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2012년 6월 4일 09시 18분 등록

데카메론

-. 조반니 보카치오 지음.

-. 한형곤 옮김, 동서문화사, 2011

 

■ 저자에 대하여 단테

 

1. 탄생과 그의 가족(1313 ~ 1328)

1313년 피렌체 부근의 체르탈도에서 보카치오 디 켈리노와 잔느라는 프랑스 여성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후 유년 시절을 파리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부모와 집안에 대해선 확실하게 알려져 있는 것이 없다. 1319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보카치오는 피렌체의 아버지에게로 돌아와 조반니 다 스트라다로부터 라틴어 문법을 배운다. 이 무렵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의 문학 취향을 탐탁치 않게 여겨, 1328년 무렵 장사를 배우게 하려고 나폴리의 바르디 가()로 보내진다. 아버지는 그에게 상술을 습득케 하여 가업을 잇도록 할 예정이었지만, 이후 왕립 도서관 사서인 파올로 다 페루지아의 가르침을 받아 문학 공부에 열중한다. 나폴리의 활발한 문명과 예술에 매혹되어 문학열을 더욱 크게 자극 받는다.

 

2. '마리아'와의 운명적 만남(1329 ~ 1342)

그는 나폴리에서 상업과 금융공부를 했으며, 나폴리 궁정에 드나들면서 폭넓은 문학적 교양을 쌓는다. 1336년 부활제 전야에 로베르토 왕의 사생아라고 알려진 마리아를 만나 사랑을 느낀다.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만난 것처럼 마리아와의 만남은 그의 청년기 문학 창조에 중요한 계기가 된다. 마리아의 권유에 의해 그는 <필로콜로>를 쓴다. 1340년 부친의 사업 실패로 나폴리에서 피렌체로 돌아온다. 이후 보카치오는 고난과 가난의 세월을 보낸다. 하지만, 백방으로 직업을 구하다 피렌체 시()정부의 일자리를 얻게 된다. 다행히도 그의 학식과 재능, 능변으로 교황이나 그 밖의 여러 영주에게 사절로 파견되는 행운이 되었다. 그리고, 마리아를 위해 '피암메타'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쓰고 그 안에 그녀를 구원(久遠)의 여인으로 삼는다.   

 

3. 생의 전환점이 된 '페트라르키'와의 만남과 죽음(1343 ~ 1374)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을 집필하던 중인 1350년 페트라르카와 처음 만나는데, 이 만남은 보카치오의 문학 활동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그의 만족과 기쁨은 비길 데가 없었으며 친교는 더욱더 두터워져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1362년 점쟁이가 말한 죽음의 예언을 믿은 그는 은둔 생활로 들어가 모처럼의 고전 연구를 그만두려 하였으나 페트라르카의 권유로 연구를 계속하였다. 그러나 노령과 빈곤, 질병에 시달린 나머지 나폴리에도 피렌체에도 흥미를 잃어 고국에 돌아가 숨어 살며 고전 연구에 몰두하였다. 특히 페트라르카의 죽음(1374)에 크게 충격을 받아 전년에 피렌체 정부의 요청에 의해 맡았던 <신곡>의 강의도 중단하였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생애를 마감하였다.

 

4. 저자에 대한 평가

보카치오는 3세기 이탈리아에서 생성된노벨라Novella’라는 짧은 이야기 형식을 통해 다양한 형식과 다양한 주제를 표현했다. 이탈리아의 노벨라는 ‘Il libro novella e di belparlar gentile’ (Il Novellino)에서 시작되었다. 노벨라는 중세의 라틴 범례집에서 발전되었다. ‘Novella’라는 동사 Novellare(이야기하다) novita(새로움)의 의미를 갖고 있다. 중세 문화 중심지의 언어인 토스카나 방언으로 써졌고 보카치오의데카메론에서 절정에 달했다.

보카치오는 계몽적 인문주의자였다. 그는 문학이 종교적 속박에서 벗어나 인간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실천했다. 그는 신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평가 받는 인간이 아닌 그 자체로 훌륭한 예지력을 갖추고 있는 독립적 인간형을 찬양했다. 둘째날 이야기에 나오는 팜피네아의 발라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사랑이여, 당신 앞에서 당신의 불꽃이 타기 시작했던 날. 그의 아름답고 용기에 찬 예지는 견줄 만한 자가 없었다. 그 사람으로 하여 나의 가슴은 타오르니, 그대와 나의 행복 온누리에 울리노라."

`데카메론`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왕과 왕족, 정치인, 기사, 수도원장, 성직자, 법관, 철학자에서부터 여관 주인과 노예에 이르기까지 당시 사회를 구성했던 거의 모든 계층이 주인공이다. 보카치오는 당시 중부 이탈리아에서 떠돌아다니던 이야기를 수집해 책의 골격을 세웠다. 따라서 책에 수록된 에피소드들은 상당수가 현실에서 시작된 것들이다. 이 때문에 `데카메론`을 통해 르네상스 초기 이탈리아의 사회상을 들여다보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데카메론`은 그 구성과 표현법에서도 현대문학의 전범이 됐다. 이야기의 틀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존재하는 `액자식 구성`은 많은 소설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기지와 재담, 우화기법 등은 훗날 셰익스피어나 제프리 초서 같은 작가들에게 전해져 꽃을 피웠다. 페스트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다시 `인간`을 외친 보카치오의 짓궂은 용기가 있어 르네상스는 더욱 빛날 수 있었다.

‘데카메론'의 탁월함은 인간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그 안에는 어떠한 보편적 원리나 진실도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한 것들이 구석으로 밀려나는 대신에 무수히 다양한 현실의 모습들이 펼쳐진다. 이렇게 데카메론은 리얼리즘이 빛을 발하는 것은 그 작품이 구체적 현실을 구체적인 언어로 재현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리얼리즘의 창작 자세와 방식이 '데카메론'의 생명력으로 작용한다. 여기서 '구체적인 현실'이란 당대의 공식 문화였던 중세 가톨릭의 가치관에 가려진 대중의 현실을 가리키고, '구체적인 언어'란 당대의 공식어였던 라틴어에 비해 대중의 언어였던 이탈리아어를 가리킨다. 현실세계에서 펼쳐지는 당대의 다채로운 삶의 모습은 이탈리아어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재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그의 솔직 대담한 표현과 이해하기 쉬운 대중언어로 글을 써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낸 배려와 용기를 닮고 싶다.

 

5. 출저

데카메론(조반니 보카치오 지음, 장지연 역어옮김, 2005)

데카메론(조반니 보카치오 지음, 한현곤 옮김, 동서문화사, 2011)

데카메론의 모호한 여성성과 리얼리즘(박상진, 이탈리아어문학 제 17)

데카메론과 켄터베리 이야기의 문학텍스트와 영화텍스트 서사구조 비교 연구

(이승수, 이탈리아어문학 제32)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1&no=617940

 

 

2.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 머리말  

 

9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인정입니다. 인정은 모든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위안이 필요했던 사람이나 남에게서 그런 위안을 얻은 사람은 특히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만일 괴로워하는 사람 가운데에서 그러한 위안이 필요했거나, 그 가치나 즐거움을 깨달은 사람이 있다면, 나도 그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10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이나 위안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잘것없을지도 모르지만, 그 필요성은 존재하는 곳에는 어서 손을 내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에서는 꽤 도움이 될 것이고 또 기쁘게 받아들여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 첫째 날

 

15 이 무서운 첫머리는 나그네 앞에 험하고 높은 산이 막아서서 치솟아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 산을 넘으면 아름답고 즐거운 평야가 펼쳐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그네 기쁨은 험한 산을 오르내리는 고생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각별한 것이겠지요.

 

23 그녀들 가운데 맨 먼저 입을 여는 가장 나이 많은 부인을 팜피네아라고 이름 짓고, 둘째를 피암메타, 셋째를 필로메나, 넷째를 에밀리아, 다섯째를 라우레타, 여섯째를 네이필레, 그리고 마지막을 엘리자라고 부르기로 합시다. 이런 이름은 까닭 없이 붙인 게 아닙니다.

 

27 숙녀들 사이에서 이런 말들이 오가고 있을 때, 마침 세 젊은이가 성당에 들어왔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젊은 사람은 25살을 넘지 않았으며 모두 씩씩하고 혈기에 넘쳤습니다. 이들은 그즈음 부패와 타락이나 친구들과 친척들을 잃은 슬픔, 몸에 닥쳐오는 공포로도 사랑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식히기커녕 지우지도 못한 젊은이들이었습니다.

 한 젊은이는 팜필로, 다음 젊은이는 필로스트라도, 셋째 젊은이는 디오네오라고 했으며, 모두 쾌활하고 예의범절을 아는 인품의 소유자들이었습니다.

 

29~30 우리의 즐거움이 오래 계속될 수 있도록 우리들 가운데에서 한 분을 골라 주재재가 되어 주시도록 부탁하고, 우리는 그분을 최고 지도자로 존경하며 그 분이 짜낸 지혜로 우리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요.

 

33 이 세상일은 모두 변천하고 사멸되는 것이니 몸도 마음도 괴로워하고 슬퍼하면 끝없는 위험에 몸을 내맡기게 되는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그러한 일에 휘말려 들어가 그 한 부분으로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만일 하느님의 광대무변한 은혜와 가르침이 없다면 도저히 여러 가지 어려움을 참아 나갈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33 그것은 하느님 자신이 너그러우시기 때문이며 또 본디 우리와 마찬가지로 죽을 운명이나 살아 있는 동안 하느님의 뜻을 받들다가, 지금은 축복을 받아 하느님과 함께 영원한 존재가 되신 성인들의 기도에 의한 것이지요.

 

33 그 까닭은 살아 있는 사람의 눈으로 아무래도 하느님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므로, 때로는 천벌을 받아 지옥에 쫓겨 갈만 한 사람도 잘못 생각하는 바람에 보호자로 만들어 버리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41 “그런 것은 하찮은 일이오. 그대가 한 일은 훌륭한 일이었소.”

성인으로 이름 높은 이 수도사는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 일을 물었지만, 그때마다 그는 모두 이런 식으로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덕 높은 수도사가 이제 면죄를 내리려고 하는데, 차펠레토 씨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습니다만, 토요일 오후 3시 기도 뒤에, 하인에게 집안 청소를 시킨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주일에 대한 마땅한 경의를 표하지 않은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42 “상관없소. 개의할 건 없으니 말해 보오. 그게 뭔데 그러오? 모든 사람이 저지른 적 있고, 이 세상이 계속되는 모든 한 사람이 저지를 게 틀림없는 모든 죄가 어느 한 사람 속에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지금 내가 그대에게서 보듯 후회하고 회개한다면. 고해할 때 서슴지 않고 용서해 주실 만큼 하느님의 자비와 너그러움은 절대적이오. 그러니 그대는 마음 놓고 말하오.”

 

43 덕 높은 수도사는 차펠레토 씨가 이제 아무것도 고해할 일이 없음을 알고 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모두 곧이들었으므로, 이 사람이야말로 최고의 덕을 갖춘 인물이라고 축복을 내렸습니다. 임종 때 이와 같은 고해를 하는 이를 믿지 않는 사람이 대체 어디에 있을까요?

