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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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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8일 10시 55분 등록
신곡(神曲, La comedia)

* Durante degli Alighieri 지음, 박상진 옮김, William Blake 그림, 민음사, 2007.08.05

 

1. ‘인간의 신, 신의 인간(저자에 대하여)

 

Durante degli Alighieri  

 단테1.JPG 단테2.JPG

Durante degli Alighieri (1265~1321)

 

두란테 델리 알리기에리, 생의 굴곡을 반영이라도 하듯 긴 이름을 가졌다. 단테는 1265, 13세기 중반에 피렌체에서 태어난다. 13세기의 유럽, 그 중에서도 피렌체는 인류가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던 흥미진진함이 있었던 곳이다. 봉건제도가 서서히 그 명을 다해가고 있었고 새로운 계급, 또 다른 힘이 사회를 움직이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십자군 전쟁 등으로 신에 이름으로 벌어지는 많은 전쟁에서 인간은 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와 사랑을 동시에 느끼던 시기였다.

과학과 미술 기법이 발달하고 고전에 대한 재해석이 봇물 같이 터져 나오던 시기다.

 

뿐인가, 대륙 이웃나라 프랑스에서는 세기의 건축물 노트르담 대성당(1163~1250)이 고딕 양식의 절정을 완성했고 미술에서는 피렌체의 조토 디 본도네가 명암과 단축법의 혁신을 이루었고 이후 마사초와 레오나르도, 미켈란젤로로 이어지는 콰트로첸토의 서막을 장식하고 있던 때였다. 당시 유럽의 분위기, 특히 피렌체의 자유의 공기는 그 어떤 시기보다 맑았다.

단테는 이 시기를 살았다. 간략하게 그의 연보를 본 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


Dante Alighieri
간략 연보

1265:

1274: Beatrice를 처음 만난다. 곧 사랑에 빠진다.

1283: 아버지의 죽음. Gemma와 결혼

1289: Campaldino 전투에서 기병으로 참전.

1290: Beatrice의 죽음

1292: ‘The Vita Nuova’(새로운 인생) 집필

1294: Charles Martel of Anjou의 참모로 활동

1295: 약제상 길드에 가입

1301: 사절단 자격으로 교황Pope Boniface VIII(보니파키우스 8) 를 만나기 위해 로마 방문

1302: Guelf당 실정(失政), 단테는 추방당함

1304: ‘De vulgari eloquentia’(속어론) 출판

1315: Cangrande della Scala(베로나의 전제 군주)의 초대로 Verona

1317: ‘Inferno’ (지옥편) 출판

1319: Ravenna로 옮김

1321: 914일 사망

 

단테는 1265 3, 그러니까 오늘날 이탈리아 북부의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그의 본명은 ‘두란테’(Durante)였지만, 이듬해에 유아세례를 받은 이래로 줄곧 ‘단테’(Dante)로 불리게 되었다. 알리기에리 가문은 원래 귀족에 속했지만 단테가 태어날 당시에는 사실상 몰락한 상태였으며, 그의 아버지는 임대 및 대부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했다. 1272년에는 어머니가, 1280년대에는 아버지가 사망함으로써 장남인 단테는 10대 후반에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재산이 좀 있어서 특별히 어려운 생활은 아니었다.

 

그의 생애를 이야기하면서 베아트리체는 빠뜨려서는 안 될 사람이다.

1274 5 1, 아버지를 따라 유력자인 폴코 포르티나리의 집을 방문한 단테는 폴코의 딸인 베아트리체(비체)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린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9, 그의 나이는 10세에 불과했지만, 이날의 경험이야말로 그에게는 일생일대의 사건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관습에 따라 단테는 마음에 두었던 베아트리체가 아니라 부모님이 정한 상대와 맺어지고 말았다.  

 

겨우 13세 때인 1277 2 9, 단테는 피렌체의 또 다른 유력자인 마네토 도나티의 딸인 10세의 젬마와 약혼했고, 9년 뒤인 1286년에 그녀와 결혼했다. 베아트리체 역시 1287년에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1283 5 1, 단테의 일생에서 또 한 번의 획기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처음 만난 지 정확히 9년 만인 바로 그날, 베아트리체가 길에서 단테를 보고는 인사를 건넸던 것이다. 단지 의례적인 인사에 불과했을지도 모르지만, 황홀해진 단테는 그날 밤에 꿈속에서 그녀와 함께 사랑의 신을 목격한다. 잠에서 깨어난 단테는 그때부터 베아트리체를 향한 사랑을 담은 시를 쓰기 시작한다. 인문 교육을 받은 단테는 라틴어에 능통했으며, 키케로와 보에티우스와 베르길리우스를 비롯한 고전 작가들을 숙독했다. 그러나 1290 6, 베아트리체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다. 슬픔에 빠진 단테는 그때까지 베아트리체를 그리며 쓴 시를 엮어서 새로운 인생’(1295)이라는 책으로 간행한다.

  

  피렌체에서의 정치 활동과 망명 생활

 

단테가 살았던 14세기 후반의 피렌체는 당파 싸움이 한창이었다. 당시의 정치적 배경은 이 저명한 시인의 생애를 이해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당시 피렌체를 양분하는 세력이었던 교황파 겔프당과 황제(신성로마제국)파 기벨린당은 종종 음모와 무력을 동원해 가면서 권력을 뺏고 빼앗기며 각축전을 벌였다. 단테는 이 가운데서도 겔프당에 속했으며, 이 당이 또다시 상인파 비앙키(백색)당과 귀족파 네리(흑색)당으로 갈라지자 전자를 지지하고 후자와 대립했다. 그러나 정치가로서 요직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는 비교적 당리당략에 좌우되지 않고 공평한 처신을 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1295
년에 피렌체의 약제사 조합에 가입함으로써 정계에 입문한 단테는 머지않아 탁월한 지성과 언변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임기 2년의 피렌체 행정부 최고위원 3인 중 1인으로 재직할 때에는 비앙키당과 네리당 간의 분규를 주도한 양측의 문제 인물들을 시외로 추방함으로써 명성과 아울러 원한도 만들게 되었다. 1301년에 프랑스의 귀족인 샤를 백작이 교황의 요청으로 군대를 이끌고 피렌체로 진격하자, 단테는 교황을 설득해 전쟁을 막기 위한 사절단의 일원으로 로마로 향한다. 하지만 그가 로마에 머물던 11 1, 샤를이 피렌체에 진입함과 동시에 그 위세를 업은 네리당의 주요 인사들이 권력을 장악한다.

단테3.JPG

 

 

 

[신곡]을 손에 들고 있는 단테. 이탈리아의 화가 도메니코 미 미첼리노(1417-1491) 1465년 작

 

1302 1 27, 단테는 최고위원 재직 당시의 뇌물 수수 및 각종 비리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 선고를 받는다. 로마를 떠나 피렌체로 돌아오던 단테는 이 소식을 듣고 귀향을 포기했으며, 이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줄곧 타향을 전전하는 신세가 된다.

단테의 최고 걸작인 신곡은 그의 삶에서도 가장 어두웠던 바로 이 시기에 나온 작품이다. 1312년에 신성로마제국의 새로운 황제 하인리히 7세가 군대를 끌고 이탈리아로 내려오자, 단테는 그 위세를 업고 피렌체로 돌아가려는 꿈에 부푼 나머지 황제 치하의 정치에 관한 이상을 담은 제정론을 저술 하지만 하인리히 7세가 왕위에 오른 지 불과 1년 만에 사망함으로써 단테의 꿈은 다시 한 번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평생의 대작 [신곡]의 완성과 단테의 최후

1312~18년까지 베로나에서 머물렀던 단테의 말년이 딱 그러했다. 1314년에 [지옥]이 간행되어 명성은 크게 올랐지만, 망명객인 그의 내면은 한시도 평온할 날이 없었다. 내면의 고민이 외면으로도 드러났던 것일까. 조반니 보카치오의 전기에 따르면, 당시 단테를 처음 본 베로나의 어떤 여자들은 그 꾀죄죄한 행색에 놀란 나머지 “저 사람 행색을 보니 정말로 지옥에 다녀온 모양”이라고 수군거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물론 피렌체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315, 전쟁을 목전에 둔 피렌체의 네리당은 다급한 마음에 내부 결속을 위해 단테를 비롯한 여러 추방자들에게 사면을 제안한다. 그러나 막대한 벌금과 굴욕적인 공개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는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단테는 그 부당성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편지를 보내 파란을 일으킨다. 우려했던 전쟁은 다행히 벌어지지 않았지만, 네리당은 대신 단테에게 칼끝을 겨눈다. 이제는 아예 사형을 선고하고 재산을 모조리 압류했으며, 피렌체에 남아 있던 그의 세 아들에게도 사형을 언도했다(다행히 그들은 무사히 도피했다.)

들라크루아.JPG  

 

 

들라크루아(1798-1863)의 그림 [단테의 조각배]

 

1318, 단테는 베로나를 떠나 라벤나에 머물면서 신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천국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라벤나의 외교 사절로 베네치아에 다녀오다가 병에 걸려 1321 9 14일에 사망한다. 56년간의 삶에서 3분의 1에 해당하는 19년을 망명객으로 보낸 뒤 맞이한 쓸쓸한 죽음이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넘어서야 실책을 깨달은 피렌체는 단테의 유골을 모셔오려 했지만 라벤나는 번번이 거절했다. 1519년에 교황이 그 분쟁에서 결국 피렌체의 손을 들어주자, 라벤나는 단테의 유골을 몰래 빼돌리는 것으로 응수했다. 모처에 은닉되었던 유골이 발견되어 라벤나의 작은 교회에 안치된 것은 무려 1865년의 일이었다. 사후 500년이 되어서야 단테의 긴 유랑은 비로소 끝났던 셈이다.

참고) 위키피디아, 네이버캐스트 인물 정보 등

 

 

 

 

 

2. ‘지옥과 천국(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 본문 내용, Ü : 나의 언어)

 

지옥편 ‘inferno’

 

1

오늘날 우리가 ‘이탈리아’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나라가 생겨난 것은 19세기 후반에 이탈리아 왕국이 수립되고 전 국토가 통일된 직후의 일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그 이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는 없었으며, 다만 여러 도시국가와 공국 등이 저마다의 세력을 발휘하고 종종 외세의 압력에 시달리며 공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인의 민족적인 동질성에 대한 의식이 아 주 없지는 않았으며, 13~14세기에 이루어진 경제력의 향상과 르네상스의 탄생은 문화 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바로 이 시기를 전후해 활동한 인물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이며 신곡의 저자인 단테 알리기에리다. 1곡은 1300 3/25~3/26간의 이야기며 단테 나이 35세였다.

 

□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어두운 숲에 처했었네 (p. 7)

 

Ü 대작 신곡의 첫 문장이니 예의상 외워둬야 할 것 같다. 각주에서 단테는 하느님께 향하는 인간의 순례 이야기로 이 글의 모티브를 설정했다고 한다. ‘우리 인생길 반 고비전설하였듯이 단테 나이 35이라는 말이고 이 당시 사람의 일생은 70세 정도로 인식했을 것이다. 어두운 숲은 인간의 문명이 미치지 못하는 야만의 장소, 하느님의 빛이 들지 못하는 시기임을 암시한다고 한다.

 

□ 지친 몸을 잠시 쉬게 한 뒤

황량한 비탈길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단단한 다리는 언제나 낮은 쪽이었다. (p. 8)

 

Ü 단단한 다리는 왜 낮은 쪽인가. 단단한 다리는 신념이다. 여정에서 자신이 믿고 있는 유일한 에너지원이며 자신을 이끌어 주는 단 하나의 운송 수단이다. 그런데 그것이 낮은 쪽이라니. 신념은 항상 낮은 차원, 아니면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의미하는가. 

 

□ 미친 듯 재산을 모은 자는

재산을 잃을 때가 오면 오로지

재산만 생각하며 울부짖고 괴로워한다. (p. 11)

 

Ü 자신이 일생을 바쳐 추구한 가치, 그것이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죽는 순간 그 자신의 가치가 결정된다. 재산, 나쁘지 않은 가치지만 천박하다. 근데 예수는 그것이 나쁘다고 했다. 천국에 갈 조건은 되지 못한다고 일갈한 바 있다.

 

□ 오랜 침묵으로 목이 잠긴 듯한 사람이

눈앞에 나타난 것은 그렇게

내가 낮은 곳으로 밀려나고 있을 때였다. (p. 11)

 

Ü 베르길리우스의 출연이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가 정신적 스승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며 BC 70~BC19년까지 살았던 사람이다. 로마 건국의 시 아이네이스를 썼고 에피쿠로스 철학을 배우며 고대 그리스 철학을 자신의 문학에 접목 시킨 사람으로 평가 받는다. 단테는 그를 정신적 스승으로 삼았고 신곡의 지옥편에서 저승의 안내자로 그를 지목하여 지금 출연하고 있는 것이다. 시성이다.

 

□ 그 놈과 비슷한 짐승들은 참으로 많으니

사냥개의 사나운 이빨이 그놈을 죽이기 전까지

그놈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사냥개는 흙과 쇠가 아니라

지혜와 사랑과 덕을 먹고 살 것이며

펠트로와 펠트로 사이에서 태어날 것이다. (P. 13)

 

Ü 그놈은 표범, 사자, 암늑대를 말하고 각각 음란, 오만, 탐욕을 상징한다. 수많은 짐승 즉 세상의 악에 맞서 이에 대응한 삼위일체의 신성, 지혜, 사랑, 덕을 수행하는 존재로 사냥개를 비유하고 있으며 그 사람은 스칼라다. 스칼라는 당시 베로나의 영주로 펠트로와 본테 펠트로 사이이에 있다고 한다.

 

□ 그러는 동안 너는 좌절의 울부짖음을 들을 것이고

두 번째 죽음을 부르짖는

고통받는 옛 영혼들을 볼 것이다. (P. 14)

 

Ü 지옥에 있는 영혼들은 일차적인 육신의 죽음으로 그곳에 왔으며 지옥의 고통을 끊어버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진 영혼을 죽임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2 (P. 16)

Ü1300 3 26일 저녁

 

□ 지옥의 적께서 그에게

그러한 은혜를 내리신 것은

그에게서 나올 결실을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P. 17)

 

Ü 지옥의 적은 하느님이다. 인간의 결실은 그 무엇이 되었든 신이 내린다. 그래서 그 결실의 경중, 귀천이 없는 것이다. 다만 있다면 그것은 신에게 있는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내면의 그 잣대는 그것을 가르는 신이 내 마음에 거하기 때문일 것이다.

 

□ 인간은 언제나 그 겁 때문에 머뭇거리고

제 그림자를 보고 놀라는 짐승처럼

명예로운 일에서 멀어지게 된다. (P. 18)

 

Ü 주옥 같은 일침이다. 나는 겁이 없다 두려움이 없다는 인간은 신인가. 카잔차키스가 위대한 이유는 자유로운 인간이었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인간에게 자유는 내면의 두려움이 사라진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두려움을 선물 세트로 가진 나는 언제나 그가 부럽다.

 

□ 두려움은 남에게 해를 입힐 힘을

지닌 것들에게서 나오는 법입니다. (P. 21~22)

 

Ü 그렇지, 권력과 명예, 재산이 많을수록 두려움의 잠재적 크기는 크다.

 

□ 그렇게 그녀가 원했던 대로 너에게 와서

아름다운 산으로 가는 지름길을 막아선

사나운 짐승에게서 널 구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뭔가! , 왜 주저하는가?

왜 마음속에 겁을 품는가?

왜 용기와 솔직함이 없는가? (P. 23)

 

Ü 우리에게 죽음이라는 다가올 사태가 버티고 서 있는데 무엇이 두려운가, 왜 주저하는가. 이 질문을 마지막으로 단테는 저승행 편도 차편에 올랐고 나는 미지의 생에 대한 길을 나선다.

 

3

 

□ 나 이전에 창조된 것은 영원한 것뿐이니,

나도 영원히 남으리라.

여기 들어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 (P. 26)

 

Ü 이것은 절대자의 목소리다. 나는 영원하다. 시간을 가지고 있는 너희들의 모든 슬픔이 나에게는 없다. 그래서 말하는 바이니 너희들의 눈물 겨운 생에서는 희망은 애초에 없는 것이었다. 살다가 죽을 생, 그 필멸의 인간에게는 너희들의 존재가 희망이자 절망이다. 뭐 이런 말이겠지. 근데 적고 보니 아, 슬프다.

 

□ 치욕도 명예도 없이

살아온 사람들의 슬픈 영혼들이

이렇게 비참한 꼴을 다하고 있다

 

하느님께 반항하지도

복종하지도 않았고 단지 자신에게만 충실했던

저 사악한 천사들의 무리도 섞여 있다. (P. 29)

 

Ü 모든 권위에 대한 절대 복종은 그 자체로 죄악이라는 말. 자신을 던지지 않아 실패조차 하지 못한 찌질한 인간은 하느님도 받아주시질 않는구나. 자신을 다 쓰지 못한 죄는 이처럼 지옥의 맨 윗자리에 있을 만큼 크다. 자신이 받은 재능은 사회로부터 나왔으니 그 사회에 자신을 능력을 되돌려 주지 못한 죄, 오롯이 헌신하지 못한 죄. , 단테여.

