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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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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6일 22시 41분 등록
 [포트폴리오 인생]

 (찰스 핸디 지음, 강혜정 옮김, (주)에이지21, 2008)

 (원제 : MYSELF AND OTHER MORE IMPORTANT MATTERS by Charles Handy)


* 저자에 대하여


 아일랜드계 영국인인 찰스 핸디는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세계적인 경영사상가로 손꼽히고 있다. 1932년에 아일랜드 킬데어에서 성공회 부주교의 아들로 태어나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오리엘 칼리지에서 고전문학, 역사 그리고 철학을 공부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다국적 석유회사인 셀에서 10년간 직장생활을 했고 그 후 미국의 MIT 슬론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 공부를 시작했고,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런던 비즈니스 스쿨 설립과 경영자 프로그램 조직 과정에 참여하였다.

  1977년에서 1981년까지, 사회윤리와 가치에 관한 연구와 컨퍼런스를 주최하는 윈저성의 세인트 조지 하우스 학장을 지냈다. 그 후 자신의 주장을 직접 실천하기 위해 ‘벼룩’의 삶을 살았으며 꾸준한 저술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발표하였으며, 또한 BBC 라디어 방송 <투데이>의 ‘오늘의 사색’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매니지먼트와 삶에 대한 그의 견해는 수년 동안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고 교훈을 선사했다.

  비즈니스맨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물들을 선정하는 ‘사상가50(The Thinker 50'에 2001년 피터 드러커에 이어 2위, 2003년 게리 하멜에 이어 5위, 2005년에는 10위에 오른 바 있다.


  저서로는 1994년 ’올해의 경제평론가상‘을 수상한 <텅빈 레인코트The Empty Raincoat>를 비롯하여 <비이성의 시대The age of Unreason>, <정신의 빈곤The Hungry Spirit>,<코끼리와 벼룩The Elephant and The Flea>, <올림포스 경제학>,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 <조직의 이해>, <찰스핸디의 포트폴리오인생>등이 있다.


  찰스 핸디의 책을 읽고 저자를 조사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바로 아내 엘리자베스라는 것이었다.

  찰스 핸디 부부 또한 찰스가 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은 보통의 평범한 부부와 비슷한 생활을 했다. 아주 늦게 퇴근하는 핸디와 낮에는 완전히 떨어져 살고 공통의 관심사는 아이들, 부모님, 아주 짧은 여가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는 보통의 평범한 아내와 달랐다. 애들이 다 크고 출근할 직장이 없어지면 어떻게 할 거냐고 찰스를 걱정했고 직장생활이 그런대로 좋다는 남편을 과감하게 다그치며 “나는 피곤에 찌든 직장인과 함께 사는 게 지겨워졌어요.”라고 말했다. 

  아내의 격려 덕분에 찰스는 과감하게 벼룩의 삶을 시작할 수 있었고 명함에 직함이 없어지는 것을 보고 얼마나 멋지냐고 말하는 아내 덕분에 힘든 벼룩의 생활 초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근검절약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반작용으로 낭비 성향이 있는 찰스와 낭비벽이 있던 아버지 때문에 정반대로 하겠다고 결심했던 근검 성향이 있는 엘리자베스의 결혼생활은 환상의 궁합이었으며, 또한 부자가 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아내 덕분에 찰스는 자신의 이상과 꿈을 실천하는 삶을 살 수 있었다. 또한 남의 요구와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남편을 대신해 전화를 받고 남편의 스케줄과 업무를 관리해 주는 아내 덕분에 1인 기업가로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내 엘리자베스는 남편만을 뒷바라지하는데 자신의 모든 인생을 쏟아 부은 여자는 아니었다. 자신의 평생 열정을 찾아 사십대에 대학공부를 시작하고 결국 유명한 사진작가가 되어 자신의 꿈을 실현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진작가로서의 활동과 남편의 저술 및 강연활동을 일 년에 반씩 나누어 하는 계획을 함께 짜고 실천할 만큼 현명하고 주체적인 사람이었다. 또한 남편과 매일 아침 명상과 산보를 함께 하는 행복한 동반자였다.


  그의 저서 중 <텅빈 레인코트The Empty Raincoat>와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을 더 읽으려 한다. 아내와 함께 저술한, 스물여덟 명의 여성이 자신들의 60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내용이라는 <다시 시작하는 삶>이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신문 서평

찰스 핸디는 독자가 생각하게끔 만드는 재주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찰스 핸디의 글은 영적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이다. 그는 우리가 각자의 삶에 대해서 적극적인 뭔가를 하고 싶게 만들고, 동시에 뭔가를 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든다. [5]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작가라면 누구나 그의 말에 공감할 것이다. 저작은 항상 최종 결과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매달리는 외로운 작업이다. 작업 단계마다 타인의 도움과 격려가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7]


이 책을 집필하면서 가족이 내 삶에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지금도 그러한가를 새삼 실감했다. 아내이자 동업자인 엘리자베스는 항상 나보다도 굳게 내 작품을 믿어준 사람이다. 엘리자베스의 믿음이 나한테는 엄청난 힘의 원천이었다. 아내한테는 항상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인생 전체에 대한 아내의 도움에 내가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지가 이 책을 통해 확실하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길다면 긴 삶의 여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함께 해주었으며,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던가를 깨닫게 되었다. 늦게나마 모두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부디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내 삶이 지금과 같은 모습일 수 없으리라. [9]

 -> 멋진 인사. 나도 이런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해준 엄마와 신랑, 두 사람에게. 그리고 이런 삶을 살고 싶다.


Chapter1. 정말입니까?

그리스 시인은 “죽기 전까지는 누구도 행복하다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인생의 행복은 죽은 다음에야 판가름이 난다는 뜻이리라. 비슷한 논리로 죽기 전까지 ‘완전한 자신’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13]


자신을 길쭉한 8단 서랍장 같은 존재라고 표현하던 친구가 있다. 각 서랍이 자기 삶의 한 가닥씩을 나타낸다는 것이었다. 서랍마다 온전한 자아의 각기 다른 일면들이 들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서랍 하나는 외부에서는 볼 수 없게 잠겨 있고, 또 하나는 자신조차 볼 수 없게 잠겨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조차 보지 못하는 서랍에는 그의 무의식이 담겨 있을 터였다. [13]


‘조하리의 창(Johari window)'

조셉 루프트(Joseph luft)와 해리 잉행(harry ingham) 두 교수가 고안한 이론

유리창 전체가 우리의 온전한 자아, 자신과 타인이 보는 자아 전체를 나타낸다. 자신은 내부에서 보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창밖에서 본다는 발상을 깔고 있다.