 

46 그러니 우리가 지금 재앙의 한복판에서 이와 같이 즐거운 모임을 열고, 또 그 속에서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할 때 우리는 건강히 있을 수 있고, 또 구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려울 때 하느님이 반드시 우리 소원을 들어 주신다고 마음 놓고 하느님께 의지할 수 있으므로, 하느님을 숭양하는 일부터 먼저 이야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50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그들의 그와 같은 안간힘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오히려 자네의 종교에는 신자가 더 불어나 성령이 어느 종교보다도 신성하고 참된 것으로서 찬연히 빛나고, 가르침의 훌륭한 초석이 되고 기둥이 되는 것 같았네. 나는 자네의 권유에도 끄떡하지 않고 그리스도 교도가 되기를 거부해 왔네만, 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리스도 교도가 되지 않고는 못 견디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네. , 함께 성당으로 가세. 자네의 신성한 종교의 관례에 따라 성당에서 내게 세례를 베풀게 해주지 않겠는가?”

 

52 이 유대인은 슬기로운 사람이었으므로, 살라딘 왕이 자기 말꼬리를 잡아 트집을 잡을 생각이라는 것을 금방 눈치 챘습니다. 그래서 왕이 그 뜻을 이룰 구실을 찾지 못하도록 세 종교 가운데 어느 하나도 칭찬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상대편의 덫을 피하는 대답을 찾아 골몰하니, 번쩍하고 이런 대답이 떠올랐습니다.

 

53 왕 이시여! 나는 아버지이신 하느님이 세 백성에게 주신 종교에 관해 하신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백성들은 저마다 그 유산과 법도를 이어받아 법도가 명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 줄 압니다. 하지만 어느 백성의 것이 진짜냐 가짜냐 하는 문제는, 방금 말씀드린 반지처럼 미해결인 채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59 왕이 적잖이 어리둥절해했지만 그 이유를 대놓고 묻지는 않고 암탉에 빗대어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부인을 돌아보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부인, 이 언저리에는 암탉만 나고 수탉은 한 마리도 나지 않습니까?”

부인은 이 질문의 뜻을 환히 알고 있었으므로, 하느님이 자기 소원을 받아들여 가슴속을 분명하게 털어놓을 기회를 주셨다고 여겨, 왕에게 굽힘없는 시선을 보내면서 참으로 명쾌하게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폐하,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자라는 것은 옷차림이나 신분에 여러 가지 변화는 있어도 속은 다 같은 법입니다.”

 

60 누구나 그렇듯 신앙이 부족한 사람보다 지갑이 두툼한 사람을 찾아내는 데 더 몰두해 있었습니다. 그렇게 조사하다가 우연히 지혜보다 돈이 더 많은 호인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물론 심문할 때는 종교심의 결여 따위는 언급하지 말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자기 손에 담뿍 돈이 굴러들어오도록 심문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를 심문소에 호출하여, 먼저 그대가 한 말은 사실이냐고 따졌습니다.

 

61 돈은 욕심 많은 성직자들 사이에 흑사병처럼 퍼져 있는 악질 탐욕병, 특히 돈을 크게 만진 적이 없는 낮은 신분의 수도사들에게는 매우 큰 효험이 있는 약이지요.

 

62 “, 수사님, 그럼 사실을 말씀 드리지요. 나는 여기 온 뒤로 날마다 수프가 때로는 한 솥 내지 두 솥씩 거리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지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여러분에게는 너무 많아서 남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여러분이 저 세상에 가시면 하나에 대해 백을 받으시게 될 테니, 여러분은 수프의 바다에 빠져 죽고 말지 않겠습니까.”

 

66 말하자면, 보잘것없는 인간들에게 인색해지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솟지 않았단 말이다. 그런데, 저 부랑자 같은 사람은 내게 경멸심을 갖게 했으니, 여간한 인물이 아닌가 보다.’ 이렇게 중얼거리고 그가 어떤 인물인가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리하여 자기가 관대하다는 소문을 듣고, 자기 눈으로 직접 보려고 찾아온 프리마소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68 그런데 오늘날에는 서로서로 욕을 퍼붓고, 불화의 씨를 뿌리고, 남의 욕이나 혹은 불행을 지껄여대고, 더 나쁜 것은 남의 면전에서 그런 것을 예사롭게 폭로하여 사실이건 아니건 서로 잘못한 일을 따지고, 창피한 일을 공개하고, 서로의 슬픔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마음에도 없는 아첨을 늘어놓고, 선량한 사람들을 천한 악행에 끌고 들어가면서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어요. 그리고 이 같은 자가 오히려 존중 받고, 그 타기 할만 한 언동은 오히려 찬양되고, 최대의 보수를 받으면서 예의범절을 모르는 가엾은 인간들의 존중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71 젊고 훌륭하신 여러분, 별은 말게 갠 밤하늘의 장식이고, 푸른 들판의 꽃은 봄의 장식이듯이, 경묘한 경구는 칭찬할 만한 교양의 꽃이며, 즐거운 이야깃거리의 근원입니다.

 

72 그래서 옛날 여성은 마음속에 미덕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지금 사람들은 옷을 차려 입는 데 온 정신을 쏟고 있는 거예요. 흔히 여성들이 색색가지 무늬 옷을 입고, 화려하게 장식품으로 치장을 하고 잇는 것을 봅니다만, 그녀들은 그것을 당연한 일이며 남에게 존경 받는 원인이 된다고 믿고 있어요.

 

74 많은 젊은이들한테 사랑을 받고 있는 부인을 이제 다 늙은 내가 사랑하게 된 동기는, 내가 부인네들이 간식으로 루핀 공이나 부추 같은 것을 먹는 것을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라오. 부추는 조금도 맛있는 것이 아니지만, 뿌리 쪽은 별로 해롭지도 않고 입 안의 감촉도 좋지요. 그런데 당신들은 일반적으로 그걸 먹는 방법이 틀려서, 구근은 손에 들고 잎을 자시더군요. 잎은 전혀 자양분이 없을뿐더러 맛도 나쁘다오. 혹시 부인께선 연인을 고르실 때 그런 식으로 하고 있지는 않으시는지요? 만일 그러시다면, 부인이 골라야 할 사람은 바로 나며, 다른자들은 버려야 하지 않으시겠소.”

 

■ 둘째 날

 

87 리날도는 신까지 빼앗기고 속옷 바람이 된 데다가 마침 눈도 심하게 내려 이빨이 딱딱 부딪치도록 와들와들 떨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얼이 빠져 있었습니다만, 차츰 밤도 깊어 갔으므로 얼어 죽지 않도록 하룻밤을 지새울 피난처는 없을까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습니다.

 

92 우리가 어리석게도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런 모든 사건이 실은 운명의 신의 손에 쥐어져 있으며,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 운명의 신이 판단하는 데로 쉴새없이 줄곧 잇따라 연결되고 변하면서, 우리들이 짐작도 할 수 없는 순서를 좇아 변화되어 가는 결과라고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놀랄 것이 없다는 거예요.

 

98 그래서 하느님이 마음에 드시고 저도 진심으로 기뻐하는 일을 교황님께서도 흔쾌히 허락해 주실 것을 진심으로 부탁 드리고, 또 교황님이 맡아 하시는 하느님의 뜻이 더욱더 확실해지고, 그것으로 우리 두 사람이 다 함께 하느님과 교황님의 은혜로 평생을 복되게 보낼 수 있도록 교황님께서 축복을 내려주실 것을 부탁 드립니다.”

 

107 이 말을 들은 그는 자기 자신을 훑어보고, 이만하면 나도 미남이지, 하고 우쭐해 하면서, 나폴리에는 잘생긴 청년이 없어서 그 귀부인이 자기를 사랑하게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곧, 그러겠다고 대답하고는, 그분이 언제 어디서 만나고 싶어 하시더냐고 하녀에게 물었습니다.

 

117 ‘놈들은 나를 속여서 안에 들여보내려고 했구나. 내가 죄다 훔쳐 내와서 놈들에게 건네주고서 막상 무덤에서 나오려고 하면 나 몰라라 하고 놈들은 달아나 나한테는 아무것도 주지 않고 내버려둘 속셈인가 보지.’

 

119 운명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참으로 중대하지만 한편 매우 성가신 일이에요. 하기야 무엇이든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달콤한 행운의 꿈에 젖어 있는 우리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해주기는 하죠.

말하자면, 행복한 분에게는 경고가 되고 불행한 분에게는 위안이 된다는 점에서 양자가 다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121 이 세상에 이토록 귀엽고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하고 그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젖이 나왔으므로 자기 가슴을 아기사슴의 입에 갖다 대보았습니다. 아기사슴이 싫어하지 않았으므로 그녀는 마치 어미처럼 젖을 먹였습니다. 그때부터 아기사슴은 어미와 그녀를 조금도 구별하지 않게 되었고, 그녀와 같은 귀부인도 이렇게 인적 없는 곳에서 친구가 생긴 듯한 기분이 들어 풀을 뜯어 먹고 물을 마시면서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124 거기서 뜻밖에도 쿠라도 말레스피니 댁에 들어가게 되어, 주인에게 매우 귀여움을 받으면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쿠라도 부인 밑에 있는 그의 생모와 우연히 얼굴을 마주치는 수도 있었습니다만 어머니인 줄 알 도리가 없었고, 어머니 쪽에서는 아들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129 베리톨라 부인은 문득 쿠라도가 아들에 대해 하던 말이 생각나서 자세히 주스프레디를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러자 가라앉고 있던 기억의 샘이 솟아나서 아들의 어릴 때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녀는 두 팔을 벌리고 달려가 아들의 목에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모친으로서의 깊은 애정고가 넘치는 기쁨으로 한마디 말고 못하고, 아니 오히려 모든 감각의 통로가 막힌 듯 아들의 품 안에서 죽은 듯이 까무러치고 말았습니다.

 

133 우리는 무엇이 우리의 분에 맞는가 좀처럼 알 수 없는 법입니다. 그러니까 이따금 목격하는 일입니다만, 부자가 되면 아무 걱정도 없이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을 줄 알고 하느님에게 넉살 좋은 기원을 드릴 뿐 아니라, 어떤 고생도 위험도 거들떠보지 않고 부자가 되려고만 애를 쓰곤 합니다. 그런데 일단 부자가 되고 나서는 부자가 되기 전에는 만족스러웠던 자신의 삶을 막대한 유산을 노리는 사람들의 손에 잃게 되기도 합니다.

낮은 지위에서 입신하여 온갖 위험한 싸움을 직접 겪고, 형제나 친구들의 피를 흘리고 나서 왕위라는 높은 지위에 앉은 사람들도 왕의 식탁에 오른 황금의 잔에 몰래 탄 독약으로 독살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직접 보기도 하고 듣기도 하여 공포에 사로잡혀 있곤 했던 것입니다.

또 힘을 갖거나 아름다워지고 싶은 열망에 빠졌거나 인간으로서의 다른 욕심에 붙들린 사람들은, 그 욕심이 결국 화를 불러 오히려 자기들의 죽음이나 혹은 불행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서야 비로서 그 생각의 잘못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간의 모든 욕망에 대해서 일일이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온갖 운명의 변덕과 장난에도 불구하고 이거야말로 절대로 행복한 상태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가능성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려 깊게 생활하고 있으면 우리가 필요한 것을 잘 아시고 또 주시는 유일하신 하느님이 그것을 내려주실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자기 모에 필요한 것을 얻고 또 만족해야 할 줄 압니다.

