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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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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19일 11시 09분 등록
How to live [7-3 Review]


삶은 드라마다. 드라마가 별건가? 삶이 자신의 뜻과 다르게 펼쳐질 때, 생은 드라마가 된다. 정작, 드라마의 당사자는 심한 마음고생과 상처뿐인 삶에 고통스러워 하지만, 힘들어하는 만큼의 성장과 발전 또한 선물로 주어지게 마련이다.‘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은 진리임에 틀림없다.


연구원 수업이 끝나면 이제는 덜 진지해지고 더 많이 유쾌해져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기본적으로 진지함을 선호(?) 하는 나에게 이 책은 매력적이었다.‘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마치 정답을 줄 것 같은 제목과 목차였기 때문이었다.


윌리엄 브리지스 (William Bridges)

그는 변화와 변환을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정한 변화란, 변화(change)가 아니라 변환(transition)이다. 내면의 변환이 있어야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변화는 이사, 이직, 승진 같은 상황적인 것이다. 변환은 특정한 사건이 아니라 내적, 심리적으로 일어나는 새로운 방향설정 혹은 자신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말한다. 내면의 변환이 있어야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다. 왜냐하면 내면에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변화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면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그의 변환이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삶과 인생에 솔직하다. 아내의 죽음과 관련한 자신 내면의 변화가 책에서도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그의 책을 읽으며 두 가지가 머릿속에 떠 올랐다.


첫 번째는 소설가 김형경의 애도심리 에세이 ‘좋은 이별’이었다. 김형경은 개인적 ·사회적 병리의 모든 원인이 사랑을 잃거나 소중한 대상을 상실한 후 그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며 “슬플 때 제대로 슬퍼하라”고 말한다. 애도의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슬픔의 과정을 충실히 밟고,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을 겪어야 진정으로 슬픔에서 벗어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말은 브리지스의 주장과  비슷하다.


“애도는 단지 대상의 상실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 혹은 버리지 못한 감정과 잘 이별하는 일이에요. 좋은 애도 작업을 통해 우리는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스스로를 변화, 성장시킬 수 있어요. 뒤늦게라도 잘 이별하면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어요” ‘좋은 이별’과 ‘변환(transition)’이 사전적 뜻은 다를지라도, 나에게는 같은 의미로 여겨졌다.


두 번째는. 방송인 주철환씨의 결혼 주례사다. 잘 나가는 스타 PD로 이름을 날렸던 주철환 씨는, 결혼식 주례시 결혼의 환상에 들떠있는 신랑, 신부에게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고 한다.


‘연애가 드라마라면 결혼은 다큐멘터리입니다.’


ㅎㅎㅎ..결혼을 해보지 않은 사람도 쉽게 공감되는 통찰스러운 멘트! 그렇다. 평범한 많은 사람들에게 결혼은 다큐멘터리다. 그리고 윌리엄 브리지스가 얘기하는 인생과 전환에 대한 이야기 또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다. 유쾌한 시트콤이거나 막장 드라마는 아니더라도 기승전결이 확실한 드라마이길 기대했었다. 그러나 지루할 정도로 담담하고 그래서 더욱 현실적인, 다큐멘터리였다...ㅎㅎㅎ

책을 읽으면서 ‘좀 더, 느리게 읽어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밀려왔지만 바쁜 마음에도 아랑곳 없이, 브리지스는 더욱 천천히 자신의 얘기를 풀어놓았다. 가끔 드라마틱한 일들이 양념처럼 간을 맞추어 주긴 하지만, 역시 다큐멘터리다. 아니, 그렇다면‘삶은 계란’아니라 ‘드라멘터리(조어, 맞나?)’였던 말인가? ^*^


저자 : 윌리엄 브리지스 (William Bridges)


윌리엄 브리지스는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컨설턴트 10인 중 1명이며, 조직의 변화 및 변화 관리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변환관리’의 창시자다. 그는 전직 문학 교수로서 하버드, 콜롬비아, 브라운 대학에서 공부했으며, 1970년대 중반에 변환관리 분야로 직업을 옮겼다. 여러 차례의 워크숍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책이 출간되었고, 변환에 놓인 수많은 사람들을 돕는 경력 또한 풍부하다.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 커리어를 수정한 후 1981년 윌리엄 브리지스 & 어소시에이트 (William Bridges & Associates)를 창립하고, 조직과 개인의 변환 관리를 돕고 있다. 여러 기업에서 조직 합병, 구조조정, 지도부 교체, 문화 변혁 등과 관련된 일을 지원해왔으며, 저서로는 베스트셀러 『변환관리』, 『변환의 길』 외 다수가 있다. 현재 아내 수잔과 함께 캘리포니아 밀 밸리에 살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그의 저서로는 [내삶에 변화가 찾아올 때, 변환관리, 직장혁명시대의 자기경영 (품절)] 이 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Prologue 전환은 당신을 성장시키는 최고의 수업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문학 작품은 변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문학 작품이 아니라 이를 읽는 독자들의 이해와 감상이 변한다.

