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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8일 10시 40분 등록

신곡

-.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 허인 옮김, 동서문화사, 2011

 

■ 저자에 대하여 단테

 

1. 탄생과 그의 가족(1265 ~ 1273)

1265년 단테는 이탈리아의 중부의 피란체의 구시가지 산 피에트르에서 태어났다. 단테의 성은 알리기에리(Alighieri)이고 몰락한 귀족 집안이라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단테는 자신의 가문에 대해여 <신곡> '천국편'에서 밝히고 있으며, 단테의 세레명은 두란테(Durante)이다. 이렇게 두란테 알리기에리의 이름은 "장수하는 날개가 달린 자"라는 뜻인데, 그것은 그의 위대한 작품의 결과를 예언한 실로 상징적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어머니 돈나 벨라는 피렌체의 명문 아바티가 출신이며, 1270년 단테가 5살이 되었을 때 사망한다.

 

2. 베아트리체의 운명적 만남(1274 ~ 1290)

1274년 단테가 9살이 되었을 때 폴코 포리티나리(Folco Portinan)의 딸 동갑내기 베아트리체를 처음으로 보고 애정을 느끼게 되고, 1283 9년 만에 다시 베아트리체를 만나 지상의 천사라고 생각하고 모든 정열을 기울인다. 이 진귀한 유년 시절의 경험은 단테의 인생 행로를 좌우하게 된다. 그리고 베아트리체가 1290 25세의 젊은 나이로 죽을 때까지 혼과 열을 쏟은 것으로 보인다.

베아트리체가 죽은 뒤 마음의 위안을 찾으려 했던 단테는 철학, 특히 보에티우스와 키케로의 작품에 전념하게 된다. 또한 <신곡>에서 여실히 드러나듯이 단테는 중세의 스콜라 철학을 깊이 연구하였으며, 스콜라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배웠다.

단테는 철학에 관한 토론을 듣기 위하여 피렌체의 종교 학교들을 다니기 시작하였고, 30개월도 채 되기 전에 "그녀(철학)에 대한 사랑이 다른 모든 생각을 쫓아버렸다"고 말한다. 이렇게 베아트리체는 단테의 정신적 안내자였으며, 그녀를 향한 동경은 그의 가슴에서 분출하는 많은 시에 녹아져 있다.

 

3. 불우한 정치적 생활(1291 ~ 1302)

1291년 단테는 결혼 상대자로 내정되어 있던 젬마 도나티(Gemma Donati)와 결혼을 하게 되고, 그녀와의 사이에 두 아들 피에트로와 야코보를 두었다. 1290년대에 피렌체와 피사를 중심으로 일어난 당파 싸움에 가담하였으며, 1230년에는 피렌체 시협의회 회장(Priorat)직을 맞아 1233년까지 적극적으로 정치 무대에서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단테는 피란체가 로마 교황의 세력에 들어가지 않기 위하여 로마교황을 옹호하는 궬피(Guelf)당을 지지하여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받드는 기벨리니(Ghibeline)당과 적대관계에 있게 된다. 그 후 궬피(Guelf)당의 승리로 두 당의 전쟁은 끝이 났지만, 궬피당이 '흑당' '백당'으로 나뉘어져 다시 전쟁을 벌이게 된다.

1302년 피렌체의 '흑당'이 권력을 장악하자, 단테에게 2년간의 국외 추방령이 내려진다. 그 후에 피란체에 출두하여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면 사면을 내려주겠다고 하였으나, 거부한다. 그것이야말로 자신에게 더할 수 없는 치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4. 망명생활에 위대한 작품의 탄생(1304 ~ 1321)

베로나로 가서 바르톨로메오 델라 스칼라의 비호를 받게 된다. 그리고 망명 생활 중에 <속어론>, <향연>의 집필을 시작한다.

1307년 단테는 필생의 대작 <신곡>의 구상이 완성되어 집필을 시작한다. 이후 13 <신곡>의 집필을 계속되었다. 1310 <신곡> <지옥편>이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 때 <제정론>을 집필한다. 1315년 피란체 정부의 '조건부 사면'을 또 다시 거절하고, 결국 그와 그의 두 아들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진다.

1321년 단테는 라벨나로 돌아가 구이도 노벨로(Guido Novello)의 비호를 받으며 <신곡>의 마지막 부분을 완성하게 된다. 그리고 사절로 베네치아를 다녀오는 도중 말라리아로 생애를 마감하고, 라벤나의 성 프란체스코 성당에 묻힌다.

 

5. 저자에 대한 평가

단테의 <신곡> 650여 년 동안 인기를 누려온 시이다. 1400년까지 이 작품이 지닌 의미를 상세히 설명하기 위해 12개 이상의 주석이 나왔다. 놀랍고도 상상력이 풍부한 착상이 주는 소박한 힘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끊임없이 독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 작품은 100년이 넘는 기간 공안 서구세계의 모든 고등교육에서 주요 교과목으로 쓰였으며, 계속하여 현대에 와서도 중요한 시인들에게 지침이 되고 자양분을 제공해주었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단테를 "그리스도교적인 최고의 상상력"이라 불렀다. T.S. 엘리엇은 "근대세계는 셰익스피어와 단테가 나눠 가졌다. 3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함으로써 근대에서 단테에 필적할 만한 사람은 윌리엄 셰익스피어밖에 없다고 하여 그를 발군의 작가로 높이 평가했다. 사실상 근대사상과 관련을 맺으며 전들을 창조하는 데 두 사람은 쌍벽을 이룬다. 단테는 셰익스피어처럼 역사적인 인물들로부터 보편적 전형을 창조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현대신화의 보고를 더욱 풍부하게 했다.

이처럼 단테는 그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오로지 상상력으로 인간 사후의 삶을 그려냈다. 그리고, 생생한 묘사를 통해서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연민을 느끼게 하고 불운한 인물들과 하나가 되게 만들었다. 나 또한 상상력의 세계에서 그려낸 인물들의 세밀한 묘사를 닮고 싶다. 그리고 그 안에 삶의 지혜와 윤리적 안목까지 담아내는 통찰을 배우고 싶다.

 

6. 출저

신곡(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2007)

신곡(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허인 옮김, 동서문화사, 2011)

신곡(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엮어 옮김, 서해클래식, 2005)

풀어 쓴 단테의 신곡(한형곤 지음,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03)

단테 신곡 강의(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 이영미 옮김, 안티쿠스, 2004)

 

 

 

 

2.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 지옥편

 

 P10

단테는 인생의 중반기, 서른 다섯 날 나던 해에 어두운 숲 속을 헤매게 된다. 그는 그 숲을 빠져 나와 언덕으로 올라 가려고 하였으나 표범과 사자, 암이리 등에게 방해를 받아 절망하고 있을  때 베르길리우스를 만난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를 안내하여 지옥과 연옥을 보여 줄 것을 약속한다. 숲은 단테의 죄 많은 생활의 어리석음이고, 세 마리의 짐승은 그 죄를 상징한다. 이러한 내용의 제1곡은 (신곡)전체의 서곡이다. 이렇게 시작되는 단테의 피아 여행은 1300년 봄, 부활절인 성 금요일 저녁부터 다음 주 목요일 아침에 걸쳐서 전개된다.

 

인생의 중반기에

올바른 길을 벗어난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컴컴한 숲 속이었다.

 

어떻게 해서 그곳에 발을 들여놓았는지는 쉽게 말할 수가 없다.

당시 나는 그저 쓸데없는 일에 공연히 열중되어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숲 속에서 내 마음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으나

그래도 그 골짜기 끝에 이르렀을 때

나는 어느 언덕 기슭에 다다를 수 있었다.

고개 들어 바라보니 언덕의 능선이

벌써 새벽빛으로 환하게 싸여 있었다.

모든 길을 통해 사람들을 올바르게 인도하는 태양의 빛이었다.

 

P15

그럼 당신이 바로 그 베르길리우스,

벅찬 강물처럼 말의 원천이 되었던 분이십니까?”

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오오, 시인의 명예이고 빛이던 당신,

오랫동안 한결같이 깊은 애정을 기울여

당신의 시집을 읽은 나에게 동정을 베풀어 주십시오.

당신은 나의 스승이고 나의 시인입니다.

내가 자랑으로 삼는 아름다운 문체는

오직 당신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p17

왜냐하면 천상에 계시는 황제께서

내가 그의 율법을 거스른 전력이 있는 이상,

남이 나 같은 자의 안내로

왕국에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황제는 모든 곳에 군림하고 통치하신다.

거기에는 황성(皇城)과 옥좌가 있다.

황제에게 뽑혀 그 나라로 가는 이는 행복하리라.”

