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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19일 10시 49분 등록
타치바나 타카시와 사토 마사루 공저, '지知의 정원'을 읽다. 나의 책읽기는 그들에 비한다면, 아직 산입구에도 다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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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변화에 노출될 때 질병은 어김없이 사람을 공격한다. - 헤로도토스 

전환의 과정은 존재론 같은 관념적인 형태가 아니라 경험에 의해 진행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74년이었다. 그 당시 나는 미국 문학을 가르치던 교수직을 떠나 가족과 함께 시골로 이사했다. 이 두 가지 변화는 아내와 내가 그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막 결성된 '국제 공동체'에 가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내가 속한 공동체는 서로 잘 아는 여섯 가족이 모여 구성되었는데, 필요시설을 함께 사용하고 공동의 행사를 자주 가지면서 이웃들과 잘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21

상실에 대한 끔찍한 감정이 가라앉기 시작하자 새로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대략적인 것이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관한 생각이었다. 내가 겪은 바로 그 경험이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차원의 새로운 주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나처럼 전환기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일을 하기 위해 나는 '통로passage -way'라는 1인 교육기업을 만들고, '인생의 전환점에서'라는 이름으로 주말 세미나를 열기 시작했다. 그것은 적절한 사업이었다. 열두명 정도의 사람들을 모아 전환의 세 단계에 대하여 토론하고 전환기를 겪은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가자들이 전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한두 장 정도의 참고 자료를 만들어 나누어주기도 했는데, 그것은 나에게도 공부가 되는 일이었다. 이 그룹에 참가할 때마다 조금씩 전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전환이 한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아, 시든 잎이 나무에서 떨어지듯
나의 죽은 생각들도 내게서 떨어져 나가기를.- 앙드레 지드.30

만일 누군가가 가르치는 일에 불만이 생기기 전으로 시곗바늘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면, 지금 전환기에 있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들이 실제로 새로운 것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라고 해도, 그들은 시계를 돌리고 싶어 하며 그런 상상을 하다는 것 또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옛날 이야기가 있다. 한 사람이 인도를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도착하고 보니 서인도제도였다. 공을 몰아 열심히 달렸다. 그러다가 토끼 굴에 빠져버렸다. 자신은 말라버린 바다의 진흙뻘에서 물웅덩이를 찾아 열심히 파닥이는 선사시대의 물고기였다. 그리고 알고 보니 숨을 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장 큰 전환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그저 현상을 재건하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할 때 일어난다. 

갈 곳이 정해져있지 않다 해도 이별의 시간은 다가온다. - 테네시 윌리엄즈.

전환기에 놓인 사람들의 공통점은 종결의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당황스러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결은 다음의 경험들을 겪으면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34

-배우자의 죽음과 같은 갑작스럽고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 기분 좋게 살았던 지난 삶을 파괴해 버릴 때

-한때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같은 상황이나 관계가 말라붙어 바닥이 드러났을 때. 

-잘 진행되던 일이 예상외로 악회되어 버릴 때.

-변함 없이 믿음을 주던 사람이나 단체가 사실은 믿음직하지 못한 존재였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현실 감각이 산산이 부서져버릴 때. 

-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상황에서 평범한 삶의 기능을 할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럽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노출되었을 때. 

이런 사건이나 상황을 단지 피해야 할 재난이나 해결해야 할 문제 또는 고쳐야 할 실수 정도로 바라본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들은 모두 전환의 과정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신호이므로, 이 신호를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은 기상 시간을 알려주는 알람시계를 꺼버리는 것과 같다. 34

유방암 선고를 받고 몇 달이 지났을 때 아내는 친구들에게 그때 그때 변하는 자신이 상태에 대해 편지를 보내겠다고 결심했다. 두 달이 지나서 아내는 두 번째 '최근 상황'에대해 편지를 썼다. 이 편지에는 (그녀는 죽기 전에 열 다섯 통의 편지를 남겼다.)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던 경험이 담겨 있다. 아내는 자신의 경험담으로 영향을 받은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연구했다. 외국에선느 그ㅓ런 식으로 삶에 대해 연구하는지도 모르겠다. 만일 그녀가 그곳에 있을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고, 삶이 죽음의 나라와 어떻게 비슷한지에 대해 되도록 많은 것을 알아냈을 것이다. 42

그러다가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뉴욕에서 첫 번째 데이트를 했을 때 우리는 [뮤직맨]이라는 뮤지컬 코메디를 관람했다. 나는 뮤지컬에 나왔던 사랑의 노래를 조용히 부르기 시작했다.

잘 자요 내 소중한 사람 잘 자요 내 사랑
편지 잘 자요  내 소중한 사람 잘 자요 내 사랑

아내의 숨소리는 몸속의 자유를 갈구하는 생명체가 있어서 사슬을 흔들어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침대에 기대어 누워 있었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잘빛에 비친 얼굴은 수척하고 창백했다. 그녀는 내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 빛나는 19세 소녀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내가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은 너무도 늙어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뼈만 남은 그녀의 가슴이 힘들게 오르락내리락 움직이고 있었다. 

