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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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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30일 23시 58분 등록

<피터드러커 자서전> - 피터드러커 - 한국경제신문

 

<저자에 대하여>

Peter F. Drucker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 1909년 11월 19일 ~ 2005년 11월 11일)는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미국인이며, 작가이자 경영학자였으며 스스로는 “사회생태학자(social ecologist)”라고 불렀다. 그의 저서들은 학문적으로나 대중적으로 널리 읽혔는데 주로 어떻게 인간이 사업과 정부기관과 비영리단체를 통하여 조직화되는가에 대한 탐구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의 저작들은 20세기 후반의 많은 변화들을 예측하였는데, 이를테면 민영화와 분권화, 일본 경제의 발전, 사업에서의 판촉(marketing)의 중요성, 정보화 사회의 발현과 평생 교육의 필요성들에 대해 역설하였다. 1959년에 그는 지식 노동자라는 개념을 고안하였는데 만년의 그는 다음 세대 경영에서의 지식 노동의 생산성에 대해 고찰하였다. 많은 저서를 통해 현대경영의 이론을 제시하였다.

드러커는 전 세계적으로 학계는 물론 산업계에서도 존경을 받는 몇 안 되는 경영학자들 중 단연 최고로 꼽히는 인물이다. 일단 그는 뛰어난 통찰력의 소유자로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비범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1939년 <경제인의 종말> 이래 출간된 수십 권의 드러커 저서는 경영자, 경영, 기업 등 하나같이 난해한, 그러나 오늘날 자본주의 핵심이 된 개념들을 다루고 있었다. 따라서 드러커의 책을 학자들이 읽고 공부하는 이유는 그가 바로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이며 그의 책이 경영학의 원전이기 때문이다. 드러커의 또 다른 강점은 뛰어난 문필력이다. 드러커는 경영학자로 분류되지만 그가 가진 사회, 역사,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 덕분에 그의 책은 언제나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드러커의 문필력 덕분에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경영학은 비교적 쉽게 대중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다. 드러커는 항상 추상적인 관념보다는 인간에게 관심이 더 많았다. 드러커에게 있어 관념이란 철학자들이 범주화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고에 불과했다. 인간은 드러커에게 흥미롭게 다양성을 가진 존재였을 뿐만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면 훨씬 더 의미 있는 대상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인간의 다양성에 매료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름대로 흥미로운 점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가 얼마나 인습에 순종적인지, 또는 얼마나 보수적인지, 아니면 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지 등과는 상관없이, 일단 그가 자신의 일이나 지식, 흥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매력적인 존재로 돌변하게 된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결국 개별적은 존재다”

“나는 인간이 다양성과 다원성을 가지며, 모든 인간은 나름대로 독창성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드러커의 삶에서 인간은 절대적인 가치로 여겨진다. 모든 것은 인간이 자신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흘러가야한다. 이런 드러커의 기본적 신념은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휴머니즘을 추구하는 것이 모든 일을 하는 기준이다. 세상의 어떤 성공한 사람도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서는 삶에서 행복감을 누리기 어려움을 드러커의 삶을 통해서 느낄 수가 었다.

 

<가슴을 무찔러 드는 글귀>

*역자서문 - 드러커 안의 드러커 들여다보기

p5 일단 그는 뛰어난 통찰력의 소유자였다. 대부분 구루들의 공통점이기도 하지만 드러커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비범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p6 드러커의 또 다른 강점은 뛰어난 문필력이다. 드러커는 경영학자로 분류되지만 그가 가진 사회, 역사,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 덕분에 그의 책은 언제나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p6 이 책은 드러커가 영향을 받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그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커 자신을 비추는 독특한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p6-7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개인사를 얘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드러커가 평소 주장했거나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를 능가하는 그의 문필력이 빛을 발하면서 난해한 주장들이 일상과 접목되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더불어 삶의 교훈과 지혜를 준다. 물론 그는 위대한 경영학자이지만 이 책은 경영 이야기를 넘어서 국가와 사회, 가족, 교육, 금융, 기술, 언론 등 각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p8 진정 위대한 사람은 자신의 위대함을 이어받을 사람을 육성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위대한 사람은 자기 뒤에 공백 상태를 남기게 된다.

* 개정판을 내며

p11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인간의 다양성에 매료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름대로 흥미로운 점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가 얼마나 인습에 순종적인지. 또는 얼마나 보수적인지, 아니면 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등과는 상관없이, 일단 그가 자신의 일이나 지식, 흥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매력적인 존재로 돌변하게 된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결국 개별적인 존재다.

p12 나는 인간이 다양성과 다원성을 가지며, 모든 인간은 나름대로 독창성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p14 우리는 다양하고 분화된 학교, 예를 들면 ‘마그네트스쿨(뛰어난 설비와 교육과정을 갖춘 우량학교)’과 같은 학교로 전환하고 있다.

p14 사람은 신의 창조물 속에서 다양성을 봐야 한다.

p15 나는 언제나 개념보다는 인간에 더 흥미를 느꼈다.

p15-16 이 책은 인간에 대한 책이며, 따라서 나 자신을 위해 쓴 책이다. 물론 나 자신에 관한 내용은 없다. 영국에서 출판된 책의 부제목인 “내 생애의 다른 사람들”이라는 말에 나의 의도가 잘 나타난다.

p16 내가 가장 즐거운 마음으로 쓴 책임에는 틀림없다.

☞ 즐거운 마음으로 쓴 책이기 때문일까 정말 즐겁게 읽었다.

p16 "그 책을 보면서 재미를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에 나오는 인물들 가운데 서로 비슷한 인물들이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 내 첫 책에 등장하는 ‘내 생애의 아이들’도 비슷한 인물이 하나도 없다. 모두 자기만의 창조의 씨앗을 품은 개성적인 아이들이다.

p19 이 책에 기술한 인물들은 내게 중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선택됐다. 그들이 내게 중요했던 것은 자신들이 속한 사회를 내게 반사하거나 굴절시켜 보여주었던 방식 때문이었다.

p20 이 모든 이야기를 한데 합치면 개인과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가 구성된다는 사실이 들어날 것이다.

☞ 내 인생의 아이들을 이야기하면서 우리교육을 현주소를 말한다.

 

* 프롤로그 - 한 사람의 구경꾼, 탄생하다

p21 구경꾼들은 무대 한쪽에 서서 배우나 관객이 미처 눈치채지 못하는 것들을 본다. 무엇보다 그들은 배우나 관객들과는 다른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본다. 구경꾼은 사건을 재현하지만 그것은 거울에 나타나듯이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라 빛이 프리즘을 통과했을 때처럼 여과된 뒤에 나타나는 상이다. 이런 과정은 눈에 보이는 현상을 굴절시킨다. p21

p21-22 내가 살아온 삶의 순서에 따라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것은 결코 ‘나 자신’에 관한 책이 아니다.

p31 "크란츠에 대해서는 네 생각이 옳을지도 몰라. 하지만 네가 좀 특이한 사람이란 것도 확실한 사실이야. 그리고 조금 더 눈치가 있고 좀 더 주의 깊게 행동해야 할 필요도 있지. 스스로 관찰하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크게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별난 생각을 내세워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행동은 절대로 칭찬받을 만한 일이 아니야." 이것은 구경꾼이 언제나 듣게 되는 충고다. 그들은 언제나 사물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충고는 적절하게 받아들였지만 나는 그 충고에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았다.

 

* 1부. 사라진 제국 아틀란티스 *

* 할머니 -인간에 대한 예의를 깨우쳐준 유쾌한 사람

p36 드러커를 다방면에 박식한 르네상스 지식인으로 키운 사람은 그의 할머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할머니는 그에게 피아노와 음악, 그리고 사회생활에서의 예의를 가르쳤고, 드러커는 할머니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드러커의 할머니는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얘깃거리를 제공하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순박하고 고지식한 드러커의 할머니는 하인, 점원, 창녀까지도 모두 똑같이 대했고 누구나 드러커와 할머니를 좋아했다. 드러커의 할머니는 똑똑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서 직관적으로 20세기를 이해하는 ‘지혜’를 지니고 있었으며, 사물을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난 명쾌한 사람이었다.

p41 그녀는 모든 사람들을 똑같이 대했다. 똑같이 친근하고 경쾌한 목소리로, 똑같이 구식 예절에 따라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자신이 만나고 있는 상대에게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항상 기억하고 있었는데, 설사 오랫동안 그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도 그러한 일을 잊는 법이 없었다.

☞ 드러커 할머니같은 캐릭터는 아이들에게 따스함을 전해줄 수 있는 선생님으로 적합하다. 나는 과연?

p47 우리는 모두 그녀를 아주 존경했지만 한편으로는 할머니가 대단히 웃기는 분이란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 우리는 할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얼굴에 미소를 띠지 않을 수 없었다.