-조지 엘리엇 George Eliot


7. 쉴 수 있어서 기쁘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일이 주었던 가치와 목표의식이 그리워졌고 일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일이 주었던 창조적인 느낌들이 그리워졌다.


9. 전환은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동시에 정체성 역시 깨뜨렸다.


11. 아내의 죽음은 나에게 마음의 바닥을 비워 새로운 정신을 받아들이기 위한 기반을 제공했다. / 윌리엄 워즈워스는 “예술이란 평정 속에서 샘솟는 열정”이라고 했다.


12. 이 책은 인생의 중대한 갈림길에 있는, 시작이면서 동시에 끝에 서있는 나에게 전환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며 어떻게 생각되는지에 관한 책이다. 이 이상한 텅 빈 상태를 나는 중간지대라, 곧 림보Limbo 라고 부른다. 바로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시간이다.


1장 인생의  전환점에서 길을 묻다.


변화에 저항하는 것은 가장 용서할 수 없는 죄이다.

- 앤 머로 린드버그 Ann Morrow Lindbergh -


14. 무엇인가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면 모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변하는 것’만이 존재하는 모든 것을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15. 왜 저항하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모르는 것에 대한 공포 때문이며, 익숙하지 않은 영토를 탐험하기보다는 불편한 상황일지라도 현재에 집착하게 된다’고 대답한다. / 사실 사람들은 변화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거부하는 것은 변화가 아니라 전환이었다.


16. 새로운 상사와 일하게 되는 것은 변화다. 승진을 하거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하는 것, 집을 리모델링 하는 것, 아이가 생기는 것, 사랑하는 이를 잃는 것도 변화다. 그것도 아주 큰 변화다. 한편 전환이란 원래 있었던 일들을 진전시키고 그 결과를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인가를 놓아버리고 다시 잡게 되는 그 중간에 이전의 방식도, 그리고 새로운 방식도 통하지 않는 창조의 '중간지대‘가 있다. 이전 것의 종결, 중간지대, 새로운 시작, 이 세가지 과정이 전환이다.


전환은 변화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환이 없다면 변화란 기계적이고 피상적이고 공허한 것에 불과하다.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또는 전환이 일어났다 해도 도중에 실패했다면,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처음 시작했던 시기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끝을 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상사가 왔다고 해도, 혹은 새집으로 이사하거나 아기를 갖게 되었다 해도 실제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전환을 거부한다면 우리는 전환의 세가지 과정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다.


오래된 것을 놓아버리는 것에 대해 저항할수도 있고 중간지대에 서서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 새롭게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위험성들이 불안정성에 대해 저항할 수도 있다. 우리는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 전환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변했을 때 포기해야 하는 부분을 놓아버릴 수가 없어서 전환을 거부한다.


인생의 모습을 결정짓는 것은 자서전 소제목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의식적인 변화, 즉 이직, 생소한 곳으로의 이주, 이혼 등이 아니라,

천천히 지속적으로 일어나면서도 드러나지 않게 두루 영향을 미치는

감정상의 변화들이다.

- 나딘 고디머 Nadine Gordimer -


19. 발전적인 전환이란 외적인 변화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깃든 자연적이고 내재적인 요소에 의해 만들어진다. 청소년기에 겪는 전환은 발전적인 전환이다. 중년의 전환도 그렇고, 세상을 새롭게 경함하는 심오한 변화도 역시 발전적인 전환이다.


20. 전환은 종결, 중간지대, 새로운 시작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지식을 습득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지식을 버리는 데 있다.

-G.K. 체스터튼 G.K.Chesterton-


25.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길 원하는 마음이 강할수록 오래된 일상과 교실에서 이루어졌던 익숙한 주고받기가 그리워졌다. 동료들과 수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학생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도 그리웠다. 내가 누구인가를 분명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던 직업이 그리웠던 것이다.


29. 그 일을 하기 위해 나는 ‘통로Passage-Ways ’라는 1인 교육기업을 만들고, ‘인생의 전환점에서’라는 이름으로 주말 세미나를 열기 시작했다.


34.