 

□ 이들에겐 죽음의 희망조차 없다.

앞을 볼 수 없는 생활이 너무나 절망스러워

언제나 다른 운명만을 부러워하지 (P. 29)

 

Ü 남들과 비교하다 자신을 잃어버린 삶, 그 삶을 끝낸 뒤 임종의 순간에 얼마나 절망을 하겠는가. 생을 되돌려 놓을 수 없다면 그 사람은 지옥행이다. 그래도 비교할 것인가.

 

□ 깃발을 따라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죽음이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쓰러뜨렸다는 것을

난 믿을 수 없다.

 

그 속에는 내가 아는 얼굴들도 있었다.

그 중 비겁한 나머지 엄청난 사퇴를 한 사람의

그림자 섞여 있었다.

 

그로 미루어 그 행렬은 하느님도

하느님의 반대자들도 다 싫어하는

사악한 자들의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녕 살아있지도 않았던 그들은

벌거벗은 채 거대한 파리와

벌 떼에게 무참히도 찔리고 있었다. (P. 31)

 

Ü 우주가 두 차례나 생겼다 지나갔으니 어련히 죽은 자가 많았겠는가.

엄청난 사퇴를 한 사람은 예수가 죽기 전 중립적 입장을 고수한 필라테라는 사람이며 결국 그의 중립적 자세로 단테는 예수가 죽게 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불분명한 입장에 단테는 단호하다. ‘정녕 살아있지도 않았던 그들이 될 수 있다고 호통친다. 대강 살지 말자.

 

넌 다른 길로, 다른 항구를 통해

다른 언덕으로 가야 한다!

더 가벼운 배라야 널 태울 수 있다!’ (p. 34)

 

Ü 죽은 자들을 저승으로 실어 나르는 아케론 강의 카론이 하는 말이다. 죽은 자들을 실어 나르는 데 순례자, 단테를 두고 하는 말인데 너는 저승에 있을 영혼이 아니고 결국 저승에서 구원 받으리라는 작가적 암시를 나타낸다.

 

□ 그들이 강을 건너려고 밀려드는 것은

하늘의 정의가 그들을 몰아

모든 두려움이 갈망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선한 영혼은 이 길로 가지 않는다.

그러나 카론이 너에게 잔소리를 한다 해도

그 의미를 새겨 보아라. 깨닫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 (p. 35~36)

 

4

 

□ 그들은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고, 업적도 있으나

아주 중요한 일을 이루지 못했지.

바로 세례란다. 네가 믿는 신앙으로 가는 관문이지.

 

그리스도 이전에 살면서 그들은

하느님을 올바로 대하지 않았어.

나도 그들 중 하나란다.

 

다른 잘못은 없어. 그 죄 하나 때문에

우리는 버림받았다. 언제까지라도

희망 없는 희망 속에서 살고 있는 거야. (p. 39)

 

Ü 나 세례라도 받아야 할까. 후대의 사람들은 세례 받지 않으면 모두 지옥으로 보내는 예수의 편협함을 생산해 내어 인간 예수에 대한 오해를 받게 만들었을까. 고대 희랍에서 시작된 서양문명이 중세를 거쳐오며 후퇴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내 존재에서 신의 경이로움을 찾을 수만 있다면 세례보다 더 한 것도 할 텐데.

 

□ 모든 학문과 예술을 높이시는 선생님!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명예를 지닌 저분들은 누구인지요?

 

손에 칼을 들고 나머지 셋보다 앞서서

마치 우두머리처럼 오고 있는 자를 보아라.

 

그는 호메로스, 시인들의 왕이다.

다음은 호라티우스가 오고 있다. 예리한 풍자가였지.

세 번째는 오비디우스. 마지막은 루카누스구나.

 

그들은 더 큰 영광을 내게 베풀었다.

나를 초청하여 내가 그들의 무리 중에서

여섯 번째가 되도록 한 것이다. (p.41~43)

 

Ü어두운 반구를 환히 비추는 빛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시인들이다. 단테는 안내자 베르길리우스를 시성의 대열에서 여섯 번째로 랭크 시키면서 그 존경을 표현한다. 근데 이들이 지옥에 있는 이유는 뭔가. 세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분류법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단테의 분류인가. 이후 엘렉트라, 키케로, 오르페우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데모크리토스, 탈레스, 헤라클리토스 등 죄다 세례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옥에 모셔져 있다.

 

5

 

□ 죄인들의 비명과 한탄이 밀려드는 가운데

나는 그들이 이성을 욕망의 멍에로 씌워

속박시킨 자들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p. 51)

 

Ü 이성을 욕망과 바꾸었다는데 그것이 뭐 잘못되었다고 지옥에 까지 보냈을까.

 

□ 애욕의 못된 기질 때문에 저렇게 망한 것이다.

자기와 관계된 셀 수 없는 추문들을 덮으려고

음란을 정당화하는 묘한 법을 만들었다.

 

그 이름은 세미라미스, : 페르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지배한 강력한 군주, 음란의 합법화를 추구.

그 뒤에 음란한 클레오파트라가 있구나 : 미모를 겸비한 정치적 여걸

저기 헬레네를 보아라! : 트로이 전쟁의 시발점

보라! 파리스를! 트리스탄을! : 숙모 이졸데를 사랑하여 비극적 죽음을 맞는다. (p. 53)

 

□ 나는 입을 열어 시인이여!

어두운 바람에 실려 거품처럼 가볍게 손을 맞잡고

떠도는 저 영혼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p. 54)

 

Ü 여기서 손을 맞잡고 떠도는 저 영혼들은 라벤나성의 프란체스카와 그의 시동생을 말하는데 이들은 불륜을 저질렀으나 상대적으로 가벼운 죄값을 치르고 있다. 단테는 육욕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는건가.

 

□ 사랑은 우리를 하나의 죽음으로 이끌었지요 (죽음도 가로막지 못할 사랑이다)

 

나는 대답했다. ‘, 얼마나 많은 달콤한 생각과

얼마나 큰 욕망이 저들을

이렇게 고통스러운 길로 내몰았던 걸까요!’

 

나는 그들에게 말머리를 돌렸다.

프란체스카여 당신의 기구한 운명이 나를

울리는구려. 슬프고 가여울 뿐입니다.

 

(프란체스카)

어느 날 우리는 한가롭게

렌슬롯의 사랑 얘기를 읽었어요.

우리뿐이었어요. 거리낄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요. 남녀칠세부동석

 

읽어 가는 동안 우리는 서로 여러 번 눈을 마주쳤어요.

얼굴도 여러 번 붉혔지요.

그러다 단 한 순간이 우리를 엄습했어요.

 

사랑에 빠진 그 연인이 오랫동안 기다린 입술에

입을 맞추는 대목을 읽었을 때,

그이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내게

 

입을 맞추었지요. 그리고 나를 결코 떠날 수 없게 되었지요.

그 책을 쓴 자는 갈레오토였어요.

우리는 그날 더 이상 읽지 못했어요.

 

한 영혼이 말하는 동안

다른 영혼은 울고 있었다. 비통한 소리에 에워싸인 나는

그들이 불쌍해. 죽어 가는 사람처럼 정신을 잃고

 

시체가 쓰러지듯 지옥의 바닥에 무너져 버렸다. (p. 55~57)

프란체스카.JPG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 셰퍼(A. Scheffer 1795~1858), 런던의 월러스 컬렉션소장.

 

Ü 프란체스카는 단테와 동시대 인물이다. 프란체스카와 그녀의 연인 파올로는 시동생과 형수의 관계다. 불륜을 발각되고 그녀의 남편인 지오바니에게 두 사람은 살해되고 회개하기 전에 죽어 지옥으로 가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두 여인의 정사장면을 지켜보는 단테와 베르길리우스.

영국의 런던, 월러스 컬렉션에 있는 실물 그림이다.

 

6

 

□ 나는 세 번째 고리에 있다. 이곳은 무겁고 차가우며

혹심한 영겁의 비가 내리는 곳이다.

이 비의 법칙과 성격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거대한 우박과 구정물이 눈과 뒤섞여

어두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고

흠뻑 젖은 대지는 지독한 냄새를 뿜어 낸다.

 

잔인하고 섬뜩한 짐승 케르베로스가

거기에 잠긴 사람들을 향해

세 개의 아가리로 개처럼 짖어댄다. (p. 58~59)

 

□ 그때가 되면 모든 영혼은 저들의 비참한 무덤을 다시 찾아

흙이 된 자신의 육신과 형체를 한 번 더 지니고서

영원히 되울리는 최후의 심판을 듣게 될 거야.

 

선생님! 이곳의 고통은 위대한 심판과 함께

더 줄어들까요, 더 세차게 타오를까요,

아니면 그냥 이렇게 남을까요?

 

네가 배운 것을 잊었구나.

기쁨이든 고통이든 모든 것은

완전하면 완전할수록 더 뚜렷한 법이다.

 

저주받은 이 무리는 결코

진정한 완전을 누릴 수 없으며

지금보다 더 나은 것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p. 65~66)

 

Ü 위대한 심판은 예수가 이 땅에 다시 났을 때 하게 되는 최후의 심판, 그 심판의 날을 의미한다.

 

7

 

□ 파페 사탄, 파페 사탄 알레페!

풀루톤이 쉰 목소리를 긁어댔다. (p. 67)

 

Ü 플루톤은 하데스이며 저승의 신 하데스와는 다른 의미다. 부자, 풍요로움을 주는 자를 뜻하는데 신곡에서는 신화에서의 그 강력한 힘은 가지지 않은 것으로 표현된다. 알레페는 재화를 낭비한 자다.

 

□ 그렇게 우리는 우주의 모든 죄를 쌓아 놓은

그 완강한 심연을 더듬으며

네 번째 고리로 내려갔다. (p. 69)

 

□ 함께 부딪히고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저마다 몸을 돌려 뒤를 보며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왜 그렇게 모으기만 하지?’, ‘왜 쓰기만 하는 거야!’ (P. 69)

 

Ü 가만, 이건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여기가 지옥이다.

 

□ 이들은 모두 첫 번째 삶에서

마음을 비뚤게 써서 절제를 모르고

부를 유용한 자들이다.

 

서로 반대되는 죄들이 이들을 갈라놓는

지점에 이르면 그들은 한결 목청을 돋우어

저렇게 소리를 질러댄단다.

 

머리카락이 없는 이자들은

교황들과 추기경들이었지.

이들은 지나치게 탐욕을 부렸어. (P. 70)

 

Ü 있는 재산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 지옥 간다. 교황과 추기경들 또한 성역 없이 여기에 와 있는데 굳이 이렇게 이들은 지나치게 탐욕을 부렸어라고 표현한 단테에게서 정치적 냄새가 유난히 많이 난다.

 

□ 잘못 쓰고 잘못 가져 저들은

밝은 세상을 뺏기고 이런 악다구니에 처박혔다.

그게 어떠한지 적나라하게 들려주마.

 

아들아, 보아라. 재화는 운명의 손에 들려 있건만,

우리 인간들은 그 때문에 처절히도 싸운다.

그 얼마나 덧없는 일인가! (P. 71)

 

Ü 제 일생의 밥그릇이 정해져 있다는 어른들의 말은 세기를 지나고 동서양은 건너온 진리였다.

 

□ 아주 검푸른 그 물의

어둠침침한 흐름을 따라서

우리는 낯설고 을씨년스러운 길로 내려갔다.

 

이 슬픈 흐름이 끝나는 곳에서

잿빛의 죄로 가득 찬 늪이 완강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 이름은 스틱스였다. (p. 75~77)

 

Ü 저승을 흐르는 강, 그 강에 맹세하면 다시는 번복할 수 없고 그 공소시효도 없는 효력을 가진 강, 오비디우스가 말했고 오디세이아에서도 출몰했으며 그리스 비극에서도 등장했던 그 강. 단테는 그 강을 아주 멋드러지게 표현했다. ‘잿빛의 죄로 가득 찬 늪과 같은 강.

 

8

 

□ 저자는 세상에서 거만했던 사람이었지.

일생 동안 누구도 자기를 따뜻하게 대해 준 기억이 없어서

그의 그림자가 이렇게 사납게 구는 거란다.

 

세상에서는 스스로 위대하다 여기지만

여기서는 진흙탕 돼지처럼 뒹굴며

야비한 기억만 떠올릴 자가 얼마나 많을지! (p. 81~83)

 

Ü 큰 의자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저치고 거만하게 얘기하는 치들의 모습이 모두 그러하겠다. 무슨큰 결정 하는 양 말들 하지만 치졸하기 짝이 없는 뒷거래. 위대함이 그런 곳에서 나온다면 나는 위대하지 않을란다. 과민한가.

 

□ 저들의 이런 반항은 새롭지도 않다.

언젠가 더 밖에 있는 문에서도 그랬는데,

그 문은 아직도 열려 있단다. (p. 87)

 

Ü 그 문은 림보다. 그리스도 이전에 태어나 세례 받지 못했거나 죄 없는 영혼들이며 예수를 알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이다. 지옥의 첫 번째 고리다. 이 문을 그리스도는 부수었고 그 영혼들을 지옥에서 구제했다. 그 때 부수어진 문이 아직도 열려 있다는 말.

 

9

 

□ 나는 그가 처음에 하던 말을 뒤이어 나오는 말로

덮어 버리는 것을 보았는데

뒤이은 말은 처음의 말과는 사뭇 달랐다.

 

끝내지 않은 그 말에 나는 몹시 두려움을 느꼈다.

아마도 그가 했을 생각보다 그 잘려 나간 말들을

더 나쁜 의미로 채웠기 때문일 것이다. (p. 89~90)

 

Ü 단테가 포착한 이 미세한 표현은 기가 막힌다. 두려움에 봉착하게 되면 언어는 스스로를 휘둘리게 만든다.

 

□ 지옥의 세 퓨리가 피를 뒤집어 쓴 채

한꺼번에 눈에 들어왔다.

여자의 골격과 몸가짐을 한 그들의

 

허리를 푸르디푸른 히드라가 칭칭 감고 있었고,

작은 실뱀들과 뿔 달린 뱀들이 머리털처럼 자나나

잔악한 관자놀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p. 91)

 

Ü 지옥의 세 퓨리, 퓨리는 에리니스라 불리는 복수의 세 여신이다. 메가이라(질투), 알렉토(멈추지 않는 분노), 티시포네(살해의 복수)인데 이 세 여신은 각각 마리아, 루치아, 베아트리체 세 여인의 대립물이다. 삼위일체의 변용이라고 각주에는 설명되어 있다.

 

□ 아, 견고한 지성을 가진 여러분이여!

내 비상한 글의 너울 아래

감추어진 의미를 생각해 보라! (p. 93)

 

Ü 그 의미에 대해서 각주는 설명한다. 고대의 신화적 믿음에서 그리스도의 시대를 거쳐 심판에 이르는 여정이 단테의 글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는 말.

 

10

 

□ 미래의 문이 닫히는 순간

우리의 지식이 완전히 죽는다는 것을

이제 당신은 이해하겠지!

 

Ü 미래의 문, 최후의 심판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어버린 이후, 과거, 현재, 미래가 사라진다. 즉 우주의 시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건 좀 비약인 것 같기도 하다.

 

□ 이 안에는 페데리코 2세가 누워 있고 우리 구역에는

추기경도 있지. 나머지는 말하지 않겠어. (p. 105)

 

Ü 페데리코 2세는 프리드리히 2세를 말한다. 십자군 원정을 지연시킨다는 이유로 교황에게 세 차례 파문을 당했다. 추기경은 그런 왕에 대해 방조한 죄가 씌워졌다. 추기경은 옥타비아노다.

 

□ 아름다운 눈으로 모든 것을 보는 그녀의

부드러운 눈길 앞에 설 때 너는

네 삶의 길을 알게 될 것이다. (p. 106)

 

Ü 그녀는 누구인가. 신인가, 베아트리체인가.

 

11

 

□ 그때 선생님이 말했다. ‘ 천천히 내려가는 것이

좋겠다. 그래야 우리 감각이 이 처참한 냄새에

익숙해질 테니 말이다.’ (p. 107)

 

Ü 생의 모든 것을 소라의 등껍질처럼 천천히 돌아 정점에 이르려고 한다. 올라갈 때나 내려올 때나 마찬가지다. 지옥에서도 그것이 중요한 모양이다. 빠르고 급격한 고도 변화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망치게 할 것임을 믿는다.

 

□ 그곳에서 소돔과 카오르, 또 하느님을

속으로 깔보고 악담을 퍼붓던 자들에게

화인을 찍어 표시한다. (p. 110~111)

 

Ü 소돔은 창세기에 표현된 죄악의 도시이며 카오르는 프랑스의 금융 중심지다. 자본은 언제나 시대를 깔보고 대중을 깔보며 우주를 깔보는 것 같다.

 

□ 그런데 바람에 휩쓸리는 자(애욕의 죄인)

비를 맞는 자(탐욕의 죄인)들 진흙탕 속을 뒹구는 자(분노한 자)

사나운 말(인색한 자)로 다투는 자(낭비한 자)들은 다 무엇입니까? (p. 112)

 

□ 철학은 그걸 배우려는 사람에게

단 하나만 가르치지 않으니,

마치 자연이 성스러운 지성과 그 기술로

 

제 진로를 잡아 나가는 것과 같다.

