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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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이야기
1. 저자에 대하여
날 맑은 일요일 오후 2층 서재. 해언은
두꺼운 책을 뒤적거리고 있다. 책등에는 ‘철학 이야기 윌
듀란트’라고 쓰여있다. 표정을 보아하니 책이 어려운 것 같다.
[해언] 헷갈린다 헷갈려. 죽음이 예정된 인간에게 지혜의 꼬리가 너무 길다. 아테네의 옷자락은
잡힐 듯 눈앞에 어른거리지만 손을 뻗으면 곧 사라지고 만다. 누가 그녀를 정숙한 처녀의 여신이라하던가? 지혜가 이리도 내 거인 듯, 내 거 같은, 내 거 아닌 존재인 것을. 나에게 철학의 의욕을 줄 자는 누구든
내게로 와라.
내
무엇이든지 지불을 하고 그것을 사리라. 누구든지 와라. 무엇이든지
주리라. 내게 읽을 의욕을 주는 자가 있으면 내 영혼이라도 팔리라. 누구든
와라. 어서 와라.
(그녀는 머리카락을 조금 잘라 플라스크안에 집어넣는다)
불의 정 살라만 터, 불타올라라.
물의 정 운데네, 물결을 일으켜라.
바람의 정 실폐, 자취를 감추어라.
흙의 정 코볼트, 부지런하여라.
(갑자기 연기가 일며 그 연기 속에서 윌 듀런트가 등장한다)
[윌 듀런트] 그래, 책이 너무 어렵니?
[해언] 어르신은 누구신가요?
[윌듀런트] 그 질문은
우습구나. 나를 불러 놓고 내가 누구냐고 묻고 있다니
[해언] 어르신 성함이
궁금합니다.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철학책에 등장하시는 분이라면 저자가 붙여놓은 철학자 사진을 통해 얼굴
정도는 식별할 수 있다는 말이죠. 그런데 그 눈과 코와 얼굴을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모르는 얼굴이다
이 말입니다.
[윌듀런트] 그래, 보통 내 책에 내 얼굴을 넣거나 하진 않으니까.
[해언] 설마... 윌 듀런트 선생님?
[윌듀런트] 그래,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서 좀 도와주려고 죽음의 땅에서 잠깐 건너왔단다. 아직
초심자 치고는 제법이구나.
[해언] 정말 윌듀런트
선생님이 맞는지 확인을 해봐야겠어요. 저 얄미운 메피스토텔레스가 변장한 걸지도 모르니까요. 철학이야기 한글번역판 388페이지에 니체를 뭐라고 표현하셨죠?
[윌듀런트]글쎄...페이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니체를 소녀의 영혼이 무사의
갑옷을 입고 있는 것과 같다고 늘 생각하곤 했었지.
[해언](납작 엎드리며) 선생님!
[윌듀런트] 자, 아무래도 죽은 자가 이승에 와있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 시간이 많지 않단다. 보아하니
변경연 과제 중에 저자에 대해 조사하는 부분이 있던데 나와 인터뷰를 어서 하는 편이 네게도 좋겠지? 네
일을 도와주기 위해 나타난 거니까 말이다.
[해언] 넵!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1) 선생님을 인터뷰 해봅시다! 어떤
유년시절을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내가 태어난 배경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우리 아버지는 프랑스인이셨고, 어머니는 캐나다인이셨다. 듀란트(Durant)라는
성은 오래가는(enduring)이란 뜻의 라틴식 이름 듀란더스(Durandus)가
어원이란다. 내가 평생을 두고 연구하게 될 분야를 생각해보면 딱 어울리는 성이라고 할 수 있지. 내가 태어났던 1885년에 우리가족은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의 노스
아담스란 곳에서 살았지. 지금 MIT공대로 유명한 그 동네
말이다. 조금 더 자라서는 지금 자동차로 다섯 시간쯤 떨어진 뉴저지의 가톨릭 교구 부속학교에서 수녀님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지.
당시의 나는 종교의
열정이 강해서 신부가 되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도 모두들 그렇게 믿었지. 하지만 1900년 성 베드로 학교에 입학을 하면서 많이 바뀌게 되었단다. 말하자면, 이곳이 한국의 고등학교였어. 1903년까지 학교의 도서관에서 다양한 철학자와 무신론자들의 작품을 접하면서 확고하게 가졌던 종교에 대한 신념을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더 이상 종교인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어.
2) 저는 선생님 책을 읽고 나서 특히 스피노자가 좋아졌습니다. 혹시 특별한 인연이 있으신가요?
1907년에
저지 시의 세인트 피터스 카릴지와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수학한 후 대학을 졸업하고 뉴저지에 있는 세튼 홀 대학에서 라틴어, 프랑스어, 영어와 기하학 등을 4년
정도 가르쳤다.(1907~1911년) 인상적이었던 일이 하나
기억나는구나. 1909년에 내가 속해 있던 비밀조직에서 토마스 아퀴나스와 칼 마르크스를 통합하려는 연구를
했었다. 이때 난 스피노자를 만나게 되었고 내 삶에 철학자로서의 길이 열렸어. 너도 나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가 얼마나 그의 인생에
공감을 느꼈을지 상상할 수 있을 거다. 또, 너도 철학이야기에서
스피노자 부분을 읽었다면 그의 결론이 얼마나 평온하면서도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알 수 있을 거야. 낙관적인
나에게, 스피노자는 파문당한 무신론자이면서도 그의 생애가 전혀 비참하게 읽히지 않았다.
3) 선생님의 삶을 따라가다보면, 아리엘
듀런트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내와 관련된 기억들을 들려주시겠습니까?
1911년 나는 평온한 신학교였던 세튼홀 대학에서 직장을 옮겼어. 새로운
직장인 페레르 학교는당시 뉴욕에서 가장 진보적인 자유주의 교육 실험 학교였어. 그곳에서 3년 간 교직에 있었다. 1913년에 교직에서 사임했던 이유가 바로
아리엘이었어. 그녀는 1898년 생으로 러시아에서 태어났고, 처녀 때 이름은 '아이다 카우프만'이었다. 13살 연하인 그녀와 나는 나의 사임 뒤 바로 결혼했다. 결혼 후
나는 철학 박사 학위 코스를 밟았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1년간
철학을 가르쳤어.
아리엘이
나와 결혼했을 때 그녀는 15세였어. 1926년에 출간된 나의 철학이야기가 성공을
거두자 그때부터 나는 아예 교직을 떠나 전업집필가로 살아가게 되었어. 우리에게 딸 이델이 태어났고, 곧 루이스를 입양해서
모두 네 식구였어. 우리의 ‘문명이야기’ 집필은 1930년의 여행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리엘은 이 문명이야기 시리즈의 전 부분을 나와 함께 동반했고, 30년이 지난 후 그녀가 63세가 되었을 때, 그녀는 나의 공저가가 되었다.
우리 부부는 가끔씩 하는 평론을 제외하고는
매일 8시간~14시간을 ‘문명
이야기’에 바쳤어. 또한 1930년에 이집트, 근동, 인도, 중국, 일본을, 1932년에
일본과 만주, 시베리아, 러시아, 폴란드 등지를 답사했지.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문명 이야기> 시리즈의 제1권 <동양 문명>(1935)이다. 이후 몇 번인가의 유럽 방문을 거쳐 제2권 <그리스 문명>(1939)과 제3권 <카이사르와 그리스도>(1944)가
준비되었어. 1948년, 터키와 이라크, 이란, 이집트, 유럽
등지에서 체류하며 제4권 <신앙의 시대>(1950)를 저술하고, 1951년에는 제5권 <르네상스>(1953)를
출간했으며, 1954년부터는 이탈리아와 스위스, 독일, 프랑스, 영구에 대한 추가 연구를 시작해 종교 개혁을 새롭게 조망한
제6권 <종교 개혁>(1957)을
발표했단다. 평균 3-4년에 한 개씩 주제를 잡고 책을 펴낸
셈이지.