- 배우자의 죽음과 같은 갑작스럽고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 기분좋게 살았던 지난 삶을 파괴해 버릴 때,

- 한때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같은 상황이나 관계가 말라붙어 바닥이 드러났을 때,

- 변함없이 믿음을 주던 사람이나 단체가 사실은 믿음직하지 못한 존재였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현실 감각이 산산이 부서져버릴 때


이런 일들은 모두 전환의 과정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신호이므로, 이 신호를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은 기상 시간을 알려주는 알람시계를 꺼버리는 것과 같다. / 놓아버려야 할 것은 직업이나 인간관계 같은 것이 아니라 집착하는 희망, 두려움, 꿈과 믿음 같은 것이다.


37. 전환이란 이전의 생활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거나 그 소중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생활을 놓아버리는 것뿐이다. / 놓아버리는 것이 순전히 주관적이고 내적인 것이거나 또는 외적인 변화로 더 깊게 이끈다 해도 처음에는 이것이 분명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끝났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은 인생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혼을 하든, 사표를 내고 직장을 떠나든, 배움을 포기하든, 고국을 등지든 이러한 모든 행동은 관계를 끊은 것이다. 끝이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단념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과 나누었던 ‘삶’을 끝내는 것이다.


변화와 전환의 관계가 복잡해지는  이유는 사람들이 주관적인 현실과  정체성을 놓아야 하는 힘든 일을 하기 위해 외부의 변화를 이용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환을 겪고 싶지 않기 때문에 변화를 만든다. 결혼은 포기하지만 결혼을 깨뜨린 파트너에 대한 행동은 그대로 유지한다. ‘흥미로운 사람들’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지만 이사 간 마을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알게 될 뿐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은 항상 전환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전환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변화에 빠져있는 것이다. 이는 다른 중독 증세와 마찬가지로, 살면서 일어나는 실제적인 문젯거리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다.


2장 전환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


43. 10년 동안 융 분석가가 될 것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일했는데, 그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속상해.


45. 아내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예측하지 못하는 미래 사이에서 불안해하는 작은 중간지대에서 그 유형을 보도록 도와주었다.


46. 암은 검게 일어나는 파도처럼 그녀를 공격했고, 그녀는 사랑한 모든 것들을 포기해야만 했다.


48. 아내는 다섯 명의 손자들 중 세 명에게는 열다섯 번째 생일에 디즈니랜드에 데려가는 선물을 하지 못할 것이다. 아내는 이런 전통을 좋아했다.


57. 나는 그녀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2년간의 힘들었던 투병기간에 그녀가 얼마나 용감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내가 그녀의 병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녀를 돕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을 흘려보낸 것에 대해 사과했다.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를 나에게 가르쳐 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말하고, 내 차례가 오면 나 역시 그녀처럼 행동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모든 사물은 변화에 의해 생겨난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그리고 우주는 그 무엇보다 변화를 사랑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당신은 이에 적응해야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Marcus Aurelius-


61. 끔찍한 고통과 가까이 다가오는 죽음을 견뎌내며 이 중간지대로 밀려왔어. 이 세상에 머물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주 유혹적이었어.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지. 이제 나에게 일어날 일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점이 아주 기쁘고 그래서 평화롭게 쉴 수 있게 되었어. 창밖을 바라보며 비 내리는 모습을 몇 시간이고 바라보는 것이 좋아.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괜찮을 것 같아.


3장 방황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누구나 훌륭한 인물이 되길 원한다.

그러면서도 성장의 수고는 하려 들지 않는다.

-괴테 Goethe-


67.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법률가로서의 그는 진정한 그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을 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가슴 뛰도록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일도 아니었던 것이다.


69. 중간지대는 절대적인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준다. 새로운 방향 제시, 개인 성장, 자기확신과 창조성. 이 네 가지 요소들은 모두 우리가 일을 수행했던 방식과 그동안의 경험들을 버리도록 한다. 그렇게 되면 잠시 방황하기도 하지만 내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통찰력과 추진력의 문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때 기회의 양식들과 주변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사건들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어떤 정신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다.

자신만을 위한 삶은 그 자신뿐 아니라

관찰자까지도 지루하게 만든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 칼 구스타프 융 C.G.Jung -


74. 새로워진다는 것은 학교나 직장에서 휴가를 얻거나 또는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다루는 것이라기보다는 가을에서 겨울을 거쳐 봄이 되는 것과 같다. 그것은 새로운 것 (차, 애인, 집, 옷)을 얻고자 하는 우리의 충동이 삶을 새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불만족과 실망이라는 다른 경험을 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새롭게 하는 것은 전환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전환은 항상 얻게 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가진 만큼 놓아버리게 한다. / 변화 그 자체는 전환이 일어날 것을 경고한다.


76. 다른 사람들은 결혼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거나 공허하게 느껴지고 친구와의 관계가 거짓처럼 느껴질 때 전환의 단계에 접어드는 것 같았다.


