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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9일 07시 49분 등록

삶의 정도
지은이: 윤석철
펴낸곳: 위즈덤하우스

1. 지은이에 대하여
한국 경영학계의 거목으로 손꼽히는 윤석철은 1940년 5월 9일 충청남도 공주 출생이다.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하여 1958년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 입학했다. 당시 한국의 국민소득은 1인당 80달러 수준인데 반해 독일은 라인 강의 기적을 이뤄내고 있었다. 이에 자극을 받아 독일을 한국 발전의 모델로 삼겠다는 뜻을 품고 독일의 문학, 철학,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이 후진국적인 상황에서 탈피하려면 과학과 기술 발전이 급선무라는 사실을 깨닫고 과감히 물리학과로 진로를 바꿔 물리, 화학, 수학을 공부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 유학하여 전기공학, 경영학, OR(Operation Research)을 공부한 후 귀국해 1985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2005년부터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2. 마음을 무찔러 오는 글귀

서문
‘사람은 나이가 들면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요즘 필자는 인생의 후배들에게 삶에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해주어야겠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첫 마디는 ‘복잡함’을 떠나 ‘간결함’을 추구하라는 부탁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헤밍웨이에게 1954년도 노벨 문학상을 수여할 때, <노인과 바다>에서 느낄 수 있는 ‘간결한 문체’를 만들어 낸 공로를 치하했다. 그 후 헤밍웨이는 간결화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서 “필요한 말을 빼지 않고, 불필요한 것을 넣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필자는 필요한 것을 빼지 않고 불필요한 것을 넣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수단매체’와 ‘목적함수’라는 두 개념으로 인간 삶의 정도를 탐구하여 이 책에 발표한다.

P17
가난의 마음을 알게 된 소년의 마음속에는 슬픔의 정서가 갔다. 이 정서는 소년이 그 나이에 좋아할 만한 모든 놀이를 접어버리고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리는 습관을 만들어냈다. 어려서 공부를 열심히 하면 커서 가난을 물리칠 능력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P18
빌헬름 마이어푀르스터의 단편소설 <알트 하이델베르크>는 소년의 마음을 독일 유학에 대한 갈망으로 설레게 했다. 매일 저녁마다 노을이 잘 보이는 언덕에 올라 서쪽 하늘을 보면서 소년은 상쾌한 아침을 맞고 있을 하이델베르크 대학을 상상했다. 이는 비가 오는 날도 예외없는 일과였다. 소년은 주제넘게도 어린 나이에 자신의 호를 ‘조서현’이라 지었다. ‘저녁 노을 비추는 언덕’이라는 뜻이다. 결국 그는 대학 진학을 독어독문학과로 했고, 세월이 흘러 이 책을 쓰고 있다.
P25
도구의 수준이 처음에는 물질적 차원이었지만, 지식과 지혜 같은 정신적 차원, 그리고 신뢰성과 인간적 매력 같은 사회적 차원으로까지 발전하면서 그에 대한 용어는 ‘도구’라는 표현을 넘어 ‘수단매체’라는 표현으로 격상되어야 할 것 같다.
국민소득이 높은 선진국과 그렇지 못한 후진국, 경쟁력이 있는 우량 기업과 그렇지 못한 부실기업, 풍족하게 잘사는 사람과 가난으로 고생하는 사람 등 양극화 현상은 어디서 오는가? 오늘보다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 그 노력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대답하려면 인간 능력의 한계를 극복해 줄 수 있는 수단매체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P30
당시 20대 후반의 젊은 알렉산더가 이런 리더십의 지혜를 어떻게 터득했을까? 스스로의 노력과 수양으로 습득한 것인가 아니면 교육의 결과인가? 알렉산더가 어린 시절 당시 인문사회학의 대가 아리스토텔레스를 가정교사로 모시고 4년 동안 공부했다는 이야기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나오며, 이렇게 교육을 받는 모습이 그림으로 남아 있다.

P32~33
가정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인 사회적 도구는 ‘신뢰’이다.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더 있다. 자기희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질이 그것이다. 자기보다 약한 위치에 있는 자를 보호하고, 가지지 못한 자를 위해 자기가 가진 것을 양보 혹은 희생 할 수 있는 이런 자질을 자기희생이라 부르자. 이것은 사회의 지도자가 될 사람에게 특히 필요한 자질이다. 이렇게 볼 때 신뢰성, 투명성, 자기희생 능력 이 3가지 개념은 한 시대가 건강하게 단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사회적 수단매체가 된다.