 

P18

부디 이 악과 이 이상의 악을 내가 면할 수 있도록

말씀하신 곳으로 나를 인도해 주십시오.

부디 성 베드로의 문과

당신이 말씀하신 비참한 자들을 보게 하여 주십시오.”

 

P20

, 시의 여신이여, , 탁월한 재능이여, 지금 나를 도우소서.

내가 본 것을 새겨 둔 기억이여,

너의 진가는 이제야말로 발휘되는 것이다.

 

P22

처음의 뜻을 깨끗이 버린 그런 사람처럼

그 컴컴한 기슭에서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처음에는 혹하였던 계획이었지만,

궁리를 하는 동안 그만둘 생각이 든 것이다.

 

P23

네 마음은 겁에 질려 있는 것 같다.

사람이란 때때로 겁을 먹는 모양인데,

그래서 흔히들 명예로운 일도 포기하는 일이 있지만,

그것은 어둠 속에서 그림자를 보고 겁내는 짐승과 다를 바 없다.

네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도록

왜 내가 여기 왔는지, 무슨 말을 듣고

너를 동정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마.

 

당신에게 심부름을 청하는 나는 베아트리체 입니다.

곧 돌아가야 하지만 하늘에서 내려왔습니다.

나는 사랑에 움직여 그에 의해 말하는 것입니다.

내가 주 앞에 나설 때는

당신을 특별히 칭찬해 드리리다.’

 

P25

남에게 악을 끼칠 힘이 있는 자에 대해서는

경계를 해야만 합니다.

그 밖에는 아무것도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P27

나를 구해 주신 자비로운 여인,

그리고 그분의 참다운 말씀을

재빨리 들어 주신 친절한 당신!

당신의 말을 들으니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솟구쳤습니다.

처음의 결심으로 돌아왔으니

, 가십시다. 두 사람 다 마음은 하나인 것입니다.

당신이 길잡이, 당신이 주군, 당신이 스승입니다.”

 

P28

 베리길리우스는 어떤 일에도 동하지 않으며 때로는 단테를 격려하고 때로는 위로하며 동행한다.  그는 얼핏 보기에는 마음 내키는 대로 걸어가고 있는 듯하지만, 단테에게 보일 것은 보이며 결코 헛걸음을 하는 일이 없이 일정한 시간 내에 그를 지옥에서 연옥 꼭대기까지 인도해 준다. 이 베르길리우스가 있어 단테와 더불어 지옥을 여행하는 독자들도 일종의 안도감을 갖는 것이다. 단테와의 대화에서 나타나는 베르길리우스의 지력과 그 인정미 넘치는 태도는 그를 매력적이고 지도력 있는 인물로 만들고 있다.

 

P31

그가 말했다. “이 비참한 광경은

욕할 것도 없고 칭찬할 것도 없이 평생을 보낸 자들의

불쌍한 망령의 모습이다.

주께 반역하지 않았으나 충성도 하지 않고,

오직 자기들만을 위하던

사악한 천사의 무리와 저들은 섞여 있다.

 

P32

자비도 정의도 이자들은 업신여긴다.

그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마라, 그저 보고만 지나가라.

 

P38

그러니 카론이 너를 꾸짖었다면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눈물 젖은 땅은 한 차례의 바람을 일으킨

바람은 진홍빛 번개를 날려

그 번개가 나의 감각을 사로잡았다.

나는 잠에 빠진 사람처럼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P42

그들은 죄를 범한 것이 아니며 덕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세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례는 네가 믿고 있는 신앙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P43 네가 알아야 할 것은, 이전에는

구원받은 인간의 영혼이 없다는 사실이다.”

 

착한 스승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른 세 사람 앞에 서서 왕자처럼

손에 칼을 들고 오는 사람을 보라.

저자가 시인의 왕 호메로스이다.

다음에 오는 것이 풍자시인 호라티우스

오비디우스가 셋째이고 맨 끝이 루카누스이다.

아까 나를 부른 시인이라는 한마디의 이름을

이분들은 모두 나와 같이 나누고 있다.

이들이 나에게 경의 표한 것은 고마운 일이야.”

 

P45

높은 성벽이 일곱 겹으로 성을 에워싸고

주위에는 아름다운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그 냇물을 마치 단단한 땅이라도 딛듯이 밟고 지나갔다.

나는 현자들과 함께 일곱 문을 지나서

상쾌하고 푸른 잔디밭에 이르렀다.

 

P50

그곳에 미노스가 버티고 서서 무서운 형상으로 이를 갈고 있다.

입구에서 미노스가 죄를 심사하고,

꼬리를 감는 수에 따라 형벌과 갈 곳을 정한다.

 

P51

어떻게 해서 들어가려느냐. 안내인은 누구냐, 주의하라.

문이 넓다 해서 착각을 하면 안 돼!”

 

여기서는 모든 빛이 입을 다물었으며,

그 외침 소리만이 맞바람의 폭풍을 만나

바다가 일으키는 풍랑 소리와도 같았다.

 

P52

추운 계절에 찌르레기들이 퍼덕이면서

하늘 가득히 떼지어 날아가듯

흡사 그와 마찬가지로 죄 있는 영혼의 무리가

바람결에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고 있다.

 

P57

참혹하고 불쌍해서 절로 눈물이 나는 군요.

그러나 들려 주시오, 달콤한 한숨을 쉬던 무렵에

어떻게 해서 사랑의 허락을 받고

감추어진 상대편의 애정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습니까?”

 

불행 속에 있으면서 행복하던 시절을 회상하는 것만큼 쓰라린 일은 없습니다.

 

그녀의 동경하던 미소에 그 멋진 연인이 입을 맞추는

구절을 읽었을 때,

나에게서 영원히 떠날 수 없는 이 사람은

떨면서 나에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P60

큰 우박덩이와 더러운 물과 눈이

암흑의 대기 속으로 줄기차게 쏟아진다.

그리고 그것을 받는 대지는 썩은 냄새를 피워 올린다.

 

P62

자네들 시민은 나를 가르켜 돼지치아코라고 불렀다.

많이 먹은 큰 죄 때문에

자네도 보다시피 이렇게 비에 시달리고 있다.

 

P63

의인이 둘 있어도 시민들은 알아주지 않을 것이다.

오만.질투.탐욕,

이 세가지가 시민들의 마음에 옮겨 붙은 불꽃이니까.”

 

좋은 정치를 하려고 있는 힘을 짜내던 사람들은

어디 있는지 내게 알려 다오.

그들을 하늘이 위로하고 있는지 지옥이 괴롭히고 있는지,

그것이 알고 싶어 가슴이 죄는 것 같구나.”

그러자 그가 말했다.”그들은 더 검은 혼들 속에 있다.

가지가지 죄의 무게로 그들은 그런 밑바닥에 빠져 있다.

 

P64

스승님, 이 고통은 마지막 심판의 판결이 난 뒤에 커집니까,

작아집니까, 아니면 지금과 마찬가지고 엄합니까?”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너의 학문으로 돌아가거라.

그 학문의 체계에서는, 사물은 완전하면 할수록

그만큼 기쁨도 고통도 강하게 느낀다고 되어있다.

이런 저주받은 자들은 결코

참다운 완전에 도달하지는 못하지만,

심판을 받은 뒤에는 육체가 회복하므로전보다는 완전에 가까워진다.”

 

P66

거기서는 인색가의 무리와 낭비가의 무리가 둥근꼴로 생긴 길 위에서 무거운 짐을 굴리면 서 소용돌이처럼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둥근 꼭대기의 한 지점에 이르면 만나자마자 서로 욕하고 두들기고 하다가 끝내는 양쪽 다 도로 오던 길로 되돌아가는데, 다시 서로 부딪는 지점에서 또 서로에게 욕질과 주먹질을 퍼붓는다. 베르길리우스는 표리를 이루는 인색과 낭비 두 가지의 죄에 대해 설명을 하고 다시 운명이 무엇인가를 논한다.

 

P68

그들은 모두 몹시 마음이 비뚤어졌기 때문에 첫 번째 삶에서

도저히 돈을 유효하게 쓸 줄 몰랐다.

죄에 따라 저자들은 옥의 두 지점에어 갈라져 있다.

그 지점에 이르렀을 때

그들이 외치는 소리로 이를 뚜렷이 알 수 있으리라.

앞쪽에 있는 자들은 본디 성직자였다. 머리에 머리카락이 없지.

생전에 교황과 추기경이었던 자도 있다. 이들은 탐욕이 그지없는 자들이다.”

 

P69

분별없는 생활을 해서 더럽혀진 그들은

이제는 분별이 안 될 만큼 얼굴이 시꺼멓게 칠해져 있다.