사라가 방으로 들어왔다. 앤과 마가렛은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나는 사라에게 아내를 맡기고 잠시 마당을 걸었다. 봄날의 밤은 고요하고 사랑스러워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상상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37년을 함께 했는데 이제 이별이라니!

다시 침실로 돌아왔다. 나는 아내 옆에 누워 팔베개를 해주었다. 그녀의 몸은 따뜻했고, 죽음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까이 와 있음을 알았다. 동시에 아무것도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었다. 나는 몹시 피곤해졌고 이상하게 공허한 마음이 들었다. 57

누구나 훌륭한 인물이 되길 원한다. 그러면서도 성자으이 수고는 하려 들지 않는다. - 괴테

전환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우리가 변화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전환은 이전 상황에 맞게 행동했던 방식들이 어떤 것이었든 간에 새로운 상황을 성공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맞게 살아갈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이게끔 새로운 방침을 알려준다. 

1974년 대학 강의를 위해 다른 나라로 이사갔을 때, 나는 이 전환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었다. 이 연구는 과거 20년간 기업의 매니저들이 조직의 합병이나 개편 이후 조직원들을 재교육하는 방법에 사용하도록 컨설팅하는 데 사용되었다. 새로운 나라나 도시로 이사를 가거나 새로운 이웃을 맞는 것도 전환이고, 오래된 습관과 기대를 버리고 새로운 상황에 맞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것 또한 전환에 포함된다. 

전환에 관한 연구를 새로운 직업을 시작하면서 나는 모든 에너지를 연구회 창설에 쏟아 부었고, 고객을 모으기 위해 신문에 광고도 냈다. 가슴속에서 나는 여전히 대학 강사였고, 생각의 개발자이자 안내자였다. 나는 사람들을 세미나에게 오게끔 설득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따라서 초창기 세미나의 출석률이 매우 저조했다는 사실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자신의 자아와 행동, 새로운 업무와 그것의 성공을 위해 기존에 갖고 있던 모든 생각을 바꾸어야 했다. 그리고 그 전환이 이루어지는 시간은 처음 세미나를 시작했을 대 내가 했던 도전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렸다. 

사업으로서 세미나의 연설을 구상해야 했고, 그런 사업은 위선적인 윤리의식을 버리게 만들었다. 나는 오래된 습관을 없애고 프로그램을 위해 시장을 만들어나가야 했다. 63

아내는 병세가 악화되는 동안 계속해서 자신의 길을 재조정하고 있었다. 아내의 죽음은 내가 겪었던 일 중에서 가장 크게 나의 방향을 재조정하게 만들었고, 그것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조용히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순간에도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것을 위해 우리 자신을 휘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찰스 듀보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것 만큼이나 그 세게를 이해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하며 전환에 전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 상황이 변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따라잡기 위해 전환을 시도한다. 강아지 엠마가 달콤한 냄새의 유혹을 인해 멀어지다가 내가 멀리 가버린 것을 깨닫고 다시 전속력으로 쫓아오는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뒤처지다가 전력질주로 따라잡는 판에 박힌 상황에서 전환은 느린 행동에 가속도가 붙게 만든다. 

자신을 새롭게 하는 것은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기능으로  설명디지 않으며, 현재에 못 미치고 시대에 뒤떨어진 자아상을 떨쳐버려서 자신을 개발하는 것으로 또한 기회를 갖는다. 그러므로 전환의 두 번째 기능은 개인적인 성장이다. 

성경에 이르기를, 우리가 아이였을 때는 아이처럼 이해하고 생각하고 보았지만, 어른이 되었을 때는 '어린애 같은 방법들을 무시했다'고 말한다. 사실 많은 사람이 아이와 같은 생각과 느낌의 패턴들을 갖고 있는데도, 시간이 흐르면서 자동적으로 그런 것들을 잊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것들을 버렸거나 전환의 경험으로 인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왜 우리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우리를 개발할 변화가 필요한지 궁금할 것이다. 왜 우리는 매일, 매분마다 조금씩 변화할 수는 없는 것일까? 변화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왜 우리는 변하지 않는 것일까? 그 대답은, 우리가 물질적인 존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부적 변화에 따라 우리의 모습을 조금씩 매번 수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프로세스에 발맞춰 생애의 모든 요소들에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면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66

모든 시작은 하나의 결말이다. 모든 시작은 어떤 것으로 귀결된다. - 폴 발레리

고대의 전통은 많은 방법으로 우리가 잊고 지내온 진실을 담고 있다. 그 진실은,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이 휴식을 취하거나 배경을 바꾸는 것, 삶에 어떤 새로운 것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아무나 모든 것을 차지할 수 있고 모든 것이 가능해졌을 때 혼돈의 임시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때 우리는 새로운 정체성, 새로운 목적의 인식, 삶의 에너지의 새로운 저장고와 함께 실제로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서 나온다. 