☞ 나도 존경받는 유쾌한 선생님이고 싶다.

p51 “하지만 할머니, 우리는 다시 야기에 오지 않을 거잖아요.” "나도 그러기를 바란다. 하지만 저 아가씨는 계속 여기에 있어야 하잖니.“

☞ 할머니의 적절한 조치가, 아가씨가 직장생활에 더욱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했을 것이다.

p63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할머니가 지식이나 영리함, 지능이 아니라 일종의 지혜를 가졌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할머니가 웃기는 분이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 지혜로운 교사가 되어야 한다.

p63 그려는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서 직관적으로 20세기를 이해했다.

p65 그녀가 푼수(사랑스러운 푼사)라는 증거로 생각한 것들이 사실은 할머니가 근본적인 가치라고 믿고 실천한 것들이었다. 할머니는 그 믿음을 20세기에 주입시키려고 노력했고, 적어도 자신의 힘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 자신의 믿음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자.

p67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몸을 팔아야 했던 창녀는 동정의 대상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 역시 예의를 갖춰서 대해야 하는 존재였다. 자신의 몸을 배역과 인기, 결국 돈 많은 남편을 얻는 데 사용한 젊은 여배우는 오직 경멸의 대상일 뿐이며 결코 ‘영광’을 얻을 수는 없었다. 자기 직업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어서 일을 잘하지 못했던 여종업원은 불행해질 것이 뻔했다. 그녀가 예절을 배워야만 하는 것은 손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 자신을 위해서였다. 나치의 만자 표시에 대한 할머니의 접근방식이 아무리 우습더라도 그 속에도 지혜가 녹아 있다. 개인과 그의 신념, 판단, 감정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는 결국 가스실로 이어지는 여정을 내딛는 행위였던 것이다.

☞ 할머니는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을 버리고 그들이 좋은 사람이 되도록 절적한 조치를 취해 주니 애쓰지 않아도 좋은 사람이 된 것이다. 교사인 나는 아이들이 좋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내가 좋은 선생님인 것처럼 보이고 싶어했다. 그것이 아이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순간들을 그냥 흘려 보낸 것이 아닐 까?

p67 공동체는 인간을 위한 조직이었다.

p68 그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 즉 일과 기능에 대한 존중과 인간으로서 다른 인간을 생각해 주는 것 등,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가치는 분명히 20세기에는 없어졌거나 부족한 것들임에 틀림없다.

p69 할머니의 죽음은 자신의 삶과 별로 다름없는 방법으로 찾아왔다. 또 한 편의 ‘할머니의 일화’를 창조했던 것이다.

☞ 살면서 유쾌했던 그녀, 유쾌하게 돌아가다.

p70 나 역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자 이런 생각이 갑자기 내 머리에 떠올랐다. 그 칠순 노파가 살아 있다면 그의 명예를 훼손시키지 않겠지. 하지만 낯선 노파가 그의 차 안에서 죽었다면 그 운전사는 그것을 어떻게 해명해야 했을 것인가?

☞ 유쾌하게 살면서 유쾌하게 돌아갈 때까지 할머니는 지혜롭게 인간에 대한 애정과 배려를 몸소 실천한 분이셨다. 나도 그녀처럼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인물열전이다.

* 헤메와 게니아 -경영의 귀감으로 삼은 괴짜 부부

p71 헤메는 심숫궂고 고집센 독설가였으나 사물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무뚝뚝하고 신랄하다고 여겼으나 그는 옳다고 믿는 일에 온몸을 바쳐 싸우는 용기를 지니고 있는 인물이었다.

p71 게니아는 전략을 수립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능했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지 말로 할 일을 지시하라’는 게니아의 좌우명은 훗날 드러커의 경영이론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p72 나는 항상 추상적인 관념보다는 인간에게 관심이 더 많았고, 관념이란 철학자들이 범주화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고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내게 흥미롭고 다양성을 가진 존재였을 뿐만 아니라 관념보다 훨씬 더 의미있는 대상이었다. 그들은 발전하고,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며, 변화를 일으키면서 무엇인가로 바뀐다.

☞ 나의 아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p75 나는 런던에서 한 여성을 알게 됐고(그 여성은 결국 내 아내가 되었다), 그녀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가 그녀 곁에 있고 싶어한다는 사실과 그녀가 사는 곳에서 나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점점 더 확실해졌다.

p76-77 "넌 언제나 스스로 세상을 헤쳐 나가려고 했고 대중에 영합하기를 거부했었지. 난 그런 너의 모습이 좋았다. 나는 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빈을 떠나 외국에서 삶을 개쳑하겠다고 했을 때 정말 자랑스러웠다. 나치가 정권을 잡자마자 바로 빈을 떠났을 때도 역시 자랑스러웠지. 지금 네가 빈을 떠나겠다는 것도 전적으로 옳은 결정이다. 이곳은 과거 속에 있고 이미 끝난 도시니까. 하지만 피터, 일단 떠나기로 했으면 떠나야 해. 떠날 사람은 작별인사 따위는 필요 없는 법이다. 게니아에게 키스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라.“

p77 "직장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라. 세상에는 직장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게다가 네가 여기서 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좋은 자리도 많아. 나중에 직장을 잡거든 엽서나 한 장 보내다오. 우리를 완전히 잊지는 말란 말이야.“

p77 그처럼 수줍음 많고 세상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나를 다그치는 것이 대단히 마음이 아픈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그에게 따뜻한 안부의 편지를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감상적이 됐다고 그나 비웃을까 두려워 감히 편지를 쓰지 못했다. 나는 그랬던 나 자신을 결코 용서하지 못한다. 다시는 그를 보지 못했고, 다시는 그에게 내 마음을 전달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그가 가끔 정신을 차리거나 반쯤 정신이 온전할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왜 피터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거지?”

☞ 인생의 어느 순간 후회라는 감정으로 괴로워하지 않기 위해서는 매 순간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내면의 울림을 따라 살 필요가 있다. 나 또한 그 순간에 친절한 언니가 되지 못했던 나를 용서기가 힘들기에.

p91-92 많은 유대인들이 자신의 내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반유대주의 노선을 택했던 것이다. 유대인이었던 마르크스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빈의 프로이트나 프랑스의 앙리 베르그송 같은 헤메의 동시대 인물들도 반유대주의 입장을 취하는 방식으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에 등을 돌렸다. 프로이트의 경우 자신의 마지막 주요저서인 <모세와 일신교>를 통해 그런 입장을 보였던 것이다.

p92 헤메가 자신의 조상이 유대인이 아닌 척한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유대인을 현대사회가 갖고 있는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생각했고, 유대인이 가진 부르주아적 근성과 탐욕적이고 유물론적인 정신은 사회를 오염시킨다고 여겼다. 그에게 유대인이란 종교나 인종적인 문제가 아니라 태도와 정신의 문제였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스스로 유대인이라는 허물을 벗어던지고 최대한 비유대적인 인간으로 탈바꿈했다.

p93 헤메에게는 돈은 물론 가족을 통한 연줄도 없었고 오로지 자신의 사고력만 있었을 뿐이었다.

p96 "그는 꼭 필요한 사람이었지. 다루기 힘든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러니까 누군가 겁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이 필요하다거나 문제가 너무 복잡해서 그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경우에 그건 전부 헤메의 일이 됐지. 그리고 그는 언제나 기대에 부응했어. 그는 문제의 핵심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기꺼이 불쾌한 상황과 대면할 수 있는 배짱도 있었으니까."

p98 "하지만 그가 옳았던 거야.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야. 게다가 그는 아무런 희망도 없는 싸움에 자신을 내던질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용기도 겸비했던 거지.“p105 그녀의 눈은 대단히 매력적이어서 진지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의 그것과 같았고, 그 속에는 온갖 종류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놀람, 애정, 상처 등의 감정이 눈부시게 발산됐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은 그 눈동자의 주진을 향해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p106 게니아가 잘하는 분야에서 그녀는 정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성취는 여러 가지 면에서 헤메보다 더 뛰어났는데, 훨씬 더 인상적일 뿐만 아니라 훨씬 더 풍부한 상상력이 엿보였다.

p108 오스트리아 대학 교육체계를 쇄신하기로 결심했다.

p110 여성을 위한 대입예비학교를 설립할 것을 제안한 게니아는 그 문제에 정면으로 달려들었다(그녀가 추진했던 일에는 결코 섬세한 따위는 존재한 적이 없었다.), 성공을 거둔 모든 활동가들이 그랬듯이, 그녀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오랜 아일랜드인의 정의에 정확하게 일치하는 삶을 살았다. 상대방을 신나게 두들겨 패 의식을 잃게 한 다음 기꺼이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p114 게니아는 대단히 강하게 학생들을 몰아붙이는 선생이었다.

p114-115 게니아는 3학년 학생 20명의 혼을 완전히 빼놓을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수업에 관계없는 농담이나 이야기 같은 것은 일체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요구와 더 많은 요구를 통해 구구단을 외우게 훈련시킬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너는 더 잘 외울 수 있어.” “7단 연습이 더 필요해” 이런 식의 요구가 반복됐다. 그리고 완벽성에 대한 그녀의 집착은 여덟 살짜리 아이들에게도 완벽하게 전염됐다.