마지막 공저인 ‘역사 속의 영웅들’은 딸 이델(Ethel)도
합세해 일가족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었다. 애초 계획은 이 책을 총
23개의 장으로 구성하는 것이었지만, 21장을 완성한 시점에 아리엘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나는 이미 병원에 입원해 있던 상태였는데,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에 곧 마지막 숨을 내쉬었지. 이델과 내 손자는 아리엘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숨겼지만, 나는 저녁 뉴스를 보고 그녀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
때 내 나이가 96세였어. 우리는 LA에 있는 Westwood Village Memorial Park에
잠들어있으니, 혹시 들를 일이 있다면 꽃을 전해주면 좋겠구나.
4) LA에 들르게 된다면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철학 이야기를 읽으면서 받았던 감상은 ‘철학책인데‘역사서’를 읽는 것 같다’는
게 가장 컸습니다. 역사와 철학의 관계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또한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역사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내가 생각하기로 역사란 철학의 한 부분이다. 철학은 광범위한 전망을 얻으려는 시도다. 반대로 역사는 시간 속의
사건들을 탐구함으로써 철학적 전망을 얻으려는 시도이다. 즉, 두
가지는 서로를 보완해주는 관계라고 할 수 있지. 니체가 “모든
철학은 역사에 (그 힘을) 빼앗겼다.”고 말한 대로, 나도 현재의 문제를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를 공부하는 것이라 생각했어.
흔히 과거가 (지나가버렸기 때문에) 죽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수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이야말로 현재에 가장 확실히 영향을 주고 있으니까. 현재라는 것은 단지 과거를 두루마리처럼 말아서 압축하고 있는 것이야. 너
또한 너의 과거이며, 네 얼굴이 너의 자서전이란다. 우리
모두는 현재 지금의 자신이다. 왜냐하면 과거부터 지금까지 너였던 것이 바로 너이고, 또한 잊혀진 세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이 바로 너이며; 너에게
영향을 주었던 모든 환경적인 요소가 너이고, 지금까지 만나 온 모든 남성과 여성이 너이며, 지금까지 읽어왔던 모든 책이 너이며, 지금까지 경험해 왔던 모든
경험이 바로 너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너에게
쌓여서 너의 기억, 신체, 특성, 영혼 속에 녹아 있다. 이 원리는 사람뿐 아니라 도시나, 나라나, 민족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돼. 과거 없이는 우리는 그 어떤 도시도, 나라도 민족도 이해할 수가
없어.
아마도 우리가 가진 현재의 비관주의는
경제적인 삶에서의 개인간에, 정치적인 그룹 중에서 정치 그룹간에, 종교들
간의 교의간에, 전쟁시에 국가간에 일어나는 격한 분쟁으로 우리의 역사를 보는 우리 자신의 경향 때문일거다. 왜냐하면, 이런 식으로 보는 것이 우리가 역사를 좀 더 드라마틱하게
볼 수 있고, 독자나 역사가들의 눈길도 더 많이 끌 수 있기 때문이지.
그러나 만약 우리가 증오로 불타오르고 피로 얼룩진 전쟁의 긴 강으로부터 방향을 틀어서 강둑을 본다면,
좀 더 조용하지만 고무적인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성들이 아이들을 기르고, 남성들은 집을 짓고, 농부들은 땅으로부터 식량을 거둘 것이며, 장인들은 편리한 삶의 도구들을 만들고, 정치가들이 때때로 전쟁대신
평화를 조성하고, 선생님들은 야만을 문명으로 전환을 시킬 것이고, 음악가는
우리의 마음을 조화와 리듬으로 달랠 것이며, 과학자들은 지식을 쌓을 것이고, 철학자들은 진실을 모색할 것이고, 성자들을 인류의 지혜에 대해 보여줄거야. 지금까지 역사는 너무나도 자주 핏빛 나는 그림만을 보여주었어. 그러나
문명의 역사는 강둑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한 기록이다.
네가 철학 이야기를 시작으로 앞으로
계속 공부를 할 생각이라면, 또한 너도 한 명의 작가로서 살 계획이라면, 인류가 지나온 커다란 강을 따라 올라가 그 시작으로 돌아가보길 권한다. 거센
물살에 빠져 네가 어디로 휩쓸려 가는지만 기다리지 말고, 한번은 조용히, 강둑에 앉아 물끄러미 강을 바라보거라. 그 거대한 흐름은 조용한
달빛 아래에서 아름다운 몸을 드러낼 것이다. 조용한 아침 햇살이 산산히 부서져 그 출렁이는 물길마다
금관을 씌워주면, 너는 강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만나게 될 것이다.
역사 또한 마찬가지란다. 힘을 내렴, 얘야.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한 뒤 고개를 들자, 선생님이 앉아있던 의자는 비어있었다. 나는 잠시 창 밖을 바라보며
거대한 강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 뒤 나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2.
마음을 무찔러 들어오는 구절
13. 사상의 언덕에서 경제적 투쟁과 획득의 시장으로 질질 끌려 내려갈
때까지,
>>서양의 지혜를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어떤 아련함 같은 것을 잘
짚어주었다. 사실 윌 듀런트의 머리글 첫 페이지부터 대뜸 나의 감상과 동일한 내용이 나와 깜짝 놀랐다. 철학사는 마치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와 같다. 한참 지나서 돌이켜보면, 맨 앞에 배운 부분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뒤로 갈수록 흐지부지해진다. 철학사의 경우, 그것은 뒤로 갈수록 철학이 시녀가 되어버리기 때문인
것 같다. 종교의 시녀, 경제의 시녀… 그녀는 이집저집 발품을 팔러다니는 고단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어디
살림살이는 좀 나아 졌는가.
13. 수백만금을 구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의 여러 가지 의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사람들 중 한 사람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 미챠의
대답)
>>
여러 등장인물을 얽을 때, 맞는 놈과 틀린 놈의 대화는 시시하다. 맞는 놈과 맞는 놈을 붙여놓아야
한다. 회사에서도 늘 이런 종류의 대화는 있다. 각각 부서의
이해관계, 부서의 목적에 맞게 사람들은 대화를 하고, 갈등을
만들어내고, 금새 정리되고 화해한다. 나는 높은 수준의 대화를
짜내는 것에는 영 재주가 없다. 그래도 여려 사람들을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녹여내는 것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15. 철학은 갈 바를 몰라서 우뚝 서 있는 것 같으나, 이는 철학이 승리의 과실을 그의 딸인 과학에 남겨 주고 자신은 숭고한 불만을 안고 불확실한 미지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은 까닭 입니다.
좀더
전문적으로 말하겠습니다. …과학은 전체를 부분으로, 유기체를
기관으로, 애매한 것을 확실한 것으로 분해하려 합니다. 그것은
사물의 가치와 이상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도 아니요, 사물 전체로서의 궁극적 의의를 탐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물이 현재 실정과 작용을 표시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사물 자체의
성질과 과정을 주시하는 것으로 한합니다.
>>
윌 듀런트의 느슨한 듯 꽉 짜여진 전개에
흥미를 느낀다. 약간 놀랍기도 하다. 머리말 말머리에서부터
그는 독자를 좁은 골목으로 몰아간다. 그가 원하는 대답을 궁금해하도록 만든다. 하 윌 듀런트, 너란 남자.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저절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15. 과학자 투르게네프의 시에 나오는 ‘자연’과 같이 공평무사합니다. 과학자는
벼룩의 다리에 대해서도 천재의 창조적 고민과 같은 흥미를 느낍니다. 그러나 철학자는 사실을 서술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사실의 경험과 일반에 대한 관계를 알아내어 그것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려 합니다. 철학자는
사물을 결합시켜 종합적 해석을 합니다. 즉 탐구적인 과학이 분석적으로 분해한 우주라는 거대한 시계 장치를
전보다 더 훌륭하게 조립하려고 시도하는 것입니다.