새로워진다는 것은 학교나 직장에서 휴가를 얻거나 또는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다루는 것이라기보다는 가을에서 겨울을 거쳐 봄이 되는 것과 같다. 그것은 새로운 것(차, 애인, 집, 옷)을 얻고자 하는 우리의 충동이 삶을 새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불만족과 실망이라는 다른 경험을 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새롭게 하는 것은 전환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전환은 항상 얻게 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가지 ㄴ만큼 놓아버리게 한다. 

그렇다면 새롭게 태어나는 전환의 과정을 통해 얻는 것 중 놓아버려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만일 내가 겪은 것처럼 그 결과가 정신적인 상실을 동반한다면 특별한 관계를 버려야 한다. 그러나 내가 깨달은 것처럼 우리가 놓아버려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것 외에 다른 것을 발견하기도 전에 살밍 정해 놓은 종결의 단계로 들어서게 된ㄷ. 

개인의 전 생애는 오로지 태어남의 과정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태어나기 전에 죽는 비극적 운명을 가졌을지라도 우리는 죽을 때 비로소 완전하게 태어나는 것이다. - 에리히 프롬. 75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전환에 접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 인생에서 놓아버려야 할 시기가 언제인가?'하는 의문을 갖는 것이다. 

성장, 개선, 변화 속에서만 진실한 안정을 찾을 수 있다. - 앤 머로 린드버그

나는 1974년 다른 지방으로 이사했고,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나 직업을 찾기 시작했다. 몇 달 후 나는 '전환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고, 그 일을 통해 삶에서 전환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한 인간으로서 부유해지고 새로워질 수 있는지에관해 다루는 것과 그들의 생각에 어떻게 도움을 줄 것인지에 대해 많은 것을 고민했다. 개인적으로 성장하는 모임을 이끈늑 서이 대단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지만, 이 일을 통해 돈을 벌지 못한 것은 물론 사람들과도 거의 연락할 수가 없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곤혹스러웠고, 일을 활성화시켜줄 수 있는 학회에서 일하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되면 내가 좋아하는 경험학습을 만들고 지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 같았다. 

1979년 기회가 찾아왔다. 한 인간발전센터의 명상 클래스 중요가 분야와 그 외 여러 활동 분야의 감독관을 찾고 있다는 공지가 있었던 것이다. 내가 원했던 것이다. 나는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를 찾고 있었고, 그들은 나와 같은 사람을 찾고 있었다.  

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인간 발전센터를 삶의 전환 센터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통과의례와 비전 퀘스트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고대 신전의 의사가 탐구자들을 돕듯이 그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그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생각들로 센터 관계자들에게 부담을 주지도 않을 것이다. 단지 그들이 후보자로서 나를 완벽하다고 생각해 주기를 원했다. 85

어느날 나는 깨어났고, 비어 있는 일정표로부터 손을 떼지 못할 것임을 알아차렸다. 나는 전환 그룹들을 바탕으로 한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전환'이라는 책을 썼다. 

그 책은 24만부가 팔렸다. 나의 생각은 분야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계획의 좌절로 기인한 결과였다. 꿈이 좌절되지 ㅇ낳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를 후원하는 단체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계획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나는 생활비의 필요성과 작지만 무난한 봉급으로 살ㅇ아가는 것에 대해 내 안의 악마와 계속해서 싸우지 않았을 것이다. 

그 싸움은 강력한 수양이 되었을 뿐 아니라 직업 없이 일하는 것에 관한 내 생각이 옳다는 것을 입증했다. 책에서 이것을 '직업의 전환'이라고 지칭했다. 