그들은 영원히 저 두 지점에서 부딪치는 거다.

인색가들은 무덤에서 손을 꽉 쥔 채 부활하고,

낭비자패들은 머리털까지 잘려서 부활한다.

죄악을 뿌리거나 죄악을 모으거나 했기 때문에 그들은

아름다운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렇게 서로 싸우는 처지가 되었다.

 

아들아, 지금 너는 알았으리라,

그러한 것은 결국 잠시 동안의 희롱이다.

지금 달빛 아래 있는 모든 황금이나 전에 있던 황금이

이 지쳐 빠진 망자 누구 한 사람에게도

평안을 줄 수 없는 것이다.”

 

p70

운명은 쉴 새 없이 모습을 바꾸며

필연은 운명을 빨리 움직이게 한다.

그러므로 이렇게 또 저렇게 변하게 되는

이것이 운명이라는 여인이다.

그런데 운명을 찬양해 마땅할 자들도 그녀를 원망하고 있다.

엉뚱한 비난이다. 비뚤어진 말이다.

그러나 그녀는 축복받고 있으므로 그런 것에는 귀기울이지 않는다.

시초에 만들어진 다른 자들과 함께 즐거운 듯이

운명의 테를 돌리며 행복을 즐기고 있다.

 

P72

우리는 쓸쓸했다.

햇빛 비치는 즐겁고 아름다운 대기 속에 있어도

마음속엔 불만이 가득했다.

지금도 시커먼 수렁 속에서 우리는 우울하다.’

이런 소리를 목구멍 언저리서 중얼거리고 있는 것은

저들은 똑똑히 입으로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니라.

 

P76

고색창연한 뱃머리는 여느 때보다 깊숙이 물을 가르며 나아갔다.

 

저놈은 세상에 있을 때 거만한 사내였다.

기억에 남을 만한 선행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지.

그래서 저놈의 혼은 여기서 저렇게 미쳐 날뛰는 게다.

지금 임금이라 칭하며 큰소리치고 있는 자들 중에도

무서운 악평을 남기고 장래엔 여기서 돼지처럼

진흙투성이가 될 자들이 많은 것이다.”

 

P85

피로 물든 지옥의 세 복수의 신이

재빨리 일어섰다.

그 모습과 태도는 여자다웠고,

허리에는 초록빛 바다뱀을 띠로 감았으며,

머리에는 실뱀과 뿔뱀이 돋아나

무서운 형상으로 관자놀이에 칭칭 감겨 있었다.

이들은 영원한 가책의 여왕이 거느린

시녀들이었는데, 그것을 재빨리 알아차린 스승이 말했다

봐라, 흉악하기 이를 데 없는 에리니에스들이다.

 

  P92

이 무덤에 누워 있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을까요? 벌써 뚜껑은 모두

쳐들려 잇고 아무도 지키는 이도 없습니다. “

그러자 그가 말했다. “모두 마지막 심판이 끝나

지상에 남기고 온 송장과 함께

여호사밧에서 돌아오면 무덤은 닫혀진다.

 

P96

우리들은 눈이 불완전한 자와 마찬가지로

먼 곳에 있는 일들은 잘 본다.

그것도 하늘의 인도로 빛이 비치고 있을 동안뿐이지만.

그 일들이 가까이 오거나 현재에 있거나 하면

우리의 지능은 쓸모가 없어진다. 그래서 다른 자들이

알려주지 않으면 인간의 일은 아무것도 모르게 된다.

그러므로 너도 알겠지만 미래에의 문이

닫히자마자 그 순간부터

우리의 지식은 모두 죽어버리는 거다.”

 

p98

저분의 아름다운 눈은 모든 것을 보신다.

너는 저분의 따스한 빛 앞에 설 때

저분으로부터 네 인생길에 대한 말을 듣게 될 것이다.”

 

P102

하늘의 미움을 사는 모든 악의 목적은

부정을 하는 데에 있으며, 그러한 목적은 모두

폭력이나 사기로써 남을 괴롭히는 것이다.

더구나 사기는 인간 고유의 악이므로

특히 주의 노여움을 산다. 그런 만큼 사람을 속인 자는

지옥 아래쪽에서 그만큼 심한 고통을 당하는 것이다.

 

신에 대해 폭력을 행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마음속으로 신성을 부정하고 모독하여,

자연과 신의 혜택을 경멸하는 일이 그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제일 좁은 원에서는 소돔이며,

카오르사며, 마음으로 신을 멸시하고 입으로

신을 모독한 자에게 낙인을 찍는 것이다.

 

P104

, 태양이여, 모든 혼란이 가시고
   
의문이 풀리므로 나는 무척 기쁩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의문도 지식 못지않게 기쁜 것이군요.

 

한가지 의문을 더 풀어 주십시오.

아까 당신께서 고리대금업이 주님의 사랑에 위배된다고 하신 까닭이 궁금합니다.”

철학이스승이 말했다.

그걸 배우는 자에게

수차, 가르치고 있듯이,

무릇 자연은 모두 신의 지혜와 그 재주에 의해

그 나아가야 할 길을 택하고 있다.

너도 <물리학> 정독하면 알게 된다.

몇 장 들추지 않아서 나와 있듯이,

인간의 재주는 대체로 가능한 한 자연법칙에 따르고 있다.

마치 제자가 스승을 따르는 것과 같이.

그러므로 인간의 재주는 주에 대해서 말하자면 손자 뻘이 된다.

자연과 재주의두 가지 수단으로 인간이 생계를 세워서

자손을 번영시켜야만 한다는 것은

창세기의 첫머리를 기억한다면 알리라.

그러나 고리를 탐하는 자는 딴 길을 택하여

자연 자체와 자연에 따르는 것을 멸시하고

그것과는 다른 것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P124

고향의 그리운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아

나는 주위에 흩어진 나뭇잎을 긁어 모아

이제 목이 쉬어 버린 그의 발 밑에 가만이 돌려 주었다.

 

P125

여기 영원한 열기가 쏟아졌다.

그 때문에 모래밭은 부싯돌에서 켜지는 불처럼

불을 발하여 고통을 배가한다.

애처러운 손들은 쉴 새 없이

이쪽에서 혹은 저쪽에서

자기 몸에 떨어지는 뜨거운 불똥을 턴다.

 

P129

알다시피 이 지옥은 둥글다.

네가 왼편으로 돌아 바닥을 향하여

상당히 내려오기 했으나

그래도 옥의 주위를 완전히 돈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이 나타났다 할지라도

네가 놀란 얼굴을 할 것은 없다.”

그러나 벌겋게 끓고 있는 핏물이

네 질문의 한 가지는 풀어 주었을 것이다.

레테 강은 이 구렁 밖에서 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죄를 뉘우쳐 죄가 지워졌을 때

혼은 그 냇물에 몸을 씻으러 가는 것이다.”

 

P132

, 아들아”, 그가 말했다. “이 무리 속에서

잠시라도 걸음을 멈추는 자는 그 뒤 백 년 동안 누워서

불덩이를 맞으며 고통을 겪어야 한다.

 

P133

너는 네 별을 따라서 나간다면,

아름다운 삶에서 보았던 내 눈에 헛됨이 없는 한

반드시 영광스러운 항구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토록 일찍 죽지 않았던들

하늘이 너에게 이렇듯 잘해 주는 것을 본 이상

반드시 네 일을 격려했을 게 틀림없다.

 

그 습성에 물들지 않도록 너는 몸을 깨끗이 하도록 하라.

운명은 너에게 수많은 명예를 줄 것이나, 그만큼

백당도 흑당도 굶주린 듯이 너를 노릴 것이다.

 

P143

-부다 이 시가 오래오래 세상에 애독되기를-

나는 보았던 것이다. 그 무겁고 답답하고 컴컴한 대기를 가로질러,

아무리 담이 큰 사람이라도 놀랄 만한 괴이한 모양을 하고

위를 향해 헤엄치며 올라오는 그것을

그것은 마치 바다 속 암초나 그 무언가에 걸린

닻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따금

바다 속에 들어갔던 자가 솟구쳐 나오려

상체를 펴고 다리를 웅크린 듯한 모습이었다.

 

P147

아라크네도 이런 무늬는 고안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마치 쪽배가 이따금 해변에서

반을 물에 잠기고, 반은 뭍으로 올라와 있듯이,

또는 먹성 좋은 독일인들 사이에서

물개가 생선을 노리듯이,

이 고약한 괴물은

모래밭을 에워싸는 바위 끝에 기대앉아,

뾰족한 꼬리를 허공에 쳐들고는

독을 품은 전갈처럼 두 갈래로 갈라진 꼬리 끝을 휘둘렀다.

