 노동을 재구성한다
넷째, 개개인의 사회자본의 질을 향상시킨다
다섯째, '사회유용성소득의 도입을 통해 고용불안 및 생계취약으로부터 보호한다
여섯째, 무상제공을 확대한다
일곱째, 국가의 역할을 재고(再考)한다
여덟째, 형식적 민주주의에서 책임성의 차원으로 옮겨간다
아홉째, 유럽의 시대
열째, 세계정부의 탄생에 힘을 모은다

이 열 가지 개혁과제 셋째, 노동을 재구성한다.에서 아탈리는 노동에 대한 생각이 잘 나타난 문구를 발견했다.

노동은 ‘양질의 시간’을 획득하는 데 필요한 조건, 곧 자기통찰, 무상제공, 책임성 같은 것을 구현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182p

‘양질의 시간’을 획득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구현하는 장소로 노동을 보고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노동양식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시간 양만큼이나 노동의 본질을 변화시키도록 한다.’ ‘양질의 시간’을 추구하는 데 있어 노동시간 양은 노동의 질과 그 노동이 수행되는 환경보다 덜 중요하다. 부모들이 자녀교육을 위한 책임을 다하도록 돕기 위해 특히 ‘파트타임 근무’를 장려하는 것이 좋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노동을 극복해야 한다. 보다 창조적이고 각자의 잠재력을 활용하고 노동의 가치를 높이며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는 새로운 형식의 노동양식을 중시해야 한다. 183p

결국 양적 성장이 변곡점 다다르면 그것은 질로 전환되게 될 것이다. 자녀교육의 중요성과 노동의 전문성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의 창조적 잠재력을 활용하여 노동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100% 동감한다. 노동의 환경이 바뀌지 않고 거기서 가치를 논한다는 것은 ‘똥통에서 꽃향기를 맞으라’는 것과 진배없다. 개인의 창조적 잠재력을 극대화 시키는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양질의 시간’이란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좋은 정치는 국가에 속한 개인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오만가지 잔상의 저마다 다른 개인적 삶을 일일이 들어줄 수 없는 노릇이겠지만 어쨌든 그들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식의 논리는 결코 좋은 정치의 모습이 아니다. 무엇이 옳은 길인가를 명확히 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좋은 정치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눈앞의 알량한 이익을 쫓는다면 그건 언제고 또 다른 작은 이익을 쫓을 것이다.

이 책의 처음 부분을 읽으면서 또 과거의 현상을 우려먹는 책이 아닌가하고 잠시 실망했었다. 시장 민주주의 문제, 도덕적 전체주의, 세계 제3차 대전 그리고 선진국 반열에 든 나라들의 고령화 실상 등....... 그러던 중 ‘인간적인 길’을 ‘시간’으로 풀어야 한다는 아탈리의 생각을 들었을 때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이었다. 시간의 쓰임이 어떤가에 따라 개인의 삶은 극명해 진다. 하물며 한 나라의 미래를 생각할 때 나라를 구성하는 국민들의 시간 쓰임에 대해 정부가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건 목표 없이 허송세월 하는 개인의 모습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정치를 보면 정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양질의 시간’을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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