 

138 페리콘도 곧 그 뒤를 따랐습니다. 불을 전부 끄고 반대쪽에서 그녀 곁에 기어들어가서 누웠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껴안고는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사랑의 즐거움에 잠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 공주는 남자가 어떤 뿔로 여자를 찌른다는 것을 전혀 몰랐으므로, 한 번 그 즐거움을 맛보니 여태까지 페리콘에게 설득을 당하면서도 이렇게 달콤한 밤으로 유혹하는 것인 줄 꿈에도 모르고 건성으로 듣고만 있었던 것이 후회되어, 말로 해봐야 알아듣지 못하므로 동작으로 자진하여 적극적으로 나왔습니다.

 

141 특히 아테네 공은 정신없이 그녀를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보면 볼수록 너무나 아름다워,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리하여 계속 응시하고 잇는 동안에, 자기의 눈이 독을 품은 사랑을 마시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으면 자기의 욕망이 채워질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실은 그녀에 대한 사랑에 미쳐 스스로 비참한 시련을 함정에 빠져 들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145 그러나 잠시 국경에 주둔하고 있는 동안에도 콘스탄티누스 왕자의 머리와 마음에는 줄곧 그녀에 대한 생각이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공도 그녀 곁에 없으니 지금이야말로 자기 뜻을 이룰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아테네로 돌아갈 구실을 만들기 위해 꾀병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153 그것은, 실은 함께 온 그 사람들이 전해 준 말입니다만, 공주님이 수녀들과 함께 얼마나 정결한 생활을 하고 계셨는가, 또 얼마나 공주님이 미덕의 소유자이셨는가, 그리고 예의범절을 터득하고 계셨는가 하는 점이고, 또 그분들이 내게 공주님을 돌려주고 헤어져 가면서, 얼마나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슬퍼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154 그러니 세상에서는 키스를 받은 입은 빛이 바래지기는커녕 달처럼 더욱더 윤기가 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58 백작은 이 모양을 보고 아무리 사람들이 자기에 대한 신뢰가 강하더라도 궁궐 속 왕족의 질투에는 이기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기의 결백보다 여자의 거짓말을 더 곧이들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이내 일어나서 잽싸게 방을 뛰쳐나가 궁중 밖으로 내달렸습니다.

 

158 그리고 더러운 옷을 걸치고 런던으로 향하는 길에, 도착을 앞두고 어린 두 자식에게 다음 두 가지 일을 간곡히 명심하라고 일렀습니다. 첫째, 죄도 없이 이런 운명에 빠진 가엾은 처지라도 끝내 참고 견딜 것, 둘째, 목숨이 소중하다면 자기들이 누구의 자식이며 어디서 왔나 하는 것을 조심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 것, 이것을 몇 번이나 타일렀습니다.

 

171 세상에 남을 속이면 저도 속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만, 그것이 사실인가는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그와 비슷한 일들을 보면 알 수 있어요.

 

173 슬기로운 여자는 명예를 매운 존중하니, 그런 것을 존중하지 않는 남자보다 의지가 강해서 명예를 매우 존중하니, 그런 것을 존중하지 않는 남자보다 의자가 강해서 명예를 지키게 되는 거요. 내 아내 같은 사람은 바로 그런 여성이오.”

 

177 “아아, 제발 살려다오. 너를 노여워하게 만들지도 않은 사람을, 남을 섬기기 위해서 죽이다니 그런 짓은 하지 말아다오. 하느님도 알고 계신다. 나는 남편에게 이렇듯 심한 짓을 당해야 할 나쁜짓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하지만 지금도 아무래도 좋아. 너만 생각을 고쳐먹고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준다면, 하느님도 네 주인도 그리고 나도 모두 기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185 그는 온갖 이유를 들어 그와 같은 제삿날을 숭앙하려면 그런 날은 남녀가 잠자리를 같이하지 않도록 억제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게다가 각 계절 초마다 단식일이 있고, 사도들과 천명에 이르는 성인들이 돌아가신 기일 전, 야의 금기가 있고, 금요일과 토요일이 있고, 주일이 있고, 사순절이 있고, 또 달이 차고 기우는 등 여러 가지 예외가 있어서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할 수 잇는 밤은, 그가 어쩌다가 법정에서 열변을 토할 때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의 없게 되어 버렸답니다.

만일 당신이 바라는 것처럼 당신이 정열가이시고 머리가 좋은 분이시라면, 내가 아직도 젊고 싱싱하고 정력이 넘쳐흐른다는 것을 알아주실 만큼 머리가 움직였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 결과 젊은 여자로서는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부끄러워서 입 밖에 낼 수 없는 것을 더 바라고 있다는 것쯤 아셨어야 했던 거예요.

193

그 어느 누가 노래하랴

내 사랑의 기쁨 노래 부르지 않으면?

 

오라, 사랑의 신이여, 그대는

내 행복과 희망과 기쁨의 모두이니

잠시 함께 노래하지 않으련가.

사랑의 괴로움에 한숨짓지 않고

달콤한 기쁨에 잠기면서

타는 불길만이 기쁨의 불 붙인다.

나는 사랑한다, 사랑의 신을

 

사랑의 신이여,. 네 앞에서

그대의 불꽃 타기 시작한 날

이목이 수려하고, 호기롭고

비할 자 없고

견줄 자 없는 덕을 갖춘

젊은이의 모습 나타냈다.

그 사람으로 하여 가슴은 타니

사랑의 신이여, 함께 노래 부르자.

 

나의 가장 큰 기쁨은

둘이서 서로 좋아하는 것,

사랑의 신이여, 그것은 그대의 은혜.

이 세상의 희망 이루어지면

내 가슴에 간직한 믿는 마음에

평안을 얻게 하라, 저승에서도.

, 그걸 보시는 신이시라면

나에게 허용하라, 그대의 나라.

 

■ 셋째 날

 

198 또 마찬가지로 농부들은 괭이를 휘두르고, 가래를 잡고, 험하게 먹고,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음란한 욕망을 잃어버렸으며, 지능이나 지혜마저 잃어버린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저를 다행히도 여왕께서 지적하셨기에, 그렇게 생가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배반을 당하는가 하는 것을 여왕이 제안하신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짤막한 얘기로 밝혀 볼까 합니다.

 

204 “원장님, 한 마리의 수탉은 열 마리의 암탉을 만족 시킬 수 있지만, 인간은 남자 열 사람이 여자 한 사람을 만족시키기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저는 아홉 사람에게 봉사해야 합니다. 이러다가 돈이 산더미처럼 싸이더라도 몸을 지탱하지 못하겠습니다. 아니, 저는 지금까지의 봉사 탓으로 많은 적든 이제 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데까지 와 버렸습니다. 그러나 저를 내보내 주시든가, 아니면 다른 좋은 방법이 있으면 가르쳐 주셔야겠습니다.”

 

205 세상에는 별로 자기가 알지 않아도 될 일을 듣고서는 그것을 남에게 떠벌리고 싶어하는, 생각이 좀 모자라는 사람이 적잖게 있는 법 이예요. 그래서 알려지지 않았던 남의 결점을 들추어서는,그렇게 하다간 언제까지나 창피만 당하는데도 자기는 그들의 창피를 덜어 주었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아요.

 

206 그러나 세상에 흔히 있는 일입니다만 희망이 없으면 없는데도 자기의 분수를 모르는 소망을 도저히 가슴속에 간직해 둘 수 없는 중대한 단계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이 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죽어 버려야겠다고 몇 번이나 생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210 하들이 머리에 아무것도 쓰지 않고 줄지어 서자, 임금님은 자기가 머리칼을 잘라둔 녀셕은

어디 있나 하고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하인들의 머리칼이 똑같이 잘려 있었으므로, 임금님은 은근히 놀랐습니다.

 

213 왜냐하면 신부님은 그분과 친구 사이신 것 같고, 또 이런 일에 대해서는 친구분뿐 아니라 전혀 모르는 분이라도 꾸짖을 수 있는 입장에 계신 분이거든요. 그러니 저는 그 일에 대해서 신부님이 유일하신 하느님의 사랑으로 꾸짖어 주시기를 바라고, 그분이 그런 일을 하지 마시도록 오로지 하느님께 기도드릴 뿐입니다.

 

215 이것은 신부님이 돌려 보내주시고, 저는 하느님과 남편 덕분에 지갑이나 속옷 같은 것은 그 속에 묻혀 줄을 만큼 얼마든지 갖고 있으니 그런 것은 필요 없다고 하더라구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신부님을 아버지처럼 생각하니까 말씀드립니다만, 만일 그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그런 짓을 할 때는 남편과 제 형제들에게 일러바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무슨 불행한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비난을 받아야 한다면, 저보다 그 사람이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신부님, 그렇지 않습니까?”

 

221 여왕님, 이 세상에는 자기들이 천당에 가려고 애쓰다가 생각잖게 남을 천당에 보내는 사람이 뜻밖에 많습니다. 이것은 그리 먼 옛날 일이 아닙니다만, 우리와 가까이에 살고 있던 한 부인에게 일어난 사건을 말씀드리기로 하지요

 

223 “가르쳐 드리지요. 먼저 당신은, 하느님의 축복을 받는 신분이 되고 싶은 사람은 지금부터 말하는 고행을 해야 한다는 말을 박식한 높은 성직자들이 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잘 아시겠지만, 당신이 고행을 한다고 해서 현재 죄인인 당신이 거기서 벗어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될 것입니다. 말하자면, 고행을 하기 전까지 당신이 저지른 죄는 깨끗이 씻어져서 그 덕분에 용서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 후 죄를 짓는 일이 있더라도 지옥에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고, 지금까지의 가벼운 죄와 마찬가지로 성수로 깨끗이 지워질 것입니다.

 

226 세상에는 자기가 너무나 지식이 풍부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남을 속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실은 자기가 속았다는 것을 깨닫곤 합니다.

그런 까닭으로 저는, 필요도 없이 남의 능력을 시험해 보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234 “사랑했던 부인을 위해서라고 까지 하시면서 부탁을 하시니 무정하게 거절 할 수도 없군요. 그러니 당장 말씀 드리겠습니다만, 내 말이 뚜렷이 사실이라는 것이 밝혀 때가지는, 주인 양반은 물론 누구에게도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셔야겠습니다. 원하신다면, 어떻게 그 현장을 보실 수 있는 가도 가르쳐 드리지요.

 

239 “아아 내사랑 카텔라, 놀라지 말아요! 사랑하고 있으면서 아무리 해도 손에 넣을 수 없었던 것을, 사랑의 신은 책략을 이용해서 손에 넣은 방법을 가르쳐 주셨소. 난 리차르도요.

 

241 그런데 행복의 절정에는 흔히 운명의 역전이 생기는 법이죠. 왜냐하면 어찌된 셈인지 한때는 자진해서 테달도를 기쁘게 해주던 부인이 전혀 그렇게 하지 않게 되고, 사람을 보내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뿐더러, 만나 주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그는 그만 우울해져서 비탄의 구렁텅이에 빠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본시 그는 자기의 사랑을 남에게 조금도 눈치 채이지 않게 숨기고 있었으므로, 아무도 그가 왜 우울해하는지 원인을 알지 못했습니다.

 

257 “신부님 만일 하느님께서 제게 남편을 주시지 않았더라면, 혹은 참으로 남편다운 남편을 주셨더라면, 저는 기꺼이 신부님의 인도를 받아 신부님이 말씀하시는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는 길을 누구보다도 먼저 나아갔을 거예요.