☞ 게니아의 수업 방식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난 이런 몰아붙이기 수업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절한 활용이 필요하다.

p116 그녀가 학교를 설립한 이유는 그것이 여성에게 대학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목적이 달성되자 학교는 더 이상 관심을 가질 만한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대신 그녀는 특정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한 온갖 종류의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p118 게니아는 먼저 상대방의 주장을 듣고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 다음 비서를 시켜 몇 군데 전화를 걸어 탄원자의 주장이 맞는지 확인했다. 그녀는 자신의 상황을 과장하거나 거짓으로 꾸며대는 사람과 진정 불행에 처한 사람들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귀는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자신이 어떤 문제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내세워야 할 주장에 절대적인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p119 그녀는 자신이 정확하게 어떤 조치를 원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전화기를 들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지 마라. 항상 그들에게 할 일을 지시하라.” 이것이 그녀의 좌우명이었다. “만약 그것이 잘못됐거나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그들은 그 사실을 지적해 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해 주지 않으면, 그들은 행동보다는 연구에 몰두할 것이다.”

p119 결과적으로 게니아는 결코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녀는 관계당국에게 성가신 존재일 게 뻔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개인적인 호의를 베푸는 듯한 인상을 주는 접근법을 택했다.

p122 나는 게니아가 얼마나 충실하게 자기 수양에 몰두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본 결과, 이런 일에 있어서 가장 힘든 부분은 지원자의 가격유무를 신중하면서도 정직하게 판단하는 일이다. 바로 이 부분이 게니아의 방법에서 핵심부분이다.

p123 정직하게 말하지 많으면 곧 신뢰를 잃게 된다.

p123 그녀는 ‘살롱’을 운영했다. … 살롱이 그녀의 생활에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 게니아는 잘츠부르크 인근의 호숫가에 있는 지조트 호텔을 구입해서 몇 쌍의 초대받은 손님들을 위한 저택으로 개조했고, 그 뒤로는 이곳에서 일 년 내내 살롱을 열 수 있었다.

☞ 나만의 카페,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할 것이다. 사람들의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 보자. 얼마전 들었던 광릉숲근처 포도밭에서 사는 국어선생님처럼.

p124 그녀의 살롱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대중적인 속성을 게니아가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p125 살롱은 여성에 의해 운영 및 관리됐고 여성에게 적합하도록 개발됐을 뿐만 아니라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고 그들이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살롱이 고대의 비밀스런 종교의식이 제공했던 것과 같은 기능을 한 것 같다.

☞ 코엘료 소설 “오자히르”에 나오는 살롱의 장면이 연상되는 구절이다.

p135-136 행사의 여주인인 게니아는 지금까지 내가 봐온 사람들 가운데 최고였다. 그녀는 결코 손님들을 무시하지 않았으며, 그저 그들이 가진 최고의 재능을 끌어낼 수 있도록 언제나 친절하고 사려 깊게 행동했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지 못하는 손님을 퇴장시키는 방법도 잘 알 고 있었다.

☞ 본받을 만한 선생님 모델이다. 학생들을 무시하지 않으며, 그저 그들이 가진 최고의 재능을 끌어낼 수 있도록 언제나 친절하고 사려 깊게 행동하는 선생님되기.

p139 게니아의 살롱에서는 누구라도 스타가 될 기회를 갖고 있었다.

☞ 연주샘과 함께라면 누구라도 스타가 될 기회를 갖을 수 있다.

p140 내가 공연을 끝냈을 때 헤메가 특유의 목소리로 뱉어낸 말은 내 생애에서 대단히 유용하게 사용된 교훈이 됐다. “통계치를 다룰 때는 명심해. 절대로 그것을 신뢰하지 마. 그 통계를 집계한 사람이 네가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어떤 경우에도 통계수치는 의심해 봐야 해. 내가 직접 경험해 본 일이야. 난 거의 12년 동안 오스트리아의 수출현황에 대한 통계를 담당하고 있었어.” … “그 주제에 대해 아무도 논문을 발표하지 않았다고 했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넌 네 연구를 반드시 발표해야 해. 여기 몇 군데 학술지 명단이 있다. 여기다 네 논문을 보내보렴.”

p141 두 사람 모두 찬란한 지성과 독창적인 사고, 빛나는 아름다움의 결합체였다.(게니아는 언제나 자신의 스타들 속에서 그런 자질을 찾고자 했다.)

p141 두 사람은 강력한 권위와 매력,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승자로서 사람을 자기 쪽으로 빨아들이는 흡인력을 타고났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특수한 능력을 자신의 신체에 구현해 냈다.

p144 그녀는 단지 교육의 중요성을 믿었고 그 믿음을 굳건하게 지켰을 뿐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학교는 여성의 평등으로 향하는 약간의 전진에 불과했다.

p146 젊은 신문기자가 그녀를 인터뷰하며 사람들이 원칙을 포기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물었다. 그러자 게니아가 매섭게 쏘아붙였다. “그것이 인간의 희생을 요구한다면 원칙이란 내게는 전혀 필요 없는 물건이야.” 이는 절대주의의 세기에는 대단히 위험한 이단이다. 교육과 심리, 환경, 경제, 정치, 심지어 인종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서 이상적인 미래나 ‘절대 다수를 위한 선’이라는 망상을 이해 인간이 희생해야 한다는 사상이 판을 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괘씸한 이단이어라도 게니아의 신념은 결코 평가절하당할 만한 사상이 아니었다.

p147 내게 그들의 실체는 언제나 잡힐 듯하면서 결국은 잡히지 않는 존재였다.

p155 실제로 게니아의 살롱에서는 졍제계의 인물들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점이 오히려 두드러지게 부각됐을 정도였다. 그것에는 유대인과 비유대인들이 함께 살면서 완벽한 우정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게니아의 살롱에 있는 사람들은 인종에 대한 아무런 차별없이 잘 지냈다.

 

* 엘자와 소피 -교육의 길을 제시한 노처녀 자매 선생님

p157 미스 소피는 아이들에게 깨달음과 학습을 제공하고 미스 엘자는 아이들에게 기술과 비전을 제공했다. 미스 소피가 교사였다면 미스 엘자는 교육자였던 것이다. 이들은 드러커가 교육자의 길로 들어선 후 수업 방식의 기준을 설정하도록 사례를 제공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p158 나는 지금까지 뛰어난 선생들이 현역에서 활동하는 광경을 여러 번 봤고, 그들 가운데 몇 명은 최고였다. 나는 가르쳤던 분들 가운데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 선생님은 미스 엘자와 미스 소피가 전부였다.

p159 "그래, 맞다. 네 생각이 정확해. 읽기는 잘하지. 사실 너 같은 책벌레는 따로 읽기 공부를 할 필요도 없단다. 그래서 나도 네게 더 이상 읽기 공부를 시킬 생각은 없단다. 이제 네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으로 공부를 대신 하렴. 피터, 너무 어두운 데서 책을 읽다가 눈을 버리는 일은 없도록 조심해야 하다. 너는 내가 안 보고 있는 줄 알고 책상 밑에서 책을 읽더구나. 항상 책상 위에서 읽어라. 다음부터는 네 자리를 창가 쪽으로 옮겨 밝은 곳에서 책을 읽도록 배려해주마.“

p161-163 " 이게 바로 네가 앞으로 익혀야 하는 글씨체다. 그렇다고 내 글씨체를 흉내내려고 해서는 안 돼.“ 내가 그녀의 글씨체를 흉내 내려고 했다는 사실을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글씨체를 갖고 있단다. 그리고 네 글씨체는 바로 이거지. 너도 동의하니?” 나는 당연히 동의했고,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럼 지금까지 합의된 내용을 기록하자꾸나. 그래야 너하고 내가 네 목표를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지. 자, 여기 네가 쓸 학습장들이 있다. 너는 여기에 학습진도표를 한 달 동안 채워야 한다.… 매주 한 번씩 너하고 나하고 함께 학습장을 보자꾸나. 물론 질문이 있으면 언제든 내게 오거라. 그리고 네 학습장에 그동안으 진도를 빠짐없이 기록해야 한다. 나중에 네가 원한다면, 내가 보관하고 있는 학습진도표에 네가 직접 진도를 기록하렴. 그렇게 해준다면 내게는 큰 도움이 될 거다. 이 교실에는 많은 학생들이 있는 데다 나는 학교도 운영해야 하니 꽤 바쁘지 않겠니?”

☞ 미스 엘자의 교수 스타일.

p163 3주일 동안 미스 소피는 우리 스스로 뭔가를 만들게 하고 아이들이 힘에 부칠 때는 기꺼이 도움을 주었지만 결코 작품에 대한 조언이나 비평을 하지 않았다.

p165 미스 엘자는 절대적 권위를 갖고 있었다.

p166 미스 엘자는 우리가 학습장에 기록하는 성적을 직접 확인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우리가 성적을 거짓으로 기록할 때마다 그녀의 능숙하고 우아한 글씨체로 점수가 수정된 학습장이 되돌아왔다. 그리고 그런 거짓말이 계속되면 결국 미스 엘자의 호출을 받게 되고 심한 질책을 당했는데, 그것은 마치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지는 것 같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다른 학생들이 들을 수 없는 곳에서 비밀리에 이루어졌다.