>>의미와 가치를 찾아낸다. 그
말인 즉슨, 우리가 알고 있던 과학과 철학의 대립구도는 겉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라는 뜻이다. 투닥 거리면서 재미를 주는 만담처럼 서로 주고 받으면서 과학과 철학은 서로 깊어간다. 의미와 가치가 밝혀진 과학은 점점 더 세밀하고 정밀한 범위로 들어가게 된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철학이 생긴다. 이 시대의 과학이란 철학을 가진 기술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이 시대의 철학이란, 과학이라는 몸으로 싸여있는 영혼이다.
16. …분석해 버리면 철학의 아름다움과 매력은 사라집니다. 우리는 그것을 철학의 시들어빠진 추상성과 형식성 속에서가 아니라, 천재들의
생생한 표현 속에서 찾을 것입니다.
>>나는 아름다움을 지켜주고 싶다.
그러나 그런 시도들은 늘 어딘가 부실해 보인다. 약간 무지몽매해 보인다. 남의 아름다움에 쉽게 감동한다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소위 ‘느낌적인 느낌’을 주는 문구들이 사실은 진짜다. 비범한 잔상이 스치고 지나가는, 어쩌면 별 것 아닌, 약간 사소해 보이는 그런 부분들이 사실은 중요하다. 그것은 핵심은 아닐 수 있다. 한 권의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 가장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것은 연구원 과제로 주어지는 책들 정도나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주변적인 아름다움을 일궈 한편의 아름다운 글을 써낸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 부분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중심 내용을 향해
글은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각 부분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어떻게 바람에 흔들렸는지, 돌아보는 목덜미가 어떻게 깨끗했는지, 가는
손목과 하얀 손가락이 어떻게 눈이 부셨는지, 그래서 마주쳤던 눈동자가 영혼까지 비칠정도로 맑았는지 그런
잔상들로만 우리는 느낄 수 있다. 그것도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7. 위대한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오직 그들이 하는 말을 들을 귀와
마음만 갖추어져 있으면 ㅡ 적어도 우리가 그들의 안에 꽃을 피우고 있는 뿌리를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면 ㅡ 우리들에게 말을 걸어 줍니다.
>>
예전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 천재들 다 별 것 아니라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런 녀석들 한
트럭으로 와도 다 이길 수 있다고. 훨씬 그럴싸한 명성과 부를 얻을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오래된 고전들을 읽어도 약간
내려다보는 듯이 읽었다. ‘짜아식, 쫌 제법이네?’ 라든지, ‘아, 니가
뭔 말하는지 모르겠다. 이걸 책이라고 쓴거냐. 독자가 알아듣게
썼어야지.’라든지.
또 질투도 났다. 이
사람 참, 부유한 집에 태어나서, 남자라서, 르네상스시대 사람이라서, 아무도 발굴되지 않은 변방을 얻었구나. 자기 이름으로 된 드넓은 범위를 얻었구나. 제길, 내가 그때 태어났어야 했는데. 똑똑한 자식, 그래 니똥 굵다. 난 그래서 니 책은 안읽을란다.
그러니 내가 고전을
대하는 마음은 75%정도의 오만과, 14%정도의 질투가 섞여
있었던 것 같다. 1%정도만 열린 마음으로 책을 읽으니, 머리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지금은 내가 경솔했음을 안다. 미안하다기 보다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건지 잘 들어주려는 마음으로 읽는다. 그리고 그러면, 정말
윌이 말하듯 그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준다. 한번 만나보고 싶은 그리운 인물들이다.
17. 우리는 우리의 주위에서 윙윙거리는 실재의 배음을 느끼는 힘이
없었습니다. 천재는 배음(倍音), 즉 천상의 음악을 듣습니다. ‘철학은 최고의 음악’이라는 피타고라스의 말을 천재는 알고 있습니다.
>>
이 문장을 어디엔가 꼭 써먹어야겠다.
24. 소피스트들은…그토록
크게 내심의 제재를 받은 도덕률에 대한 신앙을 파괴해 버렸다. 그들에게는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한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해서 안 될 이유란 없었다. 이 붕괴되고 있는 개인주의는 아테네 인의 성격을 악화시켜, 마침내 아테네를 엄격한 교육을 받은 스파르타 인의 밥이 되게 하고 말았다.
>>
24. 새롭고 자연스러운 도덕을 아테네에 발달시킬 수 있고 , 어떻게 하면 국가를 구할 수 있을까.
25.’무덤을 초월하는’것이
아니라,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유일신의 존재를 믿으며 죽음이 자기를 멸망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겸손하게 믿고 있었다
26. 한번 치면 손을 댈 때까지 울리는 놋그릇같이, 언제까지나 긴 연설을 하며 지껄여 대는
>>
이런 표현을 읽을 때마다 나한테 하는 얘기
같아서 철렁할 때가 자주 있다. 자기를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은 이런 말이 스스로에 대한 비난 같아 잘
잊지 못한다. 그러나 공감은 해도, 순간이다. 나의 매 순간과 내가 쓴 모든 문장이 졸렬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진도
천 장 찍으면 한 장 건지는 게 나오는 것처럼, 글도 천 문장쯤 쓰면 그 중 하나는 진리를 1g쯤 담고 있을 수도 있다.
27. (소크라테스처럼) 사람들이
배울 수 있는 이상으로 빨리 가르치는 자는 결국 박해당하는 것이다.
>>
이런 말 들으면 두려웠다. ‘아 내가 그러면 어쩌지?’ 이제 안다. 절대, 절대, 절대!!! 그럴리 없! 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 제발!!! 니가 그렇게 엄청 빨리 태어난
천재 같은 애는 아니야!!! 정신차려!!
27. 그러면 안녕히 가십시오. 피치
못할 운명은 마음 편히 견디는 수 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내 직무가 무엇인지는 아시겠지요.”
옥졸은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 나갔다.
>>
이상하다.
내가 고등학교 때 읽었던 변명에는 이 장면이 이렇게 가슴 아프지 않았는데…나는 비로소 이야기꾼의
중요성과, 훌륭한 번역자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28. 독을 조금 늦게 마셨다 해서 무슨 유익한 일이 있진 않을 테니까. 그건 이미 지나가 버린 목숨을 아까워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그야말로 웃음거리가 될 걸세.
>>
생의 마지막에서 죽음을 편하게 받아들인
사람들이 생각났다. 아쉬움 같은 것에 매이지 않고 살다 간 사람. 살고
싶은 것은 매한가지일텐데… 죽음도 삶의 일부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큰 정신이 부럽다.
28. 확실히 나는 그를 위해 운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상대를 잃어버린 나 자신의 불행을 생각하고 운 철학.
>>
소중한 것은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안다. 지금도 때때로 생각한다. 만약 나에게 시간이 좀더 있었다면. 내가 지난 날들의 소중함을 조금만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달랐을까. 조금은 더 단단했을까.
>>
덧붙여 이 서사와 묘사에 따른 현장감이
돋보인다. 나도 소크라테스의 제자 중 한 명으로서 감옥에 서서 플라톤과 크리톤의 어깨에 슬픈 이마를
묻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만 같다.
29. 플라톤이 소크라테스를 만난 것은 그의 생애에 있어 하나의 전환기였다.
>>여러분, 스스로가 엄친아, 엄친딸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아빠가 이건희이고, 외모는 원빈, 김희선처럼 자체
CG이며, 최고로 건강합니다. 여러분은 기억하지
못하시는 것 같은데, 연아퀸처럼 2번이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답니다. 여러분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멋진 사람입니다. 그럼 무엇을 할 것 같나요? 혹시 지금 생각난 것 중에 ‘철학자’도 있나요?
헐, 아니. 전혀. 근데 그런
사람이 있었다. 플라톤. 그리고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 바로
소크라테스였다.