조와 해리는 모두가 공통으로 인식하는 A영역을 늘릴수록 자신에게 충실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셰익스피어는 일찍이 “사람은 일생 동안 여러 역할을 소화한다.”고 말했지만, 요즘은 시차를 두고 여러 역할을 소화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여러 역할을 소화하기도 한다. [14-15]


사진사 엘리자베스는 사진 전면에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는 반면 컴퓨터 앞에 웅크리고 앉은 대리인 엘리자베스는 차라리 배경에 가깝다. 스토브 앞에서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는 엘리자베스는 중간크기다. [17]


어떤 자세로 세 장을 찍고 싶습니까? 어떤 사진을 맨 앞에 놓고 싶습니까? 시간이 흐르면 사진의 내용이나 배치가 달라질까요? 당신을 아는 다른 사람들도 당신이 정한 배치에 동의할까요? [17]

-> 자신의 역할 사진, 전경과 배경 구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삶의 모습 인정하기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누구를 위한 사진이냐에 따라서 각기 다른 사진을 고른다.

여자는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마도 모두가 진짜 모습이겠지만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한 가지 면만 볼 것이다. 어쩌면 자신조차 모르는 또 다른 모습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크다. 조하리의 창이 시사하는 바처럼 우리는 자신에게도 낯선 존재일 수 있으니까. [18]


‘딸을 직장에 데려가는 날’ [19]


친구란 누군가의 재능과 재주는 물론 기벽과 결점까지 모두 받아들이는 그런 존재다. 좋든 나쁘든, 어차피 그 사람이니까.

상사나 동료의 위치에서는 상대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19]


우정은 워낙 소중한 것이라 섣불리 위험에 처하게 해서는 안된다. 우정과 일은 서로 중복되지 않을 때 가장 잘 돌아가는 법이다. 그래야 자신이 누구인지, 즉 정체성에 혼란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20]


사람은 누구나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주변 상황이 워낙 단조롭거나, 타인이 보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일 게다. [21]


우리의 최선은 조하리의 창에서 A 부분을 가능한 많이 개방하고 미지의 영역을 탐험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지 말고, 스스로에 대해 정직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나는 어찌 보면 거짓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았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했던 탓이다. ...

내 본모습대로 살기로 마음먹으니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처럼 얼마나 마음이 놓이든지. 지금도 가끔은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하고 바랄 때야 있지만, 더 이상 불가능한 소망에 헛되이 매달리지는 않는다. [21-22]


우리는 경험을 통해 배우면서 성장하며 각자 유전적으로 타고난 자아를 그대로 내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넘어선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채워간다. 나이를 먹고 본인에게 맞는 삶의 영역을 찾아가면서 정체성은 점점 견고해지고 일관성을 갖게 된다. [24-25]


사람은 충분히 좋아하고 관심을 기울이면 거의 모든 것을 배우고 터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게 있어 진짜 문제는 초기 반평생 동안 맞지 않은 일에 종사했던 것이 아니라, 하는 일에 충분한 열정을 느끼지 않았다는 데 있다. [25]


그런 사람과 결혼한 것은 내게 정말로 큰 행운이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게 마련이다. 아내의 재능 덕분에 배우자인 내가 오히려 나태해진 것이 그렇다.

배우자의 재능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스스로의 재능을 개발하지 않고 도태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경우 배우자가 떠나면 무력감을 느끼고 당황하게 된다. [25] 

아이바라 교수

행동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알아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라고 주장했다. 일단 행동하고 경험하고 질문하고 다시 행동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할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정체성이 완성되는 것은 직접 부딪혀 많은 가능성을 탐험해본 이후다.

삶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진정 어떤 사람인지, 진정 어떤 일에 재능이 있는지를 끝내 모른 채 죽는다면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삶이란 정체성이라는 사다리를 오르는 과정이고, 우리는 사다리를 오르면서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하고 발견해간다. [27]


훌륭한 삶의 구성요소란 살고, 배우고, 사랑하고, 유산을 남기는 것이라며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을 나름대로 바꾸어 표현했었다.

내가 삶에서 이루려 했던 것을 집적해서 보여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28]


우리가 모험을 멈추는 것은 아마도 삶이 끝나는 순간이리라.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나의 모험은 계속될밖에. [29]


Chapter2. 아일랜드에서의 시작

시작이 결국은 끝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이제 나는 실감한다. 더구나 시작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32]


내 과거를 돌아보며 사람의 유년기 환경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지를 실감한다. 세상을 보는 방법이 하나뿐이라고 믿으며 성장하고, 이를 아무런 의문 없이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쉬운가도 깨닫기 시작했다. 상반되는 관점을 접할 기회가 없고, 속한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과 똑같은 신문만 읽고, 같은 학교 같은 파티에 가고, 같은 클럽과 사교모임에 가입하면 특히나 그럴 수밖에 없다. 이제 나는 참으로 황당무계한 인생관을 주장하는 이가 동시에 참으로 마음씨 고운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뒤늦게야 나는 고정관념을 넘어 세상을 보는 법을 터득했다. [39]


지금은 삶의 물리적인 부분이 훨씬 수월해졌기 때문에 오히려 단순한 생계해결 이상의 목적을 찾아야 한다. 힘든 일이다. 그리고 필요한 온갖 것들을 살 만큼 충분한 돈을 벌기 위해 한 가지 일을 ‘충분히’ ‘잘’ 해야 한다. 이 또한 힘든 일이다. 이런 현실은 사람을 이기적으로 만들고, 남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을 챙기게 만든다. 더구나 발전이란 참 묘한 것이어서 두 발짝 앞으로 나갔는가 싶으면 한 발짝 뒤로 물러서게 된다. 심지어 그 반대일 때도 있다. [46]


Chapter3. 그리스인의 지혜

요즘 가르치는 학생들한테는 너무 이른 나이에 붙는 꼬리표, 옳은지 그른지 크게 신경쓰지 않고 무심코 붙여주는 꼬리표를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50]


훗날 나는 ‘왜?’라는 질문을 서너 번 계속하면 결국 상대방의 동기-상대방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적인 동기까지 포함하여-를 밝혀낼 수 있다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직접 방법을 활용했다. [55]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Golden Mean’을 통해 ‘족하다’ 개념을 처음 내게 알려주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덕virtue이란 악의 정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덕이란 지나침과 모자람의 양 극단 사이 중간지점에 있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부는 보다 값진 것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되는 한, 반드시 좋지도 반드시 나쁘지도 않다. 죄악이란 지나침과 모자람, 양 극단의 중간지점, 즉 중용을 넘어서는 데서 생긴다. ...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좋은 삶이란 바로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에 다름 아니었다.