 

p151

그리하여 드디어 자유롭게 움직이게 되자

발로 공기를 몸 쪽으로 끌어 모으고

꼬리를 가슴팍 언저리로 돌려 뱀장어처럼

이것을 쭉 뻗어 흔들기 시작했다.

 

파에톤이 고삐를 버렸을 때도

---그 때문에 하늘은 지금 보는 바다로 불에 탄 것이다.---

또한 저 불쌍한 이카로스가 너는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

아비의 외침을 듣고 열 때문에 초가 녹아

날개가 그의 허리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꼈을 때도,

지금 나처럼 당황하거나 무서워하지는 않았으리라.

 

P152

<신곡>에는 동물의 비유가 많다(이를 테면<지옥편>22곡에는 9종류의 짐승이 나온다. 23곡 주8 참조) 17곡만을 볼 때에도, (문장의 짐승은 제외하고) , 물개, 전갈, 개 등이 나타난다. 그러나 가장 멋있는 비유는 마지막에 나오는 시무룩해하는 매의 모습에 게리온을 빗댄 부분일 것이다. 특히 매는 개구리와 황새, 뱀과 함께 <신곡>속에서 가장 자주 나타나는 동물로, 여러 구절에서 능란하게 쓰여지고 있다. 이것들은 모두다 단테의 박물학자적 관찰력을 드러내 주는 요소이다. 더구나 단테의 묘사에는 형용사의 나열이 없을 뿐 아니라, 대부분이 동사로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생생한 실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P158

저자가 이아손이다.

용기와 지혜로 코르키스 사람들로부터 황금 양모를 뺏은 자이다.

그는 렘스 섬으로 건너갔다.

그때는 섬의 여자들이 사정없이 누구 할 것 없이

남자들을 몰살시킨 뒤였다.

그는 여기서 요리조리 수단을 쓰고 교묘한 말로써

다른 여자들을 모두 속인 적이 있는 교활한 여자,

힙시필레를 꾀었다.

그리고 그녀를 잉태케 해 놓고 혼자 섬에 버려두고 떠났다.

그런 죄 때문에 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고,

이로서 저 메디아도 지금 원한을 풀고 있는 셈이다.

지금 그와 함께 도망치고 잇는 자는 이렇듯 여자를 속인 자들이다.

 

제 몸을 제 손으로 치고 있었다.

암벽에는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한숨 때문에

곰팡이가 더덕더덕 눌어붙어

악취가 눈과 코를 찔렀다.

밑바닥이 깊어서 돌다리가 솟아있는 맨 위에 오르지 않고는

그 밑바닥을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거기로 올라가 구렁 밑을 들여다보니,

인간의 뒷간에서 흘러나온 듯한

똥물 속에 잠긴 자들이 보였다.

그 밑을 자세히 살펴보니

머리에 똥을 덮어쓴 자가 보였는데, 어찌나 더러운지

속인인지 성직자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P160

그러자 그는 못생긴 머리통을 치면서

내가 이런 맨 밑 구렁에 빠진 것은, 줄곧

싫증도 내지 않고 아첨을 했기 때문이다:

P165

그 구멍마다 거꾸로 박힌 죄인들의

발과 정강이와 넓적다리가 빠져 나와 있었다.

나머지는 구멍 속에 묻힌 채이다.

그들의 발바닥에는 양쪽 다 불이 붙어 있었다

 

스승님, 저건 누굽니까?” 내가 물었다.”

다른 죄인보다 더 날뛰며 몸부림치고 있는 저자는

유독 시뻘건 불꽃이 타고 있습니다.”

그러자 스승이 나에게 말했다.

만일 네가 원한다면

더 낮게 자리한 언덕을 지나서 저 밑으로 데려가 주마.

저자로부터 직접 신세 이야기와 과실을 들어 보아라.”

 

P167

천당의 열쇠를 성 베드로에게 맡기기 전에

우리 주께서 돈을 얼마나 요구하셨나?

요구하신 것은 나를 따르라뿐이었다.

배반자 유다가 그 자리를 상실한 뒤

대신 그 회계의 자리에 뽑힌 맛디아로부터

베드로도 그 누구도 금과 은을 받은 예가 없다.

 

P181

그러자 길잡이가 나를 돌아보고 말했다.

이것 봐라 다리의 바위 뒤에 숨은 아들아,

이젠 염려 없다. 내 곁으로 나오너라.”

그래서 내가 벌떡 일어나 재빨리 스승 곁으로 뛰어가니,

마귀들이 일제히 앞으로 뛰어나왔다.

전에 카프로나에서 협정한 다음 철수한 보병이

수많은 적병에게 포위되어 떨고 잇는 것을 본 것이 생각나

나는 그만 기가 질렸다. 마귀가 약속을 어길 셈인가 두려웠다.

 

P190

그러자 멧돼지처럼 입에서 어금니

두 대가 쑥 삐져 나온 치리아토가

그 이빨의 따끔한 맛을 그의 등에다 보여주었다.

마치 쥐를 잡은 심술궂은 고양이 같았다.

 

P196

단둘이서 말도 없고 동행도 없이,

프란체스코회의 수도사가 길을 갈 때처럼

우리는 앞서고 뒤서서 걸었다.

P200

고뇌가 저절로 눈물이 되어볼을 타고 흐르는 것 같은데,

겉보기에 찬란한 너희들의 벌은 무엇이냐?”

 

그러자 그 하나가 대꾸했다. “우리들의 오렌지빛 망토는

납이라 굉장히 무겁다. 그렇지,

저울에다 달면 바늘이 튀어나올 것이다.

 

P202

그러자 그것을 본 수도사 카탈라노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네가 보고 있는 못 박힌 사나이는

백성을 위해 그리스도 하나쯤은 죽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바리새인에게 권고한 사나이다.

보다시피 길 한가운데 알몸으로 비스듬히

모든 이의 발길에 차이게끔놓여 있다.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그 하나하나의 무게가 죄다 몸에 느껴지도록 해 놓았다.

 

P206

새해의 계절

태양이 물병자리 밑에 위치하여 햇살도 때뜻해지고

밤의 길이도 차츰 낮의 길이에 다가갈 무렵,

서리가  땅 위에다

그 하야 누이의 ()화장을 흉내내어 보지만

그 붓질은 오래 계속되지 않는다.

마른 풀이 바닥나 난처해진 농부는

아침에 일어난 들판이 온통

새하얘진 것을 보고 이거 야단났다 하고 허리를 툭툭 치며,

집으로 되돌아와 투덜거리며 집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농부는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난처해진 모양으로 있다가

다시 문득 밖에 나가 순식간에

모두 바뀐 경치를 보면 희망에 차

작대기를 꺼내 들고

새끼 양들을 몰아 풀을 먹이러 나간다.

 

P207

꼭대기에 이르렀다.

그 위에 닿았을 때는 이미 폐에서 숨결이 완전히

끊어져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냥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 지금은 나태를 버려야 한다.”

하고 스승이 말했다. “깃털 방석을 깔고 앉거나

비단 이부자리를 덮고 자면서 명성을 얻은 예는 없다.

이름도 내지 못하고 평생을 마친 자가

지상에 남기는 유물은

말하자면 공중의 연기, 물 위의 거품이다.

, 일어서라, 만약 네 혼이 육체의 무게를 이겨 낼 수 있다면

모든 전투를 이겨 낼 수 있으리라.

그 영혼의 힘으로 호흡을 이겨 내거라.

악마로부터 벗어난다는 것만으로 일이 끝난 것이 아니다.

더 긴 연옥의 언덕을 올라가야만 한다.

내 말을 알아들었거든, 너를 위한 일이니 기운을 내라.”

 

P208

스승님, 빨리 저쪽 둑으로 건너가 절벽을 내려가십시다.

여기서는 목소리는 들려도 뜻을 알 수가 없고,

보이긴 해도 모습을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는 수밖에 달리 대답할 말이 없구나.”

하고 스승이 말했다. “지당한 소원은 즉석에서

말없이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P224

낮이 길어져서

해지는 시간이 차츰 늦어지는 계절

해질녘에 파리 대신 모기가 나올 무렵,

농부가 고개 위에 올라가 한숨을 돌리면

골짜기 아래 많은 반듯불이 들이

낮에 포도를 따고 밭갈이하던 언저리를 비춰 주듯이,

여덟째 구렁엔, 그 바닥이 보이는 근처까지 와 보니

골짜기 밑 곳곳을 작은 불들이 점점이 반짝이며 비춰 주었다.

 

P227

제군은 제군의 생을 생각하라.

제군은 짐승 같은 생을 보내기 위하여 태어난 게 아니다.