30. 스승이 죽었을 때 그는 28세였다. 스승의 조용한 생애에서 이 비극적인 최후는 제자들의 사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사건은 플라톤에게 단순한 귀족적 혈통과 성장만으로는 이루어 질 수 없는 민주정치에 대한 모멸과 민중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
그는
민주정치를 파괴하고 가장 지혜롭고 선한 사람들이 다스리는 정치로 바꿔야 한다는 결의를 갖게 되었다. 가장
슬기롭고 선한 사람들을 찾아내어 국가를 다스리게 할 방도를 세우는 것, 이것은 플라톤이 일생을 통해
전념한 과제였다.
>>
이십 대 후반에 충격적인 사건ㅡ스승의 죽음ㅡ을
체험했다는 부분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자연스레 찾아온 죽음도 겪어내는 것이 쉽지 않은데, 건강한 사람을 특정 정치적 제도가 살해했다면 그것은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다시 나에게로 되돌아 온다. 나의 상처는 무엇인가. 내가
잊지 말아야 할 그 벌어진 살은 마음의 어디쯤 있는가.
31. 올바른 균형점에서 사상을 봐야 한다는 것을 배웠으므로 모든
극단은 반지리라고 보았다. 따라서 모든 문제의 한쪽 면들은 진리의 작은 부분으로 공정하게 나눠지는 조화로
보았다.
31. 그는 지식이 있었다. 그리고
예술가였다. 철학자와 시인이 한 정신 속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 자신을 위하여 미와 진이 동시에 발휘되는 표현 수단, 즉 대화편을 창조하였다. 철학이 그토록 찬란한 옷을 입어 보기는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그의
문체는 대화편의 번역본을 보아도 빛과 생기로 넘쳐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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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제대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보다 철학자와 시인이 한 정신 속에 살고 있다는 말에 어쩐지 심장이 떨린다.
음유시인의 리라소리가 어디선가 흘러나오고 나는 노래하는 시인이 되어 뜻모를 언어로 노래를 한다. 언뜻언뜻
알아듣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것은 내게 일어났던 일들의 단편, 그리고 거기로부터 출발했던 삶의 긍정에
대한 시였다.
40. ‘다이몬은 음악의 음계가 변하면 국가의 기본법도 따라서 변하다고
말했는데, 나(소크라테스)도
동감이다.’
41. 음악과 선율은 심신에 우미함과 건강을 주지만, 지나치면 경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단순한 경기자가 거의 야만인에
가깝듯이, 단순한 음악가는 ‘지나치게 유약해진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는 결합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16세 이후는 음악의 개인 연습을 중단하고 합창만을 공동경기와 같이 일생 계속해야 한다. 음악은 단지 음악으로만 쓸 것이 아니라 수학・역사・과학과 같이 무미한 내용을 흥미 있는 형식, 즉
시가로서 미화시켜서 안 될 이유는 없다. 그렇더라도 학문이란 무리하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어느 정도까지 자유의 정신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41. “교육의 원칙은… 어릴
때에 일러두어야 한다… 지식의 습득에 있어서도 자유인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41. 경찰관이 곤봉을 휘두르면 그것은 야만스러운 방법일 뿐 아니라
비용도 들고 원망도 많을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회의 도덕적 요구에 대해 초자연적 권위의 승인을
내리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종교를 가져야 한다.
41. 희망・헌신・희생・위안・용기 -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48. 수호자들이 공동체 전체의 이익보다 자기 계급의 이익을 구하며
다스릴 경우, 그들에게 불리할 뿐 아니라 위험하기도 할 것이다.
49. 분업은 소질과 능력에 의한 일이어야지 성별에 의한 일이어서는
안 된다.
52. 요컨대 완전한 사회란 모든 계급과 모든 구성원이 본성과 재능에
가장 적합한 일을 하고 있는 사회이며… ‘정의란 자기 자신의 것을 소유하고 자기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다.’
52. 관현악단의 악기들처럼…
53. 진리는 자주 그 옷차림을 바꾸지만 - 아름다운 여인이면 누구나 그렇듯이 - 그 몸은 언제나 같다.
53. 그리고 각자가 가장 잘 할수 있는 힘써 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협동은 없을 것이다.
53. 그리스도는 약자에게 친절한 것이 도덕이라 했고, 니체는 강자의 용감함이라고 했으며 플라톤은 전체의 유효한 조화라고 했다.
59. 정치가도 의사처럼 철저한 전문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우리가 두말없이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61. 라 로슈푸코는 ‘어떻게
늙어야 하는가를 아는 자는 적다’고 말했지만, 플라톤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솔론처럼 배우고 소크라테스처럼 가르치는 것이었다. 열의 있는 젊은이를 지도하고, 지적 동지애를 찾아내는 일이다. 학생들은 그를, 그가 그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사랑했다. 그는 그들의 철학자이고 지도자인 동시에 그들의 친구였던 것이다.
61. 제자 한 사람이 ‘결혼’이라 불리는 저 커다란 ‘심연’에
임하여 스승을 혼례 잔치에 초청하였다. 플라톤은 80 고령이었으나
기꺼이 참석하여 들떠서 떠드는 무리들 틈에 끼었다. 그런데 희희낙락하며 몇 시간이 지났을 무렵, 노 철학자는 조용한 방 한구석으로 물러나 잠깐 눈을 붙이려고 의자에 앉았다.
날이 새어 잔치가 끝났을 때 떠들고 노는 데 지친 제자들이 그를 깨우러 왔다. 밤새 플라톤은
조용히 영원한 잠을 자게 되었던 것이다. 아테네의 모든 사람들은 그의 묘지까지 따라 나왔다.
65. 필리포스는 이를 평하여, 이것은
국민이 아니라, 개인의 - 천재와 노예의 - 혼합이라고 하였다.
67. 규칙은 학생들 자신이 정하고 열흘마다 학교를 관리하기 위한
위원 한 사람을 선출했다.
68. 그리스인은 수공업을 경멸하여 나태한 노예 이외에는 아무도 사물의
제조과정을 직접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고, 기계류에 접촉하지 않았으므로 결함도 모르고, 가능성을 예지할 수도 없었다. 기술상의 발명을 할 수 있는 무리들도
발명에 관심이 없었으므로 발명에서 물질적 보수를 얻을 수는 없었다. 아마도 노예가 헐값이었다는 것이
발명을 지연시켰을 것이다. 근육이 기계보다 쌌던 것이다.
69. 아리스토텔레스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철학이 신화나 비유의 묘사로 구체화된 - 그리고 애매한 - 위대한 예술이 아니고, 전문적이고 추상적인 압축된 과학이다.
70. 철학적 사고에 꼭 필요한 통화가 그의 머릿속에서 주조되었던
것이다.
70. 아마도 시간이 각자의 작품 중 우수한 것만을 보존한 모양이다.
71. 간단히 말하면 논리학이란 정확한 사고의 기술과 방법이다.
73. 그는 현대적인 의미에서 실재론자이다. 플라톤이 주관적 미래에 열중하고 있는 데 반하여 그는 객관적인 현실을 취급하려고 굳게 결심하고 있었다.
73. 플라톤은 일반적인 것에 열중한 나머지 일반적인 것이 특수함을
결정한다고 보았고, 이데아에 열중한 나머지 이데아로 사실을 정의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물로 돌아가라’, 그리고 ‘자연의 싱싱한 얼굴’을 보라고 말한다. 그는 구체적이고 특수한 것, 피가 통하는 개별자를 특히 좋아했다.
73. 비슷한 것이라도 대조해 보면 차이가 확실히 나타나는 것처럼
오로지 비슷한 자들만이 분쟁을 일으키는 것이며, 가장 무서운 전쟁은 목적이나 신앙의 극히 적은 차이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74. 삼단논법은 진리를 발견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설명이나 사고를
명석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
76. 무수한 세계가 존재하고 있고,
또 존재해 왔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한순간에
유성들은 충돌하여 사멸하고, 새로운 세계들은 같은 크기와 같은 모양을 한 원자들의 도태와 새로운 결합에
의해 혼돈으로부터 발생한다. 우주에 계획이란 없다. 우주는
다만 하나의 기계일 뿐이다.