행복이란 ‘상태’가 아니라 ‘행동’이었다.

에우다이모니아는 ‘번영’ 또는 ‘가장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함’ 등으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

[59-60]


아마도 인생에는 활력, 모험, 야망을 위한 시기가 있고, 성찰과 지혜를 위한 시기가 훗날 따로 있는 모양이다. [61]


지금도 기억력은 썩 좋지 않지만 이제 그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요즘은 나쁜 기억력이 오히려 창조적 발상을 촉진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며, 어떤 아일랜드 사람이 했다는 말을 종종 인용한다. “내 말을 들을 때까지는 나도 내 생각을 모른다니까.”

과거의 지혜에 의지하되 필요한 경우에는 거기서 탈피할 줄도 알 만큼 나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던 셈이다. [63]


옥스퍼드 인문학도는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생각을 설득력 있고 조리 있게 표현하고, 자신의 추론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는 법을 배우니까. [64]

=> 모든 교육과 공부의 목적!


아리스토텔레스는 내가 내 삶의 후반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타인의 인정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삶의 초점을 ‘에우다이모니아’에 재조준하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 및 친구와의 애정을 돈독히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가족과 친구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했던 또 다른 주제였다. [65]

Chapter4. 보르네오에서 얻은 교훈

다른 것은 다 빼고라도, 남은 평생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알았다. 누군가는 이를 ‘부정적 학습’이라고 부를지도 모르지만, 나는 경험을 통해 얻은 유용한 결과라고 보았다. 살면서 시도하는 모든 일이 잘되면, 본인을 채찍질해 더욱 멀리 나가볼 유인을 찾기 어렵다. 대담하게 틀을 깨고 나가보면,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77]


학위란 계속해서 배우라는 일종의 증서, 즉 배움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79]


보르네오에서는 어떤 일에서든 사람을 제대로 골라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며 첫인상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

“사람만 제대로 고르면 된다는 걸 깨달았어. 그것만 충족되면 다른 것들은 다 필요 없다네. 사람을 제대로 고르지 못하면, 다른 것이 다 있어도 소용없는 노릇이고.” [81-82]


나는 창고에 쌓여 있는 지식은 금세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배웠다. 실제 경험이 결합되지 않고 머릿속에만 있는 지식은 증발해버린다. 더구나 나의 경우 먼저 경험하고 나중에 깨닫는 경우도 많았다. 학교에서 죽어라 배운 수많은 지식이 쓸모없이 버려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82]


나는 인간이 처한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모범답안이란 것이 없으며, 사람마다 다르므로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하고 이를 옹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83]


우리 수업이 여러분의 과거 경험을 이해하고 반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앞으로 부딪힐 문제에 대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험과 반성이 결합되어야 교훈이 오래 남는 법이니까요. [84]


Chapter5. 황금의 씨앗

나의 경우 맨 위에는 당연히 아내 엘리자베스가 들어가야 한다. 내 능력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믿음은 결코 변하는 법이 없다. 믿음이 어찌나 강하지 때로는 겁이 나고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누군가 자신의 잠재력을 그렇게 믿어준다는 사실은 놀랍고도 두려운 일이다. 그리고 믿음에 부합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94] 


이들 연금술사들의 삶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인생 초반에 존경하는 인물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개입의 내용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심어준 것이다. 이런 믿음과 확신이 있었기에 그들은 과감히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택해 ‘연금술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프로이드가 이것을 ‘황금의 씨앗’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을 알았다. [95]


그들은 자신들이 만나서 알고 느낀 대로 나를 대했다. 마침내 과거로부터 해방된 느낌이었다. 아마 많은 이민자들이 그런 해방감을 맛볼 것이다. [101]


돈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과하면 역겨운 것이라고 교육받은 나에게 이런 분위기는 충격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은 돈 자체가 아니라 사용처였다.

미국인들은 박애를 단순한 자선으로 보지 않고, 사회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반면 영국인들은 개인은 세금을 내는 것으로 사회에 충분한 기여를 한 셈이며, 사회미래를 책임지는 것은 정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103]


이후 오랫동안 나는 해마다 미국에 가서 특유의 활력과 낙관주의를 보충하곤 했다. 미국에서 보낸 1년은 삶에 대한 내 태도를 바꿔놓았다. [104]

Chapter6. 경영을 가르치는 학교

인생의 많은 일들이 그렇듯이 실수 없이 완벽한 상황을 기다렸다면 시작조차 못했을 것이다. [111]


사람은 누구나 사적인 학습을 계속하면서 살고, 이를 통해 터득한 내용은 우리 머릿속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인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그런 지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배운 내용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쉽게 꺼내 활용하려면 무의식 속의 배움을 의식 속으로 끌어내야 한다. [115]


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실은 알고 있었음을 깨닫는 것은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다. [115]


교육의 목적이란 결국 사람들에게 자기 삶을 책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다. [116]


경험과 학습은 같은 기간에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경험에 앞서 개념만 주입하는 것은 훗날 유용하게 쓰이기를 바라면서 머릿속 창고 안에 지식을 쌓아두는 행위다.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창고에 쌓아둔 지식은 아주 빠른 속도로 부패한다. 막상 사용해야 할 시점에는 창고 안에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언어를 배우려면 배운 직후 가능한 빨리 써먹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다른 것도 다르지 않다. [116-117]


Chapter7. 안티고네의 도전

타인의 전문성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결국에는 자기 삶에 대한 통제권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넘겨주는 꼴이 된다. [129]


외부의 압력이 거세질 때 우리는 과연 얼마나 굳세게 자신의 신념을 고수할 수 있을까?

그만큼 신념을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자신의 신념을 확실하게 아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일 것이다. [134]


세상은 용감하게 진실을 밝히는 사람을 존경과 감탄의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아무도 그들을 고용하려하지는 않는다. [134]


당장의 필요에 급급해 멀리보기 힘든 우리네 현실을 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사다리의 다음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우리는 시선을 들어 멀리 볼 생각도, 여행할 때처럼 주변을 둘러볼 생각도 하지 못한다. 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오로지 눈앞의 다음 계단만을 바라본다. [138]


경험, 그중에서도 특히 실수한 경험을 돌아보는 일은 언제나 큰 도움이 된다. 경험을 곱씹어보는 일은 유년시절부터 계속되는 가장 중요한 학습방법이다. [141]


Chapter8. 아버지의 죽음

내 삶과 일이 누구한테 이렇게 큰 의미를 가질 것인가? 아버지가 깊이 영향을 미친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내 바쁜 일상과 소위 성공이라는 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가?...