아내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아침, 산보를 가기 위해 서재 겸 침실을 나와 사다리를 올라갔다. 대문 앞에 이르렀을 대 나는 길고 까만색의 아름다운 까마귀 깃털을 발견했다. 새들은 집 아래에 있는 커다란 나무에 살고 있었짐나, 한 번도 깃털이 떨어진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깃털은 내 발 아래 조용하고 엄숙하게 떨어져 있었다. 그것은 나를 위해 남겨놓은 검정색 메모지처럼 보였다. 불과 열흘 전에 아내가 침대에 누워 창문 너머로 까만 새들을 바라보았던 것을 떠올리면서, 나는 깃털을 주워 뺨에 대 보았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야구모자 뒤에 깃털을 꽂고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밤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했기 때문에 아랫길로 내려가 삼나무 숲을 지나 계곡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집 근처에 있었지만 거의 지나다니지 않은 길이었다. 한 시간 전에 꾸었던 꿈을 생각하며서 기계적으로 걷고 있었다. 꿈속에서 아내와 나는 차를 주차하고 있었다. 아내가 누군가와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조수석에 앉아 아내를 기다렸지만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차를 출발시켰다. 집에 도착할 무렵이 되자 아내를 두고 온 것이 걱정되었다. 그녀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확실하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야 한다고 생각했다. 혹시 아내가 다른 길로 오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다시 주차장으로 가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집 주변을 맴돌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95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알게 된 두 번째 사실은 , 아내와 처음 만났을 때는 외롭고 고립된 청년이었던 내가 결혼을 통해 성장했다는 것이었다. 아내의 죽음으로 오랫동안 알고 있던 단 하나의 친밀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잃었다. 나는 아내에게서 원하는 친밀함을 얻을 수 있었고, 이런 일은 고통스러운 논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ㅇ아내는 천성적으로 세상에 '무심하게'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불평하기도 했다. 많은 부분을 아내와 감정적으로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우리 주위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아내가 병에 걸렸을 때는 그녀가 필요로 하는 친밀함을 얻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말을 나누고 난 직후였다. 나는 아내가 나로 인한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는 것을 상상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겁이 나싿. 위협을 느끼는 동시에 아내가 나를 아무 감정 없이 무심하게 바라본다고 믿었다. 아내는 나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나에 대해 오해한다고 느꼈지만 친밀함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것이 나에게는 그녀의 죽음이 곧 현실의 시간으로 다가온 것처럼 여겨졌다. 나 자신을 반만 믿게 된 상실감은 사랑하는 사람을 갖게 된 유일한 경험이었다. 따라서 아내의 죽음은 우리의 관계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는 능력까지도 없애는 일이었다. 아내의 사랑뿐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능력까지 없애는 일이었다. 

사랑할 수 있는 능력, 또는 사랑할 가치에 대해서 무엇이 나의 문제이고 무엇이 아내의 문제였는지 구별할 수 있게 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아내는 나와 인간을 연결하고 나와 내 자신을 연결해 주는 그 자체였기 때문에 아내를 잃은 것은 처음에는 넓고 무서운 세상에 버려진 채 홀로 모든 것을 막아내야 하는 어린 시절의 환상같이 생각되었다. 처음 한 달 동안은 '마치 추방당한 기분이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99

사람들은 죽는다. 죽고 나면 갑자기 당신의 자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다음 해 봄에는 네팔에 갈 수도 있었고 그 사람과 저녁 식사를 하러 외출할 수도 있었고 모든 일을 미루고 영화를 보러 갈수도 있었고,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었다. 당신이 이 사실을 깨닫게 될 때 자신이 원했던 자유가 실제로 알게 된 자유보다 더 놀라운 것임을 알게 된다. 우리가 잃은 것은 현재의 자신의 모습이 되어야 했던 이유이다. 

과거에 충실한 우리의 마음은 내일의 즐거움이
오로지 오늘 무엇을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거부한다. 
파도의 아름다운 물견선은
앞서간 파도가 물러나 사라질 때 드러난다. - 앙드레 지드. 101

나이는 여유롭게 다가오지도, 빠르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황급히 이어진다. - 진 리스

나는 진기문 같은 형식의 기록을 좋아했다. 위대한 인물의 전기처럼 방대한 내용보다는 일생의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한 두 페이지짜리 리스트, 특히 책의 앞뒤 표지와 약력을 읽어보는 걸 즐겼다. 그리고는 '1945년에 책이 나왔으니까, 이 사람이 스물네 살 때 처음으로 책을 썼군'하는 식으로 추정해 본다. 내가 젊었을 때 이런 식으로 추정해 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되돌아보는데 도움이 되었다. 언젠가 희극배우 톰래러의 재치에 크게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키이츠가 내 나이였을 때, 그는 5년간 죽어 있었습니다.!'

물론 농담은 똑같이 되풀이하지 않았다. 나이가 바뀌면서 그 말은 '내가 모차르트의 나이였을 때...'로 바뀌었다. 30대를 넘기고 나자 레러는 더 이상 그런 농담을 하지 않았다. 118

그의 위기는 타고 있던 배가 머리 여섯인 괴물 스킬라와 소용돌이인 카리브디스 사이에 놓이게 되었을 때 절정에 달했다. 여자 마법사 케르케는 그들이 처해 있는 위험에 대항하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만 바위와 바위 사이의 좁은 공간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하지만 그가 마침내 좁은 공간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익숙했던 자신의 오래된 현실과 행동에 다시 의존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키르케의 어려운 명령을 잊었다. 
그녀가 나에게 전투 준비를 하지 말 것을 명령했을 대
나는 훌륭한 갑옷을 입고 손엔 두개의 긴 창을 들었다. 
그리고 갑판으로 걸어가 뱃머리에 섰다. 