P37
파리의 한계,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일지를 생각하던 비트겐슈타인은 1917년 오스트리아군에 입대하여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총알이 빗발치는 참호 속에서도 파리의 한계와 인간의 한계에 관한 사색을 계속하던 비트겐슈타인은 1918년 연합군의 포로가 되어 이탈리아 몬테카시노 수용소에 수감되었다. 그는 수용소에서 자신의 철학적 사색을 원고로 옮기고자 수용소 당국에 공책과 연필을 요청했다. 수용소는 이를 허락했고 1919년 종전이 되자 그는 비엔나에 돌아와 그 원고를 책으로 출간했다. 이 책이 불후의 명저 <논리철학 논고>이다.

P40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내 언어의 한계를 확장하면 내 세계의 한계를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P41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모국어 속에서 가장 넓고 깊은 문화적 정서적 심리적 감각의 세계를 보유할 것이며 따라서 모국어를 사용할 때 인간이 가장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는 이 주장은 학회에 참석했던 모든 언어학자의 공감을 얻었다.
P42
1924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앙드레 지드는 “사랑을 받는 것보다 좋아함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P43
한국어는 ‘사랑 받는 것’에는 관심이 많지만, ‘좋아함을 받는 것’의 중요성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상대방에 ‘좋아함’을 받으려면 나의 교양 수준을 높이고 인격을 도야하며 높은 도덕성과 고결한 가치관으로 자신의 인간적 매력을 높여야 한다.
상대방이 나를 계속 좋아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한 노력, 즉 자신의 인간적 매력을 키우지 못한 것은 자기 책임이기 때문이다. OECD국가 중 한국의 이혼율과 자살률이 유독 높은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P54
연전연패하는 조국 러시아의 한계를 온몸으로 느끼고 돌아온 톨스토이는 그 후 러시아가 잘사는 법’을 연구하기 위해 죽는 날까지 집요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상가가 된다.

P55
톨스토이는 강의와 저술을 통하여 러시아가 후진국에서 탈피하여 서구 선진국과 같은 산업 국가로 발전하려면 귀족들이 농토를 산업용지로 내어놓고, 농노들을 해방시켜 산업의 역군이 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기가 소유했던 농토를 농노들에게 배분하였고 농노들을 해방시켰다. 햄릿처럼 방황하고 돈키호테처럼 행동한 톨스토이의 결단에 의해 톨스토이 가족은 하루아침에 가산을 상실했다.

P56
혁명이 성공한 지 90년이 넘어 오늘에 이르도록 러시아는 여전히 산업혁명을 성공시킨 서유럽 나라들만큼 잘 사는 나라가 되지 못 하고 있다. 왜 그럴까? 사회주의 혁명은 수단매체의 수준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수단매체의 주인들만 바꾸는 혁명이었기 때문이다.

P60
영국의 시인 쉘리는 “별을 동경하는 불나방”을 예찬하면서 낭만주의 시대의 문을 열었다.

P62
이 일화를 요약하면 이렇다. 조선소를 건설할 허허벌판을 찍어놓은 사진과 사업계획서만 가지고 배를 미리 사줄 선주를 설득하여 유조선 두 척을 수주하고, 그 수주 계약서로 영국 수출보험공서 ECGD의 승인을 얻고, 이 승인으로 바클레이즈 은행의 차관을 얻어, 조선소 도크를 건설하면서 동시에 유조선 두 척을 건조하여 납기 내에 선주에게 인도한 것이다.
이러한 기적을 가능하게 만든 제1차적 필요조건은 별을 동경하는 불나방의 열정 바로 그것이었다. 조선업은 현대건설이 더욱 부가가치 높은 사업 분야로 진출하기 위한 수단매체였다. ‘우리가 어떻게 배를 만들겠어! 송충이는 솔잎이나 먹어야지!’하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고전주의적 냉철한 이성이다. 이러한 이성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서 필요한 수단매체의 고도화는 별을 동경하는 불나방 대감댁 새색시를 동경하는 벙어리 삼룡이와 같은 낭만주의적 열정을 필요로 한다.

