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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6일 23시 28분 등록
Ⅰ. ‘저자에 대하여’


  처음 나에게 와닿은 다이앤 애커먼(Diane Ackerman) 저자의 첫인상은 다양한 학문에 대한 시야와 접근법을 통해서이다. ‘천개의 사랑’만 보더라도 인류에 대한 역사 및 철학, 심리학, 생물학, 인류학, 종교학, 동물학 등 저자의 시각은 다방면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천개의 사랑 저서의 끝의 글 - 박물관 명칭 등 - 에서도 보여지는 자연주의적 성향과 감수성 어린 문체이다. 아마 이런 그의 내면적 세계는 그의 여타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여겨진다.


  처음 접하는 작가임에도 그의 저서는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들이 많은데 <나는 작은 우주를 가꾼다>(황금 가지, 2003년 3월. 원서: Cultivating Delight: A Natural History of My Garden), <감각의 박물학>(작가정신, 2004년 7월. 원서: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 <뇌의 문화 지도> - 작가정신: 2006년 4월. 원서: An Alchemy of Mind: The Marvel and Mystery of the Brain) 등을 꼽을수 있다. 이런 그의 저서를 통한 다이앤 애커먼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내가 짐작한대로 자신의 과학적 지식과 사례를 제시함에 있어서 결코 단조롭거나 딱딱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녀가 택한 언어는 시인과 같이 부드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져서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섬세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고 한다. 또한 한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표면적이나 이론적인 접근이 아니라 깊은 철학적 사색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그녀의 해박한 지식이 담긴 글을 과학적이지만 감성적이라고 느끼게 된다고 이야기를 한다.


  1956년 미국에서 태어난 애커먼은 작가이며 시인이고 '감각의 박물학'으로 잘 알려진 자연주의자이다. 뉴욕 타임즈는 애커먼을 통찰하고 숭배하고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 표현한 바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을 졸업하고 코넬대학에서 미술 석사학위와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코넬대학, 컬럼비아대학 등에서 영문학과 인문사회학을 가르쳤으며, 자연과 인성(人性)에 관한 섬세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에세이를 「내셔널지오그래픽」, 「뉴요커」, 「뉴욕타임스」, 「스미소니언」, 「퍼레이드」 등에 기고했다. 존 버로즈 자연문학상, 미국시인협회에서 수여하는 라반 시문학상을 받았고, 특히 2008년에는 <미친 별 아래 집>으로 앨런 와이즈먼의 문제작 <인간 없는 세상 - 개인 책장에 있는 책의 하나로써 어느 날 갑자기 인류가 사라진다면 지구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라는 화두로 제시되는 내용 ->  을 제치고, 매년 최고의 생태주의 작품에 수여되는 ‘오리온 북 어워드’를 수상하며 큰 화제가 되었었다.

  애커먼은 문학, 뇌과학, 동물학, 식물학 등의 분야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에 우아하면서 활력 넘치는 문체로 수십 년간 전 세계의 독자들을 사로잡아왔다. 악어의 특수 성호르몬을 처음으로 발견한 동물학자들이 그녀의 기념비적인 저작활동을 경배하는 뜻에서 이 호르몬에 ‘dianeackerone’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작가로 ‘경계 없는 글쓰기’의 절정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으며 상당한 수의 마니아들을 거느린다.

 그녀는 국립예술기금, 록펠러재단 기금, 국립인문학기금을 받았으며 존 버로즈 자연문학상과 라반 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뉴요커'의 필진이기도 하다. 


Ⅲ. ‘내가 저자라면’


  현대의 오늘. 동등한 역할을 강조하는 평범한 두남녀가 만난다.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다. 그순간 우리 몸안에는 옥시토신 이라는 호르몬이 분비가 되어진다. 옥시토신은 연인들의 포옹을 부추기고, 성행위의 쾌감을 증대시키는 호르몬으로서 로맨틱한 사랑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 호르몬은 평활근육을 자극하고 신경을 예민하게 하며, 성적으로 흥분할 때 급속도로 불어나게 된다. 옥시토신 호르몬의 팽창에 따라 그들은 사랑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프렌치 키스 등의 신체적 접근 등으로 나아간다. 동물학자의 예리한 눈으로 수십 년간 사람들을 관찰해온 데스먼드 모리스는 이같은 프렌치 키스의 기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흥미로운 설명을 한다.

  ‘엄마들은 아기가 젖을 땔때 음식을 씹어서 아기 입에 넣어주었고, 이때 입술과 입술이 접촉하면서 자연스럽게 혀도 서로 닿게 되고 입과 입이 서로 지그시 눌리게 되었다. 인류는 백만 년 넘게 아기를 그런 방식으로 길렀고, 오늘날 성인들의 에로틱한 키스는 그런 습관에서 비롯된 유산임이 거의 확실하다.’

  어쨌든 이런 감정의 확산과 함께 어느덧 그들은 그 사랑의 감정을 반지라는 매개체인 증거물로 확인을 한다. 원래 반지의 역할은 여성이 남편(반지를 낄 필요가 없던)에게 속박되어 있음을 주지시키고 상기시키는 것이었다. 고대 로마인들은 소동맥 - 라틴어로는 배나 아모리스, 즉 사랑의 동맥 - 이 약손가락에서 심장 쪽으로 흐르고, 따라서 약손가락에 반지를 낌으로써 커플의 심장과 운명이 하나로 합쳐진다고 믿었다.