우리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위기에 처했을 때 오디세우스는 자신을 그곳까지 데려온 이전의 자신으로 물러났고, 문제를 이해하고 푸는 데 실패했다. 윅기는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라기 보다는 삶이 가져다준 선물이고 신호였다. 결국 그의 배는 파괴되었다. 127
         
삶의 길은 구불구불한 길을 가는 여행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멋진 곳을 오르려면 구불구불한 계단을 올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원인과 결과, 입력과 출력, 힘과 충격 등 기계적인 세상은 평평한 표면에 곧은 직선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사람은 물고기 꼬리처럼 굽이치며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간다. 진실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스스로 전환의 방법을 택해야 한다. 

무엇인가가 아니라 누군가가 되기로 결정했을 때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야 하는지.....코코 샤넬

우리가 가장 완벽하게 살아 있는 때는 전환기에 있을 때이다. 나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삶에 있어서 변하지 않는 것을 언급하면서 그들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 보라고 한다. 그들은 조용한 목소리로 자신이 어디에 살고 있고 아이가 몇 명이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그 다음 각자에게 얼마간의 시간을 주고 나서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에서 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만 다시 소개해 보라고 주문한다. 신경질적인 웃음이 잠시 흐르다가 일순 조용해진 후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했던 잃은 것과 얻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목소리는 커졌다가 작아지고 발음에는 힘이 들어갔다. 그러다 웃고 팔을 힘차게 흔들었다. 135

당신이 자서전을 쓰고 있다고 상상하라.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이 아니다. 사람들은 의미 있는 것들을 놓아야 할 때 자연스럽게 반성하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것은 최후를 향해 가고 있는 노인들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보내는 것처럼 여겨지는 이유이다. 놓아버리는 행동을 통해 과거는 그들에게 더욱 의미심장해지낟. 이렇게 하는 동안 우리가 가는 길이 뒤틀리고 희망이 없을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어느 곳으로 가는 길이든 이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면 구부러진 길은 직선이 되고 전체적인 방향은 좀 더 분명해진다. 

결혼은 독특한 제도이다. 어느 날 교차로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앞차를 운전하던 어느 여성이 잠깐의 틈을 타서 열심히 머리 손질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괴상하게 말린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요가를 하는 듯 팔을 뒤틀며 머리 위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옆에 탄 남편의 머리를 후려칠 것 같은 동작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가 팔꿈치로 관자놀이를 치고, 긴 빗이 못처럼 그의 귀를 뚫고 머리까지 파고들 것 같은 순간에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앞을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모습이야말로 서로 근접해 있는 상대에게 불필요한 피해를 입히지 않고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커플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겉으로는 좋은 이미지로 보일지 모르지만, 진정한 관계는 아닐것이다. 아내와 나 역시 막 결혼한 후 새로운 삶의 혼ㄹ한이 가라앉고 난 뒤의 모습은 신호등 밑에서 본 커플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148

원형은 하천의 바닥과 같다. 
물이 없어지면 말라버리고 말지만
어느 때라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 
원형은 오래된 물줄기와 같아서
삶의 물이 이곳을 따라 흐르며 땅을 파고 수로를 만든다. 
물줄기가 오래될수록 수로는 깊어지며
물은 잠시 없어졌다가도 조만간 다시 돌아온다. - 칼 구스타프 융

첫째,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뒤로 수많은 여행을 했기 때문에 그 이미지가 정신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둘째,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이미지가 깊이 각인되면서 여행은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전환의 모습을 뚜렷하게 포착한다. 여행은 인류가 낳은 문학작품에서 핵심주제를 형성하고 잇다. 호머의 '오디세이', 단테의 '신곡', '출애굽기',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버질의 '아이네이드', 휘트먼의 '열린 길의 노래', 케루악의 '길 위에서',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을 비롯하여 제우스와 황금 양털 이야기,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르스를 살해하기 위해 라비린토스로 들어가는 이야기, 엘도라도를 찾기 위한 전설, 스타트렉, 켄터베리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이야기는 고대의 사건들에 상상력의 힘들 더해 주었다. 이런 사건들이 우리의 상상력을 얼마나 사로잡았는지 생각해 보라. 신대륙을 위한 콜럼버스의 항해, 새로운 집을 찾기 윟나 순례자들의 여행, 달로 날아가는 우주 비행사 등 여행은 우리의 깊숙한 곳을 흔들어 깨운다. 169

신화 속 영웅의 여정은, 지리적으로는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내면으로의 여행이다. 
내면 깊은 곳에서 보이지 않는 저항을 극복하고 
오랫동안 잊혀진 세상을
변모시킬 수 있는 힘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여행이다. -조셉 캠벨

