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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6일 11시 43분 등록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4-4 Review]


1. 저자에 대한 생각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책을 구입한 것은 2008.4.23 이었다.
구입만 하고 읽어보지는 못했었다. 책의 앞장에는 혼자 끄적거린 글도 있었다.

‘조셉 켐벨,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당신의 생각은?’ 

구입한 지, 2년 만에야 이 책을 읽었다. 그와의 대화는 의미심장했다.


조지프 캠벨은 어린 시절부터 신화에 관심이 많았다.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아메리칸 인디언에 관한 책을 즐겨 읽었다.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한 코너에 있는 토템 기둥이 그를 매료시켰고, 북미대륙 원주민의 신화와 아서왕 전설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친 그는, 콜롬비아 대학과 파리 및 뮌헨의 여러 대학에서 세계 전역의 신화를 두루 섭렵한다.


그는 한때 뉴욕 시 최고의 육상선수였고, 색소폰 주자였으며, 대 공황시 우드스탁의 숲속에 은거하며, 재즈밴드에서 연주한 대가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의 아내는 무용가였고, 조지 루카스는 그에게서 영감을 받아 ‘스타워즈’를 만들어 냈다.


1941년 인도연구자 하인리히 침머와의 만남은, 신화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계기가 되며, 1942년 융학파가 주도하는 볼링겐 시리즈의 편집자가 되어, 인도 예술과 신화에 관한 침머의 연구들을 편집하였다. 1940년대와 50년대에는 스와미 니칼라난다를 도와 <우파니샤드>와 <스리 라마크리슈나의 복음>을 번역하였다. 또한 12년에 걸친 방대한 정리작업과 연구를 통해 그는, 신의 가면(전 4권)을 펴낸다. 캠벨은 이 대작을 마무리하면서‘인간이 생물학적 수준에서만이 아니라 영적인 역사에서도 통일성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게 되었고, 그 통일성은 하나의 교향곡이 울려 퍼지는 것처럼 세계 곳곳에서 펼쳐져 왔고 지금도 펼쳐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신화와 함께 살기> <신화의 세계> <신화 이미지> 등의 저서를 냈다.  1987년 10월 31일 호놀룰루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 후, 그해 12월, 빌 모이어스아의 TV 인터뷰 ‘신화의 힘’이 방영되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신화는 말, 이야기, 전설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어느 민족의 신화이든 공통적인 것은 태초의 사건이나 자연과 사회 현상의 기원과 질서를 해명하고 신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신화는 역사와 관계없이 인간 상상력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지만, 모두 허구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Heinrich Schliemann) 은 신화가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1870~1872 년에 걸친 대탐사로 트로이의 유적을 발굴했으며, 1874~1876년에는 크레타 섬의 미케테 유적을 발굴하여 신화와 전설 속의 존재가 엄연한 역사 속의 존재였음을 증명했다. 그래서 철학자 엘리아데는 신화를 ‘신성한 역사’라고 했다.


과학과 이성이 존중받는 현대사회에서 신화는 상상력의 보물창고가 된다. 또한 모든 신화는 인간이 처음으로 생각해 낸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여러 민족의 다양한 신화에는 인간의 정체성 (우리가 누구인가? 어떻게 태어나는가? 왜 죽는가?) 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다.

신화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고대인의 종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종교라는 이름의 강은, 신화라는 이름의 발원지가 있기에 가능했다.


캠벨은, 세계 각 문화권의 무수한 영웅 신화와 심층 심리학의 꿈 해석에서 재발견되는 영웅의 상징 체계를 분석하여, 영웅신화의 본(원형)이 되는 하나의 영웅을 떠올린다. 무지하게 많은 전 세계의 영웅들은 모두 비정상적인 탄생, 어린 시절의 고난, 조력자와의 만남을 통해 힘을 획득하고 구환하게 된다. 이러한 영웅의 신화를 통해 캠벨 아저씨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그는 융의 집단의식을 하나의 해답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의 모든 신화와 인간이 꾸는 꿈의 동질성이 아니다. 신화는 시이고 언어로 드러낼 수 없는 메타포다.  그는 신화에서 인생의 복잡한 진실을 깨닫고 자신의 삶을 ‘영웅의 삶’을 바꾸라고 말한다. ‘태어남, 부름, 모험, 역경, 귀환, 노년’으로 이루어지는 영웅의 여정이 바로 인간의 삶이라고 말한다. 영웅의 삶, 그 여정의 목표는 ‘자신을 찾는 것’이다. ‘사는 곳을 성화시키는 것, 그것이 신화의 기본적인 기능’이라고 했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 삶의 모험을 진심으로 반길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와 나눈 대화의 핵심은 명료했다.

