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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6일 09시 34분 등록
인문학. 人文=사람이야기=people story.
 
쓸때마다 느낀다. '저자에 대해서'는 참 쓰기 어렵다.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글의 양을 늘리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인정한다.) 인터넷이나, 책 날개에 보면 저자의 약력이 나온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대충 볼 수 있다. 이런 지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선생님은 왜 '저자에 대해서'를 쓰라고 하신걸까? '저자를 본 받으라'는 의도가 아닐까? 그렇다면, 저자의 액면적인 약력보다는 저자의 이야기나 말, 인터뷰를 알아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저자에 대해서 알려면, 저자가 한 이야기를 채집하자.
 
캠벨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야기의 핵심은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인간으로 살아가는 힘을 주는 '재생의 삶'을 가르쳐 주는 데 있다" 
 
거두절미하고, 난, 위 이야기 하나만 물고 늘어지고 싶다.
 
조셉캠벨은 이야기꾼이다. 신화란, 결국 이야기다. 이야기에는 어떤 힘이 있을까?  왜 우리는 좋은 이야기를 많이 알아야할까? 훌륭하게 된 사람들, 이를테면 빌게이츠나, 스티븐 잡스, 가깝게는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까지 그들은 한결같이 책을 좋아한다. 책은 이야기를 포장하는 좋은 매체다. 그러니까, '이야기를 많이 아는 사람은 훌륭하다'라고 가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훌륭한 것일까?
 
조셉 캠벨이 살던 시대는 대공황시대다. 먹고 살기 힘든 때다. 그는 이 기간동안, 직장도 없고 오로지 책만 읽었다고 한다. 본인은 가볍게 이야기하지만, 마음 편하게 책만 읽을 수 있었을까? 미래에 대한 불안, 당장 먹고 살 걱정도 없이 책만 팔 수는 없었을 것이다.  체람도 전쟁이 막 끝난 통에 책을 썼다.  당장 한끼가 아쉬운 상황에 고고학이라니.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준 사람들은 오히려 혜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일에 매진한다. 얼핏 그들은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었기에, 어려운 시절을 잘 넘겼다.
 
고난과 어려움이 닥치면 사람은 흔들린다. 호기 좋게 사표쓰고 회사를 나가도, 상황이 어려우면 뒤를 돌아본다.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결정된다. 어차피 경기는 부침이 있다. 장사가 매일 잘 될 수는 없다. 평생 잘 팔리는 사람은 없다. 잘 나갈때는 걱정이 없다. 손님이 많으면,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신이 난다. 문제는 어려울때다. 둘 중에 하나다. 버티거나, 손 털거나.
 
빛을 발할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손 털면, 처음 부터 다시다. 만날 때마다 명함이 바뀌는 사람이 있다. '차선을 두번 바꾸는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라'고 했다. 자주 직장이나, 직종이 바뀌는 사람은 미덥지 못하다.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주변 사람도, 그를 '뭐하는 사람'이라고 기억해야할지 난감하다. 벌써 브랜드가 약하다. 
 
자리를 지키면 결국 빛을 발한다. 물리학의 법칙과 같다. 임계점에 다다르면, 물이 끓는 이치다. 성공이란, 쉬운 것이다. 성공할때까지 하던 대로 하면된다. 단지 인생이 물리학과 틀린 점이 몇가지 있다. 현실은 물리학 실험처럼 명료하지 않다. 중간에 불순물이 많이 낀다. 변수도 많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종잡을 수가 없다.  텀이 길다. 멀리 보면 과정이지만, 당장은 실패다. 무엇보다, 인간은 흔들리는 존재다. 인간은 약하다. 자기 인생을 객관적인 실험자의 입장에서 볼 수가 없다. 타인의 상황은 냉정하게 평해도, 자기 삶은 그럴 수 없다. 후회할 결혼을 왜 결국 하고 마는가? 왜 더 말리지 않았냐고 원망까지 할거면서, 결국 해버린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CEO들이 인문학에 목말라한다. 시장의 상황이 더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혼돈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인문학에서 기대한다. '원래 사람은 그렇다'라고 생각하면, 덜 상처받고, 덜 흔들린다. 유능한 세일즈맨은 고객의 거절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물론, 그라고 거절이 좋겠는가? 적어도 이바닥이 원래 그렇다는 것을 알고, 포기하지는 않는다. 원한도 없다. 뒷끝이 없기에 오랜 간다. 사회생활에서 성공이란, 오래 가는 쪽이다.  
 