'오즈의 마법사'는 책이나 영화로도 모두 기억할만한, 신화적이고 전환적인 여정의 이야기이다. 그 여정은 종결의 과정을 통해 삶이 새롭게 태어나고, 중간지대인 '또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새로운 삶과 함께 힘을 얻어 다시 존재의 새로운 장을 시작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가 전환기에 있는 개인의 여정을 다라가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성장과 발전은 언제나 옛것을 파괴하고 새롭게 시작하거나, 오래된 발전의 단계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도로시는 걸어왔던 길을 외면함으로써 지혜를 얻게 되었다. 도로시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지와는 상관없이 중간지대의 가능성이 풍부한 볼모지로 뛰어들게 되었다. 그것에서 도로시는 발전을 위해 다음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182

개인적인 위기를 갖고 잇던 것들을 놓아버리는 중대한 위기로 생각하면서 잠재력을 깨달아야 하며, 여정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 계속해서 오즈의 나라를 방문하지만, 낡은 삶을 새롭게 하는 것은 새로운 장소를 발견함으로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환의 자연스러운 경험을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있다는 것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전환을 일으키는 여행은 언제나 목적지를 갖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목적지가 따라가고 싶을 만큼 흥미로운 곳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들은 당신이 시작한 바로 그곳에서 출발하려 한다. (당신을 따라 하는 사람들은 전환의 과정에 당신이 했던 방식을 적용하려 한다. 물론 그렇게 시작했을 때 마무리가 어렵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다. 그때 그들은 모방의 지름길을 택하고 고통은 건너뛰겠다고 결심한다.)

그들은 당신의 목적했던 장소로 방향을 바꾸고 시작부터 도착까지 계획을 세우지만, 궁긍적으로 중요한 것은 여행 자체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의 여행이지 그들의 여행은 아니다. 189

식물을 기르는 것처럼 삶을 대해야 한다. 분해된 식물의 잔해와 동물의 배설물이 가장 좋은 거름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거름의 화학성분을 분석해 리스트를 만들고, 분석한 분자들을 조합하여 인공합성 물질을 제조한다. 그 합성비료가 토양을 북돋아주는 유기물질이 부족하고 지렁이와 유익한 곤충들을 끌어들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비료를 만들어 뿌려주고는 식물을 잘 돌보고 있다고 스스로 만족해한다. 인생 도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조언한 논리적인 방법으로 재연할 수 없는, 부패한 꿈과 무익한 노력의 거름으로부터 자라고 있다. 

나의 경력을 되돌아보면, 우선은 너무나 혼란스러웠고 많은 노력을 허비했으며, 많은 잘못된 선택과 무미한 행운으로 가득 찼다고 생각한ㄷ. 아버지가 영어를 전공하고 영어를 가르쳣기 때문에 나도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다. 전공을 선택할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고고학이나 경제학, 또는 음악을 선택할 것이다. 사실 이 학문들은 내게 주입된 의식에서 상당히 동떨어진 것들이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서 그런 전공을 선택했다 해도 나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흥미도 전혀 없다고 말했을 것이다. 194

다음 날 나는 학장을 만나러 가서 2주간 교원 개발 프로그램을 위해 학교 건물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얻어냈다. 인본주의 교육에 흥미를 갖고 있는 근처 기관의 교사들에게 전화를 했고, 그들 중 한 명이 나를 돕겠다고 자원했다. 1주일 후에 단포스 재단에 착수 비용 기부를 요청했고, 두 달 후 2만 5천 달러짜리 수표가 도착했다. 한 달 뒤에는 유명한 심리학자 에이브럼햄 매슬로가 주제 발표를 하기로 동의했다. 나는 안내서를 도처에 보냈고, 미국과 캐나다의 대학에서 30명의 교수들이 등록했다. 

공교롭게도 매슬로가 그해 봄에 죽었다. 그러나 그가 없이도 대학 강사를 위한 인본주의 첫 번째 여름 워크숍은 매우 성공적으로 실시되었고, 그 사실에 놀랐다. 워크숍을 통해 나를 포함한 적어도 10여 명의 인생과 경력이 영원히 변했다. 

나는 앞에서 전환기에 들어선 사람들에 대해 말했다. 나는 전환기에 있었다. 가르치는 일로 나를 이끌었던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보고 문학교수라는 이미지를 떨쳐버렸다. 나는 또 다른 보조금을 신청햇는데, 이번에는 개인적인 성장 기술에 대한 그룹을 이끌고 1년 교육에 필요한 자금을 얻기 위해서였다. 보조금을 얻는 데는 실패했으나 대신 그룹 체험, 교습 세미나, 독서로 구성된 자기 교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0

이카루스의 날개가 햇볕에 녹기 시작할 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정을 새로 조정하고 추가로 말하고 싶은 것들을 기록해 보았다. 그러나 수백 명이 강당을 빠져나가는 상상에 사로잡혀 두려워졌다. 

그때 전화가 울렸고, 누군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내가 빌인지 물었다. 엘리자베스로부터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돕겠다고 햇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은 람다스라고 했다. 