‘살아 있으라.’
‘자신의 천복을 좆아서 가장 행복한 상태에 머물러라. 그것이 영웅의 길이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머리말

‘진리는 하나되, 현자는 여러 이름으로 이를 드러낸다.’고 했다.


프롤로그 원질 신화


(p14) 신화는, 다함없는 우주 에너지가 인류의 문화로 발로하는 은밀한 통로라고 말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종교, 철학, 예술, 선사 인류 및 유사 인류의 사회적 양식, 과학과 기술의 으뜸가는 발견, 바닥째 흔들어 수면을 엎어버리는 꿈, 신화의 불가사의한 고리...모두가 이 은밀한 통로를 지나 인류의 문화로 현현한 것들이다.


한 방울의 바닷물이 바다의 본질을 고스란히 대표하고, 하나의 벼룩 알에 생명의 신비가 두루 깃들여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


(p21) 의사의 역할은, 신화나 동화에서 주문으로 무서운 모험의 시련과 위기에 몰린 영웅을 도와주는 노현자의 역할과 같다.

(p22) 원시 사회 생활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른바 통과 제의(출생,명명,성인,결혼, 장례 의식 등)는 이런 단계의 마음가짐이나, 애착이나, 생활 패턴으로부터 심적으로 단절된다는 의에서 형식상으로 특이하고 극히 가혹한 단절의 체험이 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p23) 신화와 제의의 주요기능은, 과거에다 묶어두려는 경향이 있는 인간의 끊임없는 환상에 대응하여 인간의 정신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상징을 공급하는 것이다.


(p24) C.G.융은 후반부의 위기를 강조했다. / 우리의 욕망과 공포의 정상적인 상징이 인생의 오후에 해당하는 이 시기에는 반대되는 것으로 전화한다. 왜 그런가 하면 이 시기에 도전해 오는 것은 삶이 아니라 죽음이기 때문이다.


(p29) 영웅이란, 스스로의 힘으로 복종(자기극복)의 기술을 완성한 인간이다.


(p33) 꿈은 인격화한 신화고 신화는 보편화 된 꿈이며, 꿈과 신화는 상징적이도, 정신 역학의 동일한 일반적 시각에서 보아그렇다. 그러나 신화에서는 문제와 해결책이 모든 인류에게 직접 뚜렷이 제시되는 데 견주어, 꿈속에서는 꿈꾸는 사람이 안고 있는 문제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p40) 연민이란, 인간의 고통 중 엄숙하고 부단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게 하고, 이를 고통받는 사람과 하나가 되게 하는 감정이다. 공포는 인간의 고통 중 엄숙하고 부단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게 하고, 이를 보이지 않는 원인과 하나가 되게 하는 감정이다.


(p42) 하늘의 신화가 삶의 발자국을 뒤로 남기고 밤의 문턱에 설 준비가 된 노인의 것이듯, 동화는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 나라의 것이다.


(p44) 신화적 영웅의 길은, 부수적으로는 지상적일지 모르나, 근원적으로는 내적인 길이다.


(p47) 마라는 세 딸, 즉 욕망과 괴로움과 욕적을, 관능적인 시녀와 함께 풀었으나 존자의 마음은 흐트러지지 아니했다.


(p53) 저자거리에 나도는 이야기는 영웅의 행위를 주로 물리적으로 그려내고 있지만, 고급 종교에서는 영웅의 행적이 도덕적이어야 한다.


(p60) 태양은 희생 제물로 풍성한, 끊임없이 새 음식으로 가득 차는 신의 쟁반이고, 신의 살은 고기며, 신의 피는 마실 것이다.


제 1부 영웅의 모험


제 1장 출발

(p71) 이 동화에서 황금 공이 사라진 사건은, 공주에게 닥칠 어떤 운명의 첫 번째 조짐이고, 개구리는 두 번째, 무심결에 한 약속은 세 번째 조짐이다.


(p78) 부왕은 아들에게 세 채의 궁전과 4만 명의 무희를 내려 세상 잡사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게 했다. 그러나 부왕의 이런 조처는 오히려 그 시기를 빨리 익게 했을 뿐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이 젊은 왕자는 육체적 쾌락에 진력을 내고, 다른 경험에 목말라했기 때문이다.


(p84) 신은 희망에 차서 달렸고, 처녀는 공포에 질려서 달렸다.


(p93) 소명을 거부하지 않은 모험 당사자는 영웅적인 편력 도중 첫 번째 보호자를 만난다. 노파나 노인의 모습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 보호자는 모험 당사자가 곧 만나게 되는 용과 맞설 호부를 준다.


(p103) 입술은 산호나 빛나는 홍옥수 같고, 그 입술 안에 고이는 침은 오래된 포도주보다 감미롭습니다. 이를 마시면 지옥의 고통도 잊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혀는 움직였다 하면 기지와 현답이 물처럼 흘러나옵니다.