물리학을 잘 읽어 보면

몇 장 넘기지 않아 마치 학생이 선생을 따르듯이

 

인간의 기술이 자연을 따르고 있음을

알게 될 거야. 그러니 인간의 기술은

하느님의 자손과도 같은 것이지.

 

창세기를 처음부터 잘 되새겨 보면

인간은 자연과 기술로 삶을 영위하고

번영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그런데 고리대금업자는 다른 길을 걸으니,

자연 자체와 그 부속물을 멸시하고

다른 것에 희망을 걸지 않더냐. (p. 113~114)

 

Ü 단테의 간명함이 드러난다. 세상의 이치를 꽤뚫고 있으며 모든 인위에 대하여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고리대금업자, 땀으로 밥 먹지 않는 자들에 대한 적개를 드러내고 있다. 나도 이들은 지옥에 가도 싸다 생각함.

 

12

 

□ 우리는 널린 바위들 사이로 뛰어 내려갔다.

바위들은 가끔 새로운 무게 때문에

내 발아래서 움직였다. (p. 117)

 

Ü 살아있는 사람, 순례자 단테의 무게다. 저승에서 육신의 무게는 없으니 바위가 살아있는 무게를 받아내는 모습을 묘사했다. 단테는 inferno에서 저승에서 무게가 있는 유일한 존재다.

 

□ 여러 번 혼돈으로 거듭났다고 하기도 하더라만,

여기저기서 이 오래된 바위들이 굴러 내린 것은

바로 그런 순간이었어. (p. 118)

 

Ü 그 순간은 그리스도가 지옥에 내려와 첫 번째 고리를 열고 림보의 문을 부순 순간이다. 구원의 순간이지만 지옥은 혼돈이었으며 질서와 혼란의 정반합을 이야기한다고 각주에서는 거창하게 설명한다. 사랑과 미움도 마찬가지겠다. 근데 헤겔까지 나올 이유 있는가.  

 

□ 그러곤 나를 슬쩍 건드리며 말했다. ‘저게 네소스다.

아름다운 데이아네이라 때문에 죽음을 당했고,

자기 스스로 원수를 갚았던 자야. (p. 119)

 

Ü 켄타우로스 중의 하나로 헤라클레스의 부인인 데이아네이라를 사랑하지만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하고 독이 묻은 망토를 헤라클레스에게 입히게 하여 그를 죽이고 결국 데이아네이라까지 자결하게 만든다.

 

□ 케이론은 오른편으로 몸을 돌려

네소스에게 말했다. 돌아가 저들을 안내하라.

다른 무리를 만나거든 비켜서게 하라. (p. 122)

 

□ 세상에서 의붓자식에게 살해된 놈이다. (오피초 다 에스테)

내가 시인에게 몸을 돌리자 그가 말했다.

이자가 너의 첫째 길잡이고 난 둘째다. (p. 123)

 

13

 

□ 이 나뭇가지를 하나 잘라 보아라. 그러면

네가 가진 생각도 잘릴 것이다.

 

내가 손을 뻗어 어느 커다란 나무줄기의

실가지 하나를 꺾자 그 줄기가

이렇게 소리쳤다. 왜 날 자르는 거요!

 

줄기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줄기가

다시 말했다. 왜 나를 부러뜨리는 거요?

당신에게는 눈곱만큼도 연민이 없는 게요?

 

우리는 사람이었으나 지금은 숲이 되었소.

설령 우리가 뱀의 영혼이었다 해도

당신 손은 더 부드러웠어야 할 거요!

 

부러진 나무에서는 말과 피가

함께 터져 나왔다. 마치 한쪽 끝이 불타는

푸른 나뭇가지가 다른 한쪽 끝으로 진물을 뿜으며

 

지나가는 바람을 맞아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나는 질겁하여 실가지를 떨어뜨리고

멍하니 서 있었다. (p. 127~128)

 

Ü 숲이 말을 건네고 나무가 이야기한다. 존재 그 자체로 최선을 다하는 그들은 그렇지 못하는 인간 보다 높은 차원의 존재다. 근데 왜 지옥에서 나무가 되어 있는가.

 

□ 나는 페데리코의 마음을 움직일 열쇠를 두 개

다 가졌던 사람이오. 그것들을 돌려서

잠갔다가 열었다가 했지요. 그러면서

 

교묘하게 오로지 몇 사람만 그의 신임을 받도록 했소.

나는 잠과 건강을 희생해 가며

그 영예로운 임무에 충실했지요.

 

그러나 모두의 죽음과 궁정의 악을 불러온 것은

질투였소. 질투는 왕의 궁정에서

눈을 거둔 적이 없었소. (p. 129)

 

Ü 그는 피에르 델라 비냐다. 프리드리히 2세의 총애를 받았으나 왕을 죽이려 했다는 모함을 받아 자살한다. 그의 죄는 자살이다. 그가 지옥에 온 이유는 이유야 어찌되었건 스스로 목숨을 버렸기 때문이다. 누군가 얘기하기를 인간이 할 수 있는 궁극의 철학적 완성은 자살이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과연 그 말이 맞다. 선택할 수 없는 탄생은 자신이 어찌 할 수 없는 사태였으나 인간으로써 신이 하는 일에 반기를 들 수 있는 유일하고 궁극의 행위는 자살 말고는 없지 싶다. 

 

□ 다른 영혼들처럼 우리도 육신을

가지러 가겠지만 그렇다고 입지는 못할 것이니

일단 버린 것에 대해서는 권리가 없는 법이지요. (p. 131)

 

□ 앞장선 놈이 울부짖었다. ‘와라, 와라! 죽음이여!

그러자 한참 뒤처진 듯한 다른 놈이 외쳤다.

라노! 토포에서 겨룰 때는

 

네 발이 이렇게 빠르지 않았잖나!

숨이 가빴는지 그들은

덤불 속에 서로 엉켜 쓰러졌다. (p. 133)

 

Ü 지옥의 영혼들은 그 영혼까지 죽어야 지옥을 벗어난다고 믿고 있다.

 

14

(13003 27일 토요일 새벽)

 

□ 제우스가 자기 대장장이가 녹초가 되도록

그에게서 번개를 얻어 내

내 마지막 날에 날 후려쳤지만

 

또 플레그라의 전투에서처럼

착한 불카누스여, 도와다오!하고 소리치며

몬지벨로(시칠리아의 화산)의 시꺼먼 불화로에서

 

다른 대장장이들을 죄다 녹초로 만들 만큼의

엄청난 불길을 내게 던지게 했지만

자기 분풀이를 다하지 못했을 것이다.

 

너의 괴로움은 너의 분노에서 나오니

다른 벌이 없을 것이다.

 

그러고는 고요해진 안색으로 나를 향하여

말했다. 저놈은 테베를 공략하던

일곱 왕들 중 하나였다.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하느님을 경멸하고 무시한다. 그러나

그 놈에게 말했듯이 경멸은

그 놈 가슴에 아주 잘 어울리는 장식이야 (p. 141~143)

 

Ü 제우스와 기간테스들의 싸움이었다. 불의신 불카누스에게 제우스는 벼락을 생산하게 하고 플레그라 벌판에 던져 기간테스들을 물리쳤었다. 제우스에 대항한 기간테스의 지옥은 스스로 분노와 괴로움을 생산하는 벌을 받고 있다. 카파네우스 또한 신의 존재를 부정한 인간이므로 지옥에서 벌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신을 경멸하는 인간왠지 땡기지 않는가.

 

□ 한때 레아는 아들을 지켜 줄 요람으로

그곳을 선택했고 아들이 울 때에는

잘 감추려고 큰 소리를 내게 했지 (p. 145)

 

Ü 이거 완전 변신이야기의 복습이군. 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는 자신의 자식들 중에 자신을 죽이고 권좌에 오른다는 말을 듣고 자식들이 태어나자 마자 모두 삼켜 먹어버린다. 그러나 제우스는 이다라산에 피신하고 감추어지게 되는데 훗날 제우스는 크로노스를 죽이고 신들의 신이 된다.

 

□ 그 아래는 온통 무쇠고 오직

오른발만 구운 흙이었는데

다른 발보다 이 발로 몸을 버티고 서 있었지. (p. 146)

Ü 타락한 교회를 상징한다고 각주는 설명한다.

 

□ 물줄기는 바위를 돌아 이 계곡으로 굽이쳐 내려

아케론, 스틱스, 플레게톤 강을 이루고

이 좁은 물길을 따라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곳까지 내려갔지. (p. 146)

 

Ü 저승을 흐르는 강들이다. 그 발원지는 크레타로 문명의 발상지다. 문명이 시작한 곳에 인간의 피가 있고 인간의 죽음이 흐른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각주는 설명한다.

 

15

 

□ 너의 별을 따라가거라!

행복하게 살아 있는 동안 내가 널 정확히 본 거라면

넌 영광의 하늘에 닿을 것이다. (p. 151)

 

Ü 자신의 별을 따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숙명대로 살아가라는 말인가. 주어진 운명을 부수고 스스로 맘껏 사는 삶을 말하는 것인가. 내가 단테를 정확히 본 거라면 후자를 의미하는 것이겠다.

 

□ 그들의 똥 무더기에서 나무가 자라나고

악의 새로운 둥지가 만들어졌을 때 살아남았던

로마인들의 성스러운 씨앗이 그곳에서 싹틀지니. (p. 152)

 

Ü 민족과 국가, 그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조직. 인간은 왜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어쩌면 벗어날 수 없음이 당연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 그러나 우리는 최소한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커뮤니티 사회를 가지며 살아야겠다 라는 생각.

 

□ 그때 나의 선생님이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뒤에 있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잘 듣는 사람이 마음에 새기는 법이다.’ (p. 153)

 

Ü 듣는다는 사태는 자의적 행위가 될 수 없다. 세상을 둘러싼 소리, 음성, 말 또는 듣기 싫은 소음이라도 그것들이 우리의 주위에서 발생하는 순간, 들을 수 밖에 없다.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두 귀가 열려있는 한 들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잘 들을 수 있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잘 들어 알아차리고 나아가 깨달음에 이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깨달음의 시작은 아무리 하찮은 존재라도 그 왜소한 우주 속에서 외치는 작은 이야기들을 잘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 나의 책 보전(寶典)을 기억해라

아직 난 거기에 살아 있다. 다른 부탁은 없다. (p. 154)

 

Ü 단테가 스승으로 삼았던 브루네토가 지은 책이다. 브루네토는 자신의 책을 기억해라는 부탁을 한다. 책은 한 사람의 사상과 삶, 인생의 가치가 녹아 있다. 책 함부로 쓰지 말자. 그러나 책을 쓰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자. 자신의 사유를 확장시키는 일이다.

16

 

□ 아, 행동뿐 아니라 지혜를 지녀

생각까지 꿰뚫어 보는 사람 곁에서는

얼마나 주의를 해야 하는지!

 

그가 내게 말했다. 내가 기대하는 것이

곧 나타나고 네 생각이 그리는 것이 떠올라

곧 네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진실은 거짓의 여러 얼굴들을 지니는 법이다.

그 앞에서 사람은 되도록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런 진실을 말하면 자칫 거짓말쟁이가 될 수 있으니

 

그러나 난 여기서 침묵할 수가 없다. 내 희극의

구절들을 두고 맹세하노니. 독자여!

그 구절들을 오래오래 사랑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p. 162~163)

 

Ü 순례자 단테에서 실존의 단테로 화자는 옮아간다. 말하여 질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 의미겠다. 부처가 그랬고 비트겐슈타인도 그랬다.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거짓으로 포장된 허들을 넘어서야 함을. 맞닥뜨린 진실의 거짓을 거짓으로 치부하면 영원히 진실을 알아내지 못하는 법.

 

17

 

□ 얼굴은 틀림없이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말짱하게 사람의 살가죽을 뒤집어썼으나

나머지 몸통은 완전히 뱀의 그것이었다. (p. 164)

 

Ü 삼두삼신, 게리온을 말한다. 겉과 속이 다른 사기성을 대변한다. 삼위일체에 대응하는 죄악의 완전성을 상징한다고 각주에서 설명한다.

 

□ 목에 주머니를 걸고 있음을 깨달았다.

색깔과 문장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 와중에도

그들의 눈은 주머니를 흡족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p. 168)

 

Ü 주머니는 고리대금업자를 가리킨다. ‘노동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

 

□ 그때 맛본 두려움이란 파이톤이

고삐를 놓쳐 하늘이 불탔을 때나

가엾은 이카로스가 녹는 초로 인하여

 

날개가 겨드랑이에서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그의 아비가 넌 길을 잘못 들어섰다라고

안타깝게 고함치던 때에 비할 것이 아니었다. (p. 171)

 

18

 

□ 지옥에 말레볼제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무쇠 색깔의 바위들이

그 주위를 온통 에워싸고 있다. (p. 174)

 

Ü 말레볼제는 사악한 구렁이다. 단테는 이런 신조어 생산도 한다.

 

□ 로마 사람들은 성년(성년)

수많은 군중이 다리를 두 방향으로

통과해 지나가도록 배려했는데 (p. 175)

 

Ü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가 제정한 성년이다. 왜 이 해를 성년으로 정했는지는 모르겠다. 새로운 백년을 시작해서 일거라는 추측이다. 단테는 신곡의 배경으로 1300 3/26부터 4/1 부활절 아침까지의 이야기를 썼으니 성년은 신곡을 낳은 해다.

 

□ 얼굴 생김새가 거짓이 아니라면

분명 베네디코 카치아네미코로군요. 그런데

무슨 죄로 이런 고통을 당하는 거요? (p. 176~177)

 

Ü 그는 켈트의 장수이며, 자신의 누이를 뚜쟁이에게 팔아 넘긴 죄로 지옥에 왔다.

 

□ 여기서 울고 있는 볼로냐 사람은 나뿐이 아니오. (p. 177)

 

Ü 볼로냐는 금전적 이해관계 유난히 심했던 도시였다고 한다. 오늘날의 서울과 같을까.

 

19

(1300 3/27, 토 오전 6)

 

□ 아, 마술사 시몬이여! 불쌍한 추종자들이여!

너희들은 당연히 선의 신부가 되어야 할

하느님의 물건들을 탐욕스러운 본성을 이기지 못하여

 

금과 은으로 팔아먹고 말았다. 이제

너희들이 갇혀 있는 이 세 번째 구렁에서

너희들에게 나팔이 울려야 마땅하리라! (p. 184)

 

Ü 시몬은 사마리아인으로 베드로와 바울로부터 성령을 전하는 일을 돈으로 사려했던 인물이다. 중세시대 재판 전에는 나팔을 울려 판결의 시작을 모두에게 알렸다고 한다.

 

□ 몇 년 전 나는 그 구멍들 중 하나를 부순 적이 있었다.

그 안에 빠진 어린이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나의 이 말이 사람들의 소문을 닫았으면 좋으련만. (p. 185)

 

Ü 단테는 성물안에 어린이가 빠진 것을 보고 성물을 부수어 어린이를 구한적이 있다고 한다. 비록 하느님의 성물이지만 인간의 생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당연하지. 聖物은 개나 줘라. 잘했다. 단테여!

 

□ 사실 난 암곰의 아들이었소. 새끼 곰들이 잘 자라기를

너무나 바랐기에 세상에서는 돈을 긁어모아 주머니에

넣었고. 여기서는 나 자신을 주머니에 처박았소.

 

내 머리 밑에는 다른 놈들이

바위 틈 사이에 갇혀 있는데, 그들은 나보다 앞서서

성물과 성직을 매매하던 자들이오.

 

나의 발이 불에 타고 이렇게

거꾸로 처박힌 시간은 그놈이 시뻘건 발로

처박혀 있을 시간보다 더 길 것이오.

 

그것은 그놈 다음에 그놈과 날 능가할 정도로

법도 모르고 신성도 인성도 전혀 없는

목자가 서쪽에서 오기 때문이오. (p. 189)

 

Ü 암곰의 아들은 교황 니콜라우스 3세를 말한다. 이곳의 죄인들은 발바닥이 불타는 형벌을 받다가 그다음 죄인이 오면 교대하여 자리를 넘기고 더 아래 지옥으로 내려간다. 니콜라우스 3세는 1280년에 사망했으므로 1300년 현재 이십 년 동안 그곳에 있는 셈이다. 한편 보니파키우스8세는 1303년에 와서 1314년에 다음 죄인(클레멘스 5)이 사망하여 올 때까지 십일 년을 있게 된다.

그놈인 클레멘스5세는 프랑스 출신으로 프랑스는 이탈리아에서 보면 서쪽이다. 그는 교황에 오르는 대가로 프랑스 왕 필리프 4세와 수많은 비밀 협약을 맺었다. 그는 필리프의 교활한 계획에 부응하여 교황청을 아비뇽으로 옮기는 등 신성한 하느님의 권능을 행사하는 사제의 직무에 오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우리가 배운 학교의 세계사 수업에서의 아비뇽의 유수 또는 유폐. 이제야 연결이 된다. 공교육을 다시 되돌아본다.