☞ 학생 개개인의 면담에서는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솔직하게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전적으로 비밀을 보장해 주었다.

p167 우리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 미스 엘자는 그런 일이 자신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무례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그녀를 숭배했다. 50년 뒤에 여성해방운동가들이 신은 여자라고 선언했을 때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 훨씬 전부터 내 머릿 속에는 신이 미스 엘자와 대단히 많이 닮았을 것이란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그들의 주장이 내게는 별로 불쾌한 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우리의 장점을 발견하는 일에 관한 한 미스 엘자는 신이었으며, 그것은 성직자들이 교회에서 일요일마다 이야기하는 그 신과는 별개의 존재였다.

p167-168 미스 엘자와는 대조적으로 미스 소피는 전적으로 아동 중심적이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언제나 아이들이 몰려다녔다. 그녀가 자신의 무릎에 아이들을 앉혀놓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는지 나는 기억할 수 없다. … 아이들은 기쁜 일이나 자랑스러운 일이 있을 때마다 그녀를 향해 달려가곤 했으며, 미스 소피는 그들에게 격려나 칭찬의 말과 함께 어깨를 다독여주거나 키스를 해줄 준비가 항상 되어 있어다. 대신 그녀는 단 한 번도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한 적이 없었다. … 미스 소피가 대하는 학생은 그 대상이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언제나 ‘아이들‘이었다. 어쩌면 학생의 성별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 생각에는 그렇다는 말이다. 미스 소피는 당시로서는 대단히 혁명적인 교육관을 갖고 있어서 남학생도 바느질과 요리를 배우고 여학생은 연장을 다루고 고장난 물건을 고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때때로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 미스 소피의 교육 스타일

p170 미스 소피의 혁명적인 사고는 그녀의 작품이 아니다. 이 개념은 길고 복잡한 조상을 갖고 있다. 그 시초는 19세기 초 교육자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가 바로 프뢰벨이라는 유치원의 창시자다. 초등학교 교과과정의 하나로 아동들에게 수공예를 가르친다는 그의 생각은 유럽에서 지지를 얻지 못했다.

p174 미스 엘자가 소크라테스적 문답법을 완벽하게 적용했다면, 미스 소피는 禪의 달인이었다.

p175 미스 소피는 결코 야단을 치지 않았으며 비평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정말 질렸을 때는 이단아의 옆에 앉아서 그 녀석의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고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p179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창시절 내내 지루한 생활을 해야 했고, 선생들도 항상 지루해했다.

p179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을 제회하고 내가 만났던 좋은 스승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의 내 상사뿐이었다.

p179 거의 대부분의 선생들이 실망스런 수준에서 약간 적합한 수준 사이에 몰려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미스 엘자와 미스 소피 밑에서 지도를 바든 일년 동안 오히려 내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더 정확하게 말해서 나는 그들로부터 회복할 수 없는 질병에 감염됐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교직의 길에 들어서야 했다.

p180 미스 엘자와 미스 소피 때문에 나는 가르치는 일이 똑같은 일이나 반복하고 있는 평범한 교사들의 그것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 선생들은 우리에게 라틴어 문법이나 그리스 희국작가들, 세계사 등을 가르치려고 애쓰면서 자신은 무시무시한 권태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가르치는 과목 그 자체는 전혀 따분하지 않았다. 그러니 내가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상상도 못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어떤 과목도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로 나의 흥미를 끌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p181 그리스어는 대단히 격조 높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선생들은 그것을 얼마나 지루하게 만든단 말인가. 그렇게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불상한 사람들은 스스로 수업을 끔찍하고 지루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이 그 정도로 능력이 떨어져서 일어나는 현상일 수도 있고, 학생들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서 그런 경우도 있다.

☞ 지루한 인생을 살고 있는 교사는 지루한 수업을 하고 학생들은 지루한 공부를 하게 된다. 지루한 교육은 이제 OUT!

p181 지적 수준은 그들이 가르쳤던 과목이 오히려 더 낮았다. 하지만 미스 엘자는 결코 그것을 지루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업도 흥미롭게 이끌어갈 수 있었다. 미스 소피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망치로 못을 똑바로 박는 방법을 열정적으로 보여주었던 것이다, 학생인 내가 결코 그 방법을 습득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과연 나는 열정적인 교사였는가?

p181 미스 엘자와 미스 소피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면, 나는 내 자신을 연마하는 데 게을러졌을지도 모른다. 아마 내가 다른 사람을 지루하게 만든다는 사실에도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것읻이다. 이런 현상은 전문적인 작가가 별 생각없이 빠져들게 되는 위험이다. 나는 자신을 지루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을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김나지움의 선생들은 분명 그런 위험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였던 것 같다.

☞ 지루한 인생을 살지 않고 지루한 수업을 하지 않으려면 매순간 자신을 끊임없이 연마해야 한다. 매순간이 변화 그 자체라는 것을 인식하고 열정적으로 살아야 한다.

p182 그녀 덕분에 장인정신의 진가를 제대로 평가하게 됐다. 소박하고 꾸밈없는 작업의 기쁨과 노동에 대한 존중이 어떤 것인지 일생동안 지속되는 교훈을 얻게 된 것이다. 내 손가락들은 나뭇결을 따라 대패와 사포로 깨끗하게 다듬은 나무의 느낌을 기억한다. 내가 그런 느낌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미스 소피가 내 손을 붙잡고 나무 표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기 때문이다.

☞ 직접 체험으로 느끼기 교육을 하자.

p182 미스 엘자는 공부에 필요한 규율과 계획을 세우는 방법에 관한 지식을 전수했다. … 미스 엘자의 학습장과 학습계획, 진도표는 3일에 걸친 구두시험과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그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한 달 전부터 작문공부를 계획하던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

☞ 자기주도적인 스스로 학습이 가능한 교육을 하자.

p183 결국 미스 엘자와 미스 소피가 내게 가르친 것은, 교육과 학습이 대단히 수준 높고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부만 아니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교훈이다. 그 두 노처녀는 표준을 설정했을 뿐만 아니라 지신이 직접 모범을 보였던 것이다.

p185 “너는 네 귀에 들리는 대로 연주하지 않더구나, 단지 네 귀에 이렇게 들려야 한다는 식으로 연주했지. 그건 진실한 연주가 아니란다. 그리고 내 귀에 그게 들렸다면 청중들의 귀에도 들릴 거야.”

p186 그 순간 나는 내가 언제나 성과를 통해 학습을 해왔으며, 효과가 있거나 성과를 거두는 사람을 찾아 그것을 배우는 것이 내게 알맞은 학습방법이란 사실을 갑작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그 동안 나는 실수를 통해서 배운 것이 없었다. 성공만이 내게 가르침을 줄 수 있었다.

p187 "신께서 인간을 창조할 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실수를 저지르게끔 만드셨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실수를 통해 배우려고 하지 마라. 다른 사람이 뭔가를 올바르게 했을 때 그것을 보고 배워야 한다."

p187 슈나벨의 연습실에서 깨달음의 순간을 가진 이후로 나는 진정으로 가르칠 수 있는 선생을 찾아다녔다. 그런 사람들을 찾아서 관찰하고 그들의 방식을 즐기기 위해 가끔 나는 내 본연의 길에서 잠시 벗어나기도 했다. 어떤 사람이 뛰어난 선생이라는 소문을 들을 때마다 그들의 강연장이나 교실에 숨어들어 그들의 수업을 직접 확인하려고 애썼다. 만약 그것이 불가능할 대는 그의 학생이라도 만나서 선생이 어떤 식으로 수업을 하고 무엇이 효과적인지를 찾아내려고 했다. '선생관찰‘은 오랫동안 내게 커다란 즐거움을 주었다. 나는 이것을 일종의 스포츠 관람처럼 다른 사람에게도 권할 수 있다. 스포츠처럼 여기에서도 끊임없이 놀라운 일들이 벌어진다. 나는 아직도 선생 관찰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깨달은 사실 가운데 하나는 학생들은 언제나 좋은 선생을 인정한다는 사실이다.

☞ “선생관찰”이라니, 정말 재미있는 프로젝트이다. 나도 곧 시작이다. 교사의 “아이관찰”만큼이나 필요한 것이 교사의 “교사관찰”이다.

p188 사실 인기는 선생으로서 학생들에게 주는 영향력과 별로 관계가 없다. 하지만 학생들이 선생을 가리켜 “우리는 그분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라고 말한다면그 말을 믿어도 된다. 학생들은 분명히 좋은 선생을 알아보기 때문이다.

☞ 맞다...인기있는 교사와 좋은 교사는 다를 것이다. 인기있는 교사가 될 것인가 좋은 교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인기있고 좋은 교사가 될 것인가?

p188 무엇이 효과적인 선생을 만드는가? 내가 알아낸 바에 다르면,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 선생 둘이 함께 같은 일을 했던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그들 가운데 누구도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았으며, 어떤 선생을 최고로 만들 수 있었던 요소가 다른 선생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면 다른 사람에 의해 결코 적용된 것이 없었던 것이든지.

p190 한편 어떤 선생은 상급반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능숙한 반면 어떤 선생은 초보자를 가르치는 데서 더 높은 수완을 발휘한다.