나는 바쁜 일상에 빠져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존재가 되려면 먼저 진정한 자아를 찾아야 한다. 스스로 가치관과 야망을 결정하는 대신, 남의 가치관과 야망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잘못된 것임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146-147]


삶을 바꾸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별 볼일 없는 삶이 될 것이 뻔해도 그냥 익숙한 생활에 머무는 편이 훨씬 편하다. 삶을 바꾸려면 새로운 사다리의 바닥에서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오르는 사다리가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결정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가급적 빨리 새로운 사다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과 현실에서 결정을 실행하는 것은 별개다. [147]


* 시그모이드sigmoid 곡선 [150]


새로운 삶을 모색할 시기, 새로운 직업이나 투자를 시작할 적절한 시기는 상황이 잘 돌아가고 있을 때이다. ...

편안함도 그 중에 하나다. 너무 편안하고 삶이나 일이 마음대로 된다 싶으면, 만족감 때문에 본인이 안전하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방심하기 쉽다. 그러므로 성공에 안주하는 것은 항상 위험하다. 개인의 삶에서든 사업에서든. [151]


그야말로 바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아내는 단호했다. 학장이 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었다. ... “당신은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도 있다고요.” [155]


훗날 이는 최선의 결정이었음이 밝혀졌다. 이 선택을 통해 나는 다른 세상,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게 되었다. 우리는 경제적 어려움도 슬기롭게 극복했다. [156]


Chapter9. 윈저성을 집 삼아

토론 초기에 내가 가사를 전담한 남편, 즉 주부主婦가 아닌 ‘주부主夫’라는 용어가 언젠가는 대수롭지 않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을때의 반응이 잊히지 않는다. 참석자들은 모두 어처구니없다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세상은 참으로 많이 변했다. 일부 전문집단에서는 집에 있는 남자가 된다는 것이 자부심의 상징이 되다시피 했다. [169]


‘대가를 받는 일’

수수료는 한 일에 대해서 지급되는 돈이고, 급여나 임금은 시간당으로 지급되는 돈이다. 수수료는 일한 사람이 계산하여 청구하는 돈이고, 급여는 고용주가 계산하여 지급하는 돈이다.

‘무료로 베푸는 일’

자원봉사활동

‘공부’

‘집에서 하는 일’

훌륭한 일 포트폴리오에는 위에서 말한 네 가지 유형의 일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네 가지의 구체적인 배합은 시간이 흐르면서 처한 환경이나 우선순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173]


고상한 활동에 드는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서 다소 허접한 일을 해야 하는 때도 있는 법이다. 이는 포트폴리오 생활을 하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이다.

내가 보기에는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일과 생활이 별개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인생이라는 사고방식에는 대부분의 생활이 일이며 어떤 것은 따분하고, 어떤 것은 돈이 되고, 어떤 것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일과 생활의 균형’이 아니라 ‘일의 균형’이다. [174]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들여 포트폴리오 생활을 하려고 조직을 떠났지만, 제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176]


Chapter10. 성 미카엘과 성 조지

죽음은 삶이 우리보다 오래 남을 뭔가를 창조할 짧은 기회임을 상기시키는 유익한 데드라인이다. 우리는 데드라인이 있기에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제 흙으로 돌아간 무덤 속의 그들이 최선을 다했던 것처럼. [181]


나는 우리가 살면서 수없이 많은 작은 죽음-실패-를 경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죽음 앞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용기를 잃어서는 안 된다. 이를 거울삼아 한 발 더 나아갈 의지가 꺾여서도 안 된다. “용기를 갖고 지금 너의 새로운 삶을 시작해라.” 그리스도 상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물론 이것은 나만의 해석이다. 하지만 알지도 못하는 천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알쏭달쏭한 개념보다 훨씬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이승에서는 적어도 뭔가를 해볼 수 있으니까. [189]


나는 신을 선한 본능, 양심, 이타적 유전자 등으로 간주했다. [191]


세상에서, 우리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특이한 사건들을 이해하려 애쓰는 것은 현실에서 철학을 하는 방법이다. [194]


분명 사람은 이런 사건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는 생각해볼 수 있다. 사건은 신의 불가사의한 선택인지 몰라도 반응은 순전히 우리의 몫이니까. ...

곤궁에 빠진 사람을 도울 방법을 상식선에서 곰곰 생각해보았다. ‘마음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지’라는 대답이 떠올랐다. 사생활 침해 등을 우려해서 망설이고 있어서는 우리 마음을 보여줄 수가 없다. [194-195]


기도, 예배, 명상... 뭐라고 부르든 이들은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손을 떼고 이면의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는 방법이다. 아버지는 매일 아침 그런 시간을 가졌다. 혼자 교회로 가서 아침기도를 올리면서. 매일 아침 20분이나 한 시간 정도의 정기적인 명상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아내와 나는 아침식사 전에 40분 동안 집 맞은편 들판을 그저 걷는다. 편안한 침묵 상태로. 근처에 아름다운 교회나 예배당이 있으면 들어가 보기도 하지만, 자연은 그 자체로 예배당이기도 하다. 시시각각으로 변하지만 항상 그 자리에 있고, 항상 출입이 자유로운 예배당. [196] 


“제안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받지 않겠습니다. 그건 제 자리가 아닙니다.” [201]


Chapter11. 포트폴리오 인생

여기서 나는 두 가지 소중한 삶의 교훈을 얻었다. 진정으로 원치 않은 뭔가를 제안하지 마라. 그리고 칭찬이나 확인을 에둘러 유도하지 마라. 얻는 것이 없으리니. [203]


대부분은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포트폴리오 인생으로 내몰린다는 말이 진정 옳다. ...

무심코 일을 저질러서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내 엘리자베스는 길길이 뛰었다. 이것도 상당히 완화해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현명한 아내는 어떻게든 긍정적인 면을 보려 했다.