제군은 지식을 구하고 덕에 따르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P228

우리는 기뻤으나 기쁨은 곧 탄식으로 변했다.

이 미지의 땅에서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뱃머리 한 모서리에 부딪혀

세 번이나 물벼락 속에 배를 돌리더니,

네 번째에 이르러 고물이 쳐들리며

신의 뜻에 따라 물 속으로 배가 가라 앉았다.

그 다음 우리들 위에선 바다가 본래대로 해면을 닫았다.

 

p234

내가 행한 일들은 모두 사자가 아닌 여우의 행동이었다.

돌아가는 길도 질러가는 길도 환히 알고 있었고,

권모술수에 그토록 능한 나였기 때문에

그 이름은 방방곡곡에까지 퍼졌다.

그러나 나도 나이가 들어 인생의 돛을 내리고

닷줄을 끌어올릴 시기가 되니,

전에는 재미있어 하던 일이 그때는 무거운 짐이 되었다.

 

p235

뉘우치지 않는 놈은 용서 받지 못하고,

뉘우침과 악의는 누가 보더라도 모순이니.

양쪽이 함께 할 수는 없다.’

 

P245

오직 양심만이 나의 지주이다.

양심이라는 것은 사람의 좋은 반려로서

자신의 결백한 자각이 자기를 스스로 든든하게 한다.

 

나는 아비와 그 아들을 등지게 하였다.

능란하게 나쁜 짓을 선동한 아히도벨도

다윗과 압살롬의 사이를 이렇게까지 갈라놓지는 못했다.

맺어진 사람들을 이렇게 둘로 갈랐기 때문에,

나는 내 골통을, 몸통 안의 그 시작으로부터 갈라

이렇듯 손에 들고 다닌다.

이것이 나에게 적용된 응보의 이치이다.”

 

P256

또 운명의 여신이, 두려움을 모르는

트로이인의 교만심을 단번에 땅에 떨어뜨려

그 왕 프리아모스도 패하고 그 나라도 패했을 때,

왕비헤카베는 비참하게도 사로잡힌 몸이 되어

폴릭세네의 죽음을 보고

아들홀리도로스의 애처롭게 변한 모습도

바닷가에서 보게 되자

고통스런 나머지 미쳐 버려

개처럼 울부짖었다.

 

p260

그래서 내가 그에게 물었다. “저기 저 고약한 두 사람은 누구인가,

자네 바로 오른편에 둘이 바싹 달라붙어 누어서 마치

겨울철 더운 물에 담근 손처럼 김이 무럭무럭 나고 있는데?”

 

P262

정신 없이 나는 두 놈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러자 스승이 말했다.  보고 싶거든 실컷 봐라.

그러나 그것도 적당히 해야지, 난 더 참을 수가 없다.”

스승이 노기를 띠고 꾸짖는 솔기를 듣고

부끄러워진 나는 스승 쪽으로 돌아섰다.

지금 생각해도 못 견디게 부끄럽다.

저를 괴롭히는 꿈을 꾸면서

꿈 속에서 그것이 꿈 이길 바라는 것처럼,

있는 일을 전혀 없는 일같이 되길 바라는

사람처럼 나는 되었다.

사과하려고 생각하면서도 말을 못하고

살길은 사과를 하고 있는데도 사과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보다 더 큰 실수를 저질렀다 할지라도,”

스승이 말햇다. “너처럼 뉘우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쓸데없는 걱정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만약 또 싸움하는 자들에게로

우연히 간다면, 잘 기억해 둬라.

나는 언제든지 네 곁에 있다.

그런 걸 귀담아 듣는 것은 마음씨가 천하기 때문이다.”

 

P272

가리센다 탑은 기울어진 쪽에서 쳐다보면

구름이 그 위를 지나갈 때마다 앞으로 넘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안타이오스가 허리를 굽혔을 때 나는

그와 똑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순간 너무나 무서워서

다느 길로 갔으면 싶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쉽게 안타이오스는 우리를 골짜기 밑에 내려주었다.

그곳은 루시페르와 대왕과 유다를 삼켜 버린 곳이다.

거인은 허리를 구부린 채 꾸물거리지 않고, 곧 배의 돛대처럼 일어섰다.

 

P275

만약 내가 메마르고 거친 시를 읊을 수 있다면,

모든 바위 또는 바위가 내리누르는

이 음산한 구렁 밑이 적당할 것이다.

그러면 내 사사의 정수를 한껏

짜내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시구를 갖지 못한 이상

주저하고 두려워하며 말해야 한다.

전 우주의 땅 밑을 서술한다는 것은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엄마, 아빠 부르는 말 따위로는 안 된다.

 

P277

농부 아낙이 이삭 줍는 꿈을 가끔 꾸는 철에

물 속에서 얼굴만 내놓고

개골개골 우는 개구리처럼

고통에 괴로워하는 망자들이 얼음 속에 얼어붙어 있었다

평소에 수줍음의 빛을 띠던 볼까지 납빛이 되어

황새처럼 이빨을 딱딱 울렸다.

누구나 다 얼굴을 숙이고,

입은 추위를

눈은 애달픈 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발밑으로 시선을 돌리니, 거기 서로 달라붙어

머리털까지 한데 엉긴 두 사람이 보였다.

 

P288

이 애달픈 옥 속에도

희미한 빛이 새어들어 네 명의 아이들 얼굴에서도

나와 같은 표정이 보였다.

나는 비관에 못 이겨 내 팔을 깨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내가 배고픈 나머지

그렇게 한 줄로 알고 곧 일어서서 말했다.

아버님, 아버님이 저희들을 잡수신다면

그만큼 저희들의 고통도 덜어지니까 아버님이 입혀주신

이 비참한 살을 차라리 아버님이 벗겨 주세요.’

자식들을 슬프게 하지 않으려고 나는 진정했다.

그날도 그 다음날도 한마디 말없이 있었다.

아아, 냉혹한 대지여, 왜 너는 입을 열지 않았느냐?

나흘째에 접어들자

갓도가 내 발 밑에 몸을 내던지고

아버님, 왜 나를 안 도와주세요?’

하고 죽었다.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닷새 엿새 사이에 다른 세 아이도 하나하나

내 눈앞에서 죽어 갔다. 그 뒤 나는

아주 눈이 멀어 버려 하나하나 손으로 더듬었다.

아이들이 죽고 나서 이틀 동안은 연신 그들 이름을 불렀다.

그로부터 고뇌에는 지지 않았던 나도 배고픔에는 지고 말았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서 증오에 이지러진 눈초리로

비참한 두개골을 또다시 물어뜯었다.

그 이빨은 개 이빨처럼 날카롭게 뼈를 갉았다.

 

■ 천국편

 

P580

만물을 주관하는 그분의 영광은

온 누리를 꿰뚫어 빛난다.

어떤 것에는 강하게 어떤 것에는 약하게 빛난다.

그 빛이 넘치는 천상에

내가 있었다. 거기서 본 것을 거기서

내려온 나로서는 다시 이야기할 기운도 재주도 없다.

사람의 지력은 스스로의 소망에 가까워질수록 깊숙이 가라앉아

기억도 이미 그 자국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하나 그래도 이 성스러운 나라에서 내가 뽑아내어

내 기억의 보물로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을

이제 나는 시의 재료로 삼아 노래 부르리라.

 

p582

베아트리체는 눈을 천구 쪽에

집중시키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옮겨

그녀의 얼굴을 열심히 바라보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동안 내 내부에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말하자면 글라우코스가 풀을 씹어

해신들의 벗이 된 그런 변화였다.

인간의 조건을 초월한다는 것을 말로

다 표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은총으로써

언젠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겐 이 예로 충분하리라.

 

P584

그대는 그대가 생각하고 있듯이 지상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번개가 불의 하늘에서 생기는 것보다도 빨리

그대는 정해진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는 거예요.”

 

모든 사물에는

질서가 있는 거예요. 그 형태가 있기 때문에

우주는 주를 닮는 거예요.

이 점에 고귀한 창조물은 영원한 주의 증거가

되는 것인데, 이 영원한 가치야말로 이제 내가 말한

사물이 서열이 모이는 궁극의 목적입니다.

 

P594

생명이 그대를 사람에게 결부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그리고 기쁨의 천사로부터 유래되는 만큼

이 힘과 천체가 합쳐지면

눈동자에 환희가 빛나듯이 별이 되어 빛나는 거예요.

별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이는 것은 그 힘에 유래되는 것이지

밀도에 유래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힘이야말로 특성에 따라

명암을 낳는 형상의 원인이 되는 거예요.”

 

P598

현세에서 나는 수녀 동정녀있습니다. 지금 내가

몰라볼 만큼 아리따울지라도, 내가 누구인지

당신께서 기억을 더듬어 보시면 아실 거예요.