 

□ 아, 콘스탄티누스여! 그대의 개종이 아니라

최초의 부유한 아버지가 그대에게서 받은 봉헌이

얼마나 많은 악의 어머니가 되었던가! (p. 191)

 

Ü 각주의 내용을 모두 적는다. 로마의 황제 콘스탄티누스(306~337 재위) 312년 그리스도교로 개종했다. 동부 지중해를 정복한 후 그는 330년 로마제국의 수도를 콘스탄티노플로 옮겼다. 그것은 당시의 교황 실베스테르 1(314~335, ‘최초의 부유한 아버지’)가 그의 나병을 고쳐 준 대가로 제국의 서부 영역을 교회의 관할로 넘겨주기 위한 것이었다. 소위 콘스탄티누스의 기증서는 비록 15세기에 로렌초 발라에 의해 위조문서로 밝혀졌지만 중세 내내 진실로 받아들여졌다.

 

20

 

□ 그 이름은 에우리필로스. 나는 나의 고귀한 비극

어디선가 그를 얘기했다. 넌 그 작품을

잘 아니 어느 대목인지도 알겠지. (p. 200)

 

Ü 에우리필로스는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자는 의견을 처음으로 피력하였고 실제로 바다에 이피게네이아는 트로이 전쟁 출항 전 바다를 잠재우기 위한 제물로 바쳐지게 된다.

 

□ 어젯밤에 이미 보름달이었다.

언젠가 깊은 숲에서 헤매고 있을 때

보름달이 널 도와주었던 일을 잘 기억해 두어라. (p. 201)

 

21

(1300 3 27일 오전 7)

 

□ 말레볼제의 다음 구렁과 그곳에서 하염없이 우는 자들을

본 것은 그 도랑 위에 걸린 다리의 꼭대기에

이르렀을 때였다. 그곳에는 참담한 어둠만이 깔려 있었다.

 

그 광경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데

길잡이가 갑자기 조심해라! 조심!’ 외치며 나를

내가 섰던 자리에서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p. 202~203)

 

Ü 구멍은 공금횡령의 망령이다. 단테가 추방당할 때 죄의 명목은 공적 자금의 부당한 개인 유용이었다. 즉 공금횡령이었는데 위의 글에서 자기가 빠지지 않았다는 것을 굳이 적어두었던 이유는 자신의 결백을 말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곳곳에 자기 정당성이 숨어 있다.

 

□ 우리가 서 있는 다리에 이르자 마귀가 아래를 향해 소리쳤다.

말레브란케들이여! 성녀 지타를 다스리던 관리라네.

이놈을 밑에 처박으라고. 이런 놈들이

 

득실대는 곳으로 난 돌아가네. 그곳에는

본투로 말고는 다 도둑놈들이야. 거기서는

돈이라면 아니요가 예로 변한다네. (p. 205)

 

Ü 오늘날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인이 박히게 들었던 물질만능사회다. 그러나 인류가 생존하고 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 한 탐관오리와 배금주의는 사라지지 않을 것. 그렇다면 우리는 그 안에서 인간답게 사는 모습이 과연 무엇인지를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을 기품 있고 훌륭하게 사는 것이 과연 높은 지위를 얻어내고 많은 재산을 가지는 것으로 말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묻고 또 물어야 하는 것.

 

□ 선생님이 다시 대꾸했다. ‘말라코다!

너희들은 분명 나를 방해하지만,

하느님의 의지와 섭리 없이

 

내가 여기에 올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느냐?

하늘에서는 저 사람에게 이 거친 길을

가르쳐 주길 바라셨으니, 우리를 지나가게 하라!’

 

그러자 오만하던 그놈은 풀이 죽어

갈고랑쇠를 발 곁에 내던지고 다른 놈들에게 말했다.

그럼 건드리면 안 되겠네’ (p. 209)

 

Ü 단테에게 빵 터졌다. ‘그럼 건드리면 안 되겠네

 

22

(1300 3 27일 오전 8)

 

□ 돈을 갈취한 뒤 그들을 놓아주었지요. 전부

그가 말한 내용이오. 그자는 다른 일을 맡아서도

엄청나게 해 먹은 탐관오리였소.

 

로구도로 사람인 미켈레 찬케라는 영주가

그와 함께 저 밑에 있는데 사르데냐를 말할 때면

그들의 혀는 지칠 줄을 몰랐다오. (p. 220~221)

 

Ü 사르데냐 영주 미켈레 찬케, 그는 호색과 간계로 악명이 높았다고 전해진다. 사위의 배반으로 살해 당한다.

 

□ 아, 이 글을 읽는 독자여! 참으로 이상한 내기를 들어 보시라!

날쌘 날개만 믿고 마귀들은 모두 둔덕을 향해 몸을 돌렸다.

처음 몸을 돌린 마귀는 가장 반대했던 놈이었다. (p. 222)

 

□ 그들은 양편 기슭으로 내려가

이미 역청이 달라붙어 구이가 되어 버린 마귀들을

갈고리로 건져 내려 애썼다.

 

우리는 그렇게 얽혀 있는 그들을 버리고 떠났다. (p. 225)

 

23

(1300 3 27일 오전 9)

 

□ 생각을 집중해서 처음과 끝을 잘 맞춰 보니

이제와 지금의 뜻이 비슷하듯

그 소란이나 우화나 다를 것이 없었다.

 

생각은 연이어 일어나는 법.

그런 생각에 이어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으니

처음에 지녔던 무서움이 곱절로 커져 버렸다. (p. 226)

 

Ü 기가 막힌 표현을 단테는 잡았다. 제임스 조이스는 단테의 이런 의식흐름을 본 받았는가. 음미할 수록 기막힌다.

 

□ 겉은 사람을 현혹할 정도로 화려한 금빛이었지만

안은 완전히 납이어서 굉장히 무거웠다.

페데리코가 입히던 외투는 차라리 지푸라기 같았다. (p. 230)

 

Ü 페데리코 2세는 죄수들에게 납으로 만든 옷을 입히고 녹이면서 죽였다고 한다. 잔인한 넘.

 

□ 우린 볼로냐 출신의 향락을 즐기는 교단 수도사들이었소.

나는 카탈라노, 이자는 로데린고라고 하지.

우리는 당신의 고향 피렌체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부름을 받았어요. (p. 232)

 

Ü 향락을 즐기는 교단은 사실 영광의 동정녀 마리아 기사단을 말하는데 세속적 생활에 물들어 원 취지를 잃어버린 자들이라 단테는 비꼬고 있다.

 

□ 내게 말했다. 당신의 눈에 띈 저 처형된 자는

바리새 사람들에게 전체를 위해서는

한 사람을 순교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오.

 

보시다시피 그는 발가벗고 길을 가로질러

누워 있으니 누구든 밟고 지나가는 자의 무게를

그가 먼저 알게 되는 것이지요. (p. 233)

 

Ü 예수를 말하는 것인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럴 것 같다. 바리새 사람들은 당시 권력에 대항하는 듯 했지만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대항이 아니라 단지 권력이 자기들에게 있지 않았음에 대한 이유로 집권세력을 반대했다. 오늘날 우리로 치면 민주당이랄까. 그들은 세상을 바꾸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권력을 차지 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 바꿀 마음은 전혀 없는 것이다. 단지 권력만 차지하게 된다면 이렇든 저렇든 아무래도 괜찮다는 주의겠다.

 

24

 

□ 선생님은 바위 파편들을 잘 살피고

뭔가 생각을 정리한 다음

두 팔을 벌려 나를 단단히 붙잡아 주셨다. (p. 239)

 

이제야말로 네가 나태함을 벗어 버릴 때로구나.

베개를 베고 이불 속에 누워 편안함을 즐기다가는

명성을 얻을 수 없느니라!

 

명성 없이 삶을 소모하는 사람은

허공의 연기나 물속 거품과 같은

흔적만을 세상에 남길 따름이다. (p. 241~242)

 

Ü 명성, 명예, 중요하다. 자신의 재능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면 사회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돌려줘야 하는 것이 맞다. 재능을 키우는 목적은 이런 공익적 차원이라야 한다. 현재는 어떤가 제 자신, 제 가족만을 생각하여 입신을 꿈꾸고 양명을 추구한다. 반성하자.

 

□ 우리 눈앞에서 뱀에게 물어뜯긴 사람이 그러했다.

복수를 위하여 그러한 벌을 주시는

, 하느님의 전능이여! 그 얼마나 경외로운가! (p. 247)

 

Ü 뱀은 하늘의 전령인가. 헤르메스여.

 

□ 거친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번개가

삽시간에 구름을 찢어 버리면, 상처를 입지 않고

도망가는 백당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p. 250)

 

Ü 저승에서 단테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또다시 강조하고 있다. 그는 괼프당 백당의 소속이었다.

 

25

(1300 3 27일 정오)

 

□ 날개를 쫙 펼친 용 한 마리가

그놈의 목덜미 바로 위에 도사리고 앉아

마주치는 모든 망령에게 불을 뿜어내고 있었다. (p. 253)

 

Ü 모습을 상상하니 이것은 정말 지옥이다라는 느낌이 팍 온다. 지옥이 존재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 단테에 빠져든다.

 

□ 독자여! 지금 내가 말하는 것이

잘 믿기지 않더라도 놀라지 마시라!

직접 본 나도 수긍하기 힘드니까 (p. 255)

 

□ 다른 두 망령이 그를 바라보다가

소리쳤다. 저런 아뇰로. 네 몸이 변하고 있어!

완전히 둘이 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나도 아닌걸! (p. 257)

 

Ü 아놀료, 그는 부르넬레스키 가문의 도둑이다. 브루넬레스키라,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1377년에 태어난 건축가다. 원근법을 창시한 미술가 이기도 했다. 르네상스 건축물의 빛나는 금자탑이라 할 수 있는 두오모 대성당의 돔을 설계하고 건축했다. 그가 르네상스 건축과 미술의 장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가문에서 도둑이 있어 여기 지옥에 와 있다.

 

□ 그리고 둘 중 하나에게 달려 들어

맨 처음 우리가 영양을 섭취하던 부분(탯줄)을 꿰뚫고는

그 앞으로 떨어져 길게 몸을 뻗었다. (p. 259)

 

□ 망령은 뱀을, 뱀은 망령을 마주 보았다.

망령은 상처에서 뱀은 입에서 연기를

힘차게 내뿜었고 그 연기들이 서로 부딪혔다.

 

오비디우스여! 카드모스와 아레투사에 대해 떠들지 마라.

그 남자를 뱀으로 그 여자를 샘으로 바꾸는

절묘한 시를 지었어도 난 부럽지 않다. (p. 261)

 

Ü 오비디우스는 변신이야기에서 이 모든 장면을 서술한 바 있다.

 

□ 뱀의 뒷발은 서로 얽혀 쪼그라들더니

생식기를 이루었고 동시에

망령의 그것은 두로 갈라져 뱀의 뒷발을 이루었다. (p. 263)

 

□ 이 일곱 번째 구렁의 망령들은 서로 바꿔

변하고 또 변했다. 나의 글이 새로운 주제를

잘 표현하지 못했다 해도 용서하기를. (p. 264)

 

Ü 자기 검열과 동시에 독자 검열을 바라고 있다.

 

26

 

□ 기뻐하라. 피렌체여! 너무나도 위대해서

날개를 활짝 펴고 바다와 대륙을 넘어

지옥에까지 이름을 떨쳤으니!

 

방금 내가 본 도둑들 중 다섯이

너의 사람들이었으니, 난 부끄럽고

너로서는 이보다 큰 명예가 없겠지. (p. 266)

 

Ü 이건 그냥 왠지 외워야 될 것 같다. 왜냐고? 나도 몰라.

 

□ 덕성의 인도 없이 지나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행운의 별 혹은 어떤 은총이 내게

재능을 주었지만 난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온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 자기 얼굴을

우리에게 덜 가리고 있는 계절,

파리가 모기에게 밀려나는 시각에 (p. 267)

 

Ü 이 글 이전에 보았던 죄인은 하늘이 준 자기 재능을 남용해서 지옥에 왔다. 자기의 재능을 다 쓰지 않아도 지옥에 온다. 더 많이 써서 남용해도 지옥에 온다. 인간은 다 지옥에 온다. 이 글은 계절적으로 여름이며 시간적으로 저녁이다.

 

□ 곰을 불러 복수하던 자가

말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엘리야의 마차가 떠나는 것을 (p. 269)

 

Ü 곰을 불러 복수하던 자, 엘리사다. 자신을 보고 꺼져버리라던 아이들을 곰을 불러내어 잡아 먹게 했다. 엘리야, 고종석의 소설 중에 엘리야의 제야가 있다. 누이와의 사랑, 즉 근친간의 사랑을 소설로 녹여냈다.

 

□ 에테오클레스가 자기 형제와 함께 불타던

장작더미에서 솟아오르듯, 저렇게

갈라진 불꽃 속에 있는 자는 누구입니까?

Ü 에테오클레스는 오이디푸스의 막내 아들이다. 장남 폴리네이케스와의 권력 다툼에 둘 다 죽음에 이른다.

 

저 속에서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가

고통을 겪고 있다. 그들은 함께

분노를 샀으니 벌도 함께 받는 것이다.

Ü 디오메데스는 오디세우스와 같이 트로이 전쟁을 아테네의 승리로 이끈다.

 

그 불꽃 속에서 그들은 로마의

고귀한 씨앗이 나가도록 문을 만들어 준

목마의 기습을 한탄하고 있다

Ü 고귀한 씨앗, 아이네이아스를 말한다.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그는 이탈리아로 건너가 로마의 시조가 된다.

 

그들은 죽은 데이다메이아가 아직도 아킬레우스 때문에

괴로워하게 만든 술수를 후회하여 통곡하고

또한 팔라디움의 벌을 받고 있다. (p. 270)

Ü 데이다메이아는 아킬레우스를 짝사랑했다.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가 숨어있던 아킬레우스를 찾아내어 결국 참전 시키게 만들었고 아킬레우스를 사랑했던 데이다메이아는 전쟁에서 죽은 아킬레우스 소식을 듣고 자결한다.

 

팔라디움의 벌이란 트로이 전쟁 시에 트로이의 수호 여신 아테나 여신상을 훔쳐 아르고스로 가져 간 일이다. 그들이 지옥에 있는 이유다.

 

□ 세상과 인간의 악과 가치에 대해

모조리 알고 싶은 내 가슴속의

열정을 이겨 낼 수 없었소.

 

그래서 나는 오직 한 척에 배에 의지해

늘 나와 함께했던 소수의 동료들과 함께

깊고 넓은 바다로 나왔소.

 

비좁은 어귀에 도착했소.

오른 쪽으로는 세비야를 떠난 뒤였고

반대 쪽으론느 세타를 떠난 뒤였소

 

나는 이렇게 말했다오. 오 형제들이여! 수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드디어 우린 세상의 서쪽 끝에

다다랐다. 우리에게 생명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태양의 뒤를 좇아 사람이 살지 않는

세상을 찾아가려는 마음을 버리지 마라!

 

그대들의 혈통을 생각하라! 그대들은

짐승처럼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덕과 지혜를 따르기 위해 태어났다. (p. 272~273)

 

□ 산 하나가 멀리 희미하게 나타났는데

어찌나 높이 솟았던지

그런 산을 본 적이 없었소.

 

우리는 기뻤소. 그러나 기쁨은 금방 통곡으로

바뀌었다오. 그 낯선 땅에서 풍랑이 일어나

뱃머리를 들이받았기 때문이오.

 

풍랑은 우리 배를 바닷물과 함께 세 바퀴를 돌게 했다오.

네 바퀴째에 선미가 높이 솟아오르더니 뱃머리에서 떨어져,

마침내 바다가 우리 위로 덮쳐 왔소.

 

하느님께서 원하셨던 대로였다오. (p. 274)

 

Ü 오디세우스의 말은 계속 되었다. 오디세우스의 죄명은 이로써 자신의 능력에 대한 남용이다. 아무리 여행과 방랑이 좋다고 하지만 그는 심하게 했다. 울타리를 떠나야 편한 것이 속성이라지만 이 남자, 정말 심하게 했구나. 길면 어긋나는 법이다.

 

27

 

□ 나는 군인이었다가 수도사가 되었소.

허리를 묶은 몸이면 속죄하리라 믿었기 때문이오.

그런데 그 벼락 맞을 사제가 없었더라면

나의 믿음은 정녕 실현되었을 텐데!

 

새로운 바리새 사람들의 왕(보니파키우스8)

라테라노(궁전)에서 싸움을 시작했는데

사라센이나 유대인과의 전쟁이 아니었소.

 

그의 적은 모두 그리스도교인들이었소.

아크리(십자군 전선의 최전방)를 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술탄의 땅의 장사치를 치려는 것도 아니었소.

 

그러나 콘스탄티누스가 문둥병을 고치려고

시라티 산 속의 실베스테르를 찾아갔듯,

그 사람은 내가 의사라도 되는 듯 나를 찾아와

 

자신의 오만의 열병을 고쳐 달라고 했소.

그는 조언을 요구했지만 나는 침묵을 지켰소.

그의 말투가 거만하게 들렸기 때문이었소.