78. 변화는 그만의 이유로 일어난다. 하지만 변화로 인해 중대한 전환이 일어나는 것은 새로운 방향 제시나 개발 때문이다.  / 람다스가 우리 집에 들러 “죽음이란 너무 조이는 신발을 벗는 것과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4장 포기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끝을 맺는 것은 시작하는 것과 같다.

끝나는 곳에서 우리는 시작한다.

- T.S 엘리엇 T.S Eliot


94.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보다 그녀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몰라 애따는 마음으로 더 많이 울었다. 마음속으로 아내와 대화할 때면 우리가 함께 지냈던 과거의 시간을 추억하는 대신, 지금 그녀가 있는 그곳으로 지원과 격려를 보낸다고 말했다.


96. 돌이켜 생각해 보면 중요한 것은 깃털들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미스터리나 나의 이상한 행동이 아니라, 이미 깨어진 관계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애쓰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해 보려는 나의 마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신은 간단해 보이는 선택을 한다.

남자를 고르거나 직업 또는 이웃을 고르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선택한 것은 남자나 직업, 이웃이 아닌 당신의 인생이다.

- 제서민 웨스트 Jessamyn West -


97. 항상 내 고객들에게 외적인 것, 즉 사람이나 관계 그 자체만을 놓아버리고 그것에 포함되어 있는 내적인 결합 등은 그대로 놓아둔다면, 결국은 다른 사람이나 관계를 찾아 똑같은 희망과 공포, 꿈, 믿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것은 변화를 겪는 것이지 전환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사람들은 시작한 곳으로 돌아가서 끝맺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전환을 경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98.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알게 된 두 번째 사실은, 아내와 처음 만났을 때는 외롭고 고립된 청년이었던 내가 결혼을 통해 성장했다는 것이었다. 아내의 죽음으로 오랫동안 알고 있던 단 하나의 친밀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잃었다.


100. 아내는 내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내가 좀 더 완전한 사람이라고 느끼도록 해주었다.


103. “내가 생각하기에 당신은 배신이라는 문제와 부딪치게 될 것 같군요. 부인의 죽음 후에 겪을 수 있는 새롭고 의미심장한 일로 인해 당신은 혹시라도 아내를 배신하는 것은 아닌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104. 그후 3개월간 나는 눈 속의 표범 발자국을 추적하듯이 배신의 감정을 관찰해 보았고 그 결과 새롭거나 흥미로운 일을 시도할 때마다 아내에 대해 배신하는 것 같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105. 과거의 상실에 대해 애도하지 않고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그 상실감과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 또한 그렇다. 매장하는 것보다 애도하는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슬퍼할 시간이 부족한 자는 슬픔을 풀어버릴 시간도 부족하다.

- 세익스피어 Shakespeare -


109. 이것은 애도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눈물겨운 애도는 아니었다. 대신에 길고 어렵고 형식적인 애도였다.


111. 나는 마치 내 자신이 잘못된 지도를 들고 서 있는 여행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오래된 지도에 없는 장소에서 헤매고 있는 여행자 같기도 했다. 내가 느끼는 외로움은 같은 이름을 가진 동반자가 없어서 느끼는 외로움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연대감이 해결해 줄 수 없는 외로움이었고, 동반자가 낯설게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혼란이라는 말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다.

-헨리 밀러 Henry Miller-


115. 하지만 비관주의든 낙관주의든, 이것은 모두 현재를 부정하고 도피하는 행동이다. 어쩌면 이들은 우리가 심하게 상처를 입었을 때 필요한 의지처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116. 1997년에 내가 깨달은 것은, 내가 가진 능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했던 대상에게 이별의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이것은 끝을 맺는 능력이고 때로는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그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죽음은 인생의 전환점에 해당하는 경험이다. 엘리엇의 비명에 써 있는 것처럼 죽음은 때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의 삶에서 죽음이 의미하는 끝은, 오래된 것을 마감하고 인생의 새로운 한 장을 시작하게 한다.


5장 우리는 인생의 여러 단계를 거친다


나이는 여유롭게 다가오지도, 빠르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황급히 이어진다.

- 진 리스 Jean Rhys -


120. 그 학생들은 중요한 전환이 일어났던 시기를 삶의 터닝 포인트로 거듭 묘사했다. 변화가 아니라 전환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그 둘의 차이를 알게 된 때였다. 변화는 지리적인 이동이나 고등학교 졸업 또는 부모의 이혼 등을 가리킨다. 전환은 학생들의 삶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아서는 것을 말한다. 돌아보면, 그들은 변화를 전환을 유발하고 표시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 어떻게 작은 변화에서 커다란 전환이 유발되는 것일까?