☞ 같은 중학교 교사라도 1학년에 적합한 교사와 3학년에 적합한 교사가 있다. 또 중학교 보다는 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호흡하는 것이 맞는 교사도 있다.

p191 가장 좋은 학교는 “통나무의 한쪽 끝에 마크 홉킨스가 앉아 있고, 다른 쪽 끝에는 학생이 한 명 앉아 있는 학교”이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명의 청중 앞에서 강연하는 선생을 직접 관찰할 기회가 없었다. 좋은 선생은 연예인과 같고 연예인에게는 관객이 필요하다.

p193 ‘선생관찰’을 통해 처음에 도달했던 결론에 따르면, 선생들은 어떤 유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교육방법에 있어서도 유일하게 옳은 길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르치는 능력은 재능이고, 좋은 선생은 그 재능을 타고났다. 그것은 베토벤이나 루벤스, 아인슈타인이 자신만의 재능을 타고 났던 것이나 다를 게 없다. 가르치는 능력은 일종의 개성이지 기술이나 숙련이 아니다.

p193-194 오랜 시간에 걸쳐 나는 다른 종류의 선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쩌면 학습을 하게 만드는 선생을 발견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선생’이 됨으로써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가르치는 데 타고난 재능을 가졌기 때문에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들은 학생들을 학습하도록 이끄는 방법을 사용해 가르침을 전수한다. 이런 사람들은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시절 미스 엘자가 썼던 방법을 사용한다. 그들은 개개의 학생이 가진 목표와 장기 목표를 설정한다. 이 작업을 끝낸 뒤에 비로소 그들은 학생들의 단점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그런 단점은 학생들이 자신의 장점을 완벽하게 발휘하는 데 제한 사항으로 등장하게 마련이다. 그들은 학생들의 성취에 항상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제력을 발휘하고 스스로 이끌어가게 한다. 이런 선생들은 비난보다는 칭찬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매우 드물게 칭찬하기 때문에 칭찬이 학생의 동기를 유발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되거나 학생이 스스로 느껴야만하는 성취감과 만족가므이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그들은 효과적 학습을 계획할 분, ‘가르치지’ 않는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은 어떤 학생을 만나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비록 그들이 많은 학생들을 맡더라도 결국은 학생 개개인을 대상으로 자시느이 방법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p194 두 가지 유형의 교사들 모두에게 가름침은 과목에 대한 지식이나 의사소통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서로 별개인 자질이다. 미스 소피 같은 선생들에게 가르침은 성격의 차원이며, 미스 엘자 같은 선생들에게는 방법의 문제다. 결과를 놓고 보면 두 접근법이 대단히 유사하다. 가르침의 최종산물은 결국 선생에게서 어떤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두 방식이 모두 학습효과를 초래한다.

p197 마사 힐은 미스 엘자가 초등학교 4학년생들에게 적용했던 방식과 똑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그녀는 학생들을 며칠 또는 몇 주일 동안 관찰하면서, 학생 각자가 할 수 있는 것과 앞으로 성취해야 할 것의 관점에서 그들을 생각했다. 그녀가 각각의 학생에게 적절한 계호기을 수립하면 학생이 스스로 그것을 실천했으며, 힐은 진척상황만 감독했다. 그녀는 학생이 이미 잘하고 있는 부분을 더 완벽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강요하고, 또 하고, 도 했다. 그녀는 학생들을 친근하게 대했지만 칭찬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학생의 실력이 좋아질 때마다 언제나 그 사실을 확실하게 표현했다.

☞ 교사는 학생의 학습행동을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타고난 선생은 자신의 재능에 교육법을 추가함으로써 아주 쉽게 더 훌륭한 선생으로 p198 선생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자신의 재능 가운데 가르치는 재능이 포함돼 있는 선생이 있는가 하면, 학생에게 학습을 프로그램해서 넣는 방법을 알고 있는 교육자가 있다. 선생은 타고난다. 그리고 타고난 선생은 자신을 향상시키고 더 좋은 선생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하지만 교육자는 가르치는 방법을 갖고 있고, 그것을 학습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사실 타고난 선생은 자신의 재능에 교육법을 추가함으로써 아주 쉽게 더 훌륭한 선생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 뒤에 그는 만능선생이 되는데, 여기서 만능선생이란 대규모 강연장이든 소규모 교실 수업이든, 초보자든 석사과정이든 어떤 조건에서도 뛰어난 교육효과를 거두는 선생을 의미한다.

p198 미스 소피는 카르스마가 있었다, 미스 엘자는 방법을 갖고 있었다. 미스 소피가 깨달음을 주었다면 미스 엘자는 기술을 제공했다. 미스 소피는 비전을 전달했고, 미스 엘자는 학습을 이끌었다. 미스 소피가 선생이었다면 미스 엘자는 교육자였다.

☞ 본인이 미스 소피 스타일이 적합한지, 미스 엘자 스타일이 적합한지 파악해야 한다.

p198. 전통적으로 소크라테스는 위대한 스승으로 간주되지만 소크라테스 본인은 이런 평가를 일종의 모욕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을 선생이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그는 ‘교육자’, 즉 학습을 위한 안내자였다. 소크라테스의 방법은 가르치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학습’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계획된 학습이다.

p200 우리는 학습기능이 모든 인간에게 공통으로 심어져 있다는 사실을 다시 발견했다. 우리는 모든 인간, 아니 모든 생명체가 ‘학습하는 유기체’이며, 이들 유기체는 학습을 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사실을 재발견한 것이다.

☞ 인간은 누구에게나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누구나 창조의 씨앗을 품고 있다.

p200 가르침과 학습은 인지적이며 동시에 행동적이다. 하지만 그들은 뭔가 특별한 요소를 더 갖고 있다. 그들은 또한 열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선생의 열정에서부터 시작한다. 교육자는 학생들의 깨달음에 같이 도취됨으로 열정을 얻는다. 학생의 얼굴이 떠오르는 깨달음의 미소는 어떤 마약이나 약물보다 중독성이 강하다. 교실에 만연된 무시무시하고 학생을 고사시키는 전염병인 교사의 권태감을 치유하는 것이 바로 이 열정이다.

p200 선생의 열정은 자기 자신에게 있고, 교육자의 열정은 학생들의 내면에 존재한다. 하지만 가르침과 학습은 언제나 열정이고, 그 열정은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거나 다른 사람의 열정에 자신이 중독되는 것이다.

p201 진정한 선생과 진정한 교육자에게는 게으르다거나 열등하다거나 멍청한 학생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선생이 잘했거나 능력이 없었을 뿐이다.

☞ 학생을 비난하지 않는다...이것이 진정 중요한 포인트!

* 프로이트 -프로이트에 대한 프로이트적 분석

p202 프로이트는 자기 동정을 혐오하는 아주 냉철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에 대한 세 가지 허상을 만들어내고 스스로 그 허상을 믿었다. 포르이트의 정신분석학이 문화와 예술에 창의적인 자극제가 되었다는 점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었으며, 모두들 그 점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자신의 이론이 이루어낸 그런 성과를 거부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들을 함으로써 물의를 일으켰다. 이 글에서 드러커는 전통적인 허상에 등장하는 프로이트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현실의 프로이트를 프로이트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p213 프로이트는 의사가 동정심(실제로는 환자에 대한 인간적 호기심)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가 환자를 인간적으로 대하면 화자는 의사에게 의존하게 되고, 그러면 회복과 치료가 더뎌질 수밖에 없으므로 의사는 고통을 받는 환자를 형제가 아닌 사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의사를 치료사에서 기계공으로 강등시키는 것과 같았다.

p233 그는 이런 질문을 무시함으로써만 통합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의 빈 의사들을 무시하기 위해 빈 의사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척해야만 했던 것이다.

p233 현실의 프로이트는 전통적인 허상에 등장하는 포로이트 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사람인 것 같다. 허상보다는 현실에서 더욱 위대한 그는 비극적 영웅이기도 하다. 불편한 모든 질문을 무시해 버림으로써만 데카르트의 합리주의 세계와 영혼의 암흑세계 사이의 통합을 유지할 수 있었던 프로이트의 이론은 종국에는 무너져버리고 말 약한 이론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좀더 매혹적인 이론인 동시에 인간적 감동을 주는 이론이기도 하다.

☞ 드러커는 진실을 알려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 트라운 트라우네크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회주의자의 고백

p234 잃어버린 세대의 잃어버린 꿈에 대한 백작의 쓸쓸한 고백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전쟁의 비극이 당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짐작하게 만든다.

p257 "우리가 진정 관심을 가졌던 것은 바로 평화였어.“

p265 전쟁이 가져온 가장 큰 피해는 새로운 세상을 건설할 수 있다는 우리의 희망을 파괴했다는 게 아니야. 그건 전쟁이 유럽을 구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전부 죽여버렸다는 거야. 전쟁으로 한 세대의 지배계층이 사라져버렸어. 내가 영국에서 예수교 재단의 공립학교에 다닐 때 마흔여덟 명이 같이 졸업했지. 그 가운데 열여덟 명은 아직 살아 있지만, 나머지는 플랑드르의 무덤에 누워 있어.

p270 내가 스무 살이 됐을 때 주변에 30대는 거의 없었다. 그들은 플랑드르나 베르됭, 러시아, 이손초의 장교 무덤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이생 동안 불구로 생활했다. 운이 좋은 경우에는 육체적으로만 불구였지만, 대부분은 정신적으로도 커다란 상처를 안고 살았다.