(p105) 부모의 감시 밖이 아이들에겐 위험 지역이고, 사회의 보호 밖이 종족의 구성원들에겐  위험 지역인 것과 마찬가지다. / 집단의 보편적 믿음이, 미지의 땅으로 첫 발을 내딛으려 하는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p107) 미지의 땅(황야, 밀림, 심해, 타향 등)은 무의식의 내용물이 자유롭게  투사되는 무대다.


(p112) 자기 생활권이라는 벽에서 한 발이라도 밖으로 나가는 영웅은 반드시 이런 괴물(몹시 위험하면서도 때로는 마법의 권능을 베푸는)과 만나야 한다.


(p117) 도깨비여, 왜 내가 두려워하겠는가? 태어나면 어차피 한번은 죽게 되어 있는데 두려워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더구나 내 뱃속에는 벼락이라는 무기가 하나 더 있다. 그대가 나를 먹는다고 하더라도 벼락은 삭이지 못할 것이다. 이 벼락은 그대 뱃속에서 그대를 갈가리 찢어 필경은 그대 목숨을 빼앗을 것이다. 결국 그대가 나를 먹으면 우리는 둘 다 죽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p120) 영웅은 자아에서 해방되어 세계의 벽을 통과하는 것이다. 자아는 끈끈이 터럭에다 붙여두고 영웅은 제 갈 길을 가는 것이다.


(p124) 세계 전역에서, 용을 죽임으로써 삶을 비옥하게 하는, 신비스러운 역할을 수행했던 사람들은 오시리스처럼 그 몸을 난자당하는 등, 세계를 개혁하는 위대한 상징적 행위까지 그 몸으로 짊어졌다.


제 2장 입문


(p128) 일단 관문을 통과한 영웅은 기묘할 정도로 유동적이고, 모호한 형태로 이루어진 꿈의 세계로 들어간다. 영웅은 이곳에서 거듭되는 시련을 극복하고 살아남지 않으면 안 된다.


(p137) 다음 꿈을 꾼 사람은 저널리스트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시인이었다. 나는 땅에 누워 있는 반 마리의 말을 보았다. 날개가 하나밖에 없어서 말은 일어나려고 애쓰는데도 일어나지 못했다.


(p143) 고대의 상징체계에 따르면 빛과 어둠을 표상하는 자매, 즉 이난나와 에레쉬키갈은 두 얼굴의 한 여신이다. 그리고 그들의 반목은 어려운 시련의 길을 의미한다. 영웅은 자신의 자존심, 미덕, 아름다움, 삶을 팽개치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이 적대자에게 절을 하거나 복종한다. 이윽고 영웅은 자신과 적대자가 사실은 둘이 아닌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


(p156) 나는 왕도라고 합니다. 타라(아일랜드)의 왕이시여! 내가 바로 왕도입니다. 가십시오. 물을 떠서 형제들 있는 곳으로 가십시오. 그대와 그대의 자손에게 왕위와 왕권이 영원할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대 역시 이 몸을 추악하고 야비하고, 욕지기가 나는 노파로 보았다가, 이윽고 아름다움을 보셨습니다. 왕도 또한 이와 같습니다. 왕도란 싸움 없이,치열한 전쟁을 치르지 않고는 손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왕의 그릇은, 무슨 일이 있든지 이를 이기고 왕도를 가는 것입니다.


(p157) 여신(모든 여성에게 현현되는)과의 만남은 사랑의 은혜(자비, 즉 운명에의 사랑)를 얻기 위해 영웅이 맞는 마지막 재능의 시험 단계다. 이 사랑의 은혜는 바로 우리 삶이 누리는 영원성의 그릇과 같은 것이다.


(p160) 현대의 정신분석가 진료실에서는, 영웅 모험의 각 단계가 환자의 꿈과 환각을 통해 재조명되고 있다. 정신분석가는 조력자, 즉 입문식의 사제가 되어 환자의 무의식의 바닥의 깊이를 잰다.


(p171) 영웅이 조력자인 여성에게서 희망과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시련을 통해서다. 여성의 마법 덕분에 영웅은, 자아가 송두리째 흔들리게 하는 아버지의 무서운 입문 의식 경험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p175) 시간은 이미 마구간에서, 암브로수아(천상의 음식)를 듬뿍 먹고 불을 토하는 네 마리의 말을 끌어내고 있었다.


(p176) 보아라, 날이 밝아오고 있다. 아들아, 네 힘에 의지하기보다는 행운이 네 길을 인도하게 하여라. 자, 이제 고삐를 잡아라. 