공개 프로그램은 계획대로 성공리에 치러졌다. 람다스는 이전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훌륭한 강사였다. 모든 것이 좋았다. 청중들은 이 프로그램을 맘에 들어했다. 다른 사람들은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이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나는 고집스럽게 스스로 힘으로 해냈다. 나를 보라! 나의 경력이 진정한 비상을 하려 하지 않는가! 210

겁쟁이도 어려움은 이겨낼 수 있지만, 용감한 자만이 긴장감을 견뎌낸다. - 미그논 맥러린

그것이 첫 번째 중간지대였다. 두 번째 중간지대는 내가 혼자였을 때 시작되었다. 죽음이 모호함을 완전히 없애주기 때문에 이번에는 결말이 명백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나는 불확실성 속에 살아가게 되었다. 첫 번째 중간지대는 두 가지 명료한 결론 중 어떻게 판명날 것인지를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간이었다. 두 번째 중간지대에는 미래란 전혀 없었고, 바랄 것도 없으며, 두려워할 것도 없었다. 비록 내 주변에서 열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들은 보긴 했지만, 인생은 정지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나와는 평행한 우주 공간에 있어 눈에 보이긴 해도 접근이 불가능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는 것이 힘들었다. 그들이 하는 대부분의 말에는 함축된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좀 어떠니?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 낫고 있다고 얘기해 줘'
나를 위한 그들의 관심은 진심이었지만, 그들 중 몇 명만이 내가 덜 불행하고 덜 낙담하도록 격려해야 한다는 유혹에 저항했다. 

'그래, 넌 힘든 시간을 겪고 있어'
'아내는 한 달 전에 죽었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거야' 224

나이가 든다는 사실은 내 마음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아내가 살아 있을 때 느꼈던 것보다 더 많이 늙었다는 것을 느꼈다. 아내와 함께 있을 때,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어떤 친구가 내 나이에 있는 사람을 말하며 '어떤 노인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위축되었다. 마치 내가 새로운 일을 생각하기보다는 쭈그리고 앉아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닌지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로 느껴졌다.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 노년에 새롭고 인상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예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마이클 안젤로는 그의 나이 71세에서 89세 사시에 책임건축가로서 성 베드로 바실리카 성당을 완성했다. 클라우드 모네는 78세가 되어서야 워터 릴리스 그림의 시리즈를 시작했다. 그랜마 모세는 78세에 그림을 시작했다. 마리앤 하트는 50대에 비행을 배웠고 84세에 대서양을 홀로 횡단했다. 

나에게 무한한 기쁨을 주었던 에디트 해밀튼의 신화집은 해밀튼이 64세에 학교 교장에서 은퇴할 때까지는 심지어 펜조차 들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그녀는 80대가 되어서야 사랑하는 아테네를 방문했다. 90세에 다른 여행을 계획했을 때 누군가 그녀에게 말했다. 좋은 곳으로 마지막 여행을 한다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이라....험'
그녀는 대답했다. 그녀는 95세로 죽기 전에 고전의 장소를 찾아 세 번 더 여행을 떠났다. 나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에 그다지 자신감을 되찾지는 않았다. 나는 그들과 같은 류는 아니었다. 그들은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보다 진취적이었다. 나는 생각만 하지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234

세상은 그 어느 것보다도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경험은
너무나 많은 오랜 경험을 대처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새로운 생각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새로운 생각은 그 어떤 오래된 생각과도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생각은 진짜 새로운 경험과는 함께 할 수 없다. -D.H. 로렌스

이후 몇 주 동안 수잔과 나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우연히 자주 만났고, 우리의 관계는 스스로 그 삶의 형태를 드러냈다. 직접적으로 서로를 알아가려는 대화를 멈추고, 그냥 즐기기 시작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함께했던 시간 뒤에는 당연히 곧 함께 할 시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241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기계와 데이터를 통해 유추해 보건데, 일반적으로 지식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축적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여 점차 많은 것을 알아가므로, 소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식도 시간에 따라 쌓여간다. 세상에 대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배운 방법은 수동적으로 쌓이는 것이 아니다. 처음 알게 되었다가 차츰 예전의 실제를 실제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게 되면서 알았던 것이나, 알게 된 것을 버리는 과정에서 지식이 축적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간지대에서는 더더욱 현실을 혼란스럽고 이상한 것으로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 단계를 지나면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후 스스로의 삶은 과거와 같지 않고 새로운 삶으로 변화된다. 내가 맞긴 한데 과거의 내가 아닌 것이다. 도로시가 돌아왔을 때를 예로 들자면, 그녀가 떠날 때는 흑백이었던 캔사스가 화려한 컬러 도시가 된 것처럼 말이다. 259

전환을 거쳐 다음에 오는 것은 전에 있었던 것에 대해 큰 영향력을 갖는다. 전환을 통해 다음에 오는 것이 앞에 있는 것을 자동적으로 이기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가위바위보 게임과 같다. 새로움은 봄이 겨울을 대체하고, 새해가 지난 해를 대체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적대감은 없다. 단지 계승만이 있을 뿐이다. 전환이 지속되는 한 우리의 계승은 계속된다. 