P63
1994년 6월 10일 ‘현대Utopia’라는 이름의 첫 LNG수송선을 성공적으로 진수시켰다.
1983년 9월 12일은 ‘암울한 날’로 기록되어 있다. 그날은 기흥에 있는 삼성반도체의 첫 생산라인을 기공하는 날이었다. 당시 선진국과 10년이상 기술격차가 나는 반도체 산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삼성그룹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이병희 회장을 제외한 임직원 모두가 암울해하고 있었다.
반도체를 동경하던 그 불나방 역시 삼성을 세계 정상 기업의 반열에 올려 놓았고 한국 경제를 세계 10위권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P64
소극적 기다림이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단순히 시간의 흐름만을 기다리는 경우를 말하고 적극적 기다림이란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노력하면서 그 결실을 기다리는 경우에 해당한다.

P65
전라북도 전주시 교동에 있는 전주성심여고 교문 옆에는 미가 한 채가 학교 담에 걸쳐서 반 이상 교내로 진입해 있다. 1960년대에 전주성심여고에서 부지를 넓히기 위해 좋은 가격에 집을 팔라고 요청했지만, 이 집 여주인은 끝내 팔지 않았다. 이 집에서 함께 살다가 1950년 한국전쟁 때 북한 공산군에게 끌려간 남편을 기다리는 세월에 수십 년을 넘기면서 신문사 기자들이 찾아가 인터뷰를 청하면, “남편이 이 집 위치를 알고 있으니 계속 여기서 기다리고 싶다”고 말했다. ‘망부석 할머니’로 소문난 이 기다림은 60년을 넘겼다.

P80
청동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인간은 최소 2개의 미지수를 해결했다. 첫째, 구리에 무엇을 섞을 것인가? 둘째, 그것을 얼마나 섞을 것인가? 이 두 미지수에 대한 답을 암시하는 지식이나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은 무수히 많은 탐색적 실험을 반복했을 것이다.

P82
모두 결합의 신비에서 기원한다. 인간도 자연에서 왔으며 자연의 섭리 속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인간도 순수 구리나 순수 철처럼 혼자 독불장군으로 존재하지 않고 다른 누구와 결합할 때 강하고 유용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암시는 자연에서 배울만한 지혜일 것이다.

P83
예를 들면,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하는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부정한 돈은 욕심내지 말아야 한다. 현대 사회의 가치관 혼란은 상반되는 가치 모두를 가지려는 인간의 무모함에 그 근원이 있다.

P84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겉으로는 복잡다기해 보이지만 그 속을 파고들어가면 이들 모든 현상이 3가지 힘의 지배 속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인간의 삶에 필요한 물적 지적 수단매체가 모두 이 3가지의 힘으로 구성된 자연의 법질서 속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다.
자연을 지배하는 3가지 힘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물리학자들은 우주를 포함하여 대자연을 통제하는 기본적인 힘으로 물질 세계를 지배하는 중력, 음양의 세계를 지배하는 전자기력, 원자력의 세계를 지배하는 핵력을 들고 있다.
3가지 기본적인 힘에 관한 지식, 즉 정신적 수단매체의 발전과 그것이 물질적 수단매체의 개발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보자.

P98
인간은 자기 삶의 질을 높이고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려는 소망을 가진다. 이런 소망의 달성은 그에 필요한 수단매체의 한계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수단매체의 한계에 의해 인간의 소망은 그 달성 수준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이처럼 그 달성의 수준이 상수가 아니고, 변수가 되는 소망을 ‘목적함수’라고 부른다. 결국 인간의 삶은 목적함수와 제약 조건으로 양분되는 이분법적 세계가 된다.

P100
일반적으로 인간의 소망은 ‘좀 더 만족스러운’ 혹은 ‘좀 더 고급스러운’ 등 그 수준의 계량화가 가능하다. 계량화가 가능한 소망을 우리는 ‘목적함수’라고 부른다.

P104
최귀동 씨는 1990년 영면하여 충청북도 음성의 꽃동네 입구에 묻혔고, 사회 각계에서 들어온 조의금으로 비석과 동상도 세워졌다. 그는 무극천 다리 밑에서 만날 걸인들의 하소연을 무시해버리지 않고 받아들여서 삶의 목적함수를 정립한 이후 거룩한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목적함수의 유무 여하가 이처럼 삶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P115
영화 제작진은 ‘이 영화의 목표는 의지와 욕망이 좌절되어 흐느끼는 여성을 묘사하는 데 있다.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하고 반문했다고 한다. 이처럼 이 영화 제작진은 시대정신에 맞는 목적함수를 정립하고 그 목적함수를 최대한으로 실현하기 위한 수단매체를 찾아내면서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P128
일반적으로 인간은 먼 훗날까지 생각하는 관점에서 최적인 해보다, 현재 당장을 위해서 최적의 해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P145
이런 비리들은 이익최대화 목적함수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철학자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실천이성비판> 등 저서를 통해서 인간의 이성을 비판했다. 이성은 인간의 가장 소중한 속성의 하나이지만, 그것이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다.