“이제 정말로 집필에 집중할 수 있겠네요.” [204]


포트폴리오 생활자라는 말은 내가 택한 삶의 방식은 말해주지만,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담고 있지 않았다. 내가 어디에 속하는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남에게 말해줄 꼬리표가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206-207]


나는 항상 내 이름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남자들은 왜 이름말고 존재를 설명할 만한 다른 것을 찾는 거죠? [208]


이제 어디에도 매여있지 않은 무소속의 찰스 핸디로서 내 처신에 따라 해를 입을 수 있는 대상도, 내가 눈치를 봐야 할 대상도 오직 나뿐이었다. 내가 진심으로 믿는 바를 말하고 글로 쓰고, 원하는 사람이 되고, 좋아하는 곳에 가고,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만 일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이제 나는 경영전문가가 아닌 사회철학자로 나를 생각했다. 나한테 붙일 꼬리표를 찾는 사람들은 나를 종종 컨설턴트라고 부르고, 나중에는 내가 싫어하는 경영 구루라고 불렀지만, 적어도 나는 나를 사회철학자라 생각한다. [208]


언젠가 출판업자에게 기존 저서를 사장시키지 않고 계속 파는 최선의 방법이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저자에게 새 책을 쓰게 하는 겁니다.” 그의 대답이었다. [209]


책은 일종의 판촉보조물이었다. 나라는 사람과 나의 아이디어를 홍보할 가장 점잖은 방법이었다. ...

하지만 수요라는 것도 처음에는 인위적으로 창출해주어야 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깨달았다. 요즘 나는 포트폴리오 노동자가 되려는 이들에게 일감이 안정적으로 들어올 때까지 7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210-211]


하지만 어떤 것도 ‘무엇에 초점을 두고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만큼 중요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유는 당연히 좋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 묻는다면 대답이 쉽지 않았다. 서서히 사업적인 성공보다 자신만의 주체적인 삶을 영위할 자유가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면 삶의 목적과 우선순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했다. 구체적으로는 물리적인 생활공간을 정리하고 시간을 배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했다. 내가 정말로 생활에서 ‘철학’이란 것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내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디서 또는 언제 그것을 할 것인가 등을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213]


주체적인 삶을 산다고 해서 반드시 삶의 가장 필수적인 부분, 즉 재정 문제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직장에 고용되어 있을 때 내가 사실상 나의 모든 시간을 조직에 팔았던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215]


초창기 돈에 대한 욕심을 생각하면 내가 해가 갈수록 급여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은 의외다. [218]


평균소득이 1인당 1만 달러 이하인 곳에서는 돈이 많을수록 행복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평균소득이 1만 달러 이상인 곳에서는 돈이 많다고 평균적인 행복지수가 높아지지는 않았다. [222]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보자면, 아리스토텔레스의 ‘그만하면 충분하다’는 가르침을 따른다면 삶이 훨씬 간소하고 편안해질 것이다. 우리에게 ‘충분한’ 것이 어느 정도인지를 금액으로 규정하지 못한다면-그리고 규정하기 전까지는, - 우리는 결코 진정 자유로울 수 없다. 달리 말하면 자유롭게 자신의 진정한 삶의 목표를 정할 수가 없다. 대신에 자발적으로 고용주의 노예가 되어 타인의 우선순위에 복종하며 살게 될 것이다.

‘충분하다’는 기준을 정한다는 의미는 돈의 다른 용도를 머릿속에서 폐기한다는 의미다. 돈은 이제 성공의 상징으로도, 스스로의 가치를 규명하는 방법으로도, 진정 원하는 삶을 포기한 것에 대한 변명 또는 보상으로도 기능하지 못한다. 그러려면 진정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 스스로를 어떤 사람으로 정의하고 싶은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봐주기를 바라는가 등등을 마음을 터놓고 솔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이미 그런 시도를 해봤고 나름의 결론도 있었다. 경험자로서 이런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정직이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정직한 반성이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일부한테는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운 것일 수도 있지만. [223]


돈이 삶의 지상목표가 아니어야 돈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돈이 삶의 지상목표이자 중심이 되는 순간 ‘돈의 횡포’가 시작될 것이다.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을 때 내가 직면한 진정 절박한 질문은 ‘작가로서 무엇을 쓸 것인가’였다. [226]


Chapter12. 부동산과 소유권

내 도움 없이 -솔직히 말하면 내 격려조차 없이- 엘리자베스는 담보대출을 받아 런던 북부에 작은 아파트를 샀다. [230]


핵심 문제는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비즈니스인가?’이다. [237]


필요와 목적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필요를 목적으로 만드는 일은 논리적인 오류를 범하는 일이다. 논리학 용어로 말하자면 필요조건을 충분조건으로 혼동하는 일이다. 사람은 살기 위해 먹어야 한다. 그러므로 음식은 삶의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우리가 먹기 위해 산다면, 다시 말해 음식을 삶의 충분조건, 즉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다면 우리는 인간이 아니라 하등동물과 다를 바 없어진다.

기업은 더 큰일 또는 더욱 훌륭한 ‘뭔가’를 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다. 기업의 존재이유, 즉 목적은 바로 ‘뭔가’에 있다. 주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238]


사회적 기업들은 이윤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윤보다 목적에 강조점을 둔다. [241]


Chapter13. 주방과 서재

원칙은 중요하다. 우리는 공간을 우리의 필요에 맞춰 사용하려 했다. [246]


우리 집 전면에 위치한 두 개의 멋진 방은 이제 우리 부부의 개인 서재로 변모했다. 집을 찾는 방문자들은 물론 가족들한테도 출입이 금지된 사적인 공간이다. 부부가 모두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공동 공간인 주방 못지않게 각자의 독립된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작업공간이니만큼 그곳은 다른 공간보다 좋아야 했다. 좋은 작업 공간 확보를 위해 거실과 격식을 차린 만찬 공간으로 쓰이는 식당을 없애야 한다면 그럴 수밖에. [249]


결론은 상황에 따라 공간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256]


우리한테는 일에 맞춰 시간과 공간을 조정하지 않고, 일하는 시간과 공간을 자신의 욕구에 맞춰 조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우리의 부모나 조부모 대부분이 누리지 못했던 기회다. [262] 


Chapter14. 어린이 사육장

“균형 잡힌 교육은 당연히 분석하는 능력과 지식을 배우는 것을 중시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창조적 솜씨를 훈련시키고, 맡은 바 과제를 책임질 수 있으며, 일상생활을 훌륭히 꾸려나가며, 매사를 타인과 협력하여 해내는 능력을 아울러 포함해야 한다. 교육기관을 벗어난 뒤 학생들이 마주하는 삶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교육자들이 지금보다 많은 시간을 학생들에게 쏟아야 한다.” [269]


조사결과는 하나같이 학교의 종류나 수준보다 가정환경이 성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또한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적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족 간의 유대가 돈독할수록 아이들이 성적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긴밀한 가족관계가 미치는 영향은 성적뿐만이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276]


어린아이에게 맞는 책임감을 부여하고, 실험을 통해 본인의 호기심을 시험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실수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변화가 흥미롭다는 사실을 가르치고... 이런 것들이 모두 연금술사가 될 수 있었던 초기 씨앗들이었다. 이런 것들을 장려하지 않고 억누르면 어린아이의 창조적 본능까지 질식시킬 위험이 있다. [276]


Chapter15. 소중한 가족

새로운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은 낯선 타국에 가서 생활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의 방식과 관습을 배워야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여전히 유지하면서 일원이 될 권리를 획득해야 한다. 나라와 민족처럼 집안에도 나름의 역사가 있고, 그 역사에 따라 나름의 문화가 형성된다. ...