 

* 2부. 명멸하는 시대의 사람들 *

* 폴라니 가(家) -새로운 사회를 꿈꾸던 흥미로운 가족

p278 폴라니의 가족은 드러커가 아는 한 가장 특이한 사람들이자 재능이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성공한 가족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로 대단한 것은 가족 모두가 19세기를 극복하려는 한 가지 목적에 헌신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모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초월하는 제3의 사회’를 탐구했으며, 사회에 의한 구원을 믿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그런 사회를 찾아낼 수 없었다.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으나 개인적으로는 실패한 것이다. 드러커는 그들의 실패를 통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들의 실패는 프랑스 혁명 전후부터 줄곧 서양인의 관심을 끌어왔던 절대적인 시민종교에 대한 탐구나 완전한 사회에 대한 탐구가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p286 가족 모두가 한 가지 목적에 헌신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19세기를 극복하려고 했다. 자유를 추구하되 부르주아적이거나 자유주의적이지 않은, 번영을 이루되 경제에 종속되지 않는, 공동체를 지향하되 마르크스주의의 집산주의가 아닌 새로운 사회를 추구했던 것이다. 아버지와 다섯 형제는 각자 독자적인 길을 갔지만 결국 똑같은 목표를 추구했다. 나는 그들에게서 똑같은 성배를 찾아 각기 다른 방향으로 길을 나선 원탁의 기사를 떠올렸다. 그들은 각자 하나의 ‘답’을 찾았지만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폴라니 가는 세상의 기준으로 평가하면 가장 성공한, 그러나 자신들의 기준으로 평가하면 가장 실패한 가족이었다. 그들은 또 가장 생기있고 호기심과 활력이 충만한 가족이었다. 적어도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낸 네댓 명의 폴라니는 그랬다.

p289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아이들은 아버지가 사놓은 성으로 보내졌다. 도시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거대한 밀 농장 가운데 자리 잡은 그 성에서 아이들은 철저히 고립된 상태에서 교육을 받았다. 교류하는 사람도 없었고 다른 아이들과의 교류는 더더욱 없었다. 아이들은 오로지 가정교사만 상대했다. … 아버지는 아이들을 사회에 위선과 부패로붙터 완전히 분리시켜놓을 것을 요구한 루서의 저서 <에밀>의 가르침에 따라 자녀를 양육했다. 또한 그는 제임스 밀이 아들 존 스튜어트 밀에게 한 교육을 본받고자 했으며, 나아가 그것을 개선시키려고까지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누구 하나 바보가 된 아이는 없었으며,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독특한 인간으로 성장했다.

☞ 우와~ 루소의 교육이념을 그대로 자신의 아이들에게 적용한 사람이 있다니, 정말 신념과 용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다가도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리다보면 학원으로 아이들을 내모는 경우가 허다하다.

p300 그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매우 명석하고 흥미진진한 사람이었다. 겨울밤도 녹일 수 있는 따스한 미소를 가지고 있었고, 온화하고 관대했으며, 자신의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더욱 순수하게 빛나는 내면의 평정을 지닌 사람이었다.

p309 그들은 정말로 특별한 가족이었다. 재고의 여지도 없이 내가 아는 가장 특이하며 가장 재능이 뛰어난 가족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특별한 이유는 그들의 삶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품었던 이상과 실패 때문이었다. 폴라니 가의 사람들은 각자 많은 것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이 목표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사회에 의한 구원을 믿었다. 하지만 그 후에 사회에 대해 단념하고 절망했다.

p310-311 그러나 16세기 말과 17세기 초에 구교와 신교의 교리를 통합한 새로운 무언가를 찾으려 했던 명석한 사상가들의 실패가 50년 후에 절대적으로 옳은 종교의 시대가 종말을 고할 것을 예고했던 것처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초월하는 대안을 찾으려 했던 것은 명석한 폴라니 집안의 실패 역시 절대적으로 옳은 사회의 시대가 종말을 고할 것에 대한 예고일 수도 있다.

 

* 크레머 - 키신저를 만든 외교정치 고문

p312 크레머는 드러커 자신이 정치적으로 이단자임과 드러커의 진정한 관심이 무엇인지 깨닫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p313 마침내 봄이 찾아왔지만, 패랭이꽃을 피게 하는 부드러운 4월의 비 대신 진눈개비와 함박눈이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됐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판이 쪼개지고 나서도 한참도안 소용돌이치며 콸콸 내려가는 거친 물줄기 위를 얼음조각이 둥둥 떠다녔다.

☞ 계절의 분위기를 묘사하는 표현법이 정말 훌륭하다. 글이 논리적인데다가 이렇게 문학적이기까지 하다. 드러커 아저씨는 정말 대단하다.

p324 서로를 잘 알게 되자 그는 내게 자신의 야망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했다. 자신은 인생에 딱 두 가지 야망만 있다고 그는 말했다. 하나는 육군 참모총장의 정치자문이 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위대한 외무장관의 정치적 멘토가 되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이렇게 물었다. “하지만 크레머, 네가 직접 참모본부장이나 외무상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어?” 크레머의 대답은 단호했다. “전혀 없어. 나는 내가 사색가이지 행동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 세간의 주목을 받거나 연설을 하는 것은 내 역할이 아니야.”

☞ 자신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을 하는 것은 정말 필요한 능력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보다 나에 대한 정보를 잘 알아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p330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국무장관으로서의 키신저의 생각과 행동이 크레머 그 자체라는 것이다.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은 어느 것이나 모두 거부했던 크레머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기거나 출판한 것이 전혀 없다.

p331 우리는 직관적으로 서로가 추구하는 답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똑같은 질문을 제기한다는 것도 금세 알게 됐다. 크게머와 나는 둘 다 아직 어렸는데도 그런 질문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이용해 자기 이야기를 듣고 자신에게 입장을 분명히 하게끔 만들었다.

p331 내가 정치적인 이단자로서의 나 자신을 이해하고, 내 진정한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데 크레머는 그 부구보다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내 관심사는 그의 관심사와 같지 않다는 바로 그 점 때문에 나 자신을 알게 된 것이다. 나 역시 그에게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서로를 존경했고 서로 싫어하지 않은 것이 분명한데도 우리의 관계는 순전히 지적인 것에 제한돼 있었다. 서로에게 “기분이 어때?”라고 물었던 기억이 없다. 우리의 질문은 언제나 “어떻게 생각해?”였다.

☞ 친구가 때론 나를 성찰하게 하는 선생님이다. 사춘기 아이들은 내가 꼭 친구와 같은 행동을 해야만 의리가 있는 것이라 생각하곤 한다. 그들에게 의리는 부모와 형제간의 정과는 또 다른 무엇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꼭 친구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의리라는 가치는 지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솔직해지고 서로를 통해 배우고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해주어 각자의 길을 걸어가도록 응원을 해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p337-338 그 옛날 크레머와 나눈 긴 대화를 통해 나는 처음으로 공적인 일에서 위대한 인물이 지니는 패러독스를 인식하게 됐다. 위대한 인물이 지니는 패러독스를 인식하게 됐다. 위대한 인물이 없으면 비전도 리더십도 우수함과 업적의 기준도 없다. 또한 공적인 일에서 평범함은 살아님지 못한다. 그러나 예술이나 과학과는 달리 공적인 일에서는 개인적인 성취 외에도 연속성이 필요하다. 공적인 일에서 위대한 사람은 자신의 위대함을 이어받을 사람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위대한 사람은 자기 뒤에 공백상태를 남긴다. 디즈레일이의 지적처럼 그의 빈자리는 대개 기법만 알지, 다른 것은 거의 알지 못하는 ‘해병 대위’가 물려받게 된다.

p338 그때 나는 공적인 일에서, 특히 조직에서 위대한 사람이 지니는 패러독스를 해결하려는 평생의 관심을 얻게 됐다, d 문제는 해결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p339 스스로 함을 갖고 있으며 뒤에 힘을 남겨놓는 지도자, 즉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이자 진짜 ‘지도자’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다른 모습이며 다르게 행동한다. 그는 사람들을 카리스마로 이끌지 않는다. 카리스마는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가짜다.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노력과 헌신으로 이끈다. 모든 것을 자기 손아귀에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팀을 구성한다. 조종이 아닌 성실성으로 지배한다. 영리한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정직하다. 따라서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은 리슐리외나 메테르니히, 비스마르크와 같은 ‘천재 외무장관’과는 전적으로 다르다. 그러니 프리츠 크레머가 발견해서 가르친 헨리 키신저가 되고자 했던 것은 ‘천재 외무장관’이었다.

p342 미국의 외교정책에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리더십은 영리함이나 기교가 아니라 단순함과 정직함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 미국 따라쟁이인 우리나가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영리함이나 기교가 아닌 단순함과 정직함으로 조직을 이끌어갈 리더가 필요하다.