122. 나는 학생들에게 그것은 그들이 살아온 모습을 말해 주는 전환에 관한 이야기였고, 그들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전환은 그들이 어떤 길을 가더라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고, 삶의 원동력 그 자체였다. / 전환들은 변화가 계기가 되었지만, 결과는 자신의 삶에 대한 내적 발전의 힘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 삶은 여행이라고 볼 수 있고 그 안에서 전환은 여행지이고 잠시 머무는, 체류지라고 할 수 있다.


123. 전환을 겪은 사람들은 세상을 의미심장한 것으로 다른 것으로 바라보게 된다. 부모가 이혼한 후에 가족의 단단한 결속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거나, 첫경험 이후 사람들을 성과 관련지어 보게 되는 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실을 재정의하게 되었다는 의미인 것이다.


128. 삶은 여전히 완벽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그 교수진은 겸손하다.


129. 서양에서는 시작과 종결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을 가능한 한 오래 지속하고 싶어 하는데, 시작 신호를 받게 되면 종결도 가까워졌다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131. 전환은 오래된 것이 끝나고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과정이다. 끝과 시작의 사이에는 중간지대의 틈이 있어서 새로운 삶으로부터 오는 모든 혼돈이 흘러간다. 중간지대가 없으면 다시 태어나는 것도 없다.


134. 삶의 길은 구불구불한 길을 가는 여행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멋진 곳을 오르려면 구불구불한 계단을 올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137.‘뉴욕시에서 보낸 1976~1980’보다는‘하늘을 갈망하며’나 ‘세계의 꼭대기에서’라든가 ‘금붕어로서의 삶’이 나을 것이다.


139. 당신이 걸어온 길

- 큰일에 직면하거나 중요한 선택을 했던 교차점들

- 매혹적이었지만 하지 않았던 일들

- 아름다운 경험이라고 생각되는 일들

- 길의 유실, 우회, 길 앞에 놓인 장애물들

- 가파른 곳, 또는 브레이크를 극복해야 했던 곳


140. 당신의 원류는 어디인가? 당신은 어디에서 왔는가? 당신의 근원은 무엇인가?

당신은 넓은가, 얉은가, 폭이 좁은가, 느린가?


6장 결혼은 또 하나의 전환점이다


너희들은 나의 장미와 조금도 닮지 않았어.

너희들은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도 아무도 길들이지않았어..

- 어린왕자 중, 생텍쥐페리 -


결혼은 우리가 성장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이자 최고의 기회이다.

- 조셉 바스 Joseph Barth -


157. “당신이 무슨 수로 그럴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은 비판에서 벗어나 있어. 당신은 자신을 거기서 벗어나게 한 거지.”


163. 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아내는 동의하지 않았다. 10년간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는 말할 방법을 찾았다.


한 인간이 다른 이를 사랑하는 것, 그것은 모든 임무 중

가장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최후의 시험이자

증거인 것으로, 다른 일들을 위한 준비이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


167. 나는 묶여 있던 마법에서 깨어났다. 나는 처음으로 그렇게 오랜시간 함께 살아온 사람을 진실로 바라보았고, 그녀의 아픔과 자기거부 그리고 그녀가 갈망하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하면서 나는 전에는 결코 할 수 없었던 방법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결국 사랑은 그 사람의 실체를 좀 더 선명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7장 여행을 끝내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원형은 하천의 바닥과 같다.

물이 없어지면 말라버리고 말지만

어느 때라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

원형은 오래된 물줄기와 같아서

삶의 물이 이곳을 따라 흐르며 땅을 파고 수로를 만든다.

물줄기가 오래될수록 수로는 깊어지며,

물은 잠시 없어졌다가도 조만간 다시 돌아온다.

- 칼 구스타프 융 C.G.Jung -


171. 남자에 관해 꿈을 꾸는 여자는 자신의 남성적 부분에 관한 꿈을 꾸는 것이며, 칼 융은 그것을 ‘아니무스’라고 불렀다. 개에 관한 꿈을 꾸는 남자는 장난 잘하고 직관적인 개와 같은 자신의 특성에 관한 꿈을 꾸는 것이다.


짐 가방을 잃어버리는 순간 소풍은 ‘여행’이 되고 만다.

- 미상 -


181. 새로운 시작이었다.


신화 속 영웅의 여정은, 지리적으로는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내면으로의 여행이다. 내면 깊은 곳에서 보이지 않는 저항을 극복하고 오랫동안 잊혀진 세상을 변모시킬 수 있는 힘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여행이다.