78. 세계의 모습은 모두 성장과 붕괴라는 커다른 수축과 팽창 속에서
끊임없는 변화를 되풀이한다. 때로는 이런 거대한 변화가 갑자기 일어나,
문명의 - 생명까지도 - 지질적 물질적 기초를
파괴한다… 인간을 원점으로 되돌려 보낸다.
81. 달걀은 오리가 아닌 닭이 되는 것과 도토리는 버드나무가 아닌
참나무가 되는 것처럼 내면적으로 계획되고 예정되어 있다. 이 일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는 어떤 외적인
신의 존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적인 것이며 사물의 공동 형태와 기능에서 생기는 것이다.
82. 습관의 힘이 강조되어 그것을 제2의 천성이라 부른 것도 그가 처음이었고, 연상의 법칙도… 의지의 자유와 영혼의 불멸…
83. 불사의 영혼은 현실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사고’이다.
85. 생의 목적은 선을 위한 선이 아니라 행복임을 솔직히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86. 중도 또는 중용이 그것이다.
성격의 여러 성질은 셋을 한 조로 짤 수 있어, 각기의 경우 최초의 성질과 최후의 성질은
극단과 악덕, 중간의 성질은 덕 또는 탁월이다. 예를 들면
겁과 경솔함 사이에 용기가 있고, 인색과 낭비 사이에 관대가 있으며,
게으름과 탐욕 사이에 명예심이 있고, 비하와 거만 사이에 겸손이 있으며, 비밀과 누설 사이에 정직이 있고, 무뚝뚝함과 익살 사이에 즐거움이
있으며, 호전성과 아첨 사이에 우정이 있으며, 햄릿의 우유부단과
돈키호테의 행동력 사이에 극기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윤리학, 또는
행위에 있어서의 ‘올바름’은 수학이나 기술에 있어서의 ‘올바름’과 같다. 그것은
최선의 결과를 위해 최선의 작용을 하는 정확・적절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86-87. 만일 한쪽의 극단에 치우쳐 자기의 잘못을 깨달으면 ‘우리는 그 반대의 극단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87. 덕도 될 수 있는 생생한 재료라고 하는 그리스인 기질의 반영이었다고
하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87. 재산… 매력의 원천인
걱정과 탐욕으로부터의 자유를 부여…
88. 행복은 정신의 쾌락
89. 그는 어떤 상태 아래에서는 사는 것이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89. 우리의 철학은 우리의 보물을 넣어둔 곳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92. 철학이란 고지에서 그것을 내려다보고, 정신없는 자들이 하는 정해진 일이며, 노예에게만 알맞은, 그리고 인간을 노예로서 유능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손일은
정신을 둔하게 하고 천하게 하며, 정치를 이해하려는 힘과 여유도 남지 않게 한다고 그는 믿고 있다.
92. 돈이 돈을 낳는 것을 뜻하는 이 이자는… 이득을 얻는 모든 방법 중 가장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98. 스승과 같은 대담한 독창성,
고원한 상상력, 고귀한 환상의 능력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106-107. 아시아의 양은 그리스의 질에 비해 너무나도 큰 것이었다.
107. 스토아 철학과 에피쿠로스 철학 - 무감동한 패배의 수용과, 쾌락의 품속에서 패배를 잊으려고 하는
노력…
115. 철학에서 정치로 전향케 된 이 운명적인 결의를 말하고 있다… “나는 내가 인류에 봉사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믿었다. 그리고 공공의
복리를 배려하는 것이 바다나 공기처럼 만인에게 공평하게 주어져 있는 공권의 성질을 가진 임무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이 가장 인류를 이롭게 하며, 어떤 일이 내 천성에 맞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러나 막상 생각해 보니 인간의 생활을 문명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이나 발명을 추구하고, 또 그것을 발전시키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어떤 특수한 발명을 단지 세상에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 속에 하나의 태양을 - 그것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지금까지의 여러 발견이 지닌 제한이나 한계에 빛을 던지고, 더 한층 높이 떠오르면 암흑의 모든 구석구석을 남김없이 밝혀낼 수 있는 어떤 태양을 - 빛나게 하는데 성공할 수 있다면 그와 같은 발견자는 인간 왕국을 우주에 확장하는 자, 인간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전사, 현재 인간을 속박하고 있는 궁핍을
근절하는 자라고 불려 마땅하리라고 나는 생각하였다. 그뿐 아니라 나는 나 자신의 본성이 진리의 관조에
적합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와 동시에 내게는 가장 중요한 것 - 그것은
서로 비슷한 것을 인지하는 것인대 - 에 대한 예리한 정신이 있었으며,
동시에 그 차이의 미묘한 음영을 알아차릴 만한 견고하고 집중력이 강한 정신이 있었다. 나는
연구에 대한 정열, 참을성 있게 판단을 보류해 두는 힘, 즐겁게
묵상하는 힘, 조심스럽게 긍정하는 힘, 잘못된 인상을 재빨리
수정하는 힘, 세심하게 마음을 써서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힘 등을 가지고 있었다…
118. 학문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없고 그 자체가 지혜가
될 수도 없으며, 행위에 옹호되지 않는 지식은 창백한 연구의 허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118. 학문은 학문의 용도를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을 가르치는 것은 학문 이외의 지혜, 즉 관찰에 의해서 얻어진
학문 이상의 지혜이기 때문이다.
120. 그것은 꽉 짜인 타키투스의 문체처럼 간결하고 아주 세련된
문체이다. 그 문체의 간결은 라틴 어의 숙어나 표현법을 교묘히 응용한 데서 비롯되고, 은유를 많이 사용한 것은 엘리자베스 조의 특색을 나타내고 있으며 르네상스의 흘러넘치는 생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121. 본성은 가끔 은폐되고 압도될 수 있지만, 소멸되는 일은 드물다. 강압은 그 보복으로 본성을 한층 광포하게
한다. 가르침이나 설교는 본성이 귀찮게 조르는 것을 조금은 누를 수가 있으나, 오로지 습관은 본성을 개조하고 정복한다… 본성은 오랫동안 묻혀 있겠지만, 가끔 유혹에 따라 소생하기 때문이다.
122. 끝으로 학문적 한가, 특히
그것이 평화롭고 부유한 여유라면 이것도 무신론의 원인이 된다. 왜냐하면 고난과 불행은 인간 정신을 쉽사리
종교 앞에 굴복시키기 때문이다.
124. 노련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의를 지나치게 제기하고, 상담이 너무 길며, 모험이 너무 적고, 후회가 너무 바른데다 웬만해서는 일을 완전히 완결 짓지 않고 흔히 중도에서 만족해 버린다.
124. 최선을 택하라, 습관은
그것을 유쾌하게 하고 용이하게 할 것이다.
125. ‘혁명을 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처방은 공정한 부의 분배이다.’
128. ‘우주에서의 우연이란, 인간에
있어서의 의지와 같은 것이다.’
130. ‘너의 벗을 장차 네 원수가 될 자로서 사랑하라. 너의 적을 장차 네 친구가 될 자로서 사랑하라… 담화할 때에는 의견을
토로하기보다도 질문을 많이 하라. 그리고 얘기할 때는 자기 신념이나 판단보다도 정보나 사실을 제공하라.’
130. 과학이 필요로 하는 것은 철학이다. 즉, 과학적 방법의 분석과 과학의 목적 및 결과의 정합…
131. 지식의 추구가 인간과 생활의 현실적인 필요에서 분리되면 스콜라주의가
되는 것처럼, 정책의 수행도 과학이나 철학에서 분리되면 위험하기 짝이 없는 미친 짓이 되고 만다.
133. 그리스 철학자들의 큰 실책은 이론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관찰에는 시간을 쏟지 않은 것이다.
134. 현실로 보여진 그림, 또는
실체를 잘못 본 사상이다.
134. 이 오류 중 첫째는 종족의 우상으로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
일반적으로 가리키는 오류 추리이다.