 

261 “죽어서 연옥 가는 것이오. 거기서 실컷 쓰라린 꼴을 당하면, 그의 질투심도 나을 것이오. 그런 다음 우리가 하느님께 어떤 기도를 드려서 이 세상에 되돌아오도록 하는 것이오. 하느님은 반드시 그렇게 해주실 것이오.”

 

265 그가 식사를 끝내자 수도사는 다시 그를 누르고 예의 잔가지 다발로 심하게 후려쳤습니다. 페로도는 큰소리로 울부짖었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심하게 때립니까?”

하느님이 하루에 두 번, 이렇게 하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무슨 까닭으로요?”

그것은 네가 이웃에서 제일가는 마누라를 가졌으면서도, 질투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273  그 일은 그 사람이 좋을 대로 하게 하라. 나는 그 사람이 이 반지를 끼게 되고, 내 팔에 내 아이를 안게 되는 일이 생기면, 고향으로 돌아가서 함께 살겠다.”

 

276 그이가 반지를 마님께 드리거든, 그것을 제게 보내 주세요. 그런 다음 다시 사람을 보내서, 우리 집 아이는 백작의 뜻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고 전하게 하세요. 그리고는 그이를 몰래 여기 오게 해서, 따님 대신 살며시 저를 그이 옆에 자게 해주세요. 아마 하느님의 은혜로 저는 임신하게 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저는 그이의 반지를 끼고, 백작의 아이를 팔에 안고 다시 남편을 되찾아, 마님 덕분에 아내로서 그이와 함께 살게 될거예요.

 

278 백작 부인은 그녀가 매우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몹시 체면을 차린 그 제의를 듣고는 오백 리라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값비싼 아름다운 보석류를 주었습니다. 귀부인은 이만저만 기뻐하지 않았으며, 몇 번을 말해도 모자라라 만큼 감사합니다를 되풀이했습니다.

 

282 “지옥을 갖고 있느니라. 분명히 말하지만, 하느님은 내 영혼을 구해 주시기 위해서 그대를 이리로 보내신 줄 안다. 만일 이 악마가 이런 괴로움을 내게 주더라도, 그대가 나를 가엾게 여기고 그 악마를 지옥으로 몰아넣어주기만 한다면, 그대는 내게 최대의 만족을 주게 되느니라. 게다가 그대는 하느님께 다시없는 기쁨을 드리며 봉사하게 되느니라. 그대가 말하듯이 그 때문에 그대는 여기까지 일부러 찾아온 것이니까.”

 

■ 넷째 날

 

295 전혀 당신들을 사랑하고 있지도 않고 당신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일도 없는 자, 즉 인간으로서 자연히 생겨나는 애정의 힘이나 즐거운 기쁨을 느낀 일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자가 이같이 나를 비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툭하면 내 나이에 대해서 말하는 자가 잇는데 그 사람들은 부추는 뿌리는 희지만 끝은 싱싱한 초록색이라는 속담을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하는 것입니다.

 

297 그 같은 법칙에 대하여 즉, 자연의 법칙에 대하여 반항하려면 너무나 큰 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종종 그러한 일은 허사일뿐더러 커다란 타격을 받습니다. 그러한 힘은 내게 없고 또 가지려고도 생각지 않습니다. 만약 그러한 힘이 있다면 자기를 위해 쓰기보다는 남에게 빌려 주겠습니다. 그것으로써 비방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만약 그들이 여자에게 대해 정열이 불타지 않는다면 바보처럼 그럭저럭 살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 나름대로의 즐거움 속에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썩어빠진 욕망 속에 잠겨 있으면 될 것입니다.

 

302~303 제가 귀스카르도를 사랑한 일, 그리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저의 목숨도 그다지 길지는 못할 것입니다마는 살아 있는 한 그를 한결같이 사랑할 것입니다. 만약 죽어도 사랑할 수 잇다면 저에게는 그를 사랑하는 일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된 것은 제가 여자이기에 연약해서가 아니라, 저의 결혼에 아버지의 마음씀이 부족했던 것과 그분의 덕이 높기 때문입니다.

 

303~304 그러나 아버지가 지금 꾸짖고 계시는 것은 저의 죄가 아니고 운명이라는 것을 아버지께서는 깨닫지 못하고 계십니다. 운명이라는 것은 품격 없는 자를 높이 떠올리고, 정말로 품격 있는 자를 낮은 자리로 떨어뜨리곤 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304 그러나 지금은 그런 일을 언급 않기로 하고 세상의 도리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모두 똑 같은 육체로 되어 있고 같은 한 창조주에 의하여 모두 마음이라는 것이 같은 힘, 같은 재주, 같은 덕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이같이 평등하게 태어났고, 그리고 앞으로도 평등하게 태어날 우리들을 구별하는 것은 우선 그 마음의 덕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의 덕을 많이 소유하고 그 힘을 발휘한 자는 고귀한 사람이라 불리고 그 렇지 않은 자는 고귀한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307 “오오, 정다운 나의 심장이여, 그대의 나의 소임은 이제 완전히 끝났습니다. 나에게 이제 할 일은 아무것도 남겨져 있지 않습니다. 이제는 나의 영혼과 그대의 영혼이 하나로 되는 일뿐입니다.”

 

307 “아버지, 눈물은 이런 일보다 더 불행한 일이 생길 때까지 참아 두세요. 저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 마세요. 저는 그런 눈물은 바라지 않으니까요. 바라신 대로 되었는데도 우는 사람이 아버지 말고 누가 있겠어요? 하지만 제게 베풀어 주신 애정이 얼마만이라도 아직 마음속에 남아 있다면, 저와 귀스카르도가 가만히 남의 눈을 피하여 살아 온 것이 못마땅하더라도 최후의 선물로 아버지가 그의 시체를 버리신 곳에 저의 시체를 함께 묻어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309 그들은 헐렁한 긴 옷을 입고 엄숙하고 창백한 얼굴을 한 채로, 남에게 무엇을 부탁할 때에는 그야말로 겸손한 듯이 간사한 목소리를 내며, 남의 속에 있는 죄를(자기들에게도 있으면서) 드러낼 때나 남에게 헌금을 하면 영원한 구원을 얻는다고 설교할 때는 카랑카랑한 드높은 소리를 내곤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수도사들은 우리들같이 천국을 찾고 있는 인간 과는 달리 천국의 소유자이기나 한 것처럼 죽어가는 사람에게 그들이 기부해 가는 금액의 많고 적음에 따라 천국에서의 장소까지도 정해주고 (그들은 그렇게 믿고 있었으므로), 그렇게 함으로써 우선 맨 먼저 자기들을, 그리고 다음에 자기들의 말을 믿고 잇는 사람들을 기만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314 “나의 아름다움이 누구의 마음에 들었는지 당신이 아신다면 나보다 세상에 아름다운 여자가 있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을 거예요.”

 

326 여러분, 세상에는 소문만 듣고도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잇는 자를 깔보고, 연애라는 것은 불타는 눈에서 화살이 튀어나와야 비로소 생기는 것이라 믿고 잇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생각이 틀리다는 것이 이제부터 말씀 드리는 이야기 속에 명백히 나타나리라고 생각합니다.

 

334 이같이 오랜 기간의 끊임없는 정성 때문에, 그리고 또 그 속의 두개골이 썩어 흙이 비옥해진 탓도 있어, 가지는 훌륭히 자라 향기 좋은 꽃을 피웠습니다.

 

339 “어머, 아가씨, 죽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가씨가 이승에서 이분을 잃었다고 목숨을 끊으시면 저 세상에 가서도 잃는 셈이 됩니다. 이분은 좋은 분이었으니 그 영혼이 천국에 가 계실 텐데 아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지옥에 가게 될 테니 말예요. 그러니 기운을 내시고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든가, 무언가 선한 일을 하시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46 “이 샐비어는 독이 있는 모양이다. 여태 샐비어에 독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이상한 일이군. 지금부터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아예 이 샐비어들을 뿌리째 뽑아서 불태워 버리도록 하여라.”

그래서 정원지기가 재판관의 면전에 그 일에 착수하여 커다란 풀뿌리들을 지상에 파낸 순간 불쌍한 두 연인이 죽은 원인이 명백해졌습니다. 그 샐비어의 커다란 숲 밑에서 놀랄 정도로 커다란 두꺼비가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이 두꺼비가 숨을 쉴 때마다 독이 뿜어져 나와 이 샐비어를 적셔 버렸던 것입니다.

 

351 그녀는 죽은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옛사랑의 불꽃이 세차게 타올라 걷잡을 수 없는 동정의 마음이 솟아올랐습니다. 그는 베일에 얼굴을 감싼 채 여자들 틈에 끼어들어가 그들을 헤치고 시체 곁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날카로운 외침소리를 내고는 시체 위에 몸을 내던지더니 얼굴을 묻은 채 움직일 줄을 몰랐습니다. 울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난밤 지롤라모가 쓰라린 마음에 애를 태우다 죽은 것처럼 살베스트라도 너무나 슬픈 충격에 그의 시체 위에서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던 것입니다.

 

359 오랫동안 잠들었던 루지에리는 마신 약의 효력이 사라져 버려 아침쯤 잠이 깨었습니다. 잠에서 깨어 감각은 되찾았으나 아직 머릿속은 흐리멍텅한 채 였습니다. 그런 상태는 그날 밤뿐만 아니라 그 후 수일 간 계속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눈을 떴는데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손으로 더듬어 보니 아무래도 무슨 상자 속에 있는 것 같아서 희미하게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면서 중얼거렸습니다.

366 , 버림받았음을 알았을 때

    아직도 사라지지 않노라

    마음에 소은 이 슬픔은.

    , 저주하노라 그날 그때를

    불같이 타는 숭고하고도 아름다운

그대 얼굴 바라보았을 때를.

죽어 가는 마음은 비웃을 뿐

희망도 애원도 불타는 정념도.

 

, 사랑의 신이여 들으소서

위안도 없는 이 괴로움을

슬픈 소리로 부르나니

내 마음 찢기어 나는 이제

죽음을 바라노라, 작은 수난이련만.

, 어서 와서

신의 힘으로 끝맺게 해 다오

죄 많은 내 목숨 내 정념을

죽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으므로.

 

367 , 지금은 죽음 말고는

괴로움을 끊을 길도 위안도 없다.

    그러니 사랑의 신이여, 내 목숨을

    거두시어

내 불행을 끝나게 하소서

슬픈 목숨 빼앗아서.

내 잘못으로 기쁨도

슬픔도 잃었나니.

나 죽으면 신이여, 그녀를

귀여운 여인으로 찬양하소서

 

, 나의 노래를 부르는 자 없어도 상관없도다

나만큼 부르는 자 없나니.

사라의 신이여, 나는 바치노라

이 노래를,

그대를 만나기 위해 그대에게만.

 

■ 다섯째 날

 

369 이미 동녁은 완전히 밝아 떠오르는 아침 햇빛이 땅덩어리를 아주 밝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피암메타는 새 아침을 노래하며 나무들 사이에서 새벽녘부터 즐겁게 지저귀고 잇던 작은 새들의 귀여운 소리에 눈을 뜨고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다른 부인들과 세 사람의 청년을 깨워 주었습니다.

그녀는 천천히 초원에 내려가 일동과 이것저것 이야기하면서 해가 완전히 떠오를 때까지 이슬에 젖은 풀을 밟으며 넓은 들판 쪽으로 즐거운 듯이 걸어 갔습니다.