- 조셉 캠벨 Joseph Campbell -


186. 일을 진행하면서 그들은, 사기와 자기만족은 새롭게 수리한 건물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세계를 벗어나서 낯설고 고귀한 경험을 통해 그전의 오래된 세계, 하지만 지금은 변화한 그 세계로 돌아오면서 얻어진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8장 나의 천직을 찾아내다


194. 돌이켜 보면 길을 시작하는 데 이정표 없는 길을 가야 한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학문은 소위 학위 취득이라는 확실한 징표가 있어서, 내가 올바른 일을 하고 있고 선생님이 되는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198.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공했다고 판단하는 직업이 계획없는 여행을 하는 것에 불과다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간단해 보이는 선택을 한다.

사람을 선택하고 직업을 선택하고, 이웃을 선택하는 것.

그러나 우리가 선택한 것은 사람도 직업도 이웃도 아닌 인생이다.

- 제서민 웨스트 Jessamyn West -


201. 우리는 길을 정확하게 따라갈 수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길이 없다. 그저 땅의 윤곽을 따라 걷는 것이다.


작은 계획은 세우지 마라. 작은 계획은 사람의 피를 끓게 할 수 없다.

- 다니엘 H. 번햄 Daniel H. Burnham


217. 에머슨은 인생은 상형문자라고 이야기했다. 인생의 암호를 해석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


9장 새로운 전환점에 서다


218. 중간지대는 과거의 인생이 사라진 후 새로운 인생을 발견하고 적응하기까지의 중간 시간이다.


220. 중간지대는 과거와 미래로부터 발산되는 혼란스런 신호를 받는 시기다. 때로는 신호가 소음과 뒤섞여 있고, 어느 때는 신호가 상쇄되어 없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음침한 적막뿐이다.


222. 노심초사란 게임은 ‘불확실성과 함께 사는 것’이다.


228. 소극적 수용력이란 원인과 사실에 민감해하지 않고 ‘불확실성, 미스터리, 의구심’등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만약 내가 혼자였다면 모든 것을 놓아두고 뉴욕으로 갈 텐데, 근처의 영화관이나 심포니 음악 스케쥴을 찾아보거나 지역 서점에서 책을 이야기하는 작가에 관한 신문기사도 좀 찾아보고 할 텐데, 하고 생각했다. 비록 이런 행사 중 어느 것에도 참석할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232. ‘팔팔한 노인이 여행이나 문화 행사에 같이 다니면서 새로운 관계를 가질 사람을 찾고 있다.’


233. 나이가 든다는 사실은 내 마음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아내가 살아 있을 때 느꼈던 것보다 더 많이 늙었다는 것을 느꼈다.


239. 나중에 그녀가 말하길 그날 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는 또 다른 관계를 가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고 했다.


241. 우리의 관계는 스스로 그 삶의 형태를 드러냈다.


243. 나는 그녀의 유머감각, 지적인 능력, 아름다움, 사랑스러움에 사로잡혔다.


246. 결정은 증거와 논리의 기초 위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선택은 언제나 의지의 결과이다. 중요한 활동은 결정의 기초 위에서 더 잘 나아가지만, 인생 자체는 선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결정은 결정자가 이해의 득실을 따져서 행동 계획을 세우려는 노력에 기초해 외부 정보와 함께 시작된다. 누구에 의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는 결정은 비슷한 결정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선택은 특별하고 독특하다. 선택이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 우리가 누구인가로 선택은 시작된다. 결정은 많은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선택은 단지‘예’또는 ‘아니오’두 개뿐이었다.


미리 인식한 목적에 맞는 성공을 서서히 만들어갈 때가 아니라

알지 못했던 목적을 차츰 발견하고 키워 나갈 때

인생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 조안나 필드 Johanna Field -


10장 나이를 먹으면 삶의 무대도 넓어진다


258. 전환은 개인적,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전환이라는 역동적인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를 게발하여 존경받는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그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스스로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젋은이들에게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


261. 우리가 두려워 하는 것은 종결만이 아니다. 흔히 중간지대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공허함은 종결만큼이나 두려움을 주는데, 이는 중간지대가 어린 시절 홀로 버려졌을 때 느꼈던 공포를 일깨우기 때문이다.


262. 개인은 과거에 성공과 만족을 주지 못했던 관계에 대한 접근법을 포기하는 대신 관계 자체를 포기한다. 그리고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


263. 개인은 의미 없는 과거 삶의 방식을 내면에서 버리지 못하고 새로운 집과 도시로 이사하기로 결정한다. 진정 새로운 삶의 길로 인도할 깊이 있는 전환은 하지 못한 채 변화를 모색한다.


266. 마음에서 나쁜 생각, 무서운 생각, 비도덕적인 생각, 당황스러운 생각을 지워내려 노력할 때마다 그런 생각들이 오히려 증폭되는 현상을 경험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우리 자신 같아진다.