* 헨슈와 셰퍼 -나치즘이 불러온 개인의 비극

p348-349 나는 망설이다가 이곳에 남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베르톨크를 만난 다음 날 나는 나치가 나와 어떤 관계도 가질 수 없게 하고, 나 또한 나치와 어떤 관계도 가질 수 없게 할 책을 쓰기 시작했다. … 그 책이 나온 후 내 의도대로 그 책을 이해한 나치는 곧 그 책의 출판을 금지하고는 공개적으로 불살라버렸다. 물론 그 책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나 또한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책은 내 입장을 분명히 해주었다. 나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지라도, 나 자신을 위해 내 입장을 분명히 해야 했던 것이다.

☞ 자신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다.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을 떨치기 위한 현명한 조치였다. 나에게 필요한 현명한 조치를 생각해보자.

p362 난 나치 치하에 있는 베를린에 어떤 기대도 갖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나만큼 좋은 쪽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은 없음을 압니다. 내가 그 일을 맡는 것만큼 그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은 없기때문이죠.

☞ 오만과 자신감은 구별되어야 한다.

p363 악은 절대로 평범하지 않다. 악행을 하는 사람이 평범할 뿐이다. 아렌트는 스스로 ‘위대한 죄인’이라는 낭만적인 환상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세상에는 수많은 이아고(셰익스피어의 <오셀로>에 나오는 악한), 엄청난 죄를 짓는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약간의 맥베스 부인(셰익스피어의 <멕베스>의 여주인공으로 권력욕이 강한 여인)이 있다. 악은 극악무도하고 사람은 평범하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악은 헨슈나 세퍼 같은 사람을 통해 작용한다.

p364 주기도문은 인간이 얼마나 하찮고 약한 존재인지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유혹에 바지지 말게 하고 악에서 구해 달라고 신에게 청하는 것이다. 악은 절대로 평범하지 않지만 인간은 평범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어떤 조건으로든 악과 흥정해서는 안 된다. 그 조건은 언제나 악의 조건이지 인간의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헨슈처럼 악을 자신의 야망에 이용하겠다고 생각할 때 인간은 악의 도구가 된다. 그리고 셰퍼처럼 더 나쁜 것을 막기 위해 악과 손을 잡을 때 인간은 또한 악의 도구가 된다.

p364 나는 가끔 이 둘 가운데 어느 편이 더 해로울까를 생각한다. 괴물일까, 어린 양일까? 그리고 권력을 탐한 헨슈의 죄와 셰퍼의 자기 과신과 오만의 죄 가운데 어느 편이 더 나쁜 것일까를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커다란 죄는 아마도 이 두 가지 고전적인 죄가 아닐 것이다. 가장 커다란 죄는 20세기에 새로 나타난 무관심의 죄, 아무도 죽이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지만 오래된 찬송가 구절처럼 “그들이 내 주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고 증언하길 거부한 저명한 생화학자의 죄가 아닐까? p364

☞ 20세기에 들어서 철저한 개인주의가 판을 치면서 새롭게 등장한 문제가 자신이외에 다른 대상에는 관심이 없는 무관심이다. 교수의 진리탐구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진리탐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회와의 소통을 위한 것이 아닐까? 지식인의 현실참여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 브레일스포드 -영국의 마지막 반체제자

p365 저명한 저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는데 역사의 과학적 법칙보다 신념과 도덕을 토대로 한 사회주의를 지지했다. 형안의 분석가, 굴하지 않는 양심의 소유자로 유명했던 브레일스포드는 스스로를 유용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결국 자신의 양심을 권력에 영합시켰다. 그 결과 지난날의 무게 있는 존재에서 아무 쓸모없는 존재로 추락하고 말았다.

p367 항상 그 시대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점에서 그는 ‘체제 내 인물’이었지만 원칙적으로는 물론 기질적으로도 반대자였다. 그는 영국의 마지막 ‘반대자’였으며, 그 때문에 중요한 사람이 됐다. 그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가보다는 그가 무엇을 대표하느냐가 더 중요했다.

p368-369 채식주의자였던 그는 주로 견과류와 치즈를 먹고 살았지만 손님들에게는 스테이크 요리를 해주는 걸 즐겼고, 사람들이 자기가 해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길 좋아했다. 그보다 상대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보다 힘을 북돋워주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저녁식사가 끝나면 그는 시골 벽난로의 흔들리는 불빛 옆에 앉아서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 그는 프랑스어로 ‘상냥함’이라고 부르는 자질을 갖고 있었는데, 그 상냥함은 남자다운 매력이었다. 브레일스포드는 아주 종교적인 사람이었으나 그가 공언하는 믿음은 반종교적이었다. … 그러나 후기 빅토리아 시대의 수많은 사람들처럼, 그는 10대 시절에 깊은 영적인 위기를 겪었고 신앙을 잃었으며 불같은 불가지론자가 됐다. 나는 그가 누군가에 대해 신랄하거나 고약하게 말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기독교와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그 부드럽고 온화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편협하고 험악하며 종파적인 사람으로 돌변했다. 모든 교회와 모든 종파, 모든 성직자를 비방했으며 천주교의 뚜쟁이와 우상 숭배자를 비난하는 존 녹스의 독설과 악담으로 그들을 저주했다.

p376 브리일스포드는 ‘기인’이나 ‘괴자’가 아니었다. 그는 양심이었다.

p382 그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발견한 굉장한 ‘즐거움’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

p383 나는 기질적으로 구경꾼이었고 그는 활동가였다. 정치, 사회, 경제에 대한 나의 접근방법은 브레일스포드의 접근방법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 드러커가 왜 스스로를 구경꾼이라고 했는지 이제 좀 알듯하다.

p384 나는 좌익도, 한결같은 자유주의자도 아니었다. 사실 나는 그 시절에 노엘과 클레어가 만난 사람들 가운데 몇 안 되는 좌파가 아닌 사람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노엘은 나를 친구로 삼았던 것 같다.

p390 브레일스포드의 힘은 언제가 그가 양심의 결과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그것이 언제나 반대자의 힘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한 일을 원상복귀시는 것 역시 반대자의 힘이라는 것을 브레일스포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평생 처음으로 그는 양심을 환경에 맞추었다. 오랜 우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미 마이스키를 믿지 않았으며 스탈린주의자들의 선전과 공산주의의 목적 역시 깊이 불신하게 됐다.

p391 다른 좌파들과는 달리 나는 노엘의 문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결별을 할 때, 그는 나를 결별수단으로 이용했다.

p396-397 브레일스포드는 내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야 난 영국 국교회 반대파들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알거 같네. 크롬웰을 위해 스튜어트 왕조와 싸워 승리를 바쳤지만 그 뒤 크롬웰이 그들을 버리면서 너희들의 일은 끝났다고 말했을 때 말일세.” … 20세기 현실의 반대자인 노엘 브레일스포드는 효과를 위해 자신의 양심을 권력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그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다.

 

* 프리트베르크 - 19세기의 탁월한 개인금융업자

p407-408 프리트베르크 사전에 ‘추측’이란 단어는 없었다. 그는 이렇게 강저하곤 했다. “주식과 상품, 외환에서 추측을 하는 건 바보뿐이다. 내가 룰렛 게임을 할 때도 최소한 승산이 어느 정보인지는 아니까.” … 그는 매매를 위해 살았다. 그 거래가 이익이 많이 나는지 아닌지에는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p412 "바로 그거야. 그가 자네의 제안서를 이해하면 그대로 할 걸세. 그가 이해하지 못하면 그건 자네 제안서가 너무 복잡하단 뜻이야. 어떤 일이든 반드시 멍청한 사람이 다룰 수 있어야 해. 결국 일은 늘 멍청한 사람들이 하게 마련이거든.“

☞ 아마도 여기의 멍청한 사람들이란 평범한 사람들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p412-413 프리트베르크는 사람에 대해 초인적인 직관력을 갖고 있었다. … “어떻게 그 사람이 사기꾼이라는 걸 아셨습니까?” 우리가 프리트베르크에게 묻자 그는 대답했다. “온 사방에 드러나던걸. 난 당신들이 어떻게 그걸 눈치채지 못했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

☞ 삶에서 성공에서 직관력은 대단한 역할을 한다.

p413 프리트베르크는 정직한 사람이었다.

p415-416 "나는 자네가 전에 다닌던 런던의 보험회사에서 증권분석을 했다고 알고 있네. 그런데 자넨 지금도 증권분석을 하고 있더군. 자네가 그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란 걸 알았으면 우린 자넬 그 보험회사에 다니게 놔두었을 거야. 우리는 이 회사의 공동경영자를 위한 일종의 비서로서 자넬 채용한 거야. 그런데도 자넨 회사에 도움이 될 일을 해서 봉급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도통 생각하지 않는군.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다음 주 화요일까지 자네의 계획표를 서면으로 제출하게. 자네에게 맡겨진 일을 더 잘 해나가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생각해 보란 말이야“ … ”부족한 점이 있으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 ”그런 것까지 일일이 알려주려면 봉급은 왜 주나?“ 그제야 나는 모시기로 되어 있는 세 명의 공동경영자를 돌아보게 됐고, 그들에게 내가 해야 할 일을 물어보았다. 답은 분명했다. 프리크베르크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하는 일, 즉 매매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 먹이를 던져주는 것을 기다리는 것보다 먹이는 찾아나서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다.

