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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8일 07시 21분 등록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고운기 글, 양진 사진, (특별보급판)

 

 

1.     저자에 대하여

 

압록강 봄 깊어 풀빛 고웁고

백사장 갈매기 한가히 조는데

홀연히 들리는 노 젖는 소리, 깜짝 놀라 멀리 나네

어느 곳 고깃배인지, 안개 속에 이른 손님

 

저자, 고운기가 1981년 대학교 2학년 때, 일연(1206~1289)의 시 한 수를 본 후, <삼국유사>의 세계에 빠져 들게 했던 시 한 부문이다. 저자가 평한 시의 내용은 이렇다.

 

시초는 그렇게 신비롭고 엄숙했다. 안개가 가득한 강 저편에서 새로운 진리를 품고 미지의 땅을 향해 다가오는 전도자의 모습이 이 시속에 여실이 그려져 있다. 움직임과 고요함, 상승과 하강의 시적 긴장이 잘 조화된 탁월한 시편이다.” - <일연을 묻다> 고운기 글, 현암사

 

솔직히, 은유와 상징인 시()를 난 잘 모른다. 몇 번 읽어도 저자처럼 머리와 가슴속에 파고드는 그 무엇이 없다. 마음과 영혼이 맑은 사람이 시인의 소질이 있다고 하는데 저자는 아마 그런 사람 인지 모르겠다. 22세인 1983, 동아일보 신춘 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니, 한 편의 시에 감흥을 받았다는 저자의 얘기도 과장은 아닌 듯 하다.   

 

저자는 <삼국유사>의 많은 내용이 일연의 현장답사에 의해 씌어진 것을 알고, 저자 또한 발로 뛰며 읽는’ <삼국유사>를 만들기 위해 일연의 발자취를 따라 나섰다. 그 때가 1988년이다. 그로부터 약 10여 년의 연구와 여정 끝에 저자는 2002<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를 출간하게 된다.

 

저자 이력

 

1961년 전남 벌교 출생

1977~1980 숭문고

1980~1984 한양대 국문학과

1984~1986 연세대 국문학 석사

1986~1994 연세대 국문학 박사

1996~1999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

1999~2002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방문 연구원

2002~2004 동국대 한국문학 연구소 연구원

2004~2007 연세대 국학 연구원

2007~2008 일본 메이지대 객원교수

2013 7월 현재 한양대 문화 콘덴츠학과 교수

 

가족관계로는 아내와 딸이 2명 있다고 한다.

 

이력 상세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 벌교는 저자에겐 시상(詩想)의 보고인 듯 하다. 2008년에 출간된 그의 4번째 시집 <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에선 벌교에 대해 얘기한다. 시골 축제인 가을 운동회의 소고 춤, 늦둥이로 태어난 자신, 돌아가실 때 아버지 얘기, 마흔에 병으로 죽은 친척 누이, 독일 광부로 간 형 이야기, 팔지 못한 아이스께끼를 다 먹은 얘기 등등, 고향에 대한 추억을 잔잔하게 들려준다. 그 중 두 편을 보자.

 

내 안에는

마흔 여섯 살의 아버지와

한 살의 나와

그리고 마흔 여섯 살의 내가

함께 살아간다 “- < 늦둥이> 중에서

 

46세 나이에 늦둥이가 태어났을 때의 기분이 어떨까? 한 세대 전에는 환갑 넘어 사는 것이 힘들었다. 50대에 세상을 등지는 사람이 많았다. 아버지의 사랑도 받지 못하는 늦둥이 막내 아들이 많았다.  그런 늦둥이를 바라보는 애비의 마음은 더 안타깝지 않았을까. 

 

아버지는 가끔 할머니를 타박하는 말을 하곤 했다

더운 여름 날 그것도 무슨 정성이라고

더운 밥해서 땀 뻘뻘 흘리며 먹게 했다고

노인네, 참 앞뒤 꽉 막히기는

 

그러던 아버지도 돌아가실 때는

엄니하고 마지막으로 불렀다 “ - <돌아가실 때 아버지는> 중에서

 