그러나 차츰 햇볕이 뜨거워져 별장의 홀 쪽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홀에 이르자 최고급 포도주와 달콤한 과자가 일동의 가벼운 피로를 풀어 주었습니다.

 

371 시몬이 그 숲 속으로 들어가자, 행운의 인도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일까요, 높은 수목들에 둘러싸인 어느 초원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한 구석에는 차디찬 맑은 샘물이 철철 솟아나오고 있었고, 옆의 푸른 잔디 위에는 눈같이 흰 몸이 속까지 들여다보일 듯한 엷은 옷을 걸쳤을 뿐인 젊은 여자가 자고 있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허리부터 아래는 새하얀 엷은 천으로 덮여 있을 뿐 이었습니다. 그리고 발 밑에는 이 처녀의 하인들로 여겨지는 두 여인과 한 사나이가 같은 모양으로 자고 있었습니다.

 

371 시몬은 젊은 처녀를 보자 지금까지 여인의 그러한 모습은 본 일이 없었으므로 굵은 지팡이에 기대어 한 마디 말도 없이 감탄한 눈으로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리 교육받아도 시민적 교양 따위는 무엇 하나 받아 들이지 않았던 그의 거친 마음에, 그 거칠고 무지한 지능으로도 알 수 있는 어떤 감각이 눈을 떠, 여태까지 본 일이 없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 비쳐 들었던 것입니다. 이리하여 그는 그녀를 하나하나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눈부시게 물결치는 금발이며 수려한 이마, 오똑한 코, 귀여운 입, 목줄기, 날씬한 두 팔, 그뿐만 아니라 봉긋이 솟아 있는 가슴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습니다.

 

373 여러분, 우리는 이 놀라운 변화를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요? 그것은 그의 마음 한구석 훌륭한 영혼 속에 갇혀 있었던 천부적 재응이 시새움 많은 운명의 신에 의해 단단한 굴레로 동여매져 있었던 것을, 운명의 신보다도 강한 사랑의 신이 그것을 끊어 버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잠들어 있던 재능을 끌어내는 위치에 이는 사라의 신은 최대한도의 지배력을 발휘하여 잔혹한 암흑으로부터 밝은 빛 속으로 그를 인도했다고 생각해야 옳을 것입니다.

 

374 그리고 마치 사자와도 같이 홀몸으로 저쪽 배에 뛰어올랐습니다. 이리하여 사라의 신으로부터 박차가 가해진 듯 칼을 휘두르며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힘을 발휘하여 적의 한복판에서 좌우 양쪽으로 닥치는 대로 마치 양이라도 베듯이 적을 쓰러뜨렸습니다.

 

375 그러나 운명은 에피제니아를 뺏는 데까지는 기꺼이 도와주었으나 웬일인지 갑자기 변덕을 부려 사랑을 얻은 젊은이의 크나큰 기쁨을 쓰디쓴 슬픔으로 순식간에 바꾸고 말았습니다.

 

376 시몬이 그것을 얼마나 슬퍼했는지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신들이 그를 도와주어 그에게 희망의 실마리를 얻게 한 것은, 사랑의 기쁨을 잠깐 맛보게 함으로써 전에는 두려워해 본적도 없는 죽음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받아들이도록 꾸몄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378 “시몬, 신들은 인간에 대해서 여러 가지 사건을 자유로이 내리시는 분이신 동시에 인간의 진가에 대해서도 가장 뛰어난 시험관이시네.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 의연한 사람들을 발견한 경우에는 그들에게 최고의 상으로 보답하시네.

 

378 지금 신들은 자네가 집에 있을 때 했던 것보다 더욱 큰 시련으로써 자네를 시험하고 계시는 중이야. 내가 생각해 보건대 신들은 우선 자네에게 아름다운 에피제니아를 보여줌으로써 사랑에 눈을 뜨게 하여 그 사랑의 힘으로 짐승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던 자네를 하나의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셨고, 사랑하는 에피제니아를 손안에 넣게 해주셨다가 폭풍의 시련과 지금 자네가 당하는 것 같은 감옥에서의 쓰라린 고통으로써 자네를 시험하시는 걸세. 그리하여 자네가 최고의 행운에 달해 있다고 생각했을때와 지금처럼 아주 괴로운 시련을 당하고 있을 때의 그 마음가짐과 신들에 대한 믿음이 조금이라도 달라지지 않았는가 그것을 보시려는 것이네. 그래서 자네의 신념이 행복했을 때나 불행에 처해 있을 때나 달라진 것이 없다면 신들은 더할 수 없는 크나큰 은총을 베푸실 것이네.

 

382 그녀는 곧 그 작은 배를 타고, 그 섬 여자들은 일반적으로 그렇지만 그녀도 다소 노를 저을 줄은 알고 있었기에, 노를 저어 앞바다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돛을 올린 다음 노와 키를 팽개치고 그냥 바람 부는 대로 가게 내버려 두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짐도 싣고 있지 않았겠다, 키잡이도 없겠다, 결국 작은 배는 바람에 뒤집히거나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거나 하여 살아난다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므로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익사하게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리하여 머리서부터 망토를 푹 뒤집어쓰고 울면서 뱃바닥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폭풍은 일어나지도 않고 대신 알맞은 북풍이 불어와, 그녀가 탄 노도 키도 없는 작은 배를 백 마일쯤 떨어진 스사라는 거리 근처의 해안에 안전하게 표착시켰던 것입니다.

 

384 고스탄차는 며칠 사이에 만드는 법을 익혀 함께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부인이나 다른 여인들의 마음에 들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얼마 후에는 그 사람들에게서 그 고장 말까지 배우고 말았습니다.  

 

385~386 그러나 적은 폐하의 화살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화살촉이 작아서 지금 쓰고 있는 굵은 줄에는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는 줄은 굵은 화살촉의 화살을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 폐하의 군사는 적의 화살을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이리하여 폐하의 군사는 적이 화살이 모자라 쩔쩔맬 때 충분한 화살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392 그들은 창이나 나무 방패를 땅 위에 던져 놓았는데 그 중 하나가 무심코 자기 창을 그 건초 속에 던졌습니다. 그 때문에 숨어 잇던 처녀는 자칫 잘못했으면 죽거나 모습을 나타낼 뻔 했습니다. 창끝이 처녀의 옷을 찢고 왼쪽 젖꼭지 옆을 스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또 엉겁결에 비명을 지를 뻔했으나 현재 자기 처지를 생각하곤 몸이 떨려도 가만히 소리를 내지 않고 참았습니다.

 

394 “그렇다면 구태여 반대할 필요가 없겠군요. 두 분은 서로 사랑하고 서로 잘 알고 있으며 또 두분 다 주인 친구인걸요. 게다가 서로의 마음도 순수하잖아요. 그래서 하느님의 뜻으로 한 분은 교수대의 밧줄에서 벗어나고, 또 한 분은 창끝에서 재난을 면했을 뿐만 아니라 두 분 다 야수의 이빨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니 두 분이 좋으실 대로 하세요.”

 

398 그러나 환락에 활활 모을 불사른데다가 기후 탓도 있어 두 사람은 발가벗은 채 곤히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카테리나는 오른손으로 리차르도의 목을 껴안고 왼손으로는 여러분이 남자 앞에서 이 밖에 내기도 부끄러운 그것을 쥐고 있었습니다.

 

409 이리하여 두 사람은 환희 절정에서 서로 껴안고 사랑도 그 이상으로 베풀어 줄 수 없을 만큼 즐거움을 맛보았습니다. 어느 새 두 사람은 여러 번 그 즐거움을 되풀이 하고 있는 동안에 그냥 서로 껴안은 채 곤히 잠들어 버렸습니다.

 

411 “저는 이제 곧 죽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비를 바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아가씨를 제 목숨보다 더 사랑하고 있으며 그녀도 저를 사랑하고 잇는데, 저는 이같이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그녀는 내게 등을 들리고 잇습니다. 그래서 서로 마주보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서로 얼굴을 보면서 죽어갈 수 있으니 얼마나 위안이 되겠습니까.”

 

421 나스타지오는 덩 이상 참지 못하여 절망하고 슬퍼한 나머지 차라리 죽어버릴까 하고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간신히 마음을 고쳐먹고 그녀 일에 대해서는 아주 단념해 버리든가 할 수만 있다면, 그녀가 자기를 미워하듯 자기도 그녀를 미워할까 하고 종종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희망이 엷어지면 엷어질수록 연정은 더해갈 뿐이었습니다.

 

431 “부인, 하느님의 뜻으로 당신에게 사랑을 품게 되면서부터 어쩐지 모든 일이 운명과는 반대 방향으로만 돌아 저는 항상 슬픈 마음에 사로잡혀 왔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지금 이순간의 제 불운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432 “오빠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잘 알아요. 하지만 돈 있고 인격이 보잘것없는 사람보다 돈은 없더라도 인품이 훌륭한 사람을 택하고 싶어요.”

 

435 즉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들은 언제나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준비가 갖추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여자는 혼자서 많은 남자를 녹초로 만들 수 잇는데 남자는 아무리 많이 덤벼도 한 여자를 피로하게 만들기가 힘든 것입니다.

 

■ 여섯째 날

 

447 여러분, 맑은 밤하늘에는 별이 하늘의 장식이 되듯, 봄에는 꽃과 나무가 들판을 꾸미며, 언덕은 잎이 무성한 나무들에 덮여 빛을 보탭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훌륭한 예의 범절이나 교묘한 화술은 상쾌한 경구가 되지요.그것은 원래 짧은 것이라서 남자분들보다 여성들에게 더 중요하답니다. 왜냐하면 지루하게 지껄이는 것은 남자분들보다 여자분들이 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요.

 

448~449 “저어, 기사님의 말은 너무나 걸음이 딱딱해서 못 견디겠어요. 그러니 저를 다시 걸어가게 해주시지 않겠어요.?”

기사는 얘기를 하는 쪽보다 말을 알아듣는 것에 더 능숙했으므로 금방 그 경구와 뜻을 깨닫고 가벼운 농담으로 받아들여 이번에는 여러 가지 다른 화제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시작했던 얘기는 끝마치지 못해 꽁지 빠진 수탉 격이 되어 버렸답니다.

 

453 경구가 논박으로 이용될 경우, 다시 말해서 대답하는 사람이 먼저 개처럼 물렸다면 그도 개처럼 물었다고 해서 별로 비난할 순 없겠지요. 만일 그렇지 않았는데도 상대편을 물어뜯었다면 비난을 받아도 하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경구를 사용하실 때는, 어떻게, 언제, 누구에게, 그리고 어디서 경구를 토해야 할 것인가 잘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462 다른 집안 사람들은 구멍새가 정돈되고 신체도 균형이 잡혀져 잇는데 바론치 집안의 사람을 살펴볼 것 같으면 어떤 자는 아주 기다랗고 좁은 얼굴을 하고 있는가 하면, 어떤 자는 지질펀펀한 얼굴을 하고 있으며, 또한 사뭇 코가 기다란 자가 잇는가 하면, 짤막한 코를 붙인 자도 잇다네. 그리고 또 걷어 말린 주걱턱도 있으며, 툭 튀어나온 턱을 가진 자도 잇지. 마치 당나귀 턱같이 말일세. 또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보다 커다란 자가 있는가 하면 한 쪽 눈이 다른 한쪽보다 축 처져 붙은 자도 잇다네. 그야말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가 그린 얼굴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러니까 아까도 내가 말한 것과 같이 신께서 그림을 익히기 시작하셨을 무렵에 바론치 집안을 만드셨다는 이야기가 뚜렸한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일세. 따라서 바론치 집안이 다른 집안보다 오래 되었고 고귀한 문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467 “치에스카야, 네가 말하듯이 그처럼 불유쾌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거든, 그리고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있고 싶거든, 앞으로는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쳐 보지 말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469 “그가 한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면 정신이 이상한 건 자네들이야. 그는 품위 있게 짧은 말로 우리를 면박했던 거야. 잘들 보게. 여기 있는 숱한 묘석은 모두 죽은 자의 집일세. 그러므로 거기에는 죽은 사람이 들어가 살고 있지. 그것을 그는 우리들의 집이라고 하여 우리나 그 밖의 교양도 없고 학문도 없는 자를 그나 그 밖의 학자와 비교해서 죽은 사람보다 못하다고 비꼬았던 것일세. 그러므로 여기 있는 우리는 자기 집에 있는 꼴이 되네.”