(p177) 아버지는 아들에게 있어서 미래 세계의 상징이요, 딸에게 있어서는 미래 남편의 상징이다. 알든 모르든, 그리고 사회의 지위가 어떻든 아버지란 존재는, 자식이 더 넓은 세계로 나갈 때 마땅히 거쳐가는 입문식의 사제다.


(p192)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영웅은 영혼의 문을 열어 공포를 극복하고, 이 광대무변하고 무자비한 우주의 걷잡을 수 없는 비극을 존재의 존엄성 속에서 완전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영웅은 자기 몸에 박힌 가시(약점)를 통해 삶을 초월하여, 한순간이나마 그 근원을 투시한다.


(p207) 우리가 일단 세계의 원형들에 대한 편협스런 교회적, 종족적, 국가적인 해석의 선입견을 홀가분하게 벗어던지게 되면, 우리가 전수받아야 할 최상의 도리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서슴없이 이웃을 공격하는, 누구에게만 자애스런 아버지의 도리가 아님을 이해하는게 가능해진다.


(p211) 우리 내부의 고통은 바로 저 신적인 존재다. 우리와 저 보호자인 아버지는 한몸이다. 이것은 구원의 통찰이다. 도깨비는 우리 기를 꺽지만, 유능한 후보자인 영웅은 [사나이답게] 입문한다. 보리, 그 도깨비가 바로 아버지였다. 우리는 그의 안에 있고, 그는 우리 안에 있다.


(p214) 정신분석학은, 무의식적으로 빗나간 욕망과 적의 때문에 비현실적인 공포와 애증의 이중 감정에 시달리는 환자를 치료해 주는 기술이다.


(p217) 세상으로부터의 출발은 오류가 아니라 여행의 첫 출발이다.


(p222) 나무,바위,불,물, 이 모든 것은 살아 있다. 이러한 무정물은 우리를 보고 있고 우리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안다.우리에게 의지할 것이 없을 때, 문득 그 존재를 드러내고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이 바로 이러한 무정물들이다.


(p231) 육체와 영혼의 양식, 마음의 평화는 다름아닌 만병 통치약, 즉 마르지 않는 젖꼭지가 내리는 은혜다. 


(p232) 상상의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말로 다할 길 없는 천복의 가르치은, 어린 시절에 상상했던 것과 비슷한 옷으로 위장하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래서 동화는 다분히 황당하다. 그리고 심리학에 대한 독서가 위험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p241) 영웅 마우이는 거인 마후이카의 목을 자르고, 저 불꽃이라는 보물을 차지했다. 그는 이 불을 세상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p248) 만물은 나아가고, 일어나고, 되돌아온다. 나무는 꽃을 피우나 오직 뿌리로 되돌아가기 위함이다. 뿌리로 되돌아감은 정일을 찾음이다. 정일을 찾음은 천명으로 합일함이다.  


제 3장 귀환


(p257) 승리한 영웅이 여신이나 신의 축복을 획득하고, 그가 속한 사회를 구원할 불사약을 가지고 원상 복귀할 대목이 되면, 영웅 모험의 이 최종 단계에서 초자연적인 후원자에 의한 지원이 따르는 법이다.


(p262) 영웅이 도망치는 대목에서 또 하나 자주 등장하는 방법은, 도망치는 영웅이 끊임없이 장애물을 던져 추격을 지연시키는 수법이다.


(p269) 이 극동의 전설이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는 것처럼, 그리스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 신화, 그리고 세계 전역에서 채집되는 수백 가지의 비유적 전설들은, 영웅에게 샐패의 기록이 었다고 하더라도, 이 무서운 관문 건너쪽에서 애인과 함께 귀환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p280) 서로 멀리 떨어진 문화권에서 채집한 이 세가지 예화(라벤, 아마데라스, 그리고 이난나)는 외부로부터의 구조 상황을 충분하게 그려내고 있다. 초 자연적인 힘은 주인공의 시련에 끝까지 동참하다 마지막 단계에 나타난다. 영웅은 의식을 잃고 무의식의 상태에서 원래 그가 살던 세계로 되살아난다. 영웅은 자아를 지키는 대신 자아를 잃어버린다. 그러나 조력자의 은혜로 영웅은 자아를 되찾는다.


(p282) 귀환하는 영웅이 당면하는 첫 번째 문제는, 성취의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체험을 겪은 이후에 덧없는 기쁨과 슬픔, 삶의 범용과 소란한 외설스러움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문제다.


(p288) 천국에서의 1년이 지상에서의 백 년에 해당한다는 등식은,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모티프다. 백년이라는 주기는 전체성을 의미한다. 


(p294) 덧없는 만남과 헤어짐,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사랑의 고통이 아닌가. 한 영혼이 제 운명을 저주하고, 운명의 장난에 저항할 때 그의 고통은 더욱 고통스러워진다.