  드디어 결혼식장으로 골인한 그들은 그후 호로몬적인 영향과 각기 성장해온 배경 등의 영향에 의해 어느덧 다툼과 분쟁이 이어진다. 물론 이것은 그들의 생물학적 어젠더가 다르다는데 이유가 존재하는 것도 있다. 그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두 사람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진정한 ‘커플’이 되는 것, 말하자면 둘만으로 이뤄진 감정의 조각그림 맞추기 놀이를 하는 것인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러다 결국 그들은 사랑의 징표인 아이를 출산하게 되고, 그 아이를 통해 거대한 인류학적 소명에 동참하는 발자국을 남기게 된다.


  이것이 한편의 일반적인 사랑과 결혼의 시나리오이지만 ‘천개의 사랑’의 저자 다이앤 애커먼이 언급했듯,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현재의 이같은 스토리는 결코 쉽게 탄생이 된것 같지는 않다. 그중 눈여겨 보아야 할것은 근대 이전에는 여성을 보는 시각이 오늘날과 같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능한 많은 아이를 낳는 것이 당시 여자들의 최대의 의무였다. 마르틴 루터도 이렇게 말하였다. ‘여자들이 출산으로 지쳐가 완전히 녹초가 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여자들의 존재이유다.’

  여자아이는 그저 상품에 불과했고, 결혼은 오히려 거래 계약에 가까웠다. 딸은 남편감을 고를 때 발언권이 없었다. 대부분의 부모들에게 딸이란 중요한 재산 목록 중 하나로서 가족이 장차 신분상승, 소득, 상속자를 얻기 위해 간직해두는 하나의 거래 물품이었다. 임신은 여자의 생활이자 생업이었다. 이혼은 불가능 하였다.

  하지만 이같은 냉엄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테마는, 비극적인 내용이라도 감미롭고 아름다운 색채로 덧칠이 되어진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카의 그리스 신화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어 단어 ‘love’의 어원을 보면 산스크리트어 lubhyati(‘그가 욕망한다’)에서 유래했다는 애매모호한 이력이 엿보인다. 즉, 외부로 상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사랑한다’를 나타내는 그 표시는 원래 ‘원하다, 선택하다 또는 욕망하다’는 의미로 해석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사랑’이라는 명제의 객관적 조명을 위해 철학, 신화, 역사, 과학, 성적인 저작들을 참고로 하여 내용을 전개해 나간다. 그중에는 여러 학자들을 통한 연구의 인용문들이 있는에 마음에 와닿은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안토니 월시의 지혜로운 지적을 통한 사랑의 중요성의 강조이다. ‘뇌에 있는 ’사랑의 오솔길‘이 어린 시절에 바르게 잘 다져져 있어야 한다고 그는 얘기한다. 뇌에 깊이 새겨진 사랑의 오솔길은 훗날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 배려와 연민, 그리고 자신감을 갖고 세상에 대등할 수 있도록 돕는 중대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즉, 사랑을 하려면 사랑을 받은 적이 있어야 한다는 중요한 명제의 지적인 것이다.

  둘째, 남녀의 아젠다 차이에 대한 얘기를 아리스토파네스의 우화 한 편으로 극명하게 소개를 하고있다. 그 우화는 수천 년간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태초에 인간의 성별은 세 가지, 남자와 여자 그리고 남녀양성을 지닌 자웅동체로 구분되었다. 이 원시적 존재에게는 머리가 둘, 팔이 넷, 생식기가 둘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의 잠재력에 위협을 느낀 제우스가 이들을 각각 반으로 갈라서 레즈비언, 호모 그리고 이성애자가 생겨나게 했다. 그런데 각 사람마다 잃어버린 반쪽을 간절히 그리워하며 그 반쪽을 찾아 헤매고 추적한 끝에 마침내 서로 껴안고 하나가 되었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사랑에 관한 놀라운 정의를 다음과 같이 도출해 낸다.

‘우리는 저마다 둘로 쪼개져서 넙치처럼 한쪽 면만 있는 반쪽 인간일 따름입니다. 그래서 늘 다른 반쪽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이말은 지금에도 어울리는 명언으로 받아들여 진다.

 셋째, 인류학자 콜린 턴블의 이크 족의 참상에 대한 연구사례이다. 현실적 환경이 바뀜에 따른 살아가기 위한 제약조건들의 돌출시 그들은 반이성적인 행동을 하게되고, 결국은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도 사라지게 되었다. 이사례 바탕에는 만일 우리가 이크 족과 똑같은 궁지에 몰리면 우리도 그들과 같은 선택을 할지 모른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내재되어 있다. 극단적인 상황까지 도달할시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세상의 무자비함을 차단하는 보호막을 제공하는 것이 사랑인데, 이크족같이 사랑이 잘려나가고 본능만 남았을 때 인간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하는 사실을 준엄히 지적하고 있다.


  프로이트가 언급을 했던대로 한 개인의 삶은 하나의 이야기로서 의미가 있다. 그 의미가 있는 상징성들을 우리는 마트료시카 인형으로 꼭꼭 포장을 하고 좀체 밖으로 내어놓질 않는다. 그문을 여는 열쇠는 무엇일까? 저자는 책의 마지막 언급에서 가슴을 하나의 박물관으로 지칭하고, 그곳에는 평생의 사랑이라는 전시품들이 가득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마트료시카 인형을 하나씩 털어내고 빛나는 전시품들의 획득을 위한 우리의 과제. 그것은 절대적 헌신과 자기희생과 보호를 바탕으로 한 사랑인 어머니와 신생아 간의 사랑의 원점을 기억하고 표현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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