결혼은 겉보기처럼 마냥 유쾌하기만 한 행사는 아니다. 양가에서 서로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화적 충돌이 있을 수 있다. 문화적인 격차를 메우는 것은 새로 결혼한 부부의 몫이다. ...

그 과정에서 한 사람의 가족을 알기 전에는 결코 그 사람을 다 알 수 없다는 사실도 더불어 깨달았다. 사람 됨됨이의 많은 부분이 유전과 연관되어 있다.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의 많은 부분이 어린 시절 어떤 환경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288-289]


가까운 가족을 만나고 나면 사람들이 좀 더 진실하게 느껴진다. 그제야 외적 인격public persona이라는 보호막을 벗은 상대방의 진면모를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벗어도 좋을 만큼 충분히 상대방을 알았다 싶을 때까지는 자신을 보호하는 가면을 쓰고 사람을 대한다. 누군가 나한테 보여주는 최고의 경의는 나를 부모나 형제자매에게 소개시켜주는 것임을 이제는 알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가족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들은 내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존재이며 그 자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

같은 뿌리를 가졌다는 사실 하나로 무조건 같은 가치관이나 관심사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라고 항상 편안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항상 특별한 존재가 가족이다. 우리가 힘들 때 함께해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들이 가족이다. 우리가 가족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는 변치 않는 사실이다.

가족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우리에게는 가족이 필요하다. ...

이런 새로운 가족은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는 점에서 오히려 전통적인 가정보다 편안할 수도 있다. ...

빅토리아 시대에는 일반적인 결혼 지속기간이 15년이었다. 배우자 중에 한 명, 주로 아내가 일찍 죽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죽지 않고 떠나는 것이 다르지만 평군 결혼 기간으로 15년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러니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말은 빅토리아 시대까지는 현실적인 근거를 가진 약속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많은 부부가 ‘우리의 사랑이 지속되는 한’ 함께하겠노라고 맹세하는 쪽을 택한다.

장기적인 이성관계를 고려할 때 열정이나 육체적인 매력에 휘둘리지 말고 언젠가는 최고의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사람,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그런 우정을 맺을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고 말하는 식이다. 어느 날은 우리가 잠자리에서 바라는 것은 멋진 섹스가 아니라 다정한 포옹이라고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290-292]


성공적인 직장생활과 안정된 결혼생활을 병행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좋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부부를 보면 시간이 흐르고 생활이 바뀌면서 부부관계와 결혼생활 패턴이 미묘하게 변화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293]


요사이 나는 ‘동일한 여성’과 두 번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을 결합시켜 우리의 우정, 결혼생활, 가족 등 우리한테 소중한 모든 것을 지킬 방법을 찾기로 했다. 지금 아내는 내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대리인 역할을 하고, 약속을 정하고, 업무차 가는 모든 여행에 동행한다. 나는 아내의 사진과 책에 글을 써주고 최선을 다해 아내의 사진촬영을 돕는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항상 함께하고 일심동체로 지낸다...

항상 함께하는 생활을 모든 부부가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그런 생활을 사랑한다. 서로의 지인 중에 한쪽이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 모든 경험을 공유하고, 혼자 보내는 밤이 없다는 사실이 기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계에서는 비밀이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그런 관계에서 새로운 친밀감을 발견했다. 열정보다는 상호 신뢰에 의해 유지되는 그런 친밀감이었다. 배우자가 같다는 점만 이채로울 뿐, 이는 진정 새로운 결혼생활이었다. 새로운 배우자를 찾는 것보다는 이런 방식이 훨씬 편안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  [292-294]


결혼은 어려운 다음 단계, 즉 부모가 되는 단계의 서곡에 불과하고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아이를 간절히 바라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솔직히 아이는 지나친 구속이라고 생각했었다. ...

“저 녀석 때문에 앞으로 20년 동안은 꼼짝없이 일을 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자식이라는 굴레로부터는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바꿀 수도 팔 수도 없으니까.

정확히 30분 뒤에 나는 모든 것을 망각했다. 생각지도 못한 기쁨을 맛보며 사람들이 말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의미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앞으로 힘든 시간도 있을 테고, 배우고 알아야 할 것도 많겠지만 아직 머리도 나지 않아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작은 여자아이를 사랑하는 일만은 결코 변치 않으리라. 아이가 무슨 짓을 하든 혹은 하지 않든.’ 당시의 느낌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이타주의와도 달랐다. 마음속에서 저절로 우러나는 억제할 수 없는 사랑이랄까?

처음부터 그런 각오를 했으니 오히려 다행이었다. 부모 되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웠으니까. 당황스럽게도 아이가 생기면 자연히 부모답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양육은 어려운 일이었고 우리 부부가 남달리 잘해내지도 못했다고 생각한다. [294-295]


“제발 위에 계세요. 아빠, 저는 아빠가 눈에 띄는 거 싫어요.”라는 소리를 들으며. [297]


진정한 자녀교육은 집에서, 부모가 바삐 자신들의 생활을 영위하는 동안에 이루어지는 것임을.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배운 다음, 나중에 반대로 할까, 모방할까를 결심한다. [299]


가족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의 결속과 구성원의 독자성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예민한 감각과 적절한 타협을 필요로 한다. ...