이야기는 북극성이다. 캠벨이 발견한 것은, '어렵고 힘들어도, 견디면 결국 좋아진다'는 사실이다. 이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서, 그 많은 저술을 썼다. 그 부터가 흔들리지 않고, 천복을 따랐다.
 
이야기의 특성이 하나 있다. 이야기는 생명이다. 생명은 진행형이다. 생명이 종결되었다면 죽음이다. 생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계속 밥을 주어야 한다. 이야기가 생명을 가질려면, 다른 이야기를 계속 공급해주어야 한다.
 
캠벨에게서 본 받을 것은, 첫번째 많은 이야기를 알기다. 이는 쉼없이 책을 보기다. 지금 하는 일을 흔들림없이 죽을때까지 하기다. 사람이 흔들리는 경우는, 좋고 싫어서가 아니다. 어렵고 힘들때 좋아하는 것도 포기한다. 이혼의 첫번째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다. 좋아서 죽지 못해 결혼했는데, 배고프니까 갈라선다. 어려울 때도 있을 것이다. 지금 하는 외식업은 어렵다. 장사가 생각만큼 안된다. 여기까지 오게된 것도 참 드라마틱하다. 신화가 될만하다. 지금 일이 내 천직이다. 
 
마지막으로 사람에 대한 믿음이다. 직업이나 인생을 선택한다는 것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 직업이 주어졌다면, 그 직업과 딸려온 사람도 한 셋트다. 그 사람이 싫건 좋건, 내 사람인 것이다. 내 사람은 아껴야 옳다. 삐지거나, 토라질 수는 있어도, 져버리거나 내친다면, 영웅이 아니다. 내 직원도, 내 부인도, 내 자식도, 내 친구도, 모두 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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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는 영웅이다. 영웅들은 용기있게 집을 나갔고, 수련과 고난의 시간을 거쳤으며, 결국 금의환향한다는 사실. 이 책은 그 사실들의 묶음이다. 석가나 예수, 간디를 찾을 것도 없이, 내 가까이에도 영웅이 있다. 우리 부모님도 영웅이다. 그들은 맨주먹으로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나를 키워서 장가까지 보내주었다. 이게 보통 일인가? 지금도 그들은 대책없는 세금과, 생각없는 재개발 정책과 싸운다. 손자와 손녀를 보여드렸더니, 만족해한다. 신화속의 영웅이 영화라면, 현실의 영웅은 연속극이다. 영웅의 패턴이 죽을때까지 반복된다. 부모님은 지금도 고난중이다. 그들의 여정은 끝날 것 같지 않다.  

이렇게 따지면, 우리 부모만 영웅인가? 서태지는 콘서트장에서 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은 모두 영웅입니다. 다음곡은 울트라맨입니다'
 
영웅은 쎄고 쎘다. 사실, 이 어려운 시대에 먹고 살아가는 것만해도 대단한 영웅이다. 나는 회사 다닐때, 사장을 욕했다. 맨날 싸우나 가고, 얼핏 보면 존다. 하는 일도 없어보인다. 난 뺑이 치는데 말이다. 그런데, 내가 사장이 되어보니, 과거의 사장은 영웅이었다. 말이 경영이지, 이윤을 내서 작은 회사를 돌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직원은 주어진 일을 마음 편하게 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일정 책임이 붙지만, 사장의 불안에 비한다면 그 책임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리 부담스럽다해도, 회사 존폐에 대한 걱정에 비할 바가 못된다. 직원은 퇴근하면, 자유다. 사장은 다리 뻗고 못잔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은 일반적인 포맷의 영웅담이다. 캠벨은 책에서 이 자료를 얻어왔다. 조지루카스가 아니더라도, 캠벨의 업적은 대단하다. 풍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삶의 북극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했다. 아이폰과 트위터로 순식간에 이합집산하며, 헐리우드 작가는 일상의 미세한 떨림만으로도 콘텐츠를 만든다. 우리 주변에는 이미 영웅이 많다. 몇십년 동안, 종합 운동장에서 행상을 한 할머니가 있다. 이분은 딸 셋을 모두 시집 보냈다. 캠벨은 보다 일반적이고, 범세계적인 콘텐츠를 만들었다. 캠벨의 시대가 그럴수 밖에 없었다. 그는 컴퓨터도 인터넷도 활용할 수 없었다. 지금 콘텐츠는 디테일하고, 가까워야 한다. 피부에 밀착되어야 한다.
 