 

그러자 그는 다시 말했소. 의심하지 마라!(자신의 조언이 들어 맞지 않았을 때를 두려워 하는 화자를 두고 하는 말)

지금 너의 죄를 사면할 테니 프라이네스테를

어떻게 공략할지 가르쳐 다오.

 

그때 그의 말에는 권위와 논리가 있었소. 그래서

침묵을 지키는 것보다 말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말했지요. ‘곧 떨어질 죄악에서

 

절 구해 주시니 말씀 드립니다만,

약속을 길게 하면서 지키기는 짧게 하시면

높은 보좌에서 승리를 거둘 것입니다.

 

내가 죽었을 때 성 프란체스코께서 나를 보러

오셨는데 까만 천사 한 마리가 그분께

말했소. 데려가지 마시오. 옳지 않소!

 

저놈은 기만적인 조언을 했기 때문에

내 졸개들 속으로 떨어져야 마땅합니다.

내가 먼저 저놈의 머리채를 움켜쥐었소.

 

뉘우치지 않는 자는 죄를 씻지 못합니다.

또 뉘우치면서 동시에 원하는 것은

서로 모순되므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 괴로운 이 내 몸이여! 그 놈이 나를 움켜쥐고

네놈은 내가 논리 정연하리라 생각도 못 했겠지

라고 말했을 때 정말 무서웠소.

 

그 놈은 나를 미노스에게 끌고 갔소. 미노스는

딱딱한 등에 제 꼬리를 여덟 번이나 감고 나서

불같이 화를 내고 꼬리를 물어뜯으며 말했지요.

 

이놈은 불에 타는 도둑놈들한테 갈 놈이군.

당신이 보다시피 난 이곳에 떨어져

이런 불 옷을 입고 고통 속에 지내고 있소. (p. 278~282)

 

28

(1300 3 27일 오후 1)

 

□ 오류가 없는 리비우스가 말하듯

일찍이 풍요로운 땅 풀리아에서

트로이 사람들 때문에 그리고

 

수많은 반지들을 노획한 저

긴긴 전쟁 때문에 흘러내린 피로

고통스러워했던 모든 사람들을 불러 모으면 (p. 283)

 

Ü 긴긴 전쟁은 포에니 전쟁(BC218~BC201)을 말한다. 전쟁에서 죽은 로마 병사의 반지를 모으니 산처럼 쌓였다고 한다. 이 전쟁은 로마와 로마의 식민지 카르타고의 전쟁이었는데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이 대승한 전쟁으로 유명하다.

 

□ 나는 턱부터 방귀 뀌는 곳까지 찢어진

어떤 자를 보았는데 허리나 밑바닥이 구멍 난

낡은 술통이라도 그처럼 깊게 갈라지지는 않았으리라.

 

두 다리 사이에 창자가 매달려 있고

내장이 드러났으며 먹은 것을 똥으로

만드는 축 처진 주머니도 나타났다.

 

내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자

그는 나를 보면서 두 손으로 가슴을 열어 보이고

말했다. 내가 몸을 찢어 가르니 보시오!

 

난도질 당한 무함마드의 몸을 보시오!

내 앞에서 울며 가는 저자는 알리.(이슬람의 예언자 마호메트의 사위이자 4대 칼리프)

얼굴이 턱부터 이마의 털까지 찢어졌소.

 

당신이 여기서 보는 모든 자들은

살아 있을 때 불화와 분열의 씨를 뿌린 자들이오.

그래서 이렇게 찢긴 것이오. (P. 285~286)

 

□ 다만 그에게 완전한 경험을 하게 하려고

이미 죽은 내가 그를 이끌어

지옥의 고리들을 돌아 여기까지 내려왔소 (P. 286)

 

Ü 완전한 저승의 경험은 죽지 않고 가능한가.

 

□ 그럼 수사 돌치노에게 말 좀 전해 주시오

내가 있는 이곳에 뒤따라오기 싫다면

 

곡식을 많이 마련해 두라고 그러면

폭설로 노바라 사람들이 앉아서

승리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이오. (P. 287)

 

Ü 돌치노, 자신이 그리스도의 진짜 사도이자 예언자 임을 주장하며 교황과 물리력으로 맞섰다. 전쟁 중에 수세에 몰리고 결국 식량부족과 폭설로 패했다. 신을 등에 업은 권위에 맞서다니. 멋지다.

 

□ 당신에 관한 얘기를 저 위 세상

누구에게 전해야 하는 거요? 그 땅이

보기 싫다는 자가 누구인지 내게 보여 주시오.

 

그러자 그는 동료의 턱을 쥐어

입을 벌린 다음 외쳤다. 바로 이자 인데 말을 못 한답니다. (P. 289)

 

Ü이자는 쿠리오다. 로마의 호민관이었고 카에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가도록 설득했으며 결국폼페이우스에 승리하고 로마의 권력을 장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 그러나 나는 분명히 보았다. 아직도 눈에 선하다.

머리가 잘린 몸체 하나가 다른 온전한 몸을 지닌

슬픈 무리와 함께 태연히 가고 있는 그 모습이.

 

그자는 자신의 잘린 머리를 초롱불처럼

양손으로 받쳐 들고 있었다. 그 머리는

우리를 쳐다보며 아이고, 내 신세야!’ 하고 말했다.

 

제 몸으로 제 등불이 되었으니

하나 속에 둘이요 둘 속에 하나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그를 벌한 분만 아실 테지. (P. 291)

 

□ 나의 관한 이야기를 전해 주시오. 나는

보른의 베르트랑이요. 젊은

왕에게 사악한 암시를 주어

 

아버지와 아들(헨리2세와 그의 아들 헨리3)을 서로 반목하게 한 사람이오.

압살룸과 다윗을 이간질한 아히도벨의

사악한 교사도 이보다 더하지는 않았을 것이오.

 

서로 굳게 믿는 자들을 내가 갈라놓았으니

, 고달프구나! 나의 머리를 몸뚱어리에서

떼어 내 이렇게 들고 다닌다오.

 

죗값은 내 안에서 이렇게 나타났다오. (P. 292)

 

Ü 죄를 지으면 그 죄는 자신의 안에서 도망가지 않는다. 緣起라는 것은 그래서 있는 것이고 인과응보와 새옹지마는 그래서 언제나 유효하다.

 

29

 

□ 아이기나의 모든 백성이 병에 걸리고

공기는 사악한 독으로 가득 차

짐승들은 물론 미물들까지 모두

 

쓰러졌다는데 또 시인들이 확고하게

믿듯이 백성들이 개미 떼의 알에서

다시 소생했다고는 하지만,

 

이 어두운 계곡에서 떼를 지어

괴로워하는 망령들을 보는 것보다

더 슬프지는 않았으리라. (P. 296)

 

Ü 아이기나, 강의 신인 아소토스의 딸이다. 제우가 아이기나의 미모에 반하여 그녀를 취하게 되고 헤라는 질투하여 아이기나가 살고 있는 섬 전체에서 자신의 아들만 남겨두고 모두 죽여버린다. 그 아들 아이아코스는 제우스에게 섬에 사람을 채워달라고 애원하고 제우는 섬의 개미를 모두 사람으로 만들어 섬에 사람들을 채웠다.

 

□ 그 중 하나가 대답했다. 나는 아레초 사람이오.

 

실은 내가 농담으로 그랬지요.

나는 공중을 날 수 있다 그러자

머리에 허영만 잔뜩 든 그자가

 

그 묘기를 보여 달라고 했소. 그리고 자기를

다이달로스로 만들지 못했다고, 그자를

자식처럼 여기는 자를 움직여 나를 불에 태웠소. (P. 300)

 

30

(1300 3 27일 오후 2~3)

 

□ 헤라가 세멜레 때문에

테베의 혈족에 대해 수도 없이

분노를 퍼붓던 시절. (P. 302)

 

Ü , 유피테르의 사랑을 받던 인간, 세멜레. 유노의 질투로 계략에 빠져 유피테르의 신성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유피테르는 그 신성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 벼락을 차고 세멜레 앞에 서게 된다. 그래서 연약한 세멜레는 이 벼락의 빛을 견디지 못하고 타죽는 이야기다. (변신 이야기 P. 127에 자세히 나온다)

 

□ 불쌍한 헤카베는 폴리세네의 죽음과 바닷가에 밀려온 아들

폴리도로스의 시신으로 인해

 

가슴이 찢어질 듯 괴로운 심정이 되어

개처럼 울부짖었다. 고통이 너무나 커서

마음을 쉽게 진정하지 못했다. (P. 303)

 

Ü 그리스 비극작가 에우리피데스의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트로이의 마지막 모습을 헤카베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이 때 무서운 소리와 함께 성이 타서 무너진다.

헤카베 : 다들 들었는가. 저 소리를.

코러스 대장 : 저것은 트로이의 마지막 소리.

헤카베 : 흔들리고 흔들려서 트로이의 도성은

코러스 대장 :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다.

 

출발을 알리는 나팔 소리 들려 온다.

 

헤카베 : 아아, 떨리는 이 발 길

우리 앞에 기다리는 건 무엇일까?

원통해라. 슬픈 예속의 나날

코러스 : 참혹한 조국 등뒤에 두고

 

□ 아디모를 마음에 새겨 두기 바랍니다.

나는 살았을 때 원하던 것을 원 없이 가졌지만

지금은 물 한방울을 이렇게 갈망하고 있소. (P. 306)

 

□ 나를 괴롭히는 엄격하기 그지없는 정의가

하필 내가 죄를 지은 곳을 떠올리게 하며

더 깊은 한숨을 내쉬게 만드는구려. (P. 307)

 

Ü 내적 기준의 불일치, 한가지 일을 대하는 이중적 태도와 잣대. 어찔할거냐.

 

31

 

□ 네 눈에 어슴푸레 보이는 저것들이

탑이 아니라 거인들이라는 점이다. 그들 배꼽 아래로는

둔덕으로 둘러싸인 웅덩이에 잠겨 있다. (P. 315)

 

Ü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혼자 임신을 했다. 그 자식은 우라노스와 티탄이다.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는 우라노스의 남근을 절개하고 그 남근이 잘려지고 피가 떨어진 자리에서 기간테스가 태어나는데 기간테스는 제우스에 대항하고 제우스는 번개로 그들을 제압했다.

 

□ 자연은 코끼리나 고래 같은 거대한 것들을

만들긴 했지만 그것은 잘 생각해 보면

정당하고 사리에 맞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사악한 의지와 폭력에

이지와 사고력까지 가세하면

아무도 이를 막아 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본 거인의 얼굴은 로마에 있는 산 피에트로 성당의

솔방울처럼 길고 컸다. 다른 신체 부분들도

그 얼굴에 어울리게 크리라 생각됐다. (P. 317)

 

□ 이자는 니므롯인데 자신의 멍청한 고안물 때문에

세상에서는 더 이상 공통어가 쓰이지 않게 되었지 (P. 319)

 

Ü 멍청한 고안물은 바벨탑을 의미한다. 인간의 교만함을 말하는 것이고 그 제작자 니므롯은 지옥에서 온 몸을 쇠사슬을 감고 있다.

 

32

 

□ 지옥의 모든 바위들이 내리누르고 있는

저 슬픈 구멍에 잘 들어맞을

거칠고 쓰디쓴 글을 지을 수 있다면

 

내 생각에 즙을 더 완전하게

짜내련만, 하지만 그렇지 못하여

두려움 없이는 말을 이어 갈 수가 없다. (P. 324)

 

Ü 작가적 열망, ! 단테여.

 

□ 차라리 세상에서 양이나 염소였더라면 좋았을 것을! (P. 325)

 

Ü 나도 그네들을 부러워한 때가 있었다. 두려움과 또 오겠지.

 

□ 천명인지 운명인지 모르지만

머리들 사이를 걷던 중

어떤 자의 머리가 발길에 차였다.

 

그가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왜 날 차는 거냐?

이놈! 몬타페르티의 복수를 하러 왔느냐?

그게 아니면 왜 날 이렇게 괴롭히느냐?

 

선생님, 저자가 나에 대한

의심을 벗도록 여기서 절 기다려 주세요.

그런 다음 선생님 뜻대로 저를 재촉하시지요.

 

나의 길잡이가 발을 멈췄다. 나는 아직도

저주를 퍼붓고 있는 그자에게 말했다.

사람을 그렇게 질책하는 넌 누구냐? (P. 329)

 

33

 

□ 그 죄인은 끔찍하게 변한 먹이에서

입을 떼고는 자기가 씹어 먹던 뒤통수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으로 입을 문질러 닦았다. (P. 335)

 

□ 난 우골리노 백작이었고 이놈은

루지에리 대주교였다는 것을 우선 알아 두시오.

이놈 곁에서 이런 짓을 학 된 연유를 말해 주겠소.

 

나로 인해 굶주림이란 이름이 붙은

아직도 다른 사람들을 가두고 있는

그 탑 골방의 좁은 틈새로 (p. 337)

 

Ü 우골리노와 루지에리는 배신의 죄로 지옥에 와 있다. 서로가 반목과 배신을 반복하고 결국 우골리노는 자신의 아들과 손자들과 함께 투옥되고 굶어 죽었다고 한다. 투옥이후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 아버지, 저희를 먹으면 저희들의 고통이

훨씬 덜할 거예요! 아버지가 이 불쌍한 육신을

입혀 주셨으니 이제는 벗겨 가세요!

 

나는 그들을 더 슬프게 하지 않으려고 평정을 찾았소.

그날도 그다음 날도 우리는 말없이 앉아 있었소.

, 매정한 땅이여! 어찌하여 열리지도 않는가?

 

그렇게 나흘 째 접어 들었을 때

장남 가도가 내게 몸을 던지더니 사지를 늘어뜨리며

아버지 날 좀 도와주세요. 하고는

 

이내 죽어 버렸소. 당신이 지금

날 보고 있듯이 닷새, 엿새가 지나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나머지 세 명이 죽어 가는 것을 지켜보았소.

 

벌써 눈이 먼 나는 그들의 몸을 더듬었소.

아이들이 죽은 뒤 이틀 동안 이름을 불렀는데

고통보다도 배고픔을 참을 수가 없었소. (p. 339~341)

 

Ü 굶어 죽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먹어야 사는 인간에게 가장 큰 형벌이다.

 

□ 지독한 추위가 내 얼굴의

모든 감각을 마치 못이 박힌 듯

여지없이 죽여 버린 듯했지만 (p. 342)

 

□ 그때 차가운 얼음을 뒤집어쓴 비참한 망령이

우리에게 소리 질렀다 , 최후의 장소로 향하는

잔혹한 망령들이여!

 

나는 수도사 알베리고.

사악한 과수원에서 키운 열매 때문에 이곳에 와 있소.

여기서는 무화과 대신에 대추야자를 따고 있소. (p. 343)

Ü 대추야자가 무화과 보다 많이 비쌌다고 한다. 큰 죄값을 치르고 있다는 말이겠다.

 

34

 

□ 어느덧 망령들이 떼를 지어 얼음에 갇혀

유리 속의 볏짚처럼 투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곳

두려움을 품고 이를 시에 담고자 한다.

 

Ü 그곳은 주데카. 유대인의 게타는 유다에서 유래된 교회다. 제국의 배신자를 은유한다.

 

□ 아, 그놈 머리에 달린 세 개의 얼굴을 보았을 때

내가 얼마나 큰 놀라움에 사로잡혔던가!

앞쪽의 얼굴은 진홍색(증오)이었다.

 

오른쪽 얼굴은 하양과 노랑 사이의 색(무력)이었고

왼쪽 얼굴은 나일 강이 흐르는 곳에서 온

사람(흑인, 검정색, 무지)을 보는 것 같았다. (p. 349)

 

□ 가운데서 제일 큰 벌을 받는 망령은 가리옷 사람 유다다.

머리는 입 안으로 들어갔고 다리는 밖에 걸쳐 있구나 (p. 350)

 

Ü 유다는 은화 30냥에 그리스도를 배반했다.

 

□ 몸이 더 커 보이는 저놈은 카시우스다. (카시우스는 카에사르를 암살한 자다)

밤이 다시 온다. 떠나야 할 시간이다.

볼 것은 이제 다 봤다. (p. 350)

 

□ 내가 밑으로 내려가는 동안에는 네가 그곳에 있었지만

내가 몸을 돌렸을 때 넌 이미 모든 것을 끌어당기는

중력이 모이는 지점을 지나친 것이었어.

 

우리는 이제 거대한 마른 땅으로 덮인 곳의

맞은편 반구 바로 아래에 와 있다. (p. 353) Ü 지옥구경이 끝나간다.

 

□ 베엘제불(=루키페르=하데스)

길잡이와 나는 밝은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 거친 길로 들어갔다.

쉴 겨를도 없었다.

 

그가 앞서고 내가 뒤를 따르며 위로 올라갔다.

마침내 우리는 둥글게 열린 틈을 통해

하늘이 실어 나르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고

그렇게 해서 밖으로 나와 별들을 다시 보았다. (p. 354)

지옥의 모습.JPG

천국편 ‘Paradiso’

 

1

(1300 3 31일 정오)

□ 오, 위대한 아폴론이여! 이 마지막 임무를 위해 나를

당신의 재능과 당신이 사랑하는

월계관을 받을 그릇으로 만들어 주소서!