이런 균형은 부부관계, 더 나아가 모든 관계에서 핵심이다. 결혼 생활은 부부가 각자의 별도의 공간을 가지면서 동시에 부부로 결속되어 있을 때 가장 잘 돌아간다. 나와 아내는 밀접하게 지내면서도 물리적으로 분리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기 때문에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우리 작업공간을 보면 두 사람이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도 다르고,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나 일상생활의 습관도 다르다는 것을 금세 눈치 챌 것이다. 우리는 둘 다 요리를 하지만 나는 시골에서 지내는 기간에 하고, 아내는 런던 집에서 한다. 우리는 요리하는 방식도 다른데 그것이 식사시간에 묘미를 더해주고 단조로움을 피하게 해준다. 우리는 늘 함께하지만 지나치게 가깝지는 않다. [299-300]


하나님이 결혼을 정히 명하신 이유 - 성공회

1. 자식의 출산과 양육을 위해서

2. 합법적인 섹스를 위해서

3. 번성할 때나 역경에 처할 때나 서로가 서로에게서 구하고 베풀어야 할 상호 사귐mutual society과 도움과 위안을 위해서다.

요사이 신바람 나고 보람 있는 일은 이런 ‘상호 사귐’이 아이들까지 포함하여 확장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단순히 자식이 아니라 오히려 동무 같고 심지어 스승 같기도 하다. 새로운 세상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우리보다 똑똑해서 우리의 무지와 순진함을 측은히 여길 정도이며, 말은 안 해도 나이 들어 점점 약해지는 부모에 대한 근심도 만만찮은 듯하다. 아이들이 친구처럼 느껴질 즈음이면 우리 가족이 괜찮구나 생각해도 좋다. [300-301]


모든 영역에서 파편화되어 간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세상에서 누구한테나 당연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 ..

가족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가끔 가꾸고 다져주어야 할 필요는 있지만 변함없이 우리 곁을 지키는 것이 가족이다. 과거 많은 이들이 가족의 쇠퇴를 예언했지만 틀렸음이 밝혀졌다. 형태가 변할 수는 있지만 가족은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가족은 소중하며, 그만큼 자양분이 필요하다. 가족을 가꾸는 자양분의 핵심은 대화다. 의심과 질투는 침묵 속에서 활개를 친다. 우리는 기회가 닿는 대로 우리가 가족임을 감사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결혼식, 제례, 생일, 기념일, 심지어 장례식에서도. 무슨 구실을 대서든 거나한 식사 자리를 마련하려 한다. 함께 잘 먹는 가족이 오래 살고 함께 사이좋게 지낸다는 믿음 아래. ...

지금 생각해보면 이와 비교하면 내 삶의 다른 모든 부분은 빛이 바랜다. 가족은 그야말로 나한테 일어난 최고의 행운이다. [301-302]

Chapter16. 경영 구루가 되어

카오스 이론에 등장하는 가상의 나비처럼, 개인의 삶에서도 아득한 과거의 무관한 작은 사건이 상황에 변화를 주기 시작해서 시간이 흐른 뒤에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나한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303]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아이디어 중에 독창적인 것은 거의 없다.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내가 이를 표현하는 언어다.

“이 책에는 전에 들어보지 못한 말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글로는 만나지 못했던 내용이다.” [311]


조직은 살아 있는 개인들의 공동체다. 그러므로 조직을 설명하려면 공동체와 관련된 언어, 개인과 관련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314]


무엇보다 사람들은 조직이 원활히 돌아가려면 신뢰가 필요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리더의 신뢰뿐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도 최선을 다하면 아무 일 없으리라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또한 사람들은 신뢰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노력으로 얻어야 하는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다. 신뢰란 하는 일만이 아니라 사람 됨됨이에 의해서 영향을 받으며, 깨지기 쉽고 일단 상실하면 좀체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316]


독자나 청중이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보다 일상생활에서 끌어낸 이야기가 훨씬 쉽게 다가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320]


좋은 이야기와 비유는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 재빨리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토끼풀은 초기에 활용한 은유였다. 삶과 변화를 보여주는 두 개의 시그모이드 곡선도 마찬가지다. 이 또한 사람이 마주치는 딜레마를 눈에 보이는 이미지로 제시한다. [321]


비유와 이미지들은 개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자극하려는 목적에서 쓰이는 것이다. 나의 목표는 사람들을 대신해 세상을 해석해주는 것이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인생에 대해, 조직 운영방법에 대해 내가 당사자들보다 잘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 잘 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사람들의 지능이나 독립심을 모욕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상황이해를 돕는다면, 사람들이 자신들 앞에 놓인 기회와 위험을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322]


성공은 참으로 다양한 모습인데, 우리는 왜 지금 이런 성공을 택한 걸까? [323]


당연한 얘기지만 나의 주장은 내 가치관의 반영이다. [325]


Chapter17. 일을 겸한 여행

사실 나는 관광에 능한 여행자는 아니다. 거기에 다녀왔다는 말을 하기 위해, 혹은 머릿속에 이미지를 담아두기 위해, 유명한 장소를 구경하거나 유적지를 배회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328]


이런 소중한 기회를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은 부끄럽게도 젊은 시절 내가 얼마나 미숙했으며, 시간을 허비한 적은 또 얼마나 많았으며, 마침내 나만 보던 사람에서 타인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으로 성숙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가 하는 점이었다. [330]


이처럼 뉴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 눈에 보이는 지평선 너머에도 삶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여행을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여행은 우리에게 세상에는 수많은 중심이 있으며, 각각이 거기 사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중요하며, 관심사는 우리와 별다를 바가 없지만 환경은 우리와 무척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에. [331]


세상에는 온통 똑같은 물건이 넘쳐난다. 효율적이지만 슬픈 현실이다. 다름이란 참으로 기분 좋은 것이거늘. [333]


뉴질랜드 사람들은 일에 매달리느라 삶의 다른 즐거움을 놓치는 것은 어리석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335]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세상은 잠시도 멈추는 법 없이 끊임없이 내달린다. 이런 곳에서는 현상유지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뭔가에 성공했는가 싶으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여 어서 해결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산 넘어 산이랄까?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미친 듯 내달리고 있는 이 길의 끝이 어디인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아니, 끝이 있기라도 한 건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온갖 풍파를 헤치며 나아가는 여정이 어쩌면 계속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진보란 환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행을 계속하는 수밖에 다른 대안은 없어 보인다. 우리네 인생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나라라고 해서 어찌 우리와 다르겠는가? [336-337]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를 보며 나는 국가가 과거를 인정하고 청산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진실에 정면으로 맞서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과거가 앞으로 나가려는 이들의 발목을 잡는 법이니까. [340]


Chapter18. 일흔 살 생일

계획은 영원히 살 것처럼 세우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하루하루를 살라고들 말한다. 물론 훌륭한 말이지만 궂은 날에는 그렇게 열심히 살기가 쉽지 않다.