요즘 처럼 어려운 때가 없다고 한다. 야채값은 유래가 없이 폭등했다. 배추 한포기가 예년에는 2천원이었는데, 지금은 6천원이다. 닭값은 2800원이었는데, 현재 4000원이다. 감당이 안되서 천원 올렸더니, 손님들이 항의하고, 안오겠단다. 도대체 난 어디서 희망을 얻어야 할까? 정처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공택시는 무엇을 보고 영업해야할까? 손님 기다리다 지친 아저씨에게 어떻게 하면, 지금의 고난이 영웅의 과정이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  
 
피터드러커는 전문가는, 어려운 지식을 대중에게 쉽게 전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과연 어렵다. 물론 나는 캠벨 전문가는 아니다. 단지,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사실을 캠벨에게서 겨우 이해했을 뿐이다. 우리 주변의 영웅을 소개하자. 그래서, 나같은 일반인이 북극성을 갖는 책을 만들자. 번역자 이윤기 선생은, 벌써 비슷한 시도를 했다. 
 
'이윤기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 신화'
IP *.129.20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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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6 14:13:06 *.119.66.50
북리뷰의 핵심은 인용문인데 꼼꼼히 책읽는 모습 인상 깊습니다.
내가 저자라면을 통해 자신을 깊게 파고드는 모습도 좋습니다.
맑은님께서 올리는 북리뷰를 읽으며 읽었던 책들 다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맑은님 앞에 줄세워놓은 다양한 과녁 중에서 과연 어디에 화살을 쏘을지 기대하며, 응원하겠습니다.
어느 과녁이던 꼭 명중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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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4.27 02:47:05 *.129.207.200
겉에서 보시기에도, 제가 좀 산만하다고 느끼시는군요. 

그러게요. 이렇게 하는 일이 많아서는 안되는데....그렇다고 일을 줄인다고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에요. 일을 줄이면,  삶이 침체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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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6 14:31:38 *.106.7.10
' 손 털면, 처음 부터 다시다.'
 
무엇을 할 것인가 결정했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실천의 문제다.
그 실천의 험한 길을 매일, 매 순간 끊임없이 뚜벅뚜벅 걷고 있는 인건이 보인다.
스스로 '지금 일이 내 천직이다' 를 되뇌이며, 그 길을 걷는 멋진 이가 보인다.

지난번 너의 가게에 갔을때,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너를 보았다.
그래, 네가 걷는 그 길이 너의 천직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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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7 14:56:48 *.106.7.10
ㅋㅋㅋ, 이렇게 예쁜 얘길 이렇게 썰렁하게 하다니 ^^
어제 회식하고 온 신랑한테 괜히 투정부렸지, 이제는 맛있는 거 사준다고 부르는 사람도 없다고 ㅎㅎㅎ
오늘 인건이 얘기 들으려 그랬나 부다
기둘려봐, 묙 회사 쉬는 기념으로 꼬셔서 같이 맛있는 거 먹자
 - 참고로 난 어제 신랑한테 곱창 먹고 싶다고 했는데, 묙이 그거 먹나 물어봐야지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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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4.27 02:49:02 *.129.207.200
오랫동안, 설득해왔던 부분이지요. 장사가 내 일이라는 것. 

저랑 안어울린다해도, 20년 넘게 장사하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에 어울리는 부분도 있을거에요. 

멋지다고 해주시니, 감사해요. 밥 사드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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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4.26 16:45:06 *.236.3.241
늘 길 위에서 길을 묻는 인건이
초점이 흐려지지 않고 또렷또렷하구나 ㅎㅎ

힘들기도 하겠지만 30대 중반에 너는 이미
남이 평생해도 못할 많은 경험을 했잖니~
우리에게는 경험과 고걸 내 이야기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능력이 최대의 자산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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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4.27 07:46:23 *.236.3.241
너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잡지로 풀어내는 능력에  책으로 풀어내는 능력을
 배양하고 있으니 참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구나~~

우성이 형  졸라서 음악적으로도 함 시도해 보는 건 어때.
한꺼번에 하면 체하니까 적당한 시기에 때를 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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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4.27 02:50:51 *.129.207.200
경험 보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더 중요해 보여요. 

별 것도 아닌 것을 의미 있게 만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있어 보이게 만드는 것이, 글 쓰는 사람의 일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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