 

477 신께서는 성 로렌초를 태운 숯을 여러분에게 보여 드림으로써 여러분의 마음에 순교자에의 신앙심을 불타오르게 하려는 뜻에서, 내가 원한 날개가 아니라 신성하기 그지없는 신에서 흘러내린 체액으로 말미암아 꺼진 성스러운 숯을 내게 건네주셨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경위이니 축복받으신 여러분, 모자를 벗으시고 여기 나오셔서 경건한 마음으로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한데 특히 내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이 숯으로 십자를 그려 받으면 누구나 1년간은 절대로 화상 같은 것을 입는 일 없이 무사히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482 못은 눈처럼 새하얀 그녀들의 몸뚱이를 받아 안았습니다. 그것은 마치 투명한 우리 컵에 빨간 장미를 꽂은 것 같은 광경이었습니다.

 

■ 일곱째 날

 

491 “귀신이여, 밤에 나오는 귀신이여, 그대는 꼬리를 추켜세우고 왔도다. 그러므로 꼬리를 일으켜 세우고 나가라. 정원으로 가서 복숭아나무 밑을 보면 기름에 지진 요리와 우리 집 닭이 낳은 달걀 백 개가 잇다. 병에 입을 대고 포도주를 실컷 마시고 썩 물러가라. 내게도 또 잔니에게도 해를 입히지 말지어다.”

 

503 아아 사랑의 신, 그 힘은 그 얼마나 크고 힘찬 것일까요! 그 타이르는 말과 앞날을 미리 보는 힘은 얼마나 황홀한 것일까요! 어떤 철학자자라도 어떤 예술가라도 당신과 같이 길을 구하는 자에게 그 밑받침이 될 만한 것을 주고 앞날을 미리 가르쳐 줄 수 있을까요!

 

526 “신의 거룩한 뜻으로 그 사나이는 나를 말로 시험하고 당신을 행동으로 시험했군요. 나는 당신이 그의 행위를 견디어낸 이상으로 그의 상스런 욕을 꾹 참아야 할까봅니다. 어쨌든 그 사나이는 결국 충성스런 사나이니까 친절하게 해주어야겠어요.”

 

538 ,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조용히 생각해 봐. 행운의 여신이 웃는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서 마중 나오는 일이란 일생에 단 한 번 있을까말까 하다는 것을 생각해 봐. 그런 때 행운의 여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는 나중에 빈털터리 가난뱅이가 되어도 자신을 원망할 뿐이지 하느님을 원망하지도 못한다고.

 

548 그래도 남이 하는 대로 성당에도 가고 설교도 들어,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살아있을 때 행동한 값어치에 따라 저 세상에서 어떤 명예를 받게 된다든지 또 비참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든지 하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553

, 알려 주려마 어느 날이니지

나를 매혹한 그대 눈에

입맞춘 이 몸이

그대와 만날 날은,

, 행복하여라, 영혼이여

그대 어느 날에나 올 것이니지

어서 고하여 위로해 다오.

그대가 오는 날은 늦을지라도

오래오래 내 곁에 있어 주오

사랑의 상처가 나을 때까지

 

그대 온다면 부여잡고

다시는 보내지 않을 것을

옛날같이 어리석지 않으니

다시는 껴안고 놓지 않으리

달콤한 입맞춤

내 소망 채우리라.

어서 와서 이 몸 껴안아 주오

그대를 생각하면 불가사의의

노래 절로 흘러나오네.

■ 여덟째 날

 

564 “내가 이렇게 말하더라고 사제님에게 전해주세요. 내 절구로 절대로 소스를 만들게 하지 않겠다고요. 이번 일로 사제님의 체면은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라고.”  

보좌신부는 외투를 가지고 돌아가 그녀의 말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사제는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다음에 벨콜로레 아주머닐 만나거든 사제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 말해 주어라. 절구를 빌려주지 않으면 나는 절구공이를 빌려주지 않겠다., 피차일반 아닌가, 라고.”

 

571 두 사람이 약간 난처한 듯이 머뭇거리다가 올라가 보니 방 안에는 온통 돌멩이가 흩어져 잇고, 구석에는 옷이 갈기갈기 찢어진 아내가 머리를 산발하고 피멍이 든 일그러진 얼굴로 울고 있었습니다. 칼란드리노 쪽도 허리띠가 풀어지고 데친 파처럼 되어 힘없이 방바닥에 앉아 있었습니다.

 

580 그는 머리에는 굴뚝에 쑤셔 처넣었던 것 같은 꾀죄죄한 다람쥐 가죽 모자를 쓰고 허리에는 잉크병으로 찼으며 맞지도 않는 긴 양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 밖의 여러 가지 점이 모두 정장을 한 법관이나 일반 시민들의 옷 입은 맵시와는 아득히 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입고 있는 바지였습니다. 앉으면 꽉 죄는 모양인지 앞을 툭 터놓아 허리가 온통 드러나 보였습니다.

 

587 그런데 돼지를 훔친 놈은 여기 모인 우리들 중의 한 명일 것은 틀림없는 일이므로 그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이 환약을 하나씩 드릴 터이니 먹고 또 포도주를 마셔 달라는 겁니다. 여기서 미리 여러분께서 알아두셔야 할 것은 돼지를 훔친 범인은 이 환약을 삼키지 못할 뿐만이 아니라 워낙 독약보다도 써 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미리 여러분께서 알아두셔야 할 것은 돼지를 훔친 범인은 이 환약을 삼키지 못할 뿐만이 아니라 워낙 독약보다도 써 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고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것보다 저지른 죄를 뉘우치고 신부님에게 고백하는 편이 낫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그렇게만 하신다면 구태여 이런 시험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589 여러분, 남을 속이면 자기도 속는다는 것은 흔히 있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남을 곯리거나 하는 것은 그다지 권장할 바가 못 됩니다.

 

591 한편 이 젊은 부인은 남자가 바라보아도 눈을 내리까는 것 같은 짓을 하지 않습니다. 아니 여느 때보다도 더 호들갑스럽게 두리번거리며 살펴보고 있었기에 은근한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음을 재빨리 알아냈습니다. 그리하여 리니에리의 눈초리를 의식하며 마음속으로 오늘 이렇게 나온 게 헛걸음은 아니군. 내 짐작이 틀리지 않는다면 봉을 잡은 모양인데하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래서 두 번 세 번 추파를 던져 그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을 알리려고 애썼습니다. 그것을 할 수 있는 만큼 더 많은 사나이들을 자기의 미모로 낚아 붙잡아 둘수록 자신의 아름다움의 가치가 높아지고, 특히 자기가 사랑을 베풀어 준 자는 그 느낌이 한결 더 깊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593 학자는 걸터앉을 자리도 추위를 막아 볼 데도 없었으므로 몸을 녹이기 위해 이리저리 안마당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부인의 오빠가 언제까지나 자리를 뜨지 않는 일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입구 쪽에서 조그만 소리라도 난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부인이 문을 열어 주러 온 것이 아닌가 하고 가슴을 두근거리곤 했습니다만 그것은 헛된 기대로 끝났습니다.

 

594 그리고 안마당을 내려다보니 학자 선생은 너무나 추워서 이빨을 따닥따닥 마주치면서 그 이빨 소리에 맞추어 이제껏 보지도 못했던 템포로 눈 위에서 탭댄스를 추고 있었습니다.

 

595 “그럼 빨리 돌아오십시오. 그리고 부탁입니다만 내가 안에 들어가 몸을 녹일 수 있도록 불을 잔뜩 지펴놓아 주십시오. 이제 손발의 감각조차 없어졌을 정도로 아주 얼어버렸으니까요.”

어머나 그럴 리가 없잖아요. 당신이 자주 보내셨던 편지에서 나 때문에 뜨거운 사랑의 불꽃을 태우고 있다고 쓰셨으면서요. 그럼 그 말은 거짓이었군요. 어쨌든 방으로 돌아갈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기운내시고요.”

 

596 학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습니다만 원래 총명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아무리 위협해 본들 상대방에게 약점밖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폭발하려는 격한 화를 보이지 않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로 말해서, 나는 이제까지 이렇게 몹쓸 꼴을 당한 적은 없다. 하지만 부인에게야 무슨 죄가 있겠나. 나를 가엾게 생각했기 때문에 애써 빠져나와 사과하고 위로의 말씀을 하시지 않았겠는가. 게다가 또 네 말대로 어젯밤에야 그랬다손 치더라도 또 다음 기회라는 것이 있으니까. 부인에게 그렇게 말씀 전하고 자네도 잘 있게.”

 

603~604 그런데도 당신의 교활함은 나를 꾀어 호의를 얻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입으로는 나를 훌륭한 신사라고 말하면서 뒷구멍으로는 내가 너그러운 마음이 되어, 당신 스스로의 죄로 인해 받는 벌에서 구해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달콤한 말씀은 지난날 당신의 악독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약속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나의 지성의 눈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나는 나를 알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공부하며 나는 자기 자신을 키웠습니다만 그와 마찬가지로 당신은 믿음을 져버린 하룻밤으로써 당신이라는 인간을 분명히 드러내 보였습니다. 하지만 비록 내가 너그러운 인간이라 하더라도, 당신은 그 너그러움을 누릴 일간이 못됩니다. 당신과 같은 야수에게는 죽음의 징벌이 필요하고 그것과 같은 죽음의 복수가 이뤄져야 합니다. 당신이 말한 것 같은 일은 인간 세상에서는 통용되지 않습니다. 나는 독수리가 아니며 당신도 비둘기는 아닙니다. 당신은 비둘기는 커녕 인류의 오랜 예부터의 적인 독서로 보일 정도며 따라서 온갖 증오와 힘을 기울여 벌을 줄 작정입니다.

 

604 내가 지금 하는 일은, 복수란 모욕 이상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복수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벌이라고 해야겠죠. 이것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 뜻에 나는 벌을 실행으로 옮길 작정입니다. 만약에 당신에 의해 내 마음이 얼마나 심한 고통을 받았던가를 생각하고 앙갚음하려고 마음먹는다면 당신의 목숨을 빼앗는다 해도 도저히 만족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606 모두가 실패로 돌아가도 내게는 펜의 힘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펜을 휘둘러 당신의 일을 온세상에 고하면 사람들이 그것을 읽을 것이 틀림없으니 당신은 아아,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하고 천 번은 더 생각할 것입니다.