P150
정의 개념은 자비나 자선, 연민, 관용, 동정 같은 개념과는 별개의 것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불의를 처단하는 칼은 쇠붙이이므로 정의의 개념이 자비와 관계가 없다는 사상은 동서양이 같다.

P157
자유경쟁 사회에서는 아무리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도 자기보다 더 유능한 사람이 나타나면 패자가 되어 도태된다. 이는 실존철학에서 말하는 부조리의 하나이다. 실존주의 작가 카뮈에 따르면, “부조리란 인생에서 의미를 찾으며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인간을 좌절시키는 세계의 비합리성”을 말한다. 이런 비합리성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하여 하이데거는 “세계는 고뇌하는 인간에게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고 했으며, 키르케고르는 “지성인은 패배 속에서 승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지성인의 패배, 지성의 희생은 신이 가장 기뻐하는 것”이라고 은유적으로 말했다.
P161~162
‘너 살고, 나 죽기’ 모형
이는 기독교에서 믿는 예수 그리스도 모형이다. ‘너’는 죄 많은 인간들이었고, 이들을 구하기 위해 예수 자신은 십자가에 못 박혔다. 세계4대 성인에 속하는 소크라테스의 삶도 이 모형에 속한다.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이 피신할 길을 마련해 주었지만, 악법일지라도 법을 지키기 위해 독배를 들었다. 소크라테스에게 법을 지키는 일은 ‘너를 살리는 길’이었다.
한국에서는 강재구 소령의 삶이 이 모형에 속한다. 그는 훈련 도중 어느 신병이 잘못하여 떨어뜨린 수류탄을 자기 몸으로 덮어서 자신은 산화하고 주위 병사들을 구했다. 이처럼 ‘너 살고 나 죽기’ 모형의 본질은 자기희생에 있으므로, 보통 사람들의 모형이 되기는 어렵다.
‘너 살고, 나 살기’ 모형
이는 공자가 제시한 ‘인’의 모형에 가깝다. 오행 중 생명을 가진 것은 목이고, 목은 인에 해당한다. 따라서 인은 생명중시 사상이 되므로, 인자는 ‘너 죽고 나 살기’ 식의 약육강식을 할 수 없다.
현대 경영학의 과제는 ‘너 살고, 나 살고’ 모형, 즉 최근에 유행하는 상생의 실천적 방법론을 찾는데 있을 것이다.

P163~165
‘너 살고 나 살기’의 기본은 ‘주고받음’
태초의 인간은 먹이가 되어주는 동식물을 양육하거나 경작하지 않고, ‘너 죽고 나 살기’ 식으로 일방적 수렵과 채취만 일삼았을 것이다. 그러나 약 1만년 전부터 인간은 먹이가 되어주는 식물 혹은 동물을 경작 혹은 사육함으로써 그들과 ‘주고 받음’의 관계를 창조한 종으로 발전했다.
인간은 한없는 욕망을 가진 존재이다.
라인 강의 기적을 배우기 위해 독어독문학과에 입학했고 한국의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물리학을 공부하던 조서현은 고용 기회의 축소라는 ‘사회악’을 만들어내는 이익최대화 목적함수를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일은 기업의 의사결정과 경영철학의 영역에 속하므로 조서현은 경영학을 공부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는 자신의 직장이나 소득을 얻기 위한 욕망이 아니라 풀어야 할 문제의 해결을 지향하는 한국형 돈키호테가 된다.

P180
한국 라면의 생존부등식 만족
S라면을 예로 생존부등식의 좌측 부등호를 설명해보자. S라면 한 봉지의 소매 가격은 평균 700원이다. N사의 시장조사팀이 최근에 실시한 S라면 소비자 의견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S라면 한 봉지에서 느끼는 가치는 한 끼의 식사해결, 반찬 거리와 설거지 걱정 최소화,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 맛의 향유에 있다. S라면 소비자들에게 “만약 S라면 한 봉지의 가격이 1천 원으로 오른다고 가정해도 계속 S라면을 사드시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이 질문을 접한 소비자들은 곰곰히 생각한 끝에 그렇게 많이 오르면 어떻게 사먹을 수 있겠나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곰곰히 생각한 끝에 1천 원이라는 돈으로 S라면에게 느낄 수 있는 앞의 세 개지 가치를 충족할 수 있는 다른 대체 상품이 생각나지 않기 때문에 결국 “계속 S라면을 먹을 수밖에 없겠다”는 답변을 했다.
이와 같은 조사를 통하여 얻은 자료는 S라면의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가 최소한 1천 원 이상이 될 것이고 이는 (V-P)=(1천 원-700원)=300원’이라는 식으로부터 ‘S라면 1봉지를 팔 때 마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300원 이상의 순가치를 주는’ 결과를 성립시킨다. 즉 생존부등식의 좌측부등호를 충분히 만족시키고도 남는 이유, ‘(V-P) > 300원’이 라면 종주국인 중국과 일본이 한국 라면 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는 이유이다.