-로버트 앤서니 Robert Anthony -


272. 나는 서서히 그녀의 이중 잣대와 연민의 부족을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그녀를 동정하게 되었다. 그녀는 우리를 파멸까지 몰아갈 기회를 제공했다. 다시 한 번 그녀는 나를 지도해 주는 스승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도록 만드는 스승이 되었다.


274. 나는 아내의 카리스마에 이끌려 그녀 곁에 머물렀다. 논리적으로는 서로의 차이 때문에 고통스러워졌을 때 헤어져야 했다. 그때 헤어졌다면 그녀를 많이 그리워했을 것이다.


11장 인생의 새 장을 열다


282. 내가 선택한 것은 결혼할 사람만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었고, 새로운 인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이었다. 수잔과 결혼하는 과정에서 이때부터 외향적으로 변했고 진심으로 세계에서 살아가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83. 자신을 위한 정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나의 티켓은 편도용이었고, 다른 사람의 티켓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시간은 수선을 전문으로 하는 재봉사이다.

-페이스 볼드윈 Faith Baldwin-


286. 나이가 들면서 받은 선물 중 하나는 그 순간에 집중하는 능력이었다. 그것을 배우기 위해 35년간 노력해 왔지만, 그저 마음이 자연적으로 느려지고 현재의 순간이 그 자체로 충분함을 발견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289. 나는 왜 그렇게 비교적 빠르게 전환을 겪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1년 반 만에 재혼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아내가 죽음을 맞았을 때 전환하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2년 전 진찰 결과를 알게 된 후 “안녕”이라고 말하기 시작할 때부터 전환은 시작되었다. 미해결로 남아 있던 온갖 일도 속도를 늦추지 못했다. 그녀와 의사간의 불륜으로 인한 갈등도 뒤에 남겨졌다. 그녀의 병을 발견하기 오래전부터 우리는 무서운 종결을 맞고 있었다.


296.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것은 환상적이다. 아침이 되면 빛은 꿈과 과장된 이미지의 밤이지난 후 진짜 모습을 전달하는 배달부가 된다. 하지만 밤이 되면 그것은 반대가 된다. 낮의 현실은 편편해져서 평범함 속으로 드어간다.


297. 나는 낮과 현실을 놓아버리기 시작했다. 매일매일의 밤은 작은 전환이었다. 우리는 모든 시간을 놓아버리는 연습을 했다. 또 다른 이미지가 과거를 떠돌아다닌다. 어둠은 중간지대를 기름지게 한다.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원천이다. 나는 그 안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잘자요. 잘 자요. 안녕히...놓아버리고, 그리고 세월의 흐름을 타고...


Epilogue 전환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은 시간


300. 나는 사랑이나 예술에 있어서 대기만성형이었다. 나는 평생 이 두가지를 통해 마음을 신뢰하는 법을 배웠다.


302. 나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것들에게 형태를 만들어 준다는 생각에 너무 흥분해서 뒤에 있는 차들이 공회전을 하고 경적을 울리는 그 짧은 시간에 메모를 하기도 했던 사실들을 잊고 있었다.


303. 삶은 상상 속의 골대를 향해 가면서 상대편에 대항해 땅을 차지하려는 풋볼 경기가 아니다.


307. 우리가 일생을 통해 이루는 것은 서로 부딪치면서 ‘세상’이라고 알고 있는 또 다른 안전한 존재를 상실하는 것, 그러면서 새로운 시작에 한발을 내딛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삶이 상실의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내 자신이 전환점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를 원래 있었던 곳으로 돌려보낸다.


3. 내가 저자라면


‘갈림길에서 삶을 묻다.’ 책의 내용과 제목의 궁합이 절묘하다. 아주 자연스럽다.

우리는 살면서 변화하고자 한다. 그런데 마음대로 변화가 잘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변화를 싫어하는 인간의 속성 때문이려니 생각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가 갖고 있는 변화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버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저자는 변화와 변환의 차이로 그것을 알려준다. 진정한 변화란, 변화(change)가 아니라 변환 (transition) 이다. 내면의 변환이 있어야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문제 대부분은 변환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섣불리 변화만을 기대하고 살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는 변화의 단계를 3단계로 도식화했다.


변환의 3단계: 끝 (종결) -> 중립지대 -> 새로운 시작


변환의 출발점은 과거의 상황을 벗어나는 것, 즉 끝이다. 상황적인 변화는 새로운 것에 그 중요성이 부가되지만, 심리적인 변환은 과거에 형성된 정체성을 버리는 것을 더 우선시 한다. 다음은 중립지대이다. 중립지대는 과거와 현재 간에 존재하는 공간으로 심리적인 무인지대에 해당한다. 또한 과거의 정체성과 현재의 정체성 간의 혼돈을 경험하는 시기로서, 과거의 방식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방식을 편안히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힘든 시기이다. 그러나 이 시기를 잘 극복하면 과거는 해체되고 새로운 현재와 미래가 탄생한다. 변환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끝―중립지대― 새로운 시작, 세 단계가 순서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윌리엄 브리지스가 얘기하는 변환은 아래의 문장에 잘 요약되어 있다.