134. 인간의 마음은 울퉁불퉁한 거울이…
135. 어떤 마음은 날 때부터 분석적이어서 곳곳에서 그 차이점을
보고, 어떤 마음은 날 때부터 종합적이어서 곳곳에서 유사점을 본다.
135. 진리는 당파를 모른다.
135. 시장의 우상으로 ‘인간
상호의 교섭 및 교제에서’ 생기는 우상이다.
136. 우리에게 사고를 위한 새로운 방법, 오성을 위한 새로운 도구가 필요하다. ‘서인도의 광대한 지역도 만일
나침반의 사용을 몰랐다면 결코 발견할 수 없었던 것처럼, 과학상의 발명 및 발견의 기술이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이상 기술에 있어서의 발명과 발견은 결코 진리를 향하여 진보할 수는 없을 것이다.’
139. 과학이 사물의 지배자로서 그 정당한 지위를 얻은 사회를 우리에게
그려 보여준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143. 생물에는 모두 적합한 음식물이 있는 것처럼 사람에겐 제각기
힘의 원천이 있다.
143. 베이컨은 ‘어떤
사람의 관찰이든 경시하지 않고 자기 횃불에 밀초로 불을 붙인 것’이다.
143-144. 가설과 상상려의 움직임은 베이컨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위대하며, 과학의 전진은 베이컨이 구상했던 것보다도 밀착된 것일 뿐 아니라 제한도 많다.
145. 셰익스피어… 그는
오히려 가장 위대한 상상가이며 가장 예리한 관찰자이다.
145. ‘세계를 움직인 식자들을 움직였다.’ 그는 르네상스의 낙천관과 결의를 웅변으로 표명했다.
146. 영국 사상의 그 후의 방침 및 경과는 완전히 베이컨의 철학에
따랏던 것이다. 세계를 데모크리토스풍의 기계론적 개념으로 생각하는 그의 경향은 그의 비서 홉스에게 철저한
유물론적 출발저믈 심어 주었으며, 그의 귀납법적 방법은 로크에게 관찰에 매달리고 신학과 형이상학에서는
해방된 경험적 심리학의 관념을 물려주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이익’과 ‘성과의 중시’는 벤덤의
유용과 선을 동일시하는 법칙을 가져다주었다.
146. 지배 정신이 체념 정신을 압도한 곳에는 어디나 베이컨의 영향이
있었던 것이다. 베이컨이야말로 하나의 대륙을 황야에서 기술과 과학의 보물나라로 바꾸고, 작은 반도를 세계의 중심이 되게 한 유럽인의 대변자이다.
147. ‘한 사람의 단점은 시대의 것이며 장점은 그 사람 자신의
것이다’라고 괴테는 말했다. 이것은 ‘시대 정신’에 대해서는 좀 불공평한 것처럼 생각되나 베이컨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옳다.
148. 그 다음 세개와 모든 인류는 그 유산을 받아들인 것이다.
151. 이 이인종이 부지런히 축적한 부로써 자신의 주머니를 두둑이
채우려 했던 에스파냐 왕의 의도였던 것이다.
151. 유대인의 대다수는 그 무렵,
위험한 항해로 대서양을 건너 그들에게 적의를 갖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 사이를 빠져나가 마침내 소국이지만 너그러운 네덜란드에서 다소
환영을 받았다. 이 유대인 중에 에스피노자라고 불리는 포르투갈계의 한 집안이 있었다.
154. 그러나 이 젊은 숙녀는 그다지 지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이
다시없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한 구혼자가 나타나 비싼 선물을 보내오자 스피노자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이 철학자가 된 것은 의심할 바 없이 이 순간 때문이었으리라.
154. 철학의 과제는 다양한 가운데 통일을, 물질 속에서는 정신을, 그리고 정신 속에서 물질을 인정하는 것이며, 반대와 모순이 합쳐서 융화와 종합을 발견하는 일이며, 신의 사랑의
지적(정신적) 영상인 우주적 통일의 저 최고 인식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모두 스피노자 사상의 내부구조를 이루는 부분이 되기에 이르렀다.
155. 즉 정신은 다른 무엇보다도 직접 정신 그 자체를 안다는 것, 정신은 감각 및 지각에 의해서 받아들여진 외계의 인상을 통하여 외계를 안다는 것, 그 결과로써 모든 철학은… 개인의 정신, 다시 말해서 자기에게서 출발하여 그 최초의 명제…
155. 신에 의해 최초의 자극이 주어지면 그 후의 천문, 지질, 기타의 모든 비정신적 과정 및 발전은 최초엔 분산된 형태로
존재하는 동질적 실체로서 설명될 수 있으며 - 라플라스 및 칸트의 ‘성운설’ - 모든 동물의 운동은 물론 인체의 운동까지도 기계적 운동이다.
155-156. 세계 전체와 모든 물체는 하나의 기계다. 다만 세계의 밖에는 신이 있고, 물체 안에는 영혼이 있다고.
158. 이미 스피노자는 전세계의 것임이 운명 지워져 있었던 것이다.
158. 어두운 밤의 휘파람이었다…
스피노자는 이미 낡은 신앙의 상실에 괴로워했다. 정신의 알맹이를 이토로 뿌리째 뽑는 것은
일종의 대수술이어서 많은 상처를 남긴다.
160. 그것은 단순히 면학과 충실한 교수만으로는 좀처럼 생계를 세울
수가 없다는 이유에서뿐만 아니라, 가마리엘이 말했듯, 노동은
사람을 유덕하게 한다. 그러므로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학자는 결국 부랑인이 되고 만다’는 이유에서다.
160. 레이덴 근방의 레인스부르크
160. “그는 그 회계를 매우 주의 깊게 계산했다. 그것은 해마다 꾸어 써야만 할 금액보다 많거나 적게 쓰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는 곧잘 집안사람들에게, 나는 꼬리를 입에 문 뱀과 같다고 말하곤 했다. 그것은 연말에는 한 푼도 남기지 않았더는 뜻이다.”
160. 그러나 이렇듯 조촐하게 살면서도 그는 행복했다. 어떤 사람이 권하기를 이성보다는 계시를 믿으면 어떻겠냐고 한 데 대하여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160. “비록 내가 때때로 나의 자연적 오성으로 수집한 결과가 진실이
아님을 발견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불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게는 그 자체가
유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나날은 탄식과 슬픔 속이 아니라 평화와 밝음과 환희 속에서 지나가고
있기 대문이다.”
160. ‘만일 나폴레옹이 스피노자처럼 총명했더라면’ 하고, 어떤 위대한 현자는 말하고 있다. ‘나폴레옹은 고미다락방에 살면서 네 권의 책을 썼을 것이다’라고.
164. 학자들이 그의 지혜 때문에 그를 존경했듯이, 순박한 사람들은 그의 다정함 때문에 그를 사랑했던 것이다.
165. “성서는 사물을 그 자연적 원인에 의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사람들을 - 특히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 움직여 귀의시키는
힘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순서와 문체로 설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성서의 목적은 이성을 납득시키는
일이 아니라 상상력을 일으켜 그것을 포착하려는 데 있다.”
166. ‘이성에 반대되는 일은 아무것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라는 스피노자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성서는
오류와 모순과 불가사의로 가득 차 있다.
166. 일반 민중의 증오와 오해가 제거되어 철학적 해석이 유대교와
그리스도교라는 서로 적대하는 신앙의 감추어진 핵심과 진수를 찾아내는 한 양자는 하나라고 보는 것이다.
167. 스피노자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믿지 않고 그리스도를 인류의
제1인자로 보고 있는 것이다.
167. 스피노자는 예수의 윤리는 거의 지혜와 동의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예수를 숭경함으로써 사람은 ‘신의 지적 사랑’으로 올라갈 수 있다. 이토로 존귀한 인물이 만약 분열과 논쟁으로
이끄는 데 불과한 교의의 장해물에서 해방이 된다면 전인류를 자신에게 끌어당길 것은 너무나 확실하다.