P183~184
노자가 남긴 가르침 중에는 “그릇이 가득 차면 더 이상 그릇 노릇을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릇에 아직 더 채울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때 그 여유를 노자는 ‘허’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더 이상 큰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다 소진되었을 때 즉 ‘허’기 없어졌을 때 승진을 멈추게 된다.
이런 사실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 로렌스 피터 박사가 1968년에 펴낸 <피터 프린시플>이며, “위계 조직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능의 수준까지 승진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P193
북해정 주인이 세 모자의 사정을 딱히 여겨 우동을 3인분 내주었다면, 분명 그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것이다. 호의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데 있다. 인간의 삶에서 부부 사이, 친구 사이, 기업과 소비자 사이가 어찌 보면 모두 고객 관계이다. 고객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데 있을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수동적 차원의 감수성이다.

P203
돈을 못 벌어도 훌륭한 예술가가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예술가가 돈을 벌려면 자기 작품을 비싼 가격에 사주는 고객이 많아야 한다. 고객이 많으려면 예술가가 감수성을 발휘하여 소비자가 좋아하는 가치를 인식하고, 그 가치를 구현하는 작품을 창출해야 한다. 백남준은 예술적 상상력 차원에서 세계적 대가였지만 소비자가 작품으로부터 원하는 가치를 인식하는 감수성을 발휘하는 노력을 소홀히 했던 것 같다.

P213
인간은 창조하고 발견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이고, 모든 창조와 발전에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철학자 칸트는 인간의 지적 능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P218
허구적 상상력은 거짓의 세계에 속하지만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 상상력은 진실의 세계에 속한다. 이처럼 인간의 육감이나 경험을 초월하지만 진실의 세계에 속하는 상상력을 ‘초월적 상상력’이라고 정의하자. 인간이 육감이나 경험으로 알 수 있는 세계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육감과 경험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진리의 세계를 탐구하려면 초월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P222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창조에 이르는 결정적인 상상력은 어떤 특정의 순간에 나타난다. ㅇ; 순간에 관하여 <창조적 행동>의 저자인 심리학자 아서 케스틀러는 ‘이연연상’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창조자들은 해결하고 싶은 어떤 문제에 직면할 때 모든 열정과 정열을 쏟아 붓는다. 그러나 열정과 정열이 있다고 해서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문제 해결이 여의치 않아 지적 좌절과 정서적 곤란에 빠지면 그들은 방황하고 고민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때까지는 서로 관계가 없었던 어떤 경험과 자신의 목표 의식이 돌연 관계를 맺게 된다. 이런 관계 형성을 커스틀러는 이연연상이라고 불렀다. 이연연상으로 인하여 그동안 모호했던 생각이 적절하고 우아한 개념의 형태로 창조자의 머릿속에 번쩍이게 된다고 한다.

P227
서울 올림픽 이전까지 우리 민족은 과거 수백 년 동안 사대주의적 선입견과 주변 강대국의 지배, 그리고 해발 후 지속된 독재 혹은 군사문화적 정치 풍토 속에서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이제 민주화와 자유화의 선진국이 되었으니 우리 고유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창조의 경쟁력을 과시할 수 있게 되었다.

P238
실험의 특징은 그 결과가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이분법적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는 데 있다. 초중고 교과서에 나오는 대부분의 실험이 자연법칙의 진실을 배우기 위한 것이므로 여기에 속한다.

P251
자연과학에서는 실험에 의해 무엇이 진리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판별할 수 있으나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역사의 기록이 있고 역사는 자연과학의 실험실 데이터 역할을 할 수 있다.
장구한 시간의 흐름 위에 형성된 결과는 그것을 그렇게 만든 인과법칙이 있다고 보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통설이다.