나는 바로 그 숨김없는 피카르다 입니다.

다른 복된 여러분들과 함께 여기

가장 움직임이 느린 천계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감정은 성령의 뜻대로

타오르기 때문에

성령의 인도에 따르는 것을 큰 기쁨으로 삼고 있습니다.

 

들려 주십시오, 여기의 행복한 당신들은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사랑을 얻으러

더욱 높은 하늘로 올라갈 것을 원하십니까?”

그녀는 다른 혼들과 얼굴을 마주보고 잠시 미소를 짓더니

첫사랑에 불타는 이처럼

기뻐하며 나에게 대답했다.

우리들의 의지는 사랑의 힘으로 진정되는 거예요.

 

가령 우리가 더 위로 오르고 싶다고 원한다면

우리들의 자리를 여기다 정하신 분의 뜻과

우리들의 소망 사이에 어긋남이 생기겠죠.

그러나 여기서는 사랑 속에 있음이 필연적인 사실이므로

사랑의 성질에 대해 생각을 한다면 그런 어긋남이

이 천구에서는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아실 거예요.

그뿐 아니라 이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주의 뜻 속에

머무는 것이 첫째 요건입니다. 거기서 비로소

우리들의 뜻이 주의 뜻과합일이 되는 것입니다.

 

p599

완전한 생애와 높은 덕으로 하여 더 위 하늘로 오르신 분이

있습니다하고 그녀가 말했다. “여러분의 하계엔

그분의 법칙에 따라 수녀복이나 너울을 쓰는 분이 계시는데,

죽을 때까지 그 사랑과 기거를 같이하기 위해서 입니다.

이 신랑(그리스도)은 사랑에서 우러났기 때문에 자기의 기쁨이 될

서원은 모두 받아 주신답니다.

 

P606

의지란, 의지가 바라지 않는 한은 멸망할 리가 없으며,

폭력을 당하여 불이 약해진 일이 천 번 있었다 할지라도

또다시 불길이 저절로 되살아나듯, 의지 또한 불타오를 것이에요.

폭력은 의지가 박약해져 갈수록

강해집니다. 이런 사람들은 성소로

돌아갈 만한 힘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지고 맙니다.

 

P607

이것이 모든 진리의 원천에서 솟아난

거룩한 흐름의 물결이었다. 그것이

나의 여러 가지 생각을 진정시켜 주었다.

 

, 주께 가장 사랑받는 분이여, 고귀한 여인이여.”

나는 그때 외쳤다. “당신의 이야기는 내 몸 속에

넘쳐흘러 나를 따스하게 하고, 그로 해서 활력이 솟는 것이 느껴집니다.

당신의 호의에 대해서는 아무리 감사를 드려도

나로서는 도저히 다 감사를 드릴 수가 없지만,

전지전능하신 분께서 반드시 보답해 주시겠지요.

어떠한 진리도 하느님의 진리 밖으로는 나갈 수가 없고,

우리 인간의 지성은 하느님의 진리에 비쳐지지 않는 한

아무래도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익히 잘 알았습니다.

 

사람의 지혜는 진리에 도달하면 들짐승이 동굴 속에서 쉬듯이

곧 그 속에서 쉽니다. 사람에게는 그것이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모든 소망은 헛일이 되고 말겠지요.

마치 나무에 싹이 트듯이 이 소망에서

진리의 뿌리에 의혹의 싹이 트는데, 그것은 차례차례

우리를 밀어올려 꼭대기로 가게 하는 자연의 힘입니다.

이 힘이 나를 부르고, 이 힘이 나를 대담하게 만들어

내가 잘 모르는 또 하나의 진리에 대해서, 여인이여

당신에게 경의를 표하며 질문을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내가 알고자 하는 점은 어긴 서원을

당신의 저울에다 걸어 무게가 부족하지 않을 만한

다른 선행으로서 보충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점입니다.”

P608 아주 고귀하고 사랑스런 불꽃으로 가득 찬 눈매로

베아트리체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의 힘은 확 풀어져서 등을 돌리고 달아났다.

나는 정신이 몽롱하여 두 눈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P611

천지를 창조하실 때 하느님께서 아낌없이 내리신

가장 큰 선물은, 하느님이 가장 소중히 여기시고

또 하느님의 힘에 가장 적합한 의지의 자유였습니다.

오직 지성 있는 생물 만이 모두

이 자유 의지를 예나 지금이나 받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점으로 미루어 보면 서원이 갖는 높은 가치가

그대에게도 이해될 거예요. 만약 그대가 소망한다면

하느님은 반드시 그것을 받아 주실 거예요.

왜냐하면 주와 사람 사이에 계약이 맺어질 땐

이제 말한 자유 의지의 선물이

자발적으로 희생되기 때문입니다.

P631

가장 하느님을 닮은 것 속에서 가장 빛을 떨치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점에서 사람은 혜택을 받고 있는데,

비록 그 한 가지만 모자란다 할지라도

사람으로서의 품위는 상실될 것입니다.

사람이 권력을 잃고 지고선을 닮지 않음으로 떨어진 것은

오로지 그가 저지른 죄악 때문인데,

그로 인해 그 빛은 희미하고 덧없게 되었습니다.

P635

당신의 말씀이 나에게 주는 고귀한 기쁨을

나는 보고 나는 느낍니다만, 그와 마찬가지로

모든 선이 시작되고 또 끝나는 곳에서

당신이 그 기쁨을 보시고 그것을 느끼고 계신다 생각하니

더더욱 감사한 생각이 듭니다. 당신이

하느님을 보고 그 기쁨을 분별하신다는 것이 참으로 반갑습니다.

당신은 나를 기쁘게 해 주셨는데, 이제는 설명하여 주십시오.

왜 달콤한 씨앗에서 열매가 열리는지, 그 의문이

당신 말씀을 듣는 동안에 생겼습니다.”

 

P645

복받은 영혼이요, 하느님의 눈에는 모든 것이 바치는데

하고 내가 말했다. “ 그 하느님 안에 그대 생각이 들어간 이상

그대 눈에는 모든 소원이 비치리라.

그대 목소리는 세 쌍의 날개를 사제복으로 삼는

신심 깊은 불들의 노랫소리에 맞추어

줄곧 음악 소리로 하늘을 즐겁게 해 주고 있다. 그러한 그대가

왜 나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지?

그대가 내 마음을 알아보듯이 내가 그대 마음을 알아볼 수 있다면,

과연 이제까지 물음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P661

세상을 다스리는 섭리는

어떠한 시력을 가지고도 그 밑바닥까지는

미치기 어려운 심오한 뜻으로

그 소리 높이 외친 분이 스스로 축복받은

피로써 인연을 맺은 신부가

더욱 정절한 마음으로 마음놓고

사랑하는 이 곁으로 가까이 갈 수 있도록

그 좌우편에

두 귀공자를 딸려서 길잡이로 삼으셨다.

귀공자 하나는 열정에 있어 사랑의 천사와도 같았고,

다른 하나는 학식에 있어 지상에 있는

진리의 천사가 띠는 빛과도 같았다.

지금 그 하나에 대해 말을 하지만 둘은 같은 목적을 위해

일했으므로 그 어느 하나를 들어서

칭찬하더라도 그 둘을 찬양하는 것이 되리라.

P675

내가 지금 본 것을 보다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은

상상을 잘 해보라. 그리고 내가 지금 말하는 동안도

단단한 바위 달라붙듯, 그 상상에 달라붙어 있거라.

 

P677

죽지 않는 것도 죽을 수 있는 것도

필경은 우리의 주께서 사랑에 의해

낳으시는 관념적 이데아의 빛에 지나지 않는다.

제 빛의 본체로부터 유래하는 이 살아 있는 빛은

본체로부터도 갈라지지 않고 그 양자와 합쳐져서

삼자가 하나로 되는 사랑으로부터도 갈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스스로의 은혜에 의해 그 살아 있는 빛은

영원히 하나이면서, 거울에 비치고 거울에 모이슫이

그 빛을 아홉 천사의 존재 속에 모으고 있다.

이어서 빛은 거기서 나와 하늘에서 차례차례

최후의 힘이 미치는 데까지 내려와

마친매는 멸망하고 말 우발적인 것밖에

만들지 못하게 된다.

이 우발적인 것이란

회전하는 천구가 혹은 씨앗에 의해

혹은 씨앗 없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P679

그러나 이것이 항상 그대 발에 납덩이가 되어

납득이 가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조급히 시비를 논하지 말고,

지친 사람처럼 걸음을 더디 하는 것이 좋으리라.