지금까지는 파르나소스의 한 봉우리로 충분했지만

 

, 신성한 힘이여! 당신을 빌려

그 높은 곳을 내 정신에 새겨 넣었건만

그 그림자만이라도 그릴 수 있게 해 주소서!

그러면 당신의 기쁜 나무로 오는 나를 볼 것이며 (p. 8)

 

Ü 아폴론이 시의 신이란다. 각주의 설명에 따르면 단테는 마지막 천국편을 집필하고 그 완성을 앞두고 아폴론에게 작가적 영감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월계수로 변신한 다프네까지 끌어들이는 단테.

 

□ 인성을 초월한다는 것은 말로 설명될 수 없으니

하느님의 은총으로 경험할 때까지는

방금 든 글라우코스의 예로 족할 것이다.

 

, 하늘을 다스리시는 사랑이시여! 그대의

빛이 나를 들어 올렸으니 오른 것이

내안의 만 나중 창조인지는 그대가 아십니다. (p. 11)

 

Ü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인성을 초월한 신성을 가져야 한단다. 각주 설명에 의하면 단테는 마지막 문장으로 천국의 실제 입장을 유보한다. 성 베드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천국을 가지고 않고 이 글을 썼으니 단테는 역시 작가다.

 

□ 이곳에서 모든 것들은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질서를 따르니 이는 하느님을 닮은 우주의 형상이지요.

 

거기서 하느님의 숭고한 피조물들은

영원한 힘이신 하느님의 자취를 봅니다. 그것이 바로 우주가 지향하는 목표랍니다.

 

창조된 모든 것들은 이런 질서 속에서

저들의 원천으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두고 저들의 위치를 유지합니다. 이렇게

 

피조물들은 존재의 광활한 바다를 가로질러

다양한 항구들로 퍼져 가고 그러면서도 제가기 자기 본능을 지키고 있어요.

 

이 본능은 달을 향해 불을 가져가고

피조물의 심장을 움직이는 힘이 되며 세상을 묶어 하나로 만드는 본능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성을 지니지 않은 피조물뿐 아니라

지성과 사랑을 지닌 피조물들도 그 본능의 활의 당겨진 힘을 체험하지요.

 

언제나 행복의 과녁에 똑바로 화살을

당기는 활의 힘에 실려 우리는 미리

운명 지어진 곳으로 날아오릅니다. (p.12~13)

 

Ü 불교 철학과 어쩌면 이리도 그 사유가 유사한가. 캠벨이 이 철학들을 함께 공부했던 결정적 이유는 이것이었다. 정점에서 만나게 될 것 같은 느낌. 그는 그 모습을 보았을 거다. 하나의 원형에서 시작된 피조물들의 삶의 행진은 불교나 예수교나 같다.

 

□ 그리고 그녀는 시선을 하늘로 향했다. (p. 14)

 

Ü 마주보다 하늘을 본다. 날아 오르기 직전의 pause.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가의 장치다. e단테는 베아트리체를 처음 본 순간을 상상하는 것 같다.

베아트리체&단테.JPG

[베아트리체를 만난 단테](1883). 영국의 화가 헨리 홀리데이(1839-1927)유화

 

2

□ 아름다운 만큼이나 기쁜 낯으로 말했다.

우리는 첫 번째 별로 오르게 하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다듬으세요’ (p. 16)

 

Ü 달로 오른다. 첫 번째 천국이다. 지상과 가장 가까우니 천국 중에서는 가장 저급할 것이다.

 

□ 이 영원한 천상의 진주가 우리를 제 안에 들이는

꼴은 물이 빛을 받으면서도 갈라지지 않고 온전한 것과 같았다. (p. 17)

 

Ü 빛이 물을 쪼개지 못한다는 사실이 단테에게는 그저그런 사실이 아니었다. 나는 이 사실조차 모르고 있지 않았나. 단테는 시성이다.

 

□ 감각의 열쇠가 열지 못하는 곳에서 인간의 판단은 잘못된 결론만 낳지요.

놀라움을 일으키는 화살이 분명 그대를 찌르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성이란 감각 뒤에 머물며, 그 날개가 짧다는 것을 그대는 아니까요. (p. 18)

 

Ü 이성 무용론을 말하는 것인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이성을 맹신하여 삶의 원형을 보지 못하는 아둔함에서 깨어나라는 말인가.

 

□ 아니면 고기에서 두껍고 얇은 부분이 있고

책 속에 있는 책장들이 쪽마다 다르듯이 그런 단순한 차이가 있는 것일 테지요. (p. 19)

 

Ü 당시 동물 가죽을 책을 만들었는데 동물가죽의 겉과 속의 표면과 그 질이 달랐을 것이다.

 

□ 그대에게 돌아오는 지 살펴 보세요. 가장 먼곳에 있는

빛이 다른 두 거울에 비친 빛보다 그 양에서는 약하지만

성질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관찰할 겁니다. (p. 20)

 

Ü 단테는 물리학에 통달하고 있다. 앞서 베아트리체는 단테에게 달 표면의 검은 자국에 대해 신학적 분석을 내어 놓는다. 위 문장은 그 결론이며 태양은 만물에 고루 비치지만 각자가 받아들이는 아량과 그 조건에 따라 받아들일 수 있는 태양의 빛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고 설명한다. 결국 만인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은 모두 같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거다.

 

□ 자체를 포함한 하늘의 모든 진수들을 감싸고 있어요. (p.21)

 

Ü 정화천 (가장 높은 하늘)은 원동천 (몸체)을 품고 있는데 원동천은 정화천의 힘을 받아서 다음 하늘 항성천을 움직인다고 한다.

 

□ 그대들의 먼지 속의 영혼이

그대들 몸 구석구석에 퍼져 갖가지 기능을 다 하듯이

 

이 위대한 지성도 별들에게 제 능력을

골고루 나누어 퍼지게 하고 동시에 그 지성 자체는 일체를 유지하지요.

 

즐거운 본성에서 나오는 이 얽힌 덕이

축복받은 몸을 만나 빛나는 것은 행복이 살아 있는 눈을 통해 빛을 내는 것과 같지요.

 

짙고 엷음에서가 아니라 바로 이 덕에서

우리가 보는 빛의 그러한 차이들이 나옵니다. 이것이 덕에 따라 어둠을 주기도 하고

빛을 주기도 하는 형성의 원리입니다. (p. 22~23)

 

Ü 기절할 표현이다. 이 문장은 외워두는 것이 좋겠다.

즐거운 본성에서 나오는 이 얽힌 덕이 축복받은 몸을 만나 빛나는 것은 행복이 살아 있는 눈을 통해 빛을 내는 것과 같지요.’

 

3

□ 헛된 망상을 지닐 때 그러듯 그대는 반대로 가고 있어요.

그대가 지금 목격하는 것은 진짜 실체들입니다.

서원을 어겼기 때문에 여기 모습을 나타내고 있지요. (p. 25)

 

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아는 시선, 이것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 데르수의 시선을 다시 꺼내어 본다.

별이 뭔가? 저기 별 떴다. 보면 된다.

달은 대체 뭘까? 눈 있는 사람 달 본다. 저게 달이다.

하늘은 어떤 의미일까? 환할 땐 파랗다. 캄캄해지면 까맣다. 비 올 때 흐리다. 다 볼 수 있어.

 

□ 맞아요. 난 피카르다예요! 난 지금 가장 느린 하늘에서 축복을 받아서

다른 축복받은 자들과 함께 있어요.

 

이렇게 낮은 하늘에 있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맺은 서원을 소홀히 하고

어느 정도로는 저버렸기 때문이지요. (p. 26~27)

 

Ü 단테 아내의 친척, 친구의 동생이다. 수녀였지만 정략결혼을 했다. 달의 하늘은 가변성의 상징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래서 가변성의 상징적 인간으로 단테는 피카르다를 내세운다.

 

□ 그제야 최고의 은총의 빛이 같은 밝기로

동등하게 비추지는 않아도 하늘에서는 어느 곳이나 천국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p. 28~29)

 

Ü 절대자는 무가치적이다. 빛이 비추어지는 사태는 편협함이 없다.

 

4

□ 선을 향한 의지가 변함이 없다면 어떻게 다른 자의 폭력이

나의 정당한 공적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있는가?

 

또 다른 의문은 이런 것이겠지요.

플라톤이 주장하듯이 죽음 이후에 모든 영혼은 제각기 자기 별로 돌아가는 것일까요? (p. 33)

 

Ü 나도 이 질문들이 궁금하다. 단테의 대답을 들어보자.

 

□ 이 영혼들이 우리가 지금 서 있는 달의 하늘에 있는 것은

그 하늘이 그들에게 할당되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축복됨의 정도가 낮음을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폭력에 고통받는 사람은 폭력 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도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마치 바람이 불어도 불은 타오르는 것이 자연스럽듯이

의지는 원하기만 하면 굴복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크든 작든 의지를 굽히면 폭력이 뒤 따르는 법입니다.

라우렌티우스가 저 철판 위에서 했던 것이나

무키우스가 자기 손에 냉정했던 것처럼 (p. 34~36)

 

Ü 교황이 맡긴 보물을 은닉한 장소를 밝히지 않아 철판 위에서 순교했다. 그는 병들고 가난한 사람이 교회의 보물이라고 했다. 멋지다. 무키우스는 당시 압제자를 암살하려 한 죄로 화형을 언도 받았고 자신의 오른손이 죄가 있다며 불에 손을 찔러 넣고 태연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나는 베아트리체의 저 말이 무슨 뜻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아 답답해!

 

□ 아버지의 기도에 마음이 움직여 어머니를 죽인 알크마이온은

효성을 버리지 않기 위해 불효를 한 것입니다 (p. 37)

 

Ü 이거 애매합니다. 절대의지 vs 조건의지. 비록 나쁜일이지만 하지 않으면 더 악한 일이 예상된는 난처한 상황. 아가멤논을 죽인 클리타임네스트라, 오레스테스는 자신의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아버지를 죽인 죄를 물어 죽인다. 절대의지가 반영되었나. 알크마이온과 오레스테스.

 

5

□ 내 사랑의 열기는 보면 볼수록 선을 터득하게 되는 완전한

시각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에요.

 

혹시 다른 어떤 것이 인간의 사랑을 유혹한다면, 그것은 이 영원한 빛이

잘못 이해된 흔적일 뿐이라는 걸 알아두세요.

 

그대는 하느님의 징벌에서 영혼을

구하기 위해서 깨진 서원 대신 다른 어떤 보상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으신 거지요.

나의 베아트리체가 이 곡을 시작하면서 한 말이었다.

 

하느님께서 만물을 창조하실 때

우리에게 주신, 그분이 가장 소중히 여기시고 그분과 가장 닮은 위대한 선물은

의지의 자유였어요. (p. 40~41)

 

Ü 의지의 자유! 우리가 받은 가장 위대한 선물이며 그 자유의 무늬는 하늘을 닮아있다.

 

□ 봉헌의 본질은 두 가지에 의지합니다.

하나는 그 약속된 행위 자체이고 다른 하나는 계약의 엄숙한 성격입니다. (p. 42)

 

6

□ 나는 카이사르였던 유스티니아누스다. (p. 48)

 

Ü 콘스탄티누스(288~337) 황제는 312년 그리스도교로 개종했다. 324년 로마제국의 수도를 비잔티움(지금의 이스탄불)으로 옮겼고 도시 이름을 콘스탄티노플로 바꾸었다. 330년 그리스도교를 공식화했다. 카이사르는 로마 황제의 상징이다. 유스티아누스는 527년 황제가 되어 이탈리아 재정복에 나섰으니 약 이백년 동안 로마는 콘스탄티노플에 머문 셈이다. (각주)

 

□ 나는 그를 믿었다. 그가 신앙으로 안 것을

나는 지금 분명하게 보고 있다. 그대가 진실인 동시에 허위인 것을 분명 모순이라 보듯이

내가 교회와 더불어 발길을 옮기자 곧 하느님께서는

은총으로 로마의 법전을 정비하는 고귀한 일을 하게 하셨으니 (p. 49)

 

□ 하나는 만민의 상징에 대항하여 노란 백합을

내세우고 다른 하나는 이를 당파의 것으로 주장하며

저들의 목적에 맞추어 쓰니 누가 더 잘못인가 (p. 53)

 

7

□ 그러나 BE ICE만으로도 나를

지배하는 그 경외심에 나는 곯아떨어진 사람처럼 머리를 숙였다.

그 미소는 불구덩이에 갇힌 사람이라도 기쁘게 할 터였다. (P. 57)

 

Ü BE ICE Beatrice의 첫 두글자 그리고 마지막 세 글자다.

 

□ 인간의 본성에 따라 생각할 때는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리신 것보다 더 위대한 정의가 없을 테지만

 

그것을 겪으신 분의 본성을 생각하면

그 본성을 지니고 고난을 당하신 것만큼 불의한 벌도 없으실 겁니다. 그러므로

 

한 가지 사건에서 여러 결과들이 나온 것이지요.

하나의 죽음을 하느님과 유대인이 함께 원했으니

그 때문에 땅이 진동하고 하늘이 열렸던 겁니다.

 

이제 공정한 복수가 공정하게 대가를 치렀다는 생각을

그대는 어렵지 않게 이해하실 겁니다. (p. 58~59)

 

Ü 하느님이 보기에는 그리스도의 죽음을 아담과 인간을 구원하는 죽음으로 하느님은 기쁘게 수행했고 반면 유대인들이 예수를 죽이는 것도 기쁘게 그것을 했다. 그런데 유대인의 그 의도는 다분히 정치적이고 사적이었기 때문에 벌을 받아 마땅하다는 얘기겠다. 내적 기준의 불일치, 잣대의 불일치로 일어나는 하나의 현상의 다른 결과. 지옥편에도 나온다.

 

나를 괴롭히는 엄격하기 그지없는 정의가

하필 내가 죄를 지은 곳을 떠올리게 하며

더 깊은 한숨을 내쉬게 만드는구려.’ (p. 307)

 

□ 당신 말은 잘 이해하겠는데 왜 하느님은 우리의 구원을 위해 다른 길을 택하지 않아

이렇게 분명치 않게 만드셨는지 모르겠어요. (p. 59)

 

□ 그분의 존재에서 직접 나오는 것은 끝이 없으니

그 인장이 한번 찍히면 결코 자국이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p. 59)

 

Ü 이것은 주옥 같은 말이다. 해인사(海印寺)가 이와 같은 뜻이니 불교철학과 같은 사유다.

 

□ 따라서 창조된 모든 것은 그 분을 닮으며 그분을

기쁘게 합니다. 모든 창조를 비추는 거룩한 불꽃은

그분과 가장 닮은 것 속에서 가장 밝게 타오릅니다.

 

이는 인류가 받은 선물들입니다. 이들 중 하나라도 없으면 그 고귀한 상태에서 멀어집니다.

오직 죄악만이 인간의 자유를 뺏고 진실한 하느님과의 닮음을 없애며

인간이 그분의 빛을 잃게 만든답니다.

 

더욱이 인간은 그 죄로 남겨진 자리를 사악한 쾌락을

고쳐 나가는 노력으로 채우지 않는다면 잃어버린 존엄성을 회복할 수 없어요 (p. 59~60)

 

□ 인간은 자기 한계 내에서는 결코 완성될 수 없어요.

그러니 계속해서 겸손하고 복종하는 자세로 자신을 낮추지 못하는 것은

 

거스르려 했던 그만큼 자꾸 오르려 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혼자 힘으로는 하느님께 이르기 힘든 것입니다.

 

결국 하느님께서는 말하자면 두 길들 중 하나로 혹은 두 길 모두를 통해

인간이 완전한 삶으로 이르는 길을 마련하신 것이지요 (p. 61)

 

Ü ! 두 길은 자비와 정의를 말한다.

 

□ 하느님은 그저 죄를 사해 주시기보다는 인간 스스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당신 자신을 희생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유일한 아들이 자신을 낮추어

죽을 육신을 지니지 않았더라면

그 어떤 수단으로도 정의에 이르지 못했을 겁니다. (p. 62)

 

Ü 예수가 죽은 이유에 대한 단테의 입장이다. 아니 그 시대의 관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 형제여! 천사들이 있고 그대가 있는 이곳

진실된 나라는 지금 바로 그 상태대로, 천사들의 실체를 고스란히 지닌 채 창조되었어요.

 

그러나 그대가 지목한 요소들과 그것들에서 생산된 모든 것들은

그것들이 창조되는 힘에 의해 그 형상을 갖춥니다.

 

그들이 지닌 물질도 창조되었고 그들 주위를 도는 별들 안에서

형상을 이루는 힘도 창조되었지요.

 

모든 동물과 식물의 영혼은 별들의 빛과 그 거룩한 운동이 권능을 지닌 본질에서부터 끌어냅니다.

우리의 최초의 부모가 세상에 왔을 때 인간의 육신이 처음에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대가 기억한다면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으로 미루어

 

앞으로 다가올 그대의 부활을 그려 볼 수 있겠지요. (p. 64)

 

8

□ 일찍이 내 이마에는 도나우 강이 독일을 뒤로하며 곧바로 적셔 주는

그 나라의 찬란한 왕관이 빛났소.