(p298) 예수는 안내자이며, 길이며, 초월적인 세계, 귀환의 동반자다. 제자들은 그의 비의 전수자들이다. 그러나 그 신비를 통달한 자들이 아니라, 두 세계를 일거에 수렴하는 역설적 체험으로 안내받는 자들이다.


(p305) 상징이란 의미 소통의 [수레]에 불과하다. 상징은, 그 언급하는 바의 궁극적인 의미, 즉 [진로]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매력적이고 또 인상적이라고 하더라도 상징이란 이해를 돕기 위한 편의적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p313) 영웅은 생성된 것의 투사가 아니라, 생성되는 것의 투사다. 왜냐하면 그는 현재 현존하기 때문이다. / 영원이라는 왕자가 세계라는 공주에게 입맞출 때 잠자던 공주의 저항은 끝난다.  


제 4장 열쇠


(p317) 오랜 세월에 걸쳐 마모와 손상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신화나 옛 이야기의 윤곽은 원래 애매한 법이다. 고대의 흔적은 배제되거나 무시되는 게 보통이다. 유입되는 신화는, 이를 유입하는 지방의 풍경과 관습과 신앙에 따라 윤색되고 그 과정에서 이야기의 틀거리가 빗나가게 되기도 한다.


제 2부 우주 발생적 순환


제 1장 유출


(p326) 신화는 전통적인 지혜를 전달하기 위한 강력한 회화적 언어로 기능한다. 특히 이른바 원시적인 민간 신화 체계의 기능이 바로 이것이다. 몽환 상태에 빠지는 샤먼과 입문사제는 세상에서 통용되는 지혜에 어두운 사람들도 아니고, 유추에 의한 전달 원리에 무지몽매한 사람들도 아니다. 그들이 의지하고, 실제의 의식에서 구사하는 메타포는 수세기동안이나 고찰되고, 탐구되고, 논의된 것이다. 그들의 효과적인 입문 의례 양식의 연구, 경험, 이해를 통해 젋은이들은 새로운 세계를 배워왔고 노인들은 지혜를 얻어왔다. 말하자면 그들은 인간정신의 원천적 에너지와 접해 왔고 이 에너지를 가능하게 해 온 것이다.


(p331) 정신분석학자들은 천국, 지옥, 신화적 시대, 올림포스 및 그 밖의 신들의 거처는 모두 무의식의 상징으로 해석한다. / 개인의 탄생, 삶, 죽음은 무의식으로의 하강 및 회귀로 볼 수 있다. 영웅은 살아 있을 동안에, 창조 과정 중에는 지각되지 않는 초의식의 요구를 알고 이를 대리하는 자다. 


(p332) 영웅의 모험은, 그의 삶에서 깨달음을 얻은 순간을 나타낸다. 이 순간은 그가 살아 있을 동안에, 우리의 살아 있는 죽음의 어두운 벽 너머의 빛의 길을 발견하고, 이 길을 열었다는 의미에서 참으로 중요한 순간이다.


신은 잠자는 공주, 즉 영혼을 깨우는 편의수단이다. 삶은 공주의 잠이고, 죽음은 공주의 깨어남이다. 자기 자신의 영혼을 깨우는 영웅은, 그 자신이 자기 소멸의 편의수단일 뿐이다. 영혼을 깨우는 신은, 그 영웅과 죽음을 함께 한다.  이 신비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웅변적인 상징이 바로, 고난을 당하는 신, [자기 자신을 자기 자신에게] 제물로 바친 신일 것이다.


(p339) 보이지 않고, 말할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고, 추정할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고, 그릴 수도 없다. 의식 상태에 있는 만물이 공유하는, 자기 인식의 본질. 현상계는 이 안에서 소멸한다. 이는 평화요, 행복이요 [둘이 아닌 것]이다. 신화는 이 순환 속에 머문다. 그러나 신화는 이 순환을 침묵에 둘러싸인 형태, 순환과 침묵이 서로 삼투하는 형태로 드러난다.


(p343) 이미지가 메시지 자체라고 옹호하면 안 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눈이 미치지 못하고, 말이 무용하고, 마음이나 신앙이 좇지 못하는, 저 도달할 수 없는 곳에서 던져진 그림자로 파악되어야 한다. 평범한 꿈이 그렇듯, 이러한 신화도 참으로 의미심장한 것이다.


(p355) 그는 두려웠다. 사람이 혼자 있으면 두려워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불행했다. 사람이 혼자 있을 때,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이로 인함이다. 그는 짝이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그는 남녀가 부둥켜 안고 있는 형상만큼 커졌다.