168. 내가 두려워한 - 또는
나를 두렵게 한 - 모든 것은 그것에 의해 감동되지 않는 한 그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168. 우리가 명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을 피하고
사람들이 기뻐할 일을 찾아 그 기호에 맞게 우리의 생활을 지켜 나가야만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영원하고 무한한 것에 대한 사랑만은 고통이 생길 염려가 없는 쾌락으로써 마음을 양육한다… 최대의 선한
것은 마음이 자연 전체와 공유하고 있는 통일된 지식이다… 또한 마음은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면 할수록
더욱 쉽게 자기를 무용한 사물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완전한 방법이다.”
168. “1. 민중에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말하고 우리의 목적
달성을 방해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 민중을 위해 행할 것… 2. 다만 건강 보전에 필요한 쾌락을 누릴
것. 3. 우리의 생활과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금전을 구하여, 우리의 목적과 상반되지 않는 습관에 따를 것.”
173. 능산적 자연: 생의
비약이나 창조적 진화
173. 소산적 자연, 자연의
재료와 내용, 나무나 바람이나 물, 산이나 들, 그 밖에 무수한 외적 형태
173. 실체를 창조적인 자연과 동일시하나 수동적, 또는 물질적 자연과는 동일시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충분히 명료해진다.
173-174. 신은 만물의 내재적 원인이지 외재적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이제 말한 바와 같이 만물은 신 안에 존재하고, 신 속에서 살며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174. 자연의 보편적 법칙과 신의 영원한 의지는 같은 것이다.
174. 신의 의지와 자연의 법칙이 여러 가지로 표현되는 동일 실재라고
한다면…
175. 우리는 신이 우리의 작은 선악을 초월하고 있다는 욥에게 주어진
교훈을 잊고… 신의 전능한 손은 인류의 역사까지도 물 위에 쓰셨지만…
175. 이를테면 음악은 우울증에는 선이 되고 애도자에게는 악이 되며, 죽은 사람에게는 선도 악도 아니다.”
176. 오히려 신의 의지는 모든 원인 및 모든 법칙의 총화이며, 신의 지성은 모든 정신의 총화인 것이다.
176. 생명 또는 정신은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모든 물건의 한 존재양식
또는 모습이다… 정신과 물체는 우리가 실체 - 또는 신 - 의 작용을 통해서 지각하는 두 개의 존재양식, 또는 속성이다(스피노자의 용어에 의하면).
177. 정신의 과정과 물체의 과정 및 그러한 과정의 원인과 법칙이
신이다.
178-179. 모든 관념은, 다른
관념에 의하여 과정에 방해를 받지 않는 한 반드시 행동이 된다. 관념은 그 자체가 유기적 통일 과정의
맨 처음 단계이며, 외적 행위는 이 과정의 완성인 것이다.
179. ‘모든 사물은 될 수 있는 한 자기의 존재를 고집한다.’
181. ‘이성은 자연에 반대되는 그 무엇도 요구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참된 자기의 이익을 구하고, 자기를 보다 큰 완전으로 이끄는 모든 것을 얻으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각자가 자기의 존재를 가능한 유지하도록 노력하기를 원한다.’ 그런 이유로 그는 윤리학을 유토피아적
개혁자들처럼 이타주의와 인간의 성선설 위에 세우지 않고, 또한 냉소적인 보수주의자같이 이기주의와 인간의
성악설 위에도 세우지 않으며, 그가 필연적이고 정당한 에고이즘이라고 믿는 것 위에 세우는 것이다. 인간에게 약해지라고 가르치는 도덕 체계는 무가치한 것이다. ‘덕의
기초는 자기의 존재를 유지하려는 노력에 불과하며, 행복은 인간이 자기의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데 있다.’
182. 스피노자는 겸손은 싫어하지만 근신은 찬미하였으며, 행위에 근거를 두지 않는 자부에 반대하였다. 오만은 서로의 미혹이다. ‘오만한 사람은 자신의 장점과 남의 결점만을 이야기한다.’
182. 그는 미움이란 어떻게든 사랑하려고 애를 쓰는 마음이라고 믿었다.
182. 우리는 이길 자신이 있는 적을 미워하지는 않데 되므로, 미움이라는 것은 자기의 단점과 두려움을 자백하는 것이 된다.
182-183. 그에게 정복된 사람들은 기꺼이 그에게 복종한다. ‘정신은 무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랑과 너그러움에 의해서 정복된다.’ 이와
같은 말을 썼을 때 스피노자는 갈릴리 언덕 위에 빛나는 빛을 다소 바라보는 것이다.
191. 우리는 자신과 닮은 것을 좋아한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해 온 것에 대해 연민을 느낄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과 비슷하다고 판단한 것에서도 연민을
느낀다.’
260. 보통의 능력을 가진 제자를 좀더 잘 돌보아 준다는 것이었다. 둔재는 도와 줄 길이 없고, 천재는 자력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그는
말하였다.
262. 이처럼 느리게 성숙한 사람은 없었고, 또 이처럼 철학의 세계를 기습하여 전복시킨 책도 없었다.
263. 경험은 우리에게 거기에 무엇이 있는가를 알려 주기는 하지만
그것이 필연적으로 그래야 된다는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264. 이성은 경험에 의해 만족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에 자극 받게
된다.
265. 대상에 대한 우리의 선천적 개념과 처음부터 관련된 인식을
모두 선험적이라 부르겠다.
265. 대상의 선천적 개념이란, 경험을
서로 관련시켜 인식하는 방식이다. 감각이라는 소재가 사상이라는 완성품으로 만들어지는 이 과정에는 두
가지 단계가 있다.
273. 나는 거짓말을 하여 곤경을 모면하기를 원하는가? ‘나는 당장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거짓말이 보편적인 법칙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같은 법칙에 따르면 신뢰란 것은 전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내 안에 있는 의식이 비록 거짓말을 하는 것이 자기의 이익이
될지라고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느끼는 까닭이다.
273. ‘도덕이란… 어떻게
하면 행복을 알게 되는가를 가르치는 것이다.’
275. 머리의 논리 보다 마음속의 감정이 앞서므로 루소는 옳았다.
275. 종교를 도덕적 신앙과 희망으로 솔직히 환원시킨 일은 독일의
모든 정교도를 자극…
278-279. 인류에게 생존과 발달을 계속하게 하려면 개인주의와
경쟁의 그 어떤 혼합이 필요하다.
279. 이 지지 않으려고 경쟁하는 허영심을, 소유와 지배에 대한 그칠 줄 모르는 이 욕망을 자연에게 감사하라! …인간은
화합을 원한다. 그러나 자연은 인류에게 무엇이 좋은가를 더 잘 알고 있다.
279. 국가들이 개인과 마찬가지로 야만의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약속을 맺을 때이다.
283. 마음… 경험적
사실이 다가드는 것을 선택하고 개조하는 적극적인 힘이라는 것을 증명한 일이다.
299. 악의 문제가 이처럼 뚜렷하게 철학과 종교에 제시된 일은 드물었다.
384. 기만과 민주주의와 ‘이상’으로 부패된 유럽에 비스마르크는 얼마나 청신한 바람을 몰고 왔던 것인가…
388. 소녀의 혼이 무사의 갑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388. 황홀한 감동과 영감의 신,
본능과 모험의 신,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신…
>>저 세 가지가 모두 같은 신의 다른 면모라는 것이 놀라웠다. 황홀한 감동, 영감, 본능, 모험, 고통에 대한 용기. 이것들이
모두 하나라니. 디오니소스적 극복에는 저와 같은 구체적인 모습들이 담겨 있다. 조금 더 상황에 자신을 내맡겨볼 용기가 든다.