 

606 그러니 작은 개울물이 바닷물 때문에 불어났다고 해서 바다를 탓하는 따위의 일일랑 그만두어 주십시오. 당신의 사랑이라든가 당신이 내 것이 된다든가 그런 따위 일은 앞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지금의 나는 개의치 않는 일입니다. 되도록이면 당신은 이제까지와 같이 그의 것으로 그냥 있어요. 나는 지난날에는 그를 미워했습니다만 그가 당신을 배신했기 때문에 지금은 그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606 나는 맹세코 단언합니다만 그들 젊은이는 힘들여서 거칠게 꼬리를 내두릅니다만, 그들보다 나이 먹은 남자들은 이제껏 연습을 많이 하여 어디에 벼룩이 잇는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이 많고 맛이 좋지 않은 것보다 시간이 걸리고 양은 적더라도 맛이 좋은 것을 골라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 너무 말을 빨리 몰면 아무리 젊어도 금방 지쳐 버립니다. 그러나 천천히 몰고 가면 다른 사람보다 다소 늦더라도 지치지 않고 목적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607 하지만 그렇게까지 나를 기쁘게 해주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태양이 당신의 피부를 태우기 시작하거든 나를 괴롭힌 추위나 생각하고 계시죠. 그래서 그 더위와 한데 섞어 보십시오. 그렇게 하면 아마 태양열도 쾌적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슬픔의 구렁텅이에 빠진 부인은 학자의 말이 참혹한 죽음을 뜻하고 잇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소리 내어 울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614 학자라는 자들이 모두가 그렇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악마의 꼬리가 어디 달려 있는가까지 알고 잇는 사람들이라는 것은 모르고, 사람을 우롱하다가 이런 봉변을 당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사람을 놀리거나 할 때는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특히 학자에 대해서는….

 

629 “지혜 있는 분과 이야기하고 사귀고 하는 일은 정말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소! 이 양반처럼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내 마음을 구석구석까지 살펴주는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자네도 이분만큼은 내 가치를 알아주지 못했다. , 그건 그렇다 치고 자네가 부팔마코 씨는 지혜로운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내가 뭐라고 자네에게 말했는지 적어도 그 정도는 말해 주지 않겠나. 어떤가, 나는 지혜롭게 행동하지 않았나?”

 

636 예부터 항구 해안에는 물건을 가지고 들어온 상인이 짐을 풀 때---지금도 그렇게 하지만---그고장 영주나 관청이 설치한 세관이라고 부르는 차고에 일잔 물건을 전부 넣어두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상인이 그 책임자에게 모든 상품과 그 가격을 써넣은 서류를 건네면 그는 상품을 넣어둘 창고를 지정해 줍니다. 상인을 물건을 넣고 문을 잠급니다. 그러면 세관원은 장부에 모든 상품을 그

상인의 채권으로 기입하고 상품을 전부 또는 조금씩 창고에서 꺼낼 때마다 상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습니다.

 

647 이렇게 되니 내노라하고 뽐내던 악년 양코피오레도 코가 나작해져서 500피오리노를 돌려준 뒤에 천 피오리노라는 큰 돈을 빌려준 일을 한탄하고 후회하면서 가슴을 쳤습니다.

이렇게 그녀는 남을 속이다가 보기 좋게 되속아 큰 손해를 보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 아홉째 날

 

657 그녀는 일이 이런 식으로 무사히 끝나게 된 것을 기뻐하며 두 사내의 성가심을 면하게 된 것은 오로지 하느님의 은혜라 여겨 감사했습니다. 그러고는 안으로 돌아와 침실에 들어가자, 그 두 사람은 자기가 부탁한 일을 실제로 수행했으니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했음에 틀림없다고 하녀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661 원장은 자기도 같은 죄를 범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아울러 그것이 여러 사람에게 드러난 것을 알고는 설교를 그치고 다시 말투를 바꾸었습니다. 그리하여 인간이 육신의 자극으로부터 몸을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말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몰래 할 수 있을 때는 각자 적당히 해도 상관없다고 말했습니다

 

666 여러분,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머리가 좋고 훌륭하다는 것을 남에게 알리는 것이 어리석음과 결점을 드러내는 것보다 어렵다면, 말을 삼간다는 것은 헛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점은 지금 칼란드리노의 바보 같은 짓으로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670 이같이 포르타르리고의 나쁜 꾀는 안줄리에리의 모처람만의 계획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렸씁니다만, 언젠가 어디에서든 안줄리에리의 보복을 안받으리라 누가 보장하겠습니까.

 

670 여러분, 이야깃거리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만약 얘기하시는 분이 때와 장소를 분별하여 잘 선택한다면, 재미없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으리라는 것을 여러분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무엇 때문에 우리가 이곳에 모여 있는가를 생각할진대,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즐겁고 재미있게 세월을 보내자는 것 이외는 아무런 목적이 없는 것이니까, 기쁘게 즐길 수만 있다면 지금 이 곳이야말로 제격이라 하겠습니다. 그런 만큼 설령 천 번을 얘기한 것이라도 다시 얘기가 나오면 역시 마찬가지로 즐거울 것이 틀림없으리라 생각합니다.

 

677 “, 나의 다시없는 칼란드리노, 당신은 나의 심장, 나의 영혼, 나의 그리운 님, 내 마음의 안식처예요. 얼마나 오래도록 내 것으로 만들어서 내 가슴에 껴안고 싶었는지 몰라요. 당신은 상냥한 마음씨로 제 사랑을 차지하셨어요. 그 리베바로 제 마음을 사로잡고 말았어요. 제가 당신을 끌어안고 있는 것은 꿈이 아니고 사실이겠죠?”

 

685 “누군가를 싫어하면 그 사람은 당신의 나쁜 꿈을 꾸게 마련이에요. 당신은 나를 걱정해 주는 척하지만, 내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계시니까 그런 꿈을 꾸신 거예요. 걱정마세요. 그런 불행을 만나 당신이 좋아하시지 않도록 오늘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조심을 하죠.”

 

687 피렌체의 사람들로부터 치아코라고 불리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이 남자는 이 세상에서 좀처럼 볼 수 없을 만한 대단한 식도락가였습니다.

거기다가 상당히 멋쟁이여서 그의 생활력으로서는 식도락의 비용이 충당되지 앟았기 때문에, 다행히 만담을 잘 하는 것을 핑계로, 궁정에 드나들지는 않았으나, 음식을 잘 해먹는 부자집에 만담가 행세를 해가며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대를 받거나 말거나 노상 찾아가서는 점심이든 저녁이든 얻어먹곤 하였습니다.

 

692 “나는 라이아초에 사는데 당신과 마찬가지로 고민이 있습니다. 나는 아직 젊고 돈이 있어서 동네 사람들을 자주 초대하여 잔치를 베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아무리 그런 짓을 해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떡하면 남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그 의견을 물으러 당신이 가는 곳에 나도 가는 것입니다.”

 

695 “그보다 더 훌륭한 충고를 당신에게 해 줄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당신은 남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베푼 값진 요리와 접대는 그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아니고 단순한 겉치레였다는 것을 아십시오. 그러니 솔로몬 왕의 말처럼 남을 진심으로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남들로부터 사랑을 받습니다.”

 

696 여러분, 여러 마리의 흰 비둘기 속에 한 마리의 검은 까마귀가 섞여 있으면, 백조보다도 그 아름다움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법입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현명한 사람들 속에 그다지 현명하지 못한 사람이 섞이면, 현명한 사람의 훌륭함에 광채를 더해 줄뿐만 아니라, 그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입니다.

 

■ 열째 날

 

704 태양이 창공의 미이며 장식인 것처럼, 인간의 관용이란 각자의 덕에 의한 광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저로서는 꽤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짧은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합니다. 이것을 기억하고 계시면 반드시 인생에 도움이 되시리라 믿습니다.

 

717 “나의 결의와 충고에 대해 네가 이상히 여길 것은 없다. 그 까닭은, 모든 일을 내 뜻대로 자유롭게 하게 된 뒤부터 내 집에 오는 손님에 대해서는 그가 누구든 부탁을 해오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만족을 시켜주지 않은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너는 내 생명을 노리고 왔다. 너의 소원을 듣고 보니 네가 소원을 풀지 못하고 갈 오직 한 사람이 될 것 같기에 곧 내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되게끔 조언을 해준 거다. 다시 한번 말하거니와 내 목숨이 필요하다면 마다하지 말고 가져가서 네 스스로를 만족시켜라. 내 목숨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 80년이나 살아서 즐거운 일도 많았고 숱한 위안도 있었다. 자연의 이치를 따르자면, 다른 사람이나 일반 만물의 변천대로 내 목숨은 이미 앞이 내다보인다. 그러니 내 의사에 반하여 수명이 다할 때를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내 재산을 쓰듯 필요한 사람에게 주어버리는 것이 좋단 말이다.

 

725 “, 일어나십시오. 나는 당신의 부인을 돌려드리는게 아닙니다. 당신의 집안과 부인의 친척들이 이분을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아이의 양부인 나는 이 부인을 아이와 함께 당신에게 선사하고 싶습니다. 이 아이는 분명히 당신의 아들입니다. 그런데 내가 세례식에 입회하여 젠틸레라고 명명했습니다. 아울러 당신에게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부인이 석 달쯤 내 집에 있었다고 해서 이분을 섭섭히 대하시지는 말아달라는 점입니다. 그 까닭은 하느님에게 맹세를 드리는 바입니다만, 하느님은, 실제로 그렇게 되었습니다만, 이분의 목숨을 건져 주도록 나에게 이분을 연모하게 하신 것 같습니다. 이분이 댁에 계셨다면, 내 집에서 나의 어머니와 지낸 것처럼 당신과 깨끗한 나날을 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729 “디아노라, 자기의 정조를 걸고 남과 조건부의 약속을 한다는, 심부름하는 사람이 지껄이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정숙한 부인이 취할 현명한 짓이 못 되오. 남을 통해서 듣는 말이란 여러 사람의 상상 이상의 힘을 가지는 것이며, 그것이 연인의 경우에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힘을 갖는 법이오. 아무튼 당신은 처음에 솔깃했다가 나중에 약속을 했으니, 일이 고약하게 되었소. 그러나 나는 당신 마음이 죄없이 깨끗함을 알고 이으니, 당신이 한 약속의 매듭을 풀어주기 위해 다른 사람이라면 감히 할 수 없는 짓을 당신에게 허락하겠소.

 

736 폐하를 존경하는 자에게 그 명예와 희망과 위안을 약탈하는 배반이 일찍이 다른 데서 행해진 일이 있습니까? 무겁고 영원한 형벌에 해당하는 배반 말입니다. 만약 폐하가 그런짓을 하신다면 폐하는 뭐라고 변명하시겠사옵니까? 안 되옵니다. ‘그는 기벨린 당원이니까 그랬노라.’ 하시면 충분한 변명이 되실 줄 아시옵니까? 안 되옵니다. 그들이 누구이든 폐하의 지휘 아래에 무릎을 꿇는 자에게 그런 부당한 취급을 하시는 것이 과연 정의를 주장하는 왕도인지 통촉하십시오. 폐하, 신은 폐하가 만프레디 왕을 패배시키고 코르라디노를 무찌르신 것이 폐하의 최대 영광이온 줄 아나,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것도 한층 커다란 영예라고 믿습니다. 하니, 폐하는 백성의 모범이 되시고 자신을 극복하시어 그러한 욕망을 억제하셔서 모처럼 획득하신 영예를 그러한 오명으로 해치는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744 많은 사람들이 단언하기를 왕은 리자에 대해 성실히 약속을 지켰다고 합니다. 즉 평생 동안 자기는 리자의 기사라고 칭하며, 무슨 시합장이든 반드시 그녀가 선서한 장식용 띠를 매고 출전했다고 합니다.