과연 내 장례식에 오는 사람들도 내가 잘살다 갔다고 생각할까? 자문해본다. [343]


아리스토텔레스는 ‘임종시험’이라는 걸 해보라고 충고한다. 죽을 날이 되었다고 상상하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나는 세미나에서 기업중역들에게 이와 비슷한 시험을 해보라고 권한다.

“천수를 누리고 죽어가고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가장 친한 친구가 추도식에서 여러분을 위해 읽어주었으면 하는 송덕문을 짧게 써보세요.” [344]


당연히 무슨 일을 했느냐보다 어떤 사람이었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345]


“한때 내가 여기 회장이었지.”

접수 담당자한테 그렇게 말했다.

“아아, 그러세요?” 그게 전부였다.

세상의 영화는 한낱 구름처럼 흩어진다. [345]


책 안의 사상이 가치가 있다면 그즈음에는 다른 사람들의 사고방식 속에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346]


개인으로서 나에 대한 기억은 내가 가장 소중히 여겼던 사람들, 즉 가족과 몇몇 절친한 친구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이 전부이리라. 어떤 식으로든 불멸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나를 기억하는 타인의 마음과 가슴속에 있다. [346]


생의 마지막 순간에야 자신의 인생을 진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에 동의하기 때문일 뿐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예상하면서 남은 시간을 내가 상상하는 송덕문에 부합하게 살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347]


임종훈련은 내가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하도록 해준다. 다들 그렇듯이 나도 항상 결심한 대로 지키지는 못하지만. [348]


나이가 들수록 잘 보이고 싶은 대상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본 대로 말하고, 바라는 대로 살고, 자신의 가치에 따라서만 시간을 쓰게 마련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인생을 유혹의 사다리에 비유했다. 순서대로 한발 한발 밟으며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인데 단계마다의 유혹을 깨부수면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보통의 오르막길과는 반대로 인생의 사다리를 오르는 발걸음은 나이가 들고 성장할수록 가벼워지는 것 같다. 대부분의 유혹을 오래전에 끊어버린 탓은 아닐까. [348-349]


“지금 있는 자리에서 지금 하는 일을 하게. 자네는 사제들이 결코 만나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 않는가. 그런 위치를 활용해서 옳은 일을 하게. 자네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351]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라.’ 이것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에우다이모니아에 대한 나의 해석이다. 우리는 모든 일을 잘할 수는 없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 하지마라. ...

‘너 자신을 알라’

‘자신을 받아들여라’

어디까지나 나는 거울에 비친 내 얼굴, 현재의 나에 맞게 살아야 한다. 물론 얼굴을 각양각색으로 일그러뜨리는 것은 내 맘일 것이다. [351-352]


엘리자베스와 내가 만든 <다시 시작하는 삶>이라는 책이 있다. 스물여덟 명의 여성이 자신들의 60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 [354]

 -> 꼭 읽어보고 싶다. 우리나라에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니 안타깝다. 언젠가는 원서로 도전해 봐야겠다!


이들에게 과거 무엇을 했냐고 물어보면 가벼운 어깻짓으로 흘려버린다. 한때는 중요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을 규정할 수 없는 과거일 뿐이니까. 지금의 새로운 삶이 중요하니까. [355]


나의 경우는 내가 아는 농부 친구랑 닮은 꼴이다. 일흔 살을 훌쩍 넘긴 그에게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느려지기만 했지, 내내 같은 일이지요. 왜 굳이 다른 일을 한답니까?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일인데요.” [356]


사람이 배우기를 멈추면 살기를 멈추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일부분을 받아들여 “어쨌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스스로 맹세한 바 있다. [357]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자금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활동 포트폴리오를 어떤 식으로 짜든 일부는 돈을 버는 활동이어야 한다. 돈이 실질적으로 유익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358]


삶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 우리의 주제넘은 안간힘은 또 얼마나 보잘 것 없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얼마나 소중한가. 전체적으로 보면 삶은 나한테 관대했다. 애정으로 나를 키워준 부모님, 훌륭한 자식들, 존경하는 아내-내가 이룩한 모든 성공은 아내 덕택이다-, 좋은 친구들, 그리고 건강, 삶의 마지막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보낸다는 것은 분명 생각지 않은 선물, 즉 보너스다. ...

프로이드 이후 위대한 심리학자로 꼽히는 에리히 프롬은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존재의 문제에 대한 합리적이고 만족스러운, 그리고 유일한 해답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

“내가 하는 일은 중요성을 따지면 너무나 보잘 것 없지만, 내가 이 일을 하는 것 자체는 무한히 중요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358-359]



* 내가 저자라면


** 전체적인 뼈대 & 보완점

  

  내 책을 쓴다는 마음으로 북리뷰를 한 첫 번째 책이었다. 몇 주 전 밑줄 친 부분을 중심으로 다시 책을 읽으니, 얼마나 많은 생각이 가지를 치는지 깜짝 놀랐다. 중간 중간, 내 책의 목차를 보면서 어떻게 인용하고 어떻게 생각을 끌어올 것인지, 끝없는 작업이었다.

  아, 이래서 선생님께서 이번 달 북리뷰에 그렇게 주문하셨구나, 새삼 느끼며 좀 더 일찍부터 이렇게 책을 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쉽기까지 했다. 찰스 핸디의 전 책 <코끼리와 벼룩>을 읽으며 느꼈던 그의 삶의 조화가 내 온 마음에 들어왔다. 특히 <포트폴리오 인생>은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칠십세 생일까지 거의 전 삶이 망라된 자서전이었다.

  아일랜드와 영국, 보르네오를 비롯한 동남아, 미국 등 넓은 세상을 배경으로 다국적 기업의 직원, 대학교수, 학장, 강연자, 저술가 등 다양한 삶을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온 그의 삶을 찬찬히 따라가면서 그의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사건들을 함께 느끼고, 그의 생각을 알아갔다. 그러면서 그의 삶이 왜 스승님의 역할모델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했고 우리는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보고 배웠다. 나는 그를 본받고 싶다. 또한 핸디 부부의 삶을 본받고 싶다.

  목차는 그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며 인생을 바꾼, 또는 중심적인 사건을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장의 시작은 사건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인용도 있다. 공통적인 점은  스스로의 사례를 통해 점점 더 깊어지는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잔잔한 필체로 풀어준다는 것이다.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는 언제나 깊은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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