 

그리고 에우로에게서 거친 바람을 받는

파키노와 펠로로 사이의 만은 티폰이 아니라 유황 때문에 햇살을 보지 못하는데

 

안개에 휩싸인 아름다운 트리나크리아도

나를 거쳐 샤를과 루돌프로부터 태어난 제 군주들을 기다렸을 것이오. (p. 68~69)

 

Ü 샤를 마르텔 (1271~1295) 헝가리 군주가 하는 말이다. 짧은 생이었지만 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1290년에 헝가리의 왕이 되었다. 티폰은 시칠리아 에트나 화산에 뭍혀 있다고 한다. 티폰은 백개의 머리를 가진 거인으로 신과 인간을 지배하려다 제우스의 번개에 맞고 죽었다. 에트나의 화산활동은 그곳을 벗어나려는 티폰의 몸부림이라는 말이 있다.

 

□ 스스로 완전한 그 유일 정신 속에는

모든 자연의 유형들과 그 각각의 목표가 예견되어 있소.

 

그래서 이 왕국의 활을

당기면 화살은 미리 정해진 지점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p. 70)

 

Ü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자신의 사회에 그것을 환원하지 못하는 자는 지옥에 간다고 지옥편에서 단테는 말했다.

 

□ 그러자 그가 다른 질문을 던졌다. ‘사회의 질서가 없다는 것이 세상에서는 참 좋지 않은 일이지요?’ ‘물론이지요, 추론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다른 본성들을 지니고 있기에 서로 다른 목적들을 추구하는 것이겠지요. 당신 선생이 쓴 것이 맞아요.’ 그는 여기까지 하나하나 추론을 하다가 결론을 맺었다. ‘그래서 인간의 행위의 뿌리는 다른 수밖에 없어요.

 

한 사람이 솔론으로 태어나면 한 사람은 크세르크세스, 또 한 사람은 멜기세텍 그리고 어떤 이는 자식의 생명을 대가로 하늘을 난 자로 태어난다오. (p. 71)

 

Ü 세상에 가 없다는 말을 이리도 간명하게 하는가. 무아(無我), 신은 보편적 인간에게 모두 현현한다. 솔론에도 크레르크세스에게도.

 

□ 자연은 운명과 일치하지 않을 때

마치 낯선 토양에 뿌려진 씨가 죽듯이 실패하고 맙니다.

 

자연이 닦아 놓은 바탕을 사람들이 더 생각하고 그 위에 쌓아 나간다면 더 나은 사람들이 될 것이오. 그러나 사람들은 칼을 허리에 차기 위해 태어난 자를 수도회에 처박고

설교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을 왕으로 섬기려 하지요.

이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은 길을 벗어나는 것이오!

 

9

□ 기쁨은 저 위에서 밝음으로

여기서는 웃음으로 드러나지만 저 아래에서는 마음이 슬프니 망령들이 더욱더 어두워진다 (p. 78)

 

Ü 단테의 현재적 시점. 지금 자신의 위치는 천국에 있음에도 현재를 기준으로 쓰여져 있다.

 

□ 시카이우스와 크레우사에게 고통을 주던 벨로스의 딸의 사랑도 내가 머리를 세도록

불태웠던 사랑보다 더 뜨겁지는 않았소.

데모폰에 속은 로도프의 그녀나

이올레를 가슴에 담아 두었던 알키데스도 나의 뜨거움에 비기지는 못할 것이오. (p.79)

 

Ü 벨로스의 딸, 디도. 그의 남편 시카이우스에게 정절을 약속했으나 남편의 사후에 아이네이아스를 유혹하여 겨룩구 아이네이아스의 부인 크레우사(그녀는 남편이 트로이 전쟁에 가 있는 동안 정절을 지켰다)를 자결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정절의 가치는 인간을 자결에 이르게 할 정도로 큰 가치인가.

 

□ 당신의 도시(피렌체)는 자기 조물주에게

최초로 등을 돌렸던 자(루키페르, 하데스. 그는 아담과 이브의 행복을 질투하여 원죄를 짓게 만들었다. 그 결과 인류는 영원한 고통을 안게 되었다)가 건설했소. 그자의 질투는 수많은 눈물을 만들어 냈지요. 그런 당신의 도시는 사악한 꽃을 만들고

유통시켜 목자를 늑대로 만들고 울을 파괴하여 양들을 방황하게 만듭니다.

 

이 때문에 복음서와 교회의 사제들은 버림을 받았고 그저 주석이나 붙이면서

오로지 교회법 연구에 몰두합니다.

교황과 추기경들이 이렇게 정신을 팔고 있으니 그들의 생각은 가브리엘이 한때 날개를

넓게 펼쳤던 나사렛으로 갈 수가 없소.

 

그러나 바티간(베드로가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죽은 언덕에 바티칸 교황청이 세워져 있다)과 베드로의 뒤를 따라 싸우다 죽은 성인들의 무덤이 된 로마의 다른 선택 받은 곳들은 곧 이런 음행에서 벗어날 것이오. (p. 81)

 

10

□ 유성들을 이끄는 저 비스듬한 길이 거기서부터 가지를 뻗는 것은 세상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기 위해서다. 만일 저들의 길이 굽지 않았다면 하늘의 위대한 힘은 헛될 것이고

세상의 온갖 힘들도 스러질 것이다.

 

저들의 길이 직선으로부터 더 혹은 덜 멀었다면 세상의 질서는 위에서나 아래에서 상당히 무너질 것이다.

독자여! 식탁을 떠나지 말고 당신들이 맛본 것을 생각해 보라!

그러면 지칠 줄 모르고 참으로 즐거우리라.

나는 음식을 내놓았으니 이제 여러분들 스스로 먹기 바란다.

나로 하여금 이 글을 쓰도록 만드는 주제가 바야흐로 내 모든 힘을 다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하늘의 계획을 새기고 그 빛으로 우리는 시간을 재는 자연의 가장 숭고한 대리자 (p. 83)

 

□ 라토나의 딸이 뿌연 대기가 때로 습기로 달빛의 띠를 잡아당길 때

달 무리를 이루는 것도 볼 수 있었다. (p. 85)

 

Ü 라토나의 딸은 디아나다. 디아나는 달의 여신이다. 그 여신을 단테는 직접 알현하고 있다.

 

□ 나는 성 도미니쿠스가 길을 따라 이끌던 거룩한 양 떼 중 하나였소. 양 떼들은 길만 잃지 않으면 모두가 살 찔 수 있소.

내 오른쪽 가까이에 선 이 영혼은 나의 형제이며 스승이었는데 쾰른의 알베르투스였소.

나는 토마스 아퀴나스 입니다. (p. 88)

 

Ü 토마스 아퀴나스가 천국에 와 있다. 그는 신학대전에서 그리스도교의 교리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종합했다. 알베르투스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스승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이해한 최초의 사람이었다고 전해진다.

 

□ 우리 사이에 가장 아름다운 다섯 번째 빛은 솔로몬인데 사랑으로 숨을 쉬는 것이 그렇게 그윽하여 사람들은 아직도 그의 소식을 알고 싶어 한다오.

 

Ü 솔로몬은 다윗의 아들이다. 시편의 저자이기도 하다. 단테는 하느님으로부터 지혜를 선물로 받은 최고의 현자로 인식하고 있다.

 

11

□ 오, 필멸성의 무분별한 도로여!

날개를 내리쳐서 스스로 추락하는 인간들의 추론은 얼마나 헛된가!

더러는 법을 맹종하고 더러는 경구에 충실하고

더러는 사제직에 연연하고 더러는 폭력이나 괘변으로 다스리려 하고 (p. 92)

 

□ 그의 영적인 법정 앞에서 그는

아버지가 있는 가운데 그녀를 아내를 맞아들였고 날마다 더욱더 사랑했지요.

첫번째 남편을 여읜 이 여자는 그가 올 때까지 천백 년하고도 더 많은

세월 동안 누구의 초대도 받지 못하며 살았소.

 

Ü 그녀는 청빈이고 그는 성 프란체스코다. 청빈을 의인화 했다.

 

□ 또 마리아께서 아래 세상에 머물러 계셨을 때 이 여인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 위에서 통곡할 정도로 굳세고 지독한 끈기를 보였지만 그래도 혼자였소.

그리고 그 뒤 그 아버지이자 스승은 이제는 초라한 끈으로 서로를 동여맨

그의 여인과 가족들을 데리고 떠났다오.(p. 96)

 

Ü 그리스도는 교리의 전부라 할 만큼 청빈을 강조하고 있다. 그 자신이 발가벗은 몸으로 죽임을 당할 만큼 청빈이 상징적임에도 어째서 오늘날 귀족 종교가 되었나. 네온 싸인의 십자가가 서글프게 느껴진다.

 

□ 그 수려한 영혼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면서도 자기가 선택한 청빈의 품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다른 관을 원하지 않았소. (p. 98)

 

Ü 성 프란체스코는 임종에 이르러 벌거벗긴 채 맨 땅에 눕혀 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청빈의 헌신을 마지막 까지 실천한 인간이다.

 

12

□ 헤라가 제 시녀(무지개의 여신 이리스)에게 명령을 내리자

사랑에 쉬어버린 애처로운 여자의 목소리로(님프 에코, 나르키소스를 사랑했다)

또한 하느님께서 노아와 맺은 계약(다시 홍수는 없다며 그 징표로 무지개를 띄워 약속했다) (p. 100~101)

 

□ 그는 여섯 가운데 둘이나 셋을 감해 달라 요구하지 않았고

비어 있는 최고 자리에 앉는 행운을 부탁하지 않았으며 하느님의 가난한 자를 위한 십일조를 챙기지도 않았소. (p. 105) Ü 십일조, 사기 같은

 

□ 내가 분명히 말하건데 우리의 책을 한 장 한 장 살펴보는 자는 이런 구절을 발견할 것이오.

나는 항상 있던 대로 있다.’ (p. 106) Ü 무슨 의미인가.

 

13

□ 죽는 것이나 죽을 수 없는 것이나 하느님 아버지께서 사랑으로 키우시는

이데아의 빛을 받고 있으니 살아있는 빛은 원천의 빛에서 쏟아져 나오지만

그로부터 갈라지지 않고 또한 그들과 함께 삼위를 이루는 사랑과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살아 있는 빛은 하늘과 하늘을 거치면서 점점 약해지면서 마침내 우연적인 것들에까지이르닞요. ‘우연이라는 말은 자라나는 것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움직이는 하늘이 씨앗을 지닌 것 혹은 씨앗이 없는 것으로 만들어 내는 세상의 사물들이요.

이런 사물들의 밀랍은 다소 수동적이고 그것에 형상을 주는 힘은 다소 능동적이니 그런 구도에 따라 거룩한 빛이 비칩니다.

그래서 같은 종의 나무들이라도 더 좋거나 헐하거나 하는 다른 열매들을 맺고

당신들도 각자 다른 재주들을 갖고 태어나지요.

밀랍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하늘들이 최고의 힘을 쓴다면

거기에 찍히는 인장은 최대로 밝은 빛을 낼 거예요.

 

그러나 자연은 이런 빛을 최고의 힘을 써서 나를 수 없어요.

최고의 재능을 지닌 예술가라도 떨리는 손을 지닌 것과 같아요.

그러나 뜨거운 사랑이 이데아이며 말씀이신 하느님의 지혜를 움직여 그 인장을 만들어 찍는

가운데 완전한 사물들이 태어납니다.

이것이 세상의 먼지가 완전한 살아있는 존재를 형성하는 원리이고

처녀가 아이를 가지게 된 원리예요. (p. 111~112)

 

Ü 세상의 먼지조차 완전한 이유다. 불교 철학에서 말하는 연기와 같지 않을까.

 

당신은 아마 이렇게 묻겠지요. 그러면 솔로몬은 어떻게 비길 데 없는 자라고 할 수 있지요?라고 불명확한 것을 명확하게 이해하려면 그가 누구였고 네가 하려는 것을 요구하라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가 요구하도록 만든 것이 무엇이있는지 생각하세요.

 

그가 왕이었다는 말은 당신이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내가 설명했으니 그가 좋은 왕이 되기에

충분한 지혜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라는 말입니다.

 

직각을 갖지 못한 삼각형이 반원을 그릴 수 있는지를 묻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p. 113)

 

Ü 아차.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자연은 없다. 새가 꽃이 피는 것은 모두가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의 재능을 다 쓰지 못하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지옥간다. 지옥편에도 나온다. 자신의 재능을 남용하거나 다 쓰지 못한자. 삼각형 관련하여 세린에게 물어보자. 뭔말인지 모르겠다.

 

□ 재주가 없이 진리를 낚으러 해안으로 떠나는 것은 불필요를 넘어서 나쁜 일입니다.

떠날 때보다 훨씬 더 나쁜 상태로 돌아올 거예요. (p. 114)

 

Ü 준비되지 않은 자가 신을 대하게 될 때의 일이다. 악타이온이 그랬고 파에톤이 그랬다. 회사 경영에 이를 접목하자면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은 사람이 맞지 않는 업무를 수행하거나 너무 많은 일을 하거나 중요한 일을 할 때에 비유할 수 있겠다.

 

□ 자신의 판단을 너무 빨리 믿어서는 안 됩니다.

이삭이 익기도 전에 수확량을 헤아리는 농부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겨울의 긴 시간 동안 앙상하고 드세던 가지에 결국에는 아름다움 장미를 틔우는 것을 내가 보았기 때문이에요.

항로란 항로는 모두 종횡하며 거침없이 항해하다가 항구에 들어올 무렵 침몰하는 배를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p. 115)

 

Ü 이 말은 시사하는 바가 많고 다양하다. 그 만큼 많은 시각에서 이 문장을 해석할 수 있겠다. 우물쭈물하지마라. 갈등을 피하지 마라. 등등.

 

14

□ 밝음은 뜨거움으로 이어지고 뜨거움은 봄으로 봄은 은총으로 이어지면서 그 가치를 더합니다. (p. 118)

 

Ü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을 포괄한다. 구원의 계기, 의지에서 구원의 주체가 구원하는 과정까지.

 

□ 그러므로 우리의 봄은 자라나야 하며 마찬가지로 봄은 뜨거움을 더 키우고 뜨거움은 빛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러나 숯덩이가 불꽃으로 이글거릴 때 그 내부의 빛이 바깥의 불꽃으로 빛나서 제 형상을 분명히 드러내듯이, 우리를 담고 있는 이 빛보다 오랜 세월 땅 밑에 묻혀 있는 육신이 나중에 얻을 빛이 더 찬란할 것입니다.

 

Ü 내가 죽어야 너 안에 산다.

 

15

□ 진정한 사랑은 언제나 선을 행하려는 의지에 깃들며 최고의 선으로 향한다. 마치 탐욕이 악을 행하려는 의지에 깃드는 것과 같다. (p. 125) Ü 善惡不二

 

□ 네가 믿는 것이 맞다. 이곳에서는 축복을 많이 받았든 적게 받았든 모두가 그분의 거울을 보는데 그 안에 과거나 미래에서 생각하는 것이 다 들어 있다.

 

이제 너의 목소리를 자신 있고 당당하며 기쁘게 드높여서 네 의지를 표현하고 네 마음의 소망을 표현하라. 나의 대답은 이미 마련되어 있노라! (p. 128) Ü 明心見性

 

□ 내가 나무라면 너는 가지다. 나는 너의 뿌리였다. 네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으로도 나는 기뻤다. (p. 129~130) Ü 멋진 표현이다. 이것은 외우자.

 

16

□고귀함은 금방 오그라드는 망토다. 날마다 다른 천으로 덧대지 않으면 시간의 가위가 조금씩 잘라 버린다. (p. 134)

 

Ü 고귀함뿐이겠는가. 권력, 명예, 가치

 

□ 도시들도 시간에 따라 소멸하듯이 가문도 끊어진다는 것은 이상한 것도 아니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아니리라.

너희의 모든 것은 너희들 자신이 그러하듯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오랜 세월 이어지는 무엇에 숨어 있는데 인생은 짧다. (p. 138)

 

Ü 인생은 그것이 짧다는 것을 모를 만큼 짧다.

 

17

□ 자신에게 거슬리는 말의 진실을 듣고자 클리메네에게 갔던 사람, 아직도 아버지의 속을 태우는 자식처럼 나도 그러했다. (p. 143) Ü 태양수레를 몰았던 파에돈을 말하고 있다.

 

□ 제 미래에 대한 불길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영혼은 우연의 충격을 받아도 여전히 사각형임을 느낍니다. 그러니 어떤 운명이 내게 다가오는지 알고자 하는 것이 저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운명의 화살은 기대할 때 더 느리게 날아갑니다. (p. 144)

 

Ü 사각형은 완전한 안정을 말하는 것으로 단테는 자신의 소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 우연이란 어떤 식으로도 너희 세상의 책을 넘어서서 확장될 수 없으며

영원한 통찰 안에서 온전히 그려진다. 그러나 강물을 따라 내려가는 배는 눈에 비치는 대로 움직이는 필연성을 지닌다. 오르간 음악이 귀를 감미롭게 울리듯이 미래가 너를 위해 지니는 사물들의 형상은 이러한 하느님의 시각으로부터 나의 눈으로 온다.