(p368) 아닙니다. 제가 이 돌멩이를 던져 보겠습니다. 만일 이 돌멩이가 떠오르면, 우리는 영원히 살 것입니다만, 가라앉으면 영원히 죽어 서로의 죽음을 슬퍼하게 될 것입니다. 여자는 돌멩이를 던졌고, 돌맹이는 가라앉았다. 노인이 말했다. ‘그것 보아라. 네 운명을 네가 골랐다. 인간에겐 끝이 있을 것이다.’

제 2장 처녀 잉태


(p380) 우주적 여신은, 여러 가지 가면을 쓴 모습으로 인간에게 나타난다. 왜냐하면 창조의 결과란 다양하고 복잡한 데다, 창조된 세계의 관점에서 경험할 때면 상호 모순적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어머니는 동시에 죽음의 어머니다. 이 어머니는 기근과 질병이라는 추악한 마귀의 가면을 쓴다.


(p390) 어느 날 마리아는 항아리를 들고 우물 가에 서 있었는데, 주의 천사가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마리아여, 축복을 받으라. 네 자궁은 하느님께서 거하실 차비가 끝났음이라. 하늘에서 빛이 낼 너에게 거할 것인즉, 그 빛은 너로 인하여 세상을 비출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도처에서 발견된다. 그 주제나 흐름이 어찌나 똑같았던지 초기의 기독교 선교사들은, 악마가 이 기독교 성경 이야기를 위작하여 도체어 뿌려 둔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생각까지 했다.


(p392) 그분은 당신과 같은 인간의 마음 저쪽에 있습니다. 가난뱅이인지는 모르나 그분은 부의 원천입니다. 무서운 분인 동시에 자비의 근원이십니다. 뱀으로 만든 옷이든 보석으로 수놓은 옷이든, 입는다면 마음대로 벗기도 할 것입니다. 비실재의 창조자이신데 근본이 어떻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시바는 내 사랑이십니다. 그러자 청년은 본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바로 시바였다.


(p395) 외조모가 대합을 열자 그 안에서 아름다운 여자 [강물이 내 집은 히나]가 나왔다.


제 3장 영웅의 변모


(p398) 그는 풀을 자기 배에다 대어봄으로써 그 풀이 독초인지 익초인지 알았다. 여기에서그는, 오늘날까지도 사용되는 약전을 만들었다. 그는 또 쟁기의 발명자이며, 상거래 제도의 창안자이기도 했다.


(p399) 그는 몽중에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했다. 두 번째의 긴 꿈에서 그는 백성을 가르치는 능력을 얻어 깨어났다. 그는 백성들에게 마음을 다스림으로써 자연의 힘을 통제하는 것을 가르쳤다.


(p406) 아무도 돌보는 이 없이 동굴에 버려지자 아브라함은 울기 시작했다. 하느님은 가브리엘을 보내시어 그를 양육케 하시니, 천사는 아브라함의 오른손 손가락에서 젖이 솟아나게 했다.


(p413) 십자가 위에서의 고난과  부활의 주제는, 영웅 자신의 몸, 혹은 그가 속한 세계가 맞는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p422) 신화적인 영웅은 [이루어진] 사상의 옹호자가 아니라 [이루어지는] 사상의 옹호자다. 그의 손에 살해되는 용은, 현상이라는 괴물 바로 그것이니, 괴물은 쇠사슬 같은 과거의 옹호자이다. / 영웅의 기본적인 임무는, 그러한 괴물과 폭군을 퇴치하고 그 인간의 삶의 무대를 정화하는 것이다.


(p423) 이 물고기에게도 어디엔가 심장은 있을 것이오. 춤을 추도록 합시다. 


(p428) 여성은 수많은 용을 죽인 영웅의 애인이며, 질투심이 강한 아버지로부터 유괴되어 온 신부며, 부정한 애인으로부터 구출된 처녀다. 처녀는 영웅 자신의 [다른 한쪽]이다. 영웅이 세계의 군주라면, 처녀는 세계이며, 영웅이 전사라면, 처녀는 명예다. 처녀는, 영웅이 감옥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하는 영웅 자신의 운명의 이미지다. 그러나 영웅이 자기운명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사상에 현혹될 때, 영웅은 아무리 노력해도 장애물을 극복할 수 없다.


(p431) 신부의 침대에 드는 전제 조건으로 제시되는 어려운 임무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영웅 신화에도 등장하는 모티프다. 이러한 패턴의 이야기에서 처녀의 부모는, 영웅을 구속하는 족쇄 역할로 등장한다. 이 과제에 대한 영웅의 해결책은 용을 살해하는 모티프와 조응한다. 처녀의 부모가 제시하는 과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적당한 후보자가 나타난다. 이 세상에는 그의 힘으로 되지 않는 일이 없다. 예기치 못한 조력자의 도움을 얻고, 시간과 공간의 기적을 경험한 그는 마침내 자기 과업을 완수한다. 즉 운명 자체(곧 처녀)가 그에게 힘을 빌려준다.