P252
이때 재상 관중이 앞으로 나서며 “비록 협박에 의한 약속함이라도 그것을 지키면 환공은 제후들의 신뢰를 얻게 되고 신뢰를 얻으면 천하를 얻게 됩니다”라고 진언했다. 관중의 조언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환공은 조말과의 억울한 약속을 그대로 지키기로 했다. 손바닥 뒤집듯 쉽게 폐기할 수도 있었던 약속을 깨끗이 지킨 것이다.

P253
제 환공을 패자로 만든 인물 관중의 이름은 관이오이다. 그의 자가 중이기에 흔히 관중으로 또는 관자라고 불린다. 그는 제갈량과 더불어 중국 역사 속의 2대 명재상으로 평가 받을 만큼 현인으로 추앙받으며, <관자>라는 책의 주인공이 되었다.
관자는 제자백가와 군응이 할거하던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에 자기의 주군인 환공을 천하의 패자로 만들려는 목적함수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목적함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매체는 경쟁자들의 신뢰를 얻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P254
이진법이 없었으면 오늘의 디지털 문명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숫자 체계 단순화의 위력인 것이다. 복잡한 것은 약하고 단순한 것이 강하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단순화된 방법론은 무엇인가?

P263~264
사이클로이드 곡선은 눈에 보이는 직선 코스보다 목적함수를 빨리 달성할 수 있는 길이다. 목적함수를 최대한 빨리 달성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최단 경로를 버리고 더 효율적인 길을 가야 한다. 이런 길을 우리는 우회로라고 부르자. 그런데 이런 우회로에서 목적함수를 최단시간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수단매체를 측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전략을 ‘우회축적’이라고 정의하자.

P270~271
결론을 정의해보자. 동아건설 본사가 파산한 상태에서도 정부가 1,800억 원의 선급금까지 주면서 대형 공사를 의뢰한 이유, 이 어려운 공사를 본사의 지원이 끊어진 상태에서도 10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현지 팀이 완성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모두 18년 동안 형성된 우회축적에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12개의 장에 걸쳐 논의한 이론을 정리해 보자. 인간의 능력이 무한하다는 말은 인간을 격려하기 위한 구호에 불과하다. 인간의 능력은 엄연히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자기 능력의 한계를 확장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며, 이런 도구를 ‘수단매체’라고 정의했다.
수단매체 중에는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서는 물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식이나 지혜 같은 지적 수단매체, 그리고 주변 사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일 같은 사회적 수단매체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수단매체가 훌륭해도 그것을 활용하여 어떤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목적함수가 없다면 수단매체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목적함수는 외부로부터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스스로 정립해야 한다. 의미 있는 목적함수는 부단한 자기 수양과 미래 성찰을 통해 축적된 교양과 가치관의 결정이다. 목적함수가 정립되었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매체는 우회축적 방법으로 형성 및 축적해야 한다. 이것이 삶의 정도이다.

P273~274
목적함수가 정립되었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매체는 우회축적의 방법으로 형성 및 축적해야 한다. 수단매체는 축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물적, 지적, 사회적 수단매체 모두 제1세대의 자기희생을 거쳐서 다음 세대를 위해 축적된다.
자기희생적 과정을 거쳐서 수단매체가 축적되는 과정을 필자는 ‘우회축적’이라는 이론으로 전개했다.
필자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아픈 부분을 생존경쟁으로 본다. 생존경쟁 속에서 인간은 아름다움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너 살고 나 살기’ 생존 모형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방법론을 탐구해 왔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생존부등식’이다.
그러나 이제 필자의 나이가 70을 넘기면서 주기적으로 10년마다 출간하던 ‘10년 작’의 약속마저 할 수 없게 되었다. 약속은 인간을 구속하지만 약속을 할 수 없을 때 삶은 슬퍼진다.  

 

3. 내가 저자라면
일이관지(一以貫之)라는 공자님 말씀이 있다. 중심된 한 가지로 모든 것을 꿰뚫어 통찰한다는 의미이다. 윤석철 교수님은 부단한 자기수양과 미래성찰을 통해 스스로 정립한 교양과 가치관이라는 목적함수,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매체는 우회축적의 방법으로 축적하는 것이 삶의 정도라고 하였다. 목적함수와 수단매체라는 한가지로 자연법칙과 인문학과 경영학을 두루 아울러 꿰뚫어 풀어내셨다. 실로 대가의 경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철 교수를 일컬어 ‘한국의 피터드러커’라 부르는 이유를 책을 읽은 이라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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