좋고 나쁨을 말하든 시비를 논하는 간에

세밀한 판단도 하지 않고 긍정 부정을 결정하는 자는

어리석은 자 중에서도 가장 떨어지는 자이다.

그러므로 성급한 의견은 자칫

그릇된 방향으로 구부러진다

 

P689

탐욕이 녹아서 불 속에 섞이듯이

선을 동경하는 사랑은 언제나 녹아서

선 속에 들어가, 그 선의가

저 하프에게 침묵을 명했다.

 

P692

그러나 내가 무한한 시력을 가지고 그 속을 보고

나로 하여금 감미로운 동경의 목마름을 느끼게 하는 그 거룩한 사랑이

보다 더 잘 채워지고 이루어지게끔

목소리에 자신과 용기와 명랑함을 담고

네 의지와 소망을 소리 내어 말해라.

그에 대한 내 대답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P708

너의 가장 사랑하는 것을 모조리 버려야

하겠다. 이것이 추방의 활이 쏘는

첫 화살이다.

남의 빵이 얼마나 입에 쓴 것이니지

남의 층계의 오르내림이 얼마나 쓰라린 것인지를

너는 뼈저리게 깨닫게 되리라.

너의 두 어깨에 가장 무겁게 파고드는 짐은

너와 함께 골짜기에 떨어질

동지들의 어리석음과 비열함이다.

그들은 너의 은혜를 원수로 갚고, 광란과 불역의 나쁜짓을

거듭할 것이다. 그러나 그 행위 때문에

얼굴을 붉힐 자는 네가 아니라 그들일 것이다.

그들의 야만스러움은 그 소행을 보면

훤히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너는 너 자신의

당파를 갖는 것이 너의 명예가 되리라

 

P738

인간의 눈과 비교할 때 당신의 뿌리는

참으로 멀고 깊다!

그리고 너희 현세의 인간들이여, 판단을 결코 소홀하게

내리지 말도록 하라. 하느님을 뵙는 우리의 눈에도

하늠님의 소망이 우리의 소망이 되는 이 기쁨 속에서

우리의 기쁨이 밝혀져 가는 것을 생각할 때,

이 지식의 모자람조차도 우리에겐 감미로운 위안이다.”

 

P745

당신이 내게 보내는 사랑의 빛은 잘 보이지만

내가 말하는 것도, 입을 다무는 것도, ‘언제, ‘어떻게

그것을 임의로 결정할 분이 멈춰 계시는 이상,

내가 깊이 소망하더라도 질문은 않는게 좋으리라.”

 

P752

그래서 내가 말했다. “당신이 나와 이야기하시며

나타내시는 온정과 여러분의 광명 속에

보이고 또 볼 수 있는 어지신 모습이,

마치 햇빛을 담뿍 받은 장미가

한껏 활짝 피어나는 것처럼

내 마음 속의 믿음을 더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청이 있습니다 아버지 같은 이여, 가르쳐 주십시오

당신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는

은혜를 나 같은 사람도 받을 수가 있겠습니까?”

 

P760

눈을 뜨고 내 모습을 보세요.

그대는 여러 가지를 보았기 때문에 이젠

내 미소를 견딜 만큼 눈이 강해졌을 거예요.

나는 마치 꿈에서 깨어나서

사라져 버린 꿈을

헛되이 좇는 이 같은 심정이었는데,

그때 이 말을 들었던 것이다.

과거를 기록하는 책에 특필하여 마땅한

고마운 말이었다.

서정시의 여신과 그 자매들이, 달고 진한 젖으로 길러낸

풍만한 목소리의 소유자들이, 지금 여기서 나를 도와

설사 모두 목청을 합하여

이 거룩한 웃음과 미소로 더욱 선명해진

그녀의 모습을 찬송했다 할지라도

내가 부르고 싶은 참다운 노래의 천분의 일에도 못 미쳤으리라.

 

P766

아아, 영특한 사람의 영원한 빛이여,

우리의 하느님은 이 극락의 열쇠를 지상으로 가져오셔서

당신에게 맡기셨습니다.

아무쪼록 당신 마음대로 신앙에 관하여

이 사람을 자세히 시험하세요.

그 신앙이 있었기 때문에 당신은 바다 위를 걸으실 수 있었습니다.

이 사람의 믿음, 소망, 사랑이 옳은 것인지

당신의 눈에는 분명할 것입니다. 만물이 보이는 곳에

당신의 눈은 쏠려 있으니까요.

이 나라는 진실된 신앙에 의하여

백성을 만들었습니다. 그 신앙을 찬양하기 위해

이 사람에게도 거기 대한 발언의 기회가 부여된다면 다행이겠습니다.”

 

P767

이 천상에서 내 눈에 보이는 온갖 심오한 사물은

하계에서는 자취를 감추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계에선 그러한 사물의 존재는 오로지 신앙에서 유래되며,

그 신앙의 기반 위에 커다란 소망이 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은 실체의 성격을 띠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것은 보지 말고 이 신앙을 기초로

삼단 논법을 추진시켜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신앙은 논증의 성격을 띠는 것입니다.”

 

P769

아아, 거룩한 아버지시여.”내가 말을 시작했다. “무덤으로

달려간 요한보다 당신이 먼저 믿었음을

당신의 영혼은 지금 여기서 보고 계십니다.

내가 주저치 않고 믿은 신앙의 본질을

내가 말하기를 당신은 원하시며,

아울러 그 신앙의 유래도 물으셨습니다.

말씀드리지요. 나는 한 분의 신, 유일하고도 영원한 하느님을

믿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모든 하늘을 사랑과 소망으로 움직이고 계십니다.

 

P780

시력을 잃ㅇ었나 하여 내가 속으로 염려하고 있을 때

그 시력을 잃게 한 빛 속에서

내 주의를 끄는 다음과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를 보려다가 잃은 시력을

그대가 회복할 때까지는

이야기나 해서 보충하는 것이 좋으리라.

우선 묻겠는데, 그대의 마음은 어디다 초점을

두고 있느냐, 그대 눈은 흐려지긴 했으나

아주 안 보이게 된 것은 아니니 마음 놓아라.

이 하늘나라도 그대를 인도해 가는 그녀는

그 눈길 속에

아나니아의 손이 가졌던 힘을 지니고 있다.

 

P782

인간의 지성과 그 지성에 합치되는 권위에 좇아서

그대의 사랑 가운데 으뜸가는 사랑은 하느님을 위해 젖혀 둬라.

그리고 그대를 사랑으로 끌어들이는 그 밖의 밧줄을

그대가 과연 느끼는지, 몇 개의 이빨로 이 사랑이

그대를 물어뜯고 있는지, 그 점도 말해보라.

 

P784

인간의 기호는 천체에 좌우되어 변화하므로

이성의 산물이

변함없이 오래오래 계속된 적은 이제껏 한 번도 없었다.

사람이 말을 한다는 것은 자연 행위이지만,

어떻게 말하건 그것은 너희들 좋을 대로

너희들이 자연으로부터 재량을 일임받고 있다.

 

P805

그대가 알고 싶어하는 것을

묻지 않아도 나는 알고 있습니다. 모든 곳과 모든 때가

모이는 그 점에 그대의 소망이 모두 비쳤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사랑은 더 이상 자신을 위해 선을 모음 수가

없으므로, 모으기 위해서가 아니라,

광휘가 널리 퍼져 나 여기 있다

고 말할 수 있도록 시간을 초월한 영원 속에서

일체의 한계를 넘어 자기 마음대로

그 영원한 사랑을 새로운 사랑들 속에 펼치셨던 거예요.

 

P808

그대들 인간은 지상에서 철학을 할 때 같은 길을

가지 않아요. 얼핏 보기에 화려한 일을 하려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잘못을 이 천상에서는

성서가 멸시되거나 왜곡되던 때보다는

비교적 관대하게 보아 주고 있습니다.

이 성서의 진리를 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으며,

그 진리에 겸허하게 다가가는 이를 하느님이 얼마나 기뻐하시는지

그런 것을 생각하는 이가 지상에는 없습니다.

세상의 이목을 끌려고 모두 지혜를 짜내어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새로운 설이

세상에 퍼지고 복음서는 잊혀지고 맙니다.

 

P818

여기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지금 그대 마음속에 타올라 그대를 애타게 하는 소망이

커지면 커질수록 나는 기쁩니다.

그러나 이러한 갈망을 풀려면

이 물을 먼저 마셔야만 합니다.”

 

P819

여느 때보다 훨씬 늦게 잠을 깬 젖먹이라도

그때 내가 돌아보고 마셨던 만큼

급히 젖을 찾으려고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눈을 가다듬고 보다 잘 보려고

물결 사이로 몸을 굽혔다.