여기 앉아 침실에서 글을 쓰고 있는 사이 수잔이 샤워하는 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내가 피하고자 노력했던 이 특별한 변화는 새로운 땅으로 나를 이끌었다. 50년의 세월중 어느 것도 지금을 준비하지 못했다. 나는 인생의 각 영역과 인생의 각 영역 사이에 존재하는 전환기를 지배하는 규칙은 다르다는 사실을 확실히 체험하고 있다. 내가 막 지나쳐온 두 번재 기간은 확실히 전환기였다. 

제임스 가이크는 자연계의 사물이 전환을 겪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두 영역 사이의 단일 경계에서 상의 변화는 매우 비선형적인 경향을 보인다. 어느 한 상에서 물질이 갖고 있는 자연스럽고 예측 가능한 움직임은 전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281

암 진단이 내려지기 1년 전이었으므로 나의 미래의 가장 큰 사건은 아직 볼 수 없었다. 첫 번째로 나는 새 책을 쓸 것이라고 적어놓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직업의 전환'의 계약을 마쳤고 원고도 거의 끝내놓은 상태였다. 그 다음으로 나는 비상근 근무에 대한 계획을 써놓았다. 

몇 년간 아내와 나에게 있었던 혼란스러움 때문에 나는 지쳐 있었고 의기소침해 있었다. 나는 휴식이 필요했고, 점차 은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이 장에서 말하고 있는 '새로워지기'는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지난 5년간 내게 심각하게 그만둘 것을 고려하고 강의 여행 스케쥴을 축소키셨다 해도 나는 여진히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무엇을 남길 것인지 생각해 본다고 말하고 다녔고, 그러헥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충동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다. 292

당신 자신의 생각을 믿는 것.
즉 당신의 마음속에서 당신에게 진리인 것이
모든 사람에게도 진리임을 믿는 것, 그것이 천재성이다. 
당신의 보이지 않는 확신을 말하라 그것이 우주의 감각이 될 것이다. - 랄프 왈도 에머슨

이제 끝났다. 이 책은 내가 저술한 10권의 책 중에서 가장 어려운 책이었다. 나는 처음 경험했던 때만큼이나 기억하기도 힘든 개인적인 경험을 모두 드러내야만 했다. 또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내가 쓴 책들은 모두 개인적인 이야기들이었지만 나의 경험에 일반화라는 옷을 입혀 대부분의 이야기를 감추었다. [전환1980]은 중년의 시기에 직업의 변화를 겪으면서 썼던 책이고, [직업의 전환1994]과 [당신의 기업을 창조하라1997]는 70년대 중반부터 독립한 사업가로 일하게 된 근본적 이유를 설명한 책이다. 299

아내는 나의 책들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했지만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나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은 글쓰기 자체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믿지도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소설을 쓴 적이 있었는데, 스무 군데도 넘는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했다. 나는 항상 소설이야말로 경험을 가장 가치 있게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했을 때 아내는 석 달 동안 생활비도 벌지 않는 것에 대한 변명이라고만 여겼다. 내가 심리치료사와 상담할 때 개인적인 어려움보다는 글쓰기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을 듣고 아내는 내가 일을 해야만 한다는 문제를 피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내가 죽기 2년 전쯤, 아내는 각종 노트로 가득 찬 서류 박스를 가져왔다. 몇 해 동안 내가 끝내지 못한 저작물들이 들어 있었다. 아내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301

모든 것이 해결되자, 사람들은 다시 영원한 여름을 기대했다. 하짐나 갑자기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어둡고 작은 지하세계의 정원사는 페르소포네가 지하에서 석류 씨를 몇 개 먹었다고 증언했고, 그녀가 땅으로 돌아올 계획은 모두 무산되었다. 죽음의 세계에서 음식을 먹은 사람들은 절대로 삶의 세계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었다. 페르세포네는 이제 더 이상 불사의 몸이 아니었고 씨앗이 피어날 때를 기다리듯이 그녀의 몸 속에는 죽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렇게 바뀐 상황을 중재하는 일에 대해 설명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마침내 페르소포네는 1년 중 아홉 달을 지상에서 보내고 나머지 세 달간은 지하세계에서 보내는 데 동의했다. 그녀가 하데스와 함께 지내기 위해 지하로 내려간 동안 지상은 어둡고 추워진다. 곡물은 성장을 멈추었고 사람들은 이상하고 새로운 계절인 겨울을 지내기 위해 곡물을 모아 저장했다. 이 어둠의 계절인 겨울을 지내기 위해 곡물을 모아 저장했다. 이 어둠의 계절의 끝이 오면 페르소포네가 지상으로 올라왔고, 곡물은 다시 싹을 틔우고 성장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되는 것이다.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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