388. 그리스극의 가장 뿌리 깊은 특징은 예술에 의한 염세관의 디오니소스적
극복에 있었다. 그리스 인은 그들을 노래한 근대의 서사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쾌활하고 낙천적인 민족은
아니었다. 그들은 인생의 괴로움과 미극적인 짧음도 마음속 깊이 알고 있었다. 미다스(프리기아의 왕)가
시레누스(사티로스의 동량)에게 인생 최고의 행복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시레누스는 대답했다.
389. 슬픈 환멸을 예술의 광휘로서 극복했다.
389. 사람을 무기력하게 하는 중용의 가르침을 만들었다.
394. 운명애(Amor fati)다. …필연적인 것을 단지 참고 견딜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것이다.
394.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기는 어렵다. 침묵은 곤란하기 때문에.
399. 그는 성 마르코의 사자상 주위에 모여드는 비둘기 틈에서 글쓰기를
좋아하였고, ‘성 마르코 광장은 나의 멋진 작업실’이라고
불렀다.
>>꽃보다 할배에서 성 마르코 사자상을 보았던 것이 기억났다. 이 곳에 나도 가보고 싶다. 가서 한나절 정도 비둘기 틈에서 글을
쓰다가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가고 싶다.
400. 단순한 많은 사람들은 이례적인 개인을 파괴력으로 생각하고
두려워하였다. ‘위인은 세상의 불행이다’라는 중국의 속담이
있다.
401. 연민에는 어떤 종류의 무례와 뻔뻔스러움이 따르며, ‘환자 문병’은 주위 사람의 무력함을 보고 느끼는 우월감을 즐기는
일이다.
401. 이러한 ‘도덕’의 배후에는 권력에 대한 은근한 생각이 숨어 있다.
401. ‘…사랑은 모든 감정 속에서 가장 이기적이다. 따라서 상처를 입었을 때는 가장 관대하지 못하다.’ 진리애 속에서마저
진리를 소유하려는 욕망, 대개는 최초의 소유자가 되려는 욕망, 즉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진리를 발견하려는 욕망이 움직이고 있다. 겸손은 권리에 대한 의지의 보호색이다.
401. 강자는 그 욕망을 이성의 소매 밑에 감추려는 일이 거의 없다. 그들의 단순한 논법은 ‘나는 원한다’는 것이다.
402. “밖으로 방출되지 않는 본능은 모두 안으로 향한다. 나는 이것을 인간의 내면화”라고 부르며…
402. 만일 악이 좋은 것이 아니라면 벌써 소멸되었을 것이다.
402. 니체에게는 세상에서 많은 악과 잔혹을 발견하는 것이 위안이다. 그는 잔인함이 태고의 인간에게 최대의 즐거움과 쾌락이었다고 잔혹의 범위를 사디즘적으로 넓혀 상상하는 것을 즐겼고, 비극과 어떤 숭고한 것에서 느끼는 기쁨은 세련된 잔혹의 대용품이라고 믿었다.
403. 그래서 지옥을 발명했을 때 지상에서 지옥은 인간의 천국이었다. 비로소 그는 압제자들이 저승에서 받는 영원한 형벌을 생각하고 고통을 참을 수 있었던 것이다.
406. 초인은 안전제일을 원하지 않고 행복은 대중에게 맡길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먼 여행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위험 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을 싫어한다.’
406. 혁명이 선이라는 것은 투쟁의 시대가 개인에게 충분한 자극과
기회를 주어 개인의 숨은 위대성을 표면에 드러나게 하기 때문이다.
408. ‘사람들은 르네상스가 무엇이었나를 결국 이해한 것일까, 이해하려는 것일까. 그것은
<기독교적 가치의 전도>였다. 반대가치, 고귀한 가치에 승리를 얻게 하려고 모든 본능과 모든 천재를 동원하여 기획된 시도였다.’
412. 그러나 노예도 반항하여 일어설 때엔 고귀하다.
423. ‘난 인간이 왜 웃는지를 가장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인간만이 웃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괴로워하기 때문이다.’
3.
내가 저자라면 철학 이야기(윌 듀런트) 서양의 지혜(버트런드 러셀) 1. 플라톤 제1장 소크라테스 이전 2. 아리스토텔레스와 그리스 과학 제2장 아테네 3. 프랜시스 베이컨 제3장 헬레니즘 4. 스피노자 제4장 초기 그리스도교 5. 볼테르와 프랑스 계몽운동 제5장 스콜라 철학 6. 이마누엘 칸트와 독일 관념론 제6장 근대 철학의 융성 7. 쇼펜하우어 제7장 영국 경험론 8. 허버트 스펜서 제8장 계몽주의와 낭만주의 9. 프리드리히 니체 제9장 공리주의 이후 10. 현대 유럽의 철학자들 제10장 현대 철학 11. 현대 미국의 철학자들 윌 듀런트의 철학 이야기를 얘기하자면, 그의 책이 일반적인 철학사
서적보다 단단하게 구성되어있다는 말로 시작하고 싶다. 상기는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의 지혜 목차와 비교해본
표다. 기존의 철학사는 철학의 시점에서 철학 스스로가 어떻게 바뀌어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철학 이야기는 인류의 강물 속에 뒤섞여 있는 여러 갈래 중 철학이 섞여 있다. 마치 철학이라는 실을 사용해 인간의 이천 오백년이라는 한 필의 비단을 짜는 것과 같다. 윌 듀런트에 의해 철학은 그 공고한 상아탑에서 역사의 계단으로 내려왔다. 어느 쪽에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기 위한 비교는 아니었다. 나는
단지 철학 이야기의 독창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버트란드 러셀의 책을 읽다보면 각 철학자들에 대한
아쉬움이 하나씩 남는다. 그러나 윌 듀런트의 책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긍정성, 장점이 하나씩 보인다. 하나의 시선으로는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백 개의 눈을 가지고 있던 아르고스가 암소로 변한 이오를 물셀틈 없이 지킬 수 있던 것도 그의 수 없이 많은
눈에 따라 백 개의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역사를 판단할 때의 관점은 한 학문 갈래의 진화과정을 보는 것보다 더 다양한 시선을 필요로 한다. 단순한 사실 배열로는 과거가 현재를 감동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방법은 특정 시점의 철학사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철학자 개인의 삶과 배경적 삶, 논조의 흐름과 그 후대 철학자에게 미친 영향 등의 세부 목차를 필연적인 한 가지로 묶어두었다. 그래서 한 국가와 세계 체제, 부분과 전체(철학과 역사), 사회적 구조와 개인의 자유의지, 사실과 이론 등이 아주 적정한 수준에서 잘 섞여 들어 갔다. 또한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독자의 재미를 보장해줄 수 있고, 어쩌면
각 철학자의 저서들을 읽어낼 수도 있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만드는 것이다. 균형 잡힌 글처럼 훌륭한 것은
없다. 또한 그만큼 쓰기 어려운 것도 없다. 그것을 아주
깔끔하게 해냈다는 점에서 윌 듀란트를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서양의 지혜를 읽고 나서는 스피노자를 발견했다. 철학 이야기를 읽고
나서 내가 발견했던 사람은 니체였다. 소녀의 영혼에 입혀진 무사의 갑옷. 그리고 그의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가 나를 사로잡았다. 그 동안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던 니체가 다시 삶의 철학을 논하는 자로 내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저자라면, 나는 윌 듀런트의 이 책에서 한 발 더 들어가보고 싶다. 문명이야기를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리스 철학이 어떻게 현대 서양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알고 싶다. 누구도 거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것을 말하지 못했다. 새로운
것이라고 받아들여진 것들도 열어보면 그리스 철학의 부정일 뿐이었다.
또한 그의 글은
낙관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느 누구의 편도 들어주지 않는다. 그러나 경기의 해설은 편파적일수록 재미지다. 편파 철학.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의 손을 들어주는 책. 그런 통쾌함을 한번 누려보고
싶다. (분명 내 편파적 해석의 대상은 스피노자와 니체일 것이다.) 신기하게도
모두 무신론자들이다. 약간은 편파성을 띄고 있는 철학사를 내 나름대로 정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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