그것을 마시면 시력이 나아진다는 하느님 빛의 물결이다.

내 눈 가장자리가 이 물을 마시자

지금까지 강처럼 길게 보이던 흐름이

갑자기 둥근 호수처럼 넓어 보였다.

가면을 쓰고 제 모습을 감추던 사람이

그 가면을 벗어 버리면

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법,

그와 마찬가지로 꽃과 불꽃들이 전보다 더 한층

기꺼운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P828

나는 천국 전체의 모습을

벌써 한눈 아래 바라보고 있었으나,

아직 시선을 어느 부분에도 고정시키고 있지 않았다.

새로이 탐구심이 불타오른 나는

머리에 떠오른 의문을 풀이 받고자

나의 여인 쪽을 돌아다보았다.

그러나 예상하고 왔던 바와는 달랐다.

베아트리체가 보일 줄 알았는데,

영광의 백성 차림을 한 노인 한 분이 거기 있었다.

눈에도 볼에도 상냥한

희열의 정이 넘쳐흘러

마치 어지신 어버이를 연상케 하는 태도였다.

어디에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노인이 대답했다. “그대 소망을 풀어 주도록

베아트리체가 나를 내 자리에서 불러냈다.

제일 높은 단에서 세어 셋째 원을 보면

그 공덕에 따라 그녀에게 주어진 보좌에

앉아 계심을 그대도 볼 것이다.”

P829

“”아아, 고귀한 여인이여, 내 희망은 당신 안에서 솟구칩니다.

당신은 나를 구원하기 위해 수고를 마다 않고

일부러 지옥까지 내려와 주셨습니다.

내가 이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당신의 자비로우신 조력과

은혜 덕분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힘이 미치는 한

온갖 길을 거쳐, 온갖 수단을 다하여

나를 속박에서 자유로운 몸으로 건져내 주셨습니다.

당신은 위대한 힘을 앞으로나 나에게 주십시오.

당신이 건강하게 치유해 주신 나의 영혼은

당신의 뜻대로 육체의 사슬을 벗어날 것입니다.”

 

그대의 길을 그대가 완전히 다 마치도록

그녀의 기도와 거룩한 사랑이 나를 이리로 보내 주었다.

이 꽃을 올려다보고 눈으로 날거라.

그것을 보면 그대의 눈은

장엄한 빛을 우러르기에 알맞게 되리라.

하늘의 여왕은 모든 은총을 우리에게 줄 것이다.

성모를 위해 온통 사랑의 불이 되어 타고 있는 나는

성모에게 충성스런 베르나르이다

 

P835

이 광대한 왕국 안에서는

슬픔이나 목마름이나 굶주림이 있을 수 없듯이,

우연도 있을 수가 없다.

그대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영원한 법칙에 의해

정해져 있으므로 손가락에 가락지가 끼어지듯이

모든 것이 정확하게 대응되고 있다.

때문에 이 진실된 삶으로 서둘러 온

이 아이들에게

지복의 정도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P843

여기서는 사랑 한가운데의 횃불이 되시고

하계의 인간 사이에서는

살아 계신 소망의 샘이 되시나이다.

위대하고도 너그러우시도다.

은총을 구하는 자, 만일 당신에게 빌고 당신에게 의지하지 아니하면

그 소망은 나래 없이 나르려 함과 같으리이다.

 

P845

나는 지금 꿈을 꾸고 난 사람 같은 심정이다.

꿈이 깨어 모든 것이 사라졌지만

감동만은 새겨져 전해지고 있다.

꿈에서 본 모습은 말끔히 사라졌으나,

그래도 내 마음속에는

아름다움이 아직도 흐르고 있다.

햇볕에 녹는 눈이라고 할까,

바람에 지는 가여운 나뭇잎에 적힌

시빌레의 점괘에나 비유할까.

아아, 지고하신 빛이여, 인간 관념의 한계를 넘어

높이 솟아오르는 빛이여, 내가 우러러뵈온 당신의 모습을

조금만이라도 내 기억 속에 남겨 주시지 않으시려는지.

당신의 영광된 빛줄기 하나만이라도

미래의 백성에게 전할 수 있는 힘을

 

P848

지금 돌이켜 생각하지만, 만약 내가 그 살아 있는 빛의 예리함을

두려워하여 눈을 돌렸더라면

나는 어리둥절하여 바른 길을 잃고 말았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감히 그 빛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내 시선을 무한한 하느님의 힘과 만나게 만든 것이다.

아아, 넘칠 듯 푸짐한 하느님의 은총이여, 나는

두려움 없이 영원하신 빛을 정확히 보았고

그럼으로써 내 시력을 충만케 했던 것이다!

 

그의 빛 깊디깊은 곳에는

우주에 흩어져 잇는 모든 것들이

사랑에 의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실체와 우연히 만들어진 모습이

서로 오묘하게 섞여 있었으므로,

내 말 따위는 아련히 하늘거리는 빛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렇듯 결합된 우주의 모습을

나는 분명히 본 것이다. 지금 이렇게 말하면서도

환희가 더해 옴을 나는 느끼기 때문이다.

 

P849

둘째원은, 말하자면 반사된 빛으로써

당신 안에서 생기는 것같이 보였으나

그 원을 찬찬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 안에 그것과 같은 빛깔을 한 우리들 인간의 모습이

구려져 있는 것 같았다.

내 시선은 온통 그 모습으로 쏠렸으나

원의 둘레를 재려고 열중했던 기하학자가

아무리 궁리를 해도

자신에게 필요한 원리를 못 찾아내듯이.

그 기묘한 모습을 본 나는 어찌하여 그 상이

원에 합치되며, 어찌하여 그 상이 거기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P850

내 공상의 힘도 이 높이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사랑은 벌써 내 소망과 내 마음을

한결같이 도는 수레바퀴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태양과 뭇 별들은 움직이는 사랑이었다.

 

 

 

■ 내가 저자라면

 

<신곡>의 구성은 단순하다. 일반적으로 단테 자신으로 추정되는 한 인간이 저승세계로 여행 할 수 있게 되어 지옥∙연옥∙천국에 사는 영혼들을 만나게 된다. 그에게는 두 명의 안내자가 있는데, 하나는 '지옥' '연옥'을 안내하는 베리길리우스이고 또 하나는 '천국'을 안내하는 베아트리체이다. 1300년 부활제인 성()금요일 저녁부터 부활절(일요일)을 약간 넘긴 시간에 일어난 이 허구의 만남을 통하여 단테는 추방이 그를 기다리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런 식의 구상을 통해 단테는 망명 중 겪게 될 이야기를 창조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자신의 재난에 어떤 식으로 대처하는지를 설명하고 이탈리아가 처한 난관의 해결책까지도 제시한다.

<신곡>의 원제목은 "코메디아(La Commedia)"인데 이것은 희극이라는 뜻이라기보다는, 이전의 비극과는 달리 행복하게 결말을 맺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신곡>의 구조를 이루는 기본 구성요소는 곡(, canto)이다. 이 시는 100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옥편><연옥편><천국편> 3편으로 나뉘어져 각 편이 33개의 곡이 있다. 그러나 <지옥편>에는 시 전체의 서문 역할을 하는 곡이 하나 더 있다. 대부분의 곡은 136~151행 정도의 길이이며, 시의 운율체계는 3운구법 이다. 이처럼 각 편을 33장으로 구성한 것은 기독교의 삼위 일체 교리에서 얻어진 것으로, 단테의 깊은 신앙심을 나타낸다.

또한, 이 작품의 순서가 지옥에서 연옥으로 다시 천국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부터가 함축적인 의미가 있다. 고통을 받는 죄인들의 장소인 지옥과 연옥은 고뇌의 상징이며, 유혹과 본능의 세계를 묘사한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러한 유혹과 죄악에 물들기 쉽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는 셈이다. 단테가 이런 과정을 거쳐 천국에 이르게 된다는 것은, 진정한 고뇌를 통하여 인간이 고결하게 영혼을 정화할 수 있다는 그 나름의 인생관이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단테가 종교와 인생에 대해여 내린 해석이요, 길의 제시가 된다. 이 작품의 제목이 본디 희곡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것도 그런 의미를 함축한다. 원래 비극과 같이 처절한 몰락이 아니라 구원에 이르는 행복을 얻는 것이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인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각 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고통에 빠져 연민을 느끼게 하고 있지만, 좀 더 읽는 독자들에게 깊은 깨달음을 줄 수 있으려면, 죄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천국편'은 그러한 이야기가 부족해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저자의 느낌과 감성이 대부분이어서, 배경 지식이 없다면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따라서, 내가 저자라면 비극이 담겨져 있고 감동이 녹아져 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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