p417-418 "내가 보기에 자네는 너무 많은 시간을 책하고만 씨름하는 것 같아. 책을 통해 경제전문가가 되는 법을 배울 수도 있지. 하지만 은행업이란 사람을 다루는 일이야. 앞으로는 사람을 관찰해 보게. 내가 관찰해 볼 만한 몇 사람을 만나게 해주지. 그 첫 번째 인물이 바로 헨리아저씨였다.“

☞ 어느 정도 지식을 쌓고는 그 다음은 실전이다. 사람을 관찰하는 것으로 책에서 얻지 못한 2%를 얻을 수 있다.

p421 진정한 상인인 그는 모든 제조업자를 도둑이라고 생각했고, 따라서 그들이 더 싼 가격에 팔게 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p422 어디를 가든지 기회를 탐지하는 헨리 아저씨를 볼 때마다 나는 가로등마다 킁킁거리고 다니는 자그마한 갈색 테리어를 떠올렸다.

p423 "사과할 것 없네. 그 사람은 나를 유대인 속물로 생각하겠지. 맞아, 난 유대인 속물이야. 하지만 내 말을 기억해두게. 5년 안에 그 사람은 내가 말한 대로 하게 될 거야." 5년 후에 제2차 세계대전이 터졌고, 그 허세덩어리 목사는 일주일에 두 번 정오음악회를 시작했다. 그리고 입장료를 받아 전쟁으로 부서진 시티 교구의 교회들을 수리하는데 사용했다.

p424 "어리석은 고객은 없어. 단지 상인이 게으른 거지. 고객이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어리석다고 말해서는 안 돼. 고객을 ‘재교육’시키려고 해서도 안 돼. 그건 상인이 할 일이 아니거든. 상인이 할 일은 고객을 만족시키고 그들이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것이지. 만일 고객이 어리석게 행동하는 것 같다면, 밖으로 나가 고객의 입장에서 상점과 상품을 살펴보는 거야. 그러면 그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지. 단지 그들의 현실이 상인의 현실과 다를 뿐인 거야."

p425 헨리아저씨는 미국 소매업계의 중요한 혁신자였다. 그는 시어스 로벅보다 훨씬 먼저 업계 최초로 “고객의 만족을 보증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환불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방침을 채택했다.

p426 "고객의 불만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해."

p427 헨리 아저씨가 주장한 방침은 모두 그 자신이 밖에 나가 관찰해서 깨달은 것이었다.

p428 나는 좋은 예술가나 좋은 과학자의 마음과 마찬가지로, 좋은 상인의 마음은 헨리 아저씨의 마음이 움직이는 식으로 가장 분명하고 가장 구체적인 것에서 시작해서 일반화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p430-431 지금 우리는 다시 헨리 아저씨와 찰리 켈스타크가 필요하다. 우리는 너무 멀리 가벼렸다. 검증되지 않은 수량화에 의존하고, 경험보다는 가정에 근거한 논쟁을 하고, 대칭적이고 형식적일 뿐인 모델을 만들고, 구체성을 지닌 견고한 현실을 다뤄보지도 않은 채 관념에서 관념으로 움직인다.

p443-444 "당신들이 그 채권을 사려는 이유는 단 하나, 확실한 이익을 얻기 위해서죠. 난 내가 그 회사를 위해 기여하고 뭔가 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투자하지 않소. 머리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오래전에 버렸지요."

p449 프리크베르크와 파르붐은 해를 끼치지 않고 수익이 생기는 일을 한 이 극소수의 부류에 속했다. 그러나 상징과 이미지를 궁극적인 현실로, 사람과 사물을 허울로 여기는 극도의 최소한주의가 대다수의 인식이 되어버린 상황에서도 그것이 여전히 무구하고 무해한 것일까?

☞ 같은 원리도 사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 로베르트와 파르크하슨 -사업가에게 여성이 미친 영향

p450 이 글을 통해 돈, 권력, 여자라는 통속의 삼박자가 당시 사람들에게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엿볼 수 있다.

p451-452 로베르트는 어둡고 냉소적이며 늘 사색에 잠겨 있는, 아주 잘 생긴 남자였다. 라파엘 이전의 낭만주의 화가들이 그린 타락한 천사의 초상처럼 생긴 그는 키가 크고 마른 데다가 기품 있는 모습이었고, 아무렇게나 걸쳐 입은 옷이 아주 완벽한 것으로 봐서 새빌로의 최고급 양복점에서 맞춘 옷을 아주 뛰어난 ‘신사의 시종’이 매일 아침 털고 닦고 다림질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는 우울하고 감정적이었으며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였다.

☞ 드러커 아저씨의 묘사는 정말 탁월하다.

p453 그는 결코 충동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이런 통찰력은 여러 주나 여러 달 동안 조용히 사색한 결과였다.

 

* 3부 순수의 절정기 *

* 헨리 루스/ <타임><포춘><라이프> 잡지왕국의 제왕

p471 좋은 편집자는 관대하지 않다. 그들은 동료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들은 ‘신문이 해야 할 일’을 하게 만든다. 위대한 편집자는 말할 것도 없고 좋은 편집자는 인정사정 없는 지독한 독재자다. 그는 모든 기사가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에 정확하게 부합할 때까지 쓰고 또 쓰고 다듬고 또 다듬는다.

p486 기자와 편집자가 자기 몫을 제대로 하면, 그것이 자신의 취향에 맞든 맞지 않든 그 사람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었다.

p488 할라우드식의 생활은 내게 맞지 않음을 알고 있던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거절했다.

☞ 자신의 분수를 알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 자신의 경향성을 잘 파악하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지금길이다.

* 플러와 맥루완/ 테크노로지의 위대한 예언자

* 엘프레드 슬론/ 절대적 권위로 GM을 이끈 전문경영자

* 그밖의 사람들/ 대공황 시기 미국 사회에 대한 스케치

<내가 저자라면>

1. “내 생애의 다른 사람들”이라는 부제처럼 드러커의 자서전은 자기가 인생에서 만난 인물열전이다. 나의 첫 책은 내가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에 대한 인물열전이다. 그러므로 드러커의 목차와 내용구성을 첫 책에 적극 응용할 필요가 있다.

 <차례>

- 역자서문

- 개정판을 내며

- 프롤로그 / 한 사람의 구경꾼, 탄생하다.

1부 사라진 제국 아틀란티스

- 할머니/ 인간에 대한 예의를 깨우쳐준 유쾌한 사람

- 헤메와 게니아/ 경영의 귀감으로 삼은 괴짜 부부

- 엘자와 소피/ 교육의 길을 제시한 노처녀 자매 선생님

- 프로이트. 프로이트에 대한 프로이트적 분석

- 트라운 트라우네크/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회주의자의 고백

2부 명멸하는 시대의 사람들

- 폴라니 家/ 새로운 사회를 꿈꾸던 흥미로운 가족

- 크레머/ 키신저를 만든 외교정치 고문

- 헨슈와 셰퍼/ 나치즘이 불러온 개인의 비극

- 브레일스포드/ 영구의 마지막 반체제자

- 프리트베르크/ 19세기의 탁월한 개인 금융업자

- 로베르트와 파르크하슨/ 사업가에게 여성이 미친 영향

3부 순수의 절정기

- 헨리 루스/ <타임><포춘><라이프>잡지왕국의 제왕

- 플러와 맥루완/ 테크노로지의 위대한 예언자

- 엘프레드 슬론/ 절대적 권위로 GM을 이끈 전문경영자

- 그밖의 사람들/ 대공황 시기 미국 사회에 대한 스케치

2. 인물을 서술하는 방식을 나의 첫 책에 참고하자.

사부님이 말씀하셨던 첫문장의 중요성을 드러커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새삼 느꼈다. 한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첫문장들에 더욱 감동받았다. 첫문장을 다듬고 다듬어야겠다. 첫문장으로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는 당시 사회적 현상과 그 인물과 관련된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사회, 문화, 역사 등의 인문학지식이 풍부한 드러커이기에 당시 사회에 대한 서술이 이보다 더 핵심적일 수는 없었다, 인물에 대한 에피소드에서는 인물의 외형과 성격에 대한 자세한 묘사에 감탄하게 된다. 인물에 대한 관련사건을  무조건적인 미화나 비판하지 않으며 가감 없이 솔직하게 서술하고 있다. 드러커가 자신을 구경꾼이라고 했던 것을 이해하기 충분한 부분이다.

3. 특히 <엘자와 소피-교육의 길을 제시한 노처녀 자매 선생님>에서 확실하게 드러낸 교육관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그가 인생 최고의 선생님을 만나고 그때의 가르침을 평생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아르답다. 특히 자신의 특기사항인 인간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선생관찰’을 통해 교사관과 교육관을 정립하였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학생관찰 뿐 아니라 선생관찰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여 더욱 나은 모델을 자신의 방법에 적용시켜 나름의 개성있는 교육을 하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이 부분 전체의 내용을 나의 첫 책에서 활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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