중년 아들이 자식 앞에서 민망하게 노부모를 타박하고 핀잔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자라면서 그런 장면을 많이 봤다. 큰집이나 외갓집에 가면 할머니는 큰 아들한테 사소한 일로 혼나곤 했다. 심지어 할머니가 손자보다 나이든 아들을 더 챙기고 신경 쓸 때도, 아들은 그것이 귀찮다고 짜증을 내는 경우도 있다. 위 시처럼 한 여름에도 자식한테 찬밥보다 새로운 밥을 먹이고 싶어하는 것이 어머니 마음이다. 그 심정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자식은 투덜댄다. 그런 아들도 죽음에 이를 때, 항상 포근하게 감싸주었던 어머니를 찾는다. 결국, 나이 들어도 영원한 마음 고향인 엄니를 그리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저자는 고등학교 때, 국어 시간을 고대했다고 한다. 당시 은사는 정희성 시인으로 저자가 국문학과로 진로를 결정하는데 어느정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저자는 1980년 대학 입학과 동시에 심리적 갈등과 혼란에 직면한다. 입학 전해, 1979년 대통령 암살에 이은 12.12 하극상 쿠데타, 그리고 그 후 광주 학살 등 격동의 시기를 겪는다. 시위라는 현실 참여를 놓고 갈등을 겪지만 저자는 학문의 길을 선택해 위안을 삼는다. 가난한 집안 형편에 자식을 대학 보내는 부모의 마음을 거스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1983년 첫 시집 <나는 이 거리의 문법을 모른다>가 동아 일보 신춘문예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한다. 이후 < 섬 강 그늘>, <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 등의 시집을 낸다.  등단 25년 동안, 네 번의 시집 출간은 왕성하다고 볼 수 없는데, 어쩌면 일연과 <삼국유사> 연구에 몰두했기 때문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왜 저자는 <삼국유사>의 매력에 빠진 것일 까.

 

<삼국유사>에 빠지다

 

<삼국유사 >는 일연이 1290년경 쓴 역사서로 그의 사후, 250여 년이 지난, 조선 중종(1505~1544) 때 그의 제자들에 의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책이다.

 

저자는 일연의 전위적이며 실험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당시(13세기) 중국 중심의 사대주의 영향으로 역사서는 중국의 역사 편찬 방식, 즉 왕조를 중심으로 한, 특정한 계층에 국한된 기록이었다. 하지만 일연은 이를 거부했다. 일연은 야담과 설화, 토착신앙, 불교 문화 등의 이야기를 다뤘다. 저잣거리, 사찰, 동네 우물가 등에서 풍문처럼 떠도는 이야기를 채집하여 묶어 놓은 야사를 기록했다. 이것이 <삼국유사 三國遺事> <三國史記>가 아닌 를 쓰는 이유다. 승려의 신분으로 사찰, 불교에 관한 것만 기록했다면 이는 하나의 불교서적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일연의 백성을 향한 연민에 공감한다. 당시 무신 정권, 그리고 몽고와의 전쟁으로 고려의 국토와 백성은 몽고 군에 의해 능욕과 유린을 당했다. 고통 받고 신음하는 백성을 위해 하층민들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그 속에 삶의 희망과 미래를 같이 넣었다.

 

 

<삼국유사> 전문가로 거듭나다

 

저자가 10년 넘게 일연의 발자취를 따라 현장답사하고 자료를 채집, 분석한 결과, <삼국유사>는 생동감 있게 다시 태어났다. 황당한 민담, 설화로 취급 받았던 <삼국유사>의 이야기를 테마별로,인물별로 분류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저자에게도 10년의 법칙이 여지없이 통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삼국유사>를 원형으로 그가 쏟아낸 작품을 보자.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1/2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보급판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특별보급판

< 신화 리더쉽을 말하다>

<현암 어린이 삼국유사 시리즈 2 종 세트>

<일연과 삼국유사의 시대>

<삼국사기열전>

<한국의 고전을 읽는다>

<길 위의 삼국유사>

< 삼국유사와 글쓰기>

<도쿠가와가 사랑한 책> 

 

무려 12권 이상 된다. 저자는 일상적으로 지나쳤던 평범한 것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보석처럼 빛나게 했다. 그의 순수한 열정과 실천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참고자료: <일연을 묻는다 > 고운기 글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 고운기 시집

          < 구름의 이동속도 > 고운기 글

 

 

2.     인상적 문구 유첨 참조

 

3.     저자라면

 

책을 구입한 후에 알았다. 이 책이 특별보급판이라는 것을. 저자가 머리말에서 언급한 것처럼 앞서 나온 원본 두 권이 방대한 분량이라, 핵심만을 추려 한 권짜리 보급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중고생과 대학생들한테 우리 고전읽기 장려 위해 보급판을 간행한 것도 이유 중의 하나였다.