(p434) 영웅 모험의 목표가 미지의 아버지를 찾는 것일 때, 여기의 등장하는 기본적인 상징 체계는, 시험 및 정체 고백의 상징 체계다.


(p442) 어제의 영웅은, 오늘 [스스로]를 십자가에 달지 않으면 내일의 폭군이 된다.


(p443)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를 보고, 엄격하게 ‘자아’를 통제하고, 소리와 빛과 맛 같은 색에 집착하지 않고, 애증을 버리고, 고독안에서 살고, 소식하고, 말과 몸과 마음을 삼가고, 명상과 정신 집중에 전심하고,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데 힘쓰고, 이기심과 권세, 자만심과 색욕, 분노와 편견을 떨치고, 마음 안에서 정일을 얻고, ‘자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사람, 이런 사람은 능히 불멸의 존재에 값하는 사람이라 일러 무방하다.   


(p445) 말할 필요도 없이 죽음에 겁을 먹는다면 그 영웅은 영웅이 아니다. 영웅은 마땅히 무덤과 화해할 수 있어야 한다.


제 4장 소멸


(p460) 우리 역시 영원히 이승에 있는 것은 아니에요. 잠시 다녀가는 것 뿐입니다.우리 삶이란 햇볕에 몸을 덥히는 것 같은 것이지요.


(p472) 거짓 그리스도와 거짓 예언자들이 나타나서 어떻게 해서라도 뽑힌 사람들마저 속이려고 큰 기적과 이상한 일들을 보여줄 것이다. 이것은 내가 미리 말해 두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그리스도가 광야에 나타났다 해도 믿지 말아라. 시체가 있는 곳에는 독수리가 모여드는 법이다. 


에필로그


(p478) 신화 체계는 현대의 석학들에 의해, 여러 가지로 정의되었다. 융은 인간의 심성 깊은 곳에 내재한 원형적 충동의 징후인 집단의 꿈이라고 했다.


(p484) 현대인은 나비가 고치에서 나오듯, 새벽의 태양이 어머니 밤의 자궁을 빠져나오듯이, 현대인은 고대의 무지로부터 빠져나왔다. 이제 신들에겐, 망원경과 현미경에 의한 탐색으로부터 숨을 곳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한때 신들이 섬김을 받던, 그런 사회도 이제는 없다. 사회의 구성 단위는, 이제 종교적 내용물의 전달자가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조직이다.


(p488) 니체는 [그날이 도래한 듯이 살라]고 하고 있다. 창조적인 영웅을 이끌고 구원하여야 하는 것은 사회가 아니다. 아니 사회를 지키고 구원하여야 할 사람이 바로 창조적 영웅이다. 그리하여 우리 각자는 그 영웅의 족속이 대승을 거두는 그 빛나는 순간이 아니라, 그가 개인적으로 절망을 느끼고 침묵을 지킬 때 그가 겪는 모진 시련(구세주의 십자가를 지는 일)을 나누어 분담하는 것이다.


역자후기


(p490) 시인적 본성은 심리학적 관심과 무관하지 않고, 심리학적 관심은 신화에의 관심과 무관하지 않다. 


(p491) 모든 신화는 꿈과 동일한 문법을 갖는다 / 거의 대부분의 영웅이 공유하는 경험인, 비정상적인 탄생, 어린 시절의 고난, 방황, 조력자와의 만남,기적적인 권능의 획득,귀환의 도식이 캠벨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3. 내가 저자라면


영웅의 모험을 목차에 인용하여, 출발, 입문, 귀환으로 설정한 [차례] 가 인상적이었다.

켐벨은 인간의 인생을 영웅의 여정에 비유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 여정은 태어남과 부름과 모험과 역경과 귀환과 노년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이 책의 차례도

영웅의 여정을 따랐다. 스승님께서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를 쓰실 때, 영웅의 여정 컨셉을 차용했다고 어느 글에선가 밝히셨던 것이 기억났다.


목차는 세부적이었지만 글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장과 장과의 연결이나 인과관계가 매끄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읽으면서도 내가 지금 어디를 읽고 있는 것인지? 다시 확인하는 일이 많았다. 역자 이윤기님의 표현을 빌면,‘인식과 인식의 구조물이 켜를 이루고 있다기 보다는, 행간을 직관으로 건너는 듯한 시적 분위기, 어느 수준에서는 언어가 무색해지는 이 분야 학문의 특수성’탓으로 돌리고 싶다.


1949년 출판된 캠벨의 대표작이라 하는데도 생소한 내용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나마‘신화와 인생’,‘신화의 힘’,‘변신 이야기’를 읽지 않았으면 더욱 어려웠으리라.