변화의 첫째 요건, 익숙했던 과거를 버리는 것.

변화의 첫째 요건은 익숙했던 방식을 버리는 과정이다.

나아가 자신의 예전 모습까지 버려야 한다.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개인적인 취향만이 아니다.

과거에 성공적으로 해왔던 업무방식까지도 버리라는 말이다.

경험한 전체 세상, 정체성, 심지어는 현실 자체를 몽땅 버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쉬운 개념이 아니다. 꽤 오랫동안 몸으로 훈련하고 겪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중간지대에 관해 많은 내용을 할애하고 있지만, 나는 변환의 처음을 ‘끝’으로 시작한 그의 주장에 깊이 공감했다. 변환의 처음은 '시작'이 아니라 '끝(종결)'이다. 우리가 변화에 실패하는 이유는 기존의 것을 끝내지 않고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변환을 하려면 기존의 습관과 관습을 버려야 한다. '제대로 된 끝'이 있어야 제대로 시작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변환의 3단계 중 첫 단계로 '시작'이 아니라 '끝'을 놓고 있는 것이다. 내용 전개상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서술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전직 영문학 교수라기에 서강대 장영희 교수처럼 아름답고 문학적인 글을 기대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쉽게 읽히지 않는 것은 번역의 문제도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래 경구의 차이를 비교해 보자.


(1) 이책 160 page

내가 봤을 때 결혼의 한 가지 이득은

당신이 파트너와 사랑에 빠졌을 때,

다시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주디스 바이어스트 Judith Viorst


(2) 알고있던 내용

내가 볼 때 결혼의 한 가지 장점은 그에 대한 사랑이 식었을 때

혹은 그가 당신에 대한 사랑이 식었을 때

다시 사랑에 빠질 때까지 함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주디스 비올스트-

 

두 번째의 경구는 내가 알고 있던 경구였다. 난 영어를 잘 못하지만, 번역의 차이가 책에 논지에 자연스럽게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우연히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책에서 번역이 잘 된 것으로 판단되는 (매우 문학적인) ‘전환’ 에 관한 비슷한 내용을 찾았다. 윌리엄 브리지스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서로 친한 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변화는 지금까지의 익숙한 상황에 작별을 고하고, 새롭고 낯선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때로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그 상황의 낯설음이나 익숙함이 아니라, 그 '중간에 존재하는 시간'입니다. 변화는 대개 지금까지의 문이 닫히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그 문들의 이름은 끝, 완성, 이별, 죽음 등입니다. 그런 다음 우리는 불안정한 시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 시기는 닫힌 문을 보고 슬퍼하면서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가 가장 힘이 드는 때 입니다. 그러나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고 느끼는 바로 그때 새로운 일이 일어납니다. 새로운 시작의 문이 열리는 것입니다.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인생 수업] 중에서


IP *.30.2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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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0 08:07:02 *.10.44.47
번역이 좀 그랬던 거 맞죠?
뭔가 좋은 이야기인것 같기는 한데..
깔끔하게 접수가 안되는 것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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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0 15:00:02 *.30.254.28
깔끔하게 접수...어쩌구 하는 것이..
너, 독종 조폭같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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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07.20 11:35:00 *.236.3.241
업무 때문에 바쁘실텐데 여기저기 공들인 흔적이 느껴집니다.
김형경과 주철환의 얘기...저도 책 읽으며 김형경이 쓴 '애도'
생각을 했습니다. 버들가지처럼 예민한 존재 인간....

다른 글자체로 표시한 경구들을 보니 문장 하나하나를 웅얼웅얼~ 속으로 되뇌이는
모습이 자동으로 떠오르네요

'내가 저자라면'에서 주디스 바이어스트 경구 비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변화에 대한 언급-형의 시선을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는 읽을거리들이 충일한
느낌을 줬습니다. 리뷰에 충실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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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7.20 14:58:33 *.30.254.28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토요일, 일요일 이틀 간 꼬박 새벽까지 매달렸더니..
눈이 핑핑...
결국, 회사에 제출할 리뷰를 쓰지 못했다는...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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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sfds
2010.10.09 10:45:31 *.204.22.66
Something that people do not care for with Diablo II is the game sometimewow powerleveling relies heavily on cooperative or team 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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