왕이 이런 일을 하면 신하의 마음을 잡을 수가 있으며, 신하로서도 충성을 다할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원한 명성이 얻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늘날에 와서 대개의 군주는 폭군이 되고 무도한 왕이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일에 마음을 쓰는 분은 극히 드물거나 아니면 거의 없게 된 것이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749 그러나 자네가 나 이상으로 뜨거운 정열을 쏟아 그토록 그녀를 사모하고 있는 이상, 그녀는 내 아내로서가 아니라 자네 아내로서 내 침실에 들어오게 될 테니 안심하게나. 이제 쓸데없는 생각을 버리게. 우울한 마음을 털고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게. 위안을 얻었으니 기운을 내게. 그래서 앞으로 내 사랑 이상으로 깊이 사랑한 자네 사랑의 보답을 기다리게.”

 

756 운명이란 새삼 일을 결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라든가 새로운 연장을 쓰지는 않습니다. 만약 목적만 좋다면 철학자가 아닌 구두장이가, 비밀리에든 공공연하게 든 자기의 판단으로 내 문제를 결정했다 해도, 나는 일일이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만약 그 구두장이가 일을 처리할 수 없는 분별없는 자라면 주의를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는 그 일에 대해서 감사해야만 합니다.

 

762 대체로 세상 사람들은 배우자의 경제적인 것과 형제와 자식이 많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자기의 재산으로 많은 하인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누구든 아버지 형제나 주인을 다급한 위기에서 구해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닥치는 사소한 위험부터 겁을 먹고 먼저 없애려 합니다.

그러나 친구 관계에 있어서는 그와 정반대의 현상을 볼 수가 있는 것입니다.

 

769 술탄과 그 신하들은 만일 목숨이 붙어 있고 예상하고 있는 싸움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토렐로 씨의 후한 대접에 못잖은 아니, 그 이상의 보답을 하려고 마음속으로 굳게 맹세하며 떠났습니다. 술탄은 그 행동과 그의 부인의 처사, 즉 그들이 베풀어 준 갖가지 호의를 온갖 말로 찬양하면서 신하들에게 당부를 했습니다.

 

784 구알티에리는 처음에는 그런 아내를 맞았다고 빈정거림을 받기도 했으나, 이제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고 가장 선견지명이 있는 남자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까닭은, 그 말고는 누추한 차림과 허술한 옷 아래 감춰져 잇던 그녀의 고고한 자질을 알아본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짧은 시일 안에, 결혼할 무렵에는 그녀로 말미암아 남편에 대한 나쁜 말들이 좀 있었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정반대로 바꾸어 그녀가 훌륭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게 하고, 아울러 사람들이 그녀의 행복을 바라게끔 만들었던 것입니다.

 

790 “그리셀다, 마침내 내 긴 세월 동안에 걸쳐 당신의 인내를 알게 되었소. 나를 잔인하고 사악하고 짐승 같은 사나이라고 욕한 사람들에게 이제 알려 줄 일이 있소. 실은 나는 당신에게 참된 아내의 길을 가르치고 그들에게는 아내를 맞으면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가르치려고, 또한 당신과 부부로 살아가는 동안 오래오래 평화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예정된 목적 아래 여태 이런 연극을 했소. 그것을 알릴 때가 온 거요.

 

■ 끝맺음 말

 

796 어쨌든 이 이야기 가운데 그러한 부분이 얼마쯤 있다고 칩시다. 행동은 제처 두고 입으로 지껄이는 말만 중히 여기며 겉으로 착한 체해 보이려는 위선적인 여자로서는 아마 입장이 곤란한 고약한 말이, 아니 그보다도 훨씬 심한 부정을 나타내는 말이 씌어 있다 치더라도 대체로 남녀는 하루 종일 구멍이니, 말뚝이니, 방앗간이니 절굿공이니, 소시지이니, 순대니 또는 그와 비슷한 말들을 지껄일 터이니 내가 그러한 것을 여기에 적은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796~797그러한 말은 어떤 것이든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듣는 사람에 다라 해롭기도 하고 이롭기도 합니다. 친칠리오네나 스콜라요나 그 밖의 사람들도 말하듯, 술이 건강한 이에게는 근사한 음료가 되나 몸에 열이 있는 이에게는 해롭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는지요? 술이 열 있는 이게게 해롭다고 해서, 우리가 술 자체를 욕하겠습니까? 불이 아주 쓸모 있는 것, 인간에게 필요 불가결한 것임을 모르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불이 집을 태우고 마음을 사르고 거리를 쓸어버린다고 해서 불이 나쁘다고 말하겠습니까? 무기는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사람의 행복을 지켜주지만, 한편 본질적으로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나쁘게 쓰는 사람은 자주 죽입니다.

 

797 썩은 마음을 지닌 사람은 결코 건강한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에게는 정숙한 말이 소용없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정숙하지 못한 말도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해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마치 햇빛과 진흙, 하늘의 아름다움과 땅 위의 아름다움과 땅 위의 추함의 관계와도 같습니다.

 

797 어떤 책의 어떤 말고 어떤 문자가, 성서에 씌어 있는 말보다 더 신성하고 가치 있고 존경할 만하겠습니까? 그런데도 세상에는 성서의 말을 나쁜 뜻으로 해석하여 자신과 다른 사람을 지옥에 빠뜨리는 일이 너무도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798 요컨대 이 이야기를 읽으시는 분은, 나쁜 자극을 주는 것은 피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만 읽으면 됩니다. 그 때문에 읽은 사람을 그르치지 않도록 이야기 첫머리에 모두 그 내용 전체의 줄거리가 짧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798 그리고 짧은 이야기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쓸모 있게 쓰려고 노력하는 학생에게, 사랑의 즐거움 만으로는 소비하지 못할 만큼 여분의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여러 부인들에게보다 읽기에 더 알맞습니다.

 

799 그러나 그러한 말을 하는 사람들은 용서해 주어야 합니다. 그녀들은 옳은 이유로 자기들을 감동시키는 것 말고는 믿을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며, 신부는 선량한 사람들로 하느님을 위한 사랑 때문에 부자유스러운 생활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부들은 물레방아가 풍부한 물의 힘으로 가루를 빻는 것처럼 조금씩 차츰 수확을 거두면서도 그 일을 야단스럽게 남에게 지껄이지 않는 법입니다. 그래서 바로 말씀 드리거니와, 만일 그들이 입에서 조금씩의 악취만 내뿜지 않는다면 그들과 서로 친하게 지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799~800 그런데 세상일은 조금도 확정성이 없이 늘 변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입에도 그러한 변화가 일어날지 모릅니다. 내 일에 관한 나의 판단력은 그 힘을 잃게 되기 때문에 내 판단력을 믿지는 않지만, 바로 얼마 전 이웃 부인이 나에게, 내 말은 이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달콤한 맛을 지녔다고 했습니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에는 거의 다 써서 더 쓸 이야기가 조금밖에 남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나는 나쁜 의도를 가지고 여러 가지로 하는 말들에 대해 그 대답으로서 이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아무튼 여러분이 느낀 것을 그대로 말하든가, 뭔가 생각한 것을 이렇게 늘어 놓는 일은 이제 이쯤 해두고, 오랜 고생 끝에 도움을 받아 대망의 끝맺음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경건한 감사를 드리면서 마침내 나의 말을 마치고자 합니다.

  상냥하신 부인 여러분, 이것을 읽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면, 나를 생각하면서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평화롭게 사시기 바라마지 않습니다.

 

 

 

■ 내가 저자라면

 

데카메론은 하나의 외부 이야기 속에 하나 이상의 내부 이야기가 끼어들어가 있는 액자 구조 방식을 취하고 있다. 데카메론의 액자 역할을 하는 외부 이야기는 1348년 피렌체를 휩쓴 페스트를 피해 일곱 명의 귀족 여인들과 세 명의 청년이 피렌체 외곽 피에솔레의 별장에서 10일간 각자 10개씩 100개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하루를 관장하고 정해진 규칙이 제대로 수행되도록 통제하기 위해 뽑은 그 날의 왕이나 왕비가 이야기 주제를 정하면 각자 그 주제에 맞추어 한 가지씩 이야기하는 구조이다. 액자 이야기는 하루 이야기들의 시작과 끝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난 뒤 들어가서 앞 이야기를 정리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도록 유기적인 역할을 한다.

피에솔레 별장으로 피신한 열명의 인물은 모두 귀족이다. 7명의 여자들은 모두 18세이상 28세미만의 총명한 귀부인들이며 외모가 아름답고 정숙하다. 3명의 남자는 모두 명랑하고 예의 바른 젊은 귀족 청년들이다. 보카치오는 이야기 과정에서 이들의 성격과 사고방식이 드러나게 할 뿐 명확하게 묘사하지 않았다. 액자의 인물이 모두 귀족이라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이들의 성격이 명확히 묘사되어 있지 않으며, 또 주어진 주제 하에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에 액자의 화자들과 이들이 하는 이야기 내용 사이에서 큰 대응 관계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예외의 경우도 있는데, 그날의 주제에 상관없이 자기가 원하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디오네오는 집단 내에서 모든 규칙과 질서를 거부하는 위반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좀 더 개성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윌킨스(Ernest Hatch Wilkins)는 데카메론에 338명의 인물이 나오고 이중에 남자가 255, 여자가 83명이라고 말한다. 구분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귀족으로 분류되는 사람이 102, 상인과 상인의 부인이 23, 농민과 수공업자, 장인들은 포괄하는 하층 계급이 68, 나머지는 딱히 뚜렷하게 구분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보카치오는 자신의 작품의 권위와 진실성을 높이기 위해 '유명한 사람들'을 등장시키지만, 전반적인 인물들은 일반 대중으로 이루어진다. 성직자와 교회는 비판의 대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길 뿐, 사실상 출현 빈도는 생각보다 낮다.

데카메론에서 여성은 83명이 등장한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모든 계층에 걸쳐 나타난다. 그리고 이러한 여성의 존재는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데카메론이 당대에 새로웠던 이유들 중에 하나가 여기에 있다. 현실에 근거한 합리적 쾌락주의가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육체와 물질, 정신 등 모든 면에서 쾌락을 추구하는 인생관에 대해 변명하려 하지 않고 현실에 당당하게 대응하는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태도와 자세가 데카메론에서 누구보다 여성들의 언행을 통해 묘사되고 있다. 그 당시 이전의 문학 경험에 비추어 당연히 이러저러하리라 기대했던 틀을 과감히 부수면서 독자들을 좌절하게 만들고 혼란스럽게 했을 것이다.

데카메론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러한 폐쇄적인 과거의 삶의 방식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켰지만, 단지 성적 욕망으로 풍자한 장면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서,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장면들은 부족했다고 본다. 물론 그러한 풍자들로 통해서 수 많은 인간 군상들의 희로애락을 그려 냈다는 점에서 찬사를 보내지만 말이다. 내가 만약 저자라면, 서민들의 애환을 좀더 다른 시각에서 깊이 있게 그리고, 따뜻하게 그려내고 싶다.

 

IP *.194.37.13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