오타가 자주 눈에 띄었던 점이나, 읽는 이를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 (너무 많은 양을 억지로 우겨넣은 듯한) 편안한 편집방식(?)도 불편하긴 했지만 수긍이 되었다. 12년 동안 준비했던  4권짜리 신의 가면의 방대하고 엄청난 내용을, 한 권의 책에 서곡으로 담는 어려움은 우리가 헤아려 주어야 할 부분이 아닐까!


* 가장 감동적인 귀절


(p14) 신화는, 다함없는 우주 에너지가 인류의 문화로 발로하는 은밀한 통로라고 말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종교, 철학, 예술, 선사 인류 및 유사 인류의 사회적 양식, 과학과 기술의 으뜸가는 발견, 바닥째 흔들어 수면을 엎어버리는 꿈, 신화의 불가사의한 고리...모두가 이 은밀한 통로를 지나 인류의 문화로 현현한 것들이다. / 한 방울의 바닷물이 바다의 본질을 고스란히 대표하고, 하나의 벼룩 알에 생명의 신비가 두루 깃들여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p117) 도깨비여, 왜 내가 두려워하겠는가? 태어나면 어차피 한번은 죽게 되어 있는데 두려워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더구나 내 뱃속에는 벼락이라는 무기가 하나 더 있다. 그대가 나를 먹는다고 하더라도 벼락은 삭이지 못할 것이다. 이 벼락은 그대 뱃속에서 그대를 갈가리 찢어 필경은 그대 목숨을 빼앗을 것이다. 결국 그대가 나를 먹으면 우리는 둘 다 죽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p156) 나는 왕도라고 합니다. 타라(아일랜드)의 왕이시여! 내가 바로 왕도입니다. 가십시오. 물을 떠서 형제들 있는 곳으로 가십시오. 그대와 그대의 자손에게 왕위와 왕권이 영원할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대 역시 이 몸을 추악하고 야비하고, 욕지기가 나는 노파로 보았다가, 이윽고 아름다움을 보셨습니다. 왕도 또한 이와 같습니다. 왕도란 싸움 없이,치열한 전쟁을 치르지 않고는 손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왕의 그릇은, 무슨 일이 있든지 이를 이기고 왕도를 가는 것입니다.


(p332) 영웅의 모험은, 그의 삶에서 깨달음을 얻은 순간을 나타낸다. 이 순간은 그가 살아 있을 동안에, 우리의 살아 있는 죽음의 어두운 벽 너머의 빛의 길을 발견하고, 이 길을 열었다는 의미에서 참으로 중요한 순간이다.


신은 잠자는 공주, 즉 영혼을 깨우는 편의수단이다. 삶은 공주의 잠이고, 죽음은 공주의 깨어남이다. 자기 자신의 영혼을 깨우는 영웅은, 그 자신이 자기 소멸의 편의수단일 뿐이다. 영혼을 깨우는 신은, 그 영웅과 죽음을 함께 한다.  이 신비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웅변적인 상징이 바로, 고난을 당하는 신, [자기 자신을 자기 자신에게] 제물로 바친 신일 것이다.


(p428) 여성은 수많은 용을 죽인 영웅의 애인이며, 질투심이 강한 아버지로부터 유괴되어 온 신부며, 부정한 애인으로부터 구출된 처녀다. 처녀는 영웅 자신의 [다른 한쪽]이다. 영웅이 세계의 군주라면, 처녀는 세계이며, 영웅이 전사라면, 처녀는 명예다. 처녀는, 영웅이 감옥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하는 영웅 자신의 운명의 이미지다. 그러나 영웅이 자기운명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사상에 현혹될 때, 영웅은 아무리 노력해도 장애물을 극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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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6 14:08:33 *.119.66.50
무엇을 써야 하는지를 뛰어넘어 왜 써야하는지를 생각하기 시작한 우성님은
분명 영웅의 여정으로 들어서신 것 같습니다^^

점잖은 잰틀맨의 이미지. 낭만적인 음악.
우성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인데, 글세계는 또 어떤 영웅 스토리로 채워질지 기대됩니다.
잔잔한듯 끊임없이 이어지는 물줄기와 같은 우성님의 이야기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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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4.27 22:34:12 *.34.224.87
이름과 글은 뵈었는데, 직접 인사를 못 드렸네요
기회가 있겠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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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4.27 02:28:38 *.129.207.200
이 책 어렵지요? 저는 발췌한 부분 출력해서, 다시 봐야겠어요. 하지만, 일단 이해하면 글을 쓸때 많이 인용하게 되리라는 생각이드는군요. 

항상 밝은 얼굴을 하는 형은 이미 영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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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맑은
2010.04.27 22:36:27 *.34.224.87
응...어렵더라..화가 날 정도로...^*^ .
늘 웃을 수 있다면,  내 인생 제대로겠지...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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