 

무자비하고 사악한 계모 때문에 히폴리토스가 아테네를 떠나야 했던 것처럼 너도 피렌체를 떠나게 될 것이다. (p. 145)

 

Ü 모든 것이 우연인 것처럼 다가오지만 사실 우연조차 운명이라는 말인가. 테세우스의 아들 히폴리토스 이야기는 자신의 도덕성이나 감정이 섞이지 않은 죄. 즉 무고한 죄를 말하려 하는 것.

 

□ 남의 빵을 먹고사는 맛이 얼마나 짠지 또 남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너는 알게 될 것이다. (p. 146) Ü 나는 단테와는 사뭇 다른 과정으로 이 말을 느끼고 있다.

 

□ 그러나 진리를 앞에 두고 내가 소심해진다면 내 이름이 이 시대를 옛날로 돌아볼 사람들과 함께 살아 있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p. 149)

 

Ü 진리를 사랑한자를 역사는 외면하지 않는다. 보아라, 내가 너를 이렇게 읽어 내리고 있지 않느냐.

 

□ 너의 외침은 가장 높이 오를 때 가장 힘든 바람을 맞게 될 것이니 이것은 너의 명예가 하찮은 것이 아님을 말해 주는 것이다. (p. 150)Ü 오르는 자의 시련

 

18

□메시지의 처음 글자들은 동사와 명사였다. DILIGITE IUSTITIAM(정의를 사랑하다)뒤를 이어 나타난 글자는 이러했다. QUI IUDICATIS TERRAM(세상을 심판하는 자들이여).

마지막 다섯 번째 글자 M속에서 그들은 가지런히 머물렀다. 마치 목성의 은이 황금의 테두리를 두른 꼴이었다. (P. 156)

 

19

□ 그 사람의 소망과 행동은 인간의 이성으로 볼 때 선하고 말이나 행실에서 죄를 짓지 않지만 세례를 받지 못하고 신앙을 갖지 못한 채 죽는다면 이런 영혼을 벌하시는 정의는 무엇입니까? 믿지 않아서라면 그런 죄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P. 163) Ü GOOD QUESTION!

 

□ 내 노래는 네가 이해하기에 너무 높으니 영원한 심판이 필멸의 너희들에게 불가해한 것과 같구나.(P. 165) Ü 답변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20

□ 그 다음 빛은 로마의 법전을 가지고 그리스로 가면서 목자의 자리를 만들어 준 영혼인데 그의 선한 의도는 극도로 나쁜 열매를 맺었다. (P. 172)

 

Ü 콘스탄티누스 황제를 가리킨다. 그는 로마에서 비잔티움 지금의 이스탄불로 로마제국의 수도를 옮기면서 로마를 교황에게 맡겨두었다. 그러나 이후 제정분리의 갈등이 격화되는 계기를 낳았다.

 

21

□ 내가 미소를 짓는다면 그대는 세멜레처럼 재로 변하고 말 거예요. 그대의 필멸의 능력(시간)을 해칠 거예요. (P. 178)

 

Ü 세멜레, 악타이온, 파에톤

 

22

□ 인간의 필명의 육신은 참으로 약하다. 세상에서 좋은 시작이라 해도 참나무가 도토리를 맺을 때까지 자라나는 만큼도 오래가지 않는다. (p. 190)

그러니 어느 것이든 시작을 보고 그 다음에 그것이 된 것을 돌아본다면 하얀 것이 검게 썩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p. 191)

 

Ü 필멸의 시간의 자장에서의 모든 생이 다 그렇다. 꽃이 아름다운가. 내일이면 시든다. 그 꽃이 아름답다는 인식은 결국 나의 감정이 시간의 조각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이다. 그 꽃의 상황은 아름다움과 추함의 가치체계는 애초에 없었다.

 

□ 우리 세상을 가볍게 보는 정신이 최고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것에 사고의 방향을 돌리는 사람이 진정 현명하다. (p. 193)

 

23

□ 좋아하는 잎들 사이 사랑스러운 새끼들의

둥지곁에 우리 눈에서 세상을

감추는 밤이 다 지나도록 앉아 있다가

그리웠던 모습들을 보고 싶어 먹이를 차고 싶어

그 힘든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새 한마리가

빛나는 사랑의 햇살이

나뭇가지들 사이로 깃들기를

기다리며 새로운 날의 시작을 응시한다. (p. 195)

 

□ 위에서 쏟아지는 사랑의 불타는 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수많은 무리들이 그렇게 보였지만 그 근원은 볼 수가 없었다. 내가 밤낮으로 기도하는 달콤한 꽃의 이름(아베마리아)은 내 영혼을 온통 사로잡아 그 불꽃들의 불꽃을 보게 하셨나이다. (p. 200)

Ü 아베마리아의 선율이 조용히 아주 조용히 들리는 듯한 고요한 글이다.

 

□ 우리 세상에서 좋은 씨를 뿌리고 땅을 일군 사람들이 이 하늘에서 이룬 그 풍요로운 모습들에는 얼마나 풍성한 은총이 담겨 있는가. 그들은 이곳에서 진정한 삶과 기쁨을 누리는데 이런 재산은 바빌론의 유배지에서 황금을 경멸하면서 눈물로 쟁취한 것이었다. (p. 202)

 

24

□ 당신이 바다 위를 걷게 했던 그 믿음에 대해서 당신께서 좋으실 대로 가볍거나 무거운 질문들로 이 사람을 시험해 보세요. (p. 206)

 

Ü 그 믿음은 이러하다. 베드로가 예수에게 진정 그대는 나의 주님이십니까? 그렇다면 저더러 물위를 걸어오라 하십시오. 그러자 예수는 오너라 하였고 베드로는 물위를 걸어 그리스도에게 갔더라는 이야기다. 진리를 구하는 인간의 상징적 모습 아니겠는가.

 

□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며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입니다. 이것을 저는 믿음의 본질로 생각합니다. 그러자 이런 말이 들려왔다. 믿음은 먼저 실체로 그 다음에 논증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순서가 그러한 이유를 이해하고 있는가.

저에게 관대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심오한 것들은 아래 세상의 사람들 눈에는 감추어져 있습니다. 그들은 단지 믿음 안에서 존재하고 그 믿음 위에서 높은 소망이 세워집니다. 그래서 믿음을 실체라고 하는 것입니다.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논리적 증거는 이런 믿음 위에 세워야 합니다. 그럴 때 믿음은 논증으로 이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네가 이 믿음이라는 동전의 순도와 무게를 완벽하게 검토한 지금, 너의 지갑에 그 동전을 갖고 있는지 말해 보라. 네 갖고 있습니다. 아주 밝고 둥급니다. 그 질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p. 209)

 

Ü믿음에 대하여

 

□ 진실이 저에게 드러내는 증거는 뒤따르는 기적들에서 나옵니다.

이들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니, 자연의 손은 쇠를 달구지도 불리지도 못합니다.

 

그런 기적들이 있었음을 너는 어떻게 아느냐? 너는 증명될 필요가 있는 것을 증거로 사용하고 있지 않느냐?

 

세상이 지적들의 도움 없이 그리스도를 받아들였다면 그것이야말로 어떤 기적보다도 훨씬 더 큰 기적일 것입니다.(p. 210~211)

 

Ü 기적의 신화학.

 

25

□ 예수께서 셋에서 가장 큰 빛을 주셨던 만큼, 당신께서는 그것을 여러 번 묘사할 희망이 있음을 잘 알 거예요. (p. 216) Ü 그 셋, 베드로, 야고보, 요한

 

□ 소망은 앞으로 축복을 받으리라는 것을 확고하게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은총과 인간이 미리 쌓는 가치에서 나옵니다. (p. 217) Ü 소망에 대하여

 

26

□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쩔쩔매며 서 있는 동안

나의 시각을 앗아 가 버린 눈부신 불꽃으로부터 목소리가 나오기에 나는 정신 바짝 들었다. (p. 223) Ü요한이 뿜는 빛에 녹여진 단테, 제우스의 세멜레

 

□ 그 외부에 있는 어떤 선이라도 그 빛의 반사일 뿐이기에 그 본질은 단연 두드러지는 것입니다. (p. 225)

 

Ü 이해는(지성의 기능)는 사랑(의지의 기능)을 앞선다.

 

□ 어떠한 인간 정신의 산물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으니, 자연의 모든 사물처럼 인간의 경향도 별들과 함께 변한다. (p. 231)

 

Ü 諸行無常, 諸法無我

 

27

□ 말을 배우는 어린 시적에는 금식을 하지만

자유롭게 말하게 되면 일 년 사시사철 어느 때나 입에 닥치는 대로 집어넣지요.

말을 더듬는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의 말을 사랑하고 듣다가도 자라서 말을 배우면 곧

어머니가 죽어서 묻히는 것을 보고자 합니다. (p. 239)

 

Ü 말하는 입이 먹는 입으로 바뀌고 먹는 입은 곧 죽이는 입으로 변한다.

 

28

□ 가까이 있는 만큼 그 점에 가까이 있었다. 그것은 아주 빨리 돌았기에 세상을 가장 신속하게 두르는 운행을 능가할 정도였다. (p. 243)

천국의 모습.JPG

□ 왜 원조와 복사물이 서로 맞지 않는지 더 들어 봐야 하겠습니다. (p. 245)

 

Ü 현재 목격하는 하늘과 실제 태양계 우주와의 차이를 말하고 있다. 플라톤이 있었으면 이데아를 핏대 세우며 말했을 터.

 

29

□ 저 아래 그대들은 철학을 하면서 하나의 길을 따르지 않아요.

그래서 외관에 집착해 정신을 못 차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 위에서는 거룩한 말씀을 배제하거나 왜곡하는 것을 그보다 더 불손한 것으로 칩니다. (p. 255)

 

Ü 인간이 도달한 일천한 지식으로는 말하여 질 수 없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

 

□ 천사들의 본성은 인간이 셀 수 있는 수의 단위를 훨씬 넘어섭니다. 인간의 말이나 개념으로는 거기에 다다를 수가 없습니다. (p. 257) 존재를 능가하는 그 무엇

 

□ 최초의 빛께서는 그들 모두를 통하여 빛을 내리시고 짝 지을 수 있는 빛들의 수만큼이나 많은 방식으로 그들을 관통하십니다. 그래서 인지하는 행위는 애정에 앞서며 사랑의 축복은 천사들마다 다르게 내리셔서 타오르거나 미지근합니다. 이제 높은 곳을 보시고 영원한 선의 숨결을 보세요. 그분의 숨결은 자체를 비추는 셀 수 없이 많은 거울 들로 나뉘면서 언제나 그러했듯 하나로 남아 계십니다.

 

Ü 자기 자신을 바로 보는 것이 예수를 알현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길, 깨달음을 얻는 것. 베아트리체가 말하는 달의 표면이 검게 나타나는 이유와 같다.

 

30

□ 그대가 보는 것에 애를 태우며 열렬하게 대답을 찾고자 하는 그대의 소망이 불타오를수록 나는 더 기쁩니다. 뛰어들다가 솟구치는 보석들과 강물, 미소 짓는 꽃들은 모두 그들의 예상들입니다. 이들이 그 자체로 불완전해서가 아니라, 그대의 시각이 그 높이에 이를 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p. 263)

 

Ü 의심하며 답을 구한다. 자기만의 답을. 산은 무엇인가. 물은 무엇인가.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에 빠지지 마라.

 

31

□ 나의 눈은 골짜기에서 정상으로 오르다가

마침내 가장 높은 지점에서 그 모든 장려한 가장자리보다 더 강렬하게 빛나는 하나의 빛을 보았다.

파이톤이 수레의 부서진 굴대를 볼 수 있을 우리의 하늘은 주위의 모든 빛을 희미하게 만들면서 가장 환하게 타오른다. (p. 274)

 

32

□ 언제나 거룩하신 요한은 사막에서 고통을 받으시고 순교했으며

그런 다음 이 년 이상 지옥을 겪었다.

그 분 아래로는 프란체스코와 베네딕투스, 그리고 아우구스티누스와 다른 복자들이

둘레에서 둘레로 내려오며 나뉘어 있었다. (p. 279)

 

Ü 요한은 지옥의 림보에 잠시 머물렀다. 세례 요한과 성모 마리아를 중심으로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다는 설명이겠다.

 

□ 그러나 그러한 인간의 처음 시대가 끝났을 때 모든 남자들은 하늘로 날아오를 힘을 순수한 날개에 주기를 위해 할례를 받아야 했다. (p. 281)

 

Ü 이거였구나. 불완전 세례로 간주하고 세례의 신성함을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정말 마음에 안든다. 이 한 구절로 인해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불필요한 아픔을 겪었나.

 

□ 성모 마리아에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에 가장 많은 축복을 누리며 앉아 있는 저 두 분은 우리의 장미의 뿌리와 마찬가지다. (p. 283)

 

Ü 아담과 베드로를 이야기한다. 첫 인류이자 첫 교회의 교인이 나란히 앉아 있는 셈이다.

 

33

□ 동정녀 마리아, 당신의 아들의 딸이시여!

하느님의 영원한 계획으로 선택된

모든 피조물들 중 가장 겸손하고 가장 높으신 분이여! (p. 286)

 

□ 아, 말이란 얼마나 약하며, 내 생각에 얼마나 미치지 못하는가!

내가 본 것이 그러하니 그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해야 하리라.

 

고심하며 원을 측량하려는 기하학자가

담겨진 원리를 발견하지는 못하고 다만

자기가 할 수 있는 대로 생각하듯이

 

나도 그 새로운 시야에 그러했다.

나는 우리의 모습이 그 원에 어떻게 들어맞았는지,

거기서 어떻게 자리를 잡았는지 보고 싶었다.

 

내 날개는 거기에 오르기에는 너무 약했지만

내 정신은 그 광휘로 깨어나

원했던 것을 마침내 이루었다.

 

여기서 나의 환상은 힘을 잃었다. 하지만 내 소망과 의지는 이미,

일정하게 돌아가는 바퀴처럼, 태양과 다른 별들을

 

움직이시는 사랑이 이끌고 있었다. (p. 292~293)

 

 

3. ‘코메디아(Comedia)’ (내가 저자라면)

 

각주는 독자를 생각한다면 페이지 하단에 위치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야 독자들의 정신건강이 덜 해로워지겠다.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민음사에 말이다.

 

이제 신곡으로 들어가 보자. 단테의 신곡은 당시의 역사와 현실이 곳곳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오늘날 신곡을 읽기 위해서는 방대한 주석과 해설을 참고해야만 한다. 안 할 수 없다. 그러나 각주의 위치는 독자 위주의 가독성을 생각해야 한다. 나 많이 맺혔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그렇다 하더라도 설명이 없더라도 즉 사전지식이 없더라도 신곡은 충분히 압도적이며, 단테의 탁월한 상상력이 빚어낸 걸작이다.

 

단테의 신곡, 서사시는 지옥, 연옥, 천국이 각각 33개의 ‘곡’(, canto)으로 이루어졌고, 여기에 서곡을 합쳐 모두 100곡에 하나의 ‘곡’은 150행 내외로서 전체 1 4233행에 달한다고 한다. 오늘날은 신곡이란 제목으로 유명하지만, 원래 이 세 편을 가리키는 제목은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comedia, 희극)였다고 한다. “절망으로 시작되어 희망으로 끝나기 때문”에 그런 제목을 붙였다고 단테는 설명했다.

 

우리는 단테의 이 대작으로 인해 천국과 지옥을 가늠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그가 1300년 경에 지었으니 1300년 이후의 그러니까 신곡을 읽을 수 있었던 사람들은 오늘날의 우리를 포함하여 불필요한 천국과 지옥에 대한 상상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었다. 모든 종교에서도 윤회론과 천국론을 핏대 세우며 증명하지 않아도 단테의 신곡하나로 게임은 끝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한계가 거기까지겠으나 천국너머의 존재, 지옥 너머의 존재에 대해 단테가 말해 주었더라면 나의 이런 갈급함은 덜하지 않았겠는가. 무리한 주문을 해보자. 지옥, 연옥, 천국편에 이은 내세편, 후세편 말이다. 내 저자라면, 내가 작가라면 감당되지 않을 말을 하려 한다. 지옥과 천국의 존재 너머의 말하여 질 수 없는 것을 상상하여 그려보았겠다. 그와 내가 700년의 시간을 두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까불 수 있는 것이라 여겨달라. 단테여 다시 태어나 우리의 삶을 다시 말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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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8 13:11:24 *.33.155.241
아... 지옥을 잘 그려놓은 자료를 찾을 생각을 못하고 지옥의 단계를 손수 정리하다 구멍 슝슝낸 저에 비해 오빠의 칼라플한 지옥 구조에 대한 자료를 보니 눈이 반짝! 이번 책 좋은데 어려워서 동기들 리뷰 보러 다니고 있는데 쉬었다 읽어야 겠다는 ㅎㅎ. 좋은자료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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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8 16:23:57 *.39.134.221

신곡의 첫문장이 마음에 오지 않는걸 보니 재용은 한창때네

두려움의 종합선물세트라...그 실체가 무엇인지, 어딘가에 실마리가 있겠지.

사실난 지옥 천국 이런것에 관심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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