본의 아니게 도서명도 저자도, 그리고 출판사도 같아 다른 용도의 책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책의 내용

 

<삼국유사>9개편 약 140여 개의 항목으로 되어 있는데 이 책은 19개의 제목으로 분류하여 기술했다. 19개의 제목을 다시 다음과 같이 세분해 볼 수 있겠다. 참고로 9개편과 연계 시키지 않고 이야기 내용을 기준으로 편이상 쉽게 분류했음을 밝힌다.

 

건국 및 영웅 탄생 신화 4: <이 땅의 첫 나라>,<고구려와 북방계>,<신라와 남방계>,<견훤>

설화, 야사 6: <연오랑과 세오녀>, <밤에 찾아오는 손님>, <문희>,<만파식적>,<성전환증 환자>,

             <왕이 되는 자>

불교적 색채 7: <이차돈>, <부득과 박박>,<원효, 해동불교>,<밀교>, <평범한 사람들>, <호랑이 처녀와의 사랑>,<숨어사는 이의 멋> 

불교예술 (, 불상, 사찰) 2 : <황룡사>, <낙산사의 힘>

 

아무래도 일연이 스님이고 고려가 불교를 국교로 한 까닭에 불교적 색채를 반영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삼국유사>가 처음으로 단군신화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단군조선을 <삼국유사> 첫머리에 세운 것은 우리 역사를 주체적으로 보고자 했던 일연의 역사관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건국 신화와 관련한 <고구려와 북방계>, <신라와 남방계>의 이야기는 다소 지루하지만 그 외의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힌다. 하지만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문희, 꿈을 사고 파는 것> 에서 문희와 언니인 보희 간에 꿈을 사고 파는 것이 가능한 지, 그리고 그것이 문희가 신라의 왕비가 되는데 어떤 연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일연도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고 저자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럼 누구한테 그것을 물어봐야 하나?

 

<견훤, 비운의 영웅>에서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 말년의 삶은 비굴하고 구차스럽다. 고려 왕건에 투항하여 목숨이나 보전하려는 것이 언뜻 실리적인 생각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모험과 도전을 불굴의 용기로 극복하는 것이 영웅인데, 나약하고 이기적 모습을 드러낸다. 한 아들만을 편애하여 자식간에 갈등을 야기하고, 부자간에 서로 불신을 초래해 끝내는 서로 원수가 되는 불행은 견훤이 자초한 것이다. 탐욕과 질투의 말로는 비극으로 끝날 수 밖에 없음을 새삼 일깨워 준다.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은 득도에 대한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에 대한 하나의 답을 준다.  박박은 득도를 위해 하룻밤 신세를 지려는 한 여인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한다. 반면, 부득은 그것을 중생을 위한 보살행위로 보고 여인의 부탁을 받아준다. 득도의 일념으로 중생의 간절함을 거부하는 것은 도를 이루겠다는 탐욕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수행을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도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목표 도달 위해 쉼 없이 짜 여진 일정에 숨가쁘게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여정에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신경을 쓰지 않는다. 지극히 개인주의 발상이다.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갖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한테는 기꺼이 도와주고 잠시 돌아가는 것도 삶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낙산사의 힘> 조신의 꿈 이야기는 인생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한다. ‘수고로운 인생, 일순간의 꿈이다. 젊어 사랑을 할 때는 상대방의 존재 이유 하나만으로 행복하다. 그러나 부양할 자식이 태어나고 생활고에 시달리면 사랑은 어느새 퇴색되어 간다. 삶은 현실이다. 사랑이라는 달콤한 마약만으로 살아 갈수 없다. 생존을 위협하는 빈곤은 연인시절 느꼈던 그리움과 설렘이 차지할 공간이 더 이상 없다.

 

영향

 

국민학교 때, <삼국유사>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내게는 그냥 옛날 이야기였다. 지금도 읽으면 재미있다. 하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하나 하나의 이야기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점과 교훈을 준다. 저자, 고운기의 10년